[긴축vs성장 ④]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긴축vs성장 ④]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Posted at 2014. 3. 22. 01:38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가?

- 경제학계의 논쟁, 확장정책 vs 긴축정책


2008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 중 하나가 '확장정책 vs 긴축정책' 이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주변부 유럽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부채가 상승하는 현상을 두고 경제학계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쪽은 "과도한 국가부채는 성장을 저해하니 부채를 줄이는 긴축정책을 써야한다." 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경기침체 시기에 필요한건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이다." 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인플레이션 유발 ·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입비용 증가 ·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정부부채 축소를 우선시해야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것이 긴축정책 옹호론자들의 논리이다. 


이러한 긴축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대표적인 논문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Growth In a Time of Debt>(2010) 였다.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는 논문을 통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일종의 Tipping Point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긴축정책의 명분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2012년 10월, IMF는 <World Economic Outlook>(2012.10) 을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크고, 확장적 통화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는 재정긴축 정책은 경제를 더더욱 수렁에 빠뜨린다" 라는 연구결과를 발표[각주:1]했다. 


2008년 이후 확장정책을 줄곧 주문했던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또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실업률이 문제! 부채에 신경쓰기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 신경써야 한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서 중요한 건 부채가 아니라 GDP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GDP가 증가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줄어든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각주:2].  


이에 더해 2013년 4월, 긴축정책의 이론적 뒷받침을 흔드는 연구결과[각주:3]가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토마스 헌든(Thomas Herndon). 마이클 애쉬(Michael Ash),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2013)을 발표하면서, 앞서 언급한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의 논문을 비판한다.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의 연구결과는 데이터 오류" 라는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의 논문에서 ①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② 잘못된 가중치 반영 ③ 엑셀 계산 오류 등이 문제인데, 이를 시정한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 라는 것이 드러났다. 


<출처 :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


물론, 데이터 오류를 시정한 뒤에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긴한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핵심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threshold" 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논문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토마스 헌든(Thomas Herndon). 마이클 애쉬(Michael Ash),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확장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져갔다.




※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리고 2014년 2월, IMF 소속 경제학자 Pescatori, Sandri, Simon 등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Working Paper 제목은 바로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2014). Working Paper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고서 저자들은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에 있어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가 말하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가 a Magic Threshold 인가?" 를 연구하였다. 연구의 결론를 미리 소개한다면,     


  1. 어느정도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지, 즉 분명한 threshold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각주:4].
  2. 과도한 정부부채가 중기적인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약하다[각주:5]
  3. 미래 경제성장을 전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가 아니라 부채경로(the debt trajectory) 이다[각주:6]


그렇다면,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2014)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Pescatori, Sandri, Simon 등의 연구결과도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의 그것과 일치했다. 바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에 도달할수록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관계를 보인것이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미만이면 평균 경제성장률 2%를 기록했으나, 90%를 넘어서면 -2%를 기록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각주:7]


< 출처 :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8 >


그러나 보고서 저자들은 "Figure 1을 본 뒤, 과도한 부채가 GDP를 하락시킨다는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그 역의 관계, 즉 낮은 경제성장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8]" 라고 말한다. 게다가 1944년-1945년 일본(GDP 대비 부채비율이 133% 포인트 상승, 경제성장률은 50% 하락)의 사례로 인해 데이터가 편향됐을 가능성[각주:9]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를 더욱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들은 "만약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시키는 원인이라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일정 threshold를 넘은 국가의 중장기간 경제성장률도 약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과 중장기간 경제성장률을 살펴본다. 


< 출처 :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9 >


Figure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를 넘은 국가는 단기(1 year)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5년 뒤 경제성장률은 상당히 회복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10년 뒤 · 15년 뒤 경제성장률은 GDP 대비 부채비율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각주:10].  


즉, 경제성장률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특정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threshold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과도한 정부부채가 중장기간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약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threshold가 있다' 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특정 threshold에 도달한 뒤, 오랜기간 동안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크게 하락했을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부채가 중장기간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니냐?" 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그러한 가능성이 타당한지도 살펴보았다[각주:11].  


< 출처 :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10 >


Figure3의 X축은 일정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Y축은 이후 1년·5년·10년·15년 뒤의 평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나타낸다. 특정년도에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1년·5년·10년·15년 뒤에도 여전히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각주:12]. 이같은 사실은 앞서 언급한 문제제기가 옳지 않음을 드러낸다.




※ 중요한 것은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가 아니라 부채경로(the debt trajectory)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Pescatori, Sandri, Simon 연구의 핵심은 "미래 경제성장을 전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가 아니라 부채경로(the debt trajectory) 이다.[각주:13]" 라는 사실이다. 보고서 저자들은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높지만,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가들은 어떠한 모습을 보일까?[각주:14]" 라는 물음을 던진다.   


< 출처 :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11 >


Figure4의 빨간선은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국가 · 파란선은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가를 나타낸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30%~140% 일지라도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양(+)의 값을 가짐[각주:15]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이것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가 저성장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증가하는 부채와 연관되어 있는 다른 요소 등이 경제성장과 더 강하게 관련되어 있다." 라는 것을 보여준다.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 그것 하나만 가지고 미래 경제성장을 예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각주:16]" 라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으니 어쨌든 부채를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저자들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일정기준(a magic threshold)을 넘으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라는 주장[각주:17]이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 경제가 어떠한 상황이든지,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 그 자체를 일정기준 미만으로 축소" 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게 한


그러나 보고서 저자들의 주장은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가 아니라 부채경로(the debt trajectory)가 중요하므로, 일정기준(a magic threshold)이하로 정부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연구의 결론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있다.


  1. 중장기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혹은 끼친다고 알려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threshold는 존재하지 않는다[각주:18].
  2. 오히려 과도한 정부부채가 중장기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약하다[각주:19].
  3. 부채경로(the trajectory of debt)는 정부부채 규모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에 있어 큰 영향력을 끼친다. 정부부채 규모가 과도하더라도, 그것이 감소하고 있는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높다[각주:20].


 

※ "부채가 과도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라는 주장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결과를 두고 "정부부채가 과도하더라도 중장기 경제성장에 별다른 악영향을 끼치지 않네? 부채는 중요하지 않네?" 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보고서의 저자들 또한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각주:21]" 라고 말한다. 


< 출처 :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14 >


보고서 저자들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을수록 GDP 변동성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각주:22]" 라고 말하며, 과도한 부채가 경제상태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부채 규모가 과도할수록 조기 재정집행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지출을 증가시킬때는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이 많다. 단순히 "정부부채가 과도하더라도 문제없다" 라든지 "과도한 정부부채는 나쁘다" 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재정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고,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 거시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와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에서 다루었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알게된 사실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GDP 대비 부채비율의 일정한 threshold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고, 경기침체기에 부채규모(the level of debt)를 일정기준 이하로 축소시키는 것에 집착하는 정책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각주:23]  




<참고자료>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Kenneth Rogoff, Carmen Reinhart.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IMF. 2012. 'Coping with High Debt and Sluggish Growth'. <World Economic Outlook> Oct.


Herndon, Ash, Pollin. 2013.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Pescatori, Sandri, Simon. 2014.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 IMF Working Paper




  1. 이에 대해서는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http://joohyeon.com/114 2012.10.20 [본문으로]
  2. 이에 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2012.10.21 [본문으로]
  3. 이에 대해서는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http://joohyeon.com/145 2013.04.19 [본문으로]
  4. Our results do not identify any clear debt threshold above which medium-term growth prospects are dramatically compromised. (4) [본문으로]
  5. On the contrary, the association between debt and medium-term growth becomes rather weak at high levels of debt, especially when controlling for the average growth performance of country peers. (4) [본문으로]
  6. We also find evidence that the debt trajectory can be just as important, and possibly more important, than the level of debt in understanding future growth prospects. Indeed, countries with high but declining levels of debt have historically grown just as fast as their peers. (4) [본문으로]
  7. Consistent with R&R (2010), we observe that GDP growth is particularly low in the year after the debt-to-GDP ratio reaches levels above 90 percent. Indeed, this chart shows that GDP growth averages around 2 percent in countries with debt below 90 percent, and tumbles to about -2 percent in countries whose debt ratio increases above that level. (7) [본문으로]
  8. It would be unwise, however, to look for a causal relation between debt and growth from Figure 1 because of the possibility of reverse causation mentioned above. While it is possible that when the debt-to-GDP ratio exceeds 90 percent countries enter a state of distress that leads to a substantial reduction in growth, it is equally possible that increases in public debt above 90 percent are driven by an omitted variable that reduces GDP and tax revenues that, in turn, leads to higher debt. (8) [본문으로]
  9. Furthermore, as suggested by the wide inter-quartile range, these results are relatively fragile and unduly influenced by outliers. For example, the debt-to-GDP ratio in Japan increases from 133 percent in 1943 to 204 percent in 1944, and the subsequent growth rate in 1945 was -50%. This observation alone leads to a considerable reduction in the average growth for debt thresholds above 135 percent of GDP. (8) [본문으로]
  10. In Figure 2, we show the growth performance of the same episodes over longer horizons of h = 5,10,15. Relative to the previous case of h = 1, the growth performance improves considerably even at a 5-year horizon. The improvement is particularly noticeable for horizons of 10 and 15 years. (8-9) [본문으로]
  11. In Figure 3, we analyze the possibility that the weakening relation between growth and debt over longer periods of time could reflect the fact that the debt-to-GDP ratio falls sharply after exceeding high thresholds. Figure 3 reveals that this is not the case. (9) [본문으로]
  12. For any given debt threshold on the horizontal axis, the chart shows the average debt-to-GDP ratio during the 1, 5, 10, and 15 subsequent years. We observe that, while there is some tendency for the debt ratio to shrink when it reaches particularly high levels, the process is extremely slow. For example, countries that exceed the 140 percent debt thresholds experience an average debt ratio during the subsequent 15 years of 130 percent. (9) [본문으로]
  13. We also find evidence that the debt trajectory can be just as important, and possibly more important, than the level of debt in understanding future growth prospects. Indeed, countries with high but declining levels of debt have historically grown just as fast as their peers. (4) [본문으로]
  14. what about countries that have a high, but falling, debt ratio? (10) [본문으로]
  15. In fact, even countries with debt ratios of 130–140 percent but on a declining path have experienced solid growth. (10) [본문으로]
  16. That is, the trajectory of debt appears to be an important predictor of subsequent growth, buttressing the idea that the level of debt alone is an inadequate predictor of future growth. (10) [본문으로]
  17.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인하트의 주장. [본문으로]
  18. Our analysis of historical data has highlighted that there is no simple threshold for debt ratios above which medium-term growth prospects are severely undermined. (14) [본문으로]
  19. On the contrary, the association between debt and growth at high levels of debt becomes rather weak when one focuses on any but the shortest-term relationship, especially when controlling for the average growth performance of country peers. (14) [본문으로]
  20. Furthermore, we find evidence that the relation between the level of debt and growth is importantly influenced by the trajectory of debt: countries with high but declining levels of debt have historically grown just as fast as their peers. (14) [본문으로]
  21. The fact that there is no clear debt threshold that severely impairs medium term growth should not, however, be interpreted as a conclusion that debt does not matter. (14) [본문으로]
  22. there is a suggestion of a positive relation between debt and output volatility. (14) [본문으로]
  23. 물론, 이러한 결론도 후속연구에 따라 뒤집어 질 수 있다. 오늘 소개한 IMF Working Paper 'Debt and Growth: Is There a Magic Threshold?'를 작성한 저자들은 "부채와 성장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 라고 말한다. (That must wait for more sophisticated work that can properly address the complex identification issues that characterized this area of research.) (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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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외환위기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Posted at 2013. 11. 26. 15:35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2013.11.09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1997 외환위기에 대해 쓴 4편의 글을 통해,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 · 발생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4편의 글은 주로 한국의 위기에 초점을 맞췄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등-이 외환위기를 겪게된 원인에 대해서 다룬다. 또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이 경제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 1997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자본계정의 위기' - 제3세대 모델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대중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이규성의 주장이다. 이규성은 당시 아시아의 위기를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 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위기 당사국들은 자본자유화 확대 → 대규모 자본수지 흑자 → 환율의 고평가 속에 고성장 추구 →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과정을 거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재정적자 확대 → 경상수지 적자 확대 → 자본수지 흑자 확대라는 경로를 걷다가 외환위기에 직면한 양상과는 현저히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의 위기는 경상수지의 중요성이 도외시된 채 진행된 자본자유화 과정에서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86-89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 라는 것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199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위기 발생의 이론적모델[각주:1]은 두 가지였다. 바로,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에 문제가 있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1세대 모델[각주:2]과 경제의 기초여건에 상관없이 경제주체들 사이의 자기실현적예언 Self-Fulfilling Effect 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2세대 모델[각주:3]이었다. 


1세대 모델은 1970-80년대 중남미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은 과도한 재정적자에 이은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인해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이 손상된 상태였다.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해당국가들 경제의 기초여건을 의심한 경제주체들은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하여 자본을 급격히 회수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더더욱 하락했고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만다. 


2세대 모델은 1990년대 초반에 발생한 유럽 외환위기(EMS Crisis)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당시 유럽 몇몇 국가들은 유럽통화시스템(EMS, European Monetary System)[각주:4]을 만들어 유럽공동체 통화의 안정을 추구했다. 이런 와중에, 경제력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통화가치 고평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경제사정 악화로 인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확장적 통화정책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가능성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겼고, 투기세력들은 고평가된 유럽 각 통화들의 평가절하를 예상하고 투기적 공격에 나서게 되었다.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상관없이,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이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1세대 · 2세대 모델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았고 인플레이션 또한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한국 또한 199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8.8% · 8.9% · 7.2% 등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재정적자 또한 문제될 여지가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고정환율제도 · 만기불일치 · 통화불일치'의 문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자유화 Financial Liberalization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1990년대 들어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자본유입이 급격히 증가 Surges of Capital Inflows 했다.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에서 살펴봤듯이, 한국 또한 금융자유화 시행 이후 막대한 양의 자본유입이 발생하면서 원화가치가 고평가되고 은행과 기업의 해외차입이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자유화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 달러화에 연계된 peg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한국 또한 환율변동폭이 상하 2.25%로 제한된 시장평균환율제도 crawling peg 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융자유화 이후 발생한 자본유입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손쉽게 해외차입을 늘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해외차입금이 단기일 뿐더러 외국통화로 표기되었다는 점이다. 단기로 조달해온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Maturity Mismatch 와 자국통화 부채가 아닌 통화 불일치 Currency Mismatch 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자본유입이 갑자기 멈추고 Sudden Stops 자본흐름의 반전 Reversals of Capital Inflows 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급격한 자본유출 Disruptive Capital Outflows 이 일어나면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Currency Collapse,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Reserve Depletion,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Systemic Financial Crisis, 실물경제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Output Losses.              


그렇다면 1997년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은 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왜 단기차입금을 들여왔으며, 왜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었을까? 또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7 외환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한계-고정환율제도의 문제점, 만기 불일치 · 통화불일치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① 고정환율제도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요소투입의 증가 increases in inputs 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국가가 금융자원을 통제하여 control over finance 특정산업에 자원을 몰아줌으로써 생산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뒤늦게 경제성장에 착수한 개발도상국들 또한 정책금융을 policy loans 통한 투입의 증가, 다르게 말해 투자 investment 를 통해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통화가 과도히 공급되어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 high and variable inflation 이 발생하고 만다. 개발도상국들로서는 경제개발 단계에서 인플레이션 관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달성 그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소홀히 하게 된다. 더군다나 중앙은행 등 통화기관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손쉬운 해결책은 바로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3가지 경로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첫째로는 일종의 규율효과 discipline argument 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국가의 통화에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를 연동peg 한다면, 정부의 재정적자 · 민간의 임금과 가격결정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 고정환율제도를 택한 상황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인하된 금리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고정환율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고정환율제도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고정환율제도가 일종의 지켜야 할 규약 commitment 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The second major rationale for fixed rates is a belief that pegging to a low-inflation currency will help to restrain domestic inflation pressures, whether these originate in excessive government budget deficits or in the wage- and price-setting decisions of the private sector. This "discipline" argument comes in many forms, but the basic idea is simple: an announced policy of pegging the exchange rate may serve as a commitment technology allowing the government to resist and even forestall subsequent temptations to follow excessively expansionary macroeconomic policies.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4        

 

둘째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이다. 고정환율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원래 인플레이션율이 낮았던) 기준국가 anchor country 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개발도상국에 이전됨으로써, 개발도상국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지할 수 있다.


셋째로는 기준국가와의 통화정책 연동이다. 고정환율제도가 신뢰성 있게 유지되려면 기준국가와 개발도상국의 금리가 동등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개발도상국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통화량을 증가시킨다면 (낮아진 금리로 인해)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외환보유고는 감소한다. 이러한 과정은 국내통화공급의 연속적인 축소를 초래[각주:5]하고 금리와 통화공급량은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각주:6].        


Fixing the value of an emerging-market's currency to that of a sounder currency, which is exactly what an exchange-rate peg involves, provides a nominal anchor for the economy that has several important benefits. 


First,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rate peg fixes the inflation rate for internationally traded goods, and thus directly contributes to keeping inflation under control. 


Second, if the exchange-rate peg is credible, it anchors inflation expectations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to the inflation rate in the anchor country to whose currency it is pegged. The lower inflation expectations that then result bring the emerging-market country's inflation rate in line with that of the low-inflation, anchor country relatively quickly.


Another way to think of how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 rate peg works to lower inflation expectations and actual inflation is to recognize that if there are no restrictions on capital movements, then a serious commitment to an exchange-rate peg means that the emerging-market country has in effect adopted the monetary policy of the anchor country. 


As long as the commitment to the peg is credible, the interest rate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will be equal to that in the anchor country. Expansion of the money supply to obtain lower interest rates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relative to that of the low-inflation country will only result in a capital outflow and loss of international reserves that will cause a subsequent contraction in the money supply, leaving both the money supply and interest rates at their original levels


Thus, another way of seeing why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rate peg lowers inflation expectations and thus keeps inflation under control in an emerging-market country is that the exchange-rate peg helps the emerging-market country inherit the credibility of the low-inflation, anchor country's monetary policy.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4


거기에 더하여, 고정환율제도는 개발도상국에게 또 다른 이점을 가져다준다. 바로 환율변동의 불확실성 제거이다.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으로써 자본유입을 이끌게되고, 이는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Another potential advantage of an exchange-rate peg is that by providing a more stable value of the currency, it might lower risk for foreign investors and thus encourage capital inflows which could stimulate growth.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5


(...)


The unpredictable volatility of a floating exchange rate, both from a short-term perspective and a long-term one, can inflict damage. Although the associated costs have not been quantified rigorously, many economists believe that exchange-rate uncertainty reduces international trade, discourages investment, and compounds the problems people face in insuring their human capital in incomplete asset markets. Furthermore, workers and firms hurt by protracted exchange-rate swings often demand import protection from their governments.


Much of the enthusiasm for monetary unification within the European Union (EU) stems from the belief that locked exchange rates maximize the gains from a unified market and that exchange-rate-induced shifts in competitiveness within the EU can undermine the political consensus for free intra-EU trade.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4        


고정환율제도가 가져다주는 이러한 이점들을 생각해봤을때,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유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었다.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단계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은 또다른 조건을 만들어낸다. 바로 개발도상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만기가 짧고 a debt structure of very short duration, 외국통화로 표기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각주:7] 된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심한 변동을 겪는 상황에서, 장기채권과 개발도상국 통화로 표기된 채권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무도 구입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은 만기가 짧고, (통화가치가 안정된) 외국통화로 표기된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었다.  


In contrast to the industrialized countries, many emerging-market countries have experienced very high and variable inflation rates, with the result that debt contracts are of very short duration. (12) (...)


There are two major institutional differences in the financial markets of industrialized countries versus emerging-market countries that imply different propagation mechanisms for financial instability. As mentioned earlier, in industrialized countries where inflation typically has been low and not very variable, many debt contracts are of long duration. Furthermore, because these industrialized countries typically retain a strong currency, most debt contracts are denominated in the domestic currency. 


In contrast, many emerging-market countries have had high and variable inflation rates in the past and so, long-term debt contracts are too riskyThe result has been a debt structure of very short duration. Given poor inflation performance, these countries also have domestic currencies that undergo substantial fluctuations in value and are thus very risky. To avoid this risk, many debt contracts in these countries are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 (18)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12-18


경제학자 Barry Eichengreen은 이러한 현상을 "신흥국의 원죄 The Original Sin" 이라 칭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에서도 보았듯이, 1993년-1998년 기간 사이에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denominated by its own currency 의 비중은 2.03% 불과했다.  


1998년 이후에도 신흥국의 원죄는 계속된다.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4


  • 출처 :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28
  • 1993년-1998년 사이,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유한 비중은 전체부채 중 2.3%에 불과하다.
  •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52.6%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 출처 :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 · 발생과정 


앞서 논의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1990년대 금융자유화 정책 시행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만기가 짧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1997년이 되자 자본흐름의 반전 Reversals of Capital Inflows 이 발생하면서 자본유입이 갑작스레 중단되고 Sudden Stops, 급격한 자본유출 Disruptive Capital Outflows 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하락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투기적공격 Speculative Attack 의 유인을 증가시켰다. 더군다나 동아시아 국가들이 차입했던 해외부채는 만기가 짧았기 때문에, 급작스런 자본유출은 유동성위기 Liquidity Crisis를 초래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와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함으로써 자국 통화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락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국통화를 외환시장에 공급하고 자국통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다른 방안으로는 금리를 올림 the policy rate 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금리인상 또한 문제를 초래한다. 금리인상은 투자와 소비를 저하시켜 경제를 불황에 빠뜨리고, 이를 통해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의심을 품은 외국투자자들은 자본유출을 가속화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해야 할까?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이 증가하면 자본계정 Capital Account 의 손상을 경상계정 Current Account 으로 메꿀 수 있으니? 그러나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큰 문제를 야기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은행과 기업들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치의 상승을 뜻했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 은행과 기업들의 채무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불황의 경제학』(2009) 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발생과정을 쉽게 설명한다.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이 둔화되자 중앙은행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엔화와 달러의 유입이 줄자 외환시장에서 바트화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한 외환 수요는 줄지 않았다. 바트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태국은행은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을때와 정반대의 조치를 취했다. 시장에 개입해 달러와 엔화를 주고 바트화를 사들여 자국의 통화를 지지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통화 가치를 낮추려는 것과 높이려는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태국은행은 원하는 만큼 바트화를 공급할 수 있다. 그저 찍어내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달러는 찍을 수 없다. 따라서 바트화의 가치를 방어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외환보유고는 얼마 안 가 바닥을 드러냈다.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바트화 유통량을 줄이고 이자율을 올림으로써 투자자들이 달러를 빌려 바트화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양날의 칼이었다. 당시 투자 붐이 일단락되면서 태국의 경제 성장은 이미 둔화되고 있었고, 건설 경기 또한 좋지 못했다. 이것은 일자리 축소를 의미했고, 일자리 축소는 낮은 소득을, 낮은 소득은 경제 다른 부문에서의 해고를 의미했다. 완전한 의미의 경기후퇴는 아니었지만 태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 방식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은 확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율 상승은 투자를 막는 일일뿐더러 경제를 확실한 불황에 빠뜨리는 길이었다. 


대안은 정부의 통화 개입 포기였다. 바트화 매입을 중단하고 바트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곤란한 일이었다. 평가절하가 정부 신인도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게 한 가지 이유였다. 또한 너무나 많은 은행과 금융회사, 기업들이 달러 채무를 갖고 있었다. 바트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오른다면 그들 다수가 파산할 것이 뻔했다.


진퇴양난의 답답한 상황이었다. 태국 정부는 바트화 하락을 용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환보유고 손실을 막기 위해 혹독한 대내적 조치를 취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관망하는 쪽을 택했다. 어떤 전환점이 생겨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뻔한 결말로 흘러갔다. 통화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112-113




※ 고정환율제도의 문제점 - 투기적공격에 취약


이러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 · 발생과정을 경제학계에서는 경제학이론을 사용하여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발도상국 특성상 고정환율제도를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하는 문제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개발도상국들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한 상황이었다. 고정환율제도는 환율변동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자본유입을 증대시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일조를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가 발달되지 못했던 개발도상국의 특성상[각주:8], 갑작스런 자본유입 증대는 과잉대출 excessive lending & lending boom 로 이어지고 대출의 상당수는 부실처리 substantial loan losses 된다. 그 결과 부실대출을 떠안게 된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크게 손상 a deterioration of bank balance sheets 되고 만다.   


Another potential danger from an exchange-rate peg is that by providing a more stable value of the currency, it might lower risk for foreign investors and thus encourage capital inflows.


Although these capital inflows might be channeled into productive investments and thus stimulate growth, they might promote excessive lending, manifested by a lending boom, because domestic financial intermediaries such as banks play a key role in intermediating these capital inflows.


Indeed, Folkerts-Landau, et. al (1995) found that emerging market countries in the Asian-Pacific region with the large net private capital inflows also experienced large increases in their banking sectors. Furthermore, if the bank supervisory process is weak, as it often i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so that the government safety net for banking institutions creates incentives for them to take on risk, the likelihood that a capital inflow will produce a lending boom is that much greater. 


With inadequate bank supervision, the likely outcome of a lending boom is substantial loan losses and a deterioration of bank balance sheets.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13-14


이러던 와중에,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동아시아 통화가치에 대한 하락압력이 거세졌다. 그런데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높아진 금리로 인해 은행의 부채부담은 증가하게 되고,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더더욱 손상된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경제주체들은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지 못할 것"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투기적공격은 더더욱 심해진다.   


the deterioration in bank balance sheets can promote a currency crisis because it becomes very difficult for the central bank to defend its currency against a speculative attack. Any rise in interest rates to keep the domestic currency from depreciating has the additional effect of weakening the banking system further because the rise in interest rates hurts banks’ balance sheets.


This negative effect of a rise in interest rates on banks’ balance sheets occurs because of their maturity mismatch and their exposure to increased credit risk when the economy deteriorates.


Thus, when a speculative attack on the currency occurs in an emerging market country, if the central bank raises interest rates sufficiently to defend the currency, the banking system may collapse. Once investors recognize that a country’s weak banking system makes it less likely that the central bank will take the steps to defend the domestic currency successfully,


they have even greater incentives to attack the currency because expected profits from selling the currency have now risen. Thus, with a weakened banking sector, a successful speculative attack is likely to materialize and can be triggered by any of many factors, a large current account deficit being just one of them. In this view, the deterioration in the banking sector is the key fundamental that causes the currency crisis to occur.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4


더군다나 금융자유화 정책 시행 이후 자본유입의 양이 더욱 더 증가하면서 개발도상국 통화가치의 고평가 현상이 생겨났다. 변동환율제도를 택했더라면 자본유입으로 인한 통화가치 상승압력을 환율조정 Exchange-Rate Adjustment 을 통해 흡수할 수 있었지만, 고정환율제도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고평가된 통화가치를 지켜본 경제주체들은 "언젠가는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투기적공격 Speculative Attack 을 통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고정환율제도가 투기적공격에 대한 유인을 증가시킨 것이다.


물론 변동환율제도에서도 투기적공격이 발생하여 통화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정환율제도 하에서 투기적공격이 발생하면, 변동환율제도 하에 비해 더 가파른 폭의 통화가치 하락이 발생한다. 고정환율제도 자체가 불안정성을 키운 것이다. 


Under a pegged exchange-rate regime, when a successful speculative attack occurs, the decline in the value of the domestic currency is usually much larger, more rapid and more unanticipated than when a depreciation occurs under a floating exchange-rate regime.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13


경제학자 Maurice Obstfeld와 Kenneth Rogoff는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한 금리인상 정책은 투자, 실업, 정부부채, 소득분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통화가치 하락을 막아내겠다' 라는 정부의 공언은 믿을 수 없다. 즉, 정부가 통화가치를 방어할 것이라는 신빙성을 경제주체들에게 주지 못한다면 Lack of credibility, 고정환율제도는 투기적공격에 더욱 더 취약해진다." 라고 지적한다.   


If central banks virtually always have the resources to crush speculators, why do they suffer periodic humiliation by foreign exchange markets? The problem, of course, is that very few central banks will cling to an exchange-rate target without regard to what is happening in the rest of the economy. Domestic political realities simply will not allow it, even when agreements with foreign governments are at stake.


As we have seen, to fend off a major speculative attack, the monetary authorities typically must be prepared to allow sharp increase in domestic interest rates, especially short-term rates. Such sharp spikes in interest rates, if sustained for any length of time, can wreak havoc with the banking system, which typically borrows short and lends long. 


Over the longer term, these unanticipated interest rate rises can also have profound negative effects on investment, unemployment, the government budget deficit and the domestic distribution of income. A government pledge that it will ignore such side effects indefinitely to defend the exchange rate is not likely to be credible. Lack of credibility, in turn, makes a fixed exchange rate more vulnerable to speculative attack.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7-8    


그리고 Maurice Obstfeld와 Kenneth Rogoff는 "보통 정부는 투기적공격을 한번 방어하고 나면 고정환율제도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이전에 투기적공격을 초래했던 요인은 다음번 투기적공격을 유발하는 씨앗이다." 라고 말한다. 그들이 쓴 논문의 제목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처럼 고정환율제도는 망상 Mirage 에 불과한 것이다.


Government often feel that if they could pull off a sudden realignment "just once" and thereby put fundamentals right, they would thereafter enjoy the fruits of a credibly fixed rate, including exchange-rate certainty and domestic price discipline. They are wrong. 


The factors that led to the last realignment remain and contain the seeds of the next one. No one can say for sure when it will occur, but its likelihood reintroduces both exchange-rate uncertainty and inflationary pressures-the very evils a fixed rate was supposed to guard against.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9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문제점 - 대차대조표 위기 초래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정리하면, "고정환율제도 → 환율변동의 불확실성 제거 → 금융자유화 정책 → 동아시아 국가로의 자본유입 증가 → 과잉대출로 인한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반전과 자본유출 →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 →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 정책 할 수 없음 →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공격 유인이 더더욱 증가" 라는 경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을 막기 위하여, 금리를 올리지 않고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통화가치 하락 용인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개발도상국 은행과 기업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던 은행과 기업들의 부채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은행과 기업들의 대차대조표가 손상되기 시작한 것이다. 민간부문의 대차대조표 손상은 동아시아 경제의 신뢰성 상실 the loss of confidence 로 이어졌고 추가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통화가치 하락을 막아야할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한 금리인상 정책은 경제의 산출물을 떨어뜨리기 a decline in output 때문에, 이것 또한 신뢰성 상실을 초래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대차대조표 위기 Balance Sheets Crisis" 라고 칭한다.

 

Balance sheet problems: 


Finally, descriptive accounts both of the problems of the crisis countries and of the policy discussions that led the crisis to be handled in the way it was place extensive emphasis on the problems of firms’ balance sheets. On one side, the deterioration of these balance sheets played a key role in the crisis itself—notably, the explosion in the domestic currency value of dollar debt had a disastrous effect on Indonesian firms, and fear of corresponding balance sheet effects was a main reason why the IMF was concerned to avoid massive depreciation of its clients’ currencies. (...)


instead of creating losses via the premature liquidation of physical assets, a loss of confidence leads to a transfer problem. That is, in order to achieve the required reversal of its current account, the country must experience a large real depreciation; this depreciation, in turn, worsens the balance sheets of domestic firms, validating the loss of confidence. policy that attempts to limit the real depreciation implies a decline in output instead—and this, too, can validate the collapse of confidence.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6


경제학자 Frederic Mishkin 또한 "1997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커진 원인에는 짧은 만기구조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의 한계에 있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은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를 악화시켰고, 기업들은 대차대조표를 복구하기 위해 위험성이 큰 사업을 벌였다. 즉, 통화가치 하락이 대차대조표에 준 충격이 동아시아 경제를 위축시켰다 " 라고 말하며, 대차대조표 손상 문제를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A currency crisis and the subsequent devaluation then helps trigger a full-fledged financial crisi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because of two key features of debt contract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debt contracts both have very short duration and are often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


These features of debt contracts generate three mechanisms through which a currency crisis in an emerging market country increases asymmetric information problems in credit markets, thereby causing a financial crisis to occur.


The first mechanism involves the direct effect of currency devaluation on the balance sheets of firms. With debt contract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when there is a devaluation of the domestic currency, the debt burden of domestic firms increases. On the other hand, since assets are typically denominated in domestic currency, there is no simultaneous increase in the value of firms’ assets.


The result is a that a devaluation leads to a substantial deterioration in firms’ balance sheets and a decline in net worth, which, in turn, worsens the adverse selection problem because effective collateral has shrunk, thereby providing less protection to lenders. Furthermore, the decline in net worth increases moral hazard incentives for firms to take on greater risk because they have less to lose if the loans go sour. Because lenders are now subject to much higher risks of losses, there is now a decline in lending and hence a decline in investment and economic activity.


The damage to balance sheets from devaluation in the aftermath of the foreign exchange crisis has been a major source of the contraction of the economies in East Asia, as it was in Mexico in 1995. This mechanism was particularly strong in Indonesia, which saw the value of its currency decline by over 75%, thus increasing the rupiah value of foreign-denominated debts by a factor of four. Even a healthy firm initially with a strong balance sheet is likely to be driven into insolvency by such a shock if it has a significant amount of foreign-denominated debt.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4-5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 - 2013년 현재는?


경제개발 단계에서 고정환율제도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발생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게 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가져다 준 교훈은 '① 고정환율제도의 포기 ② 만기불일치 Maturity Mismatch 해소 ③ 통화불일치 Currency Mismatch 해소 ④ 외환보유고 확충' 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학계는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Capital Flows Volatility 초래하는 위험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중남미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가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에, 1990년대 초반 유럽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방지에, 그리고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자본흐름의 변동 Capital Flows Volatility 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에서 살펴봤듯이, 자본이동을 감독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Macroprudential Supervision 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과 신흥국은 자본흐름의 변동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있을까? 미국 Fed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Tapering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것이다.




<참고자료>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2013.11.09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2013.06.26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2013.09.1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국제금융센터. 'Ⅲ. 외환위기 주요 사례 분석 -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http://joohyeon.com/162 [본문으로]
  2. 1세대 모델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은, Paul Krugman. 1979. 'A Model of Balance-Payment Crises'. Robert Flood & Peter Garber. 1984. 'Collapsing Exchange Rate Regime: Some Linear Examples'. [본문으로]
  3. 2세대 모델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은, Maurice Obsfeld. 1994. 'The Logic of Currency Crises'. [본문으로]
  4. EMS는 역내 통화의 변동폭에 한도를 정한 일종의 고정환율제도로서 환율변동폭은 기준환율 중심으로 상하 2.25%로 제한됐었다. [본문으로]
  5. 외환보유고가 감소했다는 사실은 외환시장에서 국내통화를 사들이고 외국통화를 공급했다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자본유출과정에서 외국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했다면, 개발도상국은 시장에 개입하여 외국통화를 공급함으로써 외국통화가격을 다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외국통화를 시장에 팔고 받은 국내통화는 중앙은행 계정에 흡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통화공급량이 축소된 것이다. [본문으로]
  6. (뒤에서 고정환율정책의 문제점에서도 다룰 것이지만) 이것을 어떻게보면, 고정환율정책이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을 제한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Frederic Mishkin은 "개발도상국은 통화정책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This criticism of exchange-rate pegging may be less relevant for emerging market countries than it is for developed countries. Because many emerging market countries have not developed the political or monetary institutions which result in the ability to use discretionary monetary policy successfully, they may have little to gain from an independent monetary policy but a lot to lose.) (7) 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Frederic Mishkin의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제약된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1997 외환위기 확산의 원인이 되고 마는데... [본문으로]
  7. 한국의 단기외채 증가에 대해서는,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http://joohyeon.com/174 참고. [본문으로]
  8. 1997년 당시 한국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http://joohyeon.com/173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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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Posted at 2013. 4. 19. 23:44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4월 15일, 논문 한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 논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을까? 그리고 논문의 제목에 나오는 Reinhart와 Rogoff는 또 누구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유럽 재정위기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 그리스 · 아일랜드 · 포르투갈 ·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


  •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 데이터 출처 : Eurostat 
  • 그래픽 출처 : Wikipedia - "European sovereign-debt crisis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초래하는 경로는 크게 세가지이다. 

  1.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2. 국가경제의 신용이 훼손되어 발생하는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이자 부담 증가
  3. 과도한 정부부채를 본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그 결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과도한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 경제침체,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해답은 정부부채 축소다.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이하 R-R)는 이 논문을 통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일종의 Tipping Point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주요목표가 된다.  



<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25p >


R-R의 논문에 나온 이 표를 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ebt/GDP-이 90% 이상인 Advanced economies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재정긴축Austerity 정책을 시행하는 유럽


유럽의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은 R-R의 주장에 따라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한다. 모든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R-R의 주장에 따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가 바로 R-R의 논문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부위원장인 Olli Rehn은 "중요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부채가 90% 수준에 달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수년간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라고 말했다. Olli Rehn 뿐 아니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인 Paul Ryan 등 재정긴축 정책 옹호론자들은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라고 주장해왔다.


It is widely acknowledged, based on serious research, that when public debt levels rise about 90% they tend to have a negative economic dynamism, which translates into low growth for many years. 

Olli Rehn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에서 재인용



< 그래픽 출처 : 강유덕. "최근 유로존 내 경상수지 격차 축소의 배경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3.01.10. 11쪽>


위 그래프를 보면 2009년-2010년을 기점으로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정부지출 액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지출 삭감 등의 재정긴축을 시행했으니 정부부채가 줄어들고,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대심리confidence가 상승했을까? 아니다. 




※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긴축정책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재정긴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의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데이터 출처인 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그리스는 -6.4%, 스페인은 -1.4%, 포르투갈은 -3.2%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반면, 실업률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012년 10월 기준, 그리스의 실업률은 26.8%, 스페인은 26.6%, 포르투갈은 16.3%의 실업률을 기록한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긴축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출처 : Anti-Austerity Strike in Greece 2011.10.19 >


<출처 : Strikes Against Austerity in Europe 2012.11.14>



무엇이 문제일까?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라서 재정긴축을 시행했는데,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도한 정부부채는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긴축정책은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일 뿐이다. 긴축정책의 효과에 실업문제 해소는 없다. 아니,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정부지출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데, 정부지출을 축소시켰으니 말이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실업률이 문제! 부채에 신경쓰기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 신경써야 한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이 아니라 정부지출 증가, 통화량 공급 확대 등의 확장정책Expansionary Policy을 써야한다.


much of the discussion in Washington had shifted from a focus on unemployment to a focus on debt and deficits.


The strange thing is that there was and is no evidence to support the shift in focus away from jobs and toward deficits. Where the harm done by lack of jobs is real and terrible, the harm done by deficits to a nation like America in its current situation is, for the most part, hypothetical. The quantifiable burden of debt is much smaller than you would imagine from the rhetoric, and warnings about some kind of debt crisis are based on nothing much at all. In fact, the predictions of deficit hawks have been repeatedly falsified by events, while those who argued that deficits are not a problem in a depressed economy have been consistently right.


Paul Krugman. 2012. "But What about the Budget Deficit?". 『End This Depression Now!』. 130-131


경제학자들은 유럽경제위기의 처방으로 긴축정책이 옳으냐, 확장정책이 옳으냐. 

즉, 과도한 정부부채, 채권금리 상승,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vs 높은 실업률과 디레버리징에 의한 수요부족이 문제다 로 나뉘어서 논쟁을 벌여왔다. 




※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논문이 데이터 조작이라면?


그런데 이게 웬걸. 2013년 4월 15일, 한 논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맨 처음에 언급했던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하 HAP)의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라는 논문 때문이다.


HAP는 논문을 통해 "R-R의 2010년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 라고 주장했다. 

R-R의 논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3가지.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가 넘으면서 양(+)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네 국가들의 연도별 데이터 일부가 제외되어 있다.

- 네 국가의 누락된 연도별 데이터를 포함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 이상이던 시절) 네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6% 에서 2.58%로 상승


잘못된 가중치 반영

- 영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를 기록하면서 19년을 보냈고, 이 시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2.4%

- 뉴질랜드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1년을 보내면서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7.6%

- 그렇다면 {(19*2.4)+(1*-7.6)}/20 으로 연도를 가중평균하여 평균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게 정상.

- 그런데 R-R은 그냥 {2.4+(-7.6)}/2 으로 계산함


엑셀 계산 오류

- 엑셀의 30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합쳐 평균을 내야하는데, 45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을 엑셀 계산에서 누락

- 그런데 하필이면, 45~49열에 위치한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6% 이다.


<출처 :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이러한 오류들을 시정하여 계산해본 결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로 드러났다.



<출처 :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




※ R-R의 반론과 HAP의 재반박


세계 경제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던 강력한 논거가 데이터 조작이라고? 

HAP의 주장에 대해 R-R은 다음날(4월 16일)에 즉각 반박글을 올렸다. R-R은 이렇게 반박한다.


  • (어쨌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지 않느냐? 불과 1%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를 기록했던 국가들은 평균 20년 동안 그 상황을 지속했다. 20년 동안의 연도별 경제성장률 1% 차이는 매우 크다.
  •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 과도한 정부부채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다른 논문들에서도 입증되었다.
Note that because the historical public debt overhang episodes last an average of over 20 years, the cumulative effects of small growth differences are potentially quite large. It is utterly misleading to speak of a 1% growth differential that lasts 10-25 years as small.

(...)

By the way, we are very careful in all our papers to speak of “association” and not “causality” since of course our 2009 book THIS TIME IS DIFFERENT showed that debt explodes in the immediate aftermath of financial crises.

(...)

Lastly, our 2012 JEP paper cites papers from the BIS, IMF and OECD (among others) which virtually all find very similar conclusions to original findings, albeit with slight differences in threshold, and many nuances of alternative interpretation..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2013.04.16

  


4월 17일, HAP는 R-R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HAP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의 논문은 낮은 경제성장률이 과도한 정부부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드러내준다.
  •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개인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소비가 줄어든 때에,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은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금융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 정부의 적자지출은 대규모 실업과 싸울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Our evidence shows that one needs to ask these and similar questions, including whether slow growth was the cause or consequence of higher public debt, before we can draw meaningful conclusions.


(...)


Of course, one could say that these were special circumstances due to the 2007-9 financial collapse and Great Recession. Yet that is exactly the point. When the US and Europe were hit by the financial crisis and subsequent collapse of private wealth and spending, deficit-financed government spending was the most effective tool for injecting demand back into the economy. The increases in government deficits and debt were indeed historically large in these years. But this was a consequence of the crisis and a policy tool for moving economies out of the deep recession. The high levels of public debt were certainly not the cause of the growth collapse. 


(...) 


We are not suggesting that governments should be free to borrow and spend profligately. But government deficit spending, pursued judiciously, remains the single most effective tool we have to fight against mass unemployment caused by severe recessions.


Robert Pollin, Michael Ash.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그 사이, Arindrajit Dube는 R-R의 논문 오류에 쐐기를 박는 자료를 내놓는다. 


<출처 :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위에서 언급했듯이, R-R은 반박문을 통해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관계association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일까?"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것일까?"


Arindrajit Dube는 로고프-라인하트의 논문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을 했다. 그 결과가 위에 나온 그래프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과 다음Next 3년간의 경제성장률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간의 경제성장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시피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 간의 경제성장률이 더 유의미한 관계association을 띄었는데, 이는 낮은 경제성장률 → 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Arindrajit Dube는 "GDP가 하락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다. 게다가 실업보험 등 자동안정화 기능을 하는 정부지출은 경제위기시 증가한다." 라고 지적한다.


RR state that they were careful to distinguish between association and causality in their original research. Of course, we would only really care about this association if it likely reflects causality flowing from debt to growth (i.e. higher debt leading to lower growth, the lesson many take from RR's paper).


While it is difficult to ascertain causality from plots like this, we can leverage the time pattern of changes to gain some insight. Here is a simple question: does a high debt-to-GDP ratio better predict future growth rates, or past ones?  If the former is true, i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argument that higher debt levels cause growth to fall. On the other hand, if higher debt "predicts" past growth, that is a signature of reverse causality.


(...)


As is evident, current period debt-to-GDP is a pretty poor predictor of future GDP growth at debt-to-GDP ratios of 30 or greater—the range where one might expect to find a tipping point dynamic. But it does a great job predicting past growth.

 

This pattern is a telltale sign of reverse causality.  Why would this happen? Why would a fall in growth increase the debt-to-GDP ratio? One reason is just algebraic. The ratio has a numerator (debt) and denominator (GDP): any fall in GDP will mechanically boost the ratio.  Even if GDP growth doesn’t become negative, continuous growth in debt coupled with a GDP growth slowdown will also lead to a rise in the debt-to-GDP ratio.


Besides, there is also a less mechanical story. A recession leads to increased spending through automatic stabilizers such as unemployment insurance. And governments usually finance these using greater borrowing, as undergraduate macro-economics textbooks tell us governments should do. This is what happened in the U.S. during the past recession. For all of these reasons, we should expect reverse causality to be a problem here, and these bivariate plots are consistent with such a story.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이러한 사실은 최근 유럽경제위기에서도 드러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안정적이었다. 앞에서 봤던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앞에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강조를 해야하는 건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였다.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각주:1] 문제가 대두되면서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한다.


Arindrajit Dube가 언급했듯, 낮은 경제성장률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높이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


  1. "GDP 대비" 부채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2.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정부지출이 급증한다.

여기에 더해, 유럽경제의 경우 무너질 위기에 처한 금융기업을 구제하느라 공적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포함하면, 2008년을 기점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한 것은 당연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문제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재정긴축 정책을 옹호해왔던 정책결정권자, 정치인, 학자들은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경제위기와 긴축이론을 이용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한다. 




※ 경제학자의 역할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어느 학자의 경제이론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제로 집행된다.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래퍼 곡선Laffer Curve 이론[각주:2]에 의해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세금 인하가 실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때,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의 근본이 문제여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서구 국가들은 "아시아 자체가 문제" 라는 논리로 문제에 접근했고, 경제위기 와중에 고금리 · 재정긴축 · 구조조정 등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물론, 그 당시 한국 금융권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기업은 회계조작이 만연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개혁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고, 대량해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유럽경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렵긴 하지만,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잘못된 논문에 기반해서 재정긴축을 쓴 결과 경제위기 해소는 커녕 실업률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번 양보해서 R-R의 주장처럼 그들이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 간의 인과관계causality가 아니라 단순한 관계association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2011년 미국의 부채천장Debt Ceiling 논쟁 당시,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니 부채감축에 나서야한다 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경제이론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참고자료>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 케네스 로고프와 카메론 라인하트의 2010년 논문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5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 윗 논문을 비판하는 Herndon, Ash, Pollin의 논문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3.04.16.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 HAP의 비판을 반박하는 R-R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7.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 R-R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Ash와 Pollin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HAP의 논문을 요약해놓은 글.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의 뒤바뀐 선후관계를 지적하는 글. R-R의 논문제목을 비꼬아서 "부채 이전 시대의 성장"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Reinhart and Rogoff: your essential reading list". <Financial Times>. 2013.04.17

- R-R 논쟁과 관련 읽을만한 글들을 모아놓은 <Financial Times>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 정치인들에게 긴축을 주문했던 R-R,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긴축정책을 옹호했던 정치인들


Dean Baker. "How Much Unemployment Was Caused by Reinhart and Rogoff's Arithmetic Mistake?". 2013.04.16

- R-R의 논문에 근거한 긴축정책이 끼친 악영향을 비판하는 Dean Baker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The 90% question". <The Economist>. 2013.04.17

-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The Economist>


Paul Krugman. "The Excel Depression". 2013.04.18

- 칼럼을 통해 R-R의 논문을 비판하는 Paul Krugman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 2012년 10월, IMF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가 1 이상" 이라고 말하며 긴축정책을 비판했다. 이를 요약해 놓은 블로그 포스트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 부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드러내주는 글. Paul Krugman의 주장을 요약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2012.10.19

- 1997년 외환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다고 지적하고, 그 당시 IMF의 조치가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화 시켰다는 글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했던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비판하는 글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2012.11.03

-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



  1.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남유럽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독일은 유로화 도입 이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독일의 자본은 남유럽 국가로 유입되면서 남유럽 국가의 부동산가격은 급격히 상승한다. 또한, 단일통화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독일 등과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남유럽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자, 단일통화로 생긴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본문으로]
  2. 가장 어이없는 경제이론. 경제학자들은 래퍼 곡선을 개소리로 취급한다. http:/joohyeon.com/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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