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디플레이션, 그리고 '리스크의 사회화'의 필요성부채 디플레이션, 그리고 '리스크의 사회화'의 필요성

Posted at 2012.07.17 00:19 | Posted in 경제학/일반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좋은 칼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1502.html?gnb_opi_opi03
성태윤. "전세계로 확산되는 '채무 디플레이션'". <조선일보>. 2012.07.17


"결국 디플레이션은 대부분 투자 감소와 자산 가치 하락을 수반한다. 이는 또한 투자의 상당 부분은 타인 자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흔히 이러한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채무의 실질 가치가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1억원을 빚내 2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집값이 1억5000만원이 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투자나 소비를 할 수 없고, 심한 경우는 파산하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의 집값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채무 디플레이션'이라고 명명한 이 경로는 대공황을 연구한 많은 학자가 당시 세계경제가 악화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생각한다.

1933년 미국 정부는 이 경로를 끊기 위해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경감하는 획기적 조처를 취했다. (...) 미국 시카고대학 크로즈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 계약을 일부 무력화함으로써 채무자 부담을 줄이는 조처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오히려 채권과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서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채무자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채무 디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

'받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나을 수 있을까?'라는 크로즈너 교수의 논문에서 지적된 것처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를 포함한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태윤 교수는 여기서 Irving Fisher의 '채무 디플레이션 debt deflation' 개념을 설명하면서 
'채무자의 상환을 독촉'하기보다 '채무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 경제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 라고 말한다.

"아니 빚을 갚으라고 해야지, 빚을 탕감해주는 게 모두에게 더 득이 된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Irving Fisher는 Debt Deflation 개념을 설명하면서 “the more the debtors pay, the more they owe.”라고 주장한바 있다.

이와 관련, 저번에 Paul Krugman의 주장소개한 적도 있는데 



"국가경제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다르다. 우리의 부채는 우리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는 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소득은 서로에게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당신의 소득이다.

빚을 줄이기 위하여 모두가 동시에 지출을 줄이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두의 소득이 떨어지게 된다. 당신이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나의 소득이 하락하고, 내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당신의 소득이 하락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소득이 곤두박질치고, 우리의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나아지지 않는다."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우리는 여기서 "리스크의 사회화"의 유용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들은 패전국 독일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였다. 독일은 그 배상금을 갚기 위해 화폐를 찍어냈고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다. 경제난에 빠진 독일인들은 극우정당을 선택하였다. 이는 히틀러와 나치의 등장을 불러왔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당시 John Maynard Keynes는 『평화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 of the Peace』) 라는 책을 통해 "독일에게 막대한 채무를 부담케 하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무시당하고 만다;;;;

이 사실에서 교훈을 얻게 된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배상금을 부여하는 정책이 아닌 "경제재건정책, 마셜플랜 The Marshall Plan"을 선택하게 된다. 
(소련의 등장으로 인한 미국-소련간의 냉전도 마셜플랜 가동의 주요이유 중 하나겠지만, '관념'자체가 변한 것이다.)

"채무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사회가 공동부담함으로써 경제회복을 이끌어 된다" 라는 생각.


"주식회사"의 개념도 '리스크의 사회화'와 연관되어 있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그가 인수한 주식금액을 한도로 하여 회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회사채권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주식회사 법인은 "유한책임 Limited Liability"을 가짐으로써, 파산시 사업주가 모든 부채를 떠안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본주의의 혁신을 불러와 이른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북돋게 되었다.

('개인파산' 제도도 '리스크의 사회화'라고 볼 수 있다.)


오늘자 <한겨레>도 '채무디플레이션'과 '디레버리징'이 불러오는 불황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2744.html
윤석천. "금리와 우산". <한겨레>. 2012.07.17

방향은 좀 다른데, 이 칼럼의 필자는 "실기한 금리결정으로 인해 애초에 많은 가계부채를 유발시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 한국경제에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는 "무리한 부동산담보대출, 그리고 부동산가격 하락 & 자영업자의 대출" 문제인데


부동산담보대출 문제는 DTI, LTV 등의 제도도입을 했다손치더라도
자영업자의 대출문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즉, "대기업 독과점"과 "퇴직 후 재취업이 불가능한 경제구조" 속에서 자영업자의 문제는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걸 단순히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실기'라고 지적하는건.................


우리는 보통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라는 구호를 통해 당국의 정책을 비난하지만,
"리스크의 사회화"를 할 수 밖에 없다.

http://news.donga.com/3/all/20120716/47788603/1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上> 빚에 갇힌 사람들". <동아일보>. 2012.07.16

이런 기사를 통해 5억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뒤, 가격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긴 한다.
2007년 이후, 대출 받아서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경제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는데;;;;;
그럼에도 그럼에도. 짜증나고 열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성태윤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 말미에 지적하듯이


"다만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새로운 채무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자 부담이 과중한 대출을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대출 확대로 전반적인 거품을 만들어 부동산 가격을 띄우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


라는 방법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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