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Posted at 2015.07.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지난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 · '유로존 결성 이후부터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 · '2008 금융위기 이후 유럽재정위기 발생까지'를 살펴보았다. 


유럽은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에 앞서 경제통합을 우선 진행하였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럽은 단일통화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라고 지적하였으나, 유럽통합은 경제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 였다.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결성되었다.



본래 여러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려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를 만족시켰어야 했다[각주:1].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은 ①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②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적인 조정 가능 ③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재정이전 가능 ③ 경기변동 충격이 통화지역 소속 국가간에 대칭적으로 발생 등이 있다.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하지 못한채 출범이 되었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은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에서 자라고 있었다[각주:2].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온 반면에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로존 내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도입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3가지 지점을 통해 보여주었다.


첫째,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개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변동환율을 채택한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발생시 통화가치 상승,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대외균형을 맞춰나간다. 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동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해서 누적된다.       


둘째,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부재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했다. 바로, 최종대부자의 부재이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등에서 많은 자본을 끌어왔다. 주변부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 또한 유로화를 쓴다. 즉,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국통화인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였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은 없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불균형은 더욱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셋째, 유로존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었다. 변동환율 ·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획득한 여러 국가들이 최적통화지역을 운용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위기 발생시 대칭적충격이 발생해야 한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하면, 유로존은 설립 이전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고,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한 일부 학자들의 바람[각주:4]과는 달리, 유로존 설립 이후에도 최적통화지역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는 (당연하다는듯이) 문제를 가져왔다. 경제위기의 씨앗인 경상수지 불균형이 자라나게 했으며, 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도 위기를 키워나갔다. 


이번글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 즉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이 유럽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 유로존 개별국가들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본 글은 2013년 11월 30일에 작성하였던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에서 다수 재인용 하였습니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가격 Mispricing과 Overestimated-Risk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들과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정부채권금리가 수렴(yield convergence)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을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시장(One Market, One Money)'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발생하자,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격차는 유로존 결서 이전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재정위기의 충격은 경상수지 적자 · 과도한 신용증가를 기록하고 있던 주변부 국가들에게 집중되었고, 이들 국가의 디폴트 위험이 증가한 결과 채권금리 또한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건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상관관계이다.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뚜렷한 관계를 띄지 않았다(Figure4). 그러나 2008 금융위기 이후,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간의 뚜렷한 양(+)의 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Figure5).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의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윗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클 때, 높은 채권금리가 발생한 시기는 2010년-2011년에 집중되어 있다. 바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심화되던 시기[각주:5]이다.


경제학자 Paul De Grauwe, Yuemei Ji는 2012년 논문 <Mispricing of Sovereign Risk and Multiple Equilibria in the Eurozone>을 통해, "2008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과 채권금리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채권금리가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와 자국통화를 쓰는 국가(stand-alone countries)를 비교했을때 발견되는 사실이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한 국가(파란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여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특히나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50%를 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권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빨간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①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의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한다는 것과 ②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하는 국가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2가지 사실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논문을 쓴 Paul De Grauwe, Yuemei Ji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금융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mispricing된 상태였다. 둘째,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정부부채 크기에 맞추어 정상수준(?)으로 돌아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와 비교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 위험도는 과대평가(overestimated risks) 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럽 주변부 국가들 채권금리의 위험이 과대평가되는 이유를 '자기실현적 유동성위기'(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에서 찾는다. 은행위기 발생 →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 증가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 높아진 금리는 부채부담을 가중시킴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으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위기이다.      


그렇다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국통화를 표기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과는 달리,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정부부채와 큰 상관관계를 띄는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바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의 부재'이다.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제목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Paul Krugman은 이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와 유럽 주변부 국가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loss of confidence)이 불러오는 국제수지 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이다.


국제수지위기란 '대외불균형(external imbalance)으로 인한 외국자본의 과다유입(capital inflows) → 갑작스런 유입중단(sudden stops) → 자본흐름의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s) → 급격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불러오는 위기이다.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은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갑작스런 자본유출은 자산시장 가격을 폭락시킨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가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만약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지고 있더라면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이용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해당국가가 부채에 대한 보증(guarantee)를 서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일종의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초래한다.


고정환율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없다. 변동환율제도 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결과 자본유입이 발생한다면,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경상수지 균형이 회복될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이러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리스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와 중앙은행'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이고,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럽재정위기는 국제수지위기이다.


(주 : 이러한 형태의 위기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6]에서도 보았으며, 유럽경제위기를 설명한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 Figure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


Paul Krugman은 유럽 주변부 국가와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신뢰상실에 이은 국제수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한다.


▶ 독자적인 통화

: 그림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 독자적인 중앙은행

: 그렇다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존재가 국제수지위기 발발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는 주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재정위기 와중에 '최종대부자' 역할을 200% 이행한 적이 있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각주:7]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며 강력히 발언하였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파트)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Figure 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 Figure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가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De Grauwe, Yuemei Jin과 Paul Krugman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more active liquidity policies by the ECB that aim at preventing a liquidity crisis from leading to a self-fulfilling solvency crisis.)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변부 국가들의 유로화 표기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 높은 인플레이션율 - 내적평가절하을 용이하게 만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적평가절하의 용이함'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란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을 통해 무역시장에서의 경쟁력(competitiveness)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내적평가절하는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정책 아닐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 전체에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은 더욱 더 쉬워진다. 


우선, 주변부 국가들이 왜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유럽경제위기는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8]에서 자라났다.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등 중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누적해왔고,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그리스 등은 경상수지 적자를 쌓아왔다. 따라서,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추후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은 자동적으로 조정된다. 또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여 불균형을 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변부 국가들은 환율조정이 아닌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는 경쟁력회복 방법[각주:9]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나가야 한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내적평가절하는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적평가절하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고 실현가능성이 낮다임금에는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이 존재한다. 한번 올라간 근로자의 임금을 다시 내리는 행위는 반발을 초래한다. 또한 근로자 임금하락은 생활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물가를 내리는 행위도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경기침체를 키울 수 있다.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면 내적평가절하는 쉬울 수도 있지만, 유로존은 상품가격·임금 경직성을 가진채 출범한 상태였다.

(주 :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였으나,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각주:10]하였다.)  


  •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의 표는 임금·물가만 내리는 방식의 내적평가절하가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내적평가절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율조정도 하지 못하고 상품가격·임금 경직성도 가진 상황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내적평가절하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 


한가지 방법은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이 10% 상승한다면, 주변부 국가들은 5%의 물가상승 만으로도 사실상 물가하락을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의 표를 다시보자. 1990년대 이후 'Internal devaluations only'가 성공한 경우는 극히 적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을 컨트롤 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각주:11]했다. 이는 다르게 말해,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다면 환율조정 동반 없는 내적평가절하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유로존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상승''독일의 임금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그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Ben Bernanke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킵니다.) 유럽 주변부 국가의 근로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음과 동시에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 여력이 합니다. 독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물론,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키울 수도 있죠. 그러나 확장적 통화정책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이를 상쇄시킵니다.


첫번째, 유로존 전체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주변부 국가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상대임금 조정을 더욱 더 용이하게 만듭니다. 두번째,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로존 전체의 경제활동을 증가킵니다. 

(Seeking a better balance of trade should not prevent Germany from supporting the European Central Bank’s efforts to hit its inflation target, for example, through its recently begun quantitative easing program. It’s true that easier monetary policy will weaken the euro, which by itself would tend to increase rather than reduce Germany’s trade surplus. 

But more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has two offsetting advantages: First, higher inflation throughout the euro zone makes the adjustment in relative wages needed to restore competitiveness easier to achieve, since the adjustment can occur through slower growth rather than actual declines in nominal wages; and, second, supportive monetary policies should increase economic activity throughout the euro zone, including in Germany.)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 -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하락 · 내적평가절하 달성을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경제위기가 초기에 진행됐을 때, 유럽중앙은행은 소극적으로 대응[각주:12]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미국 Fed는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채권금리를 낮췄다. 이에따라 미국 Fed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반해 유럽중앙은행은 한창 유럽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2010년-2011년에도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유럽경제위기의 충격이 주변부 국가들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즉,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이 핵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했다는 말이다. 


주변부 국가들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였으나, 이는 중심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유로존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을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중요[각주:13]하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각주:14].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주 : 2013년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였고 이후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채권금리는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결국 유럽경제위기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 그 자체가 문제'였다. 


최적통화지역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과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 충격'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유로존은 출범 이전부터 경직적인 상품가격·임금을 가졌었고, 출범 이후에는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되어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나갔다.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폭을 제한시켜 유럽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리고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부 국가들의 내적평가절하 달성도 어렵게 만들었다.  


1990년대 당시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은 성립 불가능하다. 유로존은 나쁜 아이디어이다. 유로존은 지속 불가능하다."(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 라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보고서를 통해 출범 이전부터 유로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그들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27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6.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7.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26 July 2012 [본문으로]
  8.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1.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2015.05.16 http://joohyeon.com/222 [본문으로]
  12.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13.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3.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4.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1. ㅇㄹ
    지금은 ECB도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어마어마하게 공급하고 있지 않나요?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렸는데 말이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좀 오르고 실업률이 조금 개선되긴 하고 있는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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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Posted at 2015.07.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재정위기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을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의 유럽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당시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통합을 진행하였다.


경제학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한 유로존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듯 했다. 경제성장률은 견고했고 인플레이션은 낮았다. 그러나 유로존 내부에는 경제위기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바로,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within eurozone)이다.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우리는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periphery)들은 유로존 바깥에서의 자본유입 · 낮아진 금리를 이용한 차입증가 ·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상실 등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유입)를 기록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을 받아들였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자본이동이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된 것이다.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주변부 국가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알아야한다. 유럽경제위기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남유럽 국가들의 과다한 정부부채'를 문제삼는다. 외신 또한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유럽재정위기) 라는 표현을 쓴다. 즉, 현재 유럽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국가부채'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 특히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과도한 국가부채'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스의 경우 2008년 이전부터 재정적자와 많은 국가부채를 기록하고 있긴 하였지만,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주변부 국가들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했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맞았겠지" 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윗 그래프를 살펴보아도, 그리스 ·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다롣 국가부채 비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들의 국가부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유럽재정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경제에 미친 영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는 유럽은행에 큰 손실을 안겼고, 은행의 손실은 유럽 주변부 국가의 재정부담을 증가시켰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미국발 2008 금융위기가 불러온 유럽은행위기'와 '은행위기가 재정위기로 커지게 된 이유'를 알아보자.




※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 유럽은행에 악영향을 끼치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은행', 특히 주변부 국가의 은행에 악영향을 끼쳤다. Philip Lane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Jay Shambaugh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보자.    


첫째로, 세계 투자자들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자신들이 했던 투자를 재평가(reassessing)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않았는지를 염려했다. 투자자들은 위험도가 큰 곳에 했던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피해는 계속해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되었다.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의 특성상,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었다[각주:1].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각주:2]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연체율 증가는 유럽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켰다.



둘째로, 2008년 당시 유럽은행은 미국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윗 그래프는 2007년 4분기-2008년 4분기 사이 미국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보유한 비중(파란색)과 손실규모(빨간선)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행은 전체 증권자산 중 미국 ABS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약 35%에 달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가치가 하락하거나 지급불능에 빠진 미국 ABS로 인해 큰 손실을 보았다. 


우리는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유로존 바깥의 자본은 주로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로 이동하였다고, 독일 · 프랑스 등은 그리스 ·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주변부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손해를 본 독일 · 프랑스 은행은 주변부 국가에 빌려주었던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대출상환요구가 빗발치자 유럽전체 금융시장은 경색되었다. 



 

윗 그래프는 독일 · 프랑스 은행이 주변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환요구를 보여준다. 특히나 아일랜드의 경우 독일 · 프랑스 은행 상환요구 액수는 GDP의 250%, 120%에 에 달했다.  ·     



이후, 유럽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된 모습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2007년-2012년 사이, 유로존에 속한 은행이 비금융기관에 대출해준 자금을 보여준다. 2008년 9월부터 대출금액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전의 대출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은 이전의 기능을 잃어버렸고, 2008년 9월 이후 유위험 금리와 무위험 금리의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유위험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Fed와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윗 그래프는 미국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Fed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면서까지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Fed의 자산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소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였고,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주 :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인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 → ... 의 악순환


미국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개입한 유럽. 결국 금융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부담은 각국 개별정부에 집중되었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결성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조항'(no bail-out clause)은 개별정부의 부담을 더욱 더 키웠다[각주:3]


이는 유로존에 가입한 개별 국가의 도덕적해이와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유로존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 소재 은행만을 구제할 수 있고, 자국 소재 은행이 위험에 처했을때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결국 변부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재정을 이용해서 자국은행을 구제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주변부 국가의 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재정위기는 은행위기 심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Patrick Honohan, Daniela Klingebiel의 2003년 논문 <The fiscal cost implications of an accommodating approach to banking crises>과 Ashoka Mody, Damiano Sandri의 2012년 논문 <The eurozone crisis: how banks and sovereigns came to be joined at the hip>, 그리고 Viral Acharya, Itamar Drechsler, Philipp Schnabl의 2011년 논문 <A Pyrrhic Victory? - Bank Bailouts and Sovereign Credit Risk>은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의 악순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 유럽 은행위기 → 재정위기



위의 표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클수록 정부의 재정부담(fiscal cost)이 커짐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재정에 부담을 준다.


첫번째, 은행위기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세입을 감소시킨다. 금융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은행기능이 마비되면 (앞서 보았다시피) 대출거래가 감소하여 경제 전체 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제성장이 저하된다. 


두번째 경로가 중요한데, 은행의 파산을 막기위해 정부는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출이 증가한다. 이로인해 주변부 국가의 GDP는 감소하고 정부부채를 증가하는데, 2008년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은행은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이제 정부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구제금융 이전 정부(짙은색)와 은행(연한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를 보여준다. 정부가 은행을 도와주기 전에는 은행의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함을 보여준다.  



윗 그래프는 구제금융 기간 동안의 정부(짙은색)와 은행(연한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를 보여준다. 정부의 구제금융에 힘입어 은행의 금리는 상당히 감소하였다. 은행위기가 진정된 것이다. 그러나 구제금융 과정에서 지출이 증가한 정부의 금리는 상승하였다. 금리상승은 부채 부담을 증가시켜 재정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 재정위기 → 은행위기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증가와 정부금리 상승으로 정부는 이제 재정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이는 은행위기 심화로 이어진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제 정부의 신용도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국가 ·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국가일수록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구제금융 이전 투자자들은 정부의 부채비율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으나, 제금융 이후 투자자들은 '정부의 디폴트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 :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의 위험을 재평가하게 된 배경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참고)  


정부의 디폴트 위험 증가는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추가적인 구제금융'에 대한 기대를 없애버린다. 현재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가 향후 은행위기 발생시 구제금융을 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는 아직 파산은 하지 않았으나 경영상태가 불안정한 은행의 위험도를 키운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전과 이후,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구제금융 이전에는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가 별다른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정부부채가 많은 국가이든 적은 국가이든 투자자들은 이들을 똑같이 인식했다. 


그러나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였고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 디폴트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각주:4]했다. 그 결과, 구제금융 이후에는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했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후의 국가별 CDS 금리와 은행 금리가 동반상승 했음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를 막기위해 구제금융을 시행하였으나, 구제금융 이후 정부 디폴트 위험이 증가하여 은행의 디폴트 위험도 커진 것이다. 결국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에게 남은건 '증가한 정부부채'와 '높은 채권금리' 즉, '재정위기'(Sovereign Debt Crisis) 뿐이었다. 


이 2가지 그래프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변부 국가의 정부부채는 2008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증가하였고, 구제금융 시행 이후 채권금리가 유로존 결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윗 그래프는 '정부부채 위기'(Sovereign debt crisis) ↔ '은행위기'(Bank crisis) ↔ '성장과 경쟁력 위기'(Growth and competitiveness crisis) 간의 연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위기

: 과도한 정부부채는 디폴트 위험을 증가시킨다. 은행들은 보통 자국 정부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국정부의 디폴트 가능성 증가는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 은행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의 파산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킨다. 금융시스템 마비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로 인한 세입감소와 은행 구제금융 과정에서의 정부지출 증가. 은행위기는 곧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 정부부채 위기 → 성장위기

: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악영향을 초래[각주:5]한다. 


● 성장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역으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상환능력을 훼손시킨다(insolvent)


● 은행위기 → 성장위기

: 은행위기로 인한 금융시스템 마비는 경제성장을 저하시킨다.


● 성장위기 → 은행위기

: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은 자산가치를 하락시킨다. 은행은 부동산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산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그렇다면 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정책 보다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있었더라면,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이 재정이전을 통하여 주변부 국가들을 도왔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부담은 완화되었을 것이다. 


즉,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의 부담이 크다. 이렇게 재정정책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들은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구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이다.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또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에서는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1.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5.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1. ㅈㅈ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만 자료에 출처가 없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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