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Posted at 2015. 8. 5. 21:4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 그렇다면 왜 정치인들은 '유로존'을 만들었을까?

-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유럽인들


본 블로그의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그리스 경제위기의 구조적원인'과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2015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럽경제위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개별국가들의 환율을 서로 고정시킨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단일화폐인 유로화 도입을 거쳐 현재의 '유로존'(Eurozone)이 만들어졌으나, 결성 이전부터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각주:1]였다.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행위가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 등등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면 '어떤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또 어떤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불균형'을 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국가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했다면 환율변동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간에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환율변동을 통한 경상수지 조정을 이루어낼 수 없다.


이때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이 신축적으로 움직이고, 서로 다른 국가간에 재정이전이 발생하며,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 충격이 이루어지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에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다. 즉,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면 경상수지 불균형이 시정되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하였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행위는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유로존 출범 이후부터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core) 국가와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periphery) 국가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누적[각주:2]되어 왔고, 이는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경제위기 초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소속 국가간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각주:3]. 만약 서로 다른 국가가 각자의 통화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었다면,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은 모든 국가들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에 맞는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경제위기 발생 이후 공격적으로 대처한 미국 Fed와 달리, 유럽중앙은행은 미온적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경제위기는 심화되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통화정책 활용에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개별 국가들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도구로 재정정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경기안정화를 위한 정부지출 증가는 고스란히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각주:4]


만약 유로존 소속 국가간에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가능했다면,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은 '연방재정'(federalized budget) 혹은 '재정동맹'(fiscal union)이 부재한 상황에서 출범하였고, 경제위기가 남긴 것은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부채 증가' 뿐이었다.  


결국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은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로존은 애초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리고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공유한 행위는 경제위기를 키우는 책임을 제공하였다. 게다가 연방재정의 부재는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부채 증가를 초래하였다.


유로존 출범 이전부터 수 많은 경제학자들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특히나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할 유로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유럽은 이토록 문제가 많은 유로존을 만들었을까? 바로, 유로존은 '유럽인들이 꿈꾸는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후, 유럽인들은 정치적·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유럽통합'을 꿈꾸기 시작했다.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한 첫 단계인 경제통합 이었다.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2가지 상반되는 함의를 가져다준다.


경제통합의 산물 유로존은 정작 경제학적 이론은 무시한채 정치적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근본적결함을 가진 유로존은 지속될 수 없다.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해 유로존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유로존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이 필요하다.


분명 경제학으로 따져봤을때 유로존은 말도 안되는 통화동맹이다. 근본적결함을 가진 유로존은 지속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유로존을 해체하여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위기로 인한 비용을 초과한다면 유로존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해체가 아닌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하다. '재정동맹 부재'가 문제라면,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내어 '연방재정'을 건설하면 될 것 아닌가? 


이번글에서는 '유럽통화동맹 결성의 정치적목적'을 일찌감치 강조한 Martin Feldstein의 1997년 논문과 '더 강한 통합'을 내세우며 유럽경제의 불안정성을 잠재운 Mario Draghi의 2012년 기념비적인 연설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럽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닌 유럽통합이 이루어지느냐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 유로존 소속 국가들간의 충돌(conflict)이 지속된다면?



1990년대 초반부터 유로존 구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세운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그는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서, "정치적목적으로 도입된 유로존은 경제적관점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유럽인들은 통화동맹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초과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의 논문을 통해 유럽경제위기를 '유럽통합의 과정'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제 그의 논문 요약본을 자세히 살펴보자.    


■ 서론

: 유럽통화동맹(EMU)의 도입은 20세기 유럽 정치적 이벤트에 있어 엄청난 사건입니다. 유럽통화동맹은 단순히 개별국가의 통화를 단일통화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정치와 세계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유럽의 정치통합(political union)을 만들어내는 사건입니다.


제게 있어 분명한 것은, 유럽통화동맹은 단일통화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 유럽통화동맹은 미래의 유럽을 위한 정치적 관점이 반영된 산물입니다. 


저는 이러한 정치적동기(political motivations)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유럽통화동맹을 만드려는 유럽인들의 결정을 "단일통화동맹이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유럽 결정권자들이 판단했구나" 라고 해석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이용한 경제적 관점에서 유럽통화동맹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정책결정권자들이 경제학적 이론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political consideration)으로 유럽통화동맹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은 인식해야 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유럽통화동맹이 가져오는 순경제적이익은 음(-)의 값입니다.(net economic effect of a European Monetary Union would be negative.) 유럽인들의 삶의 질은 중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것입니다. 결국에 유럽인들은 유럽통화동맹의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넘어서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it should be for the Europeans themselves to decide whether there are net political advantages of EMU that outweigh the net economic disadvantages.) 


불행히도 유럽인들은 논의과정에서 정치적이익, 경제적불이익의 상쇄관계를 생각치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통화동맹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마케팅 되고 있기 때문이죠.(because EMU is being marketed as a source of improved economic performance.) 


▶ Martin Feldstein은 '유로존의 경제적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결성 이전 유럽인들은 단일통화 사용이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준다고 꿈꾸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통화동맹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초과해야만, 유로존은 정당화 될 것이다. 유로존은 유럽국가들에게 정치적이익을 안겨다 줄 수 있을까?


■ 유럽통화동맹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European Monetary Union)

: 유럽통화동맹의 근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외교관 Jean Monnet 등은 미국과 같은 형식의 유럽연방을 구성함으로써 미래의 유럽내 전쟁을 막는 구상을 하게 됩니다. 독일의 Helmut Kohl 총리 또한 유럽통화동맹을 적극 지지합니다. 경제적통합 이후의 더 강한 정치적통합은 유럽내 전쟁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이죠.


유럽통합 구상은 개별국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경제통합과 정치통합을 통해 유럽내 공동관리자(co-manager)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보다 인구가 50%나 많은 독일에 주도권을 내주기 보다는 말이죠. 


유럽 국가들은 유럽통합을 구성하여 독일의 힘을 봉쇄하려 합니다(contain a potentially dangerous Germany within Europe). 독일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스스로를 '유럽연합내 타고난 지도자'라고 여깁니다. 유럽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건설될 것이고 기능은 독일중앙은행과 유사합니다. 독일은 '통화정책을 지배'(dominate monetary policy)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강력한 재정규율 정책'을 요구하여 관철[각주:5]시켰죠. 


다른 국가들은 유럽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탈리아는 유럽통화동맹에서 낙오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스페인은 통화동맹에 가입함으로써 유럽역사에서 고립되어왔던 과거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다른 유럽 소규모 국가들은 미래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의사결정과정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를(have a seat at the table) 원합니다. 유럽통합에 참여하려는 국가들은 이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유럽통합에 참여하지 않을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차별을 두려워해서 입니다.


유럽통합은 경제적이익 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Martin Feldstein은 제2차 세계대전를 겪은 유럽이 미래의 전쟁을 막기위해 유럽통합을 꿈꾼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적이익 보다는 정치적고려에 의해 만들어지는 유럽통화동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Martin Feldstein은 유럽통화동맹 결성 이전부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다줄 폐해'를 지적해왔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기적실업'(Cyclical Unemployment)이다. 단일통화를 구성하는 국가들끼리 비대칭적인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면, 어떤 국가는 완전고용 상태이나 또 다른 국가는 실업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실업이 발생한 국가는 금리와 환율 변동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90년대부터 Martin Feldstein이 지적해온 문제는 결국 2000년대 후반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 결론

: 유럽통화동맹이 가져다줄 경제적 결과는 부정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이것을 무시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유럽통화동맹을 유럽의 정치적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Political leaders in Europe seem prepared to ignore these adverse consequences because they see EMU as a way to further the political agenda of a federalist European political union.)


비록 유럽통합이 유럽내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여지지만, 유럽통합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유로존내 독립적 통화정책의 부재와 고정환율제는 경기순환이 다른 국가들 간의 충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에 하나의 외교·군사 정책을 부과하는 것 또한 이러한 경제적 충돌을 키울 수 있죠.

(Uniform monetary policy and inflexible exchange rates will create conflicts whenever cyclical conditions differ among the number countries.)


일단 유로존에 가입한 국가들은 탈퇴할 수가 없습니다. 통화동맹 구성과 단일통화 채택은 영구적으로 유지될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그럼에도 통화동맹이 가져올 경제적 불이익과 정치적 충돌은 몇몇 국가들이 "유로존에 가입한건 실수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유럽통화동맹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유로존이 실업과 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유럽내 평화와 충돌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판단될 것입니다.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부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전체의 통화정책을 관할[각주:6]하고 있다. 또한 유로화 자체는 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 변동환율제이지만, 유로존 소속 국가들끼리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구조속에서, 경제위기 발생 이후 그리스 등 주변부 국가들은 실업감소를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과 유로화 가치의 하락을 원하지만, 독일 등 중심부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원한다. 이는 주변부 국가와 중심부 국가 간의 경기순환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통화정책 방향과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충돌(conflict)[각주:7]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Martin Feldstein은 애시당초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로존을 추구한 이유는 '유럽 국가들간의 충돌방지'였다. 그런데 유로존이 '유럽 국가들간의 충돌방지'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을 유지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유로존 자체가 지속불가능 할 것이다.  


  • <The Economist>의 7월 11일자 표지. 
  • 폭풍을 일으키는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와 꿈쩍하지 않는 독일 메르켈 총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인지한채로 2015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그리스-독일 간의 충돌을 살펴보자. 


2015년 6월 30일,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은 IMF에 상환해야할 채무를 갚지 않았고 독일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스는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구제금융안 반대'를 의제로 국민투표에 돌입하였고 61%의 그리스 국민들은 구제금융 반대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독일 등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은 결국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개혁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일인과 그리스인은 서로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독일인들은 "독일은 피해자다(victim).왜 우리가 계속해서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느냐. 돈을 흥청망청 쓴 그리스놈들이 문제지." 라고 생각[각주:8]하고 있으며, 그리스인들은 "합의안은 굴욕적이다(humiliation). 왜 우리가 긴축, 구조개혁을 해야하느냐" 라고 생각[각주:9]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구제금융안을 두고 대립하는 독일인과 그리스인의 갈등'은 단순한 채권자-채무가 간의 갈등이 아닌 '유럽분열'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중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은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을 서로 다르게 받을 것이다. 그런데 경기침체 대응을 둘러싸고 이렇게 갈등만 벌어진다면, 앞으로 유로존이 지속가능할까? 유로존이 지속불가능하다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치적 꿈 또한 깨지게 된다.    

  

게다가 독일 등 중심부 국가와 그리스 등 주변부 국가들의 충돌은 '재정동맹(fiscal union) 결성의 어려움'도 나타낸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에서 말했듯이,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의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로존은 구성하는 국가들은 '서로 다른 국가들'이기 때문에 재정이전이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친 세금을 다른나라 국민을 위해서 쓴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바친 세금을 일본이나 중국을 위해 쓴다? 이것을 받아들일 한국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재정은 나라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된 사항이다. 안그래도 재정동맹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국민들 간의 감정충돌이 발생한다면 재정동맹 결성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고 유럽경제위기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결국 유로존은 깨지게되고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치적 꿈 또한 깨지게 된다. 




※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do whatever it takes)



이런 갈등 속에서도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한 유럽인들의 꿈은 지속되고 있다.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라도 '재정동맹 결성을 통한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한 상황[각주:10]이다. 이러한 '유럽인들의 꿈'(more Europe)이 잘 나타나 있는 텍스트는 바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의 2012년 연설[각주:11]이다. 


2015년 현재와 마찬가지로 2012년에도 그리스 · 스페인 등 주변부 국가들의 급증하는 정부부채가 문제였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채권 금리도 치솟았는데, Mario Draghi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do whatever it takes)"라는 기념비적인 연설을 남기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제 그의 기념비적인 연설을 살펴보자. (모든 내용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주요내용만 발췌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 중 첫번째는 오래전 사람들이 말했었고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로존은 bumblebee와 유사하다."(The euro is like a bumblebee.) bumblebee는 자연의 미스테리 입니다. 이것들은 신체구조상 날 수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이론상 유지될 수 없는) 유로존 또한 지난 몇년간 유지되어왔죠. 


제가 던지고자 하는 첫번째 메세지는 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로존은 더욱 더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10년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 고용률, 생산성은 미국 혹은 일본만큼 안정적입니다. 


두번째 메시지는 지난 6개월간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주: 이 연설이 2012년 7월에 행해졌음을 상기하자.) 오늘날의 유로존과 6개월 전의 유로존을 비교한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으며 나아졌다는 것을 모두들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진보는 다른 양상으로 벌어졌습니다. 우선 국가단위에서 이루어졌죠.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말이죠. 부채관리와 구조개혁에서 진보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더 큰 진보는 초국가단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지난번 회담이 크나큰 성공이었다고 항상 말하고 있습니다(I always say that the last summit was a real success.). 지난번 회담은 정말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영국을 포함한 유로존내 27개국 정상들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약한 통합이 아닌 더 강한 통합"(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4가지 블록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재정동맹, 금융동맹, 경제동맹 그리고 정치동맹.(a fiscal union, a financial union, an economic union and a political union.) 이러한 블록들은 국가주권에서 행해지던 것들이 초국가 단위에서 행해짐을 뜻합니다. 


제가 세번째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적인 요소입니다. 사람들이 유로존의 취약성과 유로존의 위기를 이야기 할때마다, 그들은 유로존에 투입된 정치적자본의 양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underestimate the amount of political capital that is being invested in the euro.)


우리의 의무 한도내에서,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는 이 연설을 통해 중요한 사항을 2가지 이야기하였다. 


첫번째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약한 통합이 아닌 더 강한 통합"(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이라는 것. 


두번째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는 것.


       


실제로 기념비적인 이 연설이 행해진 직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이 연설은 유럽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선언함과 동시에 '유로존을 지키기 위한 유럽의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에도 그리스를 제외하고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이탈리아 등의 경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을 위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약 유로존이 깨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벌어졌던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간의 갈등은 '경제이론을 무시한 유럽통합의 꿈이 무너지는 과정' 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몇년 뒤에 경제위기가 완전히 극복되고 진정한 유럽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갈등은 그저 '유럽통합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남을 수도 있다.    


<Financial Times> 기자인 John Thornhill는 2015년 8월 3일 기사를 통해 "European federalism is not dead yet" 라고 말한다. 2015년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방의 꿈을 깨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동맹(fiscal union)을 통한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글에서 '위험감소냐, 위험분담이냐 -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 · 구제금융 방지 조항' 파트.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6.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7.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8. 'Germany’s Destructive Anger'. NYT. 2015.07.15 [본문으로]
  9. 'Greece’s Alexis Tsipras faces Syriza rebellion over ‘humiliation’. FT. 2015.07.14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11. Verbatim of the remarks made by Mario Draghi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26 July 2012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Posted at 2015. 7. 27. 15:22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이루어서 물리적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게된다.(제가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더 자세한 내용은...유럽내 경제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생각에서 먼저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 이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 등을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수준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EMU)이 1999년에 만들어졌고,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되어 유로존(Eurozone)이 탄생하였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 사이에는 관세가 면제되었고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졌다.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함에 따라 환율리스크가 제거되어 상품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개의 시장이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을 것[각주:1]이다. 


1990년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One Market, One Money>(<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장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래. 여러 국가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니 좋을수도 있지. 그런데 여러 국가가 하나의 통화(common currency)를 사용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단일통화가 환율리스크를 제거해준다면, 왜 전세계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쓰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처럼, 단일통화가 이점을 가져다준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것일까? 단일통화의 이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서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단일통화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면 '세계 경제공동체'가 탄생할텐데 말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일통화 사용시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

③'과연 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인지'를 살펴보자.




※ 최적통화지역 이론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자의 통화'를 쓰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원화, 일본은 엔화, 미국은 달러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가들은 '서로 똑같은 통화'(단일통화)를 쓰거나 '각자의 통화 + 고정환율제'를 쓰지 않고, 왜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단위의 생각에서 벗어나보자. 통화사용 area를 national이 아니라 region[각주:2]으로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국가단위에서 생각했을때는 당연했던 것이 region 단위로 생각하니 찜찜함이 나타났다. 이처럼 경상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region인 한국과 일본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 Robert Mundell은 1961년 논문 <Theory of Optimum Currency Areas>(<최적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 그리고 '어떠한 지역들이 통화를 같이 써도 좋은지' 등을 잘 설명해주었다. 그 유명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 우선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부터 알아보자.  


▷ 세계 여러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따라서 상품판매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은 다시 균형(balance)지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한국은 적자에서 탈피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일본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 일본의 교역조건은 악화되지 않고 판매량 또한 증가된 수준에서 유지된다. 이 경우, 한국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실업은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자,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특정국가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어떤 국가는 흑자를 또 어떤 국가는 적자를 기록했을 때,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흑자국이든 적자국이든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일본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또한,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지 않을때 한국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상품가격과 임금의 하락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을 낳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하락시킨다. 반대로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을때 일본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인위적인 가격통제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을 교란시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국과 일본 양 국가가 균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한 국가가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데, 이 상황은 '최적상태'(optimum)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

: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모든 국가들의 통화 사이에서 가치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통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를 수 없다. 즉, 든 국가의 통화가 고정환율로 묶여 있다면, 이는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리를 하면,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해도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최적상황(optimum)이 아니다.  


▷ 균형조정 과정에서 '변동환율제'의 역할

: 그 결과,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남은 선택권은 '전세계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지만 '서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변동환율제(flexible exchange rate)는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상황'(optimum)을 만들어준다.     


자, 앞선 예시처럼 일본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일본은 흑자를 한국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일본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한국에서는 실업이 발생한다. 이때, '환율이 조정'된다면 최적상태(optimum)에서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를 상승시켜서 일본내 상품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국제시장에는 비싸게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1엔=1원 이라고 가정하자. 일본은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 100원에 팔고 있다. 이때 통화가치가 1엔=2원으로 상승한다면,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서는 200원에 팔게된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일본 상품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악화를 가져오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감소한다. 일본은 흑자에서 균형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일본내 상품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다른나라 시장에서의 가격만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제 일본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아도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은 상품판매 감소로 인해 적자와 실업이 발생하였다. 이 경우 한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내 상품가격과 임금이 감소하지 않아도 된다.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상품판매량을 증가시키고 균형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느냐에 상관없이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을때 만들어지는 균형은 최적상태(optimum)이다. 양 국가 모두 어떠한 피해도 없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어떠한 지역들이 서로 같은 통화를 써도 괜찮을까


자, 그러면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적상태(optimum)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간단치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국가내 region'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국가단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했을때 발생하는 문제가 똑같이 나타난다.


만약 경기도 상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경기도는 흑자와 물가상승 압력이 충청도는 적자와 실업이 나타난다.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면 충청도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충청도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처럼 충청도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충청도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특정 region은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최적상태(optimum) 도달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내 여러 도(道)들은 서로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일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한다면, 도쿄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오사카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한다. 오사카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일본의 서로 다른 도시들은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기도와 일본의 도쿄, 한국의 충청도와 일본의 오사카가 서로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앞선 논리에 따르면 경기도·충청도, 도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하기보다 경기도·도쿄, 충청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해야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즉,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져서 경제위기 충격이 대칭적(symmetric shock)으로 발생하는 region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할때 달성가능하다. 바로 아랫그림처럼.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로 통화지역을 구성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쨌든 같은 통화를 쓰는 통화지역을 국가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단위의 통화지역이 최적상태(optimum)가 되게끔'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서로 다른 국가끼리는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optimum)상태 달성하다. 변동환율이 조정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국가내 region끼리는 환율조정을 통한 최적(optimum) 상태 도달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변동환율'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Robert Mundell이 제시하는 대안은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이다. 


자,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자. 경기도는 상품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충청도는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충청도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경기도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충청도는 실업문제가 해결되었다. 경기도는 노동공급 증가로 인해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된다. 


즉, 여러 region이 뭉쳐서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을때 region간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보지 않고도 균형달성이 가능하다. 그 결과,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여러 region들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이 된다. 


▶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


또 다른 대안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price·wage flexibility)이다. 우리는 앞선 예를 통해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봤었다.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적자와 실업이 발생했을때 상품가격 · 임금 하락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이라 부른다. 물론, 이 방법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낮출 수 있다.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은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지만, 어쨌든 적자지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변하는 region들끼리 뭉친다면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통합재정의 존재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도는 지자체의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gion-specific fiscal policy). 그렇지만 지자체 재정지출의 증가는 미래 세금인상을 기대케하여 오히려 소비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리카도의 동등성정리, Ricardian Equivalence). 


실업이 발생한 region이 재정지출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되려 악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같은 통화를 쓰는 또 다른 region이 재정이전을 통해 충격이 발생한 region을 도울 수 있다. 이럴경우, 미래 세금인상 부담을 두 region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현시점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


이처럼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끼리는 통합재정(fiscal union)을 운영하여 세입·지출을 공유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대칭적충격 


경기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도쿄는 흑자, 오사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을 똑같은 겪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간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 확장정책은 적자와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도울 수 있지만,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심화시킨다. 긴축정책은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더더욱 나락으로 빠뜨린다. 


이와달리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확장정책은 모든 region의 실업을 감소시킨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축정책은 모든 region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킨다. 


이처럼 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사이에서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symmetric shocks)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인가?


앞선 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①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

: 서로 다른 region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봐야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만약 비슷한 특징을 가진 region들끼리 뭉쳐서 통화지역을 구성한다면 문제를 피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하다.


②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를 피하려면, 노동이동이 자유로운 region ·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인 region · 재정을 공유하는 region ·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region들기리 통화지역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경우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충청도가 같은 통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재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도쿄와 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쓸 수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을 공유하지 않는데다가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의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공유한다면 최적통화지역 달성이 불가능하다. 


  • 왼쪽 : Martin Fedlstein
  • 가운데 : Barry Eichengreen
  • 오른쪽 : Paul Krugman


그렇다면 유로존내 독일  프랑스 ·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같은 통화를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들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이고, 통합재정을 운용하고, 경기변동의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경직적인 상품가격과 임금을 가졌다. 또한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을 달성할 수 없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을 이룰 수 없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 논의를 이끌었고, 이들은 주로 '유럽내 노동이동 장벽 · 재정통합의 부재'를 지적해왔다.


Martin Feldstein은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 "유럽통합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라고 말한다. 


Barry Eichengreen은 1991년 논문 <Is Europe an Optimum Currency Area?>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판단하는 지수(index)를 제시한다. 그는 이를 통해 "유럽은 이상적인 최적통화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라고 말한다.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assachuesttes for EMU>을 통해, "유럽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 최적통화지역 내생성


  • 왼쪽 : Jeffrey Frankel
  • 오른쪽 : Andrew Rose


그러나 "일단 유럽통합이 진행되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 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경제학자 Jeffrey FrankelAndrew Rose'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를 주장하였다.


기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시 region간 대칭적 충격이 외생적(exogeneous)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단일통화를 써야만 최적상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은 일단 단일통화를 쓴다면 무역거래가 증가하고 경기변동 동조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내생적(endogeneous)으로 충족된다 라고 말한다.


Andrew Rose는 1999년 논문 <One Money, One Market- Estimating the Effect of Common Currencies on Trade>을 통해, 유로존 도입 이후 유로존내 무역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Jeffery Frankel은 Andrew Rose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후 무역거래량 증가는 경기변동 동조화를 낳는다." 라고 말한다. 무역거래로 여러 국가가 연결된다면 경기변동 충격이 서로에게 전이되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들끼리 비슷한 경기변동을 겪는다는 논리이다. 이럴 경우,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들의 공동연구, 1997년 논문 <Is EMU more justifiable ex post than ex ante?>, 1999년 논문 <The 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은 '1990년대 당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써도 괜찮다'는 이론적근거를 제공해주었다. 논문제목처럼 유럽통화동맹(EMU)은 사후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That is, a country is more likely to satisfy the criteria for entry into a currency union ex post than ex ante.)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한 기획된 유로존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2가지 사항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은 '유럽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첫째,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둘째,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는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유로존의 본래 목적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목적 이었다. 그리고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20세기 최고 경제학자 중 한명인 Milton Friedman은 유로존이 본격 출범하기 전인 2000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학문적 관점에서 유로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기적입니다. 매우 놀라운 기적이죠. 저는 유로화가 계속해서 성공해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만 유로화가 어떻게 작동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겠죠."


(“From the scientific point of view, the euro is the most interesting thing. I think it will be a miracle -well a miracle is a little strong. I think it's highly unlikely that it's going to be a great success. … But it's going to be very interesting to see how it works”.)

: Milton Friedman in an interview in May 2000.


"An interview with Milton Friedman. Interviewed by John B. Taylor, May 2000", chapter 6 in P. Samuelson and W. Barnett, eds., Inside the Economist's Mind. Conversations with Eminent Economists, Blackwell, Oxford.


유럽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은 일부 우려와는 달리 잘 작동해 나가고 있었다. 


유럽위원회는 2009년 보고서 <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적이익이 아닌)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점과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을 발판으로 설립된 것이 아닙니다.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우는 학자들은 유럽통합의 정치적, 역사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The OCA paradigm gave a negative bias to the evaluations of the single currency by stressing a number of costs of unification, while ignoring dynamic, political and institutional aspects of monetary integration.)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워서 유로존을 비판하는 시각은 통화동맹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을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보죠. 일단 유로존이 설립되면, 유로존은 궁극적으로 정상상태로 갈텐데 말이죠."

(The OCA paradigm inspired a static view, overlooking the time-consuming nature of the process of monetary unification. ,,, In short, by adopting the OCA-theory as their main engine of analysis, US academic economists became biased against the euro. ... Perhaps we should take this as a positive sign for the future of the euro: once established, it eventually will turn into the normal state of monetary affairs?)


European Commission.2009.<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의기양양하던 유럽. 그러나 이후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유로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region을 '지역'으로 표기시 최적통화'지역'(area)와 혼동될 여지가 있어서, 영어표현 region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