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⑩] China Shock Ⅱ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⑩] China Shock Ⅱ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

Posted at 2020. 1. 5. 22:4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he China Trade Shock 

- Autor, Dorn, Hanson (2013)의 연구를 잇는 후속연구들


▶ Autor, Dorn, Hanson의 2013년 연구


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에서 소개한 오토어(Autor) · 돈(Dorn) · 한슨(Hanson)의 2013년 연구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경제학계와 미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막연하게 "아...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가 미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은데.."라고 느끼던 사람들은 대중국 수입증대가 미국 제조업과 지역 노동시장에 어떤 형태로 충격을 주고 있는지를 오토어 · 돈 · 한슨의 실증분석을 통해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무역론을 세상에 내놓은 애덤 스미스[각주:1]는 『국부론』에서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라고 말했고, 현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는 무역개방 이후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 전체 고용은 유지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 이론과 현실은 다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재취업 여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서 퇴출된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란 교과서가 말하는 것보다 힘듭니다. 게다가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에 재취업 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만약 현실 미국에서 제조업 근로자들이 비제조업으로 쉽게 이동하거나, 쇠락하고 있는 본거지를 떠나서 충격을 적게 받은 다른 통근 구역의 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크게 나빠지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다른 지역들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해, 미국 지역 노동시장들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했거나 지역 간 차이가 드러났다는 사실 그 자체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한 충격 조정 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냅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가정하는 '무역 충격의 조정기제'(adjustment mechanism)가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데,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몰려있습니다.


남부 대서양 지역은 가구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에 특화 · 중서부 지역은 저숙련 조립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고, 충격을 흡수하는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남부(South) · 중서부(Midwest)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regional inequality)을 초래한 건 당연한 결과 입니다.


이처럼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무역의 분배적 영향'(the distributional consequences of trade)과 '무역 충격 조정과 관련한 중기 효율성 손실'(medium-run efficiency losses associated with adjustment to trade shocks)을 일깨워 주었고, 이후로도 후속연구를 이어갑니다.


▶ Acemoglu, Autor, Dorn, Hanson, Pierce의 2016년 연구


  • 위 :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데이비드 돈(David Dorn), 고든 한슨(Gordon Hanson)

  • 가운데 :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브렌던 피어스(Brendan Pierce)

  • 아래 : 이들의 2016년 논문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오토어 · 돈 · 한슨은 동료 경제학자 아세모글루 · 피어스와 함께 2016년 논문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Import Competition and the Great US Employment Sag of the 2000s>)을 발표합니다. 


이들은 2016년 논문을 통해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를 탐구하였고, 1991년-2011년 사이 중국 수입경쟁으로 인한 미국의 총 일자리 손실의 하한선은 260만개 라고 말합니다. 

(주 : 2013년 연구는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손실이 154만개 라고 추정)


그렇다면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는 무엇이며, '교역산업인 제조업 뿐 아니라 비교역산업인 비제조업이 어떻게 무역 충격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번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을 증폭시킨 요인들

-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 지역 내 총수요 승수효과


▶ 1991년~2011년, 중국의 수입침투 증가 (Chinese Import Penetration)


  • 1991년~2011년 미국 내 중국의 수입침투율(Chinese Import Penetration Ratio)

  • 미국의 대중국 수입 및 대중국 수출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각주:2]가 살펴본 시계열(1991년~2007년)을 2011년까지 확장하여 중국발 무역 충격의 크기를 추정했습니다.


이때, 2016년 연구가 정의한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국 내 총소비 중 대중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 '입니다. 2013년 연구가 사용한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와는 다릅니다.


2016년 연구는 지역 단위 뿐 아니라 전국 단위 분석도 실시하였고,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효과' 및 '지역 내 총수요 효과'로 인해 중국발 무역 충격이 2013년 연구에서 결론지은 것보다 크다고 말합니다.


▶ 전국의 산업간 투입-산출 연결 관계 (Industry Input-Output Linkages)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 지역 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수입경쟁 증대로 지역 내 제조기업이 타격을 받고 이곳에 종사하던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이 악화되는 경로를 살펴봤습니다.


기서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제조업 기업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점 입니다. 이른바 '산업의 투입-산출 연결관계'(Industry Input-Output Linkages) 입니다.


기업이 완성형 제품을 생산(output)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부품(input)을 조달해야 합니다. 역으로 중간재 및 부품(input)을 생산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output)을 위해 이를 필요로하는 기업에 판매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지역 내에서만 부품을 조달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위치한 기업과도 거래를 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직접 연결을 넘어서 간접적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결은 산업을 뛰어넘습니다.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다른 곳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조달하여 부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기업들은 몇 단계를 거쳐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조기업이 만든 최종 상품은 유통 · 물류 · 도소매 판매 서비스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즉, 개별 기업들은 지역과 산업을 뛰어넘은 투입-산출 관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연결된 기업의 경영상태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및 기업 간 투입-산출 연결관계는 고려치 않고, 수입경쟁이 지역 내 제조기업에게만 전달한 영향만 살펴본 2013년 연구는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을 과소평가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에서 연결된 제조업이 받은 영향(Sectoral Linkage at National Level)을 살펴봅니다.


저자들은 기업들간 연결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다운스트림 영향(Downstream Effect) 입니다. 이는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받는 직접 영향과 다음 단계로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기업들이 받는 간접 영향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업스트림 영향(Upstream Effect) 입니다. 이는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이 받는 직간접 영향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계량분석을 실시하기 이전에 직관적인 논리를 통해 그 영향을 추론했습니다.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수입경쟁으로 인해 상황이 나빠진다면,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은 다른 회사 혹은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무너지면 삼성전자는 다른 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무역충격으로 인한 '다운스트림 영향'은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와는 달리,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수입경쟁으로 상황이 나빠지면, 이곳에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은 대체 판매처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휘청거릴 겁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무역충격으로 인한 '업스트림 영향'(Upstream Effect)이 매우 크게 부정적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 지역 내 재배치 효과 및 총수요 효과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Effect)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전국단위 분석 뿐 아니라 지역 노동시장 분석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2013년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두 가지 경로를 탐색합니다. 바로, 지역노동시장 내 '산업간 재배치 효과'(Reallocation Effect)와 '총수요 승수효과'(Aggregate Demand Effect) 입니다.


2013년 연구는 '중국발 수입경쟁이 지역 내 제조업 고용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였고, '지역 제조업 고용감소가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 제조업 고용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산업간 생산요소의 재배치 효과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서비스업으로 재배치 되지 않은 이유로 노동시장 마찰을 꼽았고, 교과서 속 무역충격의 조정기제가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산업간 재배치 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지역 내 총수요 승수효과'가 반대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수입경쟁으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한 지역은 경기둔화의 여파로 총수요가 줄어들어 비교역재인 서비스업 고용증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만약 전국 단위에서 총수요 효과가 강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중국발 무역 충격은 경쟁부문인 제조업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넘어서서 미국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었을 겁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지역 내에서 추정한 총수요 승수효과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준 총수요 효과의 하한선이라고 판단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를 알아봅시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①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전체 산업에 미친 영향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우선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의 고용에 끼친 영향'(aggregate, industry-level)을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관계나 지역 내 총수요 효과 등은 고려치 않은 기본 분석 입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산업의 고용에 끼친 영향


위의 표는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1991년~2011년 중국의 수입침투율 1%p 증가는 미국 제조업 고용 1.3%p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저자들은 실제 제조업 고용 변화량을 토대로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수는 1991년~1999년 560만명 · 1999년~2011년 580만명 감소했습니다. 이 중 대중국 수입침투 증가가 유발한 제조업 고용 변화는 1991년~1999년 27.6만명 · 1999년~2011년 56만명으로 1991년~2011년 총 83.7만명 입니다. 


즉,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감소 현상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은 14.9%를 차지합니다.


(사족 : 2013년 연구와 2016년 연구는 '중국발 무역 충격'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제조업 고용 감소에 미친 크기가 상이함)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② 전국 단위 산업의 투입-산출 연결관계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이어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산업 간 투입-산출 연결관계를 통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manufacturing & non-manufacturing through input-output linkages)을 살펴봅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산업간 연결을 통해 제조업과 비제조업 고용에 미친 영향

  • 상단 A 패널 : 직접 연결 / 하단 B 패널 : 간접 연결


위의 표는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상단 A 패널은 직접 연결만, 하단 B 패널은 간접 연결을 포함한 영향을 나타냅니다.


저자들의 추론처럼,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받는 '다운스트림 영향'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미국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을 통해 부품을 계속 조달받음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피해갔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이 받는 '업스트림 영향'은 유의미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업스트림의 부정적 영향은 비제조업 산업에서도 크게 나타났는데, 제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업 고용도 큰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직접 연결만 고려했을 때(First-Order Input-Output Linkages), 1991년~2011년간 중국발 무역 충격은 제조업 고용을 133만명 · 비제조업 고용은 80.5만명 감소시켜 미국 전산업 일자리 214만개를 감소(직접 연결)시켰습니다. 


간접 연결을 포함하여 모든 연결을 고려했을 때(Full Input-Output Linkage), 1991년~2011년간 중국발 무역 충격은 제조업 고용을 141만명 · 비제조업 고용은 122만명 감소시켜 미국 전산업 일자리 262만개를 감소(직간접 연결)시켰습니다.


앞서 제조업이 충격을 직접 받은 경우만 고려했을 때 나타난 일자리 수 83.7만개 감소와 비교하면, 직간접 연결은 중국발 무역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3배 가까이 증폭 시켰습니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③ 지역 내 재배치 효과 ↔ 총수요 승수효과


이처럼 산업간 직간접 연결은 중국발 무역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증폭시켰으나, 이것 또한 모든 경로를 다 반영하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줄어든 고용이 미국 전역의 총수요를 감소시켜 추가적인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전국 단위에서 발생한 부정적 총수요 효과를 탐색하고 싶었으나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였고, 대안으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총수요 효과(aggregate demand effect in CZ)를 살펴봤습니다.


저자들은 '수입증대에 노출되지 않은 산업의 고용변화'(non-exposed sector)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총수요 효과를 추정합니다. 만약 수입경쟁과 관련이 없는 산업에서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이는 재배치 효과를 상쇄시키는 부정적인 총수요 효과가 지역 내에서 작용한 결과(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in CZ)라는 논리 입니다.


여기서 '수입증대 노출' 여부는 1991년~2011년간 수입노출도가 최소한 2%p 상승한 모든 제조업 세부산업과 지역 내 직간접 연결을 고려한 수입노출도가 최소 4%p 상승한 제조업 및 비제조업 산업 세부산업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수입경쟁에 노출된 산업(exposed-sector)과 노출되지 않은 산업(non-exposed sector)의 고용에 미친 영향


위의 표는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수입경쟁에 노출된 산업과 노출되지 않은 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대중국 수입증대는 비노출 산업의 고용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며, 추정된 계수 값 자체도 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산업간 재배치로 인한 고용 증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총수요 효과에 의해 상쇄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지역 단위 분석을 통해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대중국 수입에 노출된 지역 내 산업은 1991년~2011년간 일자리가 308만개 감소했습니다. 이 수치는 대중국 수입의 직접 충격 + 지역 내 산업간 직간접 연결을 통한 충격 + 지역 내 부정적 총수요 효과를 모두 감안한 값입니다.


이때, 미국 전역에 작용하는 총수요 효과가 지역 내에서만 작동하는 총수요 효과보다 클 거라는 점 그리고 지역을 뛰어넘은 산업간 연결을 통한 부정적 효과의 전달 등을 생각하면1991년~2011년간 일자리가 308만개 감소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친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 크기의 하한선 입니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 비교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논문을 통해 제시한 분석 단위를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첫번째는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입니다. 여기에는 산업간 연결 및 총수요 효과 등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입니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로 작용하는 산업간 연결을 고려하였고, 전국 단위의 재배치 효과와 총수요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National Industry Linkages O, Nation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X)


세번째는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산업들의 고용 변화이며, 여기에는 지역 내 재배치 · 총수요 · 산업간 연결만 고려했지 전국 단위에서 이들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Loc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O, Local Industry Linkages O, Nation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X, National Industry Linkages X)


  •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 비교 (단위 : 천 명)
  • 1행 :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 2,3행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 4행 :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그리고 위의 표는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를 보기 쉽게 정리한 겁니다.


▶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83.7만명 감소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133만명 감소

: 비제조업 고용 80.5만명 감소

: 전산업 고용 214만명 감소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141만명 감소

: 비제조업 고용 122만명 감소

: 전산업 고용 262만명 감소


▶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노출 산업 308만명 감소

: 비노출 산업 2.4만명 감소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고용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

- 그런데... 대중국 교역이 가져다 준 이익은 고려하지 않나?


이와 같이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 지역 단위 총수요 · 재배치와 산업간 연결)를 살펴봄으로써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제조업 · 비제조업 고용을 최소한 308만개 감소시켰고 이것은 2013년 추정치보다 훨씬 큼을 보여주었습니다.


중국발 무역 충격을 다룬 연구는 이외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오토어 · 돈 · 한슨과 아세모글루 · 피어스 등은 다른 동료 학자들과 함께 'THE CHINA TRADE SHOCK' 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중국의 부상이 미국 근로자, 기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중국과의 교역 확대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만 가져다준 것일까요?


지난글[각주:3]과 이번글에서 소개한 연구들은 애시당초 '무역 충격을 흡수하는 조정기제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탐구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국 교역이 가져다 준 이익은 말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중국 무역 충격을 받은 지역만 말할 뿐, 글로벌 밸류체인(GVC) 형성으로 이득을 본 지역과 산업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외에 다른 경제학자들은 "대중국 교역 확대가 미국 경제 전체로는 순이익을 가져다주었다"(net aggregate gain), "대중국 교역 확대는 기업구조를 서비스업으로 재조직하였다"(reorganization) 등의 논문을 발행하여 논의의 폭과 깊이를 넓혀주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중국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https://joohyeon.com/288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https://joohyeon.com/28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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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Posted at 2020. 1. 3. 17:4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he China Trade Shock


  • 1999년 11월, 미국과의 양자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WTO 가입에 다가선 중국 (링크)
  • 2010년 2월, 중국과의 문제에 직면한 미국 (링크)
  • 2019년 5월, 새로운 종류의 냉전 (링크)


오늘날 미국의 주적은 중국 입니다.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에 둔 클린턴행정부의 포용[각주:1] 덕분에 중국은 1999년 11월 미국과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하고 2001년 12월 WTO에 가입했는데...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세계경제와 미국경제에 미친 영향력[각주:2]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 2000년대 전세계 교역 · 상품가격 호황과 국가간 불균등 감소


  • 위 : 1980년~2017년, 전세계 수출·수입 액수 추이 (출처 : IMF DOT)

  • 아래 : 1990년~2012년, 전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및 수출 중 중국의 비중 (출처 : Autor, Dorn, Hanson 2016)


제조업 가공무역에 기반을 둔 중국경제의 특성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 및 수출 통계에서도 돋보입니다. 

전세계 교역액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1990년대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로는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또한, 전세계 제조업 생산 및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1990년대부터 서서히 늘어나다가 2000년대 들어서 압도적인 크기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 왼쪽 : 1992년~2019년 원자재 가격지수 (2016년 100기준)
  • 오른쪽 : 1992년~2019년, 한국 수출액 추이

중국의 경제발전은 여러나라 특히 신흥국에게 이익을 안겨다주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은 제품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하였고 이로 인해 석유 · 철강 · 구리 등 상품가격이 폭등하여 원자재 수출국의 호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아시아 내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중심을 맡아 Factory Asia를 형성[각주:3]하였고, 한국 ·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며 교역액을 대폭 늘렸습니다.

  • 1988년~2008년 사이, 글로벌 소득계층별 소득증가율을 보여주는 '코끼리 그래프'(Elephant Graph)
  • 왼쪽 출처 : 밀라노비치, 랑커 2014년 연구보고서
  • 오른쪽 출처 : 피터슨 국제연구소

이러한 중국 · 아시아 · 신흥국의 성장은 '국가간 불균등'을 감소[각주:4]시켰고 글로벌 소득분포를 가운데로 이동시켰습니다. 

1988년~2008년 동안 글로벌 소득분포 내 75분위~90분위에 위치한 계층의 소득 증가율 10%가 채 안되며 매우 낮았음을 윗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중간에 위치한 40분위~70분위와 최상위 100분위이며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 서유럽 내 상위층은 전세계에서도 상위층이기 때문에 100분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선진국 중하위층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 덕분에' 글로벌 소득분포상에서는 상위권인 75분위~90분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대부분 30분위~70분위에 위치해 있죠. 

즉, 20년간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소득증가율은 가팔랐습니다.


▶ 2000년대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대중 무역적자 확대

문제는 '20년간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세계화와 중국의 경제발전은 수십억명을 빈곤의 덫에서 구해주었으나, 선진국 중하위층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던 저숙련 근로자들은 상당한 충을 받았습니다. 말그대로 '중국발 무역충격'(The China Trade Shock) 입니다.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의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는 1979년 최대 1,950만명 · 1980~90년대 평균 1,700만명대를 기록하였으나, 2007년 1,400만명 · 2011년 1,100만명 · 2019년 현재 1,300만명을 기록하며 최근 30년간 400만명(-25%) 감소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30년간 600만명(-35%)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사족 : 노동 통계 종류에 따라 제조업 근로자 수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

그런데 제조업 근로자 수가 줄어든 건 중국발 무역충격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2001 닷컴버블 붕괴 · 2008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근로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에 거시경제 이벤트 및 경기순환적 요인이 작용했다 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제품(goods)에서 서비스(services)로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술변화가 반복작업을 수행하는 제조업 근로자를 대체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주목했던 건 기술변화[각주:5] 였습니다. 노동경제학자들이 발전시킨 '업무기반 분석체계'(task-based framework)와 '반복편향적 기술변화'(RBTC, Routine-Based Technological Change)는 2000년대 미국 및 선진국 노동시장의 특징인 '일자리 양극화'와 '중하위층 간 불균등 정체' 현상을 완벽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기술변화 이외의 다른 요인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 1987년~2019년 미국 무역적자 추이
  • 1980년대-1990년대 초반 미국 무역적자의 상당부분은 일본에게서 왔다(40% 이상)
  • 1990년대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 급증하였다(40% 이상)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2000년대부터 대중국 무역적자는 심화되어 왔음에도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7년~2019년 미국 무역적자 추이를 주요 교역상대국별 비중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 급증합니다. 2019년 현재 미국 무역적자 중 대중국 적자 비중은 40%~50%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3년 당시 경제학자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각주:6]라고 말한 것럼, 2005년 당시 연준 이사였던 벤 버냉키는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고 있다"[각주:7]고 진단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교역, 특히 저임금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특화한 13억 인구를 가진 국가를 상대로 이렇게 많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중국의 부상'(China's Rise)을 인지하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의 진단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런 배경과 맥락 속에서 2013년 한 노동경제학자는 동료 두 명과 함께 논문 하나를 발표합니다. 



※ The China Syndrome: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왼쪽 : 데이비드 오토어 (David Autor)

  • 가운데 : 데이비드 돈 (David Dorn)

  • 오른쪽 : 고든 한슨 (Gordon Hanson)

  • 이들의 2013년 논문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ivd Autor)는 동료 학자 데이비드 돈(Daivd Dorn) · 고든 한슨(Gordon Hanson)과 함께 2013년 논문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을 발표합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2013년 논문을 통해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논문 제목에 나오는 '수입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하는지 등을 이해하며 차근차근 논문의 내용을 알아봅시다.


▶ '지역 노동시장'(Local Labor Market)이란 무엇인가?



오토어 · 돈 · 한슨이 선정한 분석대상은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근로자의 고용 및 임금 변화'(Employment · Wage Changes in Local Labor Market)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 노동시장' 이란 단순히 미국 개별 주(States) 안에 있는 행정구역 카운티(Counties)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강한 통근 연결도'로 묶인 카운티들의 '통근 구역'(Commuting Zones)을 뜻합니다. 


한국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약 대중국 수입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려면 '지역'을 정의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강남구 · 서초구 · 마포구 · 성남시 분당구 · 고양시 일산동서구 등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이용하는 겁니다. 이들 행정구역 내의 고용변화를 토대로 무역이 특정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초구 삼성타운에 위치해있는 삼성 계열사 한 곳이 망하면 단순히 행정구역 서초구의 고용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행정구역에 거주하면서 서초구로 통근하는 취업자 수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역 노동시장'은 단순히 주어진 행정구역을 이용해서는 안되며, '통근 강도'를 기반으로 재정의한 '통근 구역'(CZ)을 사용해야 합니다. 미국 센서스는 관련 있는 카운티들을 묶은 741개의 통근 구역을 정의해놓고 있으며, 본 논문은 이 중 미국 본토에 위치한 722개 통근구역을 사용했습니다.


▶ 왜 '지역 노동시장'(CZ)을 분석하나?


그렇다면 오토어 · 돈 · 한슨은 왜 지역 노동시장(CZ)을 분석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본 논문이 경제학계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한 핵심 물음 입니다.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 단위로 삼은 첫번째 이유는 '차이'(variation)을 포착하기 위해서 입니다. 


단순히 미국 내 제조업 근로자 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거시경제 이벤트 때문일 수도 있고, 소비자 선호 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변화 때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변수 하나가 연구대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은 동일하지만 독립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는 한 가지 조건만 차이가 나는 두 대상'을 비교해야 합니다. 기존 연구들에서 고숙련 근로자 vs 저숙련 근로자 혹은 자본집약 산업 vs 노동집약 산업 등 차이가 있는 두 대상을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미국 내 지역 노동시장들 사이에서 '제조업 고용비중 & 제조업 세부산업 중 수입집약산업 특화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남부는 의복 · 목재 · 인형 등 노동집약 상품을 중서부는 자동차 등 자본집약 상품을 주로 생산하며, 중부는 농업 서부는 IT에 특화되어 있죠. 


이들 지역 노동시장들은 거시경제 이벤트 · 소비자 선호 변화 · 기술변화의 영향을 동일하게 받지만, 제조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고 제조업 중에서도 노동집약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발 무역충격 강도의 차이가 납니다(variation). 


따라서,  제조업 고용비중 & 제조업 세부산업 중 수입집약산업 특화 정도가 다른 두 지역 간 고용변화를 비교하면 중국발 무역충격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 단위로 삼은 두번째이자 핵심 이유는 자유무역이론의 핵심가정인 '근로자의 이동성'(mobility)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입니다.


비교우위에 기반한 자유무역론은 '자유무역 이후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는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 전체 고용은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자유무역의 이로움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드러나 있으며[각주:8], 오늘날 국제무역론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에도 근로자 이동의 마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자유무역을 회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통상의 일터와 통상의 생계수단을 일시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들이 고용 또는 생계를 박탈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병사의 습관과 제조공의 습관을 비교해 볼 때, 병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제조공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조공은 언제나 자기 노동에 의해 생계를 얻는 데 익숙 (...)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68쪽


하지만 교과서 이론과 현실은 다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재취업 여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서 퇴출된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란 교과서가 말하는 것보다 힘듭니다. 게다가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에 재취업 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만약 현실 미국에서 제조업 근로자들이 비제조업으로 쉽게 이동하거나, 쇠락하고 있는 본거지를 떠나서 충격을 적게 받은 다른 통근 구역의 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크게 나빠지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다른 지역들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해, 미국 지역 노동시장들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했거나 지역 간 차이가 드러났다는 사실 그 자체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한 충격 조정 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냅니


근로자 이동성에 마찰이 존재한다면 무역 충격의 피해자인 제조업 근로자는 서비스업 근로자와 비교해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에 처하게 되어 경제적 불균등(economic inequality)이 확대될 겁니다. 또한, 중국발 충격을 많이 받은 지역일수록 고용지표가 더 악화되기 때문에 이는 미국 내 지역간 불균등(regional inequality)을 초래합니다.


▶ '대중국 수입노출'(import exposure from China)의 직접효과 · 순효과


오토어 · 돈 · 한슨은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the change in Chinese import exposure per worker in a region)를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증대된 수입경쟁으로 정의하였고, 이것이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지역별 산업구조와 특화에 따라 지역 근로자가 중국발 충격에 노출되는 강도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때 중국발 충격은 크게 2가지 경로로 지역 근로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첫번째는 수입경쟁 산업에종사하는 근로자가 받는 직접효과[각주:9]. 두번째는 지리적 영역의 고용 · 소득 · 경제활동참가율 · 지리적 이동 · 공공부조 등에 미치는 순효과[각주:10] 입니다.


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제조업에 근무하던 미국 근로자는 당연히 중국발 무역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만약 중국발 무역 충격이 실재한다면 고용과 임금 상황이 악화됩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대중국 교역이 제조업과 지역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고용과 임금은 변화하지 않을 겁니다.


즉, 직접효과인 지역 내 미국 제조업의 고용비중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중국발 무역 충격의 존재 여부와 강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재하는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아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타격을 받지 않은 혹은 덜 받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근로자 이동성에 마찰이 존재한다면 근로자는 본래 지역에 머무를 겁니다. 이 경우 지역 내 제조업 고용 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또 이때 근로자가 쉽게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제조업 고용 상실 크기 만큼 지역 내 비제조업 고용이 증가할텐데, 이동에 마찰이 존재하면 비제조업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지역 내 실업률 증가와 경제활동참가율 감소가 나타날 겁니다.


따라서, 무역 충격 이후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순효과를 통해 '무역충격을 흡수하고 조정하는 기제가 교과서처럼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중국발 무역충격이 지역 내 제조업 고용에 미친 직접효과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발 무역충격이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에 미친 직접효과'를 살펴봅시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고용률에 미친 영향

  • 도구변수를 이용하여 2SLS 추정


위의 표는 1990-2007년 간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가 지역 내 제조업 고용률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빨간색 네모 안의 -0.596 값은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수입노출 1,000달러 증가가 제조업 고용률을 0.596%p 감소시킴'을 의미합니다. 실제 1인당 중국 수입액 증가 크기는 1990년~2000년간 1,140달러, 2000년~2007년간 1,839달러 이기 때문에, 두 기간동안 중국 수입이 감소시킨 제조업 고용률은 각각 0.68%p, 1.10%p 입니다. 


그리고 두 기간 실제 제조업 고용률은 각각 2.07%p, 2.00%p 줄어들었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에 있어 중국발 무역 충격의 책임은 1990년~2000년 33% · 2000년~2007년 55% 그리고 전체 기간인 1990년~2007년 44%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의 경제발전(공급증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중국산 제품 수요가 늘어나서 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 저자들은 미국인들의 수요요인을 배제하고 중국의 경제발전(공급증가)의 영향만 순수히 고려했을 때, 중국발 무역 충격의 보수적인 책임은 1990년~2000년 16% · 2000년~2007년 26% 그리고 전체 기간인 1990년~2007년 21% 라고 말합니다.


이를 종합하여, 오토어 · 돈 · 한슨은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를 1990년~2000년 54만 8천명, 2000년~2007년 98만 2천명 감소시켰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순효과


앞서 설명하였듯이,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근로자가 다른 산업에서 쉽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거나 충격을 비교적 덜 받은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미국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하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서로 다른 지역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하는 충격 조정 기제(adjustment mechanism)이 현실에서 작동하는지 살펴봅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통근구역 내 인구 변화에 미친 영향
  • 교육수준별 및 연령별


위의 표는 1990년-2007년 간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가 인구 변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인구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근로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는 의미(reallocation of workers across CZs)이며, 유의미한 인구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근로자의 이동성에 마찰이 있음(friction of labor mobility)을 보여줍니다.


계량분석 결과는 대중국 수입액이 늘어났더라도 유의미한 인구 변화는 없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연령별 · 성별로 자세히 살펴봐도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이동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충격이 발생했음에도 인구 조정이 부진했다"(population adjustment to local economic shocks are sluggish because mobility is costly)라고 주장합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고용 · 비제조업 고용 · 실업률 · 경제활동 비참가율에 미친 영향


만약 무역 충격을 받은 제조업 근로자가 본래 통근 구역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역 제조업 고용 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위의 표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고용 · 비제조업 고용 · 실업률 · 경제활동 비참가율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대중국 수입액 1,000달러가 증가할 때 제조업 고용률은 0.596%p 줄어드는데, 비제조업 고용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실업률은 0.22%p 올라가고 경제활동 비참가율도 0.55%p 증가합니다. 


특히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제조업 근로자는 대졸 근로자에 비하여 실업과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즉, 대중국 무역 충격으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그만큼 실업률 상승과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며 교과서 속 조정기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위의 이미지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데,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몰려있습니다.


  • 1991년~2007년, 제조업 내 세부산업별 수입침투 증가율(X축)과 1991년 기준 생산근로자 비중(Y축)의 관계
  • Autor, Dorn, Hanson, Song (2014)


중국발 무역 충격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이유는 중국의 수입품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91년~2007년, 제조업 내 세부산업별 수입침투 증가율(X축)과 1991년 당시 해당 산업의 생산근로자 비중(Y축)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수입침투율을 살펴보면, 인형 · 스포츠장비 · 기타 32.6% 증가, 의복 · 가죽 · 섬유 16.7% 증가, 가구 · 나무목재 16.7% 증가, 기계 · 전자 15.2% 증가 입니다. 그리고 이들 산업은 1991년 기준으로 생산근로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그래프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즉, 1991년~2007년간 수입노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부문은 주로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 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단순조립 가공무역을 통해 전자제품을 수출[각주:11]해왔음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피해받은 전자 기업도 저숙련 노동 집약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남부 대서양 지역은 가구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에 특화 · 중서부 지역은 저숙련 조립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고, 충격을 흡수하는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남부 ·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을 초래한 건 당연한 결과 입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연구를 통해 "자유무역이 나쁘다" 혹은 "중국과의 교역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이론과 국제경제학자들이 당연시 했던 '무역충격의 조정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파 했습니다. 


따라서,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무역의 분배적 영향'(the distributional consequences of trade)과 '무역 충격 조정과 관련한 중기 효율성 손실'(medium-run efficiency losses associated with adjustment to trade shocks)을 일깨워 줍니다.




※ Autor · Dorn · Hanson의 2013년 연구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 이전에도 '무역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던 연구는 계속해서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들의 2013년 연구가 세계 경제학계와 미국 정치권 · 대중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일까요?


①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기반했던 과거 연구들 


국제무역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의존했던 이론은 '헥셔-올린 모형' 및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무역 개방 이후 상품가격 변화가 생산요소 가격을 일대일로 변화시킨다는 이론에 기반하여, 무역이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한 학자[각주:12]는 "무역자유화 이후 상품가격 자체가 변화하지 않았으므로 헥셔-올린 모형을 살펴볼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학자[각주:13]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게 숙련집약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헥셔-올린 모형이 말하는 것처럼 무역이 불균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각주:14]가 지적한 것처럼 헥셔-올린 기반 연구는 "개발도상국이 정교한 상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헥셔-올린 모형도 결국 무역 충격을 흡수하는 조정기제가 완벽히 작동하는 비교우위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과 다른데, 이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②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자유무역이론의 핵심 가정을 건드렸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통근 구역 등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하여, 자유무역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봤듯이, 일자리를 잃은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역 충격을 받지 않은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산업구조가 다른 미국 지역들은 점차 경제환경이 벌어지는 '지역간 불균등'이 유발되었습니다.


미국 정치권 · 언론 · 대중들은 막연하게나마 "아...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가 미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은데.."라고 느끼던 상황에서, 그리고 다른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사회 전체적으로 순이익을 가져다준다"라는 교과서 속 이야기만 읊어대던 답답한 상황에서,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무역의 분배적 영향'이 단기가 아니라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노파심) 자유무역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 그럼에도 중국발 무역 충격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동료 학자들의 노파심이 대중들의 경제학 외면을 불러왔다[각주:15]고 주장합니다. 자유무역이론의 문제점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그것이 바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노파심 때문에, 정작 경제학자들이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하고 무역이 가져다주는 순이익만 말해왔다는 겁니다.

오토어 · 돈 · 한슨도 약간의 노파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글을 통해 "무역의 총이익이 음(-)이라는 건 아니다" 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무역이 가져다주는 분배적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논문이 발표된 이후, 오토어 · 돈 · 한슨과 다른 경제학자들은 '중국발 무역 충격'(The China Trade Shock)과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Distributional Effect)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대중국 수입액이 지역 내 제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에만 주목했으나, 여러 제조업들이 거래관계를 통해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경제발전 덕분에 미국기업들에게 수출시장이 열렸다는 점과 중국의 값싼 중간재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발 무역은 충격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The China Trade Shock를 다룬 연구들을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https://joohyeon.com/287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s://joohyeon.com/274 [본문으로]
  7.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s://joohyeon.com/195 [본문으로]
  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9. the direct effect of trade shocks on employment and earnings at import-competing employers [본문으로]
  10. net effects on employment, earnings, labor force participation, geographic mobility, and take-up of public transfer benefits in the surrounding geographic area.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https://joohyeon.com/28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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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Posted at 2019. 12. 30. 15:1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와 국가내 불균등의 확대


①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 -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의 경제발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자유주의 무역시스템 WTO 출범[각주:1] 정보통신기술의 확산(ICT)[각주:2]이 만들어낸 세계화[각주:3]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각주:4]GVC 참여[각주:5]에 이은 경제발전 덕분에 '국가간 불균등은 크게 감소'[각주:6](Between Inequality ↓) 하였습니다. 


( 지난글[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


  • 1990년-2030년(예상) 동안 절대적 빈곤 수치 변화

  • 남아시아(연한 빨강), 동아시아 및 태평양(진한 빨강),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파랑)
  • 출처 : Our World in Data - Global Extreme Poverty


1990년 절대적 빈곤자 수는 19억명이었고 이는 전세계 인구의 36%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이 중국 ·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거주했는데, 이들 국가는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2015년 절대적 빈곤자수는 7억 3천명 · 전세계 인구의 9.9%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 1988년과 2011년의 글로벌 소득분포 모양의 변화 :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으로 인해 글로벌 중산층이 두터워짐

  • 자세한 내용은 지난글[각주:7] 참고


글로벌 소득분포는 쌍봉 모양에서 중간이 두터워진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1988년에는 상위층과 하위층으로 양분된 쌍봉모양을 볼 수 있으며, 개발도상국 인구가 수십억명에 달했기 때문에 하위층이 더 두꺼운 모양입니다. 2011년에는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경제발전과 소득증가로 인해 글로벌 중산층이 두터워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내 상위 10% 소득비중 증가


이처럼 자유무역과 정보통신기술은 '국가간 불균등'(Between Inequality)을 줄임으로써 '글로벌 차원의 불균등'(Global Inequality) 해소에 크게 기여했는데..... 


같은 시기 '국가내 불균등'(Within Inequality)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 1980년~2016년 사이, 미국-캐나다 · 유럽 · 러시아 · 중국 · 인도 내 상위 10% 소득 비중

  • 모든 국가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늘어났다

  • 출처 : World Inequality Report 2018


위의 그래프는 1980년~2016년 사이 미국-캐나다 · 유럽 · 러시아 · 중국 · 인도 내 상위 10% 소득 비중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가릴것 없이, 대부분 국가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 1963년~2005년, 미국 내 대졸/고졸 임금 격차 추이 (경력 0~6년차 및 20~29년차별 비교)

  • 출처 : Autor, Katz, Kearney (2008)


소득 상위 계층으로의 쏠림은 학력별 임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63년~2005년 미국의 대졸/고졸 임금 격차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 대졸 프리미엄(college premium)이 강화되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1970~1980년대에 무슨 일이 발생했나? - 국제경쟁심화와 컴퓨터의 등장


국가내 불균등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1970~1980년대에 주목합니다. 국가간 불균등 감소의 시작이 1990년대[각주:8]라면 국가내 불균등은 1970년대부터 확대되기 시작하여 1980년대에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요?


①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와 국제경쟁력 훼손


  • 왼쪽 : 1960~88년, 신발(Footwear) · 의류(Apparel) · 섬유(Textiles) 미국 내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오른쪽 : 1960~90년, 미국 차량등록대수 중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 변화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글[각주:9] 참고


첫번째는 '국제경쟁심화' 입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봐왔듯이, 1970~1980년대 속 미국인들은 '국가경쟁력 악화'를 크게 우려[각주:10]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높아지는 실업률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확대 등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무역적자폭 확대를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됨(deterioration of competitiveness)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했습니다.


미국인들의 신발 · 의류 · 섬유 품목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는데, 미국의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은 펜실베니아 · 남부 · 남캐롤라니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 지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외국과의 경쟁증대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 입니다. 1975~80년 사이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배 증가하였고, 자동차 산업이 몰려있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실업률은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국제무역에서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조업 위축은 또 다른 경제적 문제로 연결됩니다. 제조업은 저숙련 근로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제조업의 위축은 임금불균등 증대(rise of wage inequality)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1970~8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은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제조업 고용 및 임금이 감소하고 그 결과 임금불균등이 확대되는 것 아닐까?"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② 업무에 도입되기 시작한 컴퓨터


  • 왼쪽 : 1984년 4월호 TIME지 표지를 장식한 빌 게이츠

  • 오른쪽 : 1984년 매킨토시를 출시한 스티브 잡스


두번째는 '컴퓨터 혁명' 입니다.


오늘날에 과거를 돌아보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시기는 1995년 입니다. 이 시기에 윈도우95가 출시됐고 개인용 PC가 각 가정에 대규모로 보급됐습니다. 그리고 전화모뎀을 이용한 PC통신으로 멀리 떨어진 개인간 의사소통도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업무에 도입되어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입니다. 1984년 애플 매킨토시와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0이 출시되면서 기업들은 업무에 PC를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PC를 보유한 사업체는 1984년 10% 미만이었으나 1989년에는 35%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업무에 PC를 사용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1984년 24.6%에서 1989년 37.4%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컴퓨터는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개선시켰습니다. PC를 이용한 주요 업무는 문서 작성 · 엑셀 계산 · 이메일 · 설계 · 판매 정리 등이었고, 오랜 시간이 걸리던 단순반복 업무는 빠른 시간에 끝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컴퓨터가 가져다준 생산성 개선의 혜택이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 화이트칼라'(college-white collar)에 집중되었다는 점입니다. 1989년 기준 대졸 이상 근로자의 58.2%가 컴퓨터를 업무에 사용했으나, 고졸은 29.3%, 고졸 미만은 7.8%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직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48.4%가 컴퓨터를 이용했으나, 생산직 블루칼라 근로자는 11.6%에 불과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를 이용할 능력을 갖춘 대학 졸업 근로자와 갖추지 못한 고등학교 졸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기 시작(college premium)합니다. 고졸 대비 대졸의 임금 비율은 1979년 1.34에서 1991년 1.56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숙련된 기술을 갖춘 근로자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기술변화가 미국의 임금구조를 변화시켰다"고 진단했습니다.


③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Trade vs. Technology)


정치인과 대중들이 문제로 삼았던 건 국제무역, 더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불공정 무역'(Unfair Trade with Japan) 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킬 수 있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각주:11]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덤핑(dumping)과 시장접근(market access) 등 일본의 불공적 무역을 정치적으로 이슈화하였고 '공정무역'(fair trade)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각주:12]를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일본을 타겟으로 한 무역정책이 보호무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 노동시장 내 불균등 확대의 원인은 국제무역이 아니라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에 있다고 여겼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당시의 국제무역이론으로는 불균등 확대를 설명할 수 없으며, 실제 데이터도 기존 무역모형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경제적 불균등 확대의 주요 원인이 기술변화에 있다"는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런 생각은 200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왜 경제학자들은 국가내 불균등 심화의 원인을 '기술변화'에서 찾았을까요? 그리고 2010년대 들어서 이러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된 연유가 무엇일까요? 이번글에서 이를 알아봅시다.




※ (이론적) 헥셔-올린 국제무역모형의 예측과 실패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무역은 임금구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를 간략하게 복습해봅시다.


▶ 헥셔-올린 국제무역모형의 예측 (Predictions of Hecksher-Ohlin Model)


헥셔-올린 국제무역모형(Hecksher-Ohlin Model)[각주:13]은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국제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① 숙련풍부국은 값싼 숙련집약 상품을 수출, 비숙련풍부국은 값싼 비숙련집약 상품을 수출


국제무역이론을 설명하면서 누차 말했다시피,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각주:14]은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different relative price) 입니다.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여기서 헥셔-올린 국제무역이론은 '국가간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는 부존자원에 따른 상대적 생산량의 차이(resource endowment) 때문이다' 라고 말합니다. 


어떤 국가는 숙련노동에 비해 비숙련노동이 풍부하고, 또 다른 국가는 비숙련노동에 비해 숙련노동이 풍부합니다. 숙련노동 풍부국은 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될테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비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됩니다. 따라서, 숙련노동 풍부국은 숙련노동 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하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비숙련노동 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합니다. 


따라서, '숙련노동 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하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비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숙련노동 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비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숙련노동 집약적 상품을 수입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 숙련노동 풍부, 개발도상국 = 비숙련노동 풍부'이기 때문에, '선진국 = 숙련노동 집약상품 수출 & 비숙련노동 집약상품 수입, 개발도상국 = 비숙련노동 집약상품 수출 & 숙련노동 집약상품 수입' 입니다.


② 국제무역으로 상품가격이 달라지며 각자 비교우위를 가진 부문이 이익을 봄


국제무역은 개별 국가가 비교우위를 지닌 상품의 가격을 인상시키며 비교우위 부문이 이익을 보게 만들어 줍니다. 


선진국에서 혜택을 보는 부문은 비교우위인 '숙련집약 산업', 불이익을 보는 부문은 '비숙련집약 산업' 입니다. 선진국의 숙련집약 상품은 국제무역의 결과 더 비싼 가격을 받고 팔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동안 무역장벽 보호 아래 비싼 값을 받았던 비숙련집약 상품은 이제 개발도상국의 값싼 가격에 밀려나고 맙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혜택을 보는 부문은 비교우위인 '비숙련집약 산업', 불이익을 보는 부문은 '숙련집약 산업' 입니다. 개발도상국의 비숙련집약 상품이 국제무역의 결과로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비싼 가격을 받고 선진국에 팔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개발도상국의 숙련집약 상품시장개방으로 선진국의 숙련집약 상품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게 되었으니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③ 선진국은 불균등 증가 & 개발도상국은 불균등 감소


헥셔올린 모형은 '비교우위 산업 이익 & 비교열위 산업 불이익'에서 더 나아가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임금변화도 예측합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각주:15]는 '투입요소의 가격은 상품가격 움직임에 맞추어 변화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숙련노동 풍부국 → 숙련노동집약 상품가격 ↑ → 숙련근로자 실질임금 ↑', '비숙련노동 풍부국 → 비숙련노동상품가격 ↑ → 비숙련노동자 실질소득 ↑'라고 예측합니다.


보통 자급자족 상태에서 개별 국가의 '숙련노동 근로자 실질임금 > 비숙련노동 근로자 실질임금' 이기 때문에, 국제무역의 결과 '선진국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 확대 ↑', '개발도상국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 감소 ↓' 나타납니다.


따라서, 헥셔-올린 모형은 1970-80년대 미국 내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 확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 헥셔-올린 국제무역모형의 실패 (Failures of Hecksher-Ohlin Model)


경제학자들은 "헥셔올린 무역모형이 예측한 결과대로 미국 내 임금불균등은 확대되었으나, 작용경로는 무역모형이 예측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여겼습니다. 


① 미국 내 숙련집약 상품 가격이 상승하지 않았다


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매뮤얼슨 정리는 '달라진 상품 상대가격이 생산요소의 실질가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무역개방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이론'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근로자의 상품가격이 상승하지 않은채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만 증가했다면, 이는 무역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 입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에서 설명하였듯이,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와 매튜 J. 슬로터는 1980년대 미국 내 숙련근로집약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기는 커녕 하락했음을 지적합니다. 


  • 왼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입가격 변화율(Y축)

  • 오른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출가격 변화율(Y축)

  • 출처 : Lawrence and Slaughter(1993)


위의 그래프는 1980년대 숙련근로집약 정도에 따른 수출입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숙련근로집약도가 높아지는 상품일수록 수입가격은 다소 하락하고 수출가격은 크게 하락하는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로런스와 슬로터는 "수출입 가격 데이터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무역이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회귀분석을 할 필요조차 없다."[각주:16] 라고 말합니다.


② 동일한 산업 내에서도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이 확대되었다


또한, 비교우위에 기반한 핵셔올린 무역모형의 예측대로라면 미국 내에서 '숙련집약 산업 팽창 → 숙련근로자 이익. 비숙련집약 산업 위축 → 비숙련근로자 불이익'의 형태로 '산업간 숙련-비숙련 근로자 임금 격차 확대'(between industry)가 나타나야 합니다.


하지만 1970-80년대 미국에서는 동일한 산업 내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의 임금 불균등이 확대되었습니다(within industry).


  • 1963년~1987년, 동일한 산업-성별-교육 집단 내 임금 불균둥 추이

  • Katz and Murphy (1992)


위의 그래프는 1963년~1987년, 동일한 산업-성별-교육 집단 내 임금 불균등 추이를 보여줍니다. 1970년대부터 동일집단 내 임금 불균등이 심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교우위 및 비교열위 산업간 효과'(between effect)에만 주목하는 기존의 무역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③ 비숙련노동 풍부국인 개발도상국에서도 임금 불균등이 확대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터-새뮤얼슨 정리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예측과는 달리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이 확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역 모형은 '선진국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 확대 ↑', '개발도상국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 감소 ↓'를 예측하였으나, 실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 불균등 확대 ↑' 였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임금 불균등을 심화시켰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결론이었습니다. 


국제무역이 원인이 아니라면 남아있는 요인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바로,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 입니다.




컴퓨터의 등장 → 숙련근로자에 우호적인 상대수요 변화


국제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상품가격 변화 →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에 주목했다면, 노동경제학자들은 '간단한 공급-수요 체계'(simple supply and demand framework)로 현상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노동경제학자들에게 대학 졸업자로 대표되는 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고졸 비숙련 근로자에 비해 오르게 된 연유는 간단합니다. '기술변화로 인해 숙련 근로자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상대수요가 증가'(SBTC,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했기 때문입니다. 


▶ Katz and Murphy(1992), "대졸자의 상대공급 변동과 숙련근로자 우호적인 상대수요의 결합"


노동경제학자 로런스 F. 카츠(Lawrence F. Katz)와 케빈 M. 머피(Kevin M. Murphy)는 1992년 논문 <상대임금의 변화, 1963-1987 : 공급과 수요 요인>(<Changes in Relative Wages, 1963-1987: Supply and Demand Factors>)를 통해, 1963년~1987년 미국 임금구조의 변화를 공급-수요 체계로 설명했습니다.


  • 1963년~2008년 대졸/고졸 상대임금 비율 추이

  • 출처 : Acemoglu, Autor (2011)[각주:17]


위의 이미지는 1963년~2008년 미국 대졸/고졸 상대임금 비율 추이를 보여줍니다. (사족 : 카츠와 머피의 1992년 논문 이미지 품질이 좋지 않아서... 다른 논문에 실린 이미지로 대체) 


이를 통해 미국의 대졸 프리미엄(college premium)의 추세 2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1970년대 대졸 프리미엄의 감소. 둘째, 1980년대 이후 대졸 프리미엄 급격히 증가 입니다. 


왜 1980년대부터 추세의 반전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추세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 1963년~2008년, 성별 대졸/고졸 상대공급 증가율 추이

  • 출처 : Acemoglu, Autor (2011)


로런스 F. 카츠와 케빈 M. 머피는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공급 변화(College/High-school relative supply)에 우선 주목합니다. 1976년까지는 대졸자의 상대공급이 가파르게 증가했으나, 이후부터는 증가율이 둔화됩니다. 


이를 통해 카츠와 머피는 "대학생 졸업자 공급이 가장 크게 증가했던 1970년대에는 대졸 프리미엄이 감소하였으며, 가장 적게 증가한 1980년대에는 대졸 프리미엄이 증가하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졸 상대공급의 속도 변화만으로는 대졸 프리미엄 변동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1980년대 이후 대졸 상대공급 증가율은 둔화되었으나 어찌됐든 꾸준히 대학 졸업자를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전체 근로시간 중 대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3년 13%에서 1987년 26.3%로 증가하였습니다. 


이처럼 대학 졸업생은 꾸준히 사회에 진입했음에도 대졸 프리미엄은 나날이 증가하였습니다.  따라서, 카츠와 머피는 "대학 졸업자의 상대공급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에, 대졸 프리미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대수요 변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Krueger(1993), "컴퓨터가 임금구조를 변화시켰다"


또 다른 노동경제학자 앨런 B. 크루거(Alan B. Krueger) 1993년 논문 <어떻게 컴퓨터는 임금구조를 변화시켰나>(<How Computers have Changes the Wage Structure: Evidence from Microdata 1984-1989>)를 통해, 상대수요 변화의 원인을 '컴퓨터'에서 찾았습니다.


  • 1984년과 1989년, 범주별 컴퓨터를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근로자의 비중

  • 출처 : Krueger(1993)


1984~1989년 사이 업무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근로자의 비중은 24.6%에서 37.4%로 50% 증가 했습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근로자일수록 컴퓨터를 업무에 더 많이 적용하며(1989년 기준 고졸 29.3%, 대졸 58.2%), 사무직 화이트칼라 근로자가 생산직 블루칼라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1989년 기준 사무직 화이트칼라 48.4%, 생산직 블루칼라 11.6%).


이어서 앨런 B. 크루거는 '컴퓨터를 업무에 사용하는 근로자가 그렇지 않은 근로자 보다 더 높은 소득을 얻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고숙련 → 컴퓨터 사용 → 더 높은 임금' 일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대학생 졸업자가 꾸준히 늘어났음을 감안하면, 컴퓨터 사용이 가져다주는 높은 임금의 프리미엄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크루거의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 사용이 가져다주는 임금 프리미엄은 1984년 1.32배에서 1989년 1.38배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크루거는 "시간이 지나도 컴퓨터 사용 프리미엄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합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별다른 고급기술이 아니지만, 1980년대 당시에는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하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당시 컴퓨터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숙련도를 갖춘 대졸 근로자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기술변화 였습니다. 




※ 반복업무를 대체한 기술변화 → 일자리 · 임금 양극화


1980년대 업무에 도입된 컴퓨터가 대졸 근로자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임금 불균등을 초래했다는 논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도 그 영향이 지속되었을까 라는 것은 의문이 듭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를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별다른 고급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앨런 B. 크루거도 1993년 논문의 말미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 수요가 과거 10년처럼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이를 고려하면, 컴퓨터 사용 프리미엄은 미래에 줄어들 것이다" 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렇다면 2000년대 들어서도 임금 불균등이 지속된 건 무엇 때문일까요? 


▶ Autor, Levy, Murnane (2003), "컴퓨터화는 반복업무의 노동투입을 줄였다"


동경제학자들은 '기술변화가 일자리 및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석의 틀을 발전시켰습니다. 


1990년대 나온 연구들은 '숙련vs비숙련, 대졸vs고졸, 화이트칼라vs블루칼라, 비생산직vs생산직' 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임금 격차를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졸이 다 같은 대졸이 아니고,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다 같은 사무직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결정적으로 컴퓨터는 단순히 숙련 근로자와 대졸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보완하고 비숙련 근로자와 고졸 블루칼라 일자리를 대체하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숙련도를 요하는 업무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으며, 숙련도가 필요치 않은 업무를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직 업무 중에서도 컴퓨터가 대체하는 것이 있고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생산 업무도 마찬가지로 컴퓨터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게 있고 대체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 프랭크 레비(Frank Levy) · 리차드 머네인(Richard Murnane) 이른바 ALM은 2003년 논문 <최근 기술변화의 숙련도 - 실증적 탐구>(<The Skill Content of Recent Technological Change: an Empirical Exploration>)을 통해, '업무'(task) 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업무(task)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근로활동을 의미합니다. 근로자는 자신이 보유한 숙련기술(skill)을 다양한 업무(task)에 적용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습니다.  


  • 업무(task)의 종류를 반복적이냐 비반복적(Routine vs. Nonroutine)이냐, 분석적이냐 수동적이냐(Analytics vs. Manual)로 구분한 것

  • ALM (2003)


ALM은 업무(task)의 종류를 '반복적이냐 비반복적이냐'(routine vs. non-routine), '분석 및 인지능력을 요구하냐 직접 손으로 해야하냐'(analytic & cognitive vs. manual)로 크게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계산 · 뱅크텔러와 같은 고객응대 · 기록 기입 등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인지적 능력(cognitive skill)이 필요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특성(routine tasks)을 지니고 있으므로 컴퓨터가 쉽게 대체가능 합니다. 또한 제품 나르기 · 조립은 근로자가 손(manual skill)으로 작업을 해왔으나 이또한 반복적인 업무(routine tasks)이기 때문에 기계 자동화로 대체 가능 합니다.


반면, 통계 가설 설정 · 의료진단 · 법적 문서 기입 · 관리 등의 업무는 근로자의 분석적 능력(analytic skill)을 요구하면서 반복할 수 없기 때문에(non-routine tasks)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트럭운전 및 청소는 사람이 손으로 해야하는 업무(manual tasks)이며 이또한 비반복적인 일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단순 제품 나르기 · 조립과 트럭운전 · 청소는 모두 비숙련작업(unskilled works)이지만 전자는 반복적이기 때문에 대체가능하며 후자는 비반복적이기 때문에 대체불가능 합니다. 또한, 계산 · 기록기입과 의료진단 · 법적 문서 기입은 모두 인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숙련작업(skilled works)이지만 전자는 반복적이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으며 후자는 비반족이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즉, ALM은 '컴퓨터 자동화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업무가 반복적이냐 비반복적이냐에 달려있다'(routine vs. non-routine)고 바라봅니다. 단순히 '숙련vs비숙련, 대졸vs고졸, 화이트칼라vs블루칼라, 비생산직vs생산직'로 구분했던 과거의 구도로는 실제로 컴퓨터 자동화가 대체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어서 ALM은 "컴퓨터 자본은 제한적으로 정의된 인지적 및 수동적 활동 즉 명시적인 규칙에 기반을 둔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한다[각주:18]. 반면, 컴퓨터 자본은 문제해결과 복잡한 의사소통을 요구하는 비반복적인 업무를 보완한다[각주:19]"고 말합니다. 


따라서, ALM은 "컴퓨터화는 반복적인 인지 업무와 수동 업무의 노동투입을 줄였고(routine cognitive & manual tasks ↓), 비반복적인 인지 업무의 노동투입을 증가시켰다(non-routine cognitive tasks ↑)"고 결론 내립니다.


▶ 일자리 · 임금 양극화 (Job · Wage Polarization)


ALM이 도입한 '업무기반 분석체계'(task-based framework)는 200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새로운 일자리 · 임금 구조 변화를 설명해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바로, 일자리 · 임금 양극화 (Job · Wage Polarization) 입니다. 


일자리 · 임금 양극화 (Job · Wage Polarization)란 '고숙련 · 저숙련 일자리(임금)가 증가하고 중숙련 일자리(임금)가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 왼쪽 : 1980년~2005년 숙련수준 분위별 고용 변화율

  • 오른쪽 : 1980년~2005년 숙련수준 분위별 임금 변화율 

  • X축 : 직업의 숙련수준 분위 - 왼쪽일수록 저숙련 오른쪽일수록 고숙련

  • 고숙련 일자리만 증가하고 저숙련 일자리는 감소했던 1980년대와 달리, 오늘날 시대에는 고숙련 일자리와 저숙련 일자리가 모두 증가하고 중숙련 일자리가 감소하는 '양극화'가 발생


위의 그래프는 고숙련 일자리만 증가하고 저숙련 일자리는 감소했던 1980년대와 달리, 오늘날 시대에는 고숙련 일자리(임금)와 저숙련 일자리(임금)가 모두 증가하고 중숙련 일자리(임금)가 감소하는 '양극화'가 발생했음을 보여줍니다.


'숙련vs비숙련, 대졸vs고졸, 화이트칼라vs블루칼라, 비생산직vs생산직'의 분석구도는 고숙련 일자리가 증가하는 현상은 쉽게 설명해낼 수 있습니다. 기술변화가 고숙련 대졸 화이트칼라 근로자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 가설은 중숙련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저숙련 일자리는 증가하는 현상은 설명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는 미스테리 입니다.


하지만 '업무기반 분석'은 일자리 양극화를 훌륭히 설명해냅니다. 2000년대 노동경제학자들은 업무기반 분석을 이용하여 노동시장 양극화를 설명하는 논문을 쏟아냈습니다. 


마르텡 구스(Maarten Goos) · 앨런 매닝(Alan Manning)의 2007년 논문 <형편없는 그리고 사랑스런 일자리: 영국 내 일자리 양극화 증대>(<Lousy and Lovely Jobs: The Rising Polarization of Work in Britain>),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 로런스 카츠(Lawrence Katz) · 멜리사 키어니(Melissa Kearney)의 2006년 논문 <미국 노동시장의 양극화>(<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 등이 대표적인 논문입니다.


이들은 업무를 3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비반복적 인지 업무(non-routine cognitive task), 둘째는 반복적 인지 및 수동 업무(routine cognitive & manual tasks), 셋째는 비반복적 수동 업무(non-routine manual task) 입니다.


여기애서 중요한 점은 '반복적인 업무가 임금분포상에서 균일하게 분포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중숙련을 요하는 반복적인 업무는 임금분포의 중간에 집중(routine cognitive & manual tasks → middling jobs)되어 있고, 고숙련인 비반복적 인지 업무는 임금분포 상단(non-routine cognitive task → well-paid skilled jobs)저숙련인 비반복적 수동 업무는 임금분포 하단(non-routine manual task → low-paid least-skilled jobs)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도의 추상적 능력과 인지 능력이 필요한 업무는 연봉이 높으며, 트럭 운전과 청소 등 사람이 직접 그때그때 대응해야 하는 업무는 연봉이 낮습니다. 그리고 단순 사무지원 화이트칼라 업종과 제조업 블루칼라 업종은 중간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컴퓨터 자동화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한 결과 임금분포의 중간에 위치한 중숙련 일자리는 감소(middle-skilled jobs ↓)하게 됩니다. 그리고 능력이 뛰어난 근로자는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 한 뒤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숙련 일자리는 이익(high-skilled jobs ↑)을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반복적 수동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저숙련 일자리는 왜 증가한 것일까요? 학자들은 기술변화와 소비자선호가 함께 작용한 결과물로 바라봅니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비반복적 수동업무는 주로 '서비스업 직업'(service occupation) 입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제조상품 보다는 서비스를 향유하며 효용을 누리기 때문에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는 과거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컴퓨터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게 된 중임금 근로자들이 숙련 수준이 낮은 서비스업으로 대거 재배치(low-skilled jobs ↑) 됩니다. 그 결과, 저숙련 일자리는 갯수와 임금이 모두 증가합니다.


이러한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숙련수준별 고용변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직업별 고용변화를 살펴봐도 확인되며,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관찰됩니다.


  • 1979년-2012년, 직업종류별 고용 변화율

  • 왼쪽 3개 : 비반복 수동업무를 맡는 저숙련 서비스 직업 (개인의료, 음식 및 청소, 보안)

  • 가운데 4개 : 반복 업무를 맡는 중숙련 직업 (관리, 생산, 사무, 판매)

  • 오른쪽 3개 : 비반복 인지업무를 맡는 고숙련 직업 (매니저, 사업서비스, 기술)


위의 그래프는 1979-2012년 동안 직업종류별 고용 변화율을 시기별로 나누어서 보여줍니다. 가운데에 위치한 관리 · 생산 · 사무 · 판매 직업이 반복 업무를 맡는 중숙련 직업인데, 오늘날에 가까울수록 일자리가 많이 없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1993년-2010년, EU 16개 국가의 임금수준별 고용비중 변화

  • 저임금 일자리(연한색), 중임금 일자리(검은색), 고임금 일자리(회색)


또한, 위의 그래프는 1993년-2010년, EU 16개 국가의 임금수준별 고용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고임금 · 저임금 일자리의 고용비중은 3%~10% 정도 증가한 반면 중임금 일자리 비중은 10% 감소하는 '일자리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상위층-중위층 간 불균등은 확대, 중위층-하위층 간 불균등은 정체


일자리 · 임금 양극화는 소득수준별 임금 불균등의 모습도 변화시켰습니다. 


  • 1963년~2005년 미국

  • 왼쪽 : 소득 90분위/50분위 임금 불균등 추이 (소득 상위 10%와 50%의 임금 불균등)

  • 오른쪽 : 소득 50분위/10분위 임금 불균등 추이 (소득 상위 50%와 하위 10%의 임금 불균등)


기술변화는 고임금 일자리에게 이익, 중임금 일자리에게 손해로 작용했기 때문에, 소득 상위 10%와 50% 간 임금 불균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었습니다(왼쪽 그래프). 이건 그닥 놀라운 모습이 아닙니다. 


놀라운 건 소득 상위 50%와 하위 10% 간 임금 불균등이 안정화된 것입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소득 50분위/10분위 임금 불균등 추이가 더 심화되지 않고 있음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일자리 · 임금 양극화 현상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복업무를 대체하는 기술변화로 인해 중숙련 & 중임금 일자리가 위축된 대신 저숙련 & 저임금 일자리가 팽창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노동경제학자들이 발전시킨 '업무기반 분석체계'(task-based framework)와 '반복편향적 기술변화'(RBTC, Routine-Based Technological Change)는 2000년대 미국 및 선진국 노동시장의 특징인 '일자리 양극화'와 '중하위층 간 불균등 정체' 현상을 완벽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오프쇼어링 때문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임금 불균등이 확대된다


2000년대 미국 노동시장 분석에 '국제무역 요인'이 끼어들 틈은 없었습니다. 국제무역을 전공하는 경제학자들이 "외국으로의 오프쇼어링이 무언가 문제를 일으키는 거 같은데?" 라고 의구심을 품고 연구를 내놓았으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기술변화'에 쏠려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학자들은 꿋꿋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오프쇼어링이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offshoring)을 탐구했습니다.


대표적인 국제경제학자가 바로 로버트 F. 핀스트라(Robert F. Feenstra) 입니다. 핀스트라의 연구는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을 다룬 지난글[각주:20]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그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하면서 세계시장 통합을 이끌고있다"고 분석하며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에 관한 연구를 주도했습니다.


핀스트라는 한발 더 나아가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글로벌 생산공유가 양국 임금 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그는 1996년 논문 <세계화, 아웃소싱 그리고 임금 불균등>(<Globalization, Outsourcing, and Wage Inequality>), 1997년 논문 <외국인 직접투자와 상대임금: 멕시코의 사례>(<Foreign Direct Investment and Relative Wages: Evidence from Mexico's Maquiladoras>), 2003년 논문 <글로벌 생산 공유와 불균등 증가 - 무역과 임금 서베이>(<Global Production Sharing and Rising Inequality - a Survey of Trade and Wage>) 등 여러 논문을 통해 연구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 오프쇼어링은 동일한 산업 내에서 숙련-비숙련 노동수요를 변화시킨다 (Within Industry)


이번글의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국제무역이 임금 불균등을 초래한 원인이 아니라고 여겨진 이유 중 하나는 '동일한 산업 내에서 근로자 간 불균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우위에 기반한 무역모형의 예측대로라면 '숙련집약 산업 팽창 → 숙련근로자 이익. 비숙련집약 산업 위축 → 비숙련근로자 불이익'의 형태로 '산업간 숙련-비숙련 근로자 임금 격차 확대'(between industry)가 나타나야 합니다. 


로버트 F. 핀스트라는 상품 교환 무역이 아니라 생산과정을 공유하는 오프쇼어링을 고려하면 무역이 산업 내 불균등 심화에 영향을 미친다(offshoring → within industry inequality)고 주장합니다.


핀스트라는 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3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비숙련노동 집약적 부품 생산(production of an unskilled-labor intensive input), 둘째는 숙련노동 집약적 부품 생산(production of an skilled-labor intensive input), 셋째는 두 부품을 결합하여 최종재 상품으로 만드는 것(bundling together of these two goods into finished product).


선진국 기업은 개발도상국 대비 자국의 비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높다고 판단하면, 비숙련노동 집약적 부품 생산 활동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킵니다. 이러한 결정은 선진국에서 비숙련 근로자의 상대수요를 감소시키고 임금에 하방압력을 가합니다. 


즉, 오프쇼어링 혹은 아웃소싱은 기술변화가 비숙련 근로자를 대체하듯이 동일한 산업 내에서 비숙련 근로자의 상대수요를 감소시킵니다.


▶ 오프쇼어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임금 불균등을 초래한다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선진국 임금 불균등 증가 & 개발도상국 임금 불균등 감소'로 예측했으나 '현실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임금 불균등이 증가'하면서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핀스트라는 '숙련활동' '비숙련활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 생산활동은 선진국의 관점에서는 비숙련노동 집약적인 활동 입니다. 그러나 자본축적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관점에서는 자국으로 들어온 것이 숙련노동 집약적인 활동 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 제조업과 동남아 공장을 예시로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한 공장은 본래 한국의 비숙련 근로자가 주로 근무했던 곳이지만, 동남아에서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계층이 자국기업 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합니다.


따라서, 비숙련 활동을 외국으로 보내버린 선진국은 평균 숙련집약도가 상승하며, 선진국의 생산과정을 받아들인 개발도상국에서도 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그 결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임금 불균등이 심화됩니다.


▶ 기술변화를 무역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있나?


로버트 F. 핀스트라를 포함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기술변화를 무역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있나?"


기업의 아웃소싱 그 자체는 국제무역의 영향 이지만, 글로벌 밸류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덕분[각주:21]입니다. 역으로 기술변화는 국제무역 때문에 촉진될 수 있습니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아웃소싱으로 보다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의를 거치면서 경제학자들은 '기술변화 및 국제무역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들어서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꾸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 중국의 부상과 충격 (China's Rise & Shock)


  • 1999년 11월 미국-중국 양자무역협정 체결 - "중국 문을 열다"
  • 2010년 11월 '세계를 사들이는 중국'

  • 2010년 2월, 중국과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미국 오바마 대통령

미국인들은 2008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중국의 부상'(China's Rise)을 인식하게 됩니다. 

중국은 1999년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 체결 · 2001년 12월 WTO 가입[각주:22] 이후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제발전은 글로벌 소득분포의 모양을 바꾸어 놓을 정도였[각주:23], 중국이 국제무역에 참여하자 전세계 수출입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나날이 커져갔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과의 교역이 주는 충격(China Shock)이 멕시코 · 중남미 등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교역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 중국발 쇼크가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동안 '반복업무를 대체하는 기술변화가 노동시장에 주는 충격'을 연구했던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대중국 수입증대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2013년에 발표하면서 '중국발 쇼크'(the China Trade Shock)를 이슈로 만듭니다.

이제 다음글에서 '중국발 쇼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7.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3.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16. Thus, the data suggest that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did not have much influence on American relative wages in the 1980s. In fact, because the relative price of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fell slightly,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actually nudged relative wages toward greater equality. No regression analysis is needed to reach this conclusion. Determining that the relative international prices of U.S.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actually fell during the 1980s is sufficient. [본문으로]
  17. Acemoglu,Autor.2011.Skills, Tasks and Technologies- Implications for Employment and Earnings [본문으로]
  18. that computer capital substitutes for workers in carrying out a limited and well-defined set of cognitive and manual activities, those that can be accomplished by following explicit rules (what we term “routine tasks”); [본문으로]
  19. computer capital complements workers in carrying out problem-solving and complex communication activities (“nonroutine” tasks). [본문으로]
  2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2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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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Posted at 2019. 7. 11. 21:4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 2015년 6월 16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 


우리가 승리하는 걸 본 때가 언제인가요? 말해봅시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꺽었을 때가 언제인가요? 일본은 매년 수백만대의 차량을 수출합니다. 우리는 뭐하나요? 도쿄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본 때가 언제인가요? 그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국경에서 멕시코를 눌렀을때가 언제인가요? 멕시코는 우리의 멍청함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해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모든 국가들의 문제가 쏟아지는 쓰레기 투기장이 되었습니다. (...)


미국의 진짜 실업률은 18%~20% 입니다. 5.6%를 믿지 마세요.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중국과 멕시코가 우리의 일자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모든 일자리를 가져갔습니다. (...)


(기존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국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언제인가요? 중국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수준까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 기업들은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


오늘날 우리 미국은 정말로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진정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거래의 기술』을 써냈던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일자리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


나는 중국, 멕시코,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다시 가지고 올 겁니다. 나는 우리의 일자리와 우리의 돈을 가지고 올 겁니다. (...)


슬프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더 크고 더 낫고 더 강하게 되돌려 놓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6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식 영상[각주:1] / 텍스트[각주:2]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오늘 내가 하는 맹세는 모든 미국인들을 향한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미국산업을 희생시켜 외국산업을 키웠습니다. 우리 군대가 슬프고 비통함에 빠져 있는 동안 외국의 군대를 보조했습니다. 우리 국경을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 국경을 방어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수조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낙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 · 강함 · 신뢰가 사라지는 동안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씩 공장들은 문을 닫으며 떠났고, 수백만명의 미국인 근로자가 남겨졌습니다. 우리 중산층의 부는 미국 내에서 사라졌고 전세계로 배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부터 미래를 바라봅시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에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이 최우선시 될 겁니다(it's going to be America First).


무역, 조세, 이민, 외교 등 모든 결정이 미국 근로자와 미국 가족들에게 이익을 주도록 할겁니다. 우리의 상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빼앗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외국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보호는 번영과 강함을 가져다 줄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싸울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이 쓰러지도록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다시 승리할 겁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국경을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부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꿈을 가져올 겁니다. (...)


우리는 두 가지 단순한 규칙을 따를 겁니다 :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우리는 전세계의 국가들과 친선과 우호를 다질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익이 최우선 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할 겁니다. (...)


우리는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겁니다. 그리고, 네, 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미국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영상[각주:3] / 텍스트[각주:4]




※ 2017년 8월 14일 - 미국,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를 선거구호로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를 표방해온 도널드 트럼프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거두며 2017년 1월 20일부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부임합니다. 


선거 당시부터 '무역적자' · '일자리 상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왔던 트럼프는 부임 7개월 후인 2017년 8월 14일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그 대상은 바로 '중국'(China) 입니다.



미국의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인 나에게 부여한 권한으로,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다. (...)


● Section 1. 정책


이것은 무역관계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미국의 무역수지를 우호적으로 만들고, 미국 상품과 투자의 상호대우를 촉진하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R&D 집약 고기술 부문을 가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위반과 불공정한 기술이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자국 기업에게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정책, 관행을 시행해오고 있다이러한 법률 · 정책 · 관행 등은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고, 미국인들이 받아야 할 혁신의 정당한 보수를 빼앗고,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키우고, 미국의 제조업 · 서비스 · 혁신을 훼손한다.


● Section 2. 조사를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974년 무역법 302조에 따라 조사여부를 곧 결정할 것인데,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 그리하여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혁신, 기술발전을 훼손하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 2017년 8월 14일, 대통령 메모


위의 행정명령에도 드러나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intellectual property theft)와 기술이전 강요(forced technology transfer)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국시장 진입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중국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 · 기술이전 등을 강요해 왔습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외국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며 자국기업만 우대했고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방조해 왔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무단도용하며 전자산업을 육성시켰고, 단순가공 위주인 제조업을 최첨단 혁신 주도로 전환하기 위한 '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트럼프와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중국의 도둑질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를 좌시하면 미국의 현재이익이 침해됨은 물론이고, 향후 5G · AI 등 미래 기술부문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카드로 꺼냈습니다. 행정명령에는 302조를 언급했으나, 302조는 301조를 시행하는 절차를 담은 조항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를 향해,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같은 날 미 무역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Lighthizer) 대표는 "우리는 조사를 시행할 것이고,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 산업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각주:5] 라는 성명문을 내놓으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각주:6]


그리고 1년 후인 2018년 3월 22일, 301조 침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각주:7]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의 데자뷔??? 공통점과 차이점


  •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될 것인가? 

  • 출처 : WSJ[각주:8]


▶ 공통점 - ① 무역수지 적자 ②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 ③ 공격적 일방주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여러모로 1980년대의 무역정책을 연상케 합니다분쟁 상대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화되었을 뿐, 당시 분쟁의 논점과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정 그리고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활용한 수단 등이 오늘날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① 1980년대 : 대일 무역수지 적자 = 2010년대 : 대중 무역수지 적자


  • 아래 : 1987년~2017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중 일본과 중국의 비중 추이 

  • 출처 : WSJ[각주:9]


지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0]를 통해 살펴봐왔듯이, 1980년대 미국 정치인과 국민들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1999년 미-중 양자 무역협정 체결한 이후,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해마다 늘어왔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지난 30년 사이 일본과 중국의 바뀐 역할(Trading Places)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② 1980년대 : D램 등 첨단 하이테크 산업 = 2010년대 :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 경쟁


  • 1980년대 :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일본기업이 차지했던 위상

  • 2010년대 : 5G 네트워크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화웨이


1980년대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가득찬 건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이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D램 · 가전 등 첨단 전자산업에서 "일본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11]라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기업을 돕는 전략적 무역정책'[각주:12]을 구사하기를 바랐습니다.


더 나아가서, 미국인과 기업들'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이 극히 적은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시키기'[각주:13]를 원하였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 및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 라는 구호 아래, 미국은 일본에게 '향후 5년내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 상품 점유율 20%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 협정[각주:14]과 엔화가치를 절상시키는 플라자합의를 관철시켰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을 중국에게 내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서유럽 등 전통 우방국을 향해 "5G 네트워크 인프라 건립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제 리스트에 등재[각주:15]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도용을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4차산업 주도권 경쟁을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③ 다자주의 체제를 무시한 채,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하여 공격적 일방주의 구사



1980년대 미국 레이건행정부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 · 폐쇄적인 일본시장 · 일본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각주:17]을 구사했습니다. 당시 GATT 라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이 존재하였으나, 미국은 GATT로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집권한 미국 트럼프행정부 역시 현재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 내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고, 자국의 법률인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고 보복 조치[각주:18]를 가했습니다.


1980년대 폭주하던 미국의 행보를 제어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인 WTO가 만들어졌으나, 30년 만에 다시 미국에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각주:19]


▶ 차이점 - ①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교역 ②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③ 미국 우선주의


그런데 1980년대와 현재는 또 많은 면에서 다릅니다. 2차대전 이전부터 선진국이었던 일본과의 무역이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개발도상국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가져오는 충격은 다릅니다. 또한, IT 발전과 세계화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구조가 달라졌습니다. 게다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중화사상을 고수하는 중국은 미국이 보기엔 완전히 다른 상대방 입니다. 


① 1980년대 :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 2010년대 :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교역은 기본적으로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입니다. 이른바 '북-북 교역'(North-North)[각주:20] 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중국의 교역은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이른바 '북-남 교역'(North-South) 입니다. 


북-북 교역과 북-남 교역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다릅니다. 


선진국끼리는 경제구조나 생산하는 품목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주로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행해지며 상품다양성의 이익[각주:21]을 누리게 됩니다. 따라서, 수입증가에 따른 비교열위 산업 퇴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경제구조와 생산하는 품목이 완전히 다릅니다. 선진국은 지식집약적인 상품을 주로 생산하고, 개발도상국은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만듭니다. 이때 양국간 교역이 활발해지면 선진국으로 개발도상국의 노동집약 상품이 들어오게 되고, 선진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만들던 상품은 비교열위가 되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즉, 수입경쟁 산업의 퇴출과 근로자 실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각주:22]  


  • 대중국 수입 확대로 인한 피해 정도를 지리적 분포에 따라 보여주고 있음

  •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이후 미국이 맞딱드린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발 무역 쇼크'(the China Trade Shock) 입니다. 13억명에 달하는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를 이용한 중국산 단순가공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미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픽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발 무역쇼크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②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 등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 · 설계 +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조립되어 완성됩니다. 아이폰 뒷면에 나오듯이 말그대로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입니다. 이뿐 아니라, 아이폰 생산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참여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이 공정단계에 참여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이라 합니다. 


20세기 운송비용 하락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here-sold-there)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통신비용 하락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화는 선진국의 지식(knowledge)과 개발도상국의 노동(labor)이 결합하여 '여러 곳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잇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된 현상이 '선진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입니다. 선진국 기업은 저임금 · 저숙련 일자리를 개발도상국으로 이동시켰고, 그 결과 선진국 내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980년 미국 전체 근로자 대비 제조업 근로자 비중은 약 23% 였으나, 2019년 현재는 약 8.5%에 불과합니다. 


물론, 1980년대에도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나는 탈공업화 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으나, 오늘날에는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일자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가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서문에 나오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가지고 올 것이다"(bring back our jobs)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③ 민주주의 · 시장경제 확산을 위해 노력했던 미국 → 이제는 미국 우선주의 !!!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1980년대 미국이 비록 자국의 이익증진을 위해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언제나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수호하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새로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건설을 논의하는 우루과이 라운드에 힘을 밀어주었고, 1993년 집권한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 Enlargement) 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바라보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st)를 트럼프행정부의 외교 · 무역 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맨 앞에 나오는 '대선 출정식 연설' · '대통령 취임 연설' 뿐만 아니라 집권 후 내놓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무역정책 아젠다(Trade Policy Agenda)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다자주의 국제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NAFTA 재협상 · TPP 탈퇴 · 한미FTA 재협상 · EU와 일본의 자동차산업 조사 등 거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전쟁'을 초래한 요인들


이처럼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1980년대의 그것과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의 사건들은 모두 1980년대~2000년대에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 입니다. 


▶ 1980년대에 뿌려진 씨앗

-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사용

- 이를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WTO 창설


  • 1995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 1986년~1994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다

  • 기존 1947 GATT를 수정한 1994 GATT +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 분쟁해결기구(DSB)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각주:24]을 통해, 우리는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구상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내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개방(GATS)과 지적재산권 보호(TRIPS) 그리고 분쟁해결기구 설립(DSB)이 포함된 새로운 무역시스템을 꿈꾸었고, 세계 각국은 1986년~1994년 간 진행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 창설을 결의합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민주주의 · 시장경제를 중국에 전파하고 싶어했던 클린턴행정부

- 중국의 WTO 가입을 추진하다


● 199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 기반 세계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각주:25]


● 1998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중국을 세계무역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다음 세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각주:26] (...) 


1997년과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미국-중국 간 무역 및 경제 관계를 강화시키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경제개혁에 관여함으로써 중국의 시장개방을 밀어붙일 것이다.[각주:27] 


중국이 WTO 회원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가입이 상업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제거되어야 할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가입 이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199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참여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합의하였다.[각주:28] 


1995년 1월 WTO가 출범하였고,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어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며 무역으로 연결된 국가들은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고 협력할 것이다"[각주:29]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거대한 중국시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위에 소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그대로 나옵니다.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WTO 창설이 지지해부진 사이, NAFTA 등 지역 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

-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주의의 확산


  • 1994년 1월 1일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런데 WTO 창설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은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WTO 창설을 구상하였으나, 1986년~1994년 논의가 벌어지는 동안 자신들의 경제공동체(EU)를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유럽에 대항하는 지역공동체 창설 + WTO 설립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 +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목적 등을 가지고,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1994년에 체결합니다.


NAFTA 등의 지역 무역협정을 통해 우리는 3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외정책. WTO 창설 및 중국의 WTO 가입 촉구 목적 등과 마찬가지로, 클린턴행정부는 NAFTA를 통해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고 하였습니다. 


둘째,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 무역협정. 미국의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만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위협한 것이 아닙니다. NAFTA와 같은 지역주의 무역정책은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비차별주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합니다.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지역주의를 조직화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을 비판하였으나, 이미 대세는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에 비해 소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역주의는 이해관계 조율이 쉬웠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EU · NAFTA · APEC 등 여러 지역주의가 형성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FTA · TPP와 같은 형태로 진화합니다.


셋째,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와 다른 국가들로 이동해 갔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가 없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습니다. 자동차 공장은 멕시코로 갔고, 전자 산업은 동아시아로 갔습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③

- IT 혁명이 발생하다



1990년대에 뿌려진 또 다른 씨앗은 'IT 혁명' 입니다. PC가 보급되고 인터넷망이 설치되면서 사람들 간에 소통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은 '세계화 · 인터넷 · 21세기'를 외치며 새로운 세기를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IT는 세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손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기업들끼리도 업무논의를 이전보다 용이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말그대로 '다국적기업'이 등장했고, 기업들은 선진국에서는 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면서 단순제조 업무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켰습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중국의 경제발전

-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대수렴(Great Convergence)



  • 1994년~2018년, 전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1999년 미국-중국 양자 무역협정 체결 및 2002년 1월 WTO 회원국이 된 중국은 이후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1994년 전세계 GDP 비중이 3%에 불과했던 중국경제는 2018년 13%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시기 미국은 24%에서 21%로 비중이 감소하였습니다. 미국이 주춤해있던 사이 중국이 일어선 겁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2008 금융위기,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무너뜨리다



2008 금융위기[각주:30]는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시작된 사건은 2008년 9월 15일 세계 2위 투자은행 이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당시 상황을 정리한 글][각주:31]. 미국경제는 -4.0%의 성장률과 10%가 넘는 실업률을 기록했고, 손쉽게 대출을 받아 생활하던 중산층 이하의 삶은 무너졌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단순가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있었고,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Made In China 였습니다. 


경제생활이 악화된 미국인들은 모든 문제를 초래한 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들이 지목한 범인은 중국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앞에 있었습니다.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9년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되어오던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어치에 25% 관세부과를 예고합니다. 관세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대꾸합니다. "관세를 피할 쉬운 길? 상품과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라. 매우 간단하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이익' 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 그런건 중요치 않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이 우선할 뿐입니다(America First)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통해 세계경제에 편입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독재와 억압을 강화해 왔으며 민간기업이 아닌 국영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NAFTA를 통해 멕시코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퍼뜨리겠다는 이상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자동차 공장 일자리를 빼앗았고, 불법이민자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부시행정부와 오바마행정부는 FTA 확산 · TPP 체결 등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가치를 퍼뜨리고 중국을 포위하려 했으나, 이러한 무역협정은 미국내 일자리만 해외로 옮길 뿐입니다.


트럼프는 세계적 차원의 이상만 말하며 정작 미국인들의 삶을 챙기지 않는 정치인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NAFTA · FTA · TPP 등은 재협상 하거나 폐기하여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을 줄이고, 중국시장을 개방시켜야 합니다. 더 나아가 여전히 보조금 지급 · 기술이전 강요 등 공산당과 정부가 개입하는 중국의 경제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현재 다자주의 국제무역 시스템인 WTO에서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WTO는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일 뿐더러, 의사결정 자체도 느립니다. WTO의 분쟁해결기구는 미국에 반하는 결정만 내려왔습니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aggressive unilateralism) 입니다. 그리고 다자주의가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정(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1:1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대선 출정식 - 대통령 취임식 -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일관되게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를 실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서문


존경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미국인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저를 뽑았습니다. 나는 나의 행정부가 우리 미국시민들의 안전, 이익, 생활을 최우선에 둘 것임을 약속합니다(our citizens first). 나의 첫 임기동안, 여러분은 나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대외정책이 실행되는 것을 목격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우리의 주권을 보호했습니다. (...)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둘 겁니다(This National Security Strategy puts America First).


- 미국의 번영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공장, 기업, 일자리는 해외로 이동했습니다. (...)


지난 70년동안 미국의 상호주의, 자유시장,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 미국은 자유주의 경제 무역시스템을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까지 확장해왔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정치 · 경제적으로 자유화되고 미국에게 이득을 안겨줄 거라고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하지 않았고, 주요한 경제기관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오직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규칙과 협정만 지킬 뿐입니다.


우리는 공정(fairness), 상호(reciprocity) 그리고 규칙을 준수하는(faithful adherence to the rules) 모든 경제적 관계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위반, 속임수, 위협에 눈감지 않을 겁니다. (...) 


미국은 국내경제를 회복시키고, 미국근로자에게 이익을 주고, 미국 제조업기반을 부활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장려하고, 기술진보를 보존하는 경제적 전략을 추구할 것입니다.


-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로운 경제적 관계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덤핑, 차별적 비관세장벽, 기술이전 강요, 산업보조금, 기타 정부와 국영기업 지원 등을 사용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도전에 대처해야 합니다. (...)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원리를 따르는 국가들과의 경쟁과 이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과의 경쟁을 구분할 겁니다. 


● 2017년 3월, 2017 무역정책 아젠다


-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의 주요 원리 및 목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두 미국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국제무역협정으로부터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좌절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해왔고, 트럼프행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 겁니다.


우리의 무역정책 목표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방향(freer and fairer for all Americans)으로 무역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무역과 관련한 모든 행위가 우리의 경제성장 증대, 미국내 일자리 창출 촉진, 외국과 상호성 촉진, 우리의 제조업 기반 강화 등을 위해 계획되고 사용될 겁니다. 


이러한 목표는 다자협정 보다는 양자협정에 집중함으로써, 그리고 기존 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수정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these goals can be best accomplished by focusing on bilateral negotiations rather than multilateral negotiations - and by renegotiating and revising trade agreements).


- 주요 우선순위


위에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 트럼프행정부는 4가지 우선사항을 분류했습니다. (1) 미국의 주권 보호 (2) 미국 무역법 엄격히 집행 (3) 외국시장 개방과 미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 동원 (4)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추진 (...)


트럼프행정부는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미국 무역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게 미국과 전세계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트럼프행정부는 미국 근로자, 농부, 서비스 종사자, 다른 기업인들에게 해를 끼치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러한 것을 억제하고 진정한 시장경쟁을 독려하기 위하여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


지난 수년간, 미국인들은 WTO 시스템이 경제성장을 불러오고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거라고 희망해왔습니다. (...) 불행하게도 중국의 WTO 가입 이전인 2000년과 비교해보면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었고, 고용증가율은 약해졌고, 미국 내 제조업 고용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나 자동화의 영향도 있었으나, 무역 영향이 컸습니다. (...)


현재의 세계무역시스템은 중국에게 이롭게 작용해왔지만 미국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양자협상에 집중할 겁니다. 우리는 상대국에 대해 공정성 기준을 높일 것이고,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는 상대국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자세히...


이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보다 자세히 알아봅시다.


WTO · NAFTA · 중국의 WTO 가입과 경제발전 · IT혁명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장 그리고 미국이 겪고 있는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 까지, 하나하나 상세히 알아가 봅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1. Donald Trump Presidential Campaign Announcement - 출처 : C-SPAN [본문으로]
  2. Full text: Donald Trump announces a presidential bid - 출처 : 워싱턴포스트 [본문으로]
  3. President Donald Trump's Inaugural Address (Full Speech) | NBC News [본문으로]
  4. WhiteHouse. 2017.01.20 The Inaugural Address [본문으로]
  5. "Washington, DC - U.S. Trade Representative Robert Lighthizer today issued the following statement in response to President Trump's directive for USTR to determine whether to initiate an investigation of China regarding intellectual property, innovation, and technology: The United States has for many years been facing a very serious problem. China's industrial policies and other practices reportedly have forced the transfer of vital U.S. technology to Chinese companies. We will engage in a thorough investigation and, if needed, take action to preserve the future of U.S. industry. Potentially millions of jobs are at stake for the current and future generations. This will be one of USTR's highest priorities, and we will report back to the President as soon as possible." [본문으로]
  6. USTR. Press Release. 2017.08.14 - USTR Robert Lighthizer Statement on the Presidential Memo on China [본문으로]
  7.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8. China’s Market Meddling Will End Like Japan’s. 2018.12.26 [본문으로]
  9. The Old U.S. Trade War With Japan Looms Over Today’s Dispute With China. 2018.12.13. WSJ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s://joohyeon.com/276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5. US Commerce Press Release. 2019.05.14 Department of Commerce Announces the Addition of Huawei Technologies Co. Ltd. to the Entity List [본문으로]
  16.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8.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9. 물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간간히 1974 무역법 301조와 1988 종합무역법 슈퍼301조를 이용한 정책이 구사됐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었습니다. [본문으로]
  20.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이 주로 위치한 북반부(North)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 주로 위치한 남반구(South)를 의미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25. China: The emergence of a politically stable, economically open and secure China is in America's interest. Our focus will be on integrating China into the market-based world economic system. An important part of this process will be opening China's highly protected market through lower border barriers and removal of distorting restraints on economic activity. We have negotiated landmark agreements to combat piracy and advance the interests of our creative industries. We have also negotiated and vigorously enforced agreements on textile trade. [본문으로]
  26. Bringing the PRC more fully into the global trading system is manifestly in our national interest. China is one of the fastest growing markets for our goods and services. As we look into the next century, our exports to China will support hundreds of thousands of jobs across our country. For this reason, we must continue our normal trade treatment for China, as every President has done since 1980, strengthening instead of undermining our economic relationship. [본문으로]
  27. At their 1997 and 1998 summits, President Clinton and President Jiang agreed to take a number of positive measures to expand U.S.-China trade and economic ties. We will continue to press China to open its markets (in goods, services and agriculture) as it engages in sweeping economic reform. [본문으로]
  28. It is in our interest that China become a member of the WTO; however, we have been steadfast in leading the effort to ensure that China’s accession to the WTO occurs on a commercial basis. China maintains many barriers that must be eliminated, and we need to ensure that necessary reforms are agreed to before accession occurs. At the 1997 summit, the two leaders agreed that China’s full participation in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is in their mutual interest. [본문으로]
  29. Nations with growing economies and strong trade ties are more likely to feel secure and to work toward freedom. And democratic states are less likely to threaten our interests and more likely to cooperate with the U.S. to meet security threats and promote sustainable development.- 출처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30.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s://joohyeon.com/189 [본문으로]
  31. [2007년-2009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s://joohyeon.com/24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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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불균등. 그리고 무역의 영향(?)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불균등. 그리고 무역의 영향(?)

Posted at 2014. 8. 27. 15:4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해마다 8월이 되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Jackson Hole Meeting이 열린다. 경제학자 ·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이곳에 모여 경제정책에 관한 논의를 하게된다. 올해 Jackson Hole Meeting의 주제는 <Re-Evaluating Labour Market Dynamics>


주제에 맞추어 현재 노동시장 상황에 관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MIT 대학소속 David Autor<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이다. 도대체 어떤 주장이 담겨져있길래 많은 학자들이 이 논문에 주목을 했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경제적 불균등'에 관한 기존 논의를 이해하여야 한다.




※ 기술발전이 초래하는 중간층 일자리 감소와 일자리 양극화(Job Polarization)


산업혁명 이래로 "기술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라는 우려는 항상 있어왔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것 이라는 논리.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이러한 우려는 실현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고, 증가된 생산성에 맞추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들이 생겨왔다. 기계가 대체한 일자리보다는 새로이 창출한 일자리가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획기적으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은 "기술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라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왜일까? 


이 분야 논의에 기여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David Autor와 Frank Levy, Richard Murnane의 2003년 논문 <The Skill Content of Recent Technological Change: An Empirical Exploration> 이다. David Autor 등은 이 논문을 통해 "컴퓨터의 발전은 반복적인 업무(routine tasks)를 주로 하는 중간층 일자리(middle-skilled jobs)를 감소시킨다." 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Polanyi's Paradox' 때문이다. 이것은 철학자 Michael Polanyi의 말에서 따온 것인데,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We can know more than we can tell."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말해, "인간은 자신의 행위방식을 말로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계란을 깨뜨리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 할 때, 대다수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계란을 깨뜨리는 방법을 은연중에 알고 있는 것일뿐, 어떤 각도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줘야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컴퓨터를 이용할 때에도 인간의 이러한 특성은 한계로 작용한다. 컴퓨터는 프로그래머가 입력한 지시사항만을 따를 뿐, 프로그래머가 '말할 수 없는' 작업은 수행하지 못한다


따라서, 조직관리 · 의사소통 능력 · 오랫동안 체화된 한 분야의 전문성 등이 필요한 '추상적인 업무'(abstract tasks)와 세심한 환자관리가 필요한 분야 · 서빙 등 인간의 손이 필요한 '수공 업무'(manual tasks) 등은 컴퓨터가 수행할 수 없다. 다르게 말해, '비반복적 업무'(non-routine tasks)는 컴퓨터 기술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술발전이 대체할 수 있는건 정해진 규칙(explicit rules)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반복적 업무'(routine tasks) 이다. 이러한 반복적 업무는 대개 숙련도와 임금이 중간정도인 일자리(middle-skilled, paid jobs) 이다.


1990년대 들어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하고 상하층 일자리가 증가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David AutorLawrence Katz2006년 논문 <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를 통해 '일자리 양극화 현상'(Job Polarization)을 이야기 한다. 


  • David Autor, Lawrence Katz. 2006. <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 20
  • 임금별 일자리 비중변화 추이. X축 좌표는 임금정도에 따른 직업분위(오른쪽일수록 고임금 일자리)를 나타내고, Y축 좌표는 고용률 변화를 나타낸다.
  • 1990년대(빨간선) 들어서 고임금 일자리(high-paid jobs)와 저임금 일자리(low-paid jobs)의 비중은 증가하고, 중간임금 일자리(middle-paid jobs) 비중은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관찰되었다. (오늘 소개할) David Autor의 2014년 Jackson Hole Meeting 발표자료에서 다른 선진국의 그래프를 찾을 수 있다.

  • Davud Autor. 2014.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40
  • 미국 뿐 아니라 EU소속 16개 국가에서도, 1990년대 이래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하고 상하층 일자리가 증가하는 '일자리 양극화'(Job Polarization)가 나타나고 있다.

David Autor와 Lawrence Katz는 "(논문 발행년도인 2006년 기준) 지난 15년동안, 중간소득 근로자에 비해 저임금 · 고임금 근로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노동수요가 이동해왔다.[각주:1]" 라고 말한다.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비반복적 추상적인 업무(non-routine abstract tasks)와 비반복적 수동 업무(non-routine manual tasks) 일자리가 증가하고, 반복적 업무(routine tasks)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된 것이다.




※ 숙련편향적 기술발전(SBTC,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s)과 경제적 불균등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인해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은 경제적 불균등(Economic Inequality)과 어떻게 연결될까?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경제적 불균등은 더욱 더 커지지 않았을까? 경제적 불균등이 증가하긴 하였으나, 우리가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컴퓨터화(Computerization) · 자동화(Automoation)로 나타내지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숙련편향적 기술발전'(SBTC,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s) 이다. 말그대로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기술발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왜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갈까? 


컴퓨터기술은 추상적인 업무(abstract tasks)와 보완관계(complement)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기술의 발전은 고숙련 근로자가 추상적인 업무에 특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엑셀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등장은 회계업무 담당자가 손쉽게 자료를 수집 · 정리하고 통계를 내도록 도와준다. 이제는 자료정리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거기다가 고숙련 근로자의 노동공급은 제한적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대학교 이상의 지식과 업무에 대한 경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오랜기간 동안 교육에 투자하여야 한다. 단기간에 고숙련 근로자의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임금이 하락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1990년대 이후 고학력 근로자의 고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David Autor, Lawrence Katz. 2006. <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 21
  • 교육정도별 일자리 비중변화 추이. X축 좌표는 교육정도에 따른 직업분위(오른쪽일수록 고학력 직업)를 나타내고, Y축 좌표는 고용률 변화를 나타낸다.
  • 1990년대 들어서 고학력 일자리의 고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불균등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상층과 하층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숙련 근로자(high-skilled workers)와 중숙련 근로자(middle-skilled workers) 사이의 불균등이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중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저숙련 근로자(low-skilled workers)의 일자리는 유지된 결과, 중하층 근로자 간의 불균등은 감소하였다. 


  • David Autor, Lawrence Katz. 2006. <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 18
  • 파란색 선은 상위 90%와 50% 계층 사이의 임금격차를 나타낸다. 빨간색 선은 상위 50%와 10% 계층 사이의 임금격차를 나타낸다.
  • 1991년 이후, 파란색 선은 증가하는데 반해 빨간색 선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즉, 상위 90%와 50% 계층 사이의 불균등은 증가하고, 상위 50%와 10% 계층 사이의 불균등은 감소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관념적으로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전은 상하층 간의 불균등을 확대시켰다" 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상위 90%와 50% 계층 사이의 불균등이 증가하고, 상위 50%와 10% 계층 사이의 불균등은 감소"한 것이다[각주:2]

David Autor와 Lawrence Katz는 "(논문 발행년도인 2006년 기준) 지난 25년간 상층 내 불균등(upper-tatil inequality)은 증가하였고, 하층 내 불균등(lower-tail inequality)는 감소하였다[각주:3]. (...) (숙련편향적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수요의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각주:4]" 라고 말한다.



※ 기술발전과 경제적 불균등은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데 2014년 8월 22일, David AutorJackson Hole Meeting을 통해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다. 그는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를 통해, "지난 10년간 노동시장 악화의 원인을 컴퓨터 기술의 발전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1999년 이후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노동수요를 줄였다는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각주:5]" 라고 말한다. 도대체 David Autor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앞서 살펴봤듯이, 분명히 1990년대 이후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중간층 일자리를 감소시켰다. 그리고 숙련편향적 기술발전은 고숙련 근로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었고, 상위계층과 중간계층 사이의 임금격차는 벌어졌다. 


또한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 수동 업무를 하는 저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또한 증가하여, 중간계층과 하위계층 사이의 임금격차는 감소하였다. 그런데 1999년 이후, 즉 2000년대 들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길래 David Autor가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 것일까?


David Autor는 2006년 논문에서 "기술발전에 따라 수동업무를 하는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증가하였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후 통계를 살펴보니 2000년대 이래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증가하지 않았다. 기술발전이 저숙련 근로자의 수동업무를 대체하지는 않았으나, 중숙련 근로자가 저숙련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노동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숙련 노동시장의 낮은 진입장벽(low entry requirements)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중숙련 근로자들이 쉽게 진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은 상승하지 않았다.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Job Polarization)가 '임금 양극화'(Wage Polarization)[각주:6] 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각주:7]. 다르게 말해, 기술발전이 임금에 끼친 영향보다는 노동공급 증가가 임금에 끼친 영향이 더 크다



  • Davud Autor. 2014.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42
  • X축 좌표는 숙련도에 따른 직업 분위. Y축 좌표는 중위소득 변화를 나타낸다.
  • 2000년대(노란색 선, 초록색 선) 들어 숙련도가 낮은 직업(X축의 왼쪽부분)의 중위소득 변화가 음(-)의 값을 기록하거나 아주 작은 수준의 양(+)의 값을 기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6 그래프에서 더욱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00년대 이후 전체적인 임금성장이 둔화되었다는 사실[각주:8]이다. 고숙련 근로자가 담당하는 추상적인 업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임금정체 현상이 발견된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 고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 Davud Autor. 2014.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43
  • X축 좌표는 숙련도에 따른 직업 분위. Y축 좌표는 고용률 변화를 나타낸다.
  • 2000년대 이후에도(노란색 선, 초록색 선) 저숙련 근로자(X축의 왼쪽부분)의 고용률은 계속해서 높은 값을 기록하였다.
  • 그러나 2000년대 이후(노란색 선, 초록색 선), 고숙련 근로자(X축의 오른쪽부분)의 고용률은 낮은 값을 기록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혹시 중숙련 일자리를 대체한 기술발전의 영향이 고숙련 일자리에도 미치기 시작한 것 아닐까?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컴퓨터 ·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를 확인한 David Autor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 때문이 아닐까? 이후 고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각주:9]" 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2006년 논문에서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던 David Autor는 2014년 논문에서 "지난 10년간 노동시장 악화의 원인을 컴퓨터 기술의 발전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1999년 이후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노동수요를 줄였다는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각주:10]" 라고 말하고 있다.


David Autor는 기술발전 대신 '두 가지 거시경제 사건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닷컴버블 붕괴', 또 다른 하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 이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닷컴버블 붕괴는 IT 투자수요를 감소시켜 고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2000년대 들어 발생한 세계경제의 부흥'과' 국가간 불균등 감소' 이다. 그는 "기술발전이 세계경제를 부유하게 만듦과 동시에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발전한 국가를 궁핍화 시켰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각주:11]" 라고 말하며, 기술발전이 미국 노동시장에 끼친 영향을 축소한다. David Autor는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에 주목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증가가 미국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각주:12]는 것이다. 




※ (사족) 인적자본 투자의 중요성 & 기술발전이 중간층 일자리를 완전히 없앨까?


David Autor는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를 통해 '인적자본 투자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기술발전이 중간층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 이라고 말한다. 


David Autor는 "숙련 근로자의 수요를 증대시키는 기술발전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만약 19세기 근로자가 20세기에 환생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근로자는 교육부족으로 인하여 실업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 기술발전은 수동 업무(manual tasks)를 증가시킬 수 있으나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하여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은 낮다. 따라서, 인적자본에 투자하여 숙련도를 쌓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인 전략의 핵심이다.[각주:13]" 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술발전으로 인하여 중간층 일자리가 감소하는) 고용 양극화(employment polarization)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중숙련 업무(middle-skilled tasks)들이 자동화에 의해 대체 되었으나, 또 다른 많은 중숙련 업무는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것들 이루어져 있다. 반복 업무(routine tasks)와 비반복 업무(non-routine tasks)는 서로 보완을 주는 선에서 공존할 것이다.[각주:14]" 라고 말한다.




국제무역이 경제적 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경제적 불균등 현상에 대해 기술발전의 역할을 강조했던 David Autor는 이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특히나 중국)과 '국제무역'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무역은 어떤 경로를 통해 노동시장과 소득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다음글에서는 '국제무역이론 - 1세대 · 2세대 · 3세대'를 살펴보고, 이것이 전세계적 소득분배 · 선진국 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참고자료>


David Autor, Frank Levy, Richard Murnane. 2003. <The Skill Content of Recent Technological Change: An Empirical Exploration>


David Autor, Lawrence Katz, Melissa Kearney. 2006. <The Polarization of the U.S. Labor Market>


David Autor. 2014. <Polanyi's Paradox and the Shape of Employment Growth>



  1. labor demand shifts have favored low- and high- wage workers relative to middle-wage workers over the last fifteen years. (7) [본문으로]
  2. 물론, super-rich, 상위 0.1% 계층의 부(富)가 큰 폭으로 증가하긴 하였으나, 이건 또다른 문제이다. [본문으로]
  3. secular rise in upper-tail inequality over the last twenty five years coupled with an expansion and then compression of lower-tail inequality. (12) [본문으로]
  4. demand shifts are likely to be a key component of any cogent explanation. (13) [본문으로]
  5. A final observation is that while much contemporary economic pessimism attributes the labor market woes of the past decade to the adverse impacts of computerization, I remain skeptical of this inference. Clearly, computerization has shaped the structure of occupational change and the evolution of skill demands. But it is harder to see the channel through which computerization could have dramatically reduced labor demand after 1999. (32) [본문으로]
  6. 보통 '양극화'란 단어를 상하층 격차 증가일 때 사용하기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가 임금 양극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라는 말이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양극화'(polarization)는 중간부분이 감소하고 상하부분이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2000년대 이래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은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 양극화'(wage polarization) 으로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본문으로]
  7. In short, while abstract task-­‐‑intensive activities benefit from strong complementarities with computerization, relatively elastic final demand, and a low elasticity of labor supply, manual task-­‐‑intensive activities are at best weakly complemented by computerization, do not benefit from elastic final demand, and face elastic labor supply that tempers demand-­‐‑induced wage increases. Thus, while computerization has strongly contributed to employment polarization, we would not generally expect these employment changes to culminate in wage polarization except in tight labor markets. (16-17) [본문으로]
  8. A final set of facts starkly illustrated by Figure 6 is that overall wage growth was extraordinarily anemic throughout the 2000s, even prior to the Great Recession. (18) [본문으로]
  9. What this pattern suggests to me is a temporary dislocation of demand for IT capital during the latter half of the 1990s followed by a sharp correction after 2000—in other words, the bursting of a bubble. The end of the “tech bubble” in the year 2000 is of course widely recognized, as the NASDAQ stock index erased three-­‐‑quarters of its value between 2000 and 2003. Less appreciated, I believe, are the economic consequences beyond the technology sector: a huge falloff in IT investment, which may plausibly have dampened innovative activity and demand for high skilled workers more broadly. (23) [본문으로]
  10. A final observation is that while much contemporary economic pessimism attributes the labor market woes of the past decade to the adverse impacts of computerization, I remain skeptical of this inference. Clearly, computerization has shaped the structure of occupational change and the evolution of skill demands. But it is harder to see the channel through which computerization could have dramatically reduced labor demand after 1999. (32) [본문으로]
  11. the onset of the weak U.S. labor market of the 2000s coincided with a sharp deceleration in computer investment—a fact that appears first-­‐‑order inconsistent with the onset of a new era of capital-­‐‑labor substitution. Moreover, the U.S. labor market woes of the last decade occurred alongside extremely rapid economic growth in much of the developing world. Indeed, frequently overlooked in U.S.-­‐‑centric discussions of world economic trends is that the 2000s was a decade of rising world prosperity and falling world inequality. It seems implausible to me that technological change could be enriching most of the world while simultaneously immiserating the world’s technologically leading nation. (33) [본문으로]
  12. employment dislocations in the U.S. labor market brought about by rapid globalization, particularly the sharp rise of import penetration from China following its accession to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in 2001. (33) [본문으로]
  13. A first is that the technological advances that have secularly pushed outward the demand for skilled labor over many decades will continue to do so. (...) Though computerization may increase the fraction of jobs found in manual task-­‐‑intensive work, it is generally unlikely to rapidly boost earnings in these occupations for the reasons discussed above: an absence of strong complementarities and an abundance of potential labor supply. Thus, human capital investment must be at the heart of any long-­‐‑term strategy for producing skills that are complemented rather than substituted by technology. (30-31) [본문으로]
  14. A second observation is that employment polarization will not continue indefinitely. While many middle skill tasks are susceptible to automation, many middle skill jobs demand a mixture of tasks from across the skill spectrum. (.,.) Why are these middle skill jobs likely to persist and, potentially, to grow? (...) routine and non-­‑routine tasks will generally coexist within an occupation to the degree that they are complements-­that is, the quality of the service improves when the worker combines technical expertise and human flexibility. This reasoning suggests that many of the middle skill jobs that persist in the future will combine routine technical tasks with the set of non-­routine tasks in which workers hold comparative advantage-­interpersonal interaction, flexibility, adaptability and problem-­solving. (...) I expect that a significant stratum of middle skill, non-­‐‑college jobs combining specific vocational skills with foundational middle skills—literacy, numeracy, adaptability, problem-solving and common sense—will persist in coming decades. (31-3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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