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Posted at 2015. 12. 29. 18:44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왜 오늘날에 '1997년'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1997년은 오래된 과거입니다. 201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분들이 1997년생이죠... 그런데 요즈음 '1997년'을 많이들 이야기하곤 합니다.


  

2015년 12월,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림으로써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에 제로금리정책에서 벗어났습니다. Fed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해는 2006년이니, 사람들은 무려 9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방기금목표금리(Federal Fund Target Rate)는 0.00%~0.25%에서 0.25%~0.50%가 되었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을 불러와서 '1997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를 우려하기 때문이죠. 1997년에 신흥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2015년 11월 22일, 김영삼 前 대통령이 서거하자 많은 사람들이 1997년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바친 김영삼을 회고하며 "'1997년 IMF 사태' 때문에 저평가 받는다." 라는 말을 합니다. 1997년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번글에서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서 다룹니다. 1997년의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글로벌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얻는 것이 글의 목적입니다. 

(본 블로그에서 2013년도에 [외환위기 시리즈]를 개제한바 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글을 읽어보니 난잡한거 같군요...


일반사람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호칭일뿐더러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려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명칭에 우선 주목해야 합니다.   


자, 이제부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종금사와 기업의 '단기외채' 차입

- 태국발 금융위기 발생 → 충격의 여파가 한국으로 확산

- 통화가치 하락에 이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의 증가



▶ 금융자유화에 이은 기업과 종금사의 단기외채 차입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초반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한국은 '금융자유화'(Financial Liberalization)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하였습니다. 국내 기업들과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은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빌렸습니다(자본유입, capital inflow).


이들이 빌린 자금은 '만기가 짧은(단기)',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외채) 였습니다. 기업들은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자금으로 투자를 증가시켰고, 종금사들은 외국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자금을 국내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하여서 차익을 챙겼죠.


▶ 1997년 7월, 태국 금융위기 발생


그러던 와중에 1997년 7월,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태국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사건이 일어났죠.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위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한국에게마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불러온 유동성위기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된 외국계 은행들은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환요구'(sudden stop)를 겪게된 일부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는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었고,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 나갔습니다. 이제 외국계 은행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의 상환능력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다른 기업들 또한 유동성위기를 겪게 되었죠.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이 초래한 원화가치 하락, 외채부담을 증가시키다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의 상환요구로 인해 '급작스러운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고, 원화가치는 크게 하락(환율상승) 하고 맙니다.


원화가치 하락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빌렸던 자금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였습니다. 따라서, 원화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상 부채부담을 증가시켰던 것이죠. 


쉽게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때 1달러를 빌렸다면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크기는 1,000원 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달러당 2,000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 한다면 부채크기는 2,000원이 되어버리죠. 1997년 6월 당시 환율은 1달러당 1,000원 미만이었으나, 1997년 12월 환율은 1달러당 2,0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했었습니다.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상환 & 원화가치 하락 막기가 초래한 외환보유고 고갈


국내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달러화로 그들의 부채를 상환하였죠. 그리고 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해서 달러화를 팔아야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이제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외채를 갚을 수도 없었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수도 없었죠. 달러화가 필요한 한국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쳥하고 맙니다. 외국통화인 달러화가 부족하여 발생한 위기, 즉 '외환위기'(Currency Crisis)가 발생한 겁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

- '동아시아'의 위기

- 만기 불일치, 통화 불일치

-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이은 유동성위기


앞서 스토리로 살펴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 'IMF 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겪었던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외환위기' 입니다IMF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정부에 달러화를 빌려준 기관이었을 뿐입니다. (물론,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건 긴축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이는 논외로 합시다.)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를 'IMF 사태'로 부른다면, 위기의 특징과 원인을 제대로 모르게 됩니다. (특징과 원인은 바로 밑에서 다룹니다.) 또한, 당시 위기가 마치 '한국만의 사건'이었던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 만기 불일치와 통화 불일치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단기'(short-term) 자금을 외국계은행으로부터 빌린 다음에, '장기투자'에 나서거나 '장기'(long-term)로 다른 곳에 다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즉, 한국 기업과 종금사는 '단기부채'와 '장기자산'을 가지고 있던 셈이죠.


외국계은행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단기부채' 상환을 요구했을때, 유동성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라 합니다.


또한,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쉽게 말해 '외채'를 빌렸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를 빌렸다면, 가지고있던 원화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부채를 대신 상환해 줄 수도 있었죠. 


그러나 '외채' 였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은 소용이 없었고 한국 기업과 종금사 또한 돈을 쉽게 갚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원화가치 하락이 일어났을때 외채부담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라 합니다.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


자, 만기 불일치든 통화 불일치든, 외국계은행이 '갑작스럽게 상환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유동성위기를 겪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계은행들이 그냥 '만기연장'(roll-over)을 해주었더라면, 평온한 상태가 지속됐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은 부채상환을 요구하고 외화자금이 빠져나가자, 유동성문제와 원화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즉,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는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이 불러온 유동성위기였습니다.




※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까요? 

-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 금융감독 기능의 부재


1997년 당시 한국은 '금융감독'(financial supervision) 기능이 부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을 감시하지만, 당시에는 은행감독, 보험감독, 증권감독 등 금융감독 기능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었죠.


이런 이유로 인해,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빌리는지도 몰랐습니다.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돈을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얼마만큼 재대출 해주는지도 몰랐죠. 그리고 당시에는 재무제표 공개 등 기본적인 '공시기능'도 없었습니다. 기업들의 회계조작 등이 성횡하였죠.


▶ 정부의 지급보증 관행


1960년대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한국경제는 '정부의 지급보증'(government guarantee)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빌린 뒤 파산하여도 결국에는 정부가 막아준다는 생각을 하였고, 돈을 빌려주는 외국계은행 또한 "이렇게 많이 빌려줘도 한국정부가 갚아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죠.


▶ 금융시장 자유화와 자본유출입이 가져오는 폐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 그리고 세계 경제학자들은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1997년 이전 IMF는 개발도상국 등에게 '금융시장 개방'을 주문하였습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어서 선진국 자본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다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이렇게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이 '갑작스럽게 유출'(disruptive outflows) 되었을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세계 경제학자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들 또한 이를 모르고 있었고, '단기외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집계하는 통계조차도 없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

- 경제학계의 변화와 발전

-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자


1997 외환위기가 발생한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2016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1997년생이죠. 한국정부와 세계 경제학자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요?


▶ 3세대 금융위기 이론의 발전


1997년 당시 세계 경제학자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가져오는 폐해'를 몰랐던 이유는 그러한 방식의 금융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와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생각치 못했었죠.


이전의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형태였습니다.


1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해당국 정부의 방만한 거시경제 운용으로 인한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문제'(fundamental)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70-80년대 중남미 국가들의 저성장, 재정적자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의 사례이죠.


2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한 투기적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영국 파운드화 폭락 사태 등이 이를 보여주죠.


1세대, 2세대 모형을 생각한다면, 1997년 당시 한국경제 상황은 낙관적이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긴 했으나, 경제성장률, 재정적자 규모, 인플레이션율 등 거시경제 기초여건은 안정적이었죠. 그리고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긴 했으나, 투지적공격은 없었습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과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지나고 나서야, 경제학자들은 3세대 금융위기 모형을 내놓았고,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자본이동의 규제와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


1997년 이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주창했던 IMF는 오늘날에 "특정상황에서는 자본통제(capital control)도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로운 자본이동을 감독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각국에 강조하고 있죠.


1997년에 위기를 겪었던 한국은 두번 다시 똑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대비를 철저히 해놓고 있습니다. '단기 대외부채'를 철저히 감독하고 있으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고 있죠. 세계 경제학계내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모범사례로 매번 한국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함의

-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자,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특징 · 원인 · 교훈'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1997년의 사건을 'IMF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인식해야만 올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생각의 지평을 좀 더 넓혀서,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알아봅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세계 다른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10년 후인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1997년의 사건을 단순히 'IMF 사태'로 인식한다면 '세계경제흐름 속에서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됩니다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①

: 1998년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에서도 위기 발생 


19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 홍콩 등을 거쳐서 11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은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외환위기의 충격이 '동아시아' 내에서만 머무르고 끝났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그리고 미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경제는 석유 · 가스 등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자 원자재수요가 크게 감소하였고, 그 결과 러시아경제도 침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1998년 8월 결국 러시아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맙니다. 


동아시아 → 러시아로 퍼진 위기는 이제 중남미로 향합니다. 1997년 동아시아가 외환위기를 겪는 모습을 본 브라질은 자본유출을 막고 고정환율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는 지속되지 못하였고, 결국 브라질 통화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나게 됩니다. 1998년, 브라질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98년 브라질에 이어서 아르헨티나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납니다. 1998년-2002년 사이 아르헨티나 경제의 생산량은 무려 28%나 감소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②

: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를 본 미국,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 1999년 IT 버블 형성 → 붕괴 → 2001년 경기침체




세계 여러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 1998년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본 미국은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합니다. 당시 미국경제 성장률은 비교적 견고하였으나,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경제위기가 미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LTCM Management' 사태입니다. 헤지펀드 회사였던 LTCM은 러시아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큰 손실을 보게되었고, 미국 다른 금융기관들은 Fed의 감독아래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지원을 해줍니다. LTCM 사태를 본 Fed는 미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였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위기의 불씨가 되고 맙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낮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국내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히 과열을 부르게 됩니다.


외국에서의 위기로 인해 주춤하던 미국 주가지수는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시 新산업이었던 IT기업을 중심으로 주식가격이 크게 올랐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던 IT기업들은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었지만, '새로운 산업'이라는 환상은 무척 강력했습니다.


이러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결국 큰 충격을 초래합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미국 주가지수는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IT 버블이 꺼지게되자 그동안 잔치를 누려왔던 IT기업들은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미국은 2001년부터 경기침체에 빠지고 맙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③

: 2001년 경기침체 이후, Fed의 초저금리 정책

: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게된 신흥국

: 부동산시장 버블 형성 → 붕괴 → 2008 금융위기




2001년 경기침체를 빠진 미국. Fed는 불과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무려 4.75%p나 인하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 1%라는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죠.


그러나 IT 버블 붕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저금리정책은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부동산가격 급등' 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미국인들은 많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매해 차익실현을 노렸습니다.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킨 또 다른 원인은 '신흥국에서 유입된 자본'이었습니다. 외환보유고 부족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은 1997년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을 벌어들였고,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화보유고를 늘려나갔습니다. 미국으로 유입된 신흥국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관련글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부동산가격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은 기준금리를 정상수준으로 올려나갔고,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대출을 받은채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게되었죠. 대출연체율이 증가하자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2008 금융위기가 터져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2가지 경로를 통해 '2008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1998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위기 & LTCM 사태 → 1998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 IT 버블 형성 → IT 버블 붕괴 → 2001년 미국 경기침체 →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대의 초저금리 정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신흥국들,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 →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뒤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환을 모으려고 함 → 신흥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함의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초래한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신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이 오늘날에도 발생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 2015년 현재에 '1997년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유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초래 우려

: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금융위기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 Fed는 기준금리 범위를 0.00%~0.25%로 내리는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제로금리 정책은 7년 뒤인 2015년 12월까지 유지됐었습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미국의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금융상품 투자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내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대출 받은 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흥국에 투자하면 금리차이 만큼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죠(search for yield). 그 결과,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 시행 이후, 수익을 쫓는 투자자로 인해 신흥국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돈을 인출한 다음에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될 경우,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여 1997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참고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1997년의 위기와 똑같은 현상을 초래할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정말로 1997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에서 살펴봤듯이, 1997년 이후 경제학자들은 '자본유출입 규제'에 주목하였고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를 통해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를 통해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특징 · 원인 · 교훈''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세계경제사적 의미 · 오늘날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관한 본 블로그 글]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5편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논문]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 lessons for policy makers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학계의 논의]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이전과는 다를것이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2008 금융위기에 미친 영향]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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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Posted at 2015. 9. 21. 20:4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다룬 6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단기의 세계는 이와 달랐습니다. 


단기에서는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좋으냐 나쁘냐 혹은 국민들이 부지런하냐 게으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어떤 이유에서 통화량이 축소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장적)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라 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장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배워봅시다.



 

※ 재정정책의 작동원리


단지 어떤 이유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통화량이 축소되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확장적 재정정책 (expansionary fiscal policy)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글을 통해 여러번 봤었던 국민계정식을 생각해봅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C) · 정부(G) · 기업(I) · 외국소비자(NX)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의 크기(Y)를 얻어낼 수 있죠.(Y=C+G+I+NX) 


이때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생각하면, 총생산량의 크기가 지출 크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출 크기가 총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지출이 증가(G↑)하면 총생산량도 증가(Y↑)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때문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 뒤 지출을 증가시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재화의 구입을 증가시키면(G↑), 생산자들은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립니다(Y↑). 생산자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되니 소득이 증가하죠.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C↑),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합니다(Y↑). 


즉, 처음의 정부지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 생산자 소득 증가 →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의 소비증가 →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증가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G↑ → Y↑  C↑ → Y↑ ……) 초기 정부지출의 조그마한 증가가 거시경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죠.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 ①

-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얼마일까?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살펴봤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합니다. "기준금리를 x%로 내린다." 혹은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한다고해서 채권 · 예금 · 대출 등 모든 시장금리가 자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저 '목표치'(target) 였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 도달할때까지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였죠.


그런데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이때,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실질이자율(r)가 아니라 명목이자율(i) 입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r* = r 되도록 기준금리(i)를 조절하고, 이때의 기준금리가 '적정 기준금리' 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②

- 중앙은행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까?


● 중앙은행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한다.


●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2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중앙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실질이자율이 낮아진 것일까요? 실질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가 일정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호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기호황의 결과물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호황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을때 기준금리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입니다.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인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경기침체의 결과물이 디플레이션율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디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기준금리를 하락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졌을때 기준금리를 하락시킵니다.

(주 :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절은 '실질이자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락)하면 명목이자율도 동반상승(하락)'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피셔효과'(Fisher Effect)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차입을 증가시켜 총수요 확장


● 확장적 통화정책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에 대해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를 설정한 후, 통화량변동을 통해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목표치에 도달하게 만듭[각주:1]니다. 


이때 '기준금리 목표치의 적정한 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단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질이자율(r*)을 움직입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π↑)하면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상승(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π↓)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락(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r = r* 만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하여, 경기침체기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보다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r)을 낮게 만들어서( r* > r ), 경기호황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r* > r)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의미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이러한 설명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총공급-총수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지출증가를 통한 생산량증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무엇일까요?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지출이 증가하니까 총수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뿐입니다. 그래프를 이용한 사고는 내용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채의 증가'입니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출을 늘립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젠가 갚아야하는 부채입니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 이후,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서 투자를 증가 시킵니다. 이또한 기업의 부채입니다. 


그리고 개인도 낮아진 대출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늘리는데, 은행대출은 개인의 부채이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개인 · 기업 ·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늘립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채를 증가시키는게 타당할까요?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여기서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글에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느냐? 바로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부채증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하다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때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 · 투자 확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성향이 높아 레버리징(부채차입)를 활용하는 A, 소비성향이 낮아 레버리징을 하지 않는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레버리징을 통해 신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늘립니다. 이와중에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B는 A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죠.


어느 순간, 갑자기 A가 돈을 더 빌릴 수 없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디레버리징에 착수하면 경제 내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애시당초 거시경제의 소비는 레버리징을 통해 소비를 늘린 A에게 의존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A가 부채를 감축해 나갈때 경제 전체의 자산 규모는 늘었을까요? 경제 전체의 자산규모는 그대로입니다. A의 부채는 B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부채감축과 자산규모 증가는 관련이 없습니다. 


즉, A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내에서 자산크기는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분포만 변했습니다. A의 부채가 없어지고 B의 현금이 된것이죠. 이때 단지 자산의 분포만 변한 상태에서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라고 그러길래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거시경제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되려 경기침체만 생긴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을 늘립니다. 일자리가 생겨나 A의 소득이 증가하고 A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죠.


자, 이때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비교해 줄어들었까요?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같습니다. 다만, A가 가지고 있던 민간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했을 뿐이죠. 그러나 소비성향이 높은 A가 다시 소비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줄어들자(A의 디레버리징)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는데,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다시 원래만큼 증가하자(정부의 부채증가)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개인의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데, 이와중에 정부의 부채를 통해 '개인의 부채감축으로 인해 생긴 경기침체'를 해결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빚을 빚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죠.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위의 일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키다

: 위의 일화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려왔던 A가 디레버리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이 문제를 일으켰죠. 


어떤 사람이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죠.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던 사람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니 당연히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정부가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거시경제 부채규모는 다시 이전 수준만큼 증가하였으나 경기침체는 사라졌습니다.    


▶ 재정여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켜라는 말은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A의 디레버리징을 막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채권자의 상환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무자 A는 어쨌든 부채를 갚아야 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재정여력이 있는 다른 개인 · 기업 · 정부가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가 A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 · 기업이 A를 대신하게끔 만들어줍니다. 


▶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나오는 비판이 "가계부채 증가"[각주:2] 입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나왔던 비판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통화정책의 함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애초부터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느냐' 입니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소득 · 자산을 따져본 뒤 재정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죠. 즉, 안정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소비를 늘리도록 만드는게 통화정책의 목적입니다. 


▶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예금이자가 줄어들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 ·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과거에 은행에 예금을 하면 10%의 이자를 주었으나, 이제는 1%의 이자를 받기도 힘듭니다. 이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은행이 이자를 많이주어야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를 늘릴 것 아닌가. 이자를 적게주니 소득도 안늘어나서 소비할 돈도 없다."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잡는 이유는 '저축을 하지말고 소비를 하라' 입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수익 덕택에 소득이 증가할테지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 할겁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적으니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를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을 강조했던 이유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각주:3]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도 지출과 통화량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출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통화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죠. 


하지만 단기의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주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제 이번파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앞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상승(π↑)시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고(i를 낮게 유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면(π 증가),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r 최소화). 


개인과 기업들은 r 만큼의 실질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면 r*만큼의 이익을 거둘겁니다. r은 r*보다 작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은 r*-r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r*-r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죠.


<출처 : FREDFederal Funds Target Range - Upper Limit>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는 Fed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인 0.25%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목이자율(i)을 낮게 유지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더하여, "인플레이션율이 2%를 달성할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저축-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2%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이후 Fed는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1.75%(0.25%-2%)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게잡는 것이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데에 중요합니다.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것을 '수용정책'(accomodative policy) 라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와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 증가(G↑)를 통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을 증가(Y↑)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게된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C↑)나고 또 다시 생산량이 증가(Y↑)되는 승수효과의 원리로 작동됩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게 만들고(r>r*), 낮아진 실질이자율을 이용하여 개인의 소비(C↑)와 기업의 투자(I↑)가 증가함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Y↑)이 늘어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를 발생시켜 지출을 증가시키고, 확장적 통화정책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도와줍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인한 생산량 축소'였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정부와 개인 · 기업이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한다면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과연 언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한대로 지속될 수 있다면,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영원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봤듯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들이 증가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 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생산량 축소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죠. 이제 반대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수요가 증가했을때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릴까요? 생산량을 늘리는건 힘이 듭니다. 일도 많이해야하고 기계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그냥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상품가격만 올리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텐데 말이죠.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 10개를 팔기보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팔면 일은 별로 안하는데 수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합니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수준 상승 발생합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시장 vs 정부?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


이번글에서 보았다시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다릅니다. 장기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뿐 실질적인 생활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기에서는 통화량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었죠. 또한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침체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와 단기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구사할때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단기에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와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합니다.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니, 자본재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시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에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키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이죠. 


반대로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에는 인플레이션만 발생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부문을 발전시켜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에만 통하는 정책이지만, 바로 그 단기를 위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시장vs정부'로 많이 소개하지만, 실제 거시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장기vs단기', '총공급vs총수요'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종합해보도록 합시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http://joohyeon.com/238 [본문으로]
  2. "기준금리 인하, 성장률 증가 효과" vs "가계부채만 늘어" [본문으로]
  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http://joohyeon.com/23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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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Posted at 2015. 9. 21. 20:32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지금까지의 글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를 다루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의 세계는 장기와는 다릅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화폐는 경기회복을 돕는 큰 역할을 합니다. 


단지 통화량이 증가했을 뿐인데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발생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단기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를 통한 '총수요부문의 발전'(aggregate demand)이 요구되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의 세계에서 알았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 총공급 곡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총공급 곡선의 모양입니다. 장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직의 모양을 가지지만, 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아 우상향하는 모습을 띕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선,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무엇을 뜻하는지 복습해 봅시다. 거시경제의 총공급이란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참가를 독려하고, 자본재 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곳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총공급부문은 화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화폐와는 상관없이 자본재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수직인 총공급곡선은 통화량과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잠재GDP를 달성한 장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수준 변동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단기에는 생산자가 물가수준 상승을 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과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몇번 이야기 했듯이, 사람들은 전체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 가격의 상승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자 또한 자기가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만약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라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증가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산자는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증가했다고 착각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생산자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착오를 깨닫고 생산량을 원상태로 돌려놓지만, 적어도 단기간 동안에는 물가수준 상승에 따라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 경기변동을 유발하다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과 물가상승에 따라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 장기와 단기에 따라 총공급곡선 모양이 다른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으로 딱 고정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잠재GDP 자체가 증가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경우만 있을 뿐, 생산량이 잠재GDP를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은 경우에 따라 여러 범위의 생산량을 가지게 됩니다.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물가수준이 하락하면 생산량이 감소하죠. 즉,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할 수 있습니다. 단기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에 미달하는 것을 경기침체(recession)라 부르고, 초과하는 것을 경기호황(boom) 이라고 합니다. 



왜 단기에서는 생산량이 잠재GDP와 일치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와 경기호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총수요부문'(aggregate demand)이란 거시경제의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GDP를 지출측면에서 바라본 국민계정식 '총생산량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Y=C+G+I+NX)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단기에서 생산자들은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입니다. 애초에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 이유 또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합시다. 따라서 총수요가 줄어들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위축되고, 총수요가 늘어나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증가합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것이죠. 반대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총수요가 확대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번에는 경기호황이 발생했네요.


개인과 정부의 지출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의 변동도 총수요를 변화시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감소시키면 채권금리가 상승합니다[각주:1]. 채권금리 상승은 기업의 차입을 어렵게하여 투자를 감소시키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각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상승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은 채권 구매수요를 줄임과 동시에 채권 판매공급을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각 · 재할인율 인상 · 지급준비율 인상을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적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보다 부족한 화폐를 보유하게된 사람들은,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감소함과 동시에 채권공급은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상승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합니다. 총수요 위축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줄이게 되죠.


반대로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빌리고 투자를 증가시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여 투자지출이 증가합니다. 총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거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경기호황이 발생합니다. 


돈을 적게 쓰고 많이 쓰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장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단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  게으르고 무능해서 위기? 지출감소로 위기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감소와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의 나태한 국민성' 이야기가 나왔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국민들의 과소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이 알려주는건 '과소비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가 아니라 '지출감소와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입니다. 소비를 많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적게했기 때문에 침체가 일어나죠.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소비가 많으면 빚이 쌓이고 결국 파산합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에서 '다른 사람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입니다.(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한 사람이 저축을 하려고 소비를 줄이면 누군가의 생산은 감소하고, 모든 개인이 저축을 위해 소비를 줄이면 모든 생산자의 생산이 감소합니다. 


애시당초 GDP를 측정할때 '생산측면'(supply-side)과 '지출측면'(demand-side) 2가지 모두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의 생산'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경기침체를 '무능력한 국가가 과소비로 인해 파산에 처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건전한 경제상태를 지녔던 국가라도 갑자기 지출이 감소하여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현실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사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지출감소가 어떻게 경기침체를 불러왔는지 알아봅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93년~2014년>


위의 그래프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보여줍니다. 매년 비슷비슷한 경제성장률이 나타나지만, 1998년 경제성장률이 혼자 뚝 밑으로 내려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1998년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졌죠. 그 이유는 바로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 때문입니다.   


보통 'IMF 사태'라고 부르는데, 정식명칭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 Eastern Asian Financial Crisis) 입니다. 도대체 1997년에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일부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당시 한국인들의 과소비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경제를 살펴볼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간부문의 투자 증가'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개인과 정부의 소비지출 증감률 · 민간의 투자 증감률 · 정부의 투자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7년 이전 민간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에서 이야기 했듯이, 투자증가는 자본재 축적을 가져오고 경제성장을 이끕니다. 그렇다면 투자는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1997 외환위기의 발생원인을 알기 위해서 왜 민간의 투자증가를 주목해야 할까요?   



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데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투자량을 증가[각주:2]시킬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1997년 위기 이전 한국의 기업들은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2년-1999년>


국내저축이 필요한 투자보다 적다면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됩니다(net borrower). 그 과정에서 1997년 이전 한국은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문제는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받아들인 외국의 자본이 '단기부채'(short-term external debt) 라는 점이었습니다.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부채)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말입니다. 


당시 한국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외국이 상환을 요구하는 시점이 빨랐을 뿐 아니라 급하게 돈을 갚아야 했습니다. 만약 외국으로부터 장기부채(long-term external debt)를 빌렸다면, 부채를 갚는 시점이 늦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단기부채를 빌렸더라도 외국이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너네 내년까지 돈 갚아야하지? 그냥 내후년에 갚아. 만기 연장해줄게."라고 해준다면, 부채를 급하게 갚아야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1997년 당시 외국은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279-287


1997년 7월 초, 태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으로 번져갔습니다. 이를 본 외국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 난리인데, 한국은 안전한가? 우리가 빌려준 돈을 한국이 갚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된 외국 채권자들은 일순간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 채권자들의 상환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부채가 '원화'(\)로 표기되었다면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었겠죠.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가지고 있던 자산을 급하게 팔아서 달러화로 바꾼뒤 부채를 상환하였고, 부채를 갚지 못한 기업들은 파산했죠. 1997년 이전 급격하게 증가했던 단기부채는 1997년 이후 정반대로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빌린 단기부채로 투자를 증가시켜왔기 때문에, 부채감축은 반대로 투자의 감소를 불러왔죠. 1997년 이후 민간의 투자는 크게 감소하였고, 감소폭은 전년대비 -24%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겪었던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입니다.


(더 공부해보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리즈 )




※ 1997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집착하기 시작한 동아시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외환보유액>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꺼리게 됩니다.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투자를 증가시킨 것은 좋았는데,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시키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대신에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를 많이 비축(reserve)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4년-2007년>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입시키는 것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는 것'(borrow)입니다. 일종의 부채(debt)이죠.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달러화를 비축(reserve)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스스로 번 돈입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지 않고(borrower),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국의 돈을 번 뒤에 빌려주는 역할(lender)을 하기 시작합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투자보다 저축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S>I),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축을 증가'시키는 것에 힘을 쏟았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두번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저축을 많이한 것'이 또 다른 경제위기의 시작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공부해보기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 2008 금융위기



1997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화($)를 비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기를 겪지 않았던 중국 또한 주변국들의 위기과정을 본 뒤, 저축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죠. 


윗 그래프는 1990년대 말 이후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 현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중국과 아시아국가들(주황색)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현상과 미국(파란색)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아시아국가들, 그리고 미국 사이의 경상수지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난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국가들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자본·금융수지 적자)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자본·금융수지 흑자)로 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후 비축한 달러화($)로 미국채권을 구입(순자본유출)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에서 나온 막대한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순자본유입)이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이렇게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은 어디로 갔을까요? 만약 미국의 아시아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본재투자를 증가시켰다면 경제가 더 성장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의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향했죠.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이후 2006년까지, 미국 부동산가격은 약 2배 가까이 상승했죠.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FRED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본 미국 국민들은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른 집을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죠. 


그 결과, 부동산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Mortgage)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은행대출은 부채(debt)이기 때문에, 미국 가계부채(household debt)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죠.


1997년 이전의 한국·동아시아와 2008년 이전의 미국에서 비슷한 점을 찾지 않았나요?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단기부채를 이용해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자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였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감소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2006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대출 3억 + 내 돈 1억원을 가지고 구매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2억이 됐습니다. 이제 은행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하죠. 


<출처 : FRED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불안해진 은행은 집주인에게 대출금액을 빨리 갚으라는 요구를 합니다. 미국 가계는 대대적인 부채감축(deleveraging)에 나서게 됩니다. 대출금액을 갚을 현금이 없는 집주인은 집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했죠.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많아짐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더더욱 하락하고, 은행의 대출압박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출처 : FRED Real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이전, 미국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소비를 늘려왔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은행의 대출상환요구가 증가했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갚는게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소득이 들어올때마다 부채를 갚는데에 돈을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출처 : Richmond Fed >


일반 미국 가계의 대출보다 더 큰 문제는 저신용자(sub-primer)들의 대출이었습니다. 2006년 이전,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본 대출업제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저신용자들은 당연히(?)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고, 대출연체율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 Subprime Mortgage Crisis) 였죠.


< 출처 : Atif Mian, Amir Sufi. 2014. 『House of Debt』. 34 >


저신용자들의 대출연체가 증가하자 돈을 받아야 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2008 Financial Crisis or the Great Recession)이 발생한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파산은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게 되었죠. 따라서, 소비지출 감소에 더하여 투자지출마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FRED - Real Gross Domestic Product, 3 Decimal> 


소비지출과 투자지출 감소로 인해 2007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 3분기에는 -4.0%를 기록하면서 저점을 찍습니다. 그 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글의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과소비가 아니라 '총지출 감소'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고 말하며,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 또한 과소비가 아닌 소비·투자 지출감소가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제위기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인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인가


1997년 이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 이상을 기록해왔고 인플레이션 · 정부의 재정적자도 안정적인 수준에 있었습니다. 2008년 이전 미국 또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었고, 재정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죠. 


즉,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debt)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민간기업의 단기 대외부채가 문제였고, 미국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죠. 외국 혹은 금융기관이 채무상환을 요구했을때 이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투자 · 소비 감소가 발생하였고, 채무를 갚지 못한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부채를 상환할때 필요한 현금과 외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지면 유동성위기(il-liquidity)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여건이 튼튼했더라도, 부채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위축되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과도한 부채가 문제인가


"그럼 민간과 가계가 지고있던 '과도한 부채'를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라고 해석할 수는 없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도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던 것, 미국의 가계들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과도한 부채'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했느냐?"입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기업들이 단기 대외부채의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해 나갔다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2008년 당시 미국의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만약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부채크기는 계속해서 증가했을테지만 유동성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말해,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것은 무엇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였는지 핵심을 모르는 것이죠. 


●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이후 발생한 소비·투자 감소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2008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에 뒤이은 소비·투자 감소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신용경색 발생


그럼 디레버리징은 왜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상환요구'가 채무자에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실제로 좋으냐 나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에' 상환요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낮은 편은 아니었죠.   


그러나 1997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본 외국은행들은 한국경제도 '불안하다고 생각'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만약 한국경제가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 미국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상환요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디레버리징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도 감소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었겠죠. 


● 왜 '갑작스런 상환요구'와 '디레버리징'에 주목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의 방지'입니다. 두 관점의 차이는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 우선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과도한 부채가 경제위기의 핵심원인이라면, 경제위기 발생국가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됩니다. 평상시 다른 사람의 부채를 이용해 무리한 소비 ·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기초여건에 문제-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가 생겨서 경제위기를 겪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경제위기 발생원인을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경제위기는 잘못을 한 국가가 받는 벌이죠.


그러나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한다면, 경제위기는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 · 국정운영을 잘해왔던 정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평상시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상환요구가 빗발치고, 부채를 감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겪게된 국가의 평소 행동이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


: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은 경제위기를 윤리적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평상시 행태가 방탕했던 국가가 받는 벌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위기 대응에 있어서 주로 윤리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부채를 줄이고, 과소비를 줄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등등 이런 정책이 나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하는 관점은 일단 채권자의 추가적인 상환요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상환요구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켜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죠. 결과적으로는 채무자가 부채를 성공적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발생했을 뻔했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통화정책(Monetary Policy)와 재정정책(Fiscal Policy)의 주요목적입니다. 




※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아래의 글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했던 국가라도 갑작스럽게 지출이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도록 하죠. 


스위니 씨 가족은 1970년대에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 캐피톨힐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근무하는 젊은 부부들 위주의 조합이었고,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약 150쌍의 부부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조합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베이비시터로 나설 수 있는 인원은 많았지만, 반대로 큰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특히 각 부부에게 동일한 만큼의 부담을 할당해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캐피톨힐 협동조합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쿠폰 한 장으로 하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쿠폰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모든 조합원이 공평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 각 부부는 자신이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만 다른 아이를 돌봐주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돼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외출할 계획이 없는 부부들은 나중을 위해 최대한 쿠폰을 모아 적립해두려고 했다. 반대로 아이를 맡긴 부부들의 쿠폰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연달아 외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쿠폰을 확보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이 조합에서 쿠폰을 발급받는 일은 나름 복잡했다. 입회할 때 쿠폰을 받고 탈퇴할 때 반납해야 했다. 쿠폰 하 장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냈는데, 이 돈은 직원 급여 등 관리비로 쓰였다. 자세한 사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요점은 회전되는 쿠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시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결과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모아놓은 쿠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부들은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고 싶어 안달이었고, 외출을 꺼렸다. 그러나 한 부부의 외출이 다른 부부에게 베이비시팅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쿠폰을 모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아놓은 쿠폰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그 결과 베이비시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간단히 말해 베이비시팅 조합이 불경기에 들어간 것이다.


 (...)


이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불경기의 발생 경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를 다루는 방법의 문제다. 


먼저 베이비시팅 조합이 왜 불경기에 들어섰는지를 살펴보자.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일을 훌룡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캐피톨힐 사람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어서 조합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요, 아는 집 애만 잘 봐주는 편파주의에 빠져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 조합들만큼 변화하는 보육 기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조합의 생산 능력이 아니라 단순히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부족에 있었다. 사람들이 현금(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실제 재화(아이를 맡기는 시간)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둘째, 베이비시팅 조합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스위니 부부는 캐피톨힐 조합의 관리위원회를 납득시키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고 보고한다. 주로 법률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며, 쉬운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관리위원들은 처음에 해당 사안을 '구조적 문제' 즉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했고, 그래서 나온 처방이 각 부부에게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외출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쿠폰의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취해졌다. 결과는 신기에 가까웠다. 쿠폰 보유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들은 좀 더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점점 많아졌으며, 이는 다시 조합원들의 외출 빈도 증가와 베이비시팅 기회의 확대로 이어졌다. 조합의 GBP(Gross Baby-sitting Product) 즉 '베이비시팅 총생산' 수치가 치솟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보육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조합이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통화의 혼란이 바로잡혔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이것이 놀랄 만큼 쉬운 치유책이 될 수도 있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26-31쪽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이번글에서는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디레버리징)하는 과정에서 소비·투자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와 2008년 미국이 경제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기초여건(fundamental)의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디레버리징)이 초래한 소비와 투자 지출의 감소였죠. 그렇다면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 지출을 증가시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위의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일화는 "단순히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왠지 부채를 발생시켜 돈의 양을 늘린다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드네요.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에서는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을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http://joohyeon.com/238 [본문으로]
  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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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

Posted at 2014. 11. 2. 18:52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김우중의 항변


지난 8월,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은 회고록을 출판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의 위기수습정책을 비판한다. 경제관료들에 의해 대우그룹이 억울하게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IMF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내건 구조조정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관료들의 생각과 수출을 늘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자는 본인의 주장이 충돌해 갈등이 깊어졌고, 그 결과 대우그룹이 김대중정부 경제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한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에서 대우그룹이 경제관료들에 의해 억울하게 해체됐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 결과는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


책에는 DJ가 김 전 회장의 의견을 듣고 보류하거나 기각하는 정책이 생겨나면서 관료들의 반감이 시작됐고, 특히 김 전 회장의 생각이 ‘IMF 식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관료들의 생각과 달리 ‘수출을 늘려 IMF를 벗어나자’는 쪽이어서 갈등이 깊어졌다는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며 대우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고 김 전 회장은 말한다. 한 예로 김 전 회장은 대우자동차에 GM의 투자를 받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것을 관료들이 막았다고 했다. (...)


'김우중 15년만의 고백 "DJ 경제팀이 뒤통수쳤다"'. <조선비즈>. 2014.08.21 


그러나 김우중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건 무리가 있다.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에서 다루었다시피, 당시 국내 대기업들은 과도한 차입을 통해 외형을 불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1997년 당시 국내 30대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518%에 달했다. 게다가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에서 다루었듯이, 당시에는 융감독체계가 미흡했고 회계공시제도 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그룹의 존재는 독보적(?)이었다. 대우그룹은 회계부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보이도록 조작하였고, 1997 외환위기 이후에도 부채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1998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하면서 외환위기 수습을 담당했던 이헌재의 회고록 『위기를 쏘다』(2012)를 통해 그때 상황을 알 수가 있다. 


대우가 진 수십조 원의 빚 중 절반 이상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이었다. (...) 김우중 회장의 출국(해외도피) 직후 삼일회계법인은 대우그룹 예비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우중 회장이 십수조 원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224-226) (...)


1998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가 파악한 대우의 채무는 47조 7,000억 원에 달했다. 1년 새 19조 원이나 늘었다. 그것도 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끌어당긴 돈이었다. (...)


1998년 11월 29일, DJ와 김우중 회장의 면담을 앞두고 강봉균 경제수석실이 만든 보고서였다. 대우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자를 갚느라 번 돈을 다 쏟아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


대우가 해체된 건 시간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1999년 7월까지 대우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다. 자산 매각이든 외자 유치든 5대 그룹 중 꼴찌였다. 1998년 5월 제출한 그룹별 구조조정 계획, 삼성 · 현대는 목표치의 100퍼센트 넘게, SK · LG는 90퍼센트 넘게 자구 노력을 달성했지만 대우는 고작 18.5퍼센트였다. (244-251)


삼성과의 빅딜마저 깨진 1996년 6월 말, 김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진다. 그때쯤 시장에 들려온 루머가 김 회장 음독설이었다. "7월 19일 전 재산을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도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김 회장은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채권단과 정부는 김 회장에게 '그만 손 떼라'는 메시지를 줬다. 김 회장은 궁지에 몰린 채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를 종용한 건 이기호 경제수석 라인이었다." (...)


일각에선 이런 루머를 근거로 지금껏 "DJ 정부가 대우를 죽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 허튼소리일 뿐이다. 대우그룹은 죽지 않았다. 워크아웃을 거친 대우 계열사들은 더 튼튼히 살아남았다. (...) 다만 대우라는 브랜드의 결속이 느슨해졌을 뿐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김 회장과 소액주주의 지분이 날아간 정도랄까. (...)


1999년 12월 실사 결과 대우의 총부채는 최대 89조 원, 자산은 59조 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인류 역사상 최대 파산'으로 기록됐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설마 지금도 김 회장이 그 돈을 다 빼돌렸다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중으로 사라진 건 아니다. 대우와 그 주변 많은 사람이 그 빚으로 산 꼴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그 후 수년간 이어진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은 이런 빚잔치의 대가였을지 모른다. (252-254)


이헌재. 2012. 『위기를 쏘다』. 224-254


당시 대우그룹이 저질렀던 회계조작과 과도한 차입은 기억하지 않고, 그저 '내 회사를 정부에게 뺐겼다." 라고만 인식하는 이 사업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 1997 외환위기 수습방법은 옳았는가?

- 일시적 유동성부족 vs 기초여건 부실

- 안정화정책 vs 청산주의


자신이 저질렀던 경제범죄를 부인하고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추징금도 내지 않고 있는 이 사업가는 잠시 머리에서 잊자. 우리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과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원장의 주장을 통해 한 가지 생각할거리를 얻을 수 있다. 바로 '1997 외환위기 수습방법은 옳았는가?' 이다.


김우중과 회고록을 공동집필한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각주:1]는 당시 IMF가 자금지원조건으로 내건 혹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비판한다. 그는 "김 전 회장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국경제가 오히려 나빠진다고 봤다. 당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국제금융기관이 한국경제를 관리 체제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김우중은 "IMF식 구조조정이 아닌 수출주도형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면 지금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만달러 돼 있을 것. 한국 경제의 설비 투자는 2005년이 되어서야 1996년 투자 수준에 복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외환위기 수습을 담당했던 경제관료[각주:2]들은 "당시 다급했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조원동 당시 청와대 행정관(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미국의 경우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우면 통화를 찍어내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시 돈을 풀었더라도 채권금융회사들이 돈을 빼가는 상황이어서 국가 디폴트(부도) 나는 상황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강봉균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구조조정을 철저히 한 덕분에 IMF를 극복[각주:3]할 수 있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어도 우리 경제가 탄탄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하고,  김영재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은 "(김 회장은) 당시 시장 상황을 직시(直視)하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김우중과 당시 경제관료들의 이러한 견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차이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일시적 유동성부족 문제'(illiquidity)로 보느냐, '당시 한국경제 기초여건의 부실과 지불능력부족 문제'(fundamental & insolvency)'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일시적 유동성문제'를 강조하는 쪽은 "당시 부족했던 외화를 IMF 등으로부터 빌리기만 하면 됐을 뿐, 가혹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은 탄탄했다." 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부실한 기초여건'을 강조하는 쪽은 "정경유착, 관치금융 등 그동안 한국의 낡은 경제적 모델이 문제를 일으킨 것[각주:4]이고, IMF가 내건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언젠가는 이행했어야 했다." 라고 반박한다.


어느 주장이 옳을까? 한국 · 전세계 경제학자들의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경제 기초여건에 대한 구조조정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다.[각주:5]" 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고, "구조조정 자체는 필요했지만 경제위기 와중에 급박하게 이행될 필요는 없었다." 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한국의 낡은 경제적 모델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재빨리 이행해야 했고, 덕분에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1997 외환위기 원인에 대한 견해차이'에는 보다 근본적인 쟁점이 깔려있다. 바로, '균형에서 이탈한 시장이 얼마나 빨리 균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느냐' 여부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균형에서 이탈한 시장이 다시 균형으로 돌아가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충격이 실업률 증가 등의 모습으로 경제주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경기충격을 완화시키는 '안정화정책'(stabilization policy)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또다른 경제학자들은 ① 시장이 자동적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② 균형으로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③ 인위적인 개입은 경기변동성을 키운다 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계기로 구조적인 문제(structural problems)를 개선하여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청산주의'(liquidationism) 이라 한다.     


앞으로 몇차례의 글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 ·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을 자세히 다룰 것이다. (아마 내년 초에 글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1. "김우중法,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가를 3번 죽여". <조선비즈>. 2014.08.26 [본문으로]
  2. 김우중 측 "DJ정부 구조조정 옳았나 따져보자". <조선비즈>. 2014.08.27 [본문으로]
  3. 개인적으로는 'IMF 극복' 이라는 용어사용을 싫어한다.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외환위기'이다. IMF는 부족한 외환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물론, 외환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IMF가 내건 가혹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한국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쳤고, 이런 맥락에서 'IMF 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본문으로]
  4. '캉드쉬 "외환위기 IMF 조치는 DJ 정책과 일치". 머니투데이. 2013.11.18 [본문으로]
  5. 좀 더 극단적으로 "IMF와 초국적자본이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라는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무시하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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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외환위기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Posted at 2013. 11. 26. 15:35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2013.11.09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1997 외환위기에 대해 쓴 4편의 글을 통해,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 · 발생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4편의 글은 주로 한국의 위기에 초점을 맞췄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등-이 외환위기를 겪게된 원인에 대해서 다룬다. 또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이 경제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 1997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자본계정의 위기' - 제3세대 모델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김대중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이규성의 주장이다. 이규성은 당시 아시아의 위기를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 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위기 당사국들은 자본자유화 확대 → 대규모 자본수지 흑자 → 환율의 고평가 속에 고성장 추구 →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과정을 거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재정적자 확대 → 경상수지 적자 확대 → 자본수지 흑자 확대라는 경로를 걷다가 외환위기에 직면한 양상과는 현저히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의 위기는 경상수지의 중요성이 도외시된 채 진행된 자본자유화 과정에서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86-89


'자본유입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발생한 자본계정의 위기' 라는 것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199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위기 발생의 이론적모델[각주:1]은 두 가지였다. 바로,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에 문제가 있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1세대 모델[각주:2]과 경제의 기초여건에 상관없이 경제주체들 사이의 자기실현적예언 Self-Fulfilling Effect 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2세대 모델[각주:3]이었다. 


1세대 모델은 1970-80년대 중남미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은 과도한 재정적자에 이은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인해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이 손상된 상태였다.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해당국가들 경제의 기초여건을 의심한 경제주체들은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하여 자본을 급격히 회수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더더욱 하락했고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만다. 


2세대 모델은 1990년대 초반에 발생한 유럽 외환위기(EMS Crisis)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당시 유럽 몇몇 국가들은 유럽통화시스템(EMS, European Monetary System)[각주:4]을 만들어 유럽공동체 통화의 안정을 추구했다. 이런 와중에, 경제력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통화가치 고평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경제사정 악화로 인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확장적 통화정책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가능성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겼고, 투기세력들은 고평가된 유럽 각 통화들의 평가절하를 예상하고 투기적 공격에 나서게 되었다.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상관없이,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이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1세대 · 2세대 모델로 설명이 불가능했다.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높았고 인플레이션 또한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한국 또한 1997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8.8% · 8.9% · 7.2% 등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재정적자 또한 문제될 여지가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고정환율제도 · 만기불일치 · 통화불일치'의 문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발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자유화 Financial Liberalization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1990년대 들어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자본유입이 급격히 증가 Surges of Capital Inflows 했다.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에서 살펴봤듯이, 한국 또한 금융자유화 시행 이후 막대한 양의 자본유입이 발생하면서 원화가치가 고평가되고 은행과 기업의 해외차입이 증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자유화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 달러화에 연계된 peg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한국 또한 환율변동폭이 상하 2.25%로 제한된 시장평균환율제도 crawling peg 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융자유화 이후 발생한 자본유입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손쉽게 해외차입을 늘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해외차입금이 단기일 뿐더러 외국통화로 표기되었다는 점이다. 단기로 조달해온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Maturity Mismatch 와 자국통화 부채가 아닌 통화 불일치 Currency Mismatch 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자본유입이 갑자기 멈추고 Sudden Stops 자본흐름의 반전 Reversals of Capital Inflows 가 발생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급격한 자본유출 Disruptive Capital Outflows 이 일어나면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Currency Collapse,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Reserve Depletion,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Systemic Financial Crisis, 실물경제의 생산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Output Losses.              


그렇다면 1997년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은 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왜 단기차입금을 들여왔으며, 왜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었을까? 또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였을 때 그것을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7 외환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한계-고정환율제도의 문제점, 만기 불일치 · 통화불일치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① 고정환율제도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요소투입의 증가 increases in inputs 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국가가 금융자원을 통제하여 control over finance 특정산업에 자원을 몰아줌으로써 생산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뒤늦게 경제성장에 착수한 개발도상국들 또한 정책금융을 policy loans 통한 투입의 증가, 다르게 말해 투자 investment 를 통해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통화가 과도히 공급되어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 high and variable inflation 이 발생하고 만다. 개발도상국들로서는 경제개발 단계에서 인플레이션 관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달성 그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소홀히 하게 된다. 더군다나 중앙은행 등 통화기관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능력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손쉬운 해결책은 바로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3가지 경로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첫째로는 일종의 규율효과 discipline argument 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국가의 통화에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를 연동peg 한다면, 정부의 재정적자 · 민간의 임금과 가격결정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 고정환율제도를 택한 상황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인하된 금리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고정환율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고정환율제도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고정환율제도가 일종의 지켜야 할 규약 commitment 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The second major rationale for fixed rates is a belief that pegging to a low-inflation currency will help to restrain domestic inflation pressures, whether these originate in excessive government budget deficits or in the wage- and price-setting decisions of the private sector. This "discipline" argument comes in many forms, but the basic idea is simple: an announced policy of pegging the exchange rate may serve as a commitment technology allowing the government to resist and even forestall subsequent temptations to follow excessively expansionary macroeconomic policies.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4        

 

둘째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하락이다. 고정환율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원래 인플레이션율이 낮았던) 기준국가 anchor country 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개발도상국에 이전됨으로써, 개발도상국 또한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지할 수 있다.


셋째로는 기준국가와의 통화정책 연동이다. 고정환율제도가 신뢰성 있게 유지되려면 기준국가와 개발도상국의 금리가 동등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개발도상국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통화량을 증가시킨다면 (낮아진 금리로 인해)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외환보유고는 감소한다. 이러한 과정은 국내통화공급의 연속적인 축소를 초래[각주:5]하고 금리와 통화공급량은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각주:6].        


Fixing the value of an emerging-market's currency to that of a sounder currency, which is exactly what an exchange-rate peg involves, provides a nominal anchor for the economy that has several important benefits. 


First,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rate peg fixes the inflation rate for internationally traded goods, and thus directly contributes to keeping inflation under control. 


Second, if the exchange-rate peg is credible, it anchors inflation expectations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to the inflation rate in the anchor country to whose currency it is pegged. The lower inflation expectations that then result bring the emerging-market country's inflation rate in line with that of the low-inflation, anchor country relatively quickly.


Another way to think of how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 rate peg works to lower inflation expectations and actual inflation is to recognize that if there are no restrictions on capital movements, then a serious commitment to an exchange-rate peg means that the emerging-market country has in effect adopted the monetary policy of the anchor country. 


As long as the commitment to the peg is credible, the interest rate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will be equal to that in the anchor country. Expansion of the money supply to obtain lower interest rates in the emerging-market country relative to that of the low-inflation country will only result in a capital outflow and loss of international reserves that will cause a subsequent contraction in the money supply, leaving both the money supply and interest rates at their original levels


Thus, another way of seeing why the nominal anchor of an exchange-rate peg lowers inflation expectations and thus keeps inflation under control in an emerging-market country is that the exchange-rate peg helps the emerging-market country inherit the credibility of the low-inflation, anchor country's monetary policy.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4


거기에 더하여, 고정환율제도는 개발도상국에게 또 다른 이점을 가져다준다. 바로 환율변동의 불확실성 제거이다.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으로써 자본유입을 이끌게되고, 이는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Another potential advantage of an exchange-rate peg is that by providing a more stable value of the currency, it might lower risk for foreign investors and thus encourage capital inflows which could stimulate growth.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5


(...)


The unpredictable volatility of a floating exchange rate, both from a short-term perspective and a long-term one, can inflict damage. Although the associated costs have not been quantified rigorously, many economists believe that exchange-rate uncertainty reduces international trade, discourages investment, and compounds the problems people face in insuring their human capital in incomplete asset markets. Furthermore, workers and firms hurt by protracted exchange-rate swings often demand import protection from their governments.


Much of the enthusiasm for monetary unification within the European Union (EU) stems from the belief that locked exchange rates maximize the gains from a unified market and that exchange-rate-induced shifts in competitiveness within the EU can undermine the political consensus for free intra-EU trade.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4        


고정환율제도가 가져다주는 이러한 이점들을 생각해봤을때,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유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었다.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개발단계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은 또다른 조건을 만들어낸다. 바로 개발도상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의 만기가 짧고 a debt structure of very short duration, 외국통화로 표기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각주:7] 된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심한 변동을 겪는 상황에서, 장기채권과 개발도상국 통화로 표기된 채권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무도 구입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은 만기가 짧고, (통화가치가 안정된) 외국통화로 표기된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었다.  


In contrast to the industrialized countries, many emerging-market countries have experienced very high and variable inflation rates, with the result that debt contracts are of very short duration. (12) (...)


There are two major institutional differences in the financial markets of industrialized countries versus emerging-market countries that imply different propagation mechanisms for financial instability. As mentioned earlier, in industrialized countries where inflation typically has been low and not very variable, many debt contracts are of long duration. Furthermore, because these industrialized countries typically retain a strong currency, most debt contracts are denominated in the domestic currency. 


In contrast, many emerging-market countries have had high and variable inflation rates in the past and so, long-term debt contracts are too riskyThe result has been a debt structure of very short duration. Given poor inflation performance, these countries also have domestic currencies that undergo substantial fluctuations in value and are thus very risky. To avoid this risk, many debt contracts in these countries are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 (18)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12-18


경제학자 Barry Eichengreen은 이러한 현상을 "신흥국의 원죄 The Original Sin" 이라 칭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에서도 보았듯이, 1993년-1998년 기간 사이에 개발도상국이 보유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denominated by its own currency 의 비중은 2.03% 불과했다.  


1998년 이후에도 신흥국의 원죄는 계속된다.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4


  • 출처 :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28
  • 1993년-1998년 사이,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유한 비중은 전체부채 중 2.3%에 불과하다.
  •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52.6%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 출처 :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 · 발생과정 


앞서 논의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1990년대 금융자유화 정책 시행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만기가 짧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1997년이 되자 자본흐름의 반전 Reversals of Capital Inflows 이 발생하면서 자본유입이 갑작스레 중단되고 Sudden Stops, 급격한 자본유출 Disruptive Capital Outflows 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하락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투기적공격 Speculative Attack 의 유인을 증가시켰다. 더군다나 동아시아 국가들이 차입했던 해외부채는 만기가 짧았기 때문에, 급작스런 자본유출은 유동성위기 Liquidity Crisis를 초래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와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함으로써 자국 통화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하락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외국통화를 외환시장에 공급하고 자국통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다른 방안으로는 금리를 올림 the policy rate 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금리인상 또한 문제를 초래한다. 금리인상은 투자와 소비를 저하시켜 경제를 불황에 빠뜨리고, 이를 통해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에 의심을 품은 외국투자자들은 자본유출을 가속화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해야 할까?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이 증가하면 자본계정 Capital Account 의 손상을 경상계정 Current Account 으로 메꿀 수 있으니? 그러나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큰 문제를 야기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은행과 기업들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치의 상승을 뜻했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 은행과 기업들의 채무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불황의 경제학』(2009) 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발생과정을 쉽게 설명한다.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이 둔화되자 중앙은행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엔화와 달러의 유입이 줄자 외환시장에서 바트화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한 외환 수요는 줄지 않았다. 바트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태국은행은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을때와 정반대의 조치를 취했다. 시장에 개입해 달러와 엔화를 주고 바트화를 사들여 자국의 통화를 지지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통화 가치를 낮추려는 것과 높이려는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태국은행은 원하는 만큼 바트화를 공급할 수 있다. 그저 찍어내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달러는 찍을 수 없다. 따라서 바트화의 가치를 방어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외환보유고는 얼마 안 가 바닥을 드러냈다.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바트화 유통량을 줄이고 이자율을 올림으로써 투자자들이 달러를 빌려 바트화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양날의 칼이었다. 당시 투자 붐이 일단락되면서 태국의 경제 성장은 이미 둔화되고 있었고, 건설 경기 또한 좋지 못했다. 이것은 일자리 축소를 의미했고, 일자리 축소는 낮은 소득을, 낮은 소득은 경제 다른 부문에서의 해고를 의미했다. 완전한 의미의 경기후퇴는 아니었지만 태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 방식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은 확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율 상승은 투자를 막는 일일뿐더러 경제를 확실한 불황에 빠뜨리는 길이었다. 


대안은 정부의 통화 개입 포기였다. 바트화 매입을 중단하고 바트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곤란한 일이었다. 평가절하가 정부 신인도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게 한 가지 이유였다. 또한 너무나 많은 은행과 금융회사, 기업들이 달러 채무를 갖고 있었다. 바트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오른다면 그들 다수가 파산할 것이 뻔했다.


진퇴양난의 답답한 상황이었다. 태국 정부는 바트화 하락을 용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환보유고 손실을 막기 위해 혹독한 대내적 조치를 취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관망하는 쪽을 택했다. 어떤 전환점이 생겨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뻔한 결말로 흘러갔다. 통화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112-113




※ 고정환율제도의 문제점 - 투기적공격에 취약


이러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 · 발생과정을 경제학계에서는 경제학이론을 사용하여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발도상국 특성상 고정환율제도를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하는 문제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개발도상국들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고정환율제도를 도입한 상황이었다. 고정환율제도는 환율변동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자본유입을 증대시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일조를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가 발달되지 못했던 개발도상국의 특성상[각주:8], 갑작스런 자본유입 증대는 과잉대출 excessive lending & lending boom 로 이어지고 대출의 상당수는 부실처리 substantial loan losses 된다. 그 결과 부실대출을 떠안게 된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크게 손상 a deterioration of bank balance sheets 되고 만다.   


Another potential danger from an exchange-rate peg is that by providing a more stable value of the currency, it might lower risk for foreign investors and thus encourage capital inflows.


Although these capital inflows might be channeled into productive investments and thus stimulate growth, they might promote excessive lending, manifested by a lending boom, because domestic financial intermediaries such as banks play a key role in intermediating these capital inflows.


Indeed, Folkerts-Landau, et. al (1995) found that emerging market countries in the Asian-Pacific region with the large net private capital inflows also experienced large increases in their banking sectors. Furthermore, if the bank supervisory process is weak, as it often i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so that the government safety net for banking institutions creates incentives for them to take on risk, the likelihood that a capital inflow will produce a lending boom is that much greater. 


With inadequate bank supervision, the likely outcome of a lending boom is substantial loan losses and a deterioration of bank balance sheets.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13-14


이러던 와중에,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동아시아 통화가치에 대한 하락압력이 거세졌다. 그런데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이 금리를 인상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높아진 금리로 인해 은행의 부채부담은 증가하게 되고,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더더욱 손상된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경제주체들은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지 못할 것"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투기적공격은 더더욱 심해진다.   


the deterioration in bank balance sheets can promote a currency crisis because it becomes very difficult for the central bank to defend its currency against a speculative attack. Any rise in interest rates to keep the domestic currency from depreciating has the additional effect of weakening the banking system further because the rise in interest rates hurts banks’ balance sheets.


This negative effect of a rise in interest rates on banks’ balance sheets occurs because of their maturity mismatch and their exposure to increased credit risk when the economy deteriorates.


Thus, when a speculative attack on the currency occurs in an emerging market country, if the central bank raises interest rates sufficiently to defend the currency, the banking system may collapse. Once investors recognize that a country’s weak banking system makes it less likely that the central bank will take the steps to defend the domestic currency successfully,


they have even greater incentives to attack the currency because expected profits from selling the currency have now risen. Thus, with a weakened banking sector, a successful speculative attack is likely to materialize and can be triggered by any of many factors, a large current account deficit being just one of them. In this view, the deterioration in the banking sector is the key fundamental that causes the currency crisis to occur.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4


더군다나 금융자유화 정책 시행 이후 자본유입의 양이 더욱 더 증가하면서 개발도상국 통화가치의 고평가 현상이 생겨났다. 변동환율제도를 택했더라면 자본유입으로 인한 통화가치 상승압력을 환율조정 Exchange-Rate Adjustment 을 통해 흡수할 수 있었지만, 고정환율제도는 이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고평가된 통화가치를 지켜본 경제주체들은 "언젠가는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투기적공격 Speculative Attack 을 통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고정환율제도가 투기적공격에 대한 유인을 증가시킨 것이다.


물론 변동환율제도에서도 투기적공격이 발생하여 통화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정환율제도 하에서 투기적공격이 발생하면, 변동환율제도 하에 비해 더 가파른 폭의 통화가치 하락이 발생한다. 고정환율제도 자체가 불안정성을 키운 것이다. 


Under a pegged exchange-rate regime, when a successful speculative attack occurs, the decline in the value of the domestic currency is usually much larger, more rapid and more unanticipated than when a depreciation occurs under a floating exchange-rate regime.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13


경제학자 Maurice Obstfeld와 Kenneth Rogoff는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한 금리인상 정책은 투자, 실업, 정부부채, 소득분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통화가치 하락을 막아내겠다' 라는 정부의 공언은 믿을 수 없다. 즉, 정부가 통화가치를 방어할 것이라는 신빙성을 경제주체들에게 주지 못한다면 Lack of credibility, 고정환율제도는 투기적공격에 더욱 더 취약해진다." 라고 지적한다.   


If central banks virtually always have the resources to crush speculators, why do they suffer periodic humiliation by foreign exchange markets? The problem, of course, is that very few central banks will cling to an exchange-rate target without regard to what is happening in the rest of the economy. Domestic political realities simply will not allow it, even when agreements with foreign governments are at stake.


As we have seen, to fend off a major speculative attack, the monetary authorities typically must be prepared to allow sharp increase in domestic interest rates, especially short-term rates. Such sharp spikes in interest rates, if sustained for any length of time, can wreak havoc with the banking system, which typically borrows short and lends long. 


Over the longer term, these unanticipated interest rate rises can also have profound negative effects on investment, unemployment, the government budget deficit and the domestic distribution of income. A government pledge that it will ignore such side effects indefinitely to defend the exchange rate is not likely to be credible. Lack of credibility, in turn, makes a fixed exchange rate more vulnerable to speculative attack.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7-8    


그리고 Maurice Obstfeld와 Kenneth Rogoff는 "보통 정부는 투기적공격을 한번 방어하고 나면 고정환율제도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이전에 투기적공격을 초래했던 요인은 다음번 투기적공격을 유발하는 씨앗이다." 라고 말한다. 그들이 쓴 논문의 제목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처럼 고정환율제도는 망상 Mirage 에 불과한 것이다.


Government often feel that if they could pull off a sudden realignment "just once" and thereby put fundamentals right, they would thereafter enjoy the fruits of a credibly fixed rate, including exchange-rate certainty and domestic price discipline. They are wrong. 


The factors that led to the last realignment remain and contain the seeds of the next one. No one can say for sure when it will occur, but its likelihood reintroduces both exchange-rate uncertainty and inflationary pressures-the very evils a fixed rate was supposed to guard against.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9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문제점 - 대차대조표 위기 초래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정리하면, "고정환율제도 → 환율변동의 불확실성 제거 → 금융자유화 정책 → 동아시아 국가로의 자본유입 증가 → 과잉대출로 인한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반전과 자본유출 →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 →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 정책 할 수 없음 →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공격 유인이 더더욱 증가" 라는 경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은행권 대차대조표 손상을 막기 위하여, 금리를 올리지 않고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통화가치 하락 용인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개발도상국 은행과 기업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자,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던 은행과 기업들의 부채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은행과 기업들의 대차대조표가 손상되기 시작한 것이다. 민간부문의 대차대조표 손상은 동아시아 경제의 신뢰성 상실 the loss of confidence 로 이어졌고 추가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통화가치 하락을 막아야할까?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한 금리인상 정책은 경제의 산출물을 떨어뜨리기 a decline in output 때문에, 이것 또한 신뢰성 상실을 초래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대차대조표 위기 Balance Sheets Crisis" 라고 칭한다.

 

Balance sheet problems: 


Finally, descriptive accounts both of the problems of the crisis countries and of the policy discussions that led the crisis to be handled in the way it was place extensive emphasis on the problems of firms’ balance sheets. On one side, the deterioration of these balance sheets played a key role in the crisis itself—notably, the explosion in the domestic currency value of dollar debt had a disastrous effect on Indonesian firms, and fear of corresponding balance sheet effects was a main reason why the IMF was concerned to avoid massive depreciation of its clients’ currencies. (...)


instead of creating losses via the premature liquidation of physical assets, a loss of confidence leads to a transfer problem. That is, in order to achieve the required reversal of its current account, the country must experience a large real depreciation; this depreciation, in turn, worsens the balance sheets of domestic firms, validating the loss of confidence. policy that attempts to limit the real depreciation implies a decline in output instead—and this, too, can validate the collapse of confidence.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6


경제학자 Frederic Mishkin 또한 "1997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커진 원인에는 짧은 만기구조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의 한계에 있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은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를 악화시켰고, 기업들은 대차대조표를 복구하기 위해 위험성이 큰 사업을 벌였다. 즉, 통화가치 하락이 대차대조표에 준 충격이 동아시아 경제를 위축시켰다 " 라고 말하며, 대차대조표 손상 문제를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A currency crisis and the subsequent devaluation then helps trigger a full-fledged financial crisi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because of two key features of debt contract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debt contracts both have very short duration and are often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


These features of debt contracts generate three mechanisms through which a currency crisis in an emerging market country increases asymmetric information problems in credit markets, thereby causing a financial crisis to occur.


The first mechanism involves the direct effect of currency devaluation on the balance sheets of firms. With debt contract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when there is a devaluation of the domestic currency, the debt burden of domestic firms increases. On the other hand, since assets are typically denominated in domestic currency, there is no simultaneous increase in the value of firms’ assets.


The result is a that a devaluation leads to a substantial deterioration in firms’ balance sheets and a decline in net worth, which, in turn, worsens the adverse selection problem because effective collateral has shrunk, thereby providing less protection to lenders. Furthermore, the decline in net worth increases moral hazard incentives for firms to take on greater risk because they have less to lose if the loans go sour. Because lenders are now subject to much higher risks of losses, there is now a decline in lending and hence a decline in investment and economic activity.


The damage to balance sheets from devaluation in the aftermath of the foreign exchange crisis has been a major source of the contraction of the economies in East Asia, as it was in Mexico in 1995. This mechanism was particularly strong in Indonesia, which saw the value of its currency decline by over 75%, thus increasing the rupiah value of foreign-denominated debts by a factor of four. Even a healthy firm initially with a strong balance sheet is likely to be driven into insolvency by such a shock if it has a significant amount of foreign-denominated debt.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4-5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 - 2013년 현재는?


경제개발 단계에서 고정환율제도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발생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게 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가져다 준 교훈은 '① 고정환율제도의 포기 ② 만기불일치 Maturity Mismatch 해소 ③ 통화불일치 Currency Mismatch 해소 ④ 외환보유고 확충' 이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학계는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Capital Flows Volatility 초래하는 위험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중남미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가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에, 1990년대 초반 유럽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방지에, 그리고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자본흐름의 변동 Capital Flows Volatility 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에서 살펴봤듯이, 자본이동을 감독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Macroprudential Supervision 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2013년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과 신흥국은 자본흐름의 변동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있을까? 미국 Fed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Tapering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것이다.




<참고자료>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2013.11.09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2013.06.26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2013.09.1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Maurice Obstfeld, Kenneth Rogoff. 1995. 'The Mirage of Fixed Exchange Rates'.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Frederic Mishkin. 1998. 'The Dangers of Exchange-Rate Pegging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국제금융센터. 'Ⅲ. 외환위기 주요 사례 분석 -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http://joohyeon.com/162 [본문으로]
  2. 1세대 모델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은, Paul Krugman. 1979. 'A Model of Balance-Payment Crises'. Robert Flood & Peter Garber. 1984. 'Collapsing Exchange Rate Regime: Some Linear Examples'. [본문으로]
  3. 2세대 모델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은, Maurice Obsfeld. 1994. 'The Logic of Currency Crises'. [본문으로]
  4. EMS는 역내 통화의 변동폭에 한도를 정한 일종의 고정환율제도로서 환율변동폭은 기준환율 중심으로 상하 2.25%로 제한됐었다. [본문으로]
  5. 외환보유고가 감소했다는 사실은 외환시장에서 국내통화를 사들이고 외국통화를 공급했다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자본유출과정에서 외국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했다면, 개발도상국은 시장에 개입하여 외국통화를 공급함으로써 외국통화가격을 다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외국통화를 시장에 팔고 받은 국내통화는 중앙은행 계정에 흡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통화공급량이 축소된 것이다. [본문으로]
  6. (뒤에서 고정환율정책의 문제점에서도 다룰 것이지만) 이것을 어떻게보면, 고정환율정책이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을 제한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Frederic Mishkin은 "개발도상국은 통화정책을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This criticism of exchange-rate pegging may be less relevant for emerging market countries than it is for developed countries. Because many emerging market countries have not developed the political or monetary institutions which result in the ability to use discretionary monetary policy successfully, they may have little to gain from an independent monetary policy but a lot to lose.) (7) 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Frederic Mishkin의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제약된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1997 외환위기 확산의 원인이 되고 마는데... [본문으로]
  7. 한국의 단기외채 증가에 대해서는,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http://joohyeon.com/174 참고. [본문으로]
  8. 1997년 당시 한국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http://joohyeon.com/173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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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②]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외환위기 ②]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Posted at 2013. 10. 27. 20:14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앞선 포스팅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1997년 한국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경제는 '고평가된 원화가치 ·  1996년 -229억 달러, GDP 대비 -4.75%에 달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거시경제의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1997년 11월 국제채권은행의 채권인출사태'가 발생하고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어떠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국제채권은행의 채권인출사태'를 촉발시켰는지를 살펴보자.


1997 한국의 외환위기의 시작일자는 태국 외환위기가 시작된 7월 · 원화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10월말 · 대규모 국제채권인출 사태가 벌어진 11월 ·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11월 21일 등으로 각각 잡을 수 있다. 그렇지만 주목해야 하는 건 1997년 1월 23일에 발생한 "한보그룹의 부도사태"이다. 동남아 외환위기가 7월에 일어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경제위기는 그보다 앞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초반부터 연쇄도산한 대기업군을 살펴보면, 1월에 한보그룹(10위)[각주:1] · 4월에 삼미그룹(26위), 진로그룹(19위) · 5월에 대농그룹(44위), 한신공영그룹(58위) · 7월 기아그룹(8위) · 10월 쌍방울그룹(55위), 태영정밀그룹(81위) · 11월 해태그룹(24위), 뉴코아그룹(27위) · 12월 한라그룹(13위) 등이다. 


따라서 한국의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분석은 1997년 초부터 대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1997년초 대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당시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주요원인으로는 원화가치 고평가로 인한 기업 현금흐름의 이상 · 과잉투자로 인한 현금지출 증가 그리고 기업의 차입경영 이라는 한국경제 구조적문제 · 과도한 부채와 높은 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 단기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등을 꼽을 수 있다. 




※ 1996년부터 악화된 수익률 - 원화가치 고평가와 과잉투자가 초래한 문제


수출주도형 제조업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경제 특성상, 원화가치 고평가는 기업의 현금수입을 감소시킨다. 문제는 수출감소로 인하여 기업의 현금수입의 흐름이 감소되고 있는 반면, 기업의 현금지출 요인은 설비투자의 증가로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금수입은 줄어드는데 현금지출을 증가하니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당연히 악화되었다.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6 >


위에 첨부한 '<표 5-28> 제조업 현금흐름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출둔화로 인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3.0% 감소한 반면, 투자활동 현금유출 증가(16% 증가)로 인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1.5% 감소했다. 그 결과, 1996년 제조업의 현금은 전년도에 비해 -75.1%나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제 1996 당시 얼마만큼의 과잉투자가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2 >    


1996년 당시 기업의 현금지출을 증대시킨건 기업의 과잉투자였다. 위에 첨부한 '<표 5-26 한국의 설비투자 및 생산능력 관련지표'를 살펴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1980년대 후반 GDP 대비 12%~13% 수준에서 19960년대 전반기 15%~16%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1996년도에 16.78%로서 정점에 달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설비투자가 증가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그 동안 과점상태에서 진입이 허용되지 않아던 많은 업종에서 규제완화와 함께 새로운 진입이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항공, 석유화학 등의 분야였는데 새로 진입한 기업들에 의한 신규투자 외에 신규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기존업체들의 증설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 전체적으로 과도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졌다.[각주:2] [각주:3] [각주:4]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3 >    


특히나 철강산업의 경우 1993년~1996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과잉투자가 발생했는데, 1997년 1월 부도처리된 한보철강의 경우 3년 사이 7,440억원의 투자비용이 지출되었다. 당시 한보그룹의 자산규모가 약 5조원 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4 >    


그 결과, '<표 5-27> 제조업 경영분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제조업은 1996년 수익성과 재무구조 측면에서 지난 9년간 최악의 성과를 거두었다. 1996년 매출액 증가율은 10.3%로 1995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5%를 기록하였다.




※ 문어발식 확장과 차입경영을 통한 재벌들의 몸집불리기 행태 - 한국경제의 구조적문제


무엇보다 당시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분별한 차입경영 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에서도 살펴봤듯이, 한국은 "기업이 독재정권에 정치자금을 대주고 독재정권은 대출을 통해 기업을 밀어주는 과정" 이라는 정경유착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권에 계속 접촉하기 위해서는 '기업규모 Firm Size'가 커야한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규모 늘리기'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규모늘리기의 결과는 높은 부채비율로 나타난다.


< 출처 : 이상학, 정기웅. 2010. The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Structure of Korean Firms. 4-5 >


또한,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대한민국 주식회사 - 대마불사를 초래한 정부와 기업의 리스크 분담' 에서도 보았듯이, 기업이 부실에 빠지더라도 국가는 사채동결 ·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기업들을 구제해줌으로써 대마불사의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대마불사의 환경속에서 기업들은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 왔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한 위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risk-free 경제가 한국경제의 모습이었다.     


박종규, 조윤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 위기 이전과 이후>(2002) 논문을 통해 이러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편 우리 기업의 경영행태는, 특히 재벌기업들이 그러하였지만, 수익 극대화보다는 외형확대에 치중해왔다. 대마불사의 환경에서 기업의 자금조달은 담보대출에 많이 의존하였으므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식 및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의 미발달로 자본시장이 기업의 수익증대를 독려할 인센티브가 없었으며, 기업회계의 불투명성과 기업정리, 인수·합병 관련 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회사가 어려워도 외부에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진다 해도 주가하락으로 인한 경영상의 위험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결국 과거의 우리경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한, 위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risk-free 경제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회사채 보유를 국채보유보다 선호해 왔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국제금리가 다른 채권금리에 비해 너무 낮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은행보증 회사채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가증권이 국채와 다름없이 안전하다고 여겼으므로 구태여 국채라는 안전자산을 따로 보유해야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회사채는, 그것을 발행한 기업의 자산규모가 충분히 크다면, 대부분 안전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자산규모가 얼마나 큰가 하는 점이 기업의 순위를 결정짓는 기준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산규모에 따라 기업들이 "계층화" 또는 "신분화"되어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시중 자금은 물론 우수 인력과 기술을 거의 독점 할 수 있었다. 신분에 따른 사회적 계층화가 그 사회의 궁극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았듯이 자산규모에 따른 기업의 계층화로 인하여 우리경제의 활력도 점차로 상실되었다.


박종규, 조윤제. 2002.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 위기 이전과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14-15


<출처 : David C. Kang. 2002.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18-25 > 


< 출처 : 이종화, 이영수 1999. "한국기업의 부채구조 - 재벌과 비재벌 기업의 비교". 5 >


실제로 한국기업들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1997년 말 현재 국내기업의 부채규모는 911조 원으로 GDP대비 1.9배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제조업의 부채/자본비율은 396.3%로서 다른 선진국이나 경쟁국인 대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4대 재벌의 평균부채비율 295%도 엄청난 규모지만 11위-30위 재벌들의 평균부채비율은 503.85%에 육박한다.


또한, 위에 첨부한 '<그림1 부채-자산비율(Leverage)과 총자산이익률(ROA)>'을 보면, 1989년을 기점으로 한국기업들의 전체부채비율(debt/asset)[각주:5] [각주:6]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논의했듯이, 기업들의 수익성악화로 인해 총자산이익률(ROA)는 계속 하락하는데 1996년에는 -0.2%를 기록하였다.   


본 논문 <한국기업의 부채구조 - 재벌과 비재벌 기업의 비교>(1999)를 쓴 이종화, 이영수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500%가 넘는 30대 재벌의 부채/자본비율에서 나타나듯이 재벌의 문어발식 규모확장 및 과도한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으며, 중복투자로 투자수익률이 계속 하락하였다는 점이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및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이러한 위기를 겪게 된 배경이 무엇 때문인가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들은 한국경제에서 고도성장을 위한 관치금융, 그리고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가 기업의 과잉투자 및 금융부실을 가져왔으며, 이것이 현재 위기의 근본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실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제관행이 재벌그룹에게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믿음을 갖게 하였으며, 이것이 투자사업의 위험과 수익률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차입에 의존한 규모확장에 치중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재벌그룹의 부채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게된 배경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1997년 말 현재 국내기업의 부채규모는 911조 원으로 GDP대비 1.9배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제조업의 부채/자본비율은 396.3%로서 다른 선진국이나 경쟁국인 대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본축적이 미미하고, 고도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경제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으 높을 수 있으며, 또 금융과 기업 간의 관계가 밀접한 한국경제에서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500%가 넘는 30대 재벌의 부채/자본비율에서 나타나듯이 재벌의 문어발식 규모확장 및 과도한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으며, 중복투자로 투자수익률이 계속 하락하였다는 점이다.


방만한 차입경영에 따른 높은 부채비율은 한국경제가 외생적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갖게되었음을 최근의 금융위기가 입증하고 있다. 우선 해외부채(foreign debt)가 많은 기업은 급격한 환율상으로 큰 손실[각주:7]을 입게 되었고, 이것은 기업도산과 금융부실을 초래하였다. 


또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경기침체 및 금융경색가 같은 경제여건 악화에 대해 쉽게 대처하지 못한 것 역시 현재의 어려움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급격한 이자율상승은 기업 자본조달비용의 급상승을 가져와 많은 기업이 도산하게 되는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각주:8]를 겪게 되었다.


이종화, 이영수 1999. "한국기업의 부채구조 - 재벌과 비재벌 기업의 비교". 2


1997 외환위기 발생 이후,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한국경제 구조개혁을 담당했던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부채비율 200% 미만' 유지를 기업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기업들은 일제히 "부채비율 200%는 못 맞추겠다" 라고 아우성 이었다. 그 동안 경제성장을 달성해오면서 무분별한 차입경영에 둔감해진 기업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채비율 200퍼센트[각주:9]는) 1998년 4월,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취임하며 던진 기업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이었다. "내년 말까지 부채비율이 200퍼센트를 넘는 기업은 도태될 겁니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나는 재벌 개혁을 두고 '야생마 길들이기' 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야생마를 길들이겠다고 처음부터 올라타면 다친다. 울타리를 쳐놓고 조금씩 좁혀가며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부채비율 200퍼센트는 재벌을 옭아매는 담 중 하나였다.


200퍼센트, 사실 정교한 계산을 통해 나온 기준은 아니었다. 해외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을 검토해 정했다. 당시미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00퍼센트가 채 되지 않았다. 일본이 150~200퍼센트 사이였다. 200퍼센트,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이미 시장의 법칙이 돼서 그렇다. 지금 부채비율이 300퍼센트쯤 되는 기업이 있다 치자. 모두 '불량 기업' 이라고 인식한다. 주가가 떨어지고 추가 대출이 막힌다. 이것이 시장의 감시다.


그땐 아니었다.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이 518퍼센트였다. 1000퍼센트를 넘나드는 회사도 있었다. 그걸 확 끌어내리라니 자연히 반발이 심했다. 대기업들이 대놓고 "우린 못 한다"고 나왔다. 4~5년 말미를 주면 몰라도 2년 안에는 절대 200퍼센트를 못 맞추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 직접 말하진 못했다. 금감위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다. 나는 아예 기업인들은 만나질 않았다.


그러니 은행에 호소했다. 금감위가 각 그룹에 "5월 초까지 주거래 은행에 제출하라"고 지시한 재무약정 자료, 15대 그룹은 일제히 "부채비율 200퍼센트는 못 맞추겠다"는 자료를 냈다. 어떤 그룹은 "건설·중장비 회사 특성상" 또 다른 그룹은 "막 인수한 회사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플레이도 잇따랐다.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를 팔거나, (그 회사를 살리고 싶으면) 다른 계열사를 팔면 됩니다." 나는 공개 석상에서 재벌을 압박했다. 왜 위기가 왔는가. 원칙도 두려움도 없이 성장만 쳐다보고 달려서다. 이제 그 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장관은 "실속있는 기업 몇 개를 팔아서라도 부채비율을 맞추라"고 기업을 다그쳤다. 강 수석은 "계열사별 비율은 조정하더라도 그룹 전체가 200퍼센트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헌재. 2012. 『위기를 쏘다』. 270-272    




※ 부동산가격 상승과 차입경영에 의해 지탱되던 한국경제 

- 부동산가격 하락과 높은 대출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의 증가


앞서 살펴봤듯이, 1996년 한국경제는 무분별한 차입경영에 둔감한 기업들이 원화가치 고평가로 인해 현금수입이 감소하고 과잉투자로 인해 현금지출은 증가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또한 과잉투자는 단순한 현금지출증가 뿐 아니라 투자효율성을 낮추어 엄청난 규모의 부실 자산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더해 기업의 담보가치를 제공해주던 부동산 가격하락이 지속되어 기업의 재무구조는 더더욱 악화되어 갔다.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져가고 담보가치를 제공해주던 부동산가격도 하락한다? 이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달성에 큰 도움을 주었던 '기업들의 차입경영'이 문제를 초래하기 시작한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과도한 부채'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박종규, 조윤제는 "기업의 담보가치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업손실을 자산가치의 상승을 통해 상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라고 지적한다.  




수익성 여부에 개의치 않는 외형확대를 위한 투자를 장기간 지속하다보니 투자 효율성은 낮아진[각주:10] 반면 자금과 인력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확대됨으로써 경제전체적으로 항상 인력과 자금이 모자라게 되어 자본수익률을 넘는 고금리, 노동생산성을 넘는 고임금이 지속되었다. 기업들은 고임금, 고금리, 고임대료에 의해 영업활동에서 손해가 났으나 공장이나 건물 등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가치를 증식하고 이를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아 다시 공장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자산 수익율은 더 떨어져 경제의 불균형 상태는 더욱 심화되어 갔다. 투자를 확대하면 할수록 실제 영업손실은 더 깊어지는 상황이 오래 지속된 결과가 바로 위기 이전 우리경제가 안고 있던 엄청난 규모의 부실 자산이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개발 이후 계속되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1991년 하반기 들어 소폭이나마 하락세로 반전되기 시작하였다.(<그림8>, <그림9> 참조) 즉 1991년 하반기부터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방식을 유지해온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이던 '부동산버블'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담보가치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업손실을 자산가치의 상승을 통해 상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과거의 관행을 관성적으로 유지하여 왔으며 자금과 인력에 대한 높은 수요도 줄어들지 않음으로써 고임금과 고금리, 고임대료 등 왜곡된 상대가격 체계도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은 채 1997년말 외환 및 금융위기가 도래하기까지 지속되었다. (...)


되돌아보면, 대략 이 시점, 즉 1990년대 초부터 한국경제는 새로운 방식의 성장패턴을 추구해 나가기 시작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대략 이 시점부터 해외투자자들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이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부터 해외자본의 유입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우리 스스로의 구조개혁을 모색했어야 했던 시점에서 정책당국이나 일반 국민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over-confidence)과 함께 경제의 흐름에 대한 착시현상을 가지게 되어 스스로의 개혁보다는 오히려 '개방화시대에 대규모 해외자본유입을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류가 되기 위해 어떤 투자를 늘이고 어떻게 경쟁의 우위를 선점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집중하였었다. 


박종규, 조윤제. 2002.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 위기 이전과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14-17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에서 살펴봤듯이 한국경제는 '요소투입의 증가'에서 논의했듯이 한국경제는 '요소투입의 증가', 즉 투자investment 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해왔다.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니,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만성적인 자금수요가 존재했고 따라서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양호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이 지속됐을때는 '과도한 부채 · 높은 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이 문제시 되지 않았지만,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동산가격 상승이 멈추자 '금융비용 증가'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금융비용의 증가는 기업의 경상이익률[각주:11] 하락을 초래했다. 1996년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0% 로서 1996년 중 금융비용 부담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 출처 :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4 >

  • <[표 1-1] 국가별 금리 · 임금 · 지가 및 물류비 비교>를 보면, 한국의 실질금리가 미국·일본·대만에 비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4 >  


박종규, 조윤제는 "대출금리 수준 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대출규모도 막대하였기 때문에 금융비용의 부담이 매우 높았다" 라고 지적한다.    


국제금리가 5~7%일 때 국내금리는 우리기업들의 투자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을 오랫동안 지속하였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평균 대출금리는 1990년대 들어 11~13%, 회사채 수익률은 12~18%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대출금리 수준 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대출규모도 막대하였기 때문에 금융비용의 부담이 매우 높았다. 그 결과 금융비용의 매출액 대비 비중도 1990년대 제조업의 경우 6%에 가까워 기업의 총자산 영업이익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금융비용등을 차감한 총자산 경상이익률은 영업이익률에 비해 대폭 줄어들고 있었다


박종규, 조윤제. 2002.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 위기 이전과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30-31




※ 제2금융권을 통한 단기자금조달의 증가 

- 대기업 연쇄도산의 파장이 커지게 된 원인


위에 논의했던 것을 종합하여 1996년 한국경제를 이해하자면, 차입경영을 통해 몸집불리기로 성장해왔던 한국기업들이 원화가치 고평가와 과잉투자로 인해 현금흐름이 나빠진 상황에서, 부동산가격 하락과 금융비용 부담증가로 인해 재무구조가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은 필요하다. 기업들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통해 단기자금조달을 늘리기 시작한다.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6 >  


'<표 5-28> 제조업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1996년 단기차입금은 전년대비 43.9%나 증가했고, 회사채를 통한 현금유입도 전년대비 43.8%나 증가했다. 즉, 1996년 중에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어 영업활동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진 데다가 투자활동에 소요되는 현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주로 단기차입금 및 회사채 발행에 의하여 현금을 유입하였기 때문이다.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200 >      


'<표 5-33> 기업의 자금조달 내역 추이'를 보면 기업 자금조달 구조의 악화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996년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은행 등을 통한 간접금융이 아니라, 기업어음 · 회사채 발행을 통한 간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설비투자 증가로 인한 현금유출의 증가와 원화 고평가 및 시장개방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기업 자금조달 구조의 악화로 나타난 것이다. 


기업어음 · 회사채 등은 은행대출보다 금리가 높기 때문에 기업들에 있어 높은 금리부담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중 기업어음에 의한 조달비중이 상승하였다는 것은 조달자금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1997년 초반부터 대기업군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각주:12]


<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204 >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대다수 자금을 종금사 등의 제2금융권을 통해 조달하였다는 것이다. 위에 첨부된 '<표 5-34> 금융권별 10대 부실기업 여신현황'을 살펴보면 1997년 부도처리된 10대 기업들의 여신 상당수가 종금사 등의 제2금융권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최두열. 2002. '비대칭적 기업금융 규제와 외환위기'. 『한국경제연구원』. 93-94 > 


이들 제2금융권의 무담보 기업어음에 의한 여신은 단기일 뿐만 아니라 담보에 바탕을 두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였을 경우 갑작스런 여신회수에 돌입하므로 부도가 급증하게 된다. 위에 첨부한 '<표 19> 부도 대기업규모군의 차입금 현황'을 보면, 1996년에 비해 1997년 어음차입금 규모가 급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부실대기업군에 대해 제2금융권이 갑작스런 여신회수를 시행했음을 나타낸다. 기업어음에 의한 자금조달의 문제 만기구조가 단기일 뿐만 아니라 여신회수가 즉각적이라는 점이 1997년 초반부터 발생한 대기업군의 연쇄적 도산에 대한 중요한 설명이 될 수 있다.[각주:13]




※ 대마불사에 익숙해있던 경제주체들 

- 한보그룹이 부도처리 됐다고?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 '대한민국 주식회사 - 대마불사를 초래한 정부와 기업의 리스크 분담' 과 위에서도 논의했듯이, 그동안 한국경제는 기업의 부실이 생겼을때 부채를 탕감해주거나 공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왔다. 대기업이 부도처리 되는 것에 익숙치 않았던 상황이다.


그런데 1997년 초반, 수익성 악화 · 과잉투자 · 차입경영 · 제2금융권을 통해 조달한 단기차입금이 문제가 되어 한보그룹이 부도처리 되었다. 당시 한보그룹의 자산은 약 5조원인 반면 총부채는 6.6조에 달하였다. 이와 같이 막대한 부실규모는 우리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었고 1997 외환위기의 시발점이 됐다. 


더 큰 문제는 해외자본들에게도 한국 대기업의 부실처리가 익숙치 않았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주도로 처리가 됐었기 때문에 해외자본들은 손실을 전혀 부담해 오지 않았었다. 해외 자본들은 비단 한보그룹과 연관된 금융기관 · 기업들 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의 건전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김대중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인) 이규성은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한보의 부도는 해외자본에도 큰 충격이었다. 이에 더하여 은행도 부도 처리될 수 있다고 청와대 당국자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자 충격은 더욱 증폭되었다. 당시까지 한국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의하여 부도처리되기보다는 정부주도로 정리해왔으며, 이 때 해외자본들은 손실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이러한 보도가 있은 후 일본에서는 몇몇 한국계 은행의 현지지점들이 일본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단기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수습에 나선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2월 초에 한국계 은행의 해외지점에 대한 지불능력을 책임지겠다고 언론에 발표[각주:14]하기도 하였다.


해외 자본들은 비단 한보에 대출한 금융기관이나 한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 전반에 걸쳐 건전성에 대하여 의문을 갖기 시작하였다. 1997. 2월 초에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한국의 경제 위기감 고조라는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헤럴드 트리뷴(Herald Tribune) 등 외국 신문들이 한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무디스(Moody's)는 1997. 2. 20일 한보에 대한 거액대출로 금융부실이 가시화된 조홍· 제일 · 외환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조정하였다.


이와 같은 사태의 진전은 국내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였다. 이제 한보그룹의 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일반 중소기업들까지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금융기관들은 부실을 우려하여 기업대출에 소극적이고 경직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이에 더하여 3. 19일에 발생한 삼미그룹의 부도는 국내외 금융기관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7-8


이규성은 뒤늦게나마 "왜 한국경제가 차입경영 · 대마불사 등의 구조적문제를 개혁하지 못했는지"를 돌아본다. 차입경영과 대마불사는 한국경제의 고성장을 이끈 방식이기도 했는데, 바로 이러한 '고성장의 혜택'에 가려 문제를 개혁하지 못했다[각주:15]고 반성한다.


놀랍게도 1970~80년대에 추진하였던 기업 및 금융개혁정책을 보면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과 내용이 거의 같은 것들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일찍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혁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그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여기에는 첫째로 당시의 우리 사회가 고성장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 1970~80년대의 정권들은 정권창출 과정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상징적인 좋은 치적이 필요하였으며 고성장은 가시적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좋은 표적이었다.


재벌들의 입장에서는 파산의 위험만 정경유착을 통하여 해결하면 차입에 의한 외형확장은 더 없는 부의 축적방법이었다. 근로자들에게는 고성장에 의한 일자리 마련이 가장 중요한 복지정책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구조개혁의 당위성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실패하고 고성장의 신화속에 매몰되었다. 결국 기업구조 개혁은 기업의 부실이 사회적으로 큰 과제로 떠오를 때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정책으로 전락하였다. (...)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고성장을 선호하고 시장제도의 미확립으로 인하여 재벌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성장추구에 효율성을 갖는 상황에서는 기업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다.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79-81




※ 제2금융권을 통한 단기자금 조달이 용이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고난 뒤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대기업들의 차입경영과 대마불사 신화는 그동안 한국경제 성장과정의 산물이라고 치자. 그렇더라도 대기업들이 제2금융권을 통해 단기자금 조달을 늘리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한국경제 특유의 성장과정이 금융시스템의 미발전과 제2금융권 발달이라는 문제도 낳긴 했지만, 적어도 1990년대 들어서는 금융시장 건전성 감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제2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② 기업어음(CP) 등을 이용한 단기자금 조달이 용이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③ 제2금융권을 통한 단기자금 조달 증가로 금융시스템 내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다음 포스팅에서는 '경제성장과정에서 비은행금융권이 발달한 한국 금융시장' · '잘못 적용된 금융자유화 순서' · '비대칭적 규제로 인해 제2금융권을 통한 단기자금 조달의 증가' · '금융감독 시스템의 미흡' 등등 1997년 당시 한국 금융시스템이 가졌던 구조적문제에 대해 다루겠다.



 

<2편 참고자료>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2013.08.18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2013.08.20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대한민국 주식회사 - 대마불사를 초래한 정부와 기업의 리스크 분담. 2013.10.25


동양사태로 바라보는 1997년 한국과 2013년 한국. 2013.10.13


이상학, 정기웅. 2010. 'The Political Economy of Financial Structure of Korean Firms'


David C. Kang. 2002. 'Bad Loans to Good Friends: Money Politics and the Developmental State in Korea'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최두열. 2002. '비대칭적 기업금융 규제와 외환위기'. 『한국경제연구원』


박종규, 조윤제. 2002.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 위기 이전과 이후'


이종화, 이영수 1999. '한국기업의 부채구조 - 재벌과 비재벌 기업의 비교'


이헌재. 2012. 『위기를 쏘다』 


이규성. 2006. 『한국의 외환위기 - 발생··극복·그 이후』




  1. 대기업 군의 서열은 1996년도 금융, 보험업을 제외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출처는 최두열. 2002. "비대칭적 기업금융 규제와 외환위기". 한국경제연구원. 88 [본문으로]
  2.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3 [본문으로]
  3. 자동차산업의 경우는 기존의 현대, 대우, 기아 외에 삼성자동차의 진입이 1994년 말 허용되어 1995년부터 설비투자에 들어갔다. 석유화학의 경우 1990년 이후 투자가 전면 자유화됨에 따라 기존의 업체들뿐만 아니라 신규업체들도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품목의 공급과잉과 업체간 과당경쟁이 발생하였는데,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1992년 3월「석유화학공업 수습 안정대책」을 수립하여 다시금 시설과잉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 억제를 실시하였다. 항공산업의 경우는 1993년 7월 신경제 5개년계획에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이 반영된 이후 설비투자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철강의 경우도 한보철강을 비롯한 각사가 설비의 증설투자에 들어갔다.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193 주석 108 [본문으로]
  4. 이러한 중복과잉투자는 김대중정부가 '빅딜'정책을 시행하는 배경이 되었다. [본문으로]
  5. 저자인 이종화, 이영수는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총부채/총자기자본으로 정의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부채비율을 총부채/총자산의 개념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헥 총부채/총자산의 비율로 부채비율을 정의하여 사용한 이유는 총부채/총자기자본으로 정의하여 사용하는 경우 '자본잠식' 기업의 경우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본잠식' 기업은 전체분석기업 중 3%에 해당하나, 이 중에는 총부채/총자기자본이 -40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도 포함되어 있어 평균값을 구하거나 회귀분석을 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잠식' 기업 역시 분석자료에 포함시키기 위해 총부채/총자산을 부채비율로 정의하여 사용하였다." 라고 덧붙인다. │이종화, 이영수 1999. "한국기업의 부채구조 - 재벌과 비재벌 기업의 비교". 5쪽 각주 7 [본문으로]
  6. 부채비율을 산출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부채/자본 비율에 비해 부채/자산 비율은 수치 자체가 절대적으로 낮은값을 기록하게 된다. 이 점을 유의하고 살펴봐야한다. [본문으로]
  7.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은행부채의 상당 부분이 외화표시로 되어있을 때, 해당국 통화가치가 급락하여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악화시키는 것'을 '신흥국 대차대조표 위기 Balance Sheet Crisis'라 불렀다. │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본문으로]
  8. 이러한 현상은 신흥국의 외환위기를 체계적 금융위기로 심화시킨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보통 금리를 올림으로써 통화가치를 상승케 하는데,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은행의 부채부담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통화가치 하락을 방치한다. 그러나 신흥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통화가치 하락을 방치한다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치는 더욱 커지게 되고 기업과 은행의 부채부담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에 응하지 못하게 되고 금융시스템 자체가 마비된다. 금융경제학 권위자인 Frederic Mishkin은 논문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1999)를 통해 "A currency crisis and the subsequent devaluation then helps trigger a full-fledged financial crisi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because of two key features of debt contract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debt contracts both have very short duration and are often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ies. These features of debt contracts generate three mechanisms through which a currency crisis in an emerging market country increases asymmetric information problems in credit markets, thereby causing a financial crisis to occur." 라고 말한다. │ 이에 대해서는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참고 [본문으로]
  9. 여기서 말하는 부채비율은 '총부채/총자기자본'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10. 이에 대해서는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의 '※ 요소투입증가, 즉 과잉투자가 초래하는 경제적 문제들' 참조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1. 경상이익=영업이익-이자비용 [본문으로]
  12. 2013년 현재에도 한국경제는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조달'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동양사태로 바라보는 1997년 한국과 2013년 한국' http://joohyeon.com/168 참조 [본문으로]
  13. 출처 : 최두열. 1998. '아시아 외환위기의 발생과정과 원인'. 『한국경제연구원』. 200-201 [본문으로]
  14. 이러한 정부 혹은 한국은행의 지불보증은 1997년 11월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 [본문으로]
  15. 이런 인식은 1997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방식에 큰 차이를 낳는다. 1997 외환위기가 발생한 주요원인은 '한국경제 구조적 문제' 라고 주장하는 측은 "강도높은 개혁을 주장"하고, '단순한 유동성 위기' 라고 주장하는 측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외화자금을 확보하면 됐을 뿐" 라며 반박한다. '1997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입장'과 'IMF가 내건 구제금융 조건들- 긴축정책과 자본시장 개방-이 타당했느냐'에 대해서는 추후에 포스팅할 계획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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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Posted at 2013. 8. 23. 11:28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은 대략 7가지. 비슷한 몇가지를 묶은 뒤, 5가지로 설명. 


1. 1세대 모델 

-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악화"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해당국 통화는 평가절하의 압박을 받게 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시장참가자들이 달러를 구매하면서 해당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가속. 해당국은 평가절하를 막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냄. 그리고 해당국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투명하지 못하"거나 "경영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시장참가자들은 자금을 회수. 이 과정에서 해당국 통화가치가 폭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한국은 1994-1996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원화의 통화가치는 고평가. (게다가 당시에는 자유변동환율제가 아니었음) 시장참가자들이 고평가된 원화가치에 의문을 품은 상태. 그리고 한국의 재벌들은 회계조작 등을 통해 투명하지 않은 재무상태를 유지했고,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초래한)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상황




2. 2세대 모델

- 시장참가자 간의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해당국의 "고평가된 환율" "바닥이 보이는 외환보유고 현황" "단기외채 비중"을 본 시장참가자들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 환율이 고평가 되어있고, 외환보유고 규모도 작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긴 하지만,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이 비교적 튼튼하다면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음. 


그러나 시장참가자 스스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국에서 자본을 회수하고 그 결과 해당국의 통화가치는 급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한국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은 괜찮았음.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긴 했지만, 경제성장률이나 경제규모 등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건실. 그러나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중 등을 중시한 시장 참가자들은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가면서 외환위기가 발생. 


경제학자들이 "1997 한국의 외환위기는 지급불능insolvency 이 아니라 단순한 유동성부족 illiquidity 때문" 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3. 금융기관을 통한 급격한 자본유출 & 도덕적해이 모델 Moral Hazard


- 금융기관은 "외화자금을 중개하는 역할(intermediation of capital inflows)" 을 함. 따라서 그 특성상 "대규모"의 자금을 차입함. 그리고 다른나라로부터 외화를 들여오기 때문에, "조달"면에서는 "단기자금"이 주를 이루고,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운용" 면에서는 "장기대출"이 주를 이룸. 이러한 "만기구조 불일치"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 과정에서 은행은 "유동성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큼


- 그리고 "우리가 파산하면 정부가 보증을 서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은행은 "도덕적해이"에 빠짐. 그 결과, 대출과정에서 기업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실대출을 일삼음. 


- 1997년 한국의 사례 : 1990년대 초반 "자본시장 개방" 이후, 금융기관은 막대한 양의 외국자본을 차입. 단기로 들여온 이러한 자본들을 "장기"로 기업들에 대출.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 현상이 발생. 


그리고 당시 한국의 은행들은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재벌들에 막대한 양의 자금을 대출. 경제성장과정에서 생긴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으로 인해 금융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본 시장참가자들이 갑자기 한국시장의 "만기연장 roll over 을 거부"하자,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위기가 발생했고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기업들이 도산. 




4.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 Boom-Bust Cycle


- 자본의 급속한 유입이 "자산가격을 폭등 boom"시키고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하락해야할 통화가치는 자본유입으로 인해 계속 고평가. 그러다가 경제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리장참가자들이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 가면서, "자산가치가 급락 bust" 하고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 경제는 침체에 빠짐. 


쉽게 말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이 거품 bubble 을 만들고,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금융시장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이야기. 


- 1997년 한국의 사례 : 개인적으로는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은 1997년 한국의 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 그렇지만, 세계경제의 화두인 "글로벌 불균형 Global Imbalances"를 설명하는 이론이고, 유럽경제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 




5. 금융공황 모델 Financial Panic & 전염효과 모델 Contagion Effect


- 시장참가들이 어느 순간에 "공포에 질려"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경우, 금융기관은 유동성위기에 빠짐.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에 의한 상환요구"가 금융위기를 불러온다는 이론


- 시장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국가를 "비슷하다고 인식"할 경우 "위기가 전염" 될 수 있다는 이론.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과 상관없이, 시장참가자들의 "인식" 만으로 자본유출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그 결과 위기가 전염됨. 


- 1997년 한국의 사례 : 서양투자자들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그저 "똑같은 국가들" 이라고 인식했음. 태국과 한국은 경제구조, 경제규모, 여러가지 상황 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양투자자들은 "태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아시아 국가. 그런데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네? 한국도 믿을 수 없다" 라고 인식하고, 한국시장에서 자본을 급격히 유출해감. 


그 결과, 태국 등에 비해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이 상대적으로 튼튼했던 한국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 2번의 "자기실현적 효과 self-fulfilling effect"와 유사. 




이러한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들을 이용해, 1997년의 상황과 2013년 현재를 비교하면?


1997년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IMF의 가혹한 조치를 경험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음. 실제로 동아시아 각국은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 당시와 비교해 작음.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공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가록하고 있음. 그리고 "외환보유고 규모는 건실"하고 "단기외채 비중도 낮음". 전문가들이 "1997년 형태"의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는 이유. 


따라서, "1997년 형태"의 위기보다는 다른 위기를 살펴봐야 할텐데, 세계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와중에도 "부채축소 deleveraging 에 실패한 가계" 나 "영업이익이 하락한 대다수 기업"들이 문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 는 <This time is different> (<이번엔 다르다>) 를 통해, "이번엔 다르다! 금융위기는 없다" 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는데.. 금융위기 발생의 큰 요인이 "심리" 라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신흥국의 움직임은 그닥 좋을게 없을 거 같다;;;




2013년 8월 23일에 썼던 글을 2013년 9월 14일에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이미지파일이나 인용 등의 보완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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