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Posted at 2017. 6. 29. 0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솔로우 모형 복습

'솔로우 모형'을 다룬 지난글[각주:1]을 통해, 국가별로 '생활수준 차이'(=level의 문제), '성장속도 차이'(=growth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engine of growth의 문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살펴보았죠. 

이번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로우 모형을 잠깐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다른 나라는 못 사는 이유는 '자본축적 수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커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죠.   

국가별로 경제성장률이 다른 이유는 그 국가의 경제상태가 '전이경로에 있느냐, 정상상태에 있는가'(transitional dynamics)가 구분지었습니다. 자본이 많이 축적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드는 체감현상(diminishing)이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낸 근본원인 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해와서 이미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다다른 국가는 성장률이 전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됐으며,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체감현상의 영향을 덜 받는 전이경로에 놓여있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체감현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를수록 성장률이 하락하고 결국 0%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성공과 좌절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복습했으니, 이제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생각 해봅시다.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설명하는가? 

-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 수학적으로 정교화된 이론[각주:2]일지라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도 적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글에서는 한국 · 싱가포르 ·대만 · 홍콩, 즉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자본축적의 힘'을 알아볼 겁니다.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무엇이 중요할까? 

-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 결국...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에 대해서는 그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똑같은 값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술진보 없는 경제성장은 결국 멈추게 될 것 이라고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올까요? 

이번글에서는 199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불안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장회계식을 통해 솔로우 모형 이해하기


이번글 논의를 소개하기에 앞서, 내용이해를 위한 기본개념을 먼저 알아봅시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지만.... 알면 좋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아래 두 가지 문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나타날까요?


● "자본축적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이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수식 사용은 경제학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이해를 쉽게 도와줄 겁니다.

 

 

 

솔로우 모형이 전달하고 하는 바는 "1인당 생산량 증가(=경제성장)는 1인당 자본축적과 기술진보로 구성되어 있다"로 바꿔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때, 자본축적이란 '자본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capital input) 입니다. 그리고 기술진보란 '주어진 요소를 가지고 좀 더 많이 생산케 하는 것, 즉 생산성 증가'(productivity gain) 입니다. 


따라서, '생산량 변화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타난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1 : 솔로우 모형은 '1인당'(per capita)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생산량 및 자본투입량은 1인당 기준입니다.)


(주 2 : 자본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capital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러므로 자본투입 증가분에다 자본비중(α)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생산량이 아닌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살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로우 모형은 '1인당'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을수록 1인당 자본량 · 1인당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체 '총'(gross) 자본량 및 생산량은 인구가 많을수록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일을 하는 양도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노동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labor input) 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총 생산량 변화율 = 노동투입 증가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 앞서 자본투입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labor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노동투입 · 자본투입 증가분에 각각의 비중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합니다.) 

 

이때, 투입된 자본량 · 노동량은 비교적 쉽게 수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자본량은 '투자'라는 형식으로 GDP 산출 과정에서 얻어지고, 노동량은 '인구증가율'을 보면 됩니다. 


그런데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 증가율은 산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투입된 자본량(노동량)으로 나누면 단순한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만 도출될 뿐입니다. 


자본생산성은 자본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영향을 받고, 노동생산성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가졌는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생산성 측정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영향을 함께 고려한' 값을 구해야 합니다. 이를 '총요소 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혹은 '다요소 생산성'(MFP, Multi Factor Productivity) 라고 합니다.   


총요소 생산성을 산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을 비교하여 대략적인 생산성 정도를 살펴보는 법 입니다.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요... 


1인당(per capita)은 국민 전체를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1인당 GDP', '1인당 국민소득' 라고 말할 때 사용합니다. 이는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standards of living)을 보여줍니다.


근로자 1인당(per worker)은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만을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생산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만들어낸 생산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는 '생산성'(productivity) 정도를 보여줍니다.


이미 오래전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근로자 투입 증가분이 적은 선진국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높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요소투입 보다는 생산성 증가의 힘이 더 큰 상황이죠.


반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하여 근로자 투입이 늘어나고 있는 개발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모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낮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해, 이들 국가는 현재 생산성 증가 보다는 요소투입에 의해 성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 '1인당 생산량'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 간의 격차가 비교적 크다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이미 요소투입을 끝낸 국가에 비하여) 비교적 느리다


이렇게 대략적인 비교를 통해 (정확한 값은 아니지만) 생산성 정도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자본 · 노동 투입 증가분을 제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도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값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생산량 변화분은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 + 생산성 증가분'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구하기 쉬운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을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차감하고 나면 '생산성 증가분'이 구해집니다.


총요소 생산성의 정확한 값을 도출할 때는 두번째 방법을 많이 씁니다. 




※ 현실을 설명해낸 솔로우 모형 

- 198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요소축적 덕분



자, 지루한 과정을 모두 거쳤으니 이제 본 내용을 알아봅시다.


1980~90년대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대한민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동아시아에 위치한 네 나라 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신흥산업국'(NICs,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고 불렀고, 경제성장 성공담은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의 네 나라는 어떻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학자들이 처음 주목한 것은 이들이 가진 공통점, '대외지향적 수출정책'(outward-oriented policies) 및 '제조업 중심 정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이건 우리 한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조선소 · 자동차 · 철강 등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나머지 세 국가 역시 수출제조업을 키우면서 성장해 나갔죠.  


따라서, 기존 학자들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힘입은 생산성 개선, 특히 제조업 생산성 향상이 성장기적을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을 외국에 개방하면서 경쟁력을 얻고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생각이었죠.


  • 알윈 영(Alwyn Young, 現 런던정경대, 前 MIT)


하지만 한 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영(Alwyn Young)은 1994년 논문 <동아시아 NICs의 교훈: 통념에 반하는 시각>(<Lessons from the East Asian NICS: A contrarian view>), 1995년 논문 <숫자의 횡포: 동아시아 성장 경험의 현실을 통계로 직시하기>(The Tyranny of Numbers: Confronting the Statistical Realities of the East Asian Growth Experience) 을 통해 당시 학자들 사이에 퍼져있던 통념을 반박합니다. 


그는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 증가 덕분이다"(factor accumulation)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인도 생산성 증가 보다는 '제조업으로의 자원 재배치'(sectoral reallocation of resources)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t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의 차이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는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을, 후자는 경제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수록(=요소투입이 급증할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값을 기록합니다.


  • Young(1994)


분명, '1인당 생산량'(per capita) 증가율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네 나라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높은 값을 기록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연간증가율은 대만(6.2%) · 홍콩(5.9%) · 싱가포르(5.9%) · 한국(5.7%)로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한국을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5개에 불과했습니다.


  • Young(1994)


하지만 생산성을 나타내는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을 보면 사뭇 다릅니다. 대만(5.5%, 4위) ·한국(5.0%, 7위) · 홍콩(4.7%, 8위) · 싱가포르(4.3%, 14위) 입니다. 분명 높은 순위이긴 하지만, 앞서의 순위보다는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9개로 늘었고, 앞서와 달리 나머지 국가들과 두드러진 격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X축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율, Y축 1인당 생산량 증가율
  • 경제활동 참가율이 1% 증가할수록 1인당 생산량 0.85% 증가


알윈 영은 이를 근거로 "(생산성 향상이 아닌) 네 국가에서 발생한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즉 노동투입 증가가 성장기적의 요인" 이라고 진단합니다. 통계분석을 통해, "1%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이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을 0.85% 올린다."는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네 국가는 전후 베이비붐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크게 늘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덕분에 생산과정에 투입된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1960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39%에 불과했으나 1985년에는 53%를 기록했죠. 


  • Young(1994),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의 1960~1985년간 GDP 대비 투자 비중 변화


그런데 이것은 '노동투입'(labor input) 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본투입'(capital input)도 살펴보면 요소투입의 영향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GDP 대비 투자 비중은 대만 2배 · 한국 3배 · 싱가포르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수치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자, 이제 '노동투입' · '자본투입' 등 요소투입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생산성의 변화, 즉 총요소 생산성의 연간 증가율을 살펴봅시다. 


홍콩(2.5%, 6위) · 대만(1.5%, 21위) · 한국(1.4%, 24위) · 싱가포르(0.1%, 63위)로 크게 하락합니다. 대만과 한국을 기준으로 81개의 국가가 ±2% 내에 들어 있습니다. 


즉, 총요소 생산성은 1인당 생산량 증가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마지막으로 기존 학자들이 주목했던 '제조업'을 살펴봅시다. 1970~1990년 사이, 네 나라의 근로자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은 한국(7.3%) · 대만(4.1%) · 싱가포르(2.8%)를 나타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이 3.2% 인점을 감안하면,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이 높은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반면, 제조업 고용인구 증가율은 한국(5.5%) · 싱가포르(5.7%) · 대만(5.6%) 등 대략 6%의 연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1% 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천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노동투입 증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알윈 영은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의 급격한 증가가 동아시아 성장기적의 대부분을 설명한다"(rapid factor accumulation, of both capital and labour, explains the lion's share of the East Asian growth miracle.) 라고 결론 내립니다. 


즉, 동아시아 네 나라의 성장은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자본축적'(혹은 '요소축적')이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 없이 진행된 요소축적... 지속가능 할까?

-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


우리가 이전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을 공부[각주:3]했다는 사실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요소축적)이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깐요. 이론은 현실을 설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찝찝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이외에 기술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성 혁신 없이 자본축적에 의존하는 성장은 결국 0%의 성장률로 귀결될 겁니다.


2017년인 지금은 과거의 동아시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바라볼 순 있지만, 1990년대 당시를 보냈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윈 영의 주장처럼 동아시아 성장기적이 요소축적에 의한 것이라면, 언젠가 이들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까요? 



1994년 11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5])은 의미심장한 글을 내놓았습니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The Myth of Asia's Miracle)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를 향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주 : 이 글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라는 단행본 중 한 챕터로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아시아 붐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기에는 찬물을 약간 끼얹어야 마땅하다. 아시아의 급성장은 많은 저술가들의 주장처럼 서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성장의 미래 전망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다." (...)


"성장회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의 과정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은 투입단위당 생산이 증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입 생산요소의 이용효율은 높이지 않고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즉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은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1950년대의 소련처럼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주로 놀랄만한 자원의 동원 덕분이었다. 이들 국가의 성장에서, 급증한 투입이 발휘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높은 성장기에 보여준 소련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성장도 효율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례적인 투입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성장이 주로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고, 그 곳의 축적된 자본이 벌써 수익체감의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이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 최근 몇 년 간의 속도로 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9-244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솔로우 모형을 배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알윈 영(Alwyn Young)의 논문을 본 사람들에게, 폴 크루그먼의 이 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놀랄만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지만 1994년 당시 동아시아 성장기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3년 후인 1997년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각주:6]했다는 사실이 이 글의 주목도를 키웠습니다.  


물론, 폴 크루그먼은 3년 후에 다가올 위기(crisis)[각주:7]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 글을 "3년 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글" 이라고 말하는데, 크루그먼은 단지 솔로우 모형이 이야기하는 성장률 저하(=수렴현상)를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는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에 쓴 글[각주:8]에서 "우리는 단지 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 이라고 예측했을 뿐이다."[각주:9] 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이 글은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것과 맞물려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아시아의 기적'을 칭송하는 대신 "그럼 이제 아시아의 성장세는 멈추는 걸까?" 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죠. 


(사족 :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요소투입'의 역할을 보려면,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각주:10] 참고)




※ 생산성! 생산성! 생산성!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두번째 글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번글을 통해서, "솔로우 모형이 실제 현실 설명에도 적용 가능" 하며, "197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은 생산성 증가가 아닌 요소축적에 의해 달성된 것", 그리고 "생산성 증가 없는 성장을 기록해온 동아시아는 결국 솔로우 모형이 말한 바와 같이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강조한 '자본축적'은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분명 동아시아 네 국가는 요소축적 힘만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죠. 그러나 결국 생산성 혁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한계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요소투입'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있을까? 

- 중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까


: 만약 오늘날에도 생산성 증가 없는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있다면, 이 나라는 향후 몇년 내에 점차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혹은 걱정)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는 국가 중 대표는 바로 '중국' 입니다. 


1990년 이래로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성장방법도 유사합니다. 중국은 '많은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기존에 산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생산에 투입되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소투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중국이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한다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10%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최근 7%~8%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낮은 성장률에 빠지는 경우를 경제학자들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1인당 소득을 늘리지 못하여 중진국에 머무르게 된다는 말이죠.


과연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요? 혹은 빠지게 될까요?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봅시다.



1997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을 끌어올려온 한국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2012.06.20


: 1997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분명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자체가 과잉투자에 의존한 채 성장[각주:11]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과거와 다릅니다.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 기여율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1981~1990년 사이 생산성이 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는 19.6%에 불과 했으나, 2006~2010년에는 47.3%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주제도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공부해봅시다.



생산성 둔화 현상


: 한국의 생산성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고민은 '생산성 둔화 현상'(Productivity Slowdown) 입니다. 


1990년대 IT붐의 힘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해온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둔화 되었고, 2008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낮은 값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명 세상은 이전보다 더 발전되고 진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 AI 등등 그동안 IT 산업의 발전은 눈 부셨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것도 다른글을 통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봅시다.

 


생산성은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가?


: 이전글 솔로우 모형[각주:12]을 공부하고 난 뒤에 느꼈던 찝찝함이 이번글을 읽은 후에도 남아있습니다. 이전글 마지막 부분에 제가 제기한 물음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가 외생적(exogenous)으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그럼 어떻게 하면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을 끌어올리느냐?" 라는 물음에 답을 해주지 못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전글 마지막에도 밝혔듯이,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일까? 

- 자본축적이냐 기술진보냐


: 이번글의 맨 첫부분, 솔로우 모형 복습에서도 살펴봤듯이, 국가간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죠. 


따라서, 1980~90년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자본축적량을 빠르게 늘리면서(=요소투입을 빠르게 늘리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자본축적(=요소투입)만이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일까요? 


국가간 기술진보 정도, 즉 생산성이 달라도 성장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빠르게, 낮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늦게 성장할 겁니다. 이때 기술진보가 불러오는 성장은 정상상태 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르기 이전에도 기술진보율이 높은 국가(=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발생하며 유출을 원천 차단한 선진국' / '시장개방 정도가 더 높고 기술흡수 잠재력이 높은 개발국' 등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으며 전세계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전세계 어디로나 확산(diffusion) 되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국가간 생산성 차이가 성장률 격차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죠. 


이번글에서는 우선, "빠른 성장을 불러오는 요인은 자본축적 이다" 라고 주장하며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는 학자만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추후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의 다른글들을 통해,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기술 격차(technology gap) 혹은 아이디어 격차(idea gap)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를 알아볼 계획입니다. 


'자본축적 vs 기술진보' (요소투입 vs 생산성혁신) 라는 쟁점, 다르게 말해 '기술을 공공재로 바라보느냐 아니냐'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계속 머릿속에 넣어둔채로 천천히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제 블로그에서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경제학이론이 그렇듯이 솔로우 모형 또한 수리적으로 엄밀하게 도출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4. [1997년-2005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5. 폴 크루그먼은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본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6.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7. 경제학용어인 '위기'(Crisis)는 단순한 성장률 저하를 뜻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란 현재 생산량이나 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위기'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http://joohyeon.com/248 참고 [본문으로]
  8.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What Happened to Asia?). 1998.01. http://web.mit.edu/krugman/www/DISINTER.html [본문으로]
  9. "we expected the longer-term slowdown in growth to emrge only gradually." [본문으로]
  10.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1.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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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Posted at 2017. 6. 28. 07:00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은 생활수준을 대폭 향상시켜 줍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는 대한민국이 이루어 낸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1950~1970년대를 보낸 어르신들은 직접 몸으로 느낀 바를 말해줄 수 있죠. 


하지만 경제성장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모든 국가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북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저개발국들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자본축적을 제대로 했는지,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따졌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족성, 법과 제도, 정치권력 부패, 민주주의 체제, 지리적조건 등 국가들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탐구했습니다.      


어떠한 요인이 경제성장 달성 여부를 갈라놓았는지 탐구한 이후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engine of growth)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높아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2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경제성장 이론은 바로 '솔로우 모형'(Solow Growth Model) 혹은 '신고전파 모형'(Neoclassical Growth Model) 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형은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제시했습니다. 


그는 1956년 논문 <경제성장 이론에 대한 기여>(<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 를 통해, 미국이 겪어온 경제성장 과정을 이론화 하였습니다. 


미국의 성공경험이 알려준 것은 '자본축적의 중요성'(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미국의 1인당 자본량은 꾸준하게 증가해왔으며, 이에 맞추어 1인당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솔로우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부터 솔로우 모형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알아봅시다.




※ 어떻게하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을까?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었는지 여부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각주:1]이기 때문이죠.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윗 그래프는 미국의 1인당 생산량 및 자본량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1인당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 배경에는 1인당 자본량 증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이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이 더 많이 도입될수록 생산량도 비례하여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보면, 1인당 생산량 증가, 다시 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적)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 및 축적된 자본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윗 수식은 저축과 투자가 1인당 자본량을 늘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솔로우 모형의 기본 방정식'(Fundamental Equation of the Solow Model) 입니다. 

 

경제원론을 소개한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각주:2] 에서 보았듯이, 자본축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investment)와 '저축'(saving) 입니다.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하며, 저축은 '생필품 소비를 덜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국가의 저축이 많을수록 투자도 비례적으로 증가하여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인당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면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곧 1인당 자본량 증가로 나타납니다. 증가된 자본량은 1인당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늘어난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또다시 저축 · 투자로 연결시키면 자본량과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량은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아 일정량 사라집니다. 또한,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에 비례하여 소모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은 '저축' 및 '투자'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며, '감가상각률' 및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듭니다. 


(사족 : 경제 전체 '총'자본량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인구가 많아질수록 '총'자본량은 증가하고, '총'생산량 또한 늘어납니다. '1인당' 자본량 및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을 '자본심화'(Capital Deepening) 라하고, '총' 자본량 및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자본확장'(Capital Widening) 이라 합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우리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가 생필품 소비를 많이 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적은 힘이 배분된다면(=소비가 많아 저축과 투자가 적다면), 그 국가는 자본축적이 더뎌져서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경제성장 초기 높은 인구증가율은 자원을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유아에게 배분케하여 (생산에 참여하는) 성인의 1인당 자본량을 훼손시킵니다.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국가가 초기에 '저축증대'와 '산아제한'을 실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로 저축장려 및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었죠.       




※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

- 영구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진보'

     

지금까지 논의한 것은 '1인당 생산량 수준'(per capita GDP Level)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축율이 높고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자본축적이 일어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성장 달성에 중요한 것은 성공여부 뿐 아니라 성공에 걸리기까지의 시간 및 지속적인 성장 여부도 있습니다. 자본축적을 통해 생활수준이 향상되더라도, 그것이 엄청 오래 걸려서 내가 죽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한번 생활수준이 향상된 후 지속되지 않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구분해야 할 개념은 '수준'(level)과 '성장'(growth) 입니다. 


어떤 나라가 잘 사느냐 못 사느냐 따지는 것은 '수준'(level)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반면, 어떤 나라가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리느냐,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느냐는 '성장'(growth)을 의미합니다.


  • 출처 : 한국은행


윗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증가해 왔습니다. 1998년과 2009년에 각각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 와 2008 글로벌 금융위기[각주:4] 여파로 주춤하긴 했지만, 추세가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이와 다릅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 부근의 고성장을 기록해왔지만, 점차 낮아져서 현재는 2%~3% 사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즉,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양상이 아닙니다. 과거 미국도 높은 성장률은 기록했으나 오늘날에는 3% 부근에 머물러 있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개방 이후 10%가 넘는 성장률은 기록해온 중국은 최근에는 7%~8%로 내려왔습니다.


  • 자본량 증가에 대해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하는 모양 (diminishing)


솔로우 모형은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는 모습'이 왜 나타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인당 자본량 증가 → 1인당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축적된 자본이 많아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diminishing) 합니다.


초기 자본량이 적을 때는 자본량 한 단위가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크게 증가합니다. 삽으로 땅을 파다가 포크레인이 주어지면 작업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가진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자본량 한 단위가 추가되어도 생산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포크레인 1대를 더 가진다면 번갈아가면서 사용하여 기계노후를 늦추고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대씩 더 늘어났을때 생산량 증가 효과는 초기에 삽→포크레인으로 변했을 때의 효과보다 적어질 겁니다.


윗 그래프의 모양은 직선(linear)으로 뻗어있지 않고 구부러진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이것이 솔로우 모형이 상정하는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의 모습니다. X축 자본량이 점차 많아질수록 Y축 생산량의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달성할수록(=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한다(=growth 효과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자,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축적되어 '어느 지점'을 넘어섰다고 생각해봅시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자본량을 더 늘리더라도 체감효과로 인해 생산량은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본량 증가 → 생산량 증가 → 자본량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끊기게 되죠. 


반면, 감가상각 및 인구증가율 등의 영향으로 소모되는 자본량은 일정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되려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러한 일정 지점을 '정상상태' 혹은 '균제상태' (steady state)로 칭했습니다. 


즉, 한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의 자본량'(steady state)보다 많이 적을수록, 그 국가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가까워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죠. 이어서 정상상태를 초과하면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여 생산량도 줄어드는 음(-)의 성장률이 나타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그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머무르게 되고, 자본량은 늘지도 줄지도 않아서 성장률은 0%에서 멈추게 되고 맙니다.       


이를 정리하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제 막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활수준 향상 속도가 빠르다가, 점점 늦어지며, 결국 멈추게 된다'"가 솔로우가 제시한 해답입니다.




※ 저축율 100%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 저축율 증가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져와

-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어, 결국 성장률은 0%로 수렴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여 궁극적으로 0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할꺼리를 제공해 줍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학 공부를 하다가 솔로우 모형을 조금 알게된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교과서 첫 부분만 공부하고 책을 덮은 지도자는 "저축과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구나. 이제 모든 국민들을 강제로 저축시켜서, 저축율 100%해야겠다" 라고 다짐합니다. (혹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통해 인구증가율 0%를 추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 뒷부분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 생각이 가진 문제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분명 저축율 증가 정책은 생활수준(level)의 향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점점 축적될수록 성장률은 하락하여 결국 0%가 되고 맙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도자를 향해, "저축율 증가 정책 및 산아제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질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없습니다." 라고 충고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충고에 대해 "어찌됐든 생활수준이 향상됐으면 된 거 아니냐" 라고 반발할 수도 있으나, 애시당초 경제성장의 목적은 사람들의 효용과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느끼는데, 소비를 아예 없애고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건, 경제성장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성장률은 0이 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소리로 들립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통해 계속해서 효용과 후생을 증대시키고 싶은데,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솔로우모형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1인당 생산량을 늘리는 데 있어 자본축적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자본을 사람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도 중요합니다. 또한, 새로이 추가된 자본이 이전보다 좀 더 효율적인 형태를 띄느냐도 중요하죠. 즉, 자본축적 못지않게 '생산성'(productivity)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사람들의 능력이 향상 된다면 생산설비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보다 성능이 더 좋은 설비로 교체된다면 생산량이 더 많이 증가할 겁니다.    


이렇게 기술수준이 점점 높아질수록 생산량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생산량 증가에 있어 자본축적 이외의 또 다른 방법이 생긴 것이죠.


이때, 중요한 점은 기술진보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체감하지 않습니다. 자본은 한 단위 더 투입(input)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줄어드는 체감 현상이 나타나지만, 기술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되면 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더욱 더 커질 겁니다(increasing).


물론, 기술진보율 자체는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 단계 더 나은 기술을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을 딱 고정시키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 값이 얼마이든간에, 일단 기술진보율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죠.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 했을지라도, 기술진보는 생산성 혁신을 불러와 1인당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게 되고 0이 아닌 양(+)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솔로우모형 상에서 경제성장 동력(engine of growth)는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 솔로우모형 내용 정리


자, 이번글에서 다루었던 솔로우 모형이 전달해주는 바를 한번 정리해봅시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 

- 자본축적의 중요성


: 솔로우 모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제시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많아서 부유한 국가가 됩니다.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까? 

- 불가능하다


: 자본축적 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 합니다. 그 이유는 자본이 한 단위 늘어났을 때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발전 초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경제 수준(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0%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각기 다르다


: 2017년 오늘날 중국은 8% 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반해, 한국은 2%~3%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별로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 입니다. 


경제성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은 아직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죠. 반면, 경제성장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은 정상상태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낮습니다.


이를 학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전이경로' 혹은 '이행기동학' (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는 전이경로 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축율을 높이고 인구증가율을 낮추는 정부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 일시적 효과만 낼뿐, 성장효과는 없다


: 높은 저축율과 낮은 인구증가율은 1인당 자본량을 늘려서 생산량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경제수준만 높이는 효과만 낼 뿐, 결국 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나타나게 할 뿐이지, 영구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동력은 무엇인가? 

-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 솔로우 모형 상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위적인 정부정책이 아니라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즉, 경제성장의 동력(engine of growth)은 '기술진보'(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 생각 뻗어나가기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① 

- 자본축적이 중요할까, 기술진보가 중요할까?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둘 다 중요하지. 중요성을 왜 따지냐" 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만약 기술진보 없이 자본축적만 이룩한 국가는 성장률이 점점 하락하여 곧 성장이 멈추게 될 겁니다. 그러나 기술진보를 함께 진행해온 국가는 성장률을 계속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1970년대 소련 경제 · 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 · 2010년대 중국 경제' 사례를 통해, '생산성 향상 없는 자본축적'이 초래하는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② 

-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하나?


: 경제성장(=level의 상승)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합니다. 자본축적은 높은 저축율을 통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율이 높다는 말은 '소비가 적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럼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 할까요?"


"당연히 현재 조금 고생하고 미래에 과실을 얻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현재의 소비 감축이 미래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현재 자본축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생활수준 향상과 소득 증가를 불러와 미래의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본축적이 많이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미미한 소득 증가로 이어져서 오히려 현재+미래 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소비 감축은 세대별로 수혜가 다릅니다. 청년 세대는 미래의 소비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장년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소비가 줄어들어서 효용과 후생수준이 하락하는 악영향만 받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미래 소비량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최적 저축율'이 얼마인지를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른바 '저축 수준의 황금률'(golden rule)을 찾기를 바랐죠.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유는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면, 현재 고통스러운 소비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으로 다른 글들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① 

- 모든 국가가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로 수렴할까? 


: 솔로우 모형 상에서 1인당 생산량은 자본량에 대해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에, 결국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멈추게 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서로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에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하고, 솔로우 모형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이렇게 국가간 1인당 생산량 및 성장률이 같아지는 현상을 '수렴현상'(Convergence) 라고 부릅니다. 


솔로우 모형만 살펴본다면, 전세계의 1인당 GDP가 하나로 수렴하여 국가간 격차가 없어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증 데이터를 살펴보면, 솔로우 모형이 기대하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빈곤국은 여전히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저개발 상태를 벗어난 국가들도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level)을 기록하고 있죠. 또한, 성장률 격차(growth)가 축소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솔로우 모형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실증 결과에 반하는 이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② 

- 정부정책은 무용할까?


: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내는 이유는 솔로우 모형이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을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진보만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정책 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당장 현실을 둘러봐도 정부의 법과 제도 정비, R&D 투자 지원, 교육 확대,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정부정책이 성장효과도 낼 수 있는 또 다른 모형'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① 

-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까?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 로버트 솔로우는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며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술진보율이 2%든 10%든 일정한 값으로 모든 국가에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 수 있을까요?


당장 미국과 한국을 대비해봐도, 양국간의 기술진보율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실제 기업운영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기술진보를 이루어내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서 뒤쳐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다"는 가정이 성립하는 이유는 '기술은 공공재(public goods)'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란 비배제성(non-excludable) · 비경합성(non-rivalry) 을 띄는 재화로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재는 여러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diffusion)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술은 공공재 특성을 띄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기술은 '특허제도'(patent)를 통해 보호되고 있으며(=배제성을 띄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유출될 가능성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은 공공재가 아니며, 기술진보율은 국가별로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다르다면,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죠. 


하지만 기술진보율이 다르다면,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전달받지 못하는 폐쇄형 국가일수록 혹은 기술을 이용할 잠재력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술격차가 존재하는가 · 기술은 공공재인가 · 기술 확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경제성장론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쟁점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러한 쟁점이 경제성장론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겁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② 

-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둘러싸고 던질 수 있는 또 다른 물음은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가?" 입니다. 


기술진보는 하늘에서 떡하니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업이 R&D에 얼마나 투자하느냐 / 과학자 및 공학자들이 얼마나 힘을 쓰느냐 / 국가의 R&D 지원 정책이 얼마인가 / 다른 국가로부터 진보된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냐 등등 여러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결합된 결과물 입니다.


다르게 말해,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내생적'(endogenous)으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외생적'(exogenous)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는 현실을 설명하는데 있어 심히 불만족스러운 사항입니다.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 하나씩 차근차근


이러한 6가지 논쟁 사항을 이번글 하나만 읽고 깊게 생각해보기는 힘듭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오히려 혼란만 일으켰겠죠. 


하지만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6가지 논쟁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성장이론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2015.09.21. http://joohyeon.com/233 [본문으로]
  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2015.09.21 http://joohyeon.com/236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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