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Posted at 2018. 7. 25. 17: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2~553쪽


경제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과 '이기심'(Self-Interest)을 말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어떠한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국부론』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으며, 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국부론』을 경제학의 시초로 평가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도 얼마되지 않습니다. (경제학 전공자 중 『국부론』을 읽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울 거 같네요.)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s)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국부를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외국과의 무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 영향으로 바뀌어버린 사고방식은 오늘날까지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에이 주류 경제학자들은 맨날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면서 교조적인 자유방임주의만 내세우지 않냐"라고 비아냥 거리기에는, 경제학의 논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즉,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Free Trade)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았는데, 그들이 왜 자유무역을 찬성하고 왜 보호무역을 반대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1776년에 쓰여진 책 속에 담긴 논리를 2018년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이론을 암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내놓은 사상과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국부론』의 원문 내용을 읽어나가며,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발현된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고, 이것이 자유무역에 관해서 오늘날까지 어떤 함의를 전달하여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배워봅시다. 




※ 애덤 스미스가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 (Mercantilism)

- 국부란 화폐의 축적이 아닌 재화의 생산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장 분업 (1쪽)

 

한 나라의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이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은 언제나 이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로 구성되어 있거나 이 생산물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로 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는 이 직접 생산물 또는 그것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과 그것으 소비하는 사람의 수 사이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



● 제2편 자본의 성질 · 축적 · 사용 - 제2장 사회의 총재고의 특수한 부문으로 간주되는 화폐, 또는 국민자본의 유지비 (355쪽) 


한 나라의 모든 주민들의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이 화폐로 지불된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진정한 부(富), 그들 모두의 실질적인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은 그들이 이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의 양에 비례하여 크거나 작다. 그들 모두의 수입 전체는 화폐와 소비재를 합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둘 중 하나이고, 전자보다는 오히려 후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의 수입을 매년 그에게 지불되는 금속 조각에 의해 표현하지만, 이것은 그 금속 조각의 금액이 그의 구매력의 크기, 즉 그가 매년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수입이 구매력 또는 소비능력에 있는 것이지 그 구매력을 표시하는 금속 조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1쪽, 355쪽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습니다. 


중상주의란 ▶'부(富, Wealth)가 화폐 또는 금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고방식'과 ▶'이러한 국부를 무역수지 흑자와 제조업 육성을 통해 증진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그리고 국부 증진을 위한 과정에서 ▶'국가가 무역을 통제해야 한다'(State Regulation of Trade)는 주장을 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는 화폐의 축적이 아닌 생산의 증가'이며▶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논리, 제조업과 농업은 둘 다 중요'하며 ▶'무역 독점권을 폐지하여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우선 이해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부'가 무엇인지 입니다. 중상주의자에게 국부란 금은의 축적이지만, 애덤 스미스는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 또는 교환으로 얻은 생산물'을 국부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화폐는 축적의 대상이 아닌 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았죠.


(주 : 이에 대해서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GDP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이제 국제무역과 관련한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을 좀 더 알아봅시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①

- 무역수지 흑자에 관하여

- 토마스 먼 : "우호적인 무역수지(favorable balance of trade)가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 16~17세기 중상주의자 토마스 먼(Thomas Mun)
  • 그가 1664년에 내놓은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우리의 재산과 재보를 늘리는 정상적인 수단은 무역이다. 여기서 지켜야 할 준칙은 우리가 이방인에게서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그들에게 파는 것이다. (...)


지금 2,000 파운드를 자신의 금고에 갖고 있고 매년 1,000 파운드를 수입으로 갖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매년 1,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4년 만에 모두 없어질 것이다. 반면 검약의 길을 택해 매년 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같은 기간에 두 배가 될 것이다. 이 준칙은 우리 공화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 토마스 먼, 1664,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 홍훈, 2009,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고전편』,  60-61쪽에서 재인용 


대표적인 중상주의자는 바로 토마스 먼(Thomas Mun) 입니다. 그는 1664년 출판한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을 통해 "무역수지가 우리 재보의 준칙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재보(Treasure)는 금은의 축적을 뜻하며,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금은을 축적해야 국부가 증가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무역 차액만큼 국부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방식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하였듯이, 트럼프는 대중 무역적자를 패배의 결과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는 잘못된 관념'에 대해서는 두 차례 글을 통해 비판한 바도 있죠.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국부=무역수지 흑자' 라는 관념을 비판할 수 있었던 기반은 애덤 스미스가 제공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이제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으면서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알아보도록 하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정부의 관심은 금은의 수출을 경계하는 것으로부터 금은의 증감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인 무역수지의 감시 쪽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관심은 하나의 쓸모없는 걱정으로부터,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당혹스럽지만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다른 하나의 걱정으로 옮겨졌다. 먼(Mun)의 『잉글랜드가 외국무역에서 얻는 부(England's Treasure in Foreign Trade)』(1664년)라는 저서는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업국의 경제정책의 근본 격언이 되었다. (...)


광산이 전혀 없는 나라는, 포도밭이 없는 나라가 포도주를 들여오는 것과 같이, 금은을 외국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어느 한 가지보다 다른 한 가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포도주를 살 돈을 가진 나라는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은을 살 수단[예: 포도주]을 가진 나라는 결코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을 것이다


금은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되며, 금은이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이듯이, 다른 모든 상품은 금은의 가격이다. 


우리는 정부의 개입 없이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또한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는 우리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할 금은을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


불필요한 금은을 국내에 도입하거나 붙들어 놓음으로써 그 나라의 부를 증가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가정에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보유케 함으로써 가정의 기쁨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만큼이나 어리석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구입하는 비용은 가정의 식료품의 양·질을 증가시키기는커녕 감소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금은을 구매하는 비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국민을 고용하는 데 사용될 부를 필연적으로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26쪽, 533쪽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금은의 축적을 위해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것은 '쓸모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이를 이용하여 금은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품 생산에 주력하는게 옳은 선택이지,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금은의 부족을 걱정하며 매달리는 것은 되려 국부를 줄이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경제에서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각주:1]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상주의자와 달리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재보의 준칙'이 무엇인지 아래의 내용을 통해 확인합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3장 무역수지가 불리한 나라로부터의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수입에 대한 특별한 제한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이 학설은, 서로 교역하는 두 지역의 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지 않는 반면, 그것이 한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다면, 정확한 균형에서 기울어지는 정도에 비례하여, 한 쪽은 손실을 보고 다른 한 쪽은 이득을 얻는다고 가정한다. 이 두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 어떤 강요 · 제한 없이 양국간에 자연스럽고 규칙적으로 수행되는 무역은 양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


나는 이익이나 이득이라는 것은 금은량의 증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토지 ·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교환가치 증가나 주민들의 연간소득 증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양자는 서로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에 대한 시장을 제공할 것이며, 사용된 자본, 즉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의 생산 및 시장 출하를 위해 사용되어 그곳 주민들 사이에 분배되어 그들의 소득 · 생계를 제공한 자본을, 서로 보충해준다. 따라서 각국 주민 중의 일부는 그들의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다른 쪽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94~595쪽


네. 애덤 스미스는 역시 '생산'을 강조합니다. 무역수지 흑자라고 부유하고 적자라고 빈곤한 것이 아닙니다. 무역은 서로 시장을 제공하는 행위이며, 생산물의 교환을 통해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얻으며 양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②

- 제조업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우호적인 상품구성(favorable commodity composition of trade)이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농촌과 도시의 이득은 상호적이며 호혜적"


1664년 토마스 먼은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주장했으나, 애덤 스미스가 반박하기 이전에도, 중상주의자들 사이에서 '무역수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유용한 지표인지'에 관한 의문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역수지가 양적인 측면에서 가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라도, 질적인 측면(quality)은 알려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어떠한 상품을 교환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중상주의자가 관심을 기울인 상품 종류는 무엇이었을까요?


만약 어떤 국가가 제품을 위한 원료를 가지고 있다면, 원자재(raw material) 그 자체로 수출하는 것보다는 제품(manufacture)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왜냐하면 제품은 훨씬 더 가치가 있으며, 원자재보다 5배, 10배, 20배의 이득을 국가의 재보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etyt, 1680, Britannia Languens, or a Discourse of Trade, 24쪽

- Douglas Irwin, 1998, Against the Tide: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38쪽에서 번역 재인용


중상주의자가 바라보기에, 경제발전과 고용의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고 교역에서 더 많은 가치를 불러오는 것은 '제조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원자재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수출을 하면 더 많은 금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조업은 다른 부문에 비해 더 많은 고용도 창출(greater employment)하며, 임금은 외국의 소득에 의해 지불된다(foreign paid income)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제조상품 수출은 이득을 주며 외국 제조업자들을 위한 원자재 수출은 해를 끼친다. 원자재 수입은 이로우며 제조상품 수입은 충격을 준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조 생산이 일어나게끔 하는 것(manufacturing should be produced in the home market)이 주요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중상주의자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제조업'을 우위에 둔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농업과 제조업의 균형성장'을 이야기 했습니다. 더 나아가 스미스는 제조업 부흥의 기원을 농업개량(the improvement of domestic agriculture and food production)에서 찾았습니다. 그의 논리를 살펴봅시다.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1장 토지의 지대


토지의 개량·경작으로 한 가족의 노동이 두 가족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때, 그 사회의 절반의 노동은 사회 전체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충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나머지 반, 또는 적어도 그들 중의 대부분은 다른 물건을 마련하는 일, 다시 말하면 인간의 다른 욕망·기호를 만족시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 의복·주거·가구·마차는 이러한 욕망·기호의 주요 대상이라 하겠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214쪽


농업은 인간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식량을 제공합니다. 만약 먹고살만한 식량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이상의 기쁨은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만약 토지의 개량 덕분에 잉여생산물이 발생하고 농업에 적은 노동력만 필요하게 되면, 식품 이외의 것들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가 제조업의 기원을 농업개량에서 찾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과 제조업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도시는 서로 상호적이며 호혜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설명을 살펴보죠.


● 제3편 각국의 상이한 국부증진 과정 - 제1장 국부증진의 자연적인 진행과정


모든 문명사회의 대상업은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업이다. (...) 농촌은 도시에 생활자료와 제조업 원료를 공급한다. 도시는 농촌 주민에게 제조품의 일부를 되돌려줌으로써 이 공급에 보답한다. (...) 양자의 이득은 상호적이고 호혜적이며,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분업은 세분된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상이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 


사물의 본성상 생필품은 편의품·사치품에 우선하는 것과 같이, 전자를 생산하는 산업은 후자를 생산하는 산업에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농촌의 경작·개량은 편의와 사치의 수단을 제공할 뿐인 도시의 성장에 반드시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의 생필품을 구성하는 것은 시골의 잉여생산물, 즉 경작자의 생필품을 넘는 부분뿐이며, 따라서 이 잉여생산물의 증가에 의해서만 도시는 발달할 수 있다.  (...)


도시와 시골의 주민들은 서로서로에게 봉사한다. 도시는 상설시장이며, 시골 주민들은 이곳에 들러 그들의 천연생산물을 제조품과 교환한다. 도시 주민들에게 작업원료와 생활자료를 공급하는 것은 이 상업이다. 


도시 주민이 시골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완성품의 양은 필연적으로 도시 주민이 구입하는 원료와 식료품의 양을 규제한다. 그러므로 도시 주민의 일거리와 생활자료는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증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요는 토지개량·경작확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만든 제도가 사물의 자연적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부의 증가와 도시의 성장은 국토·농촌의 개량·경작의 결과이며 그것에 비례한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463~466쪽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의 결과,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도시 제조업의 일거리가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농업개량은 제조업과 경제발전에 선행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자본이 농업→제조업→외국무역 순서로 투입되는 건 '사물의 자연적 순서'(natural order of things) 라고까지 주장합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 국가의 역할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국가의 무역규제가 필요

- 애덤 스미스 : '무역을 할 자유'를 개인들에게 부여해야


앞서 살펴본 중상주의자의 주장을 잠깐 다시 정리해봅시다. 이들은 금은의 축적 정도를 알려주는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선호한데 이어서, 제조업 위주의 수출 등 '우호적인 상품구성'이 이루어져야 국부가 증진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럼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비자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소비증가로 인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 자본가 보다는 대지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제조업 발달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경제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disharmony between private and public interest)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자들은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자와 무역이 금지된 자를 구분하고, 제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게끔 도와주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부(富)는 금은으로 구성된다는 원칙과, 그런 금속은 광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오직 무역차액에 의해, 또는 수입하는 것보다 큰 가치를 수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이 확립되었기 때문에, 국내소비를 위한 외국재화의 수입을 가능한 한 줄이고 국내산업의 생산물의 수출을 가능한 한 증가시키는 것이 필연적이고 경제정책의 주된 목적으로 된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5~546쪽


중상주의자들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역정책'(trade policy) 혹은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른바 '국가의 무역규제'(state regulation of trade) 입니다. 


중상주의자들의 사상으로 상업정책은 방향이 명료해졌습니다. 원자재 수입에 낮은 관세를 매기고, 제조업 수입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합니다. 반대로 원자재 수출은 돕지 않고 제조업 수출은 보조금과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국가는 철저히 제조업을 지키는 방향으로 상업정책을 집행하고, 제조업 육성을 위해 국내시장에서 독점권도 허가해줍니다.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무역차액 학설은 불합리하다고 평가했으며, 제조업을 우위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자연적자유(natural liberty)에 따라 행동한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무역을 규제하기 보다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부론』의 상당부분에 이러한 주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548~549쪽)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을 높은 관세나 절대적 금지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이 재화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다소간 독점권을 보장받는다. (...) 국내시장의 이와 같은 독점권은 그런 권리를 누리는 특정 산업을 종종 크게 장려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었을 경우 그것으로 향했을 것보다 더 큰 노동·자본을 그 산업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독점권이 사회의 총노동을 증가시키거나 그것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가는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각 개인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그가 고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회에 가장 유익한 사용방법을 채택하도록 한다. (...)


(552쪽)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


(553쪽)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8~553쪽


결국 무역차액과 제조업을 강조하는 중상주의 사상의 기본뿌리는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 한다는 사상이었고, 애덤 스미스가 무역의 자유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는 기본뿌리는 '완전히 자유롭고 공정한 자연적인 체계'(natural system of perfect liberty and justice) 안에서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한다는 자유주의 사상입니다.




※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①

-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자유무역

-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케하는 자유무역


지금까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당시 지배적인 사상이었던 중상주의를 조목조목 비판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무역의 독점권을 없애고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과하고, 수입관세와 수출보조금 등을 없애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실시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gain)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동태적이익(Dynamic Gain), 둘째, 정태적(Static Gain) 입니다. 


● 무역의 동태적이익 (Dynamic Gain) 

-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 


: 동태적이익은 말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경제성장'(growth) 혹은 '경제발전'(development)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고 믿었습니다. 『국부론』의 본 제목은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이며,  '분업을 통한 생산'을 통해 국부가 증진된다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가 '분업을 최고도로 진행' 시켜 '생산력과 부를 증가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금은의 수입은 한 나라가 외국무역으로부터 끌어내는 주된 이득도 아니며, 유일한 이득은 더더욱 아니다. 외국무역이 행해지는 지역 사이에서는 어디에서건 국민들은 외국무역으로부터 두 가지 이득을 끌어낸다.


외국무역은 그들의 토지·노동의 생산물 중 그들 사이에서 수요가 없는 잉여분을 반출하고 그대신 수요가 있는 다른 것을 가져온다. 외국무역은 그들에게 남는 것을,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그들의 향락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될 다른 것과 교환함으로써, 그 잉여분에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의 협소함도 어떤 기예(技藝:art)나 제조업의 각 분야에서 분업이 최고도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동생산물 중 국내소비를 초과하는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도 넓은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외국무역은 그들로 하여금 생산력을 발전시키게 하고, 연간생산물을 최고도로 증가시키게 하며, 그리하여 사회의 실질수입과 부를 증가시키게 한다. (...)


아메리카의 발견이 유럽을 부유하게 한 것은 금은의 수입에 의한 것이 아니다. (...) 아메리카의 발견은 확실히 가장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그것은 유럽의 모든 상품에 새롭고 무궁무진한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옛날 상업의 좁은 영역에서는 생산물의 큰 부분을 흡수할 시장의 부족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던 새로운 분업·기술개량을 야기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1쪽


외국과의 교역이 없이 좁은 국내시장만 가졌다면, 수요가 없는 상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게되고 이에따라 분업도 세분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무역을 통해 넓은 시장을 확보하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 결과 분업이 고도화 된다는 논리 입니다.



● 무역의 정태적이익 (Static Gain) 

-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


: 정태적이익은 '그 시점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자원의 효율적 사용'(efficiency gain)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왜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고 믿었던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 제품보다 값싸기 때문입니다(lower price).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4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에게 무역의 정태적이익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죠. 만약 그 힘이 우위를 가진 국산품 생산에 사용된다면 생산량이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차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는 왜 어떤 제품은 국내에서 싸게 만들고, 다른 제품은 외국에서 싸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원인이 어디있든지간에 '싼 곳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죠. 그는 무역이 가져다주는 정태적이익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②

-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믿어라


이제는 단순히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넘어서서, 무역 및 상업정책과 관련하여 자유주의자로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드러나는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 자유로운 무역이 국내에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은? (Trade Effects on Income Distribution)

-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개개인의 자연적 자유(natural liberty)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겁니다. 마찬가지로 '무역을 할 자유'와 '자유무역'이 공공의 이익을 안겨주려면, 무역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아래 원문을 살펴보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자유무역을 회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통상의 일터와 통상의 생계수단을 일시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들이 고용 또는 생계를 박탈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병사의 습관과 제조공의 습관을 비교해 볼 때, 병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제조공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조공은 언제나 자기 노동에 의해 생계를 얻는 데 익숙 (...)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68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으로 인한 실업문제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인위적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는 유치산업보호론 비판

-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사회자본이 더 빨리 증가


그리고 애덤 스미스는 자본과 노동을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제조업)에 배치하여 육성하는 정책 또한 반대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외국 제조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정책으로 수입경쟁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이는 자본과 노동의 자연적인 용도를 훼치는 정책에 불과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사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특정제조업이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 빨리 확립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국과 같이 싸거나 더 싸게 국내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노동이, 비록 이처럼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욱 빨리 특정분야에 유리하게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이나 사회의 수입 총액이 이와 같은 규제에 의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사회의 노동은 자본이 증가하는 비율에 따라 증가할 수 있을 뿐인데, 자본은 수입 중에서 점차 절약되어 저축되는 것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 사회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회자본을 증가시킬 수는 분명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음으로써 사회가 문제의 제조업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는 그 때문에 어느 한 기간 내에 필연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의 어느 한 시기에 사회의 모든 자본과 노동은, 비록 다른 대상에 대해서이긴 하지만, 당시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각 시기마다 그 사회의 수입은 그 사회의 자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수입이며, 자본과 소득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기에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현재 제조업이 없다는 건, 지금 현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규제 정책이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 있고,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각주:2]하기 때문에, 현재 경제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 생산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③

- 중상주의는 소비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의 독점이익만 고려



애덤 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은 『국부론』 <제4편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을 통해 정점을 찍습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정책', 즉 중상주의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그는 앞서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전개했던 논리를 반복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794) 우리나라의 중상주의에 의해 주로 장려되는 것은 부자와 권력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뿐이다. 가난한 사람과 빈궁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산업은 너무나 자주 무시되거나 억압을 받고 있다. (...)


(813)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되는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외국상품의 수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이익은 명백히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다. 이런 독점이 거의 언제나 야기하는 가격상승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생산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764~813쪽


: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값이 싸다면 이를 수입해와 사용하는 게 마땅한데,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값비싼 제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은 피해를 보고 국내 제조업자만 이익을 봅니다. "중상주의에 의해 장려되는 것은 부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 뿐" 입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런 규제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얼마나 위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척하지만, 이 경우 그 유는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의 하찮은 이익을 위해 분명히 희생당하고 있다


이런 모든 규제들의 특기할 만한 동기는 우리나라 제조업 그 자체의 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웃 나라의 제조업을 억압함으로써,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상대와의 귀찮은 경쟁을 가능한 한 끝냄으로써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자들은 그들 자신이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4쪽


: 자유무역이 실시되었더라면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은 자본과 노동을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투자[각주:3]할 겁니다. 또한 규제가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서 최대의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장벽 때문에 국내 제조업자들은 독점권을 누리면서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의 자유'는 침해됩니다. 즉, 중상주의의 무역장벽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위반'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러 중상주의 전체를 고안해낸 것이 과연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고안해낸 사람이 소비자들이 아니라 생산자들이었다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이익은 저적으로 무시되어 왔음에 반해 생산자의 이익은 매우 신중한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생산자들 중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들이야말로 중상주의의 특히 중요한 설계자들이다. 이 장에서 주의깊게 살펴본 중상주의의 여러 규제들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자들의 이익이 특별히 우대되었고,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기타 생산자들[예컨대 원료생산자]의 이익이 더 크게 희생되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6쪽


: 그렇기 때문에, 중상주의는 제조업자의 이익만을 위하는 정책이지, 소비자와 원료생산자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만약 관세와 수입제한을 없애는 자유무역이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과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유방임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국부론』을 집필한 것입니다.




※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 오늘날까지 이어지다


지금까지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어나가면서, 중상주의와 자유무역에 관한 그의 주장과 사상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국제무역논쟁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보호무역주의자 vs 자유무역주의자'의 대립 구도와 논리가 18세기에도 똑같았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던 몇몇 논점들이 『국부론』 내에서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① 무역수지 흑자는 정말로 의미가 없나


: 애덤 스미스는 "교환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 한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출은 한 국가가 수입품을 획득하기 위해서 포기하는 재화이다. 즉, 수출은 수입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소득을 벌어들이는 데 불과하다."[각주:4] 라는 논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결정요인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 참고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역수지 흑자를 국제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정말로 무역수지 흑자는 의미가 없는 지표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봅시다.



② 제조업은 독특한 특성을 가진 업종이 아닌가


: 과거 중상주의나 오늘날 보호무역 모두, 결국 핵심은 '제조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더 많은 수출가치와 고용을 만들어내는 업종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정책결정권자와 1980년대 미국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에서 보호무역 흐름이 부상한 것도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서였습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에게 제조업은 그다지 특별한 산업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적 정책은 그저 소비자와 기타 생산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만을 위한 것이 됩니다.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18세기에 종식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③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하는가


: 중상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무역을 규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와 자유무역주의자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도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상의 대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가 쓴 아래의 글을 읽어보죠.


● 스푸트니크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아쉬운 이유(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미국의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의 상당 부분은 미국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은 미국인보다 외국의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다. (...)


오바마의 연설은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의 연계가 끊어졌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고,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 정부는 일반 노동자 가정의 복리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정부가 없다면 미국인들은 점점 글로벌화되는 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은 어디서 수익이 나든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 Robert Reich, '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FT>, 2011.01.26

- "오바마가 말한 '스푸트니크의 순간', 핵심을 벗어났다". <프레시안>. 2011.01.27 에서 재인용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중국과 에너지와 항공 관련 제조 계약을 맺게 되지만,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다. GE와 중국이 합작한 업체가 상하이에 설립될 예정인데, 여기서 만드는 새로운 항법시스템 장치들이 보잉 항공기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에게는 국가경제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만 있다. 바로 이런 측면을 봐야 한다. 중국의 국가 경제전략은 중국을 미래의 경제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 미국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전지와 전기배터리 기술에서 미국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기초 연구와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중국은 하나하나가 MIT에 맞먹는 20개의 대학을 건립했다. 중국의 목표는 힘과 위상, 고임금 일자리에서 중국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국가 경제전략이 없다. 미국에는 그저 어쩌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 Robert Reich, 'The Real Economic Lesson China Could Teach Us', 2011.01.19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프레시안>, 2011.01.20에서 재인용


로버트 라이히는 오늘날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중국정부는 치밀하게 세워진 경제전략 하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고 부러워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중상주의,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을 요구하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하여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조정해야한다는 생각은 '제조업 육성 및 보호의 필요성'과 결합하여, 강력한 무역정책(trade policy) 및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지에 대하여도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살펴봅시다.



④ 자유무역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 애덤 스미스는 국제무역의 발생원인을 '서로 다른 가격'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외국이 더 값싸게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이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왜냐구요? 거창한 논리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외국산제품 가격이 국산품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부문에서 우위에 놓인 국가'는 무역을 통해서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우위는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각주:5] 입니다. 그럼 선진국이 모든 부문에 대해 절대우위에 놓여있으면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자유무역의 이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는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통해 증명됩니다. 


앞으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⑤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작동하는가


: 애덤 스미스는 자유무역과 무역개방이 피해를 불러올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피해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중상주의가 소비자와 제조업 이외 생산자를 희생시키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믿은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무역개방으로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근로자는 손쉽게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자본가'는 최대의 이윤을 주는 새로운 곳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쉽게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외국과의 경쟁으로 몰락한 산업을 다른 산업이 빠르게 대체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무역개방이 소득분배 및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깊게 알아봅시다.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이제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에서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애덤 스미스 이외의 또 다른 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주장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 생산자만을 우대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이론을 말했으나, 데이비드 리카도는 "제조업 자본가의 이윤 증대를 위해 자유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리카도는 애덤 스미스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자유무역이론의 폭을 넓혔습니다.


다음글을 읽어나가면,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 배경 및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3.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4. 참고 : Douglas Irwin. 2015. 'Free Trade Under Fire' 4th Edition [본문으로]
  5. 국부론에서 '비교우위'란 표현을 썼지만, 오늘날 알려진 비교우위와는 다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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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Posted at 2015. 9. 21. 17:54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이번글에서는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많이 이용되는 GDP에 대해서 알아볼 겁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GDP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경제지표이죠. 


그러나 GDP를 왜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왜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것일까요? 




※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 달성에 성공했다는 근거로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했다는 사실을 들곤 하죠. 


이처럼 GDP는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입니다. 『맨큐의 경제학』 또한 GDP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시파트 첫 번째 장 <제23장 국민소득의 측정>에서 GDP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GDP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지표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국의 GDP는 약 15조 달러고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 미국경제가 한국경제보다 15배 크다.” 라고 말하며 GDP를 자연스럽게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과 다수의 사람들은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왜 GDP를 이용할까요? 


이런 물음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낍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니,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생각은 “국가의 경제수준을 돈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행복 같은 국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맨큐의 경제학』 585쪽에도 이러한 주장이 나옵니다.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에 대한 반론으로 “GDP가 높을수록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 GDP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다 잘 보살필 수 있다. ……” 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행복 등을 GDP가 측정할 수는 없지만, GDP 크기와 행복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식의 반론이죠.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왜 우리가 GDP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GDP의 유용성을 옹호하고 있을 뿐, 왜 GDP를 이용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  572쪽에 나오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정의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생산된’입니다. GDP는 말 그대로 국내총생산이고 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금 · 은 · 쌀 등의 재화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정해졌습니다. 영국 · 스페인 등 서구국가들은 금과 은을 획득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건설하였죠. 이렇게 화폐의 축적(accumulation)을 강조했던 시대를 중상주의(mercantilism)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화폐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금을 대신하여 많이 사용되는 것은 돈(money)입니다. 돈을 많이 쌓아둔 국가가 부유한 국가일까요? 화폐는 중앙은행을 이용하여 쉽게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가지고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겁니다. 북한도 돈을 찍어내서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좌우됩니다. 1950년대 한국에 비해 2015년 현재의 한국이 부유한 이유는 쌓아놓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내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에는 텔레비전, 전화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지 않았고 아파트와 같은 주택 또한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텔레비전, 스마트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사는 한국인들은 생산된 재화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고 있죠.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GDP를 대체하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 까닭은 GDP의 정의와 왜 GDP를 이용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 국가의 생산력을 화폐가치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진 돈이 1,500조원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 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GDP를 왜 화폐단위로 표현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국가의 생산능력은 '생산량'뿐만 아니라 '무엇을 생산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산량만을 고려한다면 고무신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와 최신 런닝화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의 경제력이 동등하게 평가됩니다. 이는 올바른 평가방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할때는 '시장가치'를 고려해야 하고 이는 화폐단위로 나타낼 수 밖에 없습니다. 


GDP를 화폐단위로 표기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표현하기 때문에, '한국의 GDP 크기는 1,500조원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GDP에 대해 배우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 하느냐입니다. 사람들이 생산된 상품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더 큰 효용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의 다른 글들을 읽어나가면,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볼 수 있을겁니다.  




※ GDP를 측정하는 방법

- 생산측면(supply-side)

- 지출측면(demand-side)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GDP. 이러한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첫째 방법은 GDP의 본래 목적대로 ‘생산’ 측면(supply-side)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적으로 구하는 방법이죠. 농림어업은 쌀, 생선 등을 생산하고 건설업은 신규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음식점, 헤어샵 등은 서비스를 제공하죠. 이렇게 각 산업에서 1년 동안 창출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구함으로써 GDP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한국에서 1,000만원짜리 자동차 1대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1개가 생산되고 유명맛집이 2만원짜리 식사를 서비스한다면 한국의 GDP는 1.102만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2015년 한국의 GDP가 1,102만원'이라는 말은 '2015년에 한국이 가지고있는 돈의 양이 1,102만원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102만원'이라는 말입니다. 


둘째 방법은 ‘지출’ 측면(demand-side)에 주목하여 GDP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GDP 크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지출측면을 통해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유용합니다.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헤어샵에서 머리를 손질한 소비자가 2만원을 지불[소비], 정부가 공무원급여로 150만원을 지급[정부지출] 한다면 GDP는 152만원입니다. 소비로 2만원이 정부지출로 150만원이 쓰였습니다. 어떤 용도로 돈이 사용되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크게 4명의 경제주체-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의 활동만 고려하면 됩니다.  


생산측면으로 GDP를 계산하더라도 지출측면으로 구한 값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생산해낸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2만원이고 공무원이 창출한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만원이기 때문이죠. 


다만 생산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어떠한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기여하는지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헤어디자이너, 공무원, 레스토랑 셰프, 기업임원 등등 여러 개인들의 활동을 모두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편리함으로 인해 거시경제 상황을 파악할 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은 색다른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경기변동 파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는?

- 화폐의 영향력을 배제하라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축적이 아니라 생산(product)’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명목GDP보다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GDP는 격 변동의 영향을 배제하고 그 경제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총량을 파악하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지도자가 여전히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지도자는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돈이 많아지니 부유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도자는 화폐를 찍어내서 돈을 만들어내고, 이 국가의 물가수준은 2배나 증가하게 되었죠. 이전에 비해 물가수준이 2배나 상승했기 때문에 명목GDP 또한 2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가의 경제력은 이전에 비해 2배 커졌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가상승 덕분에 명목GDP는 2배 증가하였으나, 국가의 생산능력은 이전과 같습니다. 단지 화폐만 많아졌을 뿐입니다. 현대자본주의 시대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력이기 때문에, 예시로 든 국가의 경제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복하자면, 이러한 예시는 가의 생산능력 변화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 변동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실질GDP는 화폐가치를 기준년도에 고정시킨 상태에서 생산량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거시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거시경제와 가계경제의 차이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알려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를 가계경제(household economy)의 확장판으로 생각합니다. 가계가 살림을 알뜰하게 꾸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통해 돈을 불리고, 빚은 절대로 가지지말아야 합니다. 일을 해나가면서 돈을 불리는게 중요하죠. 


그러나 거시경제는 가계경제와는 다릅니다.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이기 때문에 가계처럼 돈을 불리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여서 흑자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적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 등을 가계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조건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관점에서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는 점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2가지 관점

- 총공급 측면 바라보기 vs 총수요 측면 바라보기

  

앞서 GDP를 측정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첫번째는 '생산' 측면(supply-side)으로 GDP를 바라보아서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 구하는 방법이죠. 두번째는 '지출' 측면(demand-side)으로 GDP에 접근하여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가 지출하는 금액 합계로 구하는 방법이죠.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상승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가령, 스마트폰을 더 많이 생산한다거나 헤어디자이너가 더 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준다면 GDP는 커지게되죠. [생산측면]


또한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늘려도 GDP는 증가합니다. 소비자가 소비를 늘리고, 정부가 정부지출을 증가시킨다면 GDP는 상승하게 됩니다. [지출측면]  


따라서 우리는 거시경제를 2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거시경제의 '생산과 공급'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을때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공급(aggregate supply)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두번째는 거시경제의 '지출과 수요'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개인 · 정부 · 기업 · 해외소비자 등 시장 수요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수요(aggregate demand)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몇몇분들은 갸우뚱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번글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화폐의 지출을 통해 GDP가 증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쓴다고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출증가를 통해 GDP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거시경제학의 관심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화의 생산을 늘리는 '총공급 측면'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적인 경기변동에 있어서는 지출을 늘리는 '총수요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총공급 측면'을 살펴봄과 동시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필요한 총수요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이를 자세히 알게될 겁니다.




※ 생산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폐를 사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돈과 화폐를 사용하며,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로인해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돈'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시경제를 잘못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는 생산이 중요한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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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Posted at 2014. 7. 1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이전글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를 통해,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을 옹호하는 前 Fed 의장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 수 있었다. Ben Bernanke는 당시 기준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낮지 않았음을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급등은 Fed의 낮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과잉저축이 무엇이길래 미국 부동산가격, 아니 당시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것일까? 다른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 혹은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올린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주장일까? 만약 Ben Bernanke의 주장이 옳다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을까? 다음글에서는 "신흥국의 과잉저축이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다." 라는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이에 앞서,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일까?

 

경제학 비전공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Current Account)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각주:1]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는 모습[각주:2]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사족) <<< 경제학 전공자들이 경제원론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다. 여기서 공급은 '생산', 수요는 '소비'를 뜻한다. 즉, 현대 자본주의 핵심이 '생산'과 '소비'이기 때문에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다. 


또한, 미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효용'이고, 거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GDP'이다. GDP는 말그대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을 뜻한다. GDP의 정의는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 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부는 얼마만큼 생산하느냐 이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한다. (따라서 "GDP는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주장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경제주체가 얼마만큼 '효용'을 누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미시경제 · 거시경제 파트에서 효용과 GDP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족 끝)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여기서 또 많은 사람들은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경상수지가 결정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가령, 한국기업인 삼성이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일본기업인 도요타가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라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많은 수출을 한다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중상주의식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국가의 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각주:4]. 경상수지는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각주: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각주:6]



< 출처 :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조선일보. 2013.11.12 >



(사족) <<< 이 블로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관련 포스트를 통해,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이 대기업들의 과잉투자[각주:7]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해 한국경제는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1994년-1996년간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각주:8]로 이어지게 되었다. >>> (사족 끝)    




※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각주:9]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





아직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가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하자면, 한 경제내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수출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오직 이 한 사람만이 1달러 어치의 수출을 발생시킨다. 그 경제는 원화를 쓰지만 수출결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달러를 어떻게 써야할까? 


1달러를 소비자금으로 쓸 수 있을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경제는 원화를 쓴다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그 경제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출을 통해 1달러를 벌어들인 사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1달러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적자,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역할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에 나오는 간단한 식대로 실제 경제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상반된 관계를 보일까? 1993년-2002년 사이, 한국경제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그래프를 보면 데칼코마니 같은 모양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족) <<< 1994년-1996년 당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각주:10]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다시말해 자본수지 흑자 국가,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각주:11]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다시 반복하자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의 이런 이점이 지속가능할까? 


한 경제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고 있음(자본수지 흑자)을 의미한다. 어느날 갑자기, 빌리고 있는 자금에 대해 상환요구가 들어온다면 그 자금을 갚아야 한다. 그것을 갚지 못하면? 외환위기에 빠지게된다[각주:12] [각주:13]즉,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라는 말은 아니다. >>> (사족 끝)



     

※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이번글을 통해,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제 다음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에서는 Ben Bernanke의 주장과 2008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 모 블로그 포스팅에서, 대통령임기별 경상수지 흑자액수를 가지고 "박정희정권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건 틀렸다." 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굳이 링크는 걸지 않겠다. [본문으로]
  2.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3. 물론, 그렇다고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는 이것이 '지속불가능' 하다는데에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는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4. '경상수지'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력' 또한 단순히 기업간 경쟁, 국가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Paul Krugman의 '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 참조.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본문으로]
  5. GDP는 '한 국가내'에서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이다. 따라서 총생산 Y 크기를 계산할 때는 수입품을 이용한 소비 · 투자 · 정부지출은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총수출이 아니라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을 이용한다 [본문으로]
  6. 조선일보의 이 기사가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2013.11.1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2/2013111202692.html [본문으로]
  7.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http://joohyeon.com/172 [본문으로]
  8.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9. 정확히 말하면 '대부자금시장'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금융시장' 이라하자. [본문으로]
  10.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11.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http://joohyeon.com/174 [본문으로]
  12. 특히나 한국과 같이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에게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가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외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상환요구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본문으로]
  13.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에 대해서는,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http://joohyeon.com/113 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파트와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의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파트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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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

Posted at 2012. 7. 15. 00:13 | Posted in 경제학/일반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몇번 했었는데

오늘도 그 이야기.

왜 계속 이런 말을 하냐면, 이건 정말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생각이기 때문에.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그리고 "경제학"을 공부할 때 '기업경영'과 '경제'를 혼동하면 잘못된 사고를 하기 쉽상이다.


Paul Krugman이 이틀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 하나를 소개.

*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

Obama 대통령이 이 사실을 정확히 집어주었다.

"Romney가 Bain Capital에 재직하던 당시의 행태에 대해 왜 계속 문제제기를 하느냐고 사람들이 나-Obama-에게 묻는다면 나는 이 점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만약 당신이 대기업 또는 헤지펀드의 대표라면, 당신의 임무는 돈을 버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성공적인 경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임무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것은 타당해 보인다. 이것인 미국식 행동이고 기업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로서의 경제를 생각하는 자격을 당신에게 반드시 부여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대통령으로서 나의 임무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의 임무는 일자리가 외국으로 이전된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특히 국가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대통령직에 기업 경영가가 부적합한 이유는 '윤리적 차원'때문이 아니다. '기업가는 돈만 밝히기' 때문에 부적합하다는 말이 아니다.

"경영학과 경제학은 완전히 다른 학문이고,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는 완전히 다른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경제의 목표는 '경제적 번영prosperity'이다.

돈을 버는 게 경제적 번영 아니냐고?

국가경제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의 매커니즘이다.
'돈을 벌어서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를 논할 때 '돈을 쌓아두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은

① 한 국가 또는 개인의 부wealth는 금은보화 등을 모아서 쌓는 것이다.
② 따라서, 전세계에 부는 한정되어 있다.
③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부를 가지고 와야 한다.
④ 즉, 다른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무역흑자'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⑤ 무역흑자를 위해서, 국가가 '소수의 기업을 후원'하여 다른 나라와의 '무역전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⑥ 국내에는 '보호무역 장벽'을 만들어서 '수입을 줄여야'한다.
⑦ 그리고 영원히 무역흑자를 얻을 수 있는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는 중상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효용'이다. 
이 말은 몇번씩이나 해서 왜 또 하냐고 그러겠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모두들 GDP 이야기를 하는 데,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이다. 우리가 무심코 이야기하는 GDP의 핵심은 '생산'이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금은보화를 그저 '쌓아두는 것'이 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를 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것이 진정한 부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자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다.

부는 더 이상 한정적이지 않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는 '부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지만, 현대자본주의 사고방식에서 '부는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생산과 소비를 함으로써, 그리고 거기서 효용을 얻음으로써.

이제 '무역전쟁'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은 금은보화를 차지하기 위해서' 무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교역을 함으로써, '모든 국가'가 최적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일본을 이기기 위해' 무역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무역을 하는 것이다.
국제무역을 '전쟁터'로 생각하는 건 완전히 착각이다.


"근데 일본전자기업이 주춤해야 삼성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고 국가경제가 늘어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산업경제'다. 
'국가경제'가 아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가 수입하는 옥수수에는 노란 옥수수와 흰 옥수수가 있는데, 노란 옥수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미국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적용되던 고관세가 철폐되자 멕시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사료로 쓰는 노란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현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120쪽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구절은 

"노란 옥수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 멕시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사료로 쓰는 노란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

국가경제차원에서 바라볼 때, '산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한 산업의 흑자 또는 승리만을 생각할 경우 '전체로서의 경제'를 간과하기 쉽다.


중상주의에서 벗어난 현대자본주의는 대단히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우리가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다른 나라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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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종횡무진 한국경제』

Posted at 2012. 4. 19. 14: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원론 공부를 다시금 해보려고 3월부터 버냉키 책을 펼쳤었는데...
이거 원 진도가 안나간다... 어렵기도 하고 ─.─ 시험 같은 게 없으니.. 마음은 늘어지고...

사실 학부 다니면서 중요한 건, 
실제 경제 현안에 관해서 논하는 책을 읽기 보다는

경제원론, 미시, 거시, 금융 같은 기본 이론과 회계에 대한 공부. 그리고
애덤스미스, 리카도, 마샬, 슘페터, 마르크스, 케인즈, 폴라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등 여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원론부터 막혀서.... 쩝...

기분 전환도 할 겸, 실제 한국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을 샀는데.
『종횡무진 한국경제』란 책. 지은이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100분 토론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주간지 등에도 많이 등장하는 경제학자이다. 다들 한번쯤은 언론을 통해 김상조 소장을 봤을 거 같은데, 주로 '재벌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홍기빈 씨가 쓴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http://peopleeco.com/33 http://peopleeco.com/34 http://peopleeco.com/35를 위하여는 1장부터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와 달리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서문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내가 방법론에 대한 고민으로 경도된 이유는 이렇다. 역시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

제도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런 의문이 나를 점점 더 강하게 사로잡았다. (...) 즉,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

이 책 전체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경로의존성''제도적 상호보완성' 개념이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 

현 상황을 변경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냥 어제 하던 대로 오늘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혁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극심한 저항을 불러오기도 한다. (...)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 미국식의 이사회 제도 적용에 문제가 있으니 독일식의 이중 이사회 제도나 공동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스웨덴 모델이나 덴마크 모델은 어떨까? 

거기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이름하에 새로 도입된 제도가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제도의 경로의존성 및 상호보완성과 관련된 논의는 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 그렇기 때문에 30년 후에 도달할 최종 목표지점을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그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14~17쪽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홍기빈씨와는 달리, 실제로 재벌개혁 운동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김상조 소장은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는 내가 평소에 고민했던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상조 소장이 실제 개혁활동을 했던 경험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여러 통계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실제로 시장활동을 해본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산업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경제활동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업-국가-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학부생에게 그야말로 '현실경제'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103쪽부터 시작되는, "3장 낙수효과는 유효한가 -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둘러싼 논쟁"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산업별 국내산출액 구성비 추이, 중간투입의 구성 추이, 산업별 부가가치율 추이, 부가가치의 구성 추이,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추이, 취업고용 유발계수 추이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내산출액 구성비 비중에서 제조업은 약 50%, 서비스업은 약 30%를 차지하는데, 일본의 30%, 60% 비중과 비교하면, 한국은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 

김상조 소장은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실질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때 제조업의 비중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서 제조업이 너무 빨리 쇠퇴하고 있다는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 또는 '제조업 조로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산출액 내지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산업 간 또는 대중소기업간 연관관계의 약화에 그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 105쪽

"(90년대 이후 중간투입의 국산화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소재 부품 분야 중소기업의 발전,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08쪽

"기초소재업종과 조립가공업종의 부가가치율 하락이 확연히 드러난다. (...) 만약 이들 업종에 속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수출경쟁력과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비용 부담을 소재 부품 중소기업 및 여기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 110쪽

"부가가치율과 함께 노동소득분배율이 모두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이를 나타낸다. 거칠게 표혀하면, 아직까지는 평균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비해 품질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의 격차를 가져오고, 결국 생활수준의 격차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 111쪽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서비스 투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는 있으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물류, 기술, 디자인 개발, 법률 회계 조세 경영컨설팅 등 광범위한 영역의 서비스 투입의 양과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108쪽

"서비스업의 발전은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이 저숙련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되지 않도록 서비스업의 발전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110쪽

"어떤 산업의 후방연쇄효과(영향력계수)가 크다는 것은, 그 산업이 성장하면 여기에 중간투입물을 구성하는 앞 단계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어떤 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감응도계수)가 크다는 것은, 뒤 단계의 산업 활동을 위해 이 산업의 제품이 중간투입물로 사용되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 120쪽

"서비스업은 의외로 감응도계수가 크다. (...) (서비스업이)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는 영역도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제조업의 경쟁력제고를 원한다면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
- 122쪽


또한 서비스업 내 범주별 고용 비중 및 생산성 추이 통계를 제시하면서,

유통, 소비자 서비스가 많은 고용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생산성은 생산자, 사회 서비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를 제시하면서 '경제관료들의 사고'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비중이 낮아 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서비스의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재정지출의 확대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생산자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전문인력의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공급 확대 및 개방화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127쪽


KDI에 근무하는 경제관료가 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러한 경제관료들의 사고의식에 대해


"서비스업의 구조개편은 단순히 산업정책적 차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서비스업 내에는 구조조정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영세기업 및 영세자영업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나아가 사회서비스 영역은 경제정책 차원을 넘어 사회정책 차원에서도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은 총합으로서의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경제관료들이 비록 정책의 수단으로서 경쟁과 개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일지 모르나, 그들의 사고방식은 총합으로서의 부국강병을 원했던 17세기 중상주의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 128쪽


이 부분뿐 아니라, 뒤에서는 재벌, 중소기업, 노동, 금융에 대해 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도급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논하고 있다.

아직 "현실경제"를 모르는 경제학부생이 이 책을 읽으면, 학교 밖의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원론, 미시, 거시 이론을 완벽히 익혀야 겠지만....

경제원론 공부하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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