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Posted at 2014.01.01 12:40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해야하는 일(?)은 비전공자들을 빡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며, 이전에 말했던 것과 상반된 주장을 함으로써 비전공자들을 빡치게 하는 것. "그때는 이랬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해야해."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렇게 해야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게 해야해."


정부지출과 재정정책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자면, 얼마전 나는 노인무임승차를 주제로 "노인들한테 요금을 받지 않는 편이 낫다" 라고 주장[각주:1]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공기업 부채가 문제이니 민영화도 생각해봐야 한다" 라고 주장[각주:2]한다.


뭐하자는걸까? 그리고 재작년에 나는 "미국, 유럽경제에는 지금시점에 긴축정책이 필요하지 않다.[각주:3] 우리나라 또한 균형재정에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각주:4]" 라고 주장했지만, 최근의 나는 "국가부채 문제를 신경써야한다." 라고 주장한다. 왜 말이 바뀌는걸까?




일단 정부의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가 문제인 이유를 살펴보자. 현대화폐는 fiat money 이기 때문에 생산력이 뒷받침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돈을 찍어낼 수 있다. 정부가 재정적자와 부채 그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는 없다.

(참고자료 : 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그런데 왜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가 문제일까?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유입


정부지출 증가로 인한 총저축의 감소는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한다.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유입을 불러오고, 자본이동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경제내부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디레버리징 충격


과도한 국가부채를 축소하기 위하여 국가차원에서 디레버리징이 시작되면, 경제전체의 '총수요 축소'로 인하여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때, 디레버리징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경기변동의 진폭(경기침체의 크기)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교과서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면 '재정적자 → GDP 축소' 라는 경로를 알게된다. 그런데 실제로도 재정적자 혹은 과도한 국가부채가 경제침체를 가지고 오는 것일까?



1. GDP 대비 국가부채가 높아서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일까?, 경제가 침체에 빠져서 GDP 대비 국가부채가 높은 것일까? 


- 현실에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게 됨으로써 경제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제침체로 인하여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가 발생하였을 수도 있고, GDP 상승률이 저하됨으로써 GDP 대비 국가부채가 증가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의 인과관계가 맞는지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어왔다.

(참고자료 :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 재정적자를 축소하면 경제가 되살아나나?


일단, 재정적자와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 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경제침체를 불러온 재정적자와 과도한 정부부채를 제거하면 경제가 되살아날까? 이러한 주장을 '확장적 긴축정책(Expansionary Austerity)' 라고 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는 '긴축정책'이 결국에는 '경제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긴축정책은 단기적으로 '총수요 감소'를 불러온다. 그렇게 된다면 GDP는 감소하고, 오히려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긴축정책'은 확장적이 아니라 '축소적'이라는 말이다. 

(참고자료 :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3. 정부지출을 축소하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줄어들까?


좋다.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를 축소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를 축소해야 할까? 정부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는, 쉽게 말해 허리띠를 졸라매면 부채가 줄어들까? 최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재정적자가 줄어들려면 정부지출도 감소해야 할테지만 세입도 증가해야 한다. 세입증가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또한, GDP 대비 부채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부채 그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GDP를 성장시킴으로써 GDP 대비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시킬때 필요한 방안일 수도 있다. IMF는 2012년에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재정건전화 달성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동반 되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참고자료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4. 정부지출을 무조건 늘려야 하나?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시키는 방법이다" 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정부지출을 무조건 늘려야할까? 그것도 아니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이, 정부지출을 증가하면 이자율상승과 환율하락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와 순수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정부지출의 승수(multipliers)가 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항상 정부지출의 승수가 0에 가까울까? 


경제가 침체에 빠져 금리를 인하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썼다 라고 가정하자. 금리가 0%에 가까운 zero lower bound에 도달하면 중앙은행은 더 이상의 금리를 내릴 수 없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한계를 맞게 된 것이다. 금리가 zero lower bound에 근접하여 통화정책의 무력화되는 경우를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각주:5]' 이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승수가 매우 커져 1~1.5에 가까워진다. 


(참고자료 : <Measuring the Output Responses to Fisical Policy>(2010))



5. 경기역행적이냐, 경기순응적이냐


그러니까 정부지출을 증가시킬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경기변동(Business Cycle)의 상황이다. 현재 경제가 호황일때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경기순응적인 재정정책(Pro-Cyclical Fiscal Policy)'은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로 인해 총수요 증가에 거의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때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경기역행적인 재정정책(Counter-Cyclical Fiscal Policy)'은 총수요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려고 할때에는 현재 경제가 어떤 상황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6. 일시적이냐, 항구적이냐


자, 이제 그렇다면 '경기순응적인 재정정책'과 '경기역행적인 재정정책'을 경기변동의 때에 맞게 구사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정부지출을 증가시켰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때 증가한 정부지출이 '비가역적(Irreversible)' 이라면, 경제가 호황으로 돌아서더라도 증가된 정부지출을 줄일 수 없다.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정부지출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지출을 증가시킬 때에는, 증가시킬 정부지출의 성격이 '일시적(temporary)'인지 '항구적(permanent)'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침체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하여 정부가 임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일시적인 확장적 재정정책 이다.  그렇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연령대 이상 모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항구적인 확장적 재정정책' 이다. '항구적인' 정부지출 증가는 재정수지와 국가부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다.



7.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비용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과 비용' 이다. 토목사업-가령, 4대강-을 벌이는 형식으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과  경제활동참가를 촉진[각주:6]시키기 위해-가령 여성일자리 지원정책[각주:7]-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의 '편익/비용' 이 같을까?


'재정정책의 승수'를 따지는 것은 거시적인 분석이라고 한다면,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비용'을 따지는 것은 미시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지출을 증가시킬 때에는 '경기변동 상황에 따른 승수' 뿐 아니라, 개별정책이 가져다주는 '편익/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편익/비용이 1을 넘는다고 본 것이고, 현재와 같은 공기업 지원의 편익/비용은 1을 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8. 정부정책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 발생 가능성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부정책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Incentive Distortion) 발생 가능성' 이다. 가령, 정부가 실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실업지원금 수령의 조건으로  '실업자 본인이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지원금을 받게될) 실업자가 앞으로 구직활동을 열심히 할 것을 증명해야 한다' 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미묘한 차이 같지만, 이러한 차이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번째 방식은 실업자 본인이 계속해서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재참가에 대한 유인을 떨어뜨린다. 두번째 방식은 앞으로 실업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동시장 재참가의 의욕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실업에서 탈출할 유인을 증가시킨다. 

(참고자료 : 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





그러니까 단순히 '정부지출을 증가' 시키는 결정을 할때에도, 앞서 제시된 8가지 상황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8가지 상황은 아주아주 기초적인 조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만 변하더라도'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주장을 해야하는 것이다.



  1.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제도 논란에 관하여'. 2013.12.02 http://joohyeon.com/180 [본문으로]
  2.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2013.12.31. http://joohyeon.com/182 [본문으로]
  3.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4. '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http://joohyeon.com/131 2013.01.05 [본문으로]
  5. '美 FRB의 QE3 - 유동성함정 & 하이퍼인플레이션'. 2012.09.14 http://joohyeon.com/101 [본문으로]
  6.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2013.06.07 http://joohyeon.com/151 [본문으로]
  7.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http://joohyeon.com/150 [본문으로]
  1. 궁금이
    본문과 큰 연관은 없는글입니다만
    미국의 양적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비슷해보이는데, 언론에서는 qe는 찬양하고 아베노믹스는 도박이라면서 까는듯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가 뭘까요?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전자가 더 비판받을것같은데 말이죠..
    • 2014.01.30 09:33 신고 [Edit/Del]
      글쎄요...
      기대인플레이션을 불러오기 위해서 했던 아베의 극단적인 발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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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

Posted at 2013.10.04 19:3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미국 Fed는 Tapering의 기준으로 "실업률 7%"를 제시[각주:1]했으나 "과연 실업률 지표가 현재의 노동시장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 이유는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 때문이다.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하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한 자, full-time 일자리를 원하지만 part-time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 등등을 실업률에 반영한 것이 U-6 Unemployment Rate 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의 U-6 실업률은 공식실업률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2012년 사이 미국(US)의 U-6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런데 최근 2년간 U-6 실업률을 살펴보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드러낸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원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The big question is whether such workers will start looking for work again in time. The signs are worrying. If you look at U-6 unemployment over just the past two years, rather than the past five, it has fallen faster than official unemployment. That suggests many of the people on the periphery of the labour force have now left it entirely.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이유가 무엇일까? <The Economist>는 그 이유로 "상해보험제도 disability insurance (DI)"를 든다. 일반적인 실업보험은 "노동자가 구직활동을 계속할 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상해보험은 이와 정반대로 "노동자가 자신이 일을 할 수 없음을 증명해야" 혜택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실업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을 정부에 보여야만 하지만, 상해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년간 상해보험 혜택을 받으려는 미국의 노동자는 약 260만명 증가했다. <The Economist>는 이러한 현상이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복지제도의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일을 하게끔"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했다면, 지금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한다.


More generous unemployment benefits tend to elevate participation rates since workers must be looking for work to qualify. With disability insurance (DI), however, the opposite applies: to qualify applicants must generally demonstrate that they cannot work. (...)


Between 2007 and 2012 the number of applicants for DI shot up from 11.2 per 1,000 working-age people to 14. Unpublished research by Mary Daly of the San Francisco Fed, Richard Burkhauser of Cornell University and Brian Lucking, a graduate student, estimates that this rise in applications equates to 2.6m people. Depending on how many of those applicants are eventually awarded benefits, this could explain between 31% and 59% of the decline in participation among 16-to-64-year-olds.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한국에서도 복지제도 방식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0~5세 아이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무상보육 제도" 이다. 무상보육제도 도입 이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던" 가구들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했지만, 국가가 보육비를 지원해주기 시작하자 가구들의 "비용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굳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이유가 없어졌다.


즉, 아이를 키우는 가구들의 유인이 변한 것이다.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유인에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유인으로. 유인변화는 "수요폭발"을 불러왔다. <중앙일보>는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폭발로 인해, 어린이집 지원예산이 증가했고,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엄마들이 어린이집으로 애를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7만 명 이상의 영아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그해만 5600억원이 낭비됐다. 또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어린이집이 폭증하면서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크게 증가했다.


"복지예산 새고 있다 <상> 낭비 부르는 무차별 무상보육". <중앙일보>. 2013.09.25




자, 두 사례를 통해 "복지제도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을 불러와서 역효과가 생겨났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복지병"을 부르는 무상보육 제도를 없애야할까? 그렇지 않다. 무상보육제도의 의의와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전세계 경제학계의 화두 중 하나가 "여성일자리[각주:2]" 이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때에 여성일자리 증가를 통해서라도 노동투입인구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A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여성 B가 여러 장벽으로 인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전체에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여성일자리 증가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바로, "여자 어린이들이 (장벽없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보고서를 통해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여자 어린이에 대한 교육투자가 증가하고, 여자 어린이들이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선순환이 발생한다" 라고 말한다.


Better opportunities for women to earn and control income could contribute to broader economic development in developing economies, for instance through higher levels of school enrollment for girls. (...) 


Accordingly, higher Female Labor Force Participation and greater earnings by women could result in higher expenditure on school enrollment for children, including girls, potentially triggering a virtuous cycle, when educated women become female role models. (5)


IMF.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2013.09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사회학 수업을 들었을때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고학력 전업주부를 엄마로 둔 딸들은 자신들의 꿈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능력을 키워봤자 전업주부가 될 것' 이라고 엄마를 보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여자사람친구는 이 말에 격한 동감을 표했다. IMF 보고서의 주장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여성일자리 증가와 유리천장 제거를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증가할수록, 여자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고 꿈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일자리 지원정책을 통해 여자 어린이들의 "유인"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려는 유인에서 능력을 발휘케하는 유인으로. 


무상보육제도는 직장맘들의 부담을 덜게하는 정책이다. 그럼으로써 직장에서 능력을 펼칠 기회를 증가시키고, (IMF가 주장하는) 선순환이 세대를 이어 발생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건 무상보육제도를 "어떻게 설계" 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의 상해보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업자들을 돕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상해보험과 한국 무상보육제도의 부작용을 본 뒤, 단순히 "복지제도는 나태와 도덕적해이를 불러온다. 복지병을 유발할 뿐이다" 라고 진단한다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3가지 사례를 통해, "유인변화"가 경제주체에 끼치는 긍적적 & 부정적 효과를 알 수 있었다. 복지제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건 "어떤 방향의 유인변화를 일으킬 것이냐" 이다.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1.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2013.06.26 [본문으로]
  2.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본문으로]
  1. 그리고 무상보육으로 인해서 늘어난 어린이집 수요에 대응하는 인력 공급 역시 대부분 여성으로 인해서 충당되고 있구요. 도덕적 해이라는 주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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