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위기'에 해당되는 글 16건

  1.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2. [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2 2015.08.05
  3.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6 2015.07.30
  4.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1 2015.07.30
  5.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3 2015.07.30
  6.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3 2015.07.30
  7.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10 2015.07.27
  8.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16 2015.07.26
  9.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2013.11.30
  10.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5 2013.04.19
  11.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1 2012.10.19
  12. Mario Draghi - "More Europe" 2012.07.31
  13.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 '더 강한 통합'은 가능할까? 2012.07.27
  14. 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2012.07.25
  15. Raghuram Rajan - 과도한 노동자 보호가 경제위기의 원인? 1 2012.07.12
  16. 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2012.06.14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Posted at 2016. 1. 22. 14:36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2016년 1월 현재, 주요 거시경제 · 국제금융 이슈는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 ·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등 입니다. 


2015년 초부터 1년 내내 가장 많이 보도되었던 경제뉴스는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었습니다. 2008년 12월 이래로 미국 Fed는 0.25%라는 극도로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해왔으나, 2015년내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미국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7년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세계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은 "7년동안 지속되어왔던 Fed의 저금리정책이 끝난 후, 신흥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에 관심을 두고 있죠.


2015년 6월-7월 사이에 가장 핫했던 경제뉴스는 '그리스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 이었습니다. 


그리스는 IMF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였고, "독일 · 유럽위원회 등으로부터 빌린 나머지 채무 또한 갚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채무탕감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독일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하게 나섰고, 이에 따라 유로존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됐었습니다. 


2015년 7월에 많이 나왔던 또 다른 경제뉴스는 '중국 주식시장 급락'입니다. 작년말부터 크게 상승했던 중국 주가지수는 올해 7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했고 최대 50% 하락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경제는 단순한 주가지수 하락을 넘어서서 '과잉투자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부채를 통해 투자를 증가시켜 고성장을 달성해왔는데, 비효율적 투자로 인해 부실이 생겨나고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죠.


게다가 중국경제는 2016년 1월이 되자마자 주식시장 급락을 또 경험하며, "중국에서 경제위기 발생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렇게 2015년부터 지금까지 쏟아진 경제뉴스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경제현상들-미국 금리인상, 유로존위기, 중국 경기둔화-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008년 이래로 미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이유를 알려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2008년에 있었던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를 알려면 '2008년 이전의 시간'을 살펴봐야하죠. 


또한 경제학자들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를 알려면 '과거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때 신흥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와 독일의 갈등은 새로운게 아닙니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이미 두 차례의 구제금융을 받은바 있고 그 과정에서 독일과 갈등을 일으켰었습니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다른 남유럽국가들도 2010년 이래로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문제를 가지고 있죠. 


즉, 유로존은 2010년 이후부터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유로존내 갈등을 이해하려면 '2010년부터의 사건'을 살펴봐야 하고, 유로존 자체를 이해하려면 더 오래전의 시간을 봐야 합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잠재력만을 지니고 있던 공산국가 출신이었으나, 1999년 WTO에 가입한 이래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후로는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고 있죠. 그러다가 2015년 현재는 과잉투자에 따른 부실증가와 경제성장률 하락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각각의 사건을 깊이있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 오늘날의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경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주간지 <The Economist>의 표지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The Economist>는 그때그때 중요한 사건을 표지로 내세우는데, 1997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의 표지를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세계경제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The Economist> 표지를 통해 세계경제 흐름을 알아봅시다.  




※ 1997년

남아시아-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하다


1997년은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퍼져나간 해 입니다. 이른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1997년에 일어난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이후 1990년대 후반 미국 IT 버블 · 2001년 미국 경기침체 ·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가 오늘날에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0년 전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7월 19일

'South-East Asia loses its grip' (남아시아-동아시아, 기운을 상실하다)


199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었던 한국 ·태국 · 인도네시아 · 홍콩 · 싱가포르. 그러나 1997년 7월, 태국에서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단기 대외부채를 많이 지고 있던 기업들(한보철강 · 기아자동차 등등)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좋지 않은 경제상황이었습니다. 이와중에 태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에도 미친다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죠. 


하지만 당시 한국은 태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은 회고록을 통해 태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때의 상황과 혼란스러운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 1997년 7월 19일판 기사

: 'South-East Asia loses its grip'

: 'South-East Asian currencies - Unpegged'

: 'The tigers’ fearful symmetry'

: 'South Korea’s firms - Kia keels over'




1997년 8월 23일

'The puzzling failure of economics' (경제학의 당혹스러운 실패)


경제위기가 발생할때마다 소환되는 것은 '경제학'입니다. 2008년에도 그랬고 1997년도 마찬가지였죠. 


7월에 시작된 태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8월에도 지속되었습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여전히 요동을 좋고, 한국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의 통화가치도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은 은행부실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한보철강 · 기아자동차 등 기업들이 파산하자, 돈을 상환받지 못한 은행의 재무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부실은 그저 기업 하나의 파산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은행의 부실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켜 경제전체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The Economist>는 '여전히 불안정한 남아시아-동아시아 통화가치'와 '한국의 기업부실과 은행부실'을 기사로 다루면서, 태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를 크게 걱정했습니다.


▶ 1997년 8월 23일판 기사

: 'The puzzling failure of economics'

: 'Asian currencies - More turbulence ahead

: 'South Korean industry - Another day, another girder'

: 'South Korean banks - First and worst




1997년 11월 1일

'급격한 경기하강이 발생했던 한 주' (A week on the wild slide)


7월에 시작했던 태국발 금융위기가 이제 남아시아-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쳐 나갔습니다. 10월 중순, 태국 ·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 · 싱가포르 · 홍콩 · 대만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통화가치가 급락했습니다. 


강경식 부총리는 7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태국발 금융위기를 단순히 주시하는 정도였으나, 9월과 10월 들어서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실제로 느끼기 시작했죠.


●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 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997년 10월 23일을 기점으로 한국 원화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2일 1달러당 915.10원이었던 통화가치는 23일 921.00원 · 24일 929.50원 · 27일 939.90원 · 28일 957.60원 · 29일 964.00원 · 11월 6일 975.00원 · 11월 10일 999.00원 · 11월 17일 1,008.60원 · 11월 25일 1,122.00원 · 12월 23일 1,962원까지 크게 하락했죠.


한국의 기업들은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부채부담을 키웠습니다.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위해서, 가지고 있던 달러화자산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1997년 1월 외환보유액은 300억 달러였으나 12월은 20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더해 외국투자자들은 실제 외환보유액은 150억 달러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였고, 이는 당시 한국이 지고 있던 단기외채의 1/5에 불과한 금액이었습니다.


결국 11월 21일,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서

: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 1997년 11월 1일판 기사

: 'A week on the wild side'

: 'Indonesia - No thanks, IMF'

: 'The downpour in Asia'

: 'The world economy - Asia’s spreading shadow'




1998년 1월 3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South Korea's new start)


외환위기 발생과 여당 후보의 분열 덕분에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1997년 12월 18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은 대선 직후부터 사실상 대통령직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과 IMF는 현재의 대통령인 김영삼보다는 미래의 대통령인 김대중과 협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죠.


IMF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금융감독 강화 · 기업들의 부채비율 감축 ·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구조개혁을 요구하였습니다. 김대중정부는 임기동안 이를 수행하였죠. 


▶ 1998년 1월 3일판 기사

: 'South Korea’s new start'

: 'The flexible tiger'

: 'Asia picks up the pieces'  




※ 1998년 - 1999년

미국 주가지수 상승과 아시아의 경기회복


1997년에 일어난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은 이후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로까지 퍼져나갔습니다[각주:1].


이제 미국도 외환위기의 여파가 자국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를 우려하기 시작했죠. 미국 Fed는 미국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로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또 다른 위기의 불씨가 되고 맙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낮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국내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히 과열을 부르게 됩니다.


1998년-1999년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미국 IT산업 버블로 이어졌던 때 입니다. 



1998년 11월 14일

'전세계가 잊고있는 위험'(The world's forgotten danger)


표지 속 인물은 미국국기 모양을 한 모자를 쓴채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그래프가 그려진 풍선을 매달고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에 적혀진 문장은 '전세계가 잊고 있는 위험'(The world's forgotten danger) 입니다. 


<The Economist>의 1998년 11월 14일자 표지는 '주식시장 거품의 위험성을 잊고있는 미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1995년 1월, 400대 후반이었던 S&P 500 지수는 1998년 11월에는 1100선을 넘었습니다. 4년동안 약 3배만큼 증가한 것이죠. 


당시 주가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획기적으로 성장한 IT산업 이었습니다. PC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IT산업은 크게 성장하였고, Microsoft 등은 높은 이익을 거두었죠. 


사람들은 IT산업 발달에 따른 경제성장을 '신경제'(New Economy)라 불렀고, 투자자들은 IT와 관련된 기업이라면 수익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채 막대한 투자를 하였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The Economist>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입니다. "현재 주식시장은 거품(bubble)일 가능성이 크고, 거품이 꺼질 경우 거시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죠. 


그리고 상품가격 인플레이션(goods price inflation)에만 신경을 쓰고, 자산가격 인플레이션(asset price inflation)은 방치하는 미국 Fed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1년, <The Economist>의 우려는 현실이 됩니다.


▶ 1998년 11월 14일판 기사

: 'The world’s forgotten danger'   

: 'Rallying cries'   

: 'The central banker as god'




1999년 8월 21일

'아시아의 놀라운 경기회복' (Asia's astonishing bounce-back)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시아는 1999년 들어서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1998년 1분기, 전분기 대비 -7.0%라는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한국은 1999년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 태국 · 싱가포르 ·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1997년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The Economist>는 1999년 아시아가 놀라운 경기회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미국의 경기활황'과 '세계화'를 꼽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당시 미국은 IT산업 발달에 따라 높은 경제성장률 · 주가지수 급등의 활황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의 수요증가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증대되었고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의 악몽에서 벗어나서 놀라운 반등을 보여줄 수 있었죠. 


▶ 1999년 8월 21일판 기사

: 'Asia's bounce-back'

: 'On their feet again?'




1999년 11월 20일 · 11월 27일

'중국, 행동을 개시하다'(China opens up) · '세계화의 폭풍'(Storm over globalisation)


1999년 11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무역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그동안 공산주의 · 무역장벽 속에 갇혀있던 중국이 시장을 개방(open) 함으로써 차기 강대국으로써 행동을 시작(open up)한 것이죠.


2015년 현재 중국의 GDP는 세계2위이고, 경제성장의 힘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한 중국인들이 전세계 관광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그저 '잠재력만 큰 가난한 국가' 였습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다니, 앞으로 중국의 힘이 많이 세지겠구나." 라는 추상적인 생각만 들 뿐이었죠.  


▶ 1999년 11월 20일판 기사

: 'China opens up'  

: 'The real leap forward'

: 'The remaining hurdles'


▶ 1999년 11월 25일판 기사

: 'Storm over globalisation'




※ 2001년 

IT버블 붕괴 · 9.11 테러, 미국 경기침체를 맞다


앞서, '1998년의 <The Economist>'는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을 우려했습니다. IT산업 발전이 '신경제'(New Economy)로 불리우며 각광받았지만, 과열이 꺼진 이후에는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The Economist>의 우려는 2001년에 현실화 됩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미국은 경기침체에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에더해,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경제는 더욱 더 위축됩니다.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IT버블 붕괴 · 9.11 테러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불과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가파르게 인하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당시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7년 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2001년 1월 6일 

'그린스펀의 놀라운 행동'(Greenspan's big surprise)


표지 속 인물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약 20년간 Fed 의장을 맡았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 입니다.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이 어떤 행동을 했길래 <The Economist>는 'big surprise'라는 말을 써가면서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일까요?


앞서, 1998년-1999년 동안 IT산업 발달의 힘으로 활황기를 맞은 미국경제를 살펴보았습니다. 1995년 미국 S&P 500 지수는 약 400대 후반에 불과했으나 1999년에는 약 1372대로 3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약 4.8%를 기록했죠.




그러나 2000년 들어서 미국경제는 후퇴기에 들어섭니다. '신경제'(New Economy) 인 줄 알았던 IT기업들 상당수가 그저 거품(bubble)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신기술을 앞세워서 막대한 투자를 받은 다수의 IT 기업들은 이렇다할 수익을 거두지 못하였고 파산하고 맙니다. 


2000년 1월, 1517 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던 S&P 500 지수는 2001년 1월 1040 포인트로 30% 이상 급락합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 또한 1% 미만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1999년의 미국경제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2000년부터 시작된 경기후퇴를 단순한 조정기로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2001년 1월, 기준금리를 6.5%에서 5.5%로 1%p 인하함으로써 경기후퇴 가능성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 2001년 1월 6일판 기사

: 'Greenspan’s big surprise'        




2001년 3월 24일 · 4월 21일 · 8월 25일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Can the world escape recession?)

'그린스펀이 구하러 온다' (Greenspan to the rescue)

'경기후퇴기에 해야할 2001가지' (2001 things to do in a recession)


2001년 1월,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현재의 경기후퇴를 심각하게 생각하였고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이는 현재의 경기후퇴를 단순한 조정기로 바라봤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2001년 4분기 동안 미국의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급락하여 1%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2001년 이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4% 이상이었으나 2001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0.97%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1월에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Alan Greenspan은 2001년에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내립니다. 2000년 12월 6.5% 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8월 3.0%로 8개월 동안 무려 3.5%p나 하락했습니다.  


▶ 2001년 3월 24일 · 4월 21일 · 8월 25일판 기사

: 'Can the world escape recession?'

: 'Greenspan to the rescue'




2001년 9월 15일

'세계가 바뀐 그 날' (The day the world changed)


2001년 9·11 테러는 말그대로 세계를 변화시켰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 ·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죠. 그런데 9·11 테러가 국제정치·외교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미국이었는데, 9·11 테러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더욱 더 침체에 빠져듭니다.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9·11 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3차례나 더 인하하였고, 2001년 12월 미국 기준금리는 1.75%를 기록합니다. 2000년 12월 6.5% 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사이에 1.75%가 된 것이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2002년 11월에는 기준금리를 1.25%로 더 인하하였고, 2003년 6월 기준금리는 1.00%까지 내려갑니다. 미국 Fed의 이러한 초저금리 정책은 2004년 6월까지 지속되었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단호한 대응은 미국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2001년 4분기에 0.2% 성장률로 저점을 찍은 미국경제는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회복하기 시작했고, 2004년 이후부터는 경기침체 이전과 비슷한 4.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죠. 


자,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IT 산업 거품 붕괴'와 '9·11 테러'가 초래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고,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단호한 대응은 미국경제를 침체에서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초저금리 정책이 '7년 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당연히 알 수 없었습니다. 역사교과서에서나 봤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버금갈만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죠. 


▶ 2001년 9월 15일판 기사

: 'America attacked - The day the world changed 





※ 2002년-2005년

: 2008 금융위기의 씨앗이 뿌려지다

: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 · 유로화 도입


2002년-2005년은 '2008 금융위기[각주:2]' '2010 유럽재정위기'[각주:3]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입니다. 


2001년 경기침체를 경험한 미국은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합니다. Fed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기준금리 정상화를 시도하였으나, 이미 미국 부동산가격은 오를만큼 오른 상태였죠. 이후 미국 부동산은 2006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였는데.....


2002년의 또 다른 사건은 바로 '유로화의 도입' 이었습니다. '하나의 유럽'을 위해 노력해온 유럽인들은 유로화를 도입하며 여러 국가들이 '단일통화'(single currency)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죠. 그런데 단일통화 사용이 훗날 경제위기를 심화시킬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02년 1월 5일

'유럽의 원대한 구상' (Europe's big idea)

 

2002년은 '유로화'(€, euro)가 도입되어서 사용되기 시작한 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국가들은 경제통합을 통해 무력충돌을 방지하려는 생각을 하게되고,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결성 · 2002년 유로화(€, euro) 도입으로 유럽통합의 결실을 맺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이제 '유로존'(eurozone)으로 불리게 되었죠.


이때 당시에, 서로 다른 유럽국가들이 '단일통화'(one currency)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경제학자들간의 논란이 많았습니다. Martin Feldstein(마틴 펠트스타인)과 Paul Krugman(폴 크루그먼) 등은 상이한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끼리 단일통화를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쪽 경제학자들과 유럽위원회(EC)는 유로화 도입을 그대로 밀어붙였고, 어찌됐든 2002년부터 독일 · 프랑스 · 그리스 · 스페인 등에서 유로화는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로화 도입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8년 뒤에 현실화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한채 말이죠.  


(참고 :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 


▶ 2002년 1월 5일판 기사

: 'The euro - Europe's big idea'    




2002년 3월 30일

'세계를 구하는 부동산' (The houses that saved the world)



앞서, 2000년~2001년 IT산업 거품 붕괴와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었다는 사실과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2002년부터 미국경기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살펴봤습니다. 


Fed는 2001년 한해동안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무려 4.75%p나 인하시켰고, 2001년 4분기에 0.2%로 저점을 찍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차 증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어떤 경로를 통해 미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을까요? 미국경제를 회복시킨 것은 바로 '부동산'(housing market) 이었습니다. 


<The Economist> 2002년 3월 30일판 기사는 "부동산이 깊은 침체로부터 세계경제를 구해냈다." 라고 말합니다. (They have helped to shelter the whole world economy from deep recession.) 



● 2001년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가격 상승


2000년 1월 미국 부동산가격을 100이라고 했을때, 2002년 3월 123.32로 23%나 상승했습니다. 이후에도 부동산가격은 계속 상승하여서 2005년 12월 202.17로 5년 사이에 부동산가격이 2배나 올랐습니다.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손쉽게 대출을 받게된 미국인들은 부동산구매에 나서게 되고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IT산업 거품 붕괴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주식보다는 부동산구매에 힘을 쏟았죠. 


부동산가격 상승을 맞은 미국인들은 경제상황을 좋게 판단하였고 소비를 늘렸습니다. 증가된 소비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 동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 또한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고 축적'에 힘을 쏟습니다. 이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획득한 달러화를 이용하여 미국 채권을 구매하였고, 그 결과 미국내로 상당한 양의 자본이 유입됩니다.(capital inflow)


1998년 1분기 미국 자본·금융계정 흑자 규모는 약 1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 자본·금융계정 흑자 규모가 약 1,000억 달러를 넘는 모습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바로 앞에서 봤듯이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Fed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이든 동아시아 국가로부터 유입된 자본때문이든,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은 2001년의 경기침체로부터 미국경제를 구해냈습니다.


그런데 5년 사이에 2배나 상승한 미국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갈 수 있을까요? 갑자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2002년 3월의 <The Economist>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국 부동산가격이 갑작스레 반전하면 경기회복에 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한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a sudden reversal is unlikely unless interest rates were to rise sharply.) 


현재 미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천천히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은 폭락하지 않은채 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말이죠.[각주:4]


그런데... 미국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2년 뒤인 2004년부터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 Fed의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 상승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 경제학자 John Taylor "Fed의 통화정책이 부동산가격 거품을 초래했다"

- '200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 2006년-2014년 Fed 의장 Ben Bernanke "Fed의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 동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 부동산시장의 관계에 관하여

: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금융수지의 관계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과 미국 부동산시장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2002년 3월 30일판 기사

: 'International house prices - The houses that saved the world'

: 'House prices - Going through the roof'




2005년 6월 18일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이후' (After the fall)


2002년 3월 30일 세계를 구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부동산. 하지만 2005년 6월 18일에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라는 걱정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부동산가격의 큰 폭 상승 - 부동산시장의 거품 우려


앞서 봤듯이, 미국 부동산가격은 2002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2002년 중반 134.10 이었던 부동산가격지수는 2005년 6월에는 189.53, 10월에는 202.17을 기록하였죠. 


부동산가격이 끝도없이 치솟자 <The Economist>는 "이러한 붐(boom)은 전례가 없었다. 지난 5년간 전세계 부동산가격 상승은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다. 상승폭(boom)이 클수록 하락폭(bust)도 클 것이다." 라고 우려를 표시합니다[각주:5].



● 주택담보대출 부채규모 대폭 증가 - 부동산가격 폭락시 거시경제 문제 초래


이어서 <The Economist>는 2000년-2001년 IT 산업 발전에 따른 주식시장 거품과 붕괴를 겪었던 미국이지만, 부동산시장 거품은 주식시장 거품과 비교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주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합니다. 은행대출을 받아서까지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러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대출을 이용합니다.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통해 부동산가격의 일정부분을 충당하죠. 


따라서, 주식가격이 폭락하면 투자자 한명만 손실을 보는 반면에,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투자자 뿐만 아니라 은행도 손실을 보게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각주:6]. 


2001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인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채규모도 크게 증가하였는데, 2001년 1분기 약 5조 달러였던 부채규모는 2005년 4분기 약 9조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 Fed는 왜 부동산시장 가격상승을 방치했는가



부동산가격 거품 가능성과 주택담보대출 부채의 큰 폭 상승을 지켜본 <The Economist>는 화살을 Fed의 통화정책으로 돌립니다. 


2001년의 경기후퇴를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던 Fed는 2001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 약 3년간 1%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경기상황이 호전되고 부동산가격 거품이 우려되자 Fed는 2004년 중반부터 2005년 6월까지 1년동안 기준금리를 2.25%p 상승시켜 기준금리 3.25%를 만들었습니다.  


<The Economist>는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이러한 통화정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입니다. 좀 더 빨리 기준금리를 올려서 부동산시장의 열을 식혀야 했다는 것이죠.

(Ideally, the Fed should have tried to cool the housing boom by raising interest rates sooner and by giving clear verbal warnings to buyers, as Britain's and Australia's central banks have done.)


●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동안 4.25%p나 상승한 기준금리


어찌됐든 미국 Fed는 3년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하다가 2004년이 되어서야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 2년간 4.25%p나 인상했습니다. '초저금리의 장기간 유지' +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의 조합이죠.


2002년 3월 30일판 <The Economist>가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한 부동산가격의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한 사실을 기억합시다.


2002년의 기대와는 달리 2005년의 부동산가격은 더욱 더 올랐고 기준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었습니다.


● 세계경제 위험성이 높아지다


이로인해 세계경제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2005년 6월, 경제위기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었으나 <The Economist>는 위기의 가능성을 매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각주:7].


2년 뒤인 2007년, <The Economist>의 걱정은 현실화 됩니다.


▶ 2005년 6월 18일판 기사

: 'House prices - After the fall'

: 'The global housing boom - In come the waves'




※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안타깝게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큰일나지 않을까?" 라는 <The Economist>의 걱정은 현실화 됩니다.


2006년을 정점으로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죠. 다음글을 통해 '2007년-2009년 세계경제'를 알아봅시다.


다음글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1.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2.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223 [본문으로]
  4. (House prices cannot continue rising at their current pace. A sudden reversal in prices would harm the recovery, but the news on that is good: a sudden reversal is unlikely unless interest rates were to rise sharply. With little evidence of increasing inflationary pressures, rates are likely to be raised slowly. If so, prices are more likely to flatten off rather than collapse.) [본문으로]
  5. (This boom is unprecedented in terms of both the number of countries involved and the record size of house-price gains. Measured by the increase in asset values over the past five years, the global housing boom is the biggest financial bubble in history (see article). The bigger the boom, the bigger the eventual bust.) [본문으로]
  6. (One other big difference between houses and shares is more cause for concern than comfort: people are much more likely to borrow to buy a house than to buy shares. In most countries, the recent surge in house prices has gone hand-in-hand with a much larger jump in household debt than in previous booms. Not only are new buyers taking out bigger mortgages, but existing owners have increased their mortgages to turn capital gains into cash which they can spend. As a result of such borrowing, housing booms tend to be more dangerous than stock market bubbles, and are often followed by periods of prolonged economic weakness.) [본문으로]
  7. (The whole world economy is at risk. The IMF has warned that, just as the upswing in house prices has been a global phenomenon, so any downturn is likely to be synchronised, and thus the effects of it will be shared widely. The housing boom was fun while it lasted, but the biggest increase in wealth in history was largely an illusio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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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Posted at 2015. 8. 5. 21:4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 그렇다면 왜 정치인들은 '유로존'을 만들었을까?

-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유럽인들


본 블로그의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그리스 경제위기의 구조적원인'과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2015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럽경제위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개별국가들의 환율을 서로 고정시킨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단일화폐인 유로화 도입을 거쳐 현재의 '유로존'(Eurozone)이 만들어졌으나, 결성 이전부터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각주:1]였다.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행위가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 등등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면 '어떤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또 어떤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불균형'을 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국가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했다면 환율변동을 통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간에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환율변동을 통한 경상수지 조정을 이루어낼 수 없다.


이때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이 신축적으로 움직이고, 서로 다른 국가간에 재정이전이 발생하며,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 충격이 이루어지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에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다. 즉,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면 경상수지 불균형이 시정되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하였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행위는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유로존 출범 이후부터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core) 국가와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periphery) 국가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누적[각주:2]되어 왔고, 이는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경제위기 초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소속 국가간의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각주:3]. 만약 서로 다른 국가가 각자의 통화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었다면,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은 모든 국가들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에 맞는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경제위기 발생 이후 공격적으로 대처한 미국 Fed와 달리, 유럽중앙은행은 미온적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경제위기는 심화되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통화정책 활용에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부담은 가중되었다. 개별 국가들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도구로 재정정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경기안정화를 위한 정부지출 증가는 고스란히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졌다[각주:4]


만약 유로존 소속 국가간에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가능했다면,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은 '연방재정'(federalized budget) 혹은 '재정동맹'(fiscal union)이 부재한 상황에서 출범하였고, 경제위기가 남긴 것은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부채 증가' 뿐이었다.  


결국 '그리스 경제위기'와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은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로존은 애초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리고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공유한 행위는 경제위기를 키우는 책임을 제공하였다. 게다가 연방재정의 부재는 경제위기 발생국의 정부부채 증가를 초래하였다.


유로존 출범 이전부터 수 많은 경제학자들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특히나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할 유로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유럽은 이토록 문제가 많은 유로존을 만들었을까? 바로, 유로존은 '유럽인들이 꿈꾸는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후, 유럽인들은 정치적·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유럽통합'을 꿈꾸기 시작했다.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한 첫 단계인 경제통합 이었다.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2가지 상반되는 함의를 가져다준다.


경제통합의 산물 유로존은 정작 경제학적 이론은 무시한채 정치적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근본적결함을 가진 유로존은 지속될 수 없다.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해 유로존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유로존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이 필요하다.


분명 경제학으로 따져봤을때 유로존은 말도 안되는 통화동맹이다. 근본적결함을 가진 유로존은 지속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유로존을 해체하여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정치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위기로 인한 비용을 초과한다면 유로존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해체가 아닌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하다. '재정동맹 부재'가 문제라면,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내어 '연방재정'을 건설하면 될 것 아닌가? 


이번글에서는 '유럽통화동맹 결성의 정치적목적'을 일찌감치 강조한 Martin Feldstein의 1997년 논문과 '더 강한 통합'을 내세우며 유럽경제의 불안정성을 잠재운 Mario Draghi의 2012년 기념비적인 연설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유럽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닌 유럽통합이 이루어지느냐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정치적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 유로존 소속 국가들간의 충돌(conflict)이 지속된다면?



1990년대 초반부터 유로존 구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세운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그는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서, "정치적목적으로 도입된 유로존은 경제적관점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유럽인들은 통화동맹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초과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의 논문을 통해 유럽경제위기를 '유럽통합의 과정'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제 그의 논문 요약본을 자세히 살펴보자.    


■ 서론

: 유럽통화동맹(EMU)의 도입은 20세기 유럽 정치적 이벤트에 있어 엄청난 사건입니다. 유럽통화동맹은 단순히 개별국가의 통화를 단일통화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정치와 세계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유럽의 정치통합(political union)을 만들어내는 사건입니다.


제게 있어 분명한 것은, 유럽통화동맹은 단일통화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 유럽통화동맹은 미래의 유럽을 위한 정치적 관점이 반영된 산물입니다. 


저는 이러한 정치적동기(political motivations)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유럽통화동맹을 만드려는 유럽인들의 결정을 "단일통화동맹이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유럽 결정권자들이 판단했구나" 라고 해석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이용한 경제적 관점에서 유럽통화동맹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정책결정권자들이 경제학적 이론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political consideration)으로 유럽통화동맹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경제학자들은 인식해야 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유럽통화동맹이 가져오는 순경제적이익은 음(-)의 값입니다.(net economic effect of a European Monetary Union would be negative.) 유럽인들의 삶의 질은 중장기적으로 더 낮아질 것입니다. 결국에 유럽인들은 유럽통화동맹의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넘어서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it should be for the Europeans themselves to decide whether there are net political advantages of EMU that outweigh the net economic disadvantages.) 


불행히도 유럽인들은 논의과정에서 정치적이익, 경제적불이익의 상쇄관계를 생각치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통화동맹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마케팅 되고 있기 때문이죠.(because EMU is being marketed as a source of improved economic performance.) 


▶ Martin Feldstein은 '유로존의 경제적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결성 이전 유럽인들은 단일통화 사용이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준다고 꿈꾸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통화동맹이 가져다주는 정치적이익이 경제적불이익을 초과해야만, 유로존은 정당화 될 것이다. 유로존은 유럽국가들에게 정치적이익을 안겨다 줄 수 있을까?


■ 유럽통화동맹의 정치학 (The Politics of European Monetary Union)

: 유럽통화동맹의 근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외교관 Jean Monnet 등은 미국과 같은 형식의 유럽연방을 구성함으로써 미래의 유럽내 전쟁을 막는 구상을 하게 됩니다. 독일의 Helmut Kohl 총리 또한 유럽통화동맹을 적극 지지합니다. 경제적통합 이후의 더 강한 정치적통합은 유럽내 전쟁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이죠.


유럽통합 구상은 개별국가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경제통합과 정치통합을 통해 유럽내 공동관리자(co-manager)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보다 인구가 50%나 많은 독일에 주도권을 내주기 보다는 말이죠. 


유럽 국가들은 유럽통합을 구성하여 독일의 힘을 봉쇄하려 합니다(contain a potentially dangerous Germany within Europe). 독일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스스로를 '유럽연합내 타고난 지도자'라고 여깁니다. 유럽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건설될 것이고 기능은 독일중앙은행과 유사합니다. 독일은 '통화정책을 지배'(dominate monetary policy)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강력한 재정규율 정책'을 요구하여 관철[각주:5]시켰죠. 


다른 국가들은 유럽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탈리아는 유럽통화동맹에서 낙오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스페인은 통화동맹에 가입함으로써 유럽역사에서 고립되어왔던 과거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다른 유럽 소규모 국가들은 미래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의사결정과정에서 한 자리 차지하기를(have a seat at the table) 원합니다. 유럽통합에 참여하려는 국가들은 이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유럽통합에 참여하지 않을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차별을 두려워해서 입니다.


유럽통합은 경제적이익 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Martin Feldstein은 제2차 세계대전를 겪은 유럽이 미래의 전쟁을 막기위해 유럽통합을 꿈꾼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적이익 보다는 정치적고려에 의해 만들어지는 유럽통화동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Martin Feldstein은 유럽통화동맹 결성 이전부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다줄 폐해'를 지적해왔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기적실업'(Cyclical Unemployment)이다. 단일통화를 구성하는 국가들끼리 비대칭적인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면, 어떤 국가는 완전고용 상태이나 또 다른 국가는 실업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실업이 발생한 국가는 금리와 환율 변동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90년대부터 Martin Feldstein이 지적해온 문제는 결국 2000년대 후반 유럽경제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 결론

: 유럽통화동맹이 가져다줄 경제적 결과는 부정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이것을 무시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유럽통화동맹을 유럽의 정치적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Political leaders in Europe seem prepared to ignore these adverse consequences because they see EMU as a way to further the political agenda of a federalist European political union.)


비록 유럽통합이 유럽내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여지지만, 유럽통합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유로존내 독립적 통화정책의 부재와 고정환율제는 경기순환이 다른 국가들 간의 충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에 하나의 외교·군사 정책을 부과하는 것 또한 이러한 경제적 충돌을 키울 수 있죠.

(Uniform monetary policy and inflexible exchange rates will create conflicts whenever cyclical conditions differ among the number countries.)


일단 유로존에 가입한 국가들은 탈퇴할 수가 없습니다. 통화동맹 구성과 단일통화 채택은 영구적으로 유지될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그럼에도 통화동맹이 가져올 경제적 불이익과 정치적 충돌은 몇몇 국가들이 "유로존에 가입한건 실수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유럽통화동맹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유로존이 실업과 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유럽내 평화와 충돌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판단될 것입니다.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정책이 부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전체의 통화정책을 관할[각주:6]하고 있다. 또한 유로화 자체는 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 변동환율제이지만, 유로존 소속 국가들끼리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구조속에서, 경제위기 발생 이후 그리스 등 주변부 국가들은 실업감소를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과 유로화 가치의 하락을 원하지만, 독일 등 중심부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원한다. 이는 주변부 국가와 중심부 국가 간의 경기순환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통화정책 방향과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충돌(conflict)[각주:7]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Martin Feldstein은 애시당초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로존을 추구한 이유는 '유럽 국가들간의 충돌방지'였다. 그런데 유로존이 '유럽 국가들간의 충돌방지'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을 유지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유로존 자체가 지속불가능 할 것이다.  


  • <The Economist>의 7월 11일자 표지. 
  • 폭풍을 일으키는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와 꿈쩍하지 않는 독일 메르켈 총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인지한채로 2015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그리스-독일 간의 충돌을 살펴보자. 


2015년 6월 30일,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은 IMF에 상환해야할 채무를 갚지 않았고 독일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개혁을 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스는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구제금융안 반대'를 의제로 국민투표에 돌입하였고 61%의 그리스 국민들은 구제금융 반대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독일 등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은 결국 채권단이 요구하는 구조개혁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일인과 그리스인은 서로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독일인들은 "독일은 피해자다(victim).왜 우리가 계속해서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느냐. 돈을 흥청망청 쓴 그리스놈들이 문제지." 라고 생각[각주:8]하고 있으며, 그리스인들은 "합의안은 굴욕적이다(humiliation). 왜 우리가 긴축, 구조개혁을 해야하느냐" 라고 생각[각주:9]하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구제금융안을 두고 대립하는 독일인과 그리스인의 갈등'은 단순한 채권자-채무가 간의 갈등이 아닌 '유럽분열'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중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은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을 서로 다르게 받을 것이다. 그런데 경기침체 대응을 둘러싸고 이렇게 갈등만 벌어진다면, 앞으로 유로존이 지속가능할까? 유로존이 지속불가능하다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치적 꿈 또한 깨지게 된다.    

  

게다가 독일 등 중심부 국가와 그리스 등 주변부 국가들의 충돌은 '재정동맹(fiscal union) 결성의 어려움'도 나타낸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에서 말했듯이,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의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로존은 구성하는 국가들은 '서로 다른 국가들'이기 때문에 재정이전이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친 세금을 다른나라 국민을 위해서 쓴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바친 세금을 일본이나 중국을 위해 쓴다? 이것을 받아들일 한국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재정은 나라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된 사항이다. 안그래도 재정동맹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국민들 간의 감정충돌이 발생한다면 재정동맹 결성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고 유럽경제위기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결국 유로존은 깨지게되고 '하나의 유럽'이라는 정치적 꿈 또한 깨지게 된다. 




※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do whatever it takes)



이런 갈등 속에서도 '하나의 유럽'을 완성시키기 위한 유럽인들의 꿈은 지속되고 있다.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라도 '재정동맹 결성을 통한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한 상황[각주:10]이다. 이러한 '유럽인들의 꿈'(more Europe)이 잘 나타나 있는 텍스트는 바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의 2012년 연설[각주:11]이다. 


2015년 현재와 마찬가지로 2012년에도 그리스 · 스페인 등 주변부 국가들의 급증하는 정부부채가 문제였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채권 금리도 치솟았는데, Mario Draghi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do whatever it takes)"라는 기념비적인 연설을 남기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제 그의 기념비적인 연설을 살펴보자. (모든 내용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주요내용만 발췌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 중 첫번째는 오래전 사람들이 말했었고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유로존은 bumblebee와 유사하다."(The euro is like a bumblebee.) bumblebee는 자연의 미스테리 입니다. 이것들은 신체구조상 날 수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이론상 유지될 수 없는) 유로존 또한 지난 몇년간 유지되어왔죠. 


제가 던지고자 하는 첫번째 메세지는 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로존은 더욱 더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10년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 고용률, 생산성은 미국 혹은 일본만큼 안정적입니다. 


두번째 메시지는 지난 6개월간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주: 이 연설이 2012년 7월에 행해졌음을 상기하자.) 오늘날의 유로존과 6개월 전의 유로존을 비교한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으며 나아졌다는 것을 모두들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진보는 다른 양상으로 벌어졌습니다. 우선 국가단위에서 이루어졌죠.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말이죠. 부채관리와 구조개혁에서 진보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더 큰 진보는 초국가단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지난번 회담이 크나큰 성공이었다고 항상 말하고 있습니다(I always say that the last summit was a real success.). 지난번 회담은 정말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영국을 포함한 유로존내 27개국 정상들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약한 통합이 아닌 더 강한 통합"(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4가지 블록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재정동맹, 금융동맹, 경제동맹 그리고 정치동맹.(a fiscal union, a financial union, an economic union and a political union.) 이러한 블록들은 국가주권에서 행해지던 것들이 초국가 단위에서 행해짐을 뜻합니다. 


제가 세번째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적인 요소입니다. 사람들이 유로존의 취약성과 유로존의 위기를 이야기 할때마다, 그들은 유로존에 투입된 정치적자본의 양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underestimate the amount of political capital that is being invested in the euro.)


우리의 의무 한도내에서,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는 이 연설을 통해 중요한 사항을 2가지 이야기하였다. 


첫번째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약한 통합이 아닌 더 강한 통합"(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이라는 것. 


두번째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하여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는 것.


       


실제로 기념비적인 이 연설이 행해진 직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이 연설은 유럽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선언함과 동시에 '유로존을 지키기 위한 유럽의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15년 현재에도 그리스를 제외하고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이탈리아 등의 경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더 강한 통합'(more Europe)을 위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약 유로존이 깨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벌어졌던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간의 갈등은 '경제이론을 무시한 유럽통합의 꿈이 무너지는 과정' 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몇년 뒤에 경제위기가 완전히 극복되고 진정한 유럽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지금의 갈등은 그저 '유럽통합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남을 수도 있다.    


<Financial Times> 기자인 John Thornhill는 2015년 8월 3일 기사를 통해 "European federalism is not dead yet" 라고 말한다. 2015년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방의 꿈을 깨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유럽경제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동맹(fiscal union)을 통한 더 강한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글에서 '위험감소냐, 위험분담이냐 -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 · 구제금융 방지 조항' 파트.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6.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7.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8. 'Germany’s Destructive Anger'. NYT. 2015.07.15 [본문으로]
  9. 'Greece’s Alexis Tsipras faces Syriza rebellion over ‘humiliation’. FT. 2015.07.14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11. Verbatim of the remarks made by Mario Draghi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26 July 2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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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Posted at 2015. 7. 30. 20:26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누차 말했듯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각주:1]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하였다. "일단 유로존이 출범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믿었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Endogeneity of OCA)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유로존 출범 이후 누적되어온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 즉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2]은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위배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이거나 상품가격·임금 신축성 등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한다. 유로존은 유로화 환율 변동을 통해 대외균형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상품가격·임금 신축성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경상수지 균형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하면, 유로존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경기변동이 동조화' ·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 보유' 등의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켰어야 했다.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교정되지 않고 지속되어왔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은 경제위기 진행와중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중앙은행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면 적극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을테지만, 유로존 일부지역에서만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 몰라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위기 발생 지역에는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인플레이션만 불러오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각주:3].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여기에더해, 나머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또한 유럽경제위기가 커지는데 일조를 했다. 


유럽경제위기는 '경상수지 불균'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유럽은행이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자산손실을 입은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주변부 국가들은 구제금융을 금융부문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유럽 주변부 국가들에서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였다. 유럽의 은행위기(Banking Crisis)가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가 된 것[각주:4]이다.


만약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을 유로존이 충족시켰더라면, 유럽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글에서는 이러한 2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original flawed design of the euro)인 '재정동맹(fiscal union)  은행동맹(banking union) ·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없이 출범한 유로존'을 살펴볼 것이다.



  

※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재정동맹 · 은행동맹의 중요성

-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


'재정동맹'(fiscal union)이란 간단히 말해 '같은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에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상태는 다시 여러 층위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을때 다른 국가들이 단순히 '채무공동보증'(joint guarantee)을 서주는 경우 · 여러 국가들이 안정화기금 등을 평소에 공동으로 적립하고 위기가 발생했을때 이를 사용하는 경우(stabilization fund) · 한 국가에서 세입이 부족한 다른 국가로 직접적인 재정이전을 해주는 경우(fiscal equalization) · 아예 연방정부를 만들어 연방재정을 운용하는 경우(fiscal federalism) 등이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 쉽게 생각하자. '재정동맹'(fiscal union)은 현재 미국을 생각하면 된다. 여러 주들로 구성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유로존은 연방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각 국가들이 재정을 관리한다.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더 알아보자. 


미국은 여러 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각 주들의 GDP는 중소국가의 GDP에 맞먹고 독자적인 주 헌법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주들은 '달러화'를 같이 공유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을 '독립적인 각 주들이 통화동맹을 구성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점에서 미국과 유로존은 유사하다. 유로존의 독일 ·  프랑스 · 그리스 · 스페인 등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 텍사스쿠 · 펜실베니아주 · 마이애미주로 대응해서 생각하면 된다.  


미국과 유로존 간에는 이러한 유사점과 함께 차이점도 존재한다. 


첫번째 차이점은 '미국은 각 주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유로존은 소속 국가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인은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뉴욕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을 거두고 이를 각 주에 배분한다. 하지만 유로존 소속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정치구조, 문화 등이 완전히 다른나라로 이민을 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미국은 연방재정이 존재하고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재정을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라는 것이다. 미국은 각 주들이 독자적인 재정도 운용하지만, 연방정부가 각 주에서 세금을 거두고 배분한다. 미국의 주들은 같은 나라 국민들끼리 재정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이에반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통화를 공유하지만 재정만큼은 국가단위에서 운용하고 있다. 세금의 수입·지출 관리는 국가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안정을 담당하지만, 유로존은 개별국가가 은행을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 주에 위치한 은행이 파산위험에 처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개별국가에 위치한 은행감독 책임을 해당국가에 물리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 위치한 은행 감독은 유로존 차원에서 담당하는게 아니라 그리스정부가 맡고있다. 또한, 개별국가 은행이 파산할 경우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은 금지되고 있다.(no bail-out clause)  


정리하면, 미국은 통화동맹을 이룸과 동시에 재정동맹 · 은행동맹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이동도 자유롭다. 하지만 유로존은 통화동맹은 이루었으나 재정동맹 · 은행동맹이 없고 노동이동이 비교적 어렵다.   


미국과 유로존의 이러한 차이점은 경제위기 발생 이후 대응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 


첫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노동이동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경기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 주로 이동하여 실업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로존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유로존내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해당국가 국민은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나라로 쉽사리 이동하지 못한다. 말그대로 다른나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둘째, 미국의 한 주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여 위기를 조기에 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내 은행들의 거래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위기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내 한 국가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 부재는 은행위기를 예방하지도 못한다. 유로존 성립 이후 금융통합이 심화되어 유럽은행들은 유로존내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cross-border transaction)를 많이 하고있지만,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은 부재하고 개별국가의 감독책임만 있다. 결국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자신들 나라에 위치한 은행이 다른나라 은행과 어떠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은행위기를 예방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만약 경기침체가 발생한 주의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연방정부의 재정이 집행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이 용이하게 실시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은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그 국가가 재정정책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해당국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면, 경기침체에 대응한 재정지출 증가는 재정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더욱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각주:5]하자.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쓸 수 있는 안정화정책은 재정정책 뿐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전부터 재정정책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가 재정지출 증가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 +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만이 남은 상황'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지나간 후 남은건 '재정적자 심화'와 '국가부채 증가'이다.           


미국은 '성공한 통화동맹' 이다. 특정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노동이동'과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연방 차원의 은행감독'을 통해 은행위기를 예방할 수도 있다.


반면 유로존은 (현재로서는) '실패한 통화동맹'이다. 특정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때 '노동이동의 경직성'은 실업문제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개별국가가 재정정책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이후 남은건 급증한 국가부채이다. 또한, '은행감독 책임이 개별국가에' 있기 때문에, 은행위기 예방도 불가능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예상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예상했다. 



   

※ '노동이동 경직성'이 존재하고 '재정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통화동맹을 구성한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지적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다. 이번글에서 Paul Krugman의 논문을 통해 '노동이동' · '재정이전'의 중요성을 알아보자.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ssachusetts for EMU>(<유럽통화동맹을 위한 매사추세츠 주의 교훈>)을 통해, "유로존이 통화동맹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연방재정(Federal Budget)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Paul Krugman의 논리를 따라가보자.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그리스에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은 그리스에 위치해야 했다. 상품의 운송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간 무역거래비용은 감소(reduction of transaction cost)되고, 이제 기업은 그리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운송을 해도 이윤이 남는다. 


이제 기업들의 입지결정이 달라졌다. 굳이 여러 국가에 생산공장을 둘 필요가 없다. 유로존 도입 이후 기업들은 '외부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위해 특정국가 한 곳에 모여서 제품을 생산[각주:6]하기 시작했다. 어떤 국가에는 A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또 다른 국가에는 B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몰려든다. 그 결과,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별 특화(regional specialization)가 심화되고 유로존 소속 국가내 산업다양화는 줄어들것이다(being less diversified).     


국가별특화 심화와 산업다양화 감소는 경제위기 발생시 비대칭적 충격을 심화시킨다. 만약 A산업 공장이 여러 국가에 골고루 위치해 있을때 A산업 수요가 줄어든다면 여러 국가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A산업 공장이 한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을때 수요가 감소한다면 그 한 국가에만 경기침체가 발생한다. 즉, 유로존 결성 이후에는 '특정국가에 집중된 위기가 발생할 위험'(a greater risk of severe region-specific recessions.)이 높아진다.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각주:7]임을 기억하자. 결국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다른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만족된다면 경제위기는 해결될 수도 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국민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 실업은 해결된다. 


문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과 '국민이 다른국가로 이동하면, 경제위기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후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면 실업은 단시간에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not instantaneous)때문에, 경제위기 발생 이후 몇년간 실업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경우 해당국가가 재정정책을 집행하여 실업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집행할 유인이 없다. 왜일까? 


실업상황에 빠진 국민들은 느리게나마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나간 후 해당국가의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자. 경기침체가 해결된 이후 생산량의 침체갭(recessionary gap)은 없어질테지만 잠재성장(potential growth) 자체는 하락하고 만다. 어차피 잠재성장이 줄어들텐데 재정지출을 늘려서 실업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지출 증가는 단지 국가부채 증가만을 초래할텐데 말이다.


Paul Krugman은 '자유로운 노동이동은 생산량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쳐서 재정정책 사용을 방해한다."(in an environment of high factor mobility such shocks will tend to have permanent effects on output, which will tend to immobilize fiscal policy as well.) 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그는 "이처럼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쓸 유인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연방차원에서 재정정책을 구사해주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역할을 해주고 있고, 유로존에도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a highly federalized fiscal system)가 필요할 것이다. 


(주 : 한 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old-Keynesian) 라는 점이다. 그는 "실업과 경기침체는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느리게 이루어질 동안 연방정부가 재정정책을 구사해야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재빠른 경기침체 감소'를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경제학자라면 이러한 주장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자 John Cochrane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들이 펼치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각주:8].)


유로존이 결성되기 한참 이전인 1993년에 이러한 논문이 나왔으나, 모두 알다시피 2015년 현재에도 유로존은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이 부재하다. 


유럽재정위기로 시끄러웠던 2012년, Paul Krugman은 새로운 논문을 통해 '1993년에 했던 이야기'를 되짚는다. 2012년 논문 제목은 <Revenge of the Optimum Currency Area>(<최적통화지역의 역습>).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 플로리다 주와 연방정부 간의 관계

  • Revenue paid to DC : 플로리다 주가 워싱턴DC, 즉 연방정부에 낸 세금

  • Special unemployment benefit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실업보험 액수

  • Food stamp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액수


Paul Krugman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사례를 통해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플로리다 주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로리다 주는 미국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자동안정화장치가 작동하였고, 플로리다 주는 연방정부에 세금을 덜 바쳤다. 2007년 연방정부에 납부한 플로디다 주의 세금은 136 Billion(약 136조원)이었으나, 2010년 액수는 111 Billion(약 111조원)에 불과했다. 무려 25 Billion(약 25조원)이나 감소하였고, 감소분만큼 플로리다 주에 쓰일 수 있었다.


플로리다 주가 받은 더 큰 도움은 연방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을 받은 것이다. 실업보험 · 푸드스탬프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차원에서,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 발생 이후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액수는 무려 7.9 Billion(약 8조원)에 달했다. 이는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6.6 Billion(약 6.6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실증사례를 통해, Paul Krugman은 '통합재정'(fiscal integration)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통화동맹이 '최적통화지역'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통합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처음부터 '재정동맹'을 성립조건 중 하나로 요구해왔고, 이를 무시한채 출범한 유로존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적통화지역에 관해 말해왔던 모든 것을 무시한채 유로존이 만들어졌습니다. 단일통화 사용 그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를 약하게 말한 것만 빼면, 불행하게도 최적통화지역은 절대적으로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The creation of the euro involved, in effect, a decision to ignore everything economists had said about optimum currency areas. Unfortunately, it turned out that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was essentially right, erring only in understating the problems with a shared currency. And now that theory is taking its revenge.)


Paul Krugman. 2012. <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447  



  

※ 위험감소냐, 위험분담이냐

-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 · 구제금융 방지 조항


그렇다면 유로존 출범 당시, 왜 유럽 정치인과 관료들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말해온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것일까? 유럽 관계자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유로존을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다만, 경제학자들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을 뿐이다.


Paul Krugman을 포함하여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때'를 상정해놓고 '재정통합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발생할시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관계자, 특히 독일은 위험분담 보다는 애초에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평상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한다면 위기발생 가능성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유로존은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속 국가들에게 일정한 기준(convergence criteria)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나 강조되는 기준은 안정성장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으로 체결된, '재정적자 3% 이내' ·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 미만' 등의 '엄격한 재정규율준수'(fiscal discipline) '경기침체 발생 국가에 대한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이다.


이러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는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발생 욕구 억제이다. 만약 유로존 소속 한 국가가 재정적자를 운용한 결과 경제위기에 처할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위기발생 국가 채권을 매입해줄 압력을 받게된다(inflationary debt bail-out). 이럴 경우 유로존 전체의 인플레이션 안정이 깨지게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유지가 중요하다.  


둘째, 유로존 국가간 채권금리 인상 파급효과(cross-border interest rate spillover) 방지이다. 만약 한 국가가 재정을 방탕하게 운용하여 채권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 국가의 채권금리 인상은 여러 파급경로를 통해 다른 국가의 채권금리도 상승시키게 된다. 그 결과, 유로존 전체의 채권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여 다른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유로존 국가간 정책 공동화(policy coordination) 추구이다.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단일한 통화정책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재정정책은 각기 다른방향으로 유지될 경우 통화정책과의 공조가 깨지게된다. 또한, 유로존 소속 국가들간의 공조도 흐트러진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위해 개별국가에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를 요구하였다. 


넷째, 정을 방탕하게 운영하는 국가의 무임승차(free-ride)와 도덕적해이(moral hazard) 방지이다. 만약 재정적자를 기록해서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유로존이 도와줄 경우, 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해온 국가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구제금융을 상설화할 경우 굳이 재정규칙을 엄격하게 지킬 유인이 사라진다.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를 막기위해서는 구제금융 금지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위험감소 정책은 평상시 유로존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유로존은 경제위기 대응책 보다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역사적경험으로 인해 '재정적자' ·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일[각주:9]은 이러한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운다는 점이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말했다시피, (애초부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였던 그리스를 제외하고) 유럽경제위기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부터 시작되었다. '구제금융 금지'로 인해 유로존 주변 국가들은 자국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증가하였는데 '재정규율'을 지키기 위해서 긴축정책(austerity)을 시행하라는 요구[각주:10]가 들어왔다.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승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각주:11], 재정규율을 준수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위기를 심화시켰다.


분명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방지'(no bail-out clause)는 경제위기 발생 위험을 줄이기(risk reduction) 위해 꼭 필요한 조항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유로존 차원에서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것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만약 미국처럼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federalized fiscal system)이 존재했더라면 위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차원에서 각국 은행들의 대외거래(cross-border transactions)를 감독할 수 있었더라면 은행위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이동이 자유로웠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실업문제는 비교적 빨리 해결됐을 수도 있다. 



  

※ 유로존 -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


유로존은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유로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는다. 


비교적 손쉽게 이루어지는 개혁은 '은행동맹 결성'(banking union) 이었다.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개별국가에 맡기는게 아니라, 유로존 차원의 감독을 통해 금융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재정동맹'(fiscal union)과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이다. 이제 경제위기를 겪고 난 뒤의 교훈으로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을 만들어야 할까? 그리고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를 다른 국가들이 도와줘야 할까? 마지막으로,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이주해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까?


최적통화지역 이론상으로는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미국과는 달리 유로존은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럽'을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유로존은 역설적으로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통합' 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친 세금을 다른나라 국민을 위해서 쓴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바친 세금을 일본이나 중국을 위해 쓴다? 이것을 받아들일 한국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재정은 나라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된 사항이다. 노동이동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정치 · 문화 · 생활방식을 가진 다른나라 국민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이민(immigration)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 중 하나였다. 


이러한 갈등은 2015년 현재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독일인들은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그리스인을 비난[각주:12]한다. 반대로 그리스인들은 구제금융 조건으로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독일인들을 비난[각주:13]한다.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 국가가 옳으냐, 부채탕감과 재정이전을 요구하는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가 옳으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는 위기를 심화시키지만, 그것이 없다면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침체기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훼손시키지만,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 


단지 "유럽인들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서로 다른 나라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라는 해석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2015.07.30 http://joohyeon.com/218 [본문으로]
  7.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30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8. 'Mankiw and Conventional Wisdom on Europe'. 2015.07.28 http://johnhcochrane.blogspot.kr/2015/07/mankiw-and-conventional-wisdom-on-europe.html [본문으로]
  9.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5.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0.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11.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12. 'Germany’s Destructive Anger'. NYT. 2015.07.15 [본문으로]
  13. 'Greece’s Alexis Tsipras faces Syriza rebellion over ‘humiliation’. FT. 2015.07.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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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Posted at 2015. 7. 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지난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 · '유로존 결성 이후부터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 · '2008 금융위기 이후 유럽재정위기 발생까지'를 살펴보았다. 


유럽은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에 앞서 경제통합을 우선 진행하였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럽은 단일통화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라고 지적하였으나, 유럽통합은 경제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 였다.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결성되었다.



본래 여러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려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를 만족시켰어야 했다[각주:1].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은 ①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②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적인 조정 가능 ③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재정이전 가능 ③ 경기변동 충격이 통화지역 소속 국가간에 대칭적으로 발생 등이 있다.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하지 못한채 출범이 되었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은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에서 자라고 있었다[각주:2].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온 반면에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로존 내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도입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3가지 지점을 통해 보여주었다.


첫째,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개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변동환율을 채택한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발생시 통화가치 상승,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대외균형을 맞춰나간다. 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동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해서 누적된다.       


둘째,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부재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했다. 바로, 최종대부자의 부재이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등에서 많은 자본을 끌어왔다. 주변부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 또한 유로화를 쓴다. 즉,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국통화인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였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은 없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불균형은 더욱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셋째, 유로존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었다. 변동환율 ·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획득한 여러 국가들이 최적통화지역을 운용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위기 발생시 대칭적충격이 발생해야 한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하면, 유로존은 설립 이전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고,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한 일부 학자들의 바람[각주:4]과는 달리, 유로존 설립 이후에도 최적통화지역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는 (당연하다는듯이) 문제를 가져왔다. 경제위기의 씨앗인 경상수지 불균형이 자라나게 했으며, 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도 위기를 키워나갔다. 


이번글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 즉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이 유럽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 유로존 개별국가들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본 글은 2013년 11월 30일에 작성하였던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에서 다수 재인용 하였습니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가격 Mispricing과 Overestimated-Risk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들과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정부채권금리가 수렴(yield convergence)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을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시장(One Market, One Money)'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발생하자,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격차는 유로존 결서 이전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재정위기의 충격은 경상수지 적자 · 과도한 신용증가를 기록하고 있던 주변부 국가들에게 집중되었고, 이들 국가의 디폴트 위험이 증가한 결과 채권금리 또한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건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상관관계이다.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뚜렷한 관계를 띄지 않았다(Figure4). 그러나 2008 금융위기 이후,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간의 뚜렷한 양(+)의 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Figure5).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의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윗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클 때, 높은 채권금리가 발생한 시기는 2010년-2011년에 집중되어 있다. 바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심화되던 시기[각주:5]이다.


경제학자 Paul De Grauwe, Yuemei Ji는 2012년 논문 <Mispricing of Sovereign Risk and Multiple Equilibria in the Eurozone>을 통해, "2008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과 채권금리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채권금리가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와 자국통화를 쓰는 국가(stand-alone countries)를 비교했을때 발견되는 사실이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한 국가(파란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여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특히나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50%를 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권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빨간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①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의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한다는 것과 ②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하는 국가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2가지 사실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논문을 쓴 Paul De Grauwe, Yuemei Ji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금융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mispricing된 상태였다. 둘째,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정부부채 크기에 맞추어 정상수준(?)으로 돌아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와 비교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 위험도는 과대평가(overestimated risks) 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럽 주변부 국가들 채권금리의 위험이 과대평가되는 이유를 '자기실현적 유동성위기'(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에서 찾는다. 은행위기 발생 →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 증가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 높아진 금리는 부채부담을 가중시킴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으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위기이다.      


그렇다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국통화를 표기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과는 달리,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정부부채와 큰 상관관계를 띄는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바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의 부재'이다.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제목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Paul Krugman은 이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와 유럽 주변부 국가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loss of confidence)이 불러오는 국제수지 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이다.


국제수지위기란 '대외불균형(external imbalance)으로 인한 외국자본의 과다유입(capital inflows) → 갑작스런 유입중단(sudden stops) → 자본흐름의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s) → 급격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불러오는 위기이다.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은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갑작스런 자본유출은 자산시장 가격을 폭락시킨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가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만약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지고 있더라면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이용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해당국가가 부채에 대한 보증(guarantee)를 서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일종의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초래한다.


고정환율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없다. 변동환율제도 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결과 자본유입이 발생한다면,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경상수지 균형이 회복될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이러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리스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와 중앙은행'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이고,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럽재정위기는 국제수지위기이다.


(주 : 이러한 형태의 위기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6]에서도 보았으며, 유럽경제위기를 설명한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 Figure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


Paul Krugman은 유럽 주변부 국가와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신뢰상실에 이은 국제수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한다.


▶ 독자적인 통화

: 그림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 독자적인 중앙은행

: 그렇다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존재가 국제수지위기 발발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는 주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재정위기 와중에 '최종대부자' 역할을 200% 이행한 적이 있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각주:7]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며 강력히 발언하였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파트)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Figure 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 Figure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가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De Grauwe, Yuemei Jin과 Paul Krugman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more active liquidity policies by the ECB that aim at preventing a liquidity crisis from leading to a self-fulfilling solvency crisis.)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변부 국가들의 유로화 표기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 높은 인플레이션율 - 내적평가절하을 용이하게 만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적평가절하의 용이함'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란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을 통해 무역시장에서의 경쟁력(competitiveness)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내적평가절하는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정책 아닐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 전체에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은 더욱 더 쉬워진다. 


우선, 주변부 국가들이 왜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유럽경제위기는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8]에서 자라났다.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등 중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누적해왔고,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그리스 등은 경상수지 적자를 쌓아왔다. 따라서,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추후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은 자동적으로 조정된다. 또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여 불균형을 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변부 국가들은 환율조정이 아닌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는 경쟁력회복 방법[각주:9]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나가야 한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내적평가절하는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적평가절하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고 실현가능성이 낮다임금에는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이 존재한다. 한번 올라간 근로자의 임금을 다시 내리는 행위는 반발을 초래한다. 또한 근로자 임금하락은 생활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물가를 내리는 행위도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경기침체를 키울 수 있다.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면 내적평가절하는 쉬울 수도 있지만, 유로존은 상품가격·임금 경직성을 가진채 출범한 상태였다.

(주 :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였으나,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각주:10]하였다.)  


  •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의 표는 임금·물가만 내리는 방식의 내적평가절하가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내적평가절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율조정도 하지 못하고 상품가격·임금 경직성도 가진 상황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내적평가절하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 


한가지 방법은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이 10% 상승한다면, 주변부 국가들은 5%의 물가상승 만으로도 사실상 물가하락을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의 표를 다시보자. 1990년대 이후 'Internal devaluations only'가 성공한 경우는 극히 적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을 컨트롤 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각주:11]했다. 이는 다르게 말해,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다면 환율조정 동반 없는 내적평가절하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유로존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상승''독일의 임금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그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Ben Bernanke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킵니다.) 유럽 주변부 국가의 근로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음과 동시에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 여력이 합니다. 독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물론,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키울 수도 있죠. 그러나 확장적 통화정책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이를 상쇄시킵니다.


첫번째, 유로존 전체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주변부 국가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상대임금 조정을 더욱 더 용이하게 만듭니다. 두번째,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로존 전체의 경제활동을 증가킵니다. 

(Seeking a better balance of trade should not prevent Germany from supporting the European Central Bank’s efforts to hit its inflation target, for example, through its recently begun quantitative easing program. It’s true that easier monetary policy will weaken the euro, which by itself would tend to increase rather than reduce Germany’s trade surplus. 

But more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has two offsetting advantages: First, higher inflation throughout the euro zone makes the adjustment in relative wages needed to restore competitiveness easier to achieve, since the adjustment can occur through slower growth rather than actual declines in nominal wages; and, second, supportive monetary policies should increase economic activity throughout the euro zone, including in Germany.)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 -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하락 · 내적평가절하 달성을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경제위기가 초기에 진행됐을 때, 유럽중앙은행은 소극적으로 대응[각주:12]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미국 Fed는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채권금리를 낮췄다. 이에따라 미국 Fed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반해 유럽중앙은행은 한창 유럽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2010년-2011년에도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유럽경제위기의 충격이 주변부 국가들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즉,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이 핵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했다는 말이다. 


주변부 국가들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였으나, 이는 중심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유로존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을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중요[각주:13]하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각주:14].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주 : 2013년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였고 이후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채권금리는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결국 유럽경제위기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 그 자체가 문제'였다. 


최적통화지역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과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 충격'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유로존은 출범 이전부터 경직적인 상품가격·임금을 가졌었고, 출범 이후에는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되어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나갔다.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폭을 제한시켜 유럽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리고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부 국가들의 내적평가절하 달성도 어렵게 만들었다.  


1990년대 당시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은 성립 불가능하다. 유로존은 나쁜 아이디어이다. 유로존은 지속 불가능하다."(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 라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보고서를 통해 출범 이전부터 유로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그들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27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6.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7.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26 July 2012 [본문으로]
  8.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1.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2015.05.16 http://joohyeon.com/222 [본문으로]
  12.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13.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3.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4.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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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Posted at 2015. 7. 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재정위기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을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의 유럽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당시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통합을 진행하였다.


경제학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한 유로존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듯 했다. 경제성장률은 견고했고 인플레이션은 낮았다. 그러나 유로존 내부에는 경제위기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바로,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within eurozone)이다.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우리는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periphery)들은 유로존 바깥에서의 자본유입 · 낮아진 금리를 이용한 차입증가 ·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상실 등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유입)를 기록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을 받아들였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자본이동이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된 것이다.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주변부 국가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알아야한다. 유럽경제위기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남유럽 국가들의 과다한 정부부채'를 문제삼는다. 외신 또한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유럽재정위기) 라는 표현을 쓴다. 즉, 현재 유럽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국가부채'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 특히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과도한 국가부채'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스의 경우 2008년 이전부터 재정적자와 많은 국가부채를 기록하고 있긴 하였지만,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주변부 국가들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했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맞았겠지" 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윗 그래프를 살펴보아도, 그리스 ·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다롣 국가부채 비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들의 국가부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유럽재정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경제에 미친 영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는 유럽은행에 큰 손실을 안겼고, 은행의 손실은 유럽 주변부 국가의 재정부담을 증가시켰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미국발 2008 금융위기가 불러온 유럽은행위기'와 '은행위기가 재정위기로 커지게 된 이유'를 알아보자.




※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 유럽은행에 악영향을 끼치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은행', 특히 주변부 국가의 은행에 악영향을 끼쳤다. Philip Lane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Jay Shambaugh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보자.    


첫째로, 세계 투자자들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자신들이 했던 투자를 재평가(reassessing)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않았는지를 염려했다. 투자자들은 위험도가 큰 곳에 했던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피해는 계속해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되었다.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의 특성상,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었다[각주:1].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각주:2]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연체율 증가는 유럽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켰다.



둘째로, 2008년 당시 유럽은행은 미국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윗 그래프는 2007년 4분기-2008년 4분기 사이 미국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보유한 비중(파란색)과 손실규모(빨간선)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행은 전체 증권자산 중 미국 ABS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약 35%에 달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가치가 하락하거나 지급불능에 빠진 미국 ABS로 인해 큰 손실을 보았다. 


우리는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유로존 바깥의 자본은 주로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로 이동하였다고, 독일 · 프랑스 등은 그리스 ·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주변부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손해를 본 독일 · 프랑스 은행은 주변부 국가에 빌려주었던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대출상환요구가 빗발치자 유럽전체 금융시장은 경색되었다. 



 

윗 그래프는 독일 · 프랑스 은행이 주변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환요구를 보여준다. 특히나 아일랜드의 경우 독일 · 프랑스 은행 상환요구 액수는 GDP의 250%, 120%에 에 달했다.  ·     



이후, 유럽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된 모습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2007년-2012년 사이, 유로존에 속한 은행이 비금융기관에 대출해준 자금을 보여준다. 2008년 9월부터 대출금액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전의 대출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은 이전의 기능을 잃어버렸고, 2008년 9월 이후 유위험 금리와 무위험 금리의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유위험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Fed와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윗 그래프는 미국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Fed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면서까지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Fed의 자산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소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였고,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주 :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인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 → ... 의 악순환


미국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개입한 유럽. 결국 금융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부담은 각국 개별정부에 집중되었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결성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조항'(no bail-out clause)은 개별정부의 부담을 더욱 더 키웠다[각주:3]


이는 유로존에 가입한 개별 국가의 도덕적해이와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유로존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 소재 은행만을 구제할 수 있고, 자국 소재 은행이 위험에 처했을때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결국 변부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재정을 이용해서 자국은행을 구제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주변부 국가의 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재정위기는 은행위기 심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Patrick Honohan, Daniela Klingebiel의 2003년 논문 <The fiscal cost implications of an accommodating approach to banking crises>과 Ashoka Mody, Damiano Sandri의 2012년 논문 <The eurozone crisis: how banks and sovereigns came to be joined at the hip>, 그리고 Viral Acharya, Itamar Drechsler, Philipp Schnabl의 2011년 논문 <A Pyrrhic Victory? - Bank Bailouts and Sovereign Credit Risk>은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의 악순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 유럽 은행위기 → 재정위기



위의 표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클수록 정부의 재정부담(fiscal cost)이 커짐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재정에 부담을 준다.


첫번째, 은행위기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세입을 감소시킨다. 금융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은행기능이 마비되면 (앞서 보았다시피) 대출거래가 감소하여 경제 전체 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제성장이 저하된다. 


두번째 경로가 중요한데, 은행의 파산을 막기위해 정부는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출이 증가한다. 이로인해 주변부 국가의 GDP는 감소하고 정부부채를 증가하는데, 2008년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은행은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이제 정부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구제금융 이전 정부(짙은색)와 은행(연한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를 보여준다. 정부가 은행을 도와주기 전에는 은행의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함을 보여준다.  



윗 그래프는 구제금융 기간 동안의 정부(짙은색)와 은행(연한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를 보여준다. 정부의 구제금융에 힘입어 은행의 금리는 상당히 감소하였다. 은행위기가 진정된 것이다. 그러나 구제금융 과정에서 지출이 증가한 정부의 금리는 상승하였다. 금리상승은 부채 부담을 증가시켜 재정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 재정위기 → 은행위기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증가와 정부금리 상승으로 정부는 이제 재정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이는 은행위기 심화로 이어진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제 정부의 신용도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국가 ·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국가일수록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구제금융 이전 투자자들은 정부의 부채비율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으나, 제금융 이후 투자자들은 '정부의 디폴트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 :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의 위험을 재평가하게 된 배경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참고)  


정부의 디폴트 위험 증가는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추가적인 구제금융'에 대한 기대를 없애버린다. 현재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가 향후 은행위기 발생시 구제금융을 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는 아직 파산은 하지 않았으나 경영상태가 불안정한 은행의 위험도를 키운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전과 이후,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구제금융 이전에는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가 별다른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정부부채가 많은 국가이든 적은 국가이든 투자자들은 이들을 똑같이 인식했다. 


그러나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였고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 디폴트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각주:4]했다. 그 결과, 구제금융 이후에는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했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후의 국가별 CDS 금리와 은행 금리가 동반상승 했음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를 막기위해 구제금융을 시행하였으나, 구제금융 이후 정부 디폴트 위험이 증가하여 은행의 디폴트 위험도 커진 것이다. 결국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에게 남은건 '증가한 정부부채'와 '높은 채권금리' 즉, '재정위기'(Sovereign Debt Crisis) 뿐이었다. 


이 2가지 그래프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변부 국가의 정부부채는 2008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증가하였고, 구제금융 시행 이후 채권금리가 유로존 결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윗 그래프는 '정부부채 위기'(Sovereign debt crisis) ↔ '은행위기'(Bank crisis) ↔ '성장과 경쟁력 위기'(Growth and competitiveness crisis) 간의 연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위기

: 과도한 정부부채는 디폴트 위험을 증가시킨다. 은행들은 보통 자국 정부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국정부의 디폴트 가능성 증가는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 은행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의 파산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킨다. 금융시스템 마비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로 인한 세입감소와 은행 구제금융 과정에서의 정부지출 증가. 은행위기는 곧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 정부부채 위기 → 성장위기

: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악영향을 초래[각주:5]한다. 


● 성장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역으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상환능력을 훼손시킨다(insolvent)


● 은행위기 → 성장위기

: 은행위기로 인한 금융시스템 마비는 경제성장을 저하시킨다.


● 성장위기 → 은행위기

: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은 자산가치를 하락시킨다. 은행은 부동산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산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그렇다면 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정책 보다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있었더라면,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이 재정이전을 통하여 주변부 국가들을 도왔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부담은 완화되었을 것이다. 


즉,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의 부담이 크다. 이렇게 재정정책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들은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구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이다.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또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에서는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1.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5.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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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Posted at 2015. 7. 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를 통해 유로화 도입 이전의 경제학적 논의를 알아보았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내세워 유로화를 도입하였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럽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견고한 성장률을 이어나갔고 인플레이션율 하락과 재정적자 감소를 기록하였다


2008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통화연맹(EMU)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며 <EMU@10-Successes and challenges after ten years of EMU>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들은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성공과 문제점을 이야기 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견고한 성장률 · 낮은 인플레이션율 · 경기변동 동조화 증가'를 논하며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자, 이러한 보고서가 '2008년'[각주:1]에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자[각주:2]. 2008년 이후 2015년 현재까지 유로존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이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국가(core)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국가(periphery) 간의 '경상수지 격차 확대'(current account imbalance)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고, 반대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난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번글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




※ 경상수지 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앞서 보았다시피,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등 유럽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해서 기록해왔다. 이러한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왜 문제일까? 이번 파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각주: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각주:4]에서 살펴보았다시피, '경상수지 흑자 =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 = 무조건 나쁜 것' 또한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곤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수지는 '국가들간의 무역전쟁'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주: 정확히 말하면 '자본수지'라는 표현보다는 '금융수지'라는 표현을 써야하지만....)


자, 이러한 지식을 안다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유럽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던 주변부 국가들이 유로존 결성 이후 투자를 늘려나간 것 아닐까?"


'자본수지 흑자 = 경상수지 적자 = 저축보다 투자가 많은 상태' 이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었다. 이런 와중에 유로존 결성으로 금융거래 장벽이 없어지는 금융통합(financial integration)이 진행되었다면, 금융자본은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성장 여력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자본의 한계수익률'(marginal return of capital)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심부 국가의 자본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겨다주는 주변부 국가로 이동(자본수지 흑자)하고,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경상수지 적자)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논리를 생각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나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Francesco Giavazzi2002년 논문 <Current Account Deficits in the Euro Area: The End of the Feldstein-Horioka Puzzle?>을 통해, "유럽 핵심부 국가의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쫓아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였고,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나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productive investment)에 쓰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건설부문 · 서비스업 등 생산적이지 않은 비교역부문(non-tradable sector)에 쓰인다면 경제성장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품(bubble)만 발생할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① 유로존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선 '유로존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CEPR과 IMF 소속의 Ruo Chen, Milesi-Feretti, Thierry Tressel2013년 논문 <External imbalances in the eurozone>를 통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의 시작을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프랑스로의 자본유입'에서 찾는다. 


유로존은 이제 하나의 통화를 쓰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세계 투자자들은 '유로존'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심 가진 것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였다. 유로존 도입 이전부터 세계 강대국이었던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만나서 더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윗 그래프는 유로존 바깥의 국가가 보유한 각종 채권잔액을 유로존내 국가별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 · 프랑스 · 네덜란드 등 핵심부 국가의 채권잔액 중 약 30% 가량을 유로존 외부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잔액은 유로존 외부국가가 보유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유로존 외부국가들이 유로존 주변부 국가가 아닌 핵심부 국가의 채권을 비교적 많이 매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가로 자본유입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유로존 외부에서 상당량의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각주:5]으로 이어졌다. 


위의 그래프는 유로화 실질실효환율의 변화를 명목실효환율 효과와 단위노동비용상승 효과로 구분한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질실효환율 상승의 상당부분을 명목실효환율 상승이 이끌었다.   


그 결과, 로화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각주:6]했고, 대외차입(external financing)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맞춰나갔다.



그렇다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어디서 자본을 들여와서 국제수지 균형을 맞췄을까? 바로, 유럽 중심부 국가이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서 자본을 끌여들여와 균형을 맞춰나갔다.  


Figure6은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이들의 순외화자산은 음(-)의 값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본유입으로 인한 부채를 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이들 부채의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를 뜻한다. 핵심부 국가의 자본이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여 그들의 채권을 구매했으니, 주변부 국가들은 일종의 부채를 핵심부 국가에 지고 있다.  


Figure7은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Figure6과는 정반대로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은 양(+)의 값을 지고 있다. 그리고 자산 중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 즉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의 자산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순자산'을,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순부채'를 기록하게 되었다. 위의 Figure1은 1999년-2010년 사이 유로존 국가별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주는데,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부터 최근까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순부채 크기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을 알려준다. 


쉽게 말해,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이 이동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본수지는 역으로 경상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음도 알려준다.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파트는 '유로존 바깥'에서 그 원인을 주로 찾았다.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로 자본이 유입' → '유로화 통화가치 상승' →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들의 자본을 차입하여 국제수지 균형 달성하려함(그러나 과다차입으로 균형달성 못함)'의 경로이다.


그렇다면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이 외부자본을 많이 차입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과다한 자본차입을 하게 된 원인'을 '유로존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② 유로존 결성 이후 발생한 채권금리 수렴현상, 주변부 국가들의 차입을 증가시키다



유로존 결성이 가져다준 현상은 '유로존내 국가별 채권금리 수렴'(yield convergence)이다. 


경제학자 Philip Lane2006년 논문 <The Real Effects of EMU>, 2012년 논문 <Current Account Imbalances in Europe>, 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 2014년 논문 <Domestic credit growth and international capital flows> 등을 통해, '채권금리 수렴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을 초래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경제학자 Jay Shambaugh 또한 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유로존 결성 이전에는 국가별 디폴트 위험에 따라 채권금리가 매겨졌었기 때문에, 경제력이 좋지 않은 주변부 국가들은 높은 채권금리를, 경제력이 좋은 핵심부 국가들은 낮은 채권금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개별 국가의 리스크를 채권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유로존에 소속된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더 자세히)


윗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이 결성되기 이전에는 국가별로 채권금리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기록했고, 채권금리 수렴 현상은 유럽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2009년까지 지속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결성 이후 낮아진 채권금리를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cheap money). 앞서 말했다시피, 주변부 국가들은 주로 핵심부 국가로부터 자본을 차입하였다. 자본유입 증가는 신용증가와 양(+)의 관계를 띄기 때문에, 아일랜드 · 스페인 등에서는 국내신용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렇게 증가된 신용은 주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유입된 자본으로 건설부문에 투자하여 부동산시장 활황을 만들었다.  




'자본유입'에 이은 '건설부문 투자 증가'는 2가지 경로를 통해 가계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켰다. 


첫째, 낮아진 채권금리 덕택에 자본유입을 겪은 주변부 국가의 국민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투자가 증가할테니 경제가 크게 성장하겠지? 그러면 나의 미래 소득도 오를테고!"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변부 국가의 가계는 미래기대소득 상승을 생각하여 현재의 소비를 늘려나갔다.

(주 : 앞선 파트에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핵심부 국가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라는 내용을 다루었음을 기억하자.) 


둘째, 부동산가격 상승을 본 주변부 국가 국민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집 구매에 나섰다. 이들 가계가 부채를 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도표는 그리스 · 아일랜드 · 이탈리아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주변부 국가의 가계 재무상태 변화를 보여준다. 2001년과 비교하여 2009년 주변부 국가 가계의 순자산이 대폭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변부 국가 '건설부문 투자증가'와 '가계의 소비증가'는 국민계정식에 의해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을 초래하였다.


간단히 정리하면, '유로존 결성 이후 채권금리 수렴' → '주변부 국가들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자본차입 증가' → '유입된 자본은 건설부문에 주로 투자됨' & '자본유입 증가로 미래 기대소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가계의 소비 증가' → '소비와 투자증가로 경상수지 적자 발생'의 논리이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③ 주변부 국가내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 →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누적되는 악순환에 직면했다. 


주변부 국가로의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건설부문 등에 자본유입이 집중된 결과 비교역부문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였다. 비교역부문의 임금상승은 교역부문 임금인상으로 이어졌고[각주:7], 주변부 국가의 교역부문은 생산성 향상없이 임금만 크게 증가하였다. 생산량당 임금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s)이 상승한 것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물가상승 추이와 단위노동비용 추이를 보여준다. 


첫번째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이탈리아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평균에 비해 훨씬 큰 폭의 물가상승을 겪었다. 또한, 두번째 그래프를 통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단위노동비용이 독일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실질실효환율을 상승시킨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직면하는 통화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우리는 이전파트에서 '유로존 외부에서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명목실효환율 상승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개별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일은 단위노동비용 하락(ULC change ↓)으로 명목실효환율 상승을 상쇄하였다. 그러나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명목실효환율 상승에 더해 물가수준과 단위노동비용마저 올라갔고, 실질실효환율은 더더욱 상승하였다.  



윗 그래프는 독일과 비교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loss of competitiveness).  


본 블로그의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이 무역에 초래하는 문제점'을 다룬바 있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는 임금이 움직이면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을 경쟁우위로 만드는데, 임금이 적정수준(노동생산성을 반영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각국의 비교우위 산업은 경쟁우위를 잃게되어 국제무역시장에서 퇴출된다. 


국제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된 주변부 국가들은 당연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이렇게 유로존 결성 이후에 누적되어온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은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첫번째, 경상수지 불균형은 그 자체로 '국내의 왜곡된 경제구조'(domestic distortion)를 반영하고 있다. 
: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임금상승 억제'와 '소비감소'이다. 유로존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독일이 소비를 해주지 않고있다. 이와는 반대로,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거품에 힘입은 '과잉투자', 포르투갈은 '미래소득증가 기대에 따른 과잉소비', 그리스는 '과도한 재정지출' 이었다. 이처럼 경상수지 불균형은 각 국가들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다.    

두번째, 자본유입의 결과로 만들어진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이동이 급격히 반전될 경우(reversal) 경제위기를 불러온다.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에서 이동해온 자본유입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유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있는 상태이다. 이때, 자본유입이 갑자기 멈추고(sudden stop) 자본이동 흐름이 갑작스레 반전되어 자본유출이 발생한다면, 자산시장 가격이 급락하여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초래된다. 

(주 :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발생한 '2008 금융위기'[각주:8] 당시에도 나타났다. 중국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인해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각주:9]였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금융시장이 붕괴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각주:10]라 부른다. 유로존 내부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글로벌 불균형의 축소판이다.)

세번째, 변동환율을 통한 대외균형 조정을 수행할 수 없고, 개별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지 못한 유로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고정환율제 영향 아래 놓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다.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각주:11]

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주 :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놓여있으며 독자적인 중앙은행이 없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달러화와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대응할 수 없는 현상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12]와 유사하다. 1997년 당시 한국은 고정환율제와 함께, 1994년-1996년간 누적되어온 자본유입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갑작스레 자본유출이 발생하자 한국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에 대한 발권력만 가졌고, '(달러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각주:13]이다. 유로존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더 자세히)



이 도표는 위기 이전 경상수지 크기(CA/GDP) · 신용증가 크기(Change in priv.credit/GDP) 등이 2008 금융위기 이후 생산량 감소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경상수지 크기와 생산량은 양(+)의 관계를 가진다. 우려했던 것처럼 경상수지 적자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 감소폭이 증가하여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용증가 크기와 생산량도 양(+)의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위기 이전 자본이 많이 유입된 국가에서 생산량 감소폭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번째, 유로존 국가들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 최적통화지역 성립 조건 중 하나는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symmetric shocks)이다[각주:14].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똑같은 경기변동을 겪는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운용폭은 넓어진다. 개별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유로존 전체를 위해 단일한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된 경상수지 적자는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 그리스 등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살펴볼 것이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경상수지 적자를 조정할 수 없었을까?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이 글을 읽고난 뒤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문제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 보통 경상수지 불균형에 처한 국가는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국은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균형을 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사실상 고정환율제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쓸 수 없었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에 맞추어 유로화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까? 유로존은 여러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로화는 여러 국가들의 경제수준이 반영된 통화이다.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로화 미치는 영향도 작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이 유로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유로화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반복하지만 유로존은 여러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전체를 신경쓴다. 특정국가만을 위하여 통화가치를 조정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나 (유로존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독일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국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보통의 국가들은 대외균형에 맞추어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되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조정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이러한 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


'변동환율'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대외균형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로존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주변부 국가의 상품을 소비해주어야 한다. 독일이 소비증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주어야, 주변부 국가들은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 :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문제"[각주:15] 라고 지적하면서, 독일의 임금인상을 요구[각주:16]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다. 유로존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을 독일이 전부 소비해 줄 수는 없다[각주:17]. 독일이 소비를 일정정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품을 모두 받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이외의 국가로의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 또한 힘들다.


또 다른 방법은 주변부 국가에서 '물가하락'과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실질실효환율을 낮추고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안[각주:18]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국민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례를 살펴봐도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 


결국 '유로존 내 불균형'(imbalance)이 시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아니기 때문'[각주:19]이다. 유로존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다(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유로존 국가들이 독자적인 통화를 사용했더라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을 것인데, 독자적인 통화를 포기하고 '하나의 통화'를 쓰기 때문에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된 유럽통합 프로젝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국통화를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대가이다(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1.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2. 물론, 유럽위원회가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만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이전부터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과 '남유럽 국가들의 경쟁력 상실'(loss of competitiveness)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2014.07.10 http://joohyeon.com/194 [본문으로]
  4.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2015.09.21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5. 실질실효환율 상승 = 통화가치 상승 [본문으로]
  6. 이에 반해, 독일은 명목실효환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노동비용 하락'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바탕으로 실질실효환율 하락을 만들어냈다. 이는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7. 경제내 한 부문의 임금인상은 노동이동을 통하여 다른 부문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102552429758343 참고 [본문으로]
  8.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9.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http://joohyeon.com/190 [본문으로]
  10.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11.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2.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카테고리 [본문으로]
  1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1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5. '독일 경상수지 흑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2015.04.03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04963169171708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본문으로]
  17. 'The euro crisis - Not everyone can be Germany'. The Economist. 2013.01.15 [본문으로]
  18.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9.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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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Posted at 2015. 7. 27. 15:22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이루어서 물리적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게된다.(제가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더 자세한 내용은...유럽내 경제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생각에서 먼저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 이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 등을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수준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EMU)이 1999년에 만들어졌고,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되어 유로존(Eurozone)이 탄생하였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 사이에는 관세가 면제되었고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졌다.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함에 따라 환율리스크가 제거되어 상품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개의 시장이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을 것[각주:1]이다. 


1990년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One Market, One Money>(<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장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래. 여러 국가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니 좋을수도 있지. 그런데 여러 국가가 하나의 통화(common currency)를 사용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단일통화가 환율리스크를 제거해준다면, 왜 전세계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쓰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처럼, 단일통화가 이점을 가져다준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것일까? 단일통화의 이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서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단일통화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면 '세계 경제공동체'가 탄생할텐데 말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일통화 사용시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

③'과연 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인지'를 살펴보자.




※ 최적통화지역 이론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자의 통화'를 쓰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원화, 일본은 엔화, 미국은 달러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가들은 '서로 똑같은 통화'(단일통화)를 쓰거나 '각자의 통화 + 고정환율제'를 쓰지 않고, 왜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단위의 생각에서 벗어나보자. 통화사용 area를 national이 아니라 region[각주:2]으로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국가단위에서 생각했을때는 당연했던 것이 region 단위로 생각하니 찜찜함이 나타났다. 이처럼 경상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region인 한국과 일본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 Robert Mundell은 1961년 논문 <Theory of Optimum Currency Areas>(<최적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 그리고 '어떠한 지역들이 통화를 같이 써도 좋은지' 등을 잘 설명해주었다. 그 유명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 우선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부터 알아보자.  


▷ 세계 여러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따라서 상품판매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은 다시 균형(balance)지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한국은 적자에서 탈피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일본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 일본의 교역조건은 악화되지 않고 판매량 또한 증가된 수준에서 유지된다. 이 경우, 한국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실업은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자,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특정국가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어떤 국가는 흑자를 또 어떤 국가는 적자를 기록했을 때,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흑자국이든 적자국이든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일본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또한,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지 않을때 한국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상품가격과 임금의 하락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을 낳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하락시킨다. 반대로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을때 일본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인위적인 가격통제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을 교란시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국과 일본 양 국가가 균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한 국가가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데, 이 상황은 '최적상태'(optimum)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

: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모든 국가들의 통화 사이에서 가치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통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를 수 없다. 즉, 든 국가의 통화가 고정환율로 묶여 있다면, 이는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리를 하면,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해도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최적상황(optimum)이 아니다.  


▷ 균형조정 과정에서 '변동환율제'의 역할

: 그 결과,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남은 선택권은 '전세계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지만 '서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변동환율제(flexible exchange rate)는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상황'(optimum)을 만들어준다.     


자, 앞선 예시처럼 일본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일본은 흑자를 한국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일본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한국에서는 실업이 발생한다. 이때, '환율이 조정'된다면 최적상태(optimum)에서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를 상승시켜서 일본내 상품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국제시장에는 비싸게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1엔=1원 이라고 가정하자. 일본은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 100원에 팔고 있다. 이때 통화가치가 1엔=2원으로 상승한다면,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서는 200원에 팔게된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일본 상품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악화를 가져오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감소한다. 일본은 흑자에서 균형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일본내 상품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다른나라 시장에서의 가격만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제 일본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아도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은 상품판매 감소로 인해 적자와 실업이 발생하였다. 이 경우 한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내 상품가격과 임금이 감소하지 않아도 된다.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상품판매량을 증가시키고 균형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느냐에 상관없이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을때 만들어지는 균형은 최적상태(optimum)이다. 양 국가 모두 어떠한 피해도 없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어떠한 지역들이 서로 같은 통화를 써도 괜찮을까


자, 그러면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적상태(optimum)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간단치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국가내 region'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국가단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했을때 발생하는 문제가 똑같이 나타난다.


만약 경기도 상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경기도는 흑자와 물가상승 압력이 충청도는 적자와 실업이 나타난다.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면 충청도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충청도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처럼 충청도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충청도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특정 region은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최적상태(optimum) 도달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내 여러 도(道)들은 서로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일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한다면, 도쿄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오사카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한다. 오사카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일본의 서로 다른 도시들은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기도와 일본의 도쿄, 한국의 충청도와 일본의 오사카가 서로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앞선 논리에 따르면 경기도·충청도, 도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하기보다 경기도·도쿄, 충청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해야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즉,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져서 경제위기 충격이 대칭적(symmetric shock)으로 발생하는 region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할때 달성가능하다. 바로 아랫그림처럼.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로 통화지역을 구성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쨌든 같은 통화를 쓰는 통화지역을 국가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단위의 통화지역이 최적상태(optimum)가 되게끔'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서로 다른 국가끼리는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optimum)상태 달성하다. 변동환율이 조정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국가내 region끼리는 환율조정을 통한 최적(optimum) 상태 도달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변동환율'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Robert Mundell이 제시하는 대안은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이다. 


자,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자. 경기도는 상품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충청도는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충청도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경기도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충청도는 실업문제가 해결되었다. 경기도는 노동공급 증가로 인해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된다. 


즉, 여러 region이 뭉쳐서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을때 region간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보지 않고도 균형달성이 가능하다. 그 결과,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여러 region들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이 된다. 


▶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


또 다른 대안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price·wage flexibility)이다. 우리는 앞선 예를 통해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봤었다.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적자와 실업이 발생했을때 상품가격 · 임금 하락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이라 부른다. 물론, 이 방법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낮출 수 있다.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은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지만, 어쨌든 적자지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변하는 region들끼리 뭉친다면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통합재정의 존재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도는 지자체의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gion-specific fiscal policy). 그렇지만 지자체 재정지출의 증가는 미래 세금인상을 기대케하여 오히려 소비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리카도의 동등성정리, Ricardian Equivalence). 


실업이 발생한 region이 재정지출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되려 악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같은 통화를 쓰는 또 다른 region이 재정이전을 통해 충격이 발생한 region을 도울 수 있다. 이럴경우, 미래 세금인상 부담을 두 region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현시점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


이처럼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끼리는 통합재정(fiscal union)을 운영하여 세입·지출을 공유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대칭적충격 


경기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도쿄는 흑자, 오사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을 똑같은 겪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간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 확장정책은 적자와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도울 수 있지만,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심화시킨다. 긴축정책은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더더욱 나락으로 빠뜨린다. 


이와달리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확장정책은 모든 region의 실업을 감소시킨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축정책은 모든 region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킨다. 


이처럼 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사이에서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symmetric shocks)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인가?


앞선 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①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

: 서로 다른 region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봐야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만약 비슷한 특징을 가진 region들끼리 뭉쳐서 통화지역을 구성한다면 문제를 피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하다.


②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를 피하려면, 노동이동이 자유로운 region ·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인 region · 재정을 공유하는 region ·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region들기리 통화지역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경우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충청도가 같은 통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재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도쿄와 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쓸 수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을 공유하지 않는데다가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의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공유한다면 최적통화지역 달성이 불가능하다. 


  • 왼쪽 : Martin Fedlstein
  • 가운데 : Barry Eichengreen
  • 오른쪽 : Paul Krugman


그렇다면 유로존내 독일  프랑스 ·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같은 통화를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들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이고, 통합재정을 운용하고, 경기변동의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경직적인 상품가격과 임금을 가졌다. 또한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을 달성할 수 없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을 이룰 수 없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 논의를 이끌었고, 이들은 주로 '유럽내 노동이동 장벽 · 재정통합의 부재'를 지적해왔다.


Martin Feldstein은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 "유럽통합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라고 말한다. 


Barry Eichengreen은 1991년 논문 <Is Europe an Optimum Currency Area?>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판단하는 지수(index)를 제시한다. 그는 이를 통해 "유럽은 이상적인 최적통화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라고 말한다.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assachuesttes for EMU>을 통해, "유럽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 최적통화지역 내생성


  • 왼쪽 : Jeffrey Frankel
  • 오른쪽 : Andrew Rose


그러나 "일단 유럽통합이 진행되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 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경제학자 Jeffrey FrankelAndrew Rose'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를 주장하였다.


기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시 region간 대칭적 충격이 외생적(exogeneous)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단일통화를 써야만 최적상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은 일단 단일통화를 쓴다면 무역거래가 증가하고 경기변동 동조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내생적(endogeneous)으로 충족된다 라고 말한다.


Andrew Rose는 1999년 논문 <One Money, One Market- Estimating the Effect of Common Currencies on Trade>을 통해, 유로존 도입 이후 유로존내 무역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Jeffery Frankel은 Andrew Rose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후 무역거래량 증가는 경기변동 동조화를 낳는다." 라고 말한다. 무역거래로 여러 국가가 연결된다면 경기변동 충격이 서로에게 전이되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들끼리 비슷한 경기변동을 겪는다는 논리이다. 이럴 경우,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들의 공동연구, 1997년 논문 <Is EMU more justifiable ex post than ex ante?>, 1999년 논문 <The 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은 '1990년대 당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써도 괜찮다'는 이론적근거를 제공해주었다. 논문제목처럼 유럽통화동맹(EMU)은 사후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That is, a country is more likely to satisfy the criteria for entry into a currency union ex post than ex ante.)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한 기획된 유로존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2가지 사항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은 '유럽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첫째,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둘째,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는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유로존의 본래 목적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목적 이었다. 그리고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20세기 최고 경제학자 중 한명인 Milton Friedman은 유로존이 본격 출범하기 전인 2000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학문적 관점에서 유로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기적입니다. 매우 놀라운 기적이죠. 저는 유로화가 계속해서 성공해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만 유로화가 어떻게 작동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겠죠."


(“From the scientific point of view, the euro is the most interesting thing. I think it will be a miracle -well a miracle is a little strong. I think it's highly unlikely that it's going to be a great success. … But it's going to be very interesting to see how it works”.)

: Milton Friedman in an interview in May 2000.


"An interview with Milton Friedman. Interviewed by John B. Taylor, May 2000", chapter 6 in P. Samuelson and W. Barnett, eds., Inside the Economist's Mind. Conversations with Eminent Economists, Blackwell, Oxford.


유럽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은 일부 우려와는 달리 잘 작동해 나가고 있었다. 


유럽위원회는 2009년 보고서 <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적이익이 아닌)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점과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을 발판으로 설립된 것이 아닙니다.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우는 학자들은 유럽통합의 정치적, 역사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The OCA paradigm gave a negative bias to the evaluations of the single currency by stressing a number of costs of unification, while ignoring dynamic, political and institutional aspects of monetary integration.)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워서 유로존을 비판하는 시각은 통화동맹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을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보죠. 일단 유로존이 설립되면, 유로존은 궁극적으로 정상상태로 갈텐데 말이죠."

(The OCA paradigm inspired a static view, overlooking the time-consuming nature of the process of monetary unification. ,,, In short, by adopting the OCA-theory as their main engine of analysis, US academic economists became biased against the euro. ... Perhaps we should take this as a positive sign for the future of the euro: once established, it eventually will turn into the normal state of monetary affairs?)


European Commission.2009.<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의기양양하던 유럽. 그러나 이후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유로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region을 '지역'으로 표기시 최적통화'지역'(area)와 혼동될 여지가 있어서, 영어표현 region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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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Posted at 2015. 7. 26. 15:10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그리스 경제위기'(Greek Crisis)와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


지난 6월부터 한달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그리스 경제위기' 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위기를 겪었던 그리스는 유럽위원회(EC) · 유럽중앙은행(ECB) · IMF가 제공한 두 차례의 구제금융자금으로 간신히 디폴트를 면해왔었다. 


그런데 그리스는 IMF에게서 빌린 돈을 갚아야하는 날짜(2015년 6월 30일)[각주:1]가 다가오자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고, '추가 구제금융안 찬성·반대'를 두고 국민투표[각주:2]에 들어갔다. 국민투표 이후에도 그리스와 채권단(유럽과 IMF, 특히 독일)은 '그리스정부의 부채상환'을 두고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였고, 결국 '그리스정부는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개혁을 시행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각주:3]되었다.             


그러면 도대체 왜 그리스는 추가 구제금융안을 두고 국민투표까지 시행하면서 채권단과 협상을 한 것일까? 보다 근본적으로 왜 그리스는 경제위기를 겪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전세계는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주목한 것일까? 


한국언론들은 각자의 정치성향에 따라 '그리스가 망한 이유'를 설명하려 하였다. <조선일보>는 "지원금 300조원도 탕진… "공짜복지 좋아하다 이 지경까지""[각주:4] 라고 말하며 과잉복지를 원인으로 내세웠다. <한겨레>는 "(이전에) 그리스에 지원된 구제금융은 그리스 경제와 시민이 아닌 유럽의 민간 은행들의 몫이 된 것[각주:5]" · "그리스 정부와 월가의 ‘어두운 거래’ 비극의 씨앗이었다"[각주:6] 라고 말하며 계급의 관점에서 기사를 내보냈다.  


이들의 설명은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그리스 경제위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언론은 그리스 경제위기를 미시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왜 경제위기에 빠졌는지", "유럽은 왜 몇년동안 계속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가졌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지 못했다.


그리스 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재정위기를 알아야하고, 유럽재정위기를 알려면 유로존이 탄생한 이유를 알아야한다. 이제 본 블로그의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 유로존(Eurozone)의 탄생

-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프로젝트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이루어서 물리적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게된다.(제가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더 자세한 내용은...유럽내 경제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생각에서 먼저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 이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 등을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수준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EMU)이 1999년에 만들어졌고,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되어 유로존(Eurozone)이 탄생하였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 사이에는 관세가 면제되었고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졌다.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함에 따라 환율리스크가 제거되어 상품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개의 시장이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을 것1이다. 


1990년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One Market, One Money>(<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장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서로 다른 나라가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유로존 출범 이전부터,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은 '최적통화지역 이론'(Optimum Currency Area)을 이용하여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을 이룰 수 없다." 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단 유럽통합이 진행되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 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경제학자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를 주장하였다.


기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시 region간 대칭적 충격이 외생적(exogeneous)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단일통화를 써야만 최적상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은 일단 단일통화를 쓴다면 무역거래가 증가하고 경기변동 동조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내생적(endogeneous)으로 충족된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2가지 사항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은 '유럽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첫째,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둘째,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는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유로존의 본래 목적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목적 이었다. 그리고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의기양양하던 유럽. 그러나 이후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유로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 유로존 출범 이후, 핵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간의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 누적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국가(core)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국가(periphery) 간의 '경상수지 격차 확대'(current account imbalance)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고, 반대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선 '유로존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유로존 결성 이후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프랑스로의 자본유입'이 발생했다. 로화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대외차입(external financing)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맞춰나갔다.


렇다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어디서 자본을 들여와서 국제수지 균형을 맞췄을까? 바로, 유럽 중심부 국가이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서 자본을 끌여들여와 균형을 맞춰나갔다.  



그리고 유로존 결성이 가져다준 현상은 '유로존내 국가별 채권금리 수렴'(yield convergence)이다. 


유로존 결성 이전에는 국가별 디폴트 위험에 따라 채권금리가 매겨졌었기 때문에, 경제력이 좋지 않은 주변부 국가들은 높은 채권금리를, 경제력이 좋은 핵심부 국가들은 낮은 채권금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개별 국가의 리스크를 채권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유로존에 소속된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결성 이후 낮아진 채권금리를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cheap money). 앞서 말했다시피, 주변부 국가들은 주로 핵심부 국가로부터 자본을 차입하였다.  


자본유입 증가는 신용증가와 양(+)의 관계를 띄기 때문에, 아일랜드 · 스페인 등에서는 국내신용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렇게 증가된 신용은 주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유입된 자본으로 건설부문에 투자하여 부동산시장 활황을 만들었다.  




주변부 국가로의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건설부문 등에 자본유입이 집중된 결과 비교역부문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였다. 비교역부문의 임금상승은 교역부문 임금인상으로 이어졌고6, 주변부 국가의 교역부문은 생산성 향상없이 임금만 크게 증가하였다. 생산량당 임금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s)이 상승한 것이다.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실질실효환율을 상승시킨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직면하는 통화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윗 그래프는 독일과 비교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loss of competitiveness).  국제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된 주변부 국가들은 당연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 미국발 2008 금융위기 → 유럽 은행위기 → 유럽 재정위기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을 받아들였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자본이동이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된 것이다.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의 특성상,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었다.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연체율 증가는 유럽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켰다.



이후, 유럽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된 모습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2007년-2012년 사이, 유로존에 속한 은행이 비금융기관에 대출해준 자금을 보여준다. 2008년 9월부터 대출금액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전의 대출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은 이전의 기능을 잃어버렸고, 2008년 9월 이후 유위험 금리와 무위험 금리의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유위험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 유럽 은행위기 → 재정위기


위의 표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클수록 정부의 재정부담(fiscal cost)이 커짐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재정에 부담을 준다.


첫번째, 은행위기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세입을 감소시킨다. 금융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은행기능이 마비되면 (앞서 보았다시피) 대출거래가 감소하여 경제 전체 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제성장이 저하된다. 


두번째 경로가 중요한데, 은행의 파산을 막기위해 정부는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출이 증가한다. 이로인해 주변부 국가의 GDP는 감소하고 정부부채를 증가하는데, 2008년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은행은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이제 정부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에게 남은건 '증가한 정부부채'와 '높은 채권금리' 즉, '재정위기'(Sovereign Debt Crisis) 뿐이었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유로존은 설립 이전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고,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한 일부 학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유로존 설립 이후에도 최적통화지역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는 (당연하다는듯이) 문제를 가져왔다. 경제위기의 씨앗인 경상수지 불균형이 자라나게 했으며, 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도 위기를 키워나갔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제목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Paul Krugman은 이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와 유럽 주변부 국가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loss of confidence)이 불러오는 국제수지 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이다.


국제수지위기란 '대외불균형(external imbalance)으로 인한 외국자본의 과다유입(capital inflows) → 갑작스런 유입중단(sudden stops) → 자본흐름의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s) → 급격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불러오는 위기이다.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은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갑작스런 자본유출은 자산시장 가격을 폭락시킨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가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만약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지고 있더라면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이용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해당국가가 부채에 대한 보증(guarantee)를 서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일종의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초래한다.


고정환율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없다. 변동환율제도 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결과 자본유입이 발생한다면,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경상수지 균형이 회복될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이러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리스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와 중앙은행'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이고,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럽재정위기는 국제수지위기이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De Grauwe, Yuemei Jin과 Paul Krugman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more active liquidity policies by the ECB that aim at preventing a liquidity crisis from leading to a self-fulfilling solvency crisis.)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변부 국가들의 유로화 표기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경제위기가 초기에 진행됐을 때, 유럽중앙은행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미국 Fed는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채권금리를 낮췄다. 이에따라 미국 Fed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반해 유럽중앙은행은 한창 유럽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2010년-2011년에도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유럽경제위기의 충격이 주변부 국가들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즉,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이 핵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했다는 말이다. 


주변부 국가들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였으나, 이는 중심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유로존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을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미국은 '성공한 통화동맹' 이다. 특정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노동이동'과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연방 차원의 은행감독'을 통해 은행위기를 예방할 수도 있다.


반면 유로존은 (현재로서는) '실패한 통화동맹'이다. 특정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때 '노동이동의 경직성'은 실업문제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개별국가가 재정정책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이후 남은건 급증한 국가부채이다. 또한, '은행감독 책임이 개별국가에' 있기 때문에, 은행위기 예방도 불가능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예상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예상했다. 


그렇다면 유로존 출범 당시, 왜 유럽 정치인과 관료들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말해온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것일까? 유럽 관계자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유로존을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다만, 경제학자들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을 뿐이다.


Paul Krugman을 포함하여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때'를 상정해놓고 '재정통합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발생할시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관계자, 특히 독일은 위험분담 보다는 애초에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평상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한다면 위기발생 가능성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유로존은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속 국가들에게 일정한 기준(convergence criteria)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나 강조되는 기준은 안정성장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으로 체결된, '재정적자 3% 이내' ·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 미만' 등의 '엄격한 재정규율준수'(fiscal discipline) '경기침체 발생 국가에 대한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이다.


이러한 위험감소 정책은 평상시 유로존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유로존은 경제위기 대응책 보다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역사적경험으로 인해 '재정적자' ·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일은 이러한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운다는 점이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말했다시피, (애초부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였던 그리스를 제외하고) 유럽경제위기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부터 시작되었다. '구제금융 금지'로 인해 유로존 주변 국가들은 자국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증가하였는데 '재정규율'을 지키기 위해서 긴축정책(austerity)을 시행하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승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11재정규율을 준수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위기를 심화시켰다.


분명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방지'(no bail-out clause)는 경제위기 발생 위험을 줄이기(risk reduction) 위해 꼭 필요한 조항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유로존 차원에서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것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만약 미국처럼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federalized fiscal system)이 존재했더라면 위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차원에서 각국 은행들의 대외거래(cross-border transactions)를 감독할 수 있었더라면 은행위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이동이 자유로웠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실업문제는 비교적 빨리 해결됐을 수도 있다.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 국가가 옳으냐, 부채탕감과 재정이전을 요구하는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가 옳으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는 위기를 심화시키지만, 그것이 없다면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침체기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훼손시키지만,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 


단지 "유럽인들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서로 다른 나라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라는 해석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1. 'Greek Debt Tracker'. FT. http://www.ft.com/ig/sites/2015/greek-debt-monitor/ [본문으로]
  2. 그리스 국민투표 - 국민 61%가 '구제금융안 반대' 선택 - '유럽통합의 꿈'은 어디로???. 2015.07.05 JooHyeon's Economis Facebook [본문으로]
  3.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 2015.07.14 JooHyeon's Economics Facebook [본문으로]
  4. 지원금 300조원도 탕진… "공짜복지 좋아하다 이 지경까지". 2015.07.01. 조선일보 [본문으로]
  5. 그리스에 수혈됐던 ‘수천억유로’, 그 많은 돈은 누구 주머니로?. 2015.07.01 한겨레 [본문으로]
  6. 그리스 정부와 월가의 ‘어두운 거래’ 비극의 씨앗이었다. 2015.07.07 한겨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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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Posted at 2013. 11. 30. 21:27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를 통해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을 다루었다.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은 자본유입의 갑작스런 중단(Sudden Stops)에 이은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s)이 금융위기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때, 고정환율제도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금융위기를 심화시킨다. 고정환율제도는 통화가치 하락을 노리는 투기적공격을 초래하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이 자본유출에 대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 뿐더러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 수행을 제한시킨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 그런데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이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Paul Krugman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라는 제목의 발표자료에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 




※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몇몇 경제학자들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를 '재정위기'로 부르고 있다. 유로존 내 몇몇 국가들, 특히나 그리스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인해 유럽경제가 침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부채지급능력 신뢰부족에 대한 공포'(fear of triggering a Greek-style crisis of confidence in government solvency)를 없애기 위해서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단기간의 긴축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Expansionary Austerity'의 논리이다[각주:1].     


그러나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이고, 위기타개를 위해서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 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각주:2].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국가부채위기(a sovereign debt crisis)가 아니라 (국제수지표상 자본계정의 갑작스런 증감이 초래하는)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s crisis) 이고,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갑작스런 신뢰상실(sudden loss of confidence)로 인해 발생했다. 이러한 신뢰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겪었던 급작스런 자본유입의 중단(sudden stop)과 유사[각주:3]하다." 라고 말한다.


First, the crisis in the European periphery – which remains the sole locus of current debt crises – is arguably best viewed largely as a balance of payments crisis rather than a sovereign debt crisis. (...)


Second, whatever the source of sudden loss of confidence in the European periphery, this speculative

attack drove up private as well as public borrowing costs. (...)


These two observations, taken together, suggest that we can, albeit with some caution, apply the insights from the currency crisis literature to recent crises in Europe and the potential for similar crises elsewhere, by at least provisionally thinking of the confidence problem as involving the risk of an Asian-style sudden stop. (...) the mother of all sudden stop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11-12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의 주장처럼 현재 유럽은 1997년 동아시아[각주:4]와 상황이 유사하다. 1997년 당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었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과다하게 지고 있었다. 2013년 유럽 또한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로 인해 고정환율제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유로존의 특성상, 유럽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화폐를 발권할 수 없다.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이 가진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에 속한 국가, 특히나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을 향한 자본유입이 갑작스레 중단된다면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내 불안정성이 커지게된다. 거기다가 채권금리를 치솟고 부채상환에 대한 요구는 커지게 되는데,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지고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해서 채권자들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지급능력에 대해 신뢰를 거두었다(a loss of confidence)는 점이다.  




※ 통화체제(Currency Regimes)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의 상관관계


Paul Krugman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통계 1 :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각주:5]


<통계1>을 살펴보면 대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채권금리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 수 있다[각주:6]. 만약 이게 옳다면,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로 인해 유럽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라는 주장이 옳은 것 아닐까? 그런데 밑에 있는 <통계2>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각주:7]


<통계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Suddenly the picture looks quite different. There is indeed a strong relationship between debt and borrowing costs – but only for countries on the euro, with little sign of any such relationship for advanced nations that have retained their own currenci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 (pdf 파일 기준)




※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통화체제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이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에서도 살펴봤듯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니고 있다면 자본유출에 대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금리를 상승시키면 경제활동에 타격을 주고 이는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대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자본유출을 방치하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가치가 커져서 은행과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키고 이 또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나라의 중앙은행은 다른나라의 화폐를 찍어낼 수 없다. 금융시스템 마비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임무수행 그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설 수 없다 라는 사실은 유동성위기 발생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을 채권자들 사이에서 불러오고 만다. 


이러한 최종대부자 역할의 중요성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의 2012년 선언[각주:8]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고 선언하였다. 



<통계 3 : 스페인 · 이탈리아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Spreads)>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통계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First, evidence of the importance of the lender of last resort issue comes from the dramatic effect on spreads every time the ECB has signaled increased willingness to take on at least some of that role.


Figure 3 shows Italian and Spanish spreads against German 10-year bonds – useful indicators of the overall state of the euro crisis – since 2010. You can clearly see the two episodes of widespread speculation against peripheral nations, indeed near panic, in late 2011 and again in the summer of 2012. You can also see the dramatic reduction in spreads following ECB action. (...)


The second near-meltdown was contained when Mario Draghi declared that the ECB was willing to do “whatever it takes” to save the eurofollowed by an official declaration that the central bank would be willing, if necessary, to engage in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 i.e., direct purchases of sovereign debt.


The point here is that neither of these ECB interventions should have had a large impact if the

problem of peripheral European debtors was one of solvency pure and simple. The fact that they did

have so much impact is prima facie evidence that a substantial part of the interest premium in debtor

nations reflected fear of 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 (pdf 파일 기준)


<통계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들이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What might cause this divergence? A natural answer, again, is to suggest that times of stress were times when investors feared liquidity crises due to the absence of euro lenders of last resort, and that Denmark benefited even though it was pegged to the euro because, unlike euro nations, it retained a central bank able to print money if necessary.


To sum up, then, evidence on interest rates – both from cross-section comparisons and from behavior over time – strongly suggests that the currency regime matters a great deal in determining the likelihood that nations will face crises of confidence over their deb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9 (pdf 파일 기준)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발표자료의 제목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처럼 어떠한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Paul Krugman은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린(borrows in its own currency) 국가의 경우, 자본유입이 급작스레 중단되더라도 정부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재차 강조한다.  


The question we need to ask here is why, exactly, we should believe that a sudden stop leads to a banking crisis.


The argument seems to be that banks would take large losses on their holdings of government bonds. But why, exactly? A country that borrows in its own currency can’t be forced into default, and we’ve just seen that it can’t even be forced to raise interest rates. So there is no reason the domestic-currency value of the country’s bonds should plunge.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25 (pdf 파일 기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가 '재정위기'가 아니라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 crisis) 라면 정책의 대응방향은 달라진다.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 내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채권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각주:9]해왔던 '확장적 재정 · 통화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1. 유럽에서 시행된 긴축정책을 뒷받침한 대표적인 논문이 바로 Kenneth Rogoff, Carmen Reinhart의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그런데 2013년 4월 15일, 유럽긴축정책의 논거를 제공한 이 논문이 오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http://joohyeon.com/145 참고 [본문으로]
  2. 그동안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확장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이에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참고 [본문으로]
  3. '유사하다' 라는 번역은 의역이다;; 실제 원문을 보시면 의미파악을 더 자세히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이에 대해서는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http://joohyeon.com/170 ②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http://joohyeon.com/172 ③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http://joohyeon.com/173 ④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http://joohyeon.com/174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참고 [본문으로]
  5.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5-6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6. <통계1>을 살펴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낮은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이다. Paul Krugman은 일본을 일종의 아웃라이어(an outlier)로 본다. [본문으로]
  7.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7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8. Mario Draghi - "More Europe". http://joohyeon.com/85 2012.07.31. [본문으로]
  9.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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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Posted at 2013. 4. 19. 23:44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4월 15일, 논문 한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 논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을까? 그리고 논문의 제목에 나오는 Reinhart와 Rogoff는 또 누구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유럽 재정위기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 그리스 · 아일랜드 · 포르투갈 ·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


  •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 데이터 출처 : Eurostat 
  • 그래픽 출처 : Wikipedia - "European sovereign-debt crisis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초래하는 경로는 크게 세가지이다. 

  1.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2. 국가경제의 신용이 훼손되어 발생하는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이자 부담 증가
  3. 과도한 정부부채를 본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그 결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과도한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 경제침체,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해답은 정부부채 축소다.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이하 R-R)는 이 논문을 통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일종의 Tipping Point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주요목표가 된다.  



<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25p >


R-R의 논문에 나온 이 표를 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ebt/GDP-이 90% 이상인 Advanced economies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재정긴축Austerity 정책을 시행하는 유럽


유럽의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은 R-R의 주장에 따라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한다. 모든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R-R의 주장에 따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가 바로 R-R의 논문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부위원장인 Olli Rehn은 "중요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부채가 90% 수준에 달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수년간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라고 말했다. Olli Rehn 뿐 아니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인 Paul Ryan 등 재정긴축 정책 옹호론자들은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라고 주장해왔다.


It is widely acknowledged, based on serious research, that when public debt levels rise about 90% they tend to have a negative economic dynamism, which translates into low growth for many years. 

Olli Rehn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에서 재인용



< 그래픽 출처 : 강유덕. "최근 유로존 내 경상수지 격차 축소의 배경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3.01.10. 11쪽>


위 그래프를 보면 2009년-2010년을 기점으로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정부지출 액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지출 삭감 등의 재정긴축을 시행했으니 정부부채가 줄어들고,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대심리confidence가 상승했을까? 아니다. 




※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긴축정책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재정긴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의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데이터 출처인 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그리스는 -6.4%, 스페인은 -1.4%, 포르투갈은 -3.2%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반면, 실업률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012년 10월 기준, 그리스의 실업률은 26.8%, 스페인은 26.6%, 포르투갈은 16.3%의 실업률을 기록한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긴축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출처 : Anti-Austerity Strike in Greece 2011.10.19 >


<출처 : Strikes Against Austerity in Europe 2012.11.14>



무엇이 문제일까?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라서 재정긴축을 시행했는데,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도한 정부부채는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긴축정책은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일 뿐이다. 긴축정책의 효과에 실업문제 해소는 없다. 아니,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정부지출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데, 정부지출을 축소시켰으니 말이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실업률이 문제! 부채에 신경쓰기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 신경써야 한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이 아니라 정부지출 증가, 통화량 공급 확대 등의 확장정책Expansionary Policy을 써야한다.


much of the discussion in Washington had shifted from a focus on unemployment to a focus on debt and deficits.


The strange thing is that there was and is no evidence to support the shift in focus away from jobs and toward deficits. Where the harm done by lack of jobs is real and terrible, the harm done by deficits to a nation like America in its current situation is, for the most part, hypothetical. The quantifiable burden of debt is much smaller than you would imagine from the rhetoric, and warnings about some kind of debt crisis are based on nothing much at all. In fact, the predictions of deficit hawks have been repeatedly falsified by events, while those who argued that deficits are not a problem in a depressed economy have been consistently right.


Paul Krugman. 2012. "But What about the Budget Deficit?". 『End This Depression Now!』. 130-131


경제학자들은 유럽경제위기의 처방으로 긴축정책이 옳으냐, 확장정책이 옳으냐. 

즉, 과도한 정부부채, 채권금리 상승,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vs 높은 실업률과 디레버리징에 의한 수요부족이 문제다 로 나뉘어서 논쟁을 벌여왔다. 




※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논문이 데이터 조작이라면?


그런데 이게 웬걸. 2013년 4월 15일, 한 논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맨 처음에 언급했던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하 HAP)의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라는 논문 때문이다.


HAP는 논문을 통해 "R-R의 2010년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 라고 주장했다. 

R-R의 논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3가지.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가 넘으면서 양(+)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네 국가들의 연도별 데이터 일부가 제외되어 있다.

- 네 국가의 누락된 연도별 데이터를 포함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 이상이던 시절) 네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6% 에서 2.58%로 상승


잘못된 가중치 반영

- 영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를 기록하면서 19년을 보냈고, 이 시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2.4%

- 뉴질랜드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1년을 보내면서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7.6%

- 그렇다면 {(19*2.4)+(1*-7.6)}/20 으로 연도를 가중평균하여 평균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게 정상.

- 그런데 R-R은 그냥 {2.4+(-7.6)}/2 으로 계산함


엑셀 계산 오류

- 엑셀의 30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합쳐 평균을 내야하는데, 45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을 엑셀 계산에서 누락

- 그런데 하필이면, 45~49열에 위치한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6% 이다.


<출처 :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이러한 오류들을 시정하여 계산해본 결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로 드러났다.



<출처 :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




※ R-R의 반론과 HAP의 재반박


세계 경제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던 강력한 논거가 데이터 조작이라고? 

HAP의 주장에 대해 R-R은 다음날(4월 16일)에 즉각 반박글을 올렸다. R-R은 이렇게 반박한다.


  • (어쨌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지 않느냐? 불과 1%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를 기록했던 국가들은 평균 20년 동안 그 상황을 지속했다. 20년 동안의 연도별 경제성장률 1% 차이는 매우 크다.
  •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 과도한 정부부채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다른 논문들에서도 입증되었다.
Note that because the historical public debt overhang episodes last an average of over 20 years, the cumulative effects of small growth differences are potentially quite large. It is utterly misleading to speak of a 1% growth differential that lasts 10-25 years as small.

(...)

By the way, we are very careful in all our papers to speak of “association” and not “causality” since of course our 2009 book THIS TIME IS DIFFERENT showed that debt explodes in the immediate aftermath of financial crises.

(...)

Lastly, our 2012 JEP paper cites papers from the BIS, IMF and OECD (among others) which virtually all find very similar conclusions to original findings, albeit with slight differences in threshold, and many nuances of alternative interpretation..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2013.04.16

  


4월 17일, HAP는 R-R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HAP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의 논문은 낮은 경제성장률이 과도한 정부부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드러내준다.
  •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개인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소비가 줄어든 때에,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은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금융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 정부의 적자지출은 대규모 실업과 싸울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Our evidence shows that one needs to ask these and similar questions, including whether slow growth was the cause or consequence of higher public debt, before we can draw meaningful conclusions.


(...)


Of course, one could say that these were special circumstances due to the 2007-9 financial collapse and Great Recession. Yet that is exactly the point. When the US and Europe were hit by the financial crisis and subsequent collapse of private wealth and spending, deficit-financed government spending was the most effective tool for injecting demand back into the economy. The increases in government deficits and debt were indeed historically large in these years. But this was a consequence of the crisis and a policy tool for moving economies out of the deep recession. The high levels of public debt were certainly not the cause of the growth collapse. 


(...) 


We are not suggesting that governments should be free to borrow and spend profligately. But government deficit spending, pursued judiciously, remains the single most effective tool we have to fight against mass unemployment caused by severe recessions.


Robert Pollin, Michael Ash.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그 사이, Arindrajit Dube는 R-R의 논문 오류에 쐐기를 박는 자료를 내놓는다. 


<출처 :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위에서 언급했듯이, R-R은 반박문을 통해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관계association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일까?"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것일까?"


Arindrajit Dube는 로고프-라인하트의 논문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을 했다. 그 결과가 위에 나온 그래프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과 다음Next 3년간의 경제성장률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간의 경제성장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시피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 간의 경제성장률이 더 유의미한 관계association을 띄었는데, 이는 낮은 경제성장률 → 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Arindrajit Dube는 "GDP가 하락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다. 게다가 실업보험 등 자동안정화 기능을 하는 정부지출은 경제위기시 증가한다." 라고 지적한다.


RR state that they were careful to distinguish between association and causality in their original research. Of course, we would only really care about this association if it likely reflects causality flowing from debt to growth (i.e. higher debt leading to lower growth, the lesson many take from RR's paper).


While it is difficult to ascertain causality from plots like this, we can leverage the time pattern of changes to gain some insight. Here is a simple question: does a high debt-to-GDP ratio better predict future growth rates, or past ones?  If the former is true, i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argument that higher debt levels cause growth to fall. On the other hand, if higher debt "predicts" past growth, that is a signature of reverse causality.


(...)


As is evident, current period debt-to-GDP is a pretty poor predictor of future GDP growth at debt-to-GDP ratios of 30 or greater—the range where one might expect to find a tipping point dynamic. But it does a great job predicting past growth.

 

This pattern is a telltale sign of reverse causality.  Why would this happen? Why would a fall in growth increase the debt-to-GDP ratio? One reason is just algebraic. The ratio has a numerator (debt) and denominator (GDP): any fall in GDP will mechanically boost the ratio.  Even if GDP growth doesn’t become negative, continuous growth in debt coupled with a GDP growth slowdown will also lead to a rise in the debt-to-GDP ratio.


Besides, there is also a less mechanical story. A recession leads to increased spending through automatic stabilizers such as unemployment insurance. And governments usually finance these using greater borrowing, as undergraduate macro-economics textbooks tell us governments should do. This is what happened in the U.S. during the past recession. For all of these reasons, we should expect reverse causality to be a problem here, and these bivariate plots are consistent with such a story.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이러한 사실은 최근 유럽경제위기에서도 드러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안정적이었다. 앞에서 봤던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앞에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강조를 해야하는 건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였다.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각주:1] 문제가 대두되면서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한다.


Arindrajit Dube가 언급했듯, 낮은 경제성장률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높이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


  1. "GDP 대비" 부채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2.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정부지출이 급증한다.

여기에 더해, 유럽경제의 경우 무너질 위기에 처한 금융기업을 구제하느라 공적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포함하면, 2008년을 기점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한 것은 당연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문제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재정긴축 정책을 옹호해왔던 정책결정권자, 정치인, 학자들은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경제위기와 긴축이론을 이용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한다. 




※ 경제학자의 역할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어느 학자의 경제이론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제로 집행된다.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래퍼 곡선Laffer Curve 이론[각주:2]에 의해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세금 인하가 실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때,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의 근본이 문제여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서구 국가들은 "아시아 자체가 문제" 라는 논리로 문제에 접근했고, 경제위기 와중에 고금리 · 재정긴축 · 구조조정 등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물론, 그 당시 한국 금융권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기업은 회계조작이 만연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개혁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고, 대량해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유럽경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렵긴 하지만,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잘못된 논문에 기반해서 재정긴축을 쓴 결과 경제위기 해소는 커녕 실업률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번 양보해서 R-R의 주장처럼 그들이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 간의 인과관계causality가 아니라 단순한 관계association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2011년 미국의 부채천장Debt Ceiling 논쟁 당시,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니 부채감축에 나서야한다 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경제이론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참고자료>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 케네스 로고프와 카메론 라인하트의 2010년 논문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5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 윗 논문을 비판하는 Herndon, Ash, Pollin의 논문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3.04.16.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 HAP의 비판을 반박하는 R-R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7.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 R-R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Ash와 Pollin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HAP의 논문을 요약해놓은 글.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의 뒤바뀐 선후관계를 지적하는 글. R-R의 논문제목을 비꼬아서 "부채 이전 시대의 성장"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Reinhart and Rogoff: your essential reading list". <Financial Times>. 2013.04.17

- R-R 논쟁과 관련 읽을만한 글들을 모아놓은 <Financial Times>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 정치인들에게 긴축을 주문했던 R-R,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긴축정책을 옹호했던 정치인들


Dean Baker. "How Much Unemployment Was Caused by Reinhart and Rogoff's Arithmetic Mistake?". 2013.04.16

- R-R의 논문에 근거한 긴축정책이 끼친 악영향을 비판하는 Dean Baker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The 90% question". <The Economist>. 2013.04.17

-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The Economist>


Paul Krugman. "The Excel Depression". 2013.04.18

- 칼럼을 통해 R-R의 논문을 비판하는 Paul Krugman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 2012년 10월, IMF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가 1 이상" 이라고 말하며 긴축정책을 비판했다. 이를 요약해 놓은 블로그 포스트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 부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드러내주는 글. Paul Krugman의 주장을 요약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2012.10.19

- 1997년 외환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다고 지적하고, 그 당시 IMF의 조치가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화 시켰다는 글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했던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비판하는 글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2012.11.03

-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



  1.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남유럽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독일은 유로화 도입 이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독일의 자본은 남유럽 국가로 유입되면서 남유럽 국가의 부동산가격은 급격히 상승한다. 또한, 단일통화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독일 등과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남유럽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자, 단일통화로 생긴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본문으로]
  2. 가장 어이없는 경제이론. 경제학자들은 래퍼 곡선을 개소리로 취급한다. http:/joohyeon.com/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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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Posted at 2012. 10. 19. 21:30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왜 한국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1개월 사이에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을 나흘째 경신한 결과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104.30원에 교환됐다. 개장 환율은 0.50원 내린 1,105.00원을 기록하고서 1,103.80원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간격을 좁혔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9일 1,077.30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 기준으로는 작년 10월31일의 1,100.00원을 뚫지는 못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8/0200000000AKR20121018162900002.HTML?did=1179m

"`환율 1,000선 붕괴 임박' 13개월 만에 최저점". <연합뉴스>. 2012.10.18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는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자동차 업체는 원화가치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업체나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쌓아둔 기업은 원화가치 상승에 미소를 짓고 있다. 


◇ 항공·여행·면세 '好好' = 환율이 하락하자 항공업계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고전한 항공사들은 최근 환율이 떨어져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 하락이 재무평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73억5천만달러로,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원 변동할 때마다 외화부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항공유 구입비용, 항공기 리스비용이 줄어 87억원 상당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도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정기윤 팀장은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여행사들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면세점도 관광객들의 구매액이 늘며 자연스레 혜택을 볼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경절 특수 기간이 끝난 이 시점에 매출 증가 요인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말 여행 시즌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나 전자업체는 환율 하락을 다른 업종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7/0200000000AKR20121017100700003.HTML?did=1179m

"'환율 급락'에 업종별 명암 엇갈려". <연합뉴스>. 2012.10.17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경제가 환율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무역거래대금 결제와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원화가 아니라 외환-달러, 유로, 엔화 등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통화·금융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Barry Eichengreen, 개발도상국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부담을 일종의 원죄Or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으로 해외차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차대조표 상에서 통화불일치Currency Dismatch가 발생하게 되는데, 환율변동이 부채 규모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자국통화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줄어들지만, 반대로 자국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통화불일치 때문에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항상 신경쓸 수 밖에 없다.


Barry Eichengreen은 "(자국통화가 아닌) 외국통화로 표기된 해외부채는 경제의 안정성, 자본흐름의 불안정성, 환율 관리, 국가의 신용등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다.


If a country is  unable to borrow abroad in its own currency - if it suffers from the  problem that we refer to as "original sin" - then when it accumulates a net debt, as developing countries are expected to do, it will have an aggregate currency mismatch on its balance sheet.


(...)


Alternatively, the government can accumulate foreign reserves to match its foreign obligations.  In this case the country eliminates its currency mismatch by eliminating its net debt (matching its foreign currency borrowing with foreign currency reserves).  But this too is costly: the yield on reserves is generally significantly below the opportunity cost of funds.


(...)


In particular, we show that the composition of external debt - and specifically the extent to which that debt i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 is a key determinant of the stability of output, the volatility of capital flows, the management of exchange rates, and the level of country credit ratings. We present empirical analysis demonstrating that this "original sin" problem has statistically significant and economically important implications, even after controlling for other conventional determinants of macroeconomic outcomes. We show that the macroeconomic policies on which growth and cyclical stability depend, according to the conventional wisdom, are themselves importantly shaped by the denomination of countries' external debt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8

  •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가 자국통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는 전체부채 중 2.7%에 불과하다.
  • 반면,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68.3%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The Pain of Original Sin


이러한 원죄Original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떠한 고통Pain을 안겨줄까?


  1. 환율변동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상환능력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2.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이 제한되게 된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외채부담이 커진다. 채무국은 통화확장정책으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3.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4. 다른 국가의 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도 제한하게 된다.
  5. 이 모든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신용등급을 낮추는 영향을 끼친다.

4. The Pain

Original sin has important consequences. Countries with original sin that have net foreign debt will have a currency mismatch on their national balance sheets.  Movements in the real exchange rate will then have aggregate wealth effects. This makes the real exchange rate a relevant price in determining the capacity to pay. Since the real exchange rate is quite volatile and it tends to depreciate in bad times, original sin  significantly lowers the creditworthiness of a country. Moreover, the wealth effects limit the effectiveness of monetary policy, as expansionary policies may weaken the exchange rate, cause a reduction in net worth and will thus be either less expansionary or even contractionary. This renders central banks less willing to let the exchange rate move, and they respond by holding more reserves and aggressively intervening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 or adjusting short-term interest rates. The existence of dollar liabilities also limits the ability of central banks to avert liquidity crises in their role as lenders of last resort. And, dollar-denominated debts and the associated volatility of domestic interest rates heighten the uncertainty associated with public debt service, thus lowering credit rating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15-16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원죄Original Pain은 채무국의 상환능력Solvency의 불확실성도 키운다.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자국통화가 아닌 다른 나라의 통화로 표기된) 단기외채 때문이었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부족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의 위기가 국내적 금융위기로 끝나지 않고 외환위기가 된 것은 단기 외채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본시장 개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본 시장 개방에 있어서 매우 점진적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은행에게 무역관련 금융과 해외지사 단기차입을 허용하자 재벌이 그것을 이용하여 금리가 낮은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하였다(함준호, 2007; Wang, 2001). 이 과정에서 차입자인 재벌과 은행의 위험관리에 대한 개념이 미약하였고, 정부의 금융 감독 시스템도 미비 상태였다.


(...)


이 대목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많은 문헌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가 1997년  8월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급 보증을 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갖는 의미다. 국내 구조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한 후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난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왜 민간부문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제능력(solvency)과 유동성(liquidity)의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불건전성이 아니라 지급보증을 한 민간의 단기외채에 비해 정부(한국은행)가 가진 외화준비금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표2>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의 사정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의 문제는 결제능력부족(insolvency)이 아니라 유동성부족(inliquidity)이었다.


이제민. 2007.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 해결과정과 결과". 『경제발전연구 제13권 제2호』. 7-8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치솟았고 정리해고가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여졌다. IMF 체제를 겪은 국민들은 IMF라면 진저리를 첬고, 따라서 또 다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 주요목표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은 유동성부족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평상시에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아놓으면 된다. 외환보유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수출 증가이다. 원죄Original Sin를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이고 이를 미국 채권 형태로 보유해 외환보유를 늘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재투자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Martin Feldstein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조치가 개발도상국이 생산적인 재투자 대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The desire to keep out of the IMF'S hands will also cause emerging-market economies to accumulate large foreign currency reserves. A clear lesson of 1997 was that countries with large reserves could not be successfully attacked by financial markets. Hong Kong, Singapore, Taiwan, and China all have very large reserves, and all emerged relatively unscathed. A country can accumulate such reserves by running a trade surplus and saving the resulting foreign exchange. It would be unfortunate if developing countries that should be using their export earnings to finance imports of new plants and equipment use their scarce foreign exchange instead to accumulate financial assets.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March/April.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낳은 글로벌 불균형


개발도상국이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선택한 수출 주도 전략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을 심화시켰다. 


<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1. "Slowing Growth, Rising Risk". 『World Economic Outlook』 Sep. page 25 >

  • 중동의 산유국·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독일·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무역흑자를 달성한 국가들은 미국 채권 구입의 형태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
  • 막대한 자본유입을 받은 미국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린다.
  • (경제는 소비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경제 시스템 내에서 미국은 최종소비국가로서 역할을 하게된다.
  • 즉, 세계경제가 미국의 소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現 FRB 의장인 Ben Bernanke는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불러온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각주:1]이 글로벌 불균형과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각주:2]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수출주도 전략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신흥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출국가international lenders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신흥국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향하게 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미국 부동산가격은 어느순간 하락을 하게 되고, 부동산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Sub Prime Mortgage 사태가 발생한다.    

In response to these crises, emerging-market nations either chose or were forced into new strategies for managing international capital flows. In general, these strategies involved shifting from being net importers of financial capital to being net exporters, in some cases very large net exporters. 

(...)

According to the story I have sketched thus far, events outside U.S. borders--such as the financial crises that induced emerging-market countries to switch from being international borrowers to international lenders--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evolution of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with transmission occurring primarily through endogenous changes in equity values, house prices, real interest rates, and the exchange value of the dollar.



Raghuram Rajan 또한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위기를 일으킨 폴트라인Fault Line[각주:3]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수출 지향적 성장국들-는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닌 무역 흑자를 목표로 수출 전략을 강화했다. 무역 흑자를 통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무역 흑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과감하게 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삭감으로 과거에 투자와 관련해 직면하곤 했던 투자 붐과 붕괴 사이클을 피해갈 수 있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이와 같은 안전 위주 전략은 세계 나머지 국가의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국가가 수출 지향적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나서자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이들 수출국 상품에 대한 수요 부담 압력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앞장에서 이미 설명했던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문제점, 즉 수출과 내수 사이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의 수출 강화 노력으로 이들 국가의 외환 보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 외환은 투자처를 찾아 세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 채권국으로 변신한 수출국 자금이 가장 이상적인 후보로 생각한 국가는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이었다.


(...)


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기에 접어들면,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 지향적 성장국은 특히 타격을 받는다. 2001년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이들 수출국은 내수 부양책 도입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이들 수출 지향국이 믿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경기 후퇴가 도래하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인 부양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계의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의 엔진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미국에 묻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이 끌고 가야 할 부담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여러 면에서 지치고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라구람 G. 라잔. 2011. 『폴트라인』. 168-205




※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

이에 대한 Paul Krugman의 비판


그럼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개발도상국의 원죄도 사라지고, 외환 보유고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글로벌 불균형도 없어질 수 있다. Robert Mundell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을 주창했었다. 국가들이 서로 인접해있고, 상호간에 무역거래가 많고, 각국 간에 노동이동이 활발한다면 이들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 이라는 것이다. 단일통화 도입으로 환율 급등락의 비용을 줄인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으로 유로화가 탄생하였다. Robert Mundell은 '유로화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에 노벨경제학상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는 불가능하다. 단일 통화 체제가 낳은 결과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이다. 단일통화체제를 선택한다면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 현재 그리스·스페인 등의 남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이냐 변동하는 환율이냐에서 선택한 건 변동하는 환율이었다.


Paul Krugman은 쉬운 설명을 통해 단일통화체제가 왜 불가능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제통화체제는 왜 확립되지 않았을까?


옛날 옛적에 세계는 단일통화를 갖고 있었다. 이 통화의 이름은 '글로보'였다. 관리 체계도 매우 훌룡했다. 앨런 글로브스펀 의장이 지휘하는 글로벌준비은행(줄여서 '글로브'라고 햇다)은 세계가 경기후퇴 국면으로 들어설 위험이 보이면 글로벌 통화의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이면 공급을 줄이는 등 멋지게 직무를 수행했다. 훗날 글로브의 시대를 황금기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기업인들이 이 체제를 좋아했는데, 세계 어디서든 별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원에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글로보를 신중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큰 틀의 세계에서는 경기의 파도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통화정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불황의 먹구름이 끼자 글로브는 돈의 양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북미에서는 엄청난 투기 붐이 일기도 했다. 또 북미의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줄이자 남미의 불경기가 악화되었다. 대륙별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정부들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이 체제가 깨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고, 각 나라는 글로보 대신에 독자적인 통화를 도입했다. 그리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는 쪽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널뛰기하는 환율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어떤 환율, 예를 들어 라티노와 유로의 환율은 무역상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유럽의 상품을 사려는 남미 사람은 라티노를 유로로 바꾸어야 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외환시장은 주로 투자자들,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통화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쥐락펴락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투자 수요는 투기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통화가치 역시 불안해졌다. 더 나아가 이들은 통화 자체의 가치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환율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기업환경은 불확실해졌으며,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과 부채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없었다.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투기꾼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즉 자본이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제 각 대륙은 세 가지 통화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런데 이 셋은 저마다 심각한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독자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환율변동을 감수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을 택하면 경기후퇴와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신에 기업 활동 환경에 불확실성이 조성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니면 환율을 고정시킨 후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면 기업활동은 더 편하고 안전해지겠지만 억지춘향식 단일통화정책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질 게 뻔했다. (...)


지금까지 살펴본 가상의 역사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각 국가들이 직면한 '3각 딜레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거시경제 관리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그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재량권을 원한다. 경기후퇴를 막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그들은 안정된 환율을 원한다. 그래야 기업이 너무 큰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유로운 국제 비즈니스를 원한다. 민간 부문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원하는 외환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글로보와 그 소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룰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잘해야 두 가지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자유롭게 변동하는 환율제도만이 남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변동환율제를 그래도 세 가지 악 가운데 최선으로 여기게 되었다.


폴 크루그먼. 2009. "부적절한 정책". 『불황의 경제학』. 133-139


그리고 Paul Krugman은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유럽 국가들은 무역의 60%를 상호간에 하고 있었고 유럽통합을 위해 동질성을 키웠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지역처럼 보일 수 있다. Paul Krugman은 그러나 유럽 국가내에 노동 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재정통합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불황에 빠진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를 이용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노동이동이 자유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화량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임금의 실질가치를 낮춰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Internal Devaluation 이라 한다.) 그런데 노동이동이 자유롭지 않은데 인플레이션 유발을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마저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유럽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어 있었다면 독일의 재정으로 그리스 등의 남유럽을 도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경제위기에 처했을때, 플로리다 주·워싱턴 주 등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그러나 유럽은 국가 간의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 그 부작용을 지금 겪고 있다.


On this score, Europe looked good: European nations do about 60 percent of their trade with one another, and they do a lot of trade. On two other important criteria, however-labor mobility and fiscal integration-Europe didn't look nearly as well suited for a single currency.


Labor mobility took center stage in the paper that started the whole optimum currency area field, written by the Canadian-born economist Robert Mundell in 1961. A rough synopsis of Mundell's argument would be that the problems of adjusting to a simultaneous boom in Saskatchewan and slump in British Columbia, or vice versa, are substantially less if workers move freely to wherever the jobs are. And labor does in fact move freely among Canadian provinces, Quebec excepted; it moves freely among U.S. states. It does not, however, move freely among European nations. Even though Europeans have since 1992 had the legal right to take work anywhere in the European Union, linguistic and cultural divisions are large enough that even large differences in unemployment lead to only modest amounts of migration.


The importance of fiscal integration was highlighted by Princeton's Peter Kenen a few years after Mundell's paper. To illustrate Kenen's point, consider a comparison between two economies that, scenery aside, look quite similar at the moment: Ireland and Nevada. Both had huge housing bubbles that have burst; both were plunged into deep recessions that sent unemployment soaring; in both there have been many defaults on home mortgages.


But in the case of Nevada, these shocks are buffered, to an important extent, by the federal government. Nevada is paying a lot less in taxes to Washington these days, but the state's older residents are still getting their Social Security checks, and Medicare is still paying their medical bills-so in effect the state is receiving a great deal of aid. Meanwhile, deposits in Nevada's banks are guaranteed by a federal agency, the FDIC, and some of the losses from mortgage defaults are falling on Fannie and Freddie, which are backed by the federal government.


Ireland, by contrast, is mostly on its own, having to bail out its own banks, having to pay for retirement and health care out of its own greatly diminished revenue. So although times are tough in both places, Ireland is in crisis in a way that Nevada isn't.


And none of this comes as a surprise. Twenty years ago, as the idea of a common European currency began moving toward reality, the problematic case for creating that currency was widely understood. There was, in fact, an extensive academic discussion of the issue(in which I was a participant), and the American economists involved were, in general, skeptical of the case for the euro-mainly because the United States seemed to offer a good model of what it takes to make an economy suitable for a single currency, and Europe fell far short of that model. Labor mobility, we thought, was just too weak, and the lack of a central government and the automatic buffering such a government would provide added to the doubts.


Paul Krugman. 2012. "Eurodammerung". 『End This Depression Now!. 171-173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 연설 원문. [본문으로]
  3. 폴트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Raghuram Rajan은 여러 요인이 폴트라인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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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Draghi - "More Europe"Mario Draghi - "More Europe"

Posted at 2012. 7. 31. 01:13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www.ecb.int/press/key/date/2012/html/sp120726.en.html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 2012.07.26


"The last summit was a real success because for the first time in many years, all the leaders of the 27 countries of Europe, including UK etc., said that 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

When people talk about the fragility of the euro and the increasing fragility of the euro, and perhaps the crisis of the euro, very often non-euro area member states or leaders, underestimate the amount of political capital that is being invested in the euro.

And so we view this, and I do not think we are unbiased observers, we think the euro is irreversible. And it’s not an empty word now, because I preceded saying exactly what actions have been made, are being made to make it irreversible.

But there is another message I want to tell you.

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유럽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또 유럽통합의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럽이 Political Union 결성에 성공한다면....

며칠 전,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인 Mario Draghi의 이 선언은 역사에 남을 듯.

Mario Draghi 총재의 이 선언 직후, 유럽 금융시장은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얻은 상태.

거의.. 선동문 역할을 하고 있는 Draghi 총재의 선언..


PS

물론, '더 강한 통합'은 달성하기 쉽지 않다.
달성하기 어려운 유럽의 Political Union.

"Euro EUphemism". <Economist>. 2012.07.28

"Europe’s political union is an idea worthy of satire". <FT>. 2012.07.29


PS 2

Mario Draghi 총재의 선언을 보고 칼럼을 남긴 Paul Krugman

"Crash of Bumblebee". <NYT>. 201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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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 '더 강한 통합'은 가능할까?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 '더 강한 통합'은 가능할까?

Posted at 2012. 7. 27. 01:08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http://www.economist.com/blogs/freeexchange/2012/07/euro-crisis-6?fsrc=scn%2Ftw_ec%2Fthe_origins_of_money_and_saving_the_euro
"The origins of money, and saving the euro". <Economist>. 2012.07.25


"The key relationship in the C team model is the centrality of the link between political sovereignty and fiscal authority on the one hand and money creation, the mint and the central bank on the other. 

A key fact in the proposed Euro system is that the link is to be weakened to a degree rarely, if ever, known before. … 

There is to be an unprecedented divorce between the main monetary and fiscal authorities … the C team analysts worry whether the divorce may not have some unforeseen side effects.

The logical conclusion from this is not a new idea: the euro area needs greater fiscal integration. But the reason is different. It is not because Greece and Spain spoiled a perfect plan with their profligacy. It is because the euro enshrines the divorce of fiscal and monetary power."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은 "돈 만드는 곳 따로, 돈 쓰는 곳 따로" 라는 점.
(돈 버는 곳이 아니라 돈 '만드는 곳')

유럽국가들이 유로존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
"더 강한 통합" : politic union→fiscal union→bank union


그런데 유럽에서 가장 강하고 큰 경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독일'이라는 게 함정. 

다른 유럽국가들은 제2차세계대전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독일의 '재정간섭'을 '주권침해'로 인식. 

'더 강한 통합'이 해결책인 것은 알지만 그게 현실화 될 수 있을까?


 다른 유럽국가들이 '독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 재미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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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Posted at 2012. 7. 25. 01:02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news.donga.com/Economy_List/3/01/20120724/48022761/1

"수백억 주문 받고도 30억 대출 못받아 부도날 뻔". <동아일보>. 2012.07.25


"최근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져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끊어지다시피 한 중소기업의 돈줄은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2010년에 비해 30.3%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0.6%포인트 높았다.

주식과 채권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6월 주식 및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대기업이 29조524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6%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3389억 원으로 79.7% 급감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감소 폭이 대기업의 약 4배에 이른 것이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지난해까지 수출 호황으로 충분한 사내유보금을 확보한 대기업은 올 들어 경기악화로 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감소한 것이어서 중소기업과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극심한 소비 감소로 운전자금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어제 이야기했던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차입금으로 자산을 늘려왔던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은행들은 차입금 상환과 리스크 관리에 힘쓰게 되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 또는 중소기업"의 차입금 상환을 독촉하거나 대출을 자제하게 되는데, 

이는 더 큰 경제불황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



PS


자산 대비 부채 비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산상승 시기에는 부채비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산상승 속도에 비해 차입금 증가 속도가 느리기 때문. 

그러나 자산하락 시기에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중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권의 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되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자산가격 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만다.


현재 유럽재정위기를 두고,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문제는 경제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규모는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눈더미처럼 불어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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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huram Rajan - 과도한 노동자 보호가 경제위기의 원인?Raghuram Rajan - 과도한 노동자 보호가 경제위기의 원인?

Posted at 2012. 7. 12. 22:59 | Posted in 경제학/2008 금융위기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is-inequality-inhibiting-growth-
Raghuram Rajan. "Is Inequality Inhibiting Growth?". <Project Syndicate>. 2012.07.10

최근 Joseph Stiglitz가 『The Price of Inequality: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라는 책을 내면서, "소득불균형"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price-of-inequality
Joseph Stiglitz. "The Price of Inequality". <Project Syndicate>. 2012.06.05
→ 이것을 번역해서 실은 <조선일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8/2012060801419.html
"소득 불균등<inequality> 늪에 빠진 미국…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조선일보>. 2012.06.08 )

Joseph Stiglitz는 "부가 상위 1%에게 쏠렸기 때문에" 소득불균형이 발생했고, 이러한 불균형이 유효수요를 줄여 "경제위기를 만들어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Raghuram Rajan은 "소득불균형의 원인을 노조 약화, 부자 감세anti-worker, pro-rich policies 으로 돌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反노동, 親부자 정책이 경제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은 유럽경제위기 원인으로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노동유연성, 임금억제 정책을 도입했던 독일이,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나은 경제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소득불균형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Raghuram Rajan은 "경쟁의 격화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소득불균형의 원인으로 들고 있다. 경쟁&새로운 기술은 "반복업무를 하지 않는 highly skilled, talented, and educated workers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미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자동화되거나 외국으로 보내졌다."

경쟁&새로운 기술을 소득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이것이 "유럽의 노동자 보호 정책과 결합하면서 (미국과 비교해) 더 낮은 성장과 더 많은 실업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독일은 "노동유연성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채택하면서 "더 많은 수출과 높은 GDP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탈규제와 부의 편중"이 소득불균형을 만들어낸 미국은 "교육과 기술숙련"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지만, "유럽은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록 이것이 "미국 스타일의 소득불균형"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노동유연성과 경쟁의 강조가 만들어준) 경제성장이 소득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조개혁을 회피하고 평등주의의 길을 선택한다면 유럽경제는 더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Raghuram Rajan의 주장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예~전에 내가 올린 글 참고.
http://peopleeco.com/49



PS


저번에도 말했지만, 2008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위기는 오히려 "미국 경제의 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통화정책, 재정정책 사용 불가-이 현재 유럽경제 회복을 막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결함이 없었더라도 유럽경제가 회복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


즉, 이전부터 저성장의 길을 걸었던 유럽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제기인데, 위기를 벗어날만한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Forbes> 선정한 'The World's Biggest Public Companies' 랭킹의 대다수를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건, 많은 것을 알려준다.

http://www.forbes.com/global2000/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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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Posted at 2012. 6. 14. 20:34 | Posted in 경제학/일반



현재 유럽에서는 부실채권을 지닌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구제금융이 행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Hans-Werner Sinn과 Paul Krugman은 이러한 구제금융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논리는 완전히 다른데..

(Paul Krugman은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알테고, Hans-Werner Sinn은 유럽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경제학자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도서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http://www.nytimes.com/2012/06/13/opinion/germany-cant-fix-the-euro-crisis.html
Hans-Werner Sinn. "Why Berilin Is Balking On Bailout?" - Germany can't fix the Euro crisis. <NYT>. 2012.06.12

Hans-Werner Sinn은 구제금융이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손실을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지키지 않고 채권자의 손실을 "사회화" 한다면, 미래에도 자신의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 줄 것이라고 채권자는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주니깐) 투자를 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하지 않게 되고,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된다.

(Moreover, a bailout doesn’t make economic sense, and would likely make the situation worse. Such schemes violate the liability principle, one of the constituting principles of a market economy, which holds that it is the creditors’ responsibility to choose their debtors. If debtors cannot repay, creditors should bear the losses.

If we give up the liability principle, the European market economy will lose its most important allocative virtue: the careful selection of investment opportunities by creditors. We would then waste part of the capital generated by the arduous savings of earlier generations. I am surprised that the president of the world’s most successful capitalist nation would overlook this.)


(Even a European nation, however, should not socialize debt, a lesson demonstrated by the United States in the 19th century.

When Secretary of the Treasury Alexander Hamilton socialized the states’ war debt after the Revolutionary War, he raised the expectation of further debt socialization in the future, which induced the states to over-borrow. This resulted in political tensions in the early 19th century that severely threatened the stability of the young nation.

It took the experience of eight states and territories going bankrupt in the 1830s and 1840sfor the United States to shed socialization. Today no one suggests bailing out California, which is nearly bankrupt but is expected to find its own solutions.)



또한, Hans-Werner Sinn은 미국 등 여러나라가 유럽경제위기 해결에 있어 독일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도움을 기억하고 따라서 그것을 되갚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그리스가 받았던 구제금융 혜택과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혜택을 비교하면, 그리스는 이미 과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독일은 더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Hans-Werner Sinn이 독일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Some critics have argued that Germany, having benefited from the Marshall Plan, now owes it to Europe to undertake a similar rescue. Those critics should look at the numbers.

Greece has received or been promised $575 billion through assistance efforts, including Target credit, E.C.B. bond purchases and a haircut after a debt moratorium. Compare this with the Marshall Plan, for which Germany is very grateful. It received 0.5 percent of its G.D.P. for four years, or 2 percent in total. Applied to the Greek G.D.P., this would be about $5 billion today.

In other words, Greece has received a staggering 115 Marshall plans, 29 from Germany alone, and yet the situation has not improved. Why, Mr. Obama, is that not enough?)



http://www.nytimes.com/2012/06/11/opinion/krugman-another-bank-bailout.html?_r=1&smid=tw-NytimesKrugman&seid=auto
Paul Krugman. "Another Bank Bailout". <NYT>. 2012.06.10

Paul Krugman은 좀 다른 맥락에서 구제금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은행을 살리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Paul Krugman은 왜 "은행만"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경제는 침체상태고, 실업률은 치솟고, 은행은 위기에 빠져있는데, 정부는 "실업자"가 아니라 오로지 "은행만" 구제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In fact, the whole story is starting to feel like a comedy routine: yet again the economy slides, unemployment soars, banks get into trouble, governments rush to the rescue — but somehow it’s only the banks that get rescued, not the unemployed.)

(What’s striking, however, is that even as European leaders were putting together this rescue, they were signaling strongly that they have no intention of changing the policies that have left almost a quarter of Spain’s workers — and more than half its young people — jobless.)

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한국인들도 이러한 비판을 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실업상태에 빠졌는데 왜 "은행"과 "기업"만 국가의 도움을 받느냐는 것이다. 국가의 도움으로 은행과 기업이 살아날지는 몰라도, 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aul Krugman은 (늘 그래왔듯이) 긴축정책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을 하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률은 낮은 상태이고, 기대 인플레이션마저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확장정책을 써야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다. EU의 고위관료들은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임금삭감"을 의미한다. 


긴축정책이 위기 해결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가정경제와 한 국가의 경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계에 빚이 많을 경우, 소비를 줄여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국가 차원에서는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너의 지출이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이 너의 소득"이라는 것이다. 
-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부채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지출을 줄일 경우, 모두의 소득이 나빠지고 부채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The answer is that an economy is not like an indebted family. Our debt is mostly money we owe to each other; even more important, our income mostly comes from selling things to each other.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So what happens if everyone simultaneously slashes spending in an attempt to pay down debt? The answer is that everyone’s income falls — my income falls because you’re spending less, and your income falls because I’m spending less. And, as our incomes plunge, our debt problem gets worse, not better.)


그리고 일요일에 있을 그리스 총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와중에 총선 승리가 유력한 급진좌파연합 Syriza당의 대표 Alexis Tsipras가 <Financial Times>에 기고를 했다.

http://www.ft.com/intl/cms/s/0/4c44a296-b3b3-11e1-a3db-00144feabdc0.html#axzz1xl8YEw7N
Alexis Tsipras. "I will keep greece in the Euro zone". <Financial Times>. 2012.06.12


Tsipras는 Syriza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긴축정책이 아니라 "성장과 재건설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he people of Greece want to replace the failed old memorandum of understanding -as signed in March with the EU and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ith a “national plan for reconstruction and growth”. This is necessary both to avert Greece’s humanitarian crisis and to save the common currency.)



뭐... 언젠가는 유럽경제위기가 해결되겠지만... (언젠가는!) 
현재 세계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왜 독보적인 기업의 성공이 국내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가? 

-"Why the success of prominent companies has not translated into a large numbers of domestic jobs?"- 라는 문제.

왜 사람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는가 라는 문제.

이것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한명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Joseph Stiglitz는 최근 『The Price of Inequality: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라는 책을 내면서 "불평등"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 <Project Syndicate>에 기고를 했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번역하여 보도했다.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price-of-inequality
Joseph Stiglitz. "The Price of Inequaility". <Project Syndicate>. 2012.06.05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8/2012060801419.html
"소득 불균등<inequality> 늪에 빠진 미국…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조선일보>. 2012.06.08

중요 부분만 발췌한다면



초고소득층의 행위는 지대 추구(rent-seeking) 행위의 부적절성을 보여준다. 어떤 CEO는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부를 획득했고, 일부는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악용했다. (...)

'고소득층을 더욱 부자로 만들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본다'는 '낙수 경제'(trickle-down economics)의 효과가 티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 측면에서 1997년보다 가난해졌다. 성장의 이익이 모두 초고소득층에 돌아간 것이다.


미국의 불균등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중산층과 빈곤층이 불평할 근거가 별로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산층과 빈곤층이 가져가는 파이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 맞지만, 부유층과 초부유층의 공헌 덕분에 파이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미국은 부유층·중산층·빈곤층의 소득이 함께 증가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 동안의 성장률이, 각 계층의 소득이 다르게 움직인 1980년 이후보다 훨씬 높다. (...)

불균등의 원천을 이해한다면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대 추구는 경제를 왜곡한다. 물론 시장의 힘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장은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 선거 자금 모금 캠페인이나 정부와 기업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가 횡행하는 상황에선, 정치는 결국 돈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에 대한 책임은 면책해 주는 반면 학자금 대출 탕감을 허용하지 않는 파산법은 은행가(家)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빈곤층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돈이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국가에서 이런 법률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불균등 증가가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시장경제 국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어떤 국가는 불균등성까지 줄이고 있다.

불균등 개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국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불균등은 성장률 저하와 효율성 저해로 이어진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인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에 속하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확대를 원하지 않으며 강한 정부가 소득을 재분배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부유층은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이려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사회기반시설, 교육, 기술에 대한 저투자를 초래해 성장 엔진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은 기본적인 사회적 지출 감축과 높은 실업에 따른 임금 하락 압박을 초래해 불균등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연합(UN)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불균등성이 경제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균등성이 국가의 가치와 정체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 부유층만 정의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가 됐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주택 압류 위기 때 명백하게 드러났다. 미국은 이제 기회의 땅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불균등이 지속돼선 안 되며, 지금이라도 '아메리칸 드림' 회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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