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Posted at 2017. 6. 3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현실을 설명해내는 솔로우 모형

앞서 두 편의 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현실세계 적용 가능성[각주:2]을 살펴봤습니다. 이론은 그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전 내용을 잠깐 다시 복습해 보도록 합시다.

솔로우 모형은 생활수준 향상을 꾀하려면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 수준(level)도 높아집니다. 

이때,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이 한 단위 더 투입될 때마다, 생산량 증가분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이죠. 아직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들고 따라서 성장률도 점점 하락합니다. 결국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하면 성장률은 0%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혹은 요소투입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줍니다.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솔로우 모형은 1980~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개국은 1980년대부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기적'(growth miracle)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이 성장기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요소축적'(factor accumulation) 덕분이었습니다. 경제활동 참가 증대를 통한 노동투입 증가, GDP 대비 투자비중을 늘린 자본투입 증가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생산성 향상 없이 요소축적에만 의존한 경제구조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결국 동아시아 4개국은 성장률이 점점 저하되다가 1997 외환위기를 맞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진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습니다.

(주 :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학문적으로 잘못된 설명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단순한 성장률의 점진적 저하를 말할 뿐 입니다. 반면, '위기'(crisis) 라는 개념은 잠재성장률이 영구히 손상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1997 외환위기[각주:3]는 낮은 생산성 등이 초래한 기초여건(fundamental)의 문제가 아니라, 고정환율제도 · 무리한 금융시장개방 등의 단점이 결합된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 였을 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소축적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우려를 자아냈던 상황에서 동아시아가 결국 위기를 맞게 되자,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


앞서 두 편의 글은 '자본축적의 역할'과 '외생적인 기술진보의 필요성'이 현실에서 나타난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해내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볼 겁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중요한 가정 2가지는 바로,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전세계에 동일하게 주어진 기술진보율'(=기술은 공공재, public good)입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똑같은 이유는, 한 국가에서 개발된 뛰어난 기술이 다른 나라에 빠르게 확산(diffusion)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은 '모든'(비배제성) 국가가 '동일'(비경합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입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현실경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성장률 격차의 패턴'(transitional dynamics)  입니다.

 


수렴현상 (convergence) 

-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의 수렴


: 수렴현상이란 말 그대로 동일한 지점으로 모여든다는 의미입니다. 솔로우 모형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수렴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는 수준이 같아지는 것(=level이 같아짐), 또 다른 하나는 성장률이 같아지는 것(=growth가 같아짐) 입니다. 쉽게 말해, 모든 국가의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과 경제성장률(growth rate)이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계속 반복하지만)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여 결국 정상상태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성장률 격차의 패턴 (transitional dynamics) 

-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높은 성장률


: 그럼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면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르지 않을까요? 네. 다릅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글의 맨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합니다. 다르게 말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른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또한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술이 공공재가 아니라면 즉 한 국가가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본축적 정도와 상관없이 더 나은 기술을 가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를 겁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오직 '자본축적 정도' 및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결정 짓습니다.


이때,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채, 정상상태로 향해가는 모습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로 '전이경로'를 지목합니다.


그럼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같은 수렴현상 및 성장률 차이의 패턴이 나타날까요?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모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글에서 이를 알아봅시다.




※ 윌리엄 보몰이 발견한 '수렴현상'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학계 내에서는 '경제성장이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급격한 경기변동(fluctuation)의 시대가 끝나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상태가 운영됐기 때문이죠. 또한, 경제학에 합리적기대 가설이 등장하면서, "경기변동을 애써 제어하는 것보다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경제성장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핀 논문이 1986년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쓴 <생산성 성장, 수렴, 그리고 후생 : 장기통계가 보여주는 것>(<Productivity Growth, Convergence, and Welfare: What the Long-Run Data Show>) 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이 논문을 통해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나타나는 지를 탐구했습니다. 결국 이 논문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며, 성장률 차이에는 일정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봐야할 흥미로운 사실도 제시하였고,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이 논문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봅시다.


  • Baumol(1986)
  •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 추세
  •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호주


윗 그림은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per work-hour GDP)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 : 이전글[각주:5]에서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은 '생산성 수준'(productivity)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는데요. 근로시간당 GDP 또한 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870년(X축 앞부분)에 큰 격차를 보였던 선들이 1980년(X축 뒷부분)에는 하나로 모여가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30년전 논문이라 그래프가 오늘날처럼 예쁘지 않죠; 


여기에 나오는 국가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입니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1870년 대비 1980년까지, 국가별 생산성은 각각 영국(585%), 미국(1,080%), 이탈리아(1,225%), 일본(2,480%)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 1870년에 국가별로 큰 격차를 보이던 생산성은 1980년 동등한 수준(level)까지 수렴(convergence) 했습니다. 


▶ 또한, 1870년 당시 이미 강대국이었던 영국에 비해, 그때부터 발전을 시작한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먼 일본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턴이 나왔습니다. 


▶ 여기에더해, 이후 이들 국가는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growth의 수렴'도 보여줍니다.


  • Baumol(1986)
  • X축은 1870년의 근로시간당 GDP 수준, Y축은 1870~1979년의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을 보면,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X축은 1870년의 생산성 수준, Y축은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다시피, 1870년에 생산성 수준이 낮았던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우하향 하는 상관관계가 보입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알려주는 바는?

- 솔로우 모형은 또다시 현실을 올바로 설명


윌리엄 보몰은 위에 나타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두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번째로 오직 하나의 변수(only one variable), 즉, '1870년 당시의 생산성 수준'이 성장률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국가가 시장경제를 가졌는지 · 투자율이 높은지 · 어떠한 정책을 썼는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국가들은 그저 이미 운명처럼 정해진 위치로 향했습니다.(Whatever its behavior, that nation was apparently fated to land close to its predestined position in Figure 2.)


두번째로, 가장 경제성장 정도가 높았던 국가에서부터 다른 국가로 파급된 영향이 매우 컸다고 말합니다. 


주도국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에 성공하고 투자를 단행하면, 이것이 다른 국가로 전달되어 생산성 성장을 공유(sharing of productivity growth) 했기 때문입니다. 뒤에 위치한 국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거나 모방하여 급격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모방은 큰 성과를 냈으며, 주도국의 직접투자 및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수렴현상'(convergence)을 만들어 냈습니다. 


윌리엄 보몰의 이같은 분석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 였습니다. 보몰의 연구는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공공재 이기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라고 해서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전파되어 성장률 격차만 좁혀집니다. 성장률 차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변수'인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만 중요할 뿐입니다.


또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국가들은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1870년에는 큰 격차를 보이던 영국과 일본은 1980년 들어 결국 동등한 수준의 생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다시 한번 현실을 올바로 설명해 냈습니다.




※  정말.... 그럴까?


그런데... 정말로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올바로 설명한 것일까요?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의 예시로 영국 · 미국 · 일본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도 여전히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저개발국도 많습니다.


윌리엄 보몰은 샘플이 된 국가를 좀 더 늘려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살펴봤습니다. 앞서의 예시는 이미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7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 Baumol(1986). 샘플을 72개 국가로 넓힘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은 72개 국가의 경제성장 수준과 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X축은 1950년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사이의 연간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앞서의 그림은 '우하향하는 관계', 즉 과거 수준이 낮았을수록 성장률이 높았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났지만, 윗 그림은 비교적 불명확 하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윗 그림에서 넓은 5각형 모향으로 연결된 선은 미국 · 영국 · 일본 등이 들어간 기존 16개 국가입니다. 좁은 5각형 모양은 소련 · 중국 등 계획경제 국가들이죠.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이 원점 근처에 몰려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택하고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하향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계획경제 국가들 내에서도 우하향이 드러나죠.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 내에서는 과거 GDP 수준과 성장률 간의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국가들 내에서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본 윌리엄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만약 일부 국가에서 기술을 모방할 능력이 없거나, 첨단 기술을 모방하더라도 이를 적용할 첨단 산업이 부재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수렴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일부 '수렴그룹 내부'에서만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르다

- '조건부' 수렴의 개념


윌리엄 보몰은 1986년 논문에서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 혹은 '수렴현상이 전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연구하였고,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발전된 설명은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를 수 있다"(different steady state) 였습니다. 


만약 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 감가상각률이 다르다면 당연히 정상상태도 서로 다를 겁니다. 이때, 여러 국가들은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게 됩니다.


한번 예를 들어보죠. A 국가가 1인당 자본 축적을 계속 진행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의 정상상태는 다른 국가와는 다릅니다. A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100일때가 정상상태이나, 저축율이 더 높은 B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200일 때가 정상상태 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은 조금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앞서 배웠던 솔로우 모형[각주:6]과 이번글에서 전제로 했던 것은 '국가별로 동일한 정상상태' 였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은 저개발 국가일수록 당연히 성장률이 더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개발국의 1인당 자본량이 선진국의 정상상태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것이나, 저개발국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한 수치일 수도 있습니다. 앞선 예에서, A 국가는 B 국가에 비해 1인당 자본량이 적으나 이미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0%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해서 성장률이 높은 현상이 무조건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지칭하는 3가지 유형의 용어가 만들어 졌습니다.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이 벌어지다


이번글을 통해 많은 개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중요한 두 가지 가정-체감하는 생산함수 · 기술은 공공재-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며,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낮다."


윌리엄 보몰의 연구에 따르면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상 국가 범위를 넓혔을 때는 예측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죠. 


따라서, 이후 경제학자들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상상태' 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저개발 국가가 성장률이 낮은 요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국가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해 있다면 성장률이 낮다는 논리였죠. 


그런데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의 부재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따라서, 크게 2가지 지점에서 솔로우 모형을 향한 반론이 제기되었죠. 바로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공공재인 기술'에 대한 비판 이었습니다.



▶ 자본을 축적할수록 성장률이 하락할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중 핵심 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요소축적에만 의존할 때의 문제점' · '지속성장을 위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 · '수렴현상' · '성장률 격차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전제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를 살펴보면, 당시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주도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상승"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 · 네덜란드가 세계를 지배했을때의 성장률보다 오늘날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습니다. 과거 주도국에 비해 미국의 자본축적량이 더 많을 텐데 말이죠. 또한, 이들이 세계의 주도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최신 기술을 이전 받아 성장률을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의 차이 때문일까요? 이 경우 솔로우 모형의 단점이 더 부각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말할 뿐, 그것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를 포기하고.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경우, 자본축적량을 늘려나가더라도 성장률은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왜 수렴속도가 느릴까? 

-  '기술은 공공재'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에서 기술은 공공재 입니다.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후발국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선진국과의 경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공공재인 기술은 선진국에서 후발국가로 '빠르게' 이전되며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수준과 성장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힘도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는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속도가 연간 2%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그 이유로 '느린 기술확산 속도'(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를 꼽습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술이 애시당초 공공재가 아니거나 등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성장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 '수렴논쟁'이 촉발한 솔로우 모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수렴현상 존재와 정도를 둘러싸고 진행된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체증하는 생산함수' · '공공재가 아닌 기술' 라는 가정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면, 솔로우 모형의 기반은 흔들리게 됩니다.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는 이론은 중요성이 낮으니깐요. 


이런 이유로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기 위해,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을 조금 수정하면 수렴현상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솔로우 모형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다루고자 했던 질문들에 대해 옳은 답을 제공해준다"라고 말했죠.


앞으로 '수렴논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이론이 솔로우 모형을 넘어서(beyond Solow Model) 어떻게 더 발전되는지를 알아봅시다.



  1. 각주 [본문으로]
  2. 각주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바로 얼마 전인 2017년 5월 4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추모기사 - The Economist. William Baumol, a great economist, died on May 4th [본문으로]
  5. 각주 [본문으로]
  6. 각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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