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osted at 2017. 7. 20. 22:3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model)

- 독점이윤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

창조적파괴와 혁신을 통해 투입요소 품질이 향상되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을 통해, 기존의 성장이론과는 접근방법이 완전히 달랐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머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 속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각주:1]을 변화시켰습니다. 


기업들은 독점이윤을 누리기 위하여 R&D 투자를 의도적으로 단행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R&D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케하여, 기업의 투자 유인이 훼손되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 결과물인 혁신은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variety)를 의미합니다. 연구(research)를 통해 새로운 내구재 생산방식(design)을 알아내면,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연구원들이 새로운 생산방식을 알아내는 건 한계가 없기 때문에, 생산량은 끝없이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로머의 설명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날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기업'을 부각시킨건 좋습니다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 입니다. 과도한 경쟁이 불필요한 비용지출 · 시장파괴 등을 초래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quality)을 제공하여 후생수준을 끌어올립니다.


따라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이 있다면, 오늘날 현대경제를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 왼쪽 :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 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현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


이때 등장하는 경제학자가 바로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피터 호위트(Peter Howitt) 입니다. 이들은 1992년 논문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A Model of Growth through Creative Destruction)을 발표하며, 기업간 경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만든 혁신적인 상품(innovation)은 이전 상품을 낡은 것(obsolete)으로 만들어 버리고, 아예 전부터 존재해온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exit)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혁신에 몰두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상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조지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따라서,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슘페터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엔진을 계속 작동하게 하는 근본적인 자극은 새로운 소비재,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운송방법, 새로운 시장 등이다. ...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는 경제구조를 끊임없이 진화시킨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근본적 사실이다.


- 조지프 슘페터. 1942.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기업간 경쟁'과 '창조적 파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너무나 당연시해왔던 '기업간 경쟁의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이전의 성장이론이 전해주지 못했던 '독특한 통찰'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성장'의 관계에 대해서 이전에는 생각치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음이 드러났죠.


그럼 이제, 기업간 경쟁이 어떻게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고 혁신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독특한 통찰'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 기업간 경쟁, 창조적 파괴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이다


이전에 봤던 로머 모형[각주:2]과 마찬가지로, 아기온 · 호위트 모형도 경제구조를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연구부문 (research sector) 

▶ 연구부문 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여,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만들어내는 중간재부문 (intermediate-goods sector) 

▶ 중간재부문 으로부터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최종재부문  (final-goods sector) 


최종재부문에서 이윤극대화를 위한 내구재 구매량을 정하면, 이에 맞쳐서 내구재 가격도 정해지고, 중간재부문 기업의 독점이윤(monopoly rent)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연구부문이 생산해낸 특허권의 가격(patent price)은 중간재부문 독점이윤과 동일하게 책정됩니다.


이러한 원리는 로머 모형과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두 모형의 차이점은 혁신(innovation)을 바라보는 방법에 있습니다. 로머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variety)을 혁신으로 보았으나, 아기온 · 호위트는 내구재 품질이 향상되는 것(quality)을 혁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D램 메모리 ·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등만 주로 생산해오던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 OLED 디스플레이 등도 만드는 것은 내구재 다양성 증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D램 메모리 안에서도 꾸준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내구재를 브라운관 → OLED로 변화시킨 것은 '품질향상'(quality upgrade)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혁신'이라 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엄청난 변화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낡은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대의 상품'(new generation)도 혁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피쳐폰 속에서 아이폰을 개발한 것도 혁신이지만, 아이폰 3GS · 4 · 5 · 6 등 조금씩 품질을 높인 것도 혁신입니다. 


그렇다면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들은 왜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개발하려는 것일까요?


이는 너무나 쉬운 질문입니다. 답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기온 · 호위트 모형 하에서 더 정확한 정답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입니다.


과거에 혁신을 이루어내서 시장을 차지한 기업은 현재 성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발생하는 독점이윤을 모두 차지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죠. 


하지만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있는 이 순간에 다른 기업들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른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미래의 독점이윤은 이 기업이 모두 차지하게 됩니다. 


즉, 현재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됩니다(monopoly lasts only until the next innovation). 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등 기술은 새롭고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하면 시장에서 낡은 것이 되고 사장됩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시가 아닙니다. 실제 현실에서 혁신에 실패하여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노키아, 위태로운 LG전자 등이 생생한 예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순한 이윤극대화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립니다.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행위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현재의 생산성 수준은 '초기의 생산성 수준' * '혁신 크기'를 '혁신 횟수'로 거듭제곱한 모양 입니다. 


이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연구부문 투자가 증가하여 '혁신의 크기가 커질수록'(size),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수록'(arrival rate)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이 향상됩니다.


결국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 혁신이 자주 발생할수록 좋은 것일까?

- 연구부문 생산성 증가가 항상 높은 성장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혁신 발생빈도'(arrival rate of innovation) 입니다. 혁신이 짧은 시간 내에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경제에 좋은 것일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히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생산성 함수에서도 나타나듯이,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은 혁신이 더 자주 발생할수록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성공한 기업이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혁신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혁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합니다. 만약 나만 혁신에 성공한다면 발생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성공은 2가지 경로를 통해 현재의 혁신 노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첫째, 창조적 파괴 경로 입니다. 


미래의 혁신빈도가 많아질수록 성공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기대이윤이 적어집니다. 그렇다면 혁신을 위해 현재 연구부문에 투자해야할 유인도 꺽이게 됩니다. 얻을 게 없는데 노력을 할 필요 없죠.

(the expectation of more research next period will increase the arrival rate, and hence will discourage research this period.)


둘째,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숙련 근로자 임금 경로 입니다. 


미래에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말은 그만큼 연구원 수요가 많아짐을 의미합니다. 연구원 수요증가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죠. 이는 결국 연구부문 투자 비용을 늘리기 때문에 기대이윤을 하락하게 만듭니다.

(higher wages next period will reduce the monopoly rents that can be gained by exclusive knowledge of how to produce the best products.)   


따라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한다면(Perfect Forsight Expectation), 미래의 혁신 발생은 현재의 연구 의욕을 훼손(discourage)시킵니다. 극단적으로는 '미래에 혁신이 자주 발생할 거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현재 연구부문 투자가 단행되지 않아, 경제성장이 발생하지 않는 함정'(no growth trap)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로 인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에 관한 독특한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바로 "연구 생산성 증가가 항상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it is not always true that an unambiguous improvement in the productivity of the research technology will increase the economy's average growth rate.) 


(사족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혁신 발생빈도가 '확률적'(stochastic)으로 결정되며, 경제주체는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결정을 내리기(forward-looking) 때문입니다. 이는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 혁신과 경제성장률 간의 모호한 관계


결국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대단히 모호해집니다. 이제 무작정 혁신을 독려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여 기업의 연구행위를 점검할 근거가 만들어졌죠.


이렇게 시장경제 하에서 경제성장률(laissez-faire average growth rate)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회적 최적 성장률'(optimal)보다 높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어떠한 요인이 시장경제 성장률과 사회적 최적 성장률을 다르게 만드는 지 살펴봅시다.   

  


▶ 기간간 파급 효과 (intertemporal spillover)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낮게' 만든다


: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혁신이 많이 발생할수록 좋은 겁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것처럼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고려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혁신이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생산성 수준은 영원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내가 혁신의 이익을 가져가야' 좋습니다. 미래의 다른 누군가의 혁신은 오히려 나의 이익을 훼손시킬 뿐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최적 수준의 연구보다 더 적은 연구가 시장경제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시장탈취 효과 (business-stealing effect)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높게' 만든다


: 앞선 경우와는 반대로 시장경제 성장률이 최적 보다 더 높은 값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 기업을 밀어내고 시장이윤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기존 기업 퇴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분명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은 좋지만, 기존 기업이 제공해주던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는 갑자기 손해를 보는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혁신이 이전 혁신의 사회적이익을 깍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사회적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혁신 성공시 얻게 될 독점이윤'만 신경쓰기 때문에,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은 연구부문 투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장 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

- 경쟁, 시장구조, 기업동학 등에 관한 미시적 주제로 연결


로머의 모형은 성장이론에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역동적인 '기업간 경쟁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때,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위대함은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성장이론은 기존의 성장이론이 다루지 못했던 여러 미시적 이슈들을 생각하는 틀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의 솔로우 모형 등은 거시적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한 국가의 저축률을 어떻게 해야하며, 인구증가율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굵직굵직한 주제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로머나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은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이슈를 다룰 수 있습니다. 


로머의 모형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기업의 R&D 투자에 미치는 영향', '인적자본을 제조업과 연구부문 중 어디에 배치하느냐의 allocation 문제' 등에 관한 생각꺼리를 제공해줍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구체적으로 '경쟁'과 '기업'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줍니다. 


우리가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던 경쟁이 왜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으며, 또 경쟁 증가가 성장에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으로 인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문제를 다룸으로써, 역동적인 기업의 모습을 경제학 분석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래 내용을 통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를 생각해 봅시다.


(참고 :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 Aghion ·  Akcigit · Howitt. 2014. <슘페터 성장이론으로 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What do we learn from Schumpeterian Growth Theory?>)



성장이론이 산업조직론을 만났을때

- 경쟁과 혁신의 관계, 시장구조 형태에 따라 다르다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X축은 시장내 경쟁수준, Y축은 (중요성을 감안한) 특허권 숫자


: 앞서 우리는 '혁신 빈도 증가가 꼭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혁신이 더 자주 일어날수록 독점이윤이 낮아지기 때문에 현재의 연구의욕이 훼손되었죠. 


경쟁과 혁신의 관계도 이와 유사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을 불러오는건 기업간 경쟁 이었으나, 경쟁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혁신이 많아지지 않습니다.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는 연구를 통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은 역U자형을 띈다"(inverted-U relationship) 고 주장합니다.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행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며(forward-looking), 산업구조(market structure)에 따라 다른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산업구조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슷한 수준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구조(neck and neck)로 동등한 상태(leveled)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간 수준 격차가 심한 구조(frontier-laggard)로 동등하지 않은 상태(unleveled) 입니다.


전자의 경우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이윤을 독점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담합(collusion)을 통해 이윤을 나눠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담합이 힘들기 때문에 혁신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담합을 택할 겁니다.


후자의 경우 뒤쳐진 기업은 혁신을 통해 앞선 기업과 대등해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그저 모방을 통해 선두기업 한발짝 뒤에 위치한 것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시장경쟁이 심하면 선두 기업과 대등해졌을때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연구투자비용 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뒤쳐진 기업은 모방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혁신을 택할 겁니다.


만약 한 경제 내에서 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어떠한지에 따라 산업구조의 분포도 달라집니다.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다면, 전자의 산업은 담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한 상태에 머무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혁신을 택하게 되고 이제 동등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낮은 시장 경쟁수준에서는 동등한(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반대로,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다면, 전자의 산업은 혁신을 통해 한발짝 앞서나가려 하고 이는 동등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모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하지 않은 상태에 머무릅니다. 따라서, 높은 시장 경쟁수주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따라서,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의 역U자형 관계"(inverted-U relationship)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성장을 바라볼때 단순히 '경쟁'(competition)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market structure)도 챙겨야할 필요성을 제기해 줍니다. 이제 경제성장은 거시적 차원이 아니라 미시적 차원의 이슈도 같이 고려해야 하죠.



기업동학

- 기업들의 시장진입과 퇴출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반대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 덕분에 경제 전체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의 시장진입과 퇴출'(firm entry and exit), 즉 '기업동학'(firm dynamics)을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단순히 기업이 경제내에서 역할을 한다를 넘어서서, 기업의 동태적인 모습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생산성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여전히 머무르거나,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여러 장벽들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생산성 저하와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진출 비용(entry cost)을 감소시키고, 자원을 생산성 높은 기업에 배치(reallocation)하는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정책의 역할

- '적절한 정책 및 제도'(appropriate policy and institution)의 개념


: 시장경제 하에서 성장률이 사회적 최적값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이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한 로머와 궤를 같이합니다.


이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정부의 역할' 논의를 확장시킵니다. 이들은 "현재 국가의 생활수준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기술발전의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에 가까운 국가는 혁신주도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합니다. 이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경쟁증가 ·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 성장친화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기술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는 혁신주도 보다는 모방주도 정책이 더 유용합니다. 앞선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빨리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 시장개방을 통한 시장경쟁 증대

-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는 국제무역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시장개방 이후 기업수준별 생산성 변화

  • 기술수준이 높은 기업은 시장개방 이후 생산성이 더 증가하였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쟁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산업구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때 장내 경쟁을 증대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바로 '국제무역' 입니다.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개방(openness) 한다면, 생산성 높은 외국기업이 진입하여 생산성이 낮은 국내기업을 퇴출시킵니다. 반대로 생산성이 높은 국내기업은 외국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시장개방을 한 국가는 '생산성 이익'(productivity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에서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을 이용한다면 3세대 국제무역이론과 경제성장이론을 연결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을 다룰 때 '미시적 주제'를 더 생각해보자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 논의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거대하고 무거운 주제만 아니라 '시장경쟁' · '기업동학' · '산업구조' 등 미시적 주제를 경제성장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글들을 통해, 좀 더 미시적 주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는건..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적당한 표현을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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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Posted at 2015. 5. 26. 21:0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2세대 국제무역이론의 등장


국제무역이론의 주요 관심사는 '무역을 왜 하는가?' · '무역의 이익은 무엇인가?' · '무역은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우리는 1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았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헥셔-올린의 무역이론 등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카도는 '노동생산성의 차이'(기술수준의 차이)에 주목하고, 헥셔-올린은 '보유자원의 차이'를 말한다. 이들 이론에서는 국가들의 기술수준 · 보유자원 등이 같거나 유사할때 무역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한 국가에서 특화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상품은 수입만 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이 교환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에서는 '비교우위 산업의 상품을 수출하고, 비교열위 산업의 상품은 수입한다'.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은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산업 간에 무역이 발생하게 된다(Inter-Industry Trade).


따라서,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는 '무역의 이익'은 '해당 국가가 가지지 못한-혹은 비교적 덜 가지고 있는- 상품을 간접생산' 하는 것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무역을 통해 비교열위 상품을 간접생산하고,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희소한 자원(scarce resource)이 집약된 상품을 간접생산 한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과거 20세기 초반의 무역패턴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20세기 초반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힘을 썼다. 가령, 유럽 국가들이 인도에만 있는 향료를 수입하려 했던 식이다. 굳이 자신들과 비슷한 국가들과 무역을 할 유인은 없었다


위의 그래프는 이러한 과거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1910년대 영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비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입했다. 특화된 제조업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비제조업상품은 수입만 되는 양상이다. 제조업상품의 수입 혹은 비제조업 상품의 수출도 조금은 보이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서로 다른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무역패턴은 과거와는 다르다. 위 그래프는 1990년대 영국의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한 눈에 보이듯이 우선 제조업 상품의 무역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상품의 수출 · 수입이 비슷한 비중으로 동시에 발생하면서 똑같은 산업 내부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고(Intra-Industry Trade) 있다. 이는 제조업 상품(특화상품)이 주로 수출만 되었고, 비제조업상품(비특화상품)은 수입만 되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또한, 1910년대 영국은 주로 비유럽 국가들과 무역을 했으나, 오늘날 영국의 무역비중에서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오늘날 세계의 무역패턴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미국 · 유럽 · 일본 · 중국과 주로 무역을 한다. 또한 전자산업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기도 한다. 갤럭시폰을 수출하지만 아이폰을 수입하는 꼴이다. 같은 산업내에서 무역이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Intra-Industry Trade). 이때 갤럭시폰과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무역패턴의 특징은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무역'(similarity) · 

 '서로 같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 ·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 


등이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지 않는 이러한 무역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1]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무역이론 개발을 이끈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바로 Paul Krugman(폴 크루그먼) 이다. 그는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주 :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과 '신경제지리학'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Elha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 · Gene Grossman(진 그로스먼)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2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만들었다. 이번글에서는 폴 크루그먼의 1979년 논문을 중심으로 '신무역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 차별화된 재화를 생산


우선 오늘날 무역패턴 중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을 주목해보자.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자본(노동)집약적 상품'들은 그저 똑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은 모두 자본집약적 이지만 서로 다른 상품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내에서도 갤럭시와 아이폰은 서로 차별화된 재화이다. 이처럼 오늘날 상품은 서로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시장'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제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on market)은 동질한 재화를 생산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시장모델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이다. 

(주 : 경제학자 Edward Chamberlin은 1962년 출판한 <The Theory of Monopolistic Competition: A Reorientation of the Theory of Value>를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경제학자 Avinash DixitJoseph Stiglitz 또한 1977년 논문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Optimum Product Diversity>을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을 이야기했다.)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은 다수의 생산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이를 왜 '독점적' 이라고 하는 것일까? 바로 '차별화된 상품'(differentiated products)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을 다른 상품보다 높게 올리더라도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여러 생산자가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인한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옴니아폰만 쓰는 게 아니라 아이폰도 쓸 수 있으니 우리의 효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과 '국제무역'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 내부 규모의 경제 (Internal economies of scale, Increasing return)

- 내부 규모의 경제와 상품다양성 욕구의 충돌  


하나의 시장안에 여러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서로 '차별화' 되어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진다. 그런데 기업의 수가 무한히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무한대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고정비용'(fixed cos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이란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 혹은 쉽게 말해 초기투자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소프트웨어 윈도우즈는 상품을 판매할 때 드는 비용이 매우 적다. CD를 찍어내는 비용 혹은 인터넷 다운로드가 유발하는 비용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윈도우즈 투자비용이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이전까지 들어가는 개발비용 등은 매우 많다. 


이러한 '고정비용' 혹은 '초기투자비용'이 만들어내은 특징은 '많은 양을 판매해야만 평균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윈도우즈를 만들어놓고 하나만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초기투자비용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많은 양을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비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주 :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우리는 이전글에서 본적이 있다.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에서는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이를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이라 했다.


하지만 이번글에서 다루는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은 이와는 다르다. (여러 기업이 한 곳에뭉치지 않아도) '하나의 기업에서만 생산량이 증가해도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상정한다. 바로,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 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야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한대의 기업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무한대의 기업이 각자 원하는 생산량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크기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평균생산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품다양성은 줄어든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윗 그래프는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에서의 균형을 보여준다.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이때,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그리고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앞서 말한것처럼,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와 규모의 경제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균형 기업의 수는 n2에서 결정된다. n2보다 더 많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낮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높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나갈 것이다. 반대로 n2보다 적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높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낮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여 결국 균형기업의 수는 n2가 된다. 




※ '상품다양성 이익'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져오는 국제무역


다시 반복하자면,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다. 이것 때문에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는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서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에 발표한 논문 <내부 규모의 경제, 독점적 경쟁 그리고 국제무역>(<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다양성을 늘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국내 전체 인구증가'(Labor Force Growth), 두번째는 국제무역'(International Trade)이다. 


국내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인구가 증가했다는 말은 제한되어 있던 시장크기가 커졌다는 말과 같다. 각 기업은 이전보다 더욱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은 감소한다. 평균 생산비용이 이전에 비해 감소함에 따라 (이전에는 평균생산비용이 높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따라서, 인구증가는 상품다양성 증가를 가져온


그렇지만 국내인구를 인위적으로 갑자기 증가시킬 수는 없다. 인구증가로 상품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무의미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제무역'이다.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국제무역은 '시장확대'(extending the market)를 가져온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했다.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증대됨에 따라 국제무역 이후 상품가격은 하락하고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증가한다. 국제무역 덕택에 국민들은 '상품가격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이제 그래프를 통해, '인구증가의 효과'와 '무역의 효과'를 이해해보자.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과 '상품가격 하락 효과'(scale effect)가 나타남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다.




※ 신무역이론의 특징


이러한 사실 등을 통해 신무역이론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첫째로, 국제무역을 하는 이유는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1세대에서의 국제무역 목적은 내가 가지지 못한 상품을 얻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1세대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노동생산성이 다르거나(기술수준이 다르거나) 다른 자원을 가졌었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나와 동일한 특징을 지닌 국가여도 괜찮다. 국제무역을 통해 싼 가격에 여러 상품을 소비하는게 중요할 뿐이다. 즉,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제무역은 발생(similarity)한다.


둘째로, 신무역이론에서는 비슷한 산업끼리도 무역을 통해 상품을 교환한다. 1세대에서의 무역은 내가 가지지 못한 혹은 부족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행해졌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은 똑같은 산업에 속해있는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다하더라도 서로 '차별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상품다양성의 이익' 얻는 것이 신무역이론의 목적이다. 따라서, 1세대 무역은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만을 이야기하지만, 신무역이론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셋째로, 국제무역을 유발케하는 것은 '고정비용'(fixed costs)과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s)이다. 만약 이것들이 없었더라면 국내 소비자는 다양성의 이익을 무한대로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시장내 상품 다양성의 제약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제무역을 해야할 유인을 제공해준다. 


넷째로, 국제무역의 효과는 국내인구 증가의 효과와 동일하다. 인구가 적은 소국도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대국 만큼의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향유하고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 할 수 있다. 신무역이론은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라고 말한다.

  

다섯째로,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앞서,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무역을 통한 상품의 이동은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신무역이론에서도 이러한 효과는 나타난다.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한 인구증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 어떤 국가가 특정상품을 더 많이 수출할까?


이처럼 2세대 국제무역이론 혹은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즉,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과거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은 비교열위(우위) 산업 혹은 희소한(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수입(수출)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설명한건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 이었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은 같은 산업내에 속해있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상품 다양성의 이익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 내부에서 수출· 수입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신무역이론은 오늘날 주된 무역패턴인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이루어질때, 같은 산업 내에서 각 국가가 수출하는 상품량이 똑같을까? 예를 들어, A국과 B국 사이에 자동차 산업내 무역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양 국가는 차별화된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자국의 자동차 상품을 수출한다. 이때 A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과 B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이 똑같을까? 앞서 살펴본,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은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때, 경제학자 Elhan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1981년 논문 <International trade in the presence of product differentiation, economies of scale and monopolistic competition : A Chamberlin-Heckscher-Ohlin approach>은 '어느 국가가 어떤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엘하난 헬프먼은 '신무역이론'에 전통적인 무역이론인 '헥셔-올린 모형'을 결합하였다. '헥셔-올린 모형'은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한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무역이론'은 "각 국가는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교환한다." 라고 말한다. 이들을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바로, "자본(노동)풍부국은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지만,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한다. 즉, 자본(노동)풍부국은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순수출(net export) 한다."       

    




※ 신무역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


이번글을 통해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계속 반복하지만, 신무역이론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이때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하에서 무역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의 고용을 축소시킨다. 또한 '헥셔-올린 모형' 하에서 무역개방은 희소한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의 임금을 하락시킨다. 무역개방이 경제 전체의 총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각주:2],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가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이는 무역개방이 '우리와는 특성이 다른 국가와 산업간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는 무역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이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역개방이 '산업구조가 비슷한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산업내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무역자유화의 이점은 극대화된다. 국제무역은 전세계 국가에 win-win을 안겨다 줄 수 있다..    


폴 크루그먼은 1981년 논문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and the Gains from Trade>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작거나 보유자원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 국제무역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하지만 산업내 무역의 효과가 크다면 모든 사람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각주:3]" 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 :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더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신무역이론 이용하여 사회현상 바라보기


이론을 배우기만 하고 현실에 적용할 줄 모른다면 이론공부를 한 의미가 없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신무역이론' 지식을 이용하여 사회현상을 바라보도록 하자. 


2014년 8월, 영화계의 화제는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였다. "영화 <명량>을 제작한 CJ가 영화흥행을 위하여 자사극장 CJ CGV 스크린을 독점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본인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글을 통해 몇가지 반론을 제기했었다. 


반론의 핵심은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은 단순히 대기업 CJ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이는 '고정비용'이 존재하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영화산업의 특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었다.


본인은 그것보다는 <명량>의 제작비에 관심이 간다. <명량>의 제작비는 180억원인데 한국영화시장에서 '제작비 18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550만이나 된다. 다르게 말해, <명량>은 엄청난 '고정비용'이 투자된 상품이고, 관객수가 늘면 늘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이 증가하여 평균비용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약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으로 인해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국제무역' 이다. 각 나라와 산업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넓힘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독점적 경쟁시장'과 '시장크기'에 관한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하고 지리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명량>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나? 한국의 영웅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미국 사람이 볼까? 제작비 500억이 투입된 <설국열차>의 경우 세계각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시장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명량>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 대작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그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상영관수가 줄어들겠지만...) 이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배급사와 상영사의 독점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2015년 현재에는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한 상태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구 신국제무역이론'(Old New Trade Theory)'라 불리운다. [본문으로]
  2. '무역개방이 경제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자세히 다룰 게획이다. [본문으로]
  3. In the southeastern part of the square-labeled "conflict of interest"-either scale economies are unimportant or countries are very different in factor endowments, and scarce factors lose from trade. In other region-"mutual benefit"-the gains from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outweigh the conventional distributional effects, and everyone gains from trad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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