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Posted at 2019. 12. 15. 15:2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애플사(Apple Inc.)는 오늘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상징하는 기업 입니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애플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을때마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열광하며, 부품을 공급하는 전세계 IT 기업들은 실적향상과 주가상승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정치인 · 경제학자 · 정책담당자들은 애플에게 아쉬움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애플이 미국 내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얼마 안되기 때문입니다. 2011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는 말을 건넸으나,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습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아래의 기사를 살펴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11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저녁만찬에 참석했을 때, 참석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하려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물음을 던졌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what would it take to make iPhones in the United States?)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애플은 자사 제품을 주로 미국에서 생산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2011년에 판매된 아이폰 7천만대, 아이패드 3천만대, 기타 제품 6천만대 제품이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왜 이것들을 미국 내에서 만들 수 없나?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Those jobs aren’t coming back”)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


애플은 글로벌경영을 통해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2011년 애플의 근로자당 수익은 골드만삭스, 엑손모빌, 구글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경제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애플이 -그리고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다른 유명한 기업들만큼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미국 내에서 4만 3천명 해외에서 2만명을 고용 중인데, 이는 1950년대 GM이 고용한 미국 근로자 40만명과 1980년대 GE가 고용한 미국 근로자 수십만명에 한참 모자라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애플과 계약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70만명의 사람들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를 조립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그들은 아시아, 유럽 등에 위치한 해외 기업과 공장에서 일을 한다. 


2011년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던 자레드 번스타인은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Apple’s an example of why it’s so hard to create middle-class jobs in the U.S. now.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 기사에 나온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의 발언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는 애플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더 많은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중산층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미국 중산층 근로자 대부분은 주로 공장과 사무실에서 '반복적인 업무'(routine-task)를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IT 기술진보와 오프쇼어링은 반복업무를 없애거나 해외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결과 중산층 근로자의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었고 임금상승률은 둔화되었습니다. 


한국 · 대만에서 전자부품을 조달한 뒤 중국에서 조립되는 아이폰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로 인한 미국 중산층 일자리 위축' 현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위의 뉴욕타임스 기사 부제목이 '애플, 미국 그리고 위축된 중산층'(Apple, America, and a Squeezed Middle Class)인 이유입니다.


  • 2011년 2월, 테크기업 리더들과 만남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

  • 왼쪽 스티브 잡스, 오른쪽 마크 저커버그


미국 중산층 일자리 및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 모두 애플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끔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1년 잡스에게 직접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던 오바마는 2013년 연두교서[각주:1]에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을 위한 곳으로 만드는 겁니다. (...) 올해 애플은 맥을 다시 미국에서 생산할 겁니다."[각주:2] 라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출마선언과 취임연설에서 부터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각주:3]를 외쳐온 트럼프. 


트럼프행정부는 미국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하여, 해외유보 소득의 환류에 법인세율 보다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최소 5년간 자본 투자에 대해서 전액 비용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내놓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애플이 대중국 수입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상품을 만들어라!"[각주:4]는 의견을 표출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회답으로 애플은 맥 프로 차세대 버전을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든다고 발표[각주:5]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 Assembled in China'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맥 프로는 2013년부터 이미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왔기 때문에, 애플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귀환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애플은 각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해외생산을 고수하는 걸까요? 앞서 인용한 기사에 잠깐 나오듯이[각주:7], 해외의 값싼 인건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사를 좀 더 읽으면서 미국이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지 알아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07년 아이폰이 출시가 한달이 채 남지 않았을 때, 스티브 잡스가 부하들을 사무실로 호출했다. 잡스는 지난 몇주동안 아이폰 시험버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화가 난 잡스는 플라스틱 스크린에 찍힌 수많은 스크래치를 문제삼았다. 그는 청바지에서 차량 열쇠를 꺼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열쇠도 주머니에 있다. 잡스는 "이렇게 손상된 제품은 팔지 않을 겁니다" 라고 말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손상되지 않는 유리를 이용하는 거였다. "나는 유리 스크린을 원합니다. 그리고 6주 내에 완벽해지기를 원합니다"


미팅이 끝난 후 한 경영진은 중국 선전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만약 잡스가 완벽한 것을 원한다면, 중국 선전 말고는 가야할 곳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애플은 동일한 물음을 던지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어떻게 휴대폰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고품질로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수백만대를 빠르게 제조하고 수익성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해답은 거의 매번 미국 바깥에 있었다. 


모든 아이폰은 수백개의 부품을 담고 있는데, 이 중 90%가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차세대 반도체는 독일과 대만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에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회로는 한국과 대만에서, 칩셋은 유럽에서, 원자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조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었다.[각주:8] (...)


중숙련 근로자를 값싸게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애플을 아시아로 끌어들인 건 아니다. 기술기업에게 부품 · 공급망관리 등에 비해 노동비용은 매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 아시아 공장들은 규모를 빠르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 그 결과, 미국은 아시아 공장들과 경쟁할 수 없다. 


아시아 공장의 이러한 이점들은 2007년 잡스가 유리 스크린을 요구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거 수년간,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가공의 어려움 때문에 유리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애플은 강화유리 제조를 위해 미국 코닝사와 접촉해왔다. 그러나 이를 테스트 하기 위해서는 조립공장과 중숙련의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준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때 중국 공장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애플 직원이 방문했을 때, 중국 공장 오너는 이미 새로운 건물을 건설중 이었다. 그들은 "애플과 계약을 체결할 것을 대비해서 짓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수많은 산업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었고, 이 회사의 유리가공 공장도 수혜를 받고 있었다. 중국 공장은 결국 기회를 얻었다. 


전 애플 고위층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체 공급망은 중국에 있습니다. 수천개의 가죽 패킹이 필요하다고요?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개의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그 공장은 한 블럭 옆에 있습니다. 모양이 조금 다른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3시간 내에 얻을 수 있습니다."[각주:9]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공급망'(Supply Chain) 때문입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주요 전자부품은 중국에 인접한 한국 · 대만 · 일본 등에서 조달할 수 있으며, 중국 내에서는 수많은 부품을 빠른 시간에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노동자의 값싼 임금 · 24시간 근로체계 등 기업에 유리한 노동기준과 미국 내 숙련 제조업 근로자의 부족 등도 애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테지만, 핵심은 공급망에 있습니다. 


  • 2000년과 2017년, ICT 산업의 전통적인 교역 · 단순 GVC 교역 · 복잡 GVC 교역 네트워크

  • 17년 사이 중국 ·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커졌다

  • 출처 : WTO. 2019.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Ch.01 Recent patterns of global production and GVC participation


위의 이미지는 2007년과 2017년 사이 정보통신산업(ICT) 내 글로벌 밸류체인 네트워크(Global Value Chain) 혹은 글로벌 공급망 교역(Global Supply Chain)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국 내 소비를 목적으로 외국산 최종재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를 전통적인 교역(Traditional Trade)[각주:10]이라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재 상품 다르게 말해 완성품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소비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전달됩니다.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하는 경우를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GVC Trade)[각주:11]이라 하는데, 생산과정에서 부품이 국경을 한번 넘느냐 두번 넘느냐에 따라 단순 GVC 교역(Simple GVC)과 복잡 GVC 교역(Complex GVC)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면 단순 GVC 교역이며,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제3국으로 수출한다면 복잡 GVC 교역입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0여년 사이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 · 일본 · 대만 등으로부터 중간재 부품을 조달한 후 아이폰과 같은 최종재를 만들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는 GVC 구조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중 세번째 그림에서 중국이 제3국 수출을 목적으로 한국(KOR) · 일본(JPN) · 대만(TAP)으로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복잡 GVC 교역 모습, 그리고 첫번째 그림에서 완성된 최종재인 아이폰을 미국(USA)으로 수출하는 전통적인 교역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간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살펴봤듯이,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힘이 작용하여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역할 분담을 이끌어냈고, 오늘날 세계경제 및 교역 구조를 이전과는 다르게 만들어낸 것일까요?




※ 상품운송비용 및 의사소통비용의 감소로 인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


우선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다루었던 '과거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복습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가 지난글의 그것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내용을 숙지하고 계신 분은 다음 파트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으로의 생산 집중



서로 멀리 떨어진 국가간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은 마을에서 농식물을 재배 · 수확하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습니다. 5일장 등 시장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교환하고 보따리상이 먼 지역의 농식물을 가져와 팔기도 하였으나, 상거래의 지역적 범위는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즉, 국가간 교역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에는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bundling)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세기 중반 컨테이너선 발명은 국가간 교역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이 만든 자동차 · 전자제품 등 제조업 상품과 중동이 채굴한 석유 및 중남미가 생산한 농산품 · 원자재 등 1차상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소비되었습니다. 


이처럼 상품 운송비용이 하락함(goods trade costs↓)에 따라 국가간 교역은 활성화 되었고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1st unbundling)


이제 개별 국가들은 자국이 생산한 상품을 전부 다 소비하지 않으며, 자국이 소비하는 상품 모두를 스스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제조업 상품은 북반부(North)에 위치한 미국 · 서유럽에서 집중 생산되며, 원자재는 남반구(South)에 위치한 중동 ·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서로 간 상품을 교환한 뒤 소비하는 'made-here-sold-there' 경제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족 : 여러번 강조[각주:12]했듯이,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서로 다른 가격이 국내에서 초과공급(=수출) 및 초과수요(=수입)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무역을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


  • 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생산하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을 만들어 냄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한국어 번역본 『그레이트 컨버전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경제 구조와 교역방식이 또 다시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과거 철도 · 컨테이너선이 물적상품의 운송비용을 낮췄다(goods trade costs ↓), 정보통신기술은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비용을 절감시켰습니다(communication costs ↓). 이제 선진국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서로 간 지식과 아이디어(knowledge & ideas)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선진국 기업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역할을 배분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위치했던 제조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창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도 여러 국가가 참여합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 자본재 부품을 여러 국가가 만든 뒤 조립을 담당하는 국가로 수출하고, 마지막 제조공정을 맡은 국가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원활한 중간재 교역을 위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여러 국가가 생산에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공유'(global production sharing) ·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등과 각자 역할을 맡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선진국(North)에 위치했던 제조업은 동아시아 등 후발산업국가(South, Factory Asia)로 이동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간재 부품 교역을 통해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제구조는 이렇게 여러 국가가 함께 만든 상품을 전세계가 소비하는 '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이와 같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보고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선진국으로 제조업 생산을 집중시켰고, 이와 정반대로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개발도상국 특히 동아시아로 제조업 생산을 이동시켰을까?" 입니다.  


이는 앞서 던졌던 물음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과 동일한 겁니다.


그리고 과거 선진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집중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력 격차 이른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를 만들어냈고, 오늘날 개발도상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이전은 격차를 축소시키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대분기'를 초래하였고(goods trade cost ↓ → the Great Divergence),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대수렴'을 이끌어내고 있는가?(communication cost ↓ → the Great Convergence)" 라는 물음도 던질 수 있습니다.


  • 리차드 발드윈의 단행본 <The Great Convergence>(2016) / 한국어 출판명 <그레이트 컨버전스>(2019)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00년 논문 <핵심-주변부 모형과 내생적 성장>(<the Core-Periphery Model and Endogenous Growth>) · 2001년 논문 <글로벌 소득 대분기, 무역 그리고 산업화 - 성장 출발의 지리학>(<Global Income Divergence, Trade and Industrialization - the Geography of Growth Take-Offs>) · 2006년 논문 <세계화 - 대분리>(<Globalization - the Great Unbundlings>) 등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설명해왔습니다. 


그리고 리차드 발드윈은 2013년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13](<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학문적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했습니다.


리처드 발드윈은 폴 크루그먼의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각주:14]과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각주:15]에 기반을 두고 '대분기'와 '대수렴'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앞선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살펴봅시다.


▶ 신경제지리학, "운송비용이 하락하면서 대분기 → 대수렴이 발생한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1995년 논문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Globalization and the Inequality of Nations>)을 통해,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으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루그먼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만들어낸 신무역이론(1979)과 신경제지리학(1991)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신무역이론[각주:16] -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가 적은 소국도 인구대국 만큼 상품다양성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 기업이 서로 다른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집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 합니다. 왜냐하면 상품 생산에 고정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기업의 생산량은 줄어들고 이에따라 부담하는 생산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시장크기 하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에 사는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 이익을 대국 소비자들에 비해 누리지 못합니다.


이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국제무역 입니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으로써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즉, 국제무역은 국내 인구 증가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시장크기가 작은 소국 국민도 대국만큼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신경제지리학[각주:17] -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진다


: 국제무역은 소국 국민도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리게 해주지만, 높은 수준의 운송비용이 존재한다면 소국 국민이 이용하는 상품의 종류는 대국에 비해 적을 겁니다. 


결국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초기에 인구가 더 많았던 대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 집니다. 


아래의 사고실험을 통해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1지역과 2지역은 모두 농업과 제조업을 가지고 있으며,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상품이 두 지역을 오가려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말인즉슨 1지역 사람들은 2지역에 생산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고, 반대로 2지역 사람들은 1지역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이유에서건 초기에 1지역의 인구가 2지역 보다 더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1지역의 시장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1지역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지역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임금도 더 많이 받습니다. 


이를 알게 된 2지역 제조업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1지역으로 이동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1지역 시장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선순환이 작용하여 사람들은 1지역으로 더더욱 몰려들게 됩니다. 


제조업 근로자(소비자) 뿐 아니라 제조업 기업들도 1지역으로 몰려듭니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합니다(backward linkage).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듭니다(forward linkage). 결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1지역으로의 집중은 심화 됩니다.



하지만 모든 제조기업이 1지역으로 쏠리지 않고 주변부인 2지역에도 여전히 제조기업은 존재하게 됩니다.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제조업 기업이 1지역에 몰릴수록 내부경쟁은 심화되기 때문에 2지역으로 이탈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2지역에 위치한 제조업 기업은 1지역 상품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인구가 적은 2지역에 머무르며 조그마한 수요라도 독차지 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가 되고, 주변부인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됩니다.


●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 -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 · 신경제지리학을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North-South)에 적용하여 국가간 불균등을 설명합니다. 


산업화된 핵심부인 1지역은 선진국 · 농업위주의 주변부인 2지역은 개발도상국 이라 한다면, 국가간 핵심-주변부 패턴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제조업은 계속해서 핵심부인 선진국으로 집중되고 개발도상국은 농업 위주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은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 왼쪽 : G7 선진국의 제조업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오른쪽 : 중국의 제조업 비중 증가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이때 운송비용이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시장크기가 작은 개발도상국 국민도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제조업 상품을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을 지불하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다양성을 이유로 이주할 유인은 없어집니다. 


그리고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은 제조업 기업들의 위치선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제조업 기업은 굳이 시장규모가 크고 제조업 수요가 많은 선진국에 위치하지 않아도 됩니다게다가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의 낮은 임금수준은 제조업 기업들에게 선진국 시장과 멀리 떨어지는 불리함을 상쇄시켜 줍니다. 


이제 운송비용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는 제조업 기업은 핵심부인 선진국에서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기게 되고,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여 선진국과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됩니다(convergence).


▶ 신성장이론, "선진국 지식이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되면서 대수렴이 일어난다"


임계점 밑으로 하락한 운송비용에 더하여 '아이디어(idea)와 지식(knowledge)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하락(communication cost ↓)'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 수렴을 가속화 시킵니다.


'지식' · '아이디어'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각주:18]한지, 그리고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어떻게 추격성장을 할 수 있는지[각주:19]는 본 블로그의 지난글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를 만들어내 끝없는 경제성장을 이끈다"(variety-based growth)고 말하며 신성장이론을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폴 로머는 1993년 두 개의 논문 <경제발전에서 아이디어 격차와 물적 격차>(Idea Gaps and Object Gaps in Economic Development), <경제발전의 두 가지 전략: 아이디어 이용하기와 생산하기>(Two Strategies for Economic Development: Using Ideas and Producing Ideas)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보유한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강조했습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은 특정한 공간에 매여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미 사용중 이라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즉, 물적자본은 '경합적'(rival)이며 '배제가능성'(excludable)을 띈 사유재(private good) 입니다.


반면,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롭고 다른 종류의 생산방식 등은 한 공장에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유한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사용됩니다. '비경합성'을 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와 유사합니다. 즉,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가진채 '공공재'(public goods) 특징을 일부 띄는 독특한 재화입니다.


따라서, 연구부문의 R&D를 통해 창출된 아이디어는 시대가 지나도 끝없이 축적되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된 지식과 아이디어는 두 그룹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왼쪽 : 미국 · 일본 · 독일 등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수출 추이

  • 오른쪽 : 중국 · 한국 · 대만 · 멕시코 등 제조업 신흥국의 지적재산권 수입 추이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1990년대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과 아이디어가 전파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s)은 지식과 아아디어 전파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선진국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 근로자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제품을 제조해 나갔습니다.


지식을 전파하는 다국적기업의 중요성은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각주:20]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선진국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이후 중국 수출입에서 외자기업이 행하는 비중은 최대 60%까지 증가하였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만약 선진 외국기업들이 제품 설계 · 품질 기준 등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파하지 않았다면, 중국 제조업 기업이 맨땅에서 현재 수준까지 발전하기에는 더욱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게 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 및 아이디어가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며, 두 그룹 간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되었습니다(convergence).


▶ 왜 제조업은 동아시아에 집중되었나


아이디어와 지식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되었으나, 모든 개발도상국이 혜택을 본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의 제조업 공장은 대부분 동아시아로 이동했고,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여전히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16년 출판한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21](<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제조업 기적이 몇몇의 개발도상국에서만 발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발드윈은 "상품 운송비용 및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크게 하락했으나,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cost of moving people ↑)"는 점에 주목합니다.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본사 관리직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령을 내려면 이에 합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겠죠. 연봉도 기존보다 더 많이 주어야하고, 체류비, 가족교육 지원비 등도 주어야 합니다. 만약 현지 영업판매망을 구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수많은 본사 직원을 파견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수천~수만명의 제조 근로자들을 감독·관리 하려면 큰 규모의 인력이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이미 어느정도 제조업 기반이 갖추어진 개발도상국' · '직원 이동비용을 상쇄할만큼 편익을 제공해주는 개발도상국' 등을 특정하여 오프쇼어링을 단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흥국은 '과거 수입대체산업화로 인해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중남미 등'[각주:22]이 아니라 '대외지향적 무역정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을 조성한 한국 · 대만 등'[각주:23] 혹은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잠재력 있는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각주:24] 등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결과, 동아시아 지역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Factory Asia)이 되었습니다.




※ 신흥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 대수렴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


한국 · 중국 ·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제조업 공장의 발전은 원자재 수요를 폭증시켜 브라질 · 호주 · 칠레 · 러시아 · 중동 등 자원 수출국의 경제도 성장시켰습니다. 20세기 경제성장과 산업화에서 소외되었던 국가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큰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시대를 지나서 선진국-신흥국 간 경제력 격차가 줄어드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세계경제 및 대수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는 '글로벌 밸류체인'(GVC) · '동아시아 제조업'(Factory Asia) · '글로벌 상품 호황'(Global Commodity Boom) · '신흥국'(Emerging Market) 그리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BRICS) 입니다.


이러한 대수렴 시대에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불균등의 양상 변화'(Global Inequality) 입니다. 


전세계 70억 인구를 소득수준별로 줄을 세워봅시다. 


20세기에는 '국적'이 소득 상위층과 중하위층을 갈라놓는 주요 변수였습니다. 미국 · 서유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내부에서는 중하위층일지라도 전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상위층에 속했습니다. 국가별 소득수준 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가 글로벌 소득순위에서 중요했습니다. 다르게 말해, 20세기 글로벌 불균등 분포를 결정지었던 것은 '국가간 불균등'(Between Inequality) 였습니다.


  • 1998년~2008년 사이 전세계 계층별 소득증가율

  • 전세계 소득분포 중 90분위~80분위에 위치한 미국 중하위 계층은 1%~6%의 소득증가율만 기록한 반면, 전세계 소득분포에서 70분위~40분위에 위치한 신흥국 중상위 계층은 60%가 넘는 소득증가율을 기록

  • 출처 : Two-Track Future Imperils Global Growth'. <WSJ>. 2014.01.21


반면, 21세기에는 '국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 보다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은 전세계적 관점에서 여전히 중상위층에 속하긴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이들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증가율은 높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뿐 아니라 '국가 내 소득분포에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도 중요해졌습니다. 즉, 21세기 대수렴의 시대에 '국가간 불균등'은 줄어들었고(Between Inequality ↓), '국가내 불균등'의 중요성(Within Inequality ↑)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가간 불균등이 얼마나 감소하였는지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다음글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선진국 제조업의 몰락과 서비스화 → 선진국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


미국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미국의 아이폰' 뿐 아니라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선진국에서 증가한 일자리는 'R&D · 디자인 · 설계 · 마케팅' 등 서비스 관련 직무입니다.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변화 입니다.


  • 공정단계별 부가가치 창출 크기 - 일명, 스마일 커브(Smile Curve)

  • 1990년대 이후로는 R&D · 설계 · 디자인 등 제조 이전 서비스(Pre-fab services)와 마케팅 · 판매 등 제조 이후 서비스(Post-fab services)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제조(Fabrication) 단계 부가가치 창출액 보다 크다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선진국의 서비스화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 부품을 단순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직무보다는 제품을 초기부터 디자인 · 설계하고 완성품을 마케팅하여 판매하는 서비스 직무의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이폰 제조 일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에 종사해왔던 선진국 근로자'에 있습니다. ICT 기술진보로 인해 세계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이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제조업 근로자를 재교육시켜 서비스 직무로 이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혁신의 패배자'가 된 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다


에릭 사라고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 제조공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 그는 엔지니어링 원더랜드에 입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995년 그 공장은 1,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했었다. 엔지니어인 사라고사는 빠르게 승진했고 그의 연봉은 5만 달러로 올랐다. (...)


하지만 전자산업은 변화하고 있었고, 애플은 변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애플의 초점은 제조공정은 개선시키는 것이었다. 사라고사가 입사한 지 몇년 후, 그의 보스는 캘리포니아 공장이 해외 공장에 비해 얼마나 뒤쳐지는지 설명했다. 1,500 달러 컴퓨터를 만드는 데에 캘리포니아 공장에서는 22달러가 들었지만 싱가포르는 6달러 대만은 4.85 달러에 불과했다. 임금은 주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재고비용 및 근로자가 업무를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이 차이가 났다. (...)


지난 20년간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었다. 중임금 일자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Midwage jobs started disappearing). 특히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오늘날 신규 일자리는 중산층에게 적은 기회만을 제공하는 서비스 직무에 쏠려있다.


대학 학위를 가진 사라고사 조차도 이러한 변화에 취약했다. 우선 캘리포니아 공장의 반복적인 업무가 해외로 이전되었다(routine tasks were sent overseas). 사라고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 후 로봇이 나왔고 경영진은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였다(replace workers with machines). 진단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는 몇몇이 싱가포르로 보내졌다. 컴퓨터와 함께 소수의 사람만 필요해졌기 때문에, 공장의 재고를 감독하는 중간 관리자는 갑자기 해고되었다.


비숙련 업무를 하기에는 사라고사의 몸값은 너무 비쌌다. 또한 그는 상위 관리직을 맡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 2002년 밤늦게 호출된 그는 해고되었고 공장을 떠났다. 그는 잠깐동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술분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애플은 캘리포니아 공장을 콜센터로 바꾸어 놓았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는 시간당 12달러만 받는다.


구인활동을 시작한 지 몇개월 후, 사라고사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에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검수한 후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는 임시직을 맡았다. 매일매일 사라고사는 한때 엔지니어로 일했던 건물로 출근하였는데, 이제는 시간당 10달러 임금과 함께 수천개의 유리 스크린을 닦고 오디오 포트를 테스트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미국내 공장의 반복직무는 해외로 이전하였고 중간관리자와 근로자는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한때 엔지니어로 높은 몸값을 받았던 사라고사는 이제 임시직을 맡으며 시간당 10달러의 임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내에서 반복직무를 맡는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고, '콜센터 · 장비검수 등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저숙련 직무'와 '설계 · 디자인 · 마케팅 등 고숙련 직무'로 양극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 내 임금불균등의 증가(Within Wage Inequality ↑)가 경제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신흥국으로의 오프쇼어링 및 기술진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화가 난 미국인'(Angry American)이 되었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의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기에 이들의 분노가 커졌던 것일까요? 앞으로 다음글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제조업 중산층 일자리를 없앤 건 '기술변화'일까? '무역'일까? 


이번글에서 살펴본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이 애플 아이폰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주요 원인으로 '중국으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에서 확인했다시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변화가 중산층 일자리를 없앴다" 라고 생각합니다. 비숙련 근로자를 대체하고 숙련 근로자의 몸값을 높이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로 인해 임금 불균등이 커졌다는 논리 입니다.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를 문제로 지적하는 경제학자와 중국의 부상 및 오프쇼어링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대중들 간 감정적 격차는 계속해서 커져왔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대중국 무역전쟁을 요구하는 대중 · 정치인들의 요구에 대항하여, 경제학자들은 "비록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으나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반박했습니다.


(제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누차 지적[각주:25]해왔듯이) 경제학자들의 이런식의 대응은 대중과 정치권의 외면만 불러왔습니다. 다행히도 몇몇 경제학자들은 대중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의 원인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중산층 일자리 상실을 깊이 연구한 경제학자들은 '기술 vs 무역'(technology vs. trade)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technology ↔ trade)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기업의 아웃소싱 그 자체는 국제무역의 영향 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ICT revolution)으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communication cost ↓)한 덕분입니다. 


즉, 오프쇼어링을 통한 무역의 영향과 ICT 발전으로 인한 기술의 영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기술 vs 무역'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어떻게 상호연관적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볼 겁니다.




※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앞으로도 살펴봐야 할 주제들이 많은 가운데, 우선 바로 다음글을 통해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1. Remarks by the President in 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2013.02.12 [본문으로]
  2. Our first priority is making America a magnet for new jobs and manufacturing. After shedding jobs for more than 10 years, our manufacturers have added about 500,000 jobs over the past three. Caterpillar is bringing jobs back from Japan. Ford is bringing jobs back from Mexico. And this year, Apple will start making Macs in America again. (Applause.)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https://joohyeon.com/280 [본문으로]
  4. Apple will not be given Tariff waiver, or relief, for Mac Pro parts that are made in China. Make them in the USA, no Tariffs!. 2019.07.27 [본문으로]
  5. Apple’s new Mac Pro to be made in Texas. 2019.09.23 [본문으로]
  6.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7.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The president’s question touched upon a central conviction at Apple. It isn’t just that workers are cheaper abroad. Rather, Apple’s executives believe the vast scale of overseas factories as well as the flexibility, diligence and industrial skills of foreign workers have so outpaced their American counterparts that “Made in the U.S.A.” is no longer a viable option for most Apple products." [본문으로]
  8. The answers, almost every time, were found outside the United States. Though components differ between versions, all iPhones contain hundreds of parts, an estimated 90 percent of which are manufactured abroad. Advanced semiconductors have come from Germany and Taiwan, memory from Korea and Japan, display panels and circuitry from Korea and Taiwan, chipsets from Europe and rare metals from Africa and Asia. And all of it is put together in China. [본문으로]
  9. “The entire supply chain is in China now,” said another former high-ranking Apple executive. “You need a thousand rubber gaskets? That’s the factory next door. You need a million screws? That factory is a block away. You need that screw made a little bit different? It will take three hours.”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13.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14.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5.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8.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9.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https://joohyeon.com/260 [본문으로]
  2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1.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2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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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 - by <The Economist>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 - by <The Economist>

Posted at 2012. 8. 31. 10:58 | Posted in 경제학/일반


A proliferation of patents harms the public in three ways. First, it means that technology companies will compete more at the courtroom than in the marketplace—precisely what seems to be happening. Second, it hampers follow-on improvements by firms that implement an existing technology but build upon it as well. Third, it fuels many of the American patent system’s broader problems, such as patent trolls (speculative lawsuits by patent-holders who have no intention of actually making anything); defensive patenting (acquiring patents mainly to pre-empt the risk of litigation, which raises business costs); and “innovation gridlock” (the difficulty of combining multiple technologies to create a single new product because too many small patents are spread among too many players).

(...)

A world of fewer but more robust patents, combined with a more efficient method of settling disputes, would not just serve the interests of the public but also help innovators like Apple. The company is rumoured to be considering an iPad with a smaller screen, a format which Samsung already sells. What if its plans were blocked by a specious patent? Apple’s own early successes were founded on enhancing the best technologies that it saw, notably the graphical interface and mouse that were first invented at Xerox’s Palo Alto Research Centre. “It comes down to trying to expose yourself to the best things that humans have done—and then try to bring those things in to what you’re doing,” said Jobs in a television documentary, “Triumph of the Nerds”, in 1996. “And we have always been shameless about stealing great ideas.”

"Apple v Samsung - iPhone, uCopy, iSue". <The Economist>. 2012.09.01


But the case still has big implications for the tech industry, which is facing a tsunami of patent-related lawsuits. It shows how patents covering the look and feel of devices are increasingly being “weaponised” by their holders. It highlights the propensity of juries to award huge damages in intellectual-property disputes. And it will give added ammunition to those who feel that the current system of granting and policing tech patents in America needs to be overhauled.


http://www.economist.com/node/21561912

"Apple v Samsung - Swipe, pinch and zoom to the courtroom". <The Economist>. 2012.09.01





Q: 특허권 보호가 없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마구 빼가지 않을까? 


A :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특허권을 가지고 있음. 이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특허권 보호제도는 <The Economist>가 지적한대로 "후발자들의 추가적인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Innovation Gridlock - 너무 많은 특허가 너무 많은 기업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에, 여러 기술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과도한 특허권 보호는 오히려 신규기업들의 발전을 저해함. 대기업의 기술 유출 문제는 현재의 특허권 보호제도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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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방,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사회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방,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Posted at 2012. 8. 26. 01:22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애플과 삼성의 특허싸움, 포인트.


① 애플/삼성의 싸움이 아니라, 애플/구글의 싸움. 애플의 목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 파괴.


② 모방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사회후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혁신은 무의미한 것.


③ (아직 최종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과점이 더욱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후생감소로 이어진다.


④ 아이작 뉴턴 경 曰 :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 이 말은 학문의 세계에서만 적용될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휴대폰"이란게 없었으면 애플의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 


⑤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싸움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국내에서 못된 짓만 일삼는 삼성의 패배를 고소하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잘못되었다. 핵심은 우리는 "소비자" 라는 것.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한국 법원


특허권 침해를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 법원에서 벌인 첫 소송에서 삼성이 사실상 승소했다. 법원은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각각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4, 삼성의 갤럭시S2 등에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구형 기종이어서 양사 매출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이 전부 기각되고 침해가 인정된 부분은 현재 삼성이 신제품에 활용하지 않는 반면,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침해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향후 삼성이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 애플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8/24/0200000000AKR20120824097400004.HTML?did=1179m

"삼성, 세기의 소송서 사실상 승소". <연합뉴스>. 2012.08.24


2012년 8월 25일 금요일(한국시각) 미국 배심원 평결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사건 1심 재판의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사건 배심원단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 사간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대부분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등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

배심원단은 그러나 삼성전자가 제소한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없다고 평결했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08/25/0303000000AKR20120825018052072.HTML

"美법원 "삼성 특허침해"평결..애플 완승". <연합뉴스>. 2012.08.24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쟁에서, 하루사이에 한국 법원과 미국 배심원단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한국법원은  


  • 삼성은 애플이 보유한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 그러나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은 기각.
  • 애플은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
  • 삼성은 갤럭시S2, 애플은 아이폰3gs, 아이폰4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라는 판결을 내렸고, 미국 배심원단은

  • 삼성은 애플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도 침해했다.
  • 애플은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
  • 삼성은 애플에 10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라고 평결을 내렸다.

특히나 미국 배심원단의 "10억달러 배상" 결정이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미국 소송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인포그래픽을 통해 쉽게 살펴보자.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건 애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멀티터치 기능, 바운스백 기능 그리고 Ornamental design of the iPhone, Rounded square icons on interface."

애플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 "아이콘을 가로 4줄, 세로 4줄로 배치한 것", "둥근 모서리를 가진 아이콘 모양"을 삼성이 Copy했다고 주장해왔다.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앞서, "그런데 애플은 왜! 일반인이 봤을때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디자인 표절을 애플이 문제삼을까?" 라는 것의 이해가 필요하다.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즉, 애플의 iPhone과 삼성의 Galaxy의 싸움이 아니라, 애플의 iOS와 구글의 Android의 싸움이다.


잡스는 구글이 휴대전화 부문에서 애플과 경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했다. "우린 검색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단 말입니다. 오해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이폰을 죽이고 싶은 겁니다. 우린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


잡스는 개인적으로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할 때 애플 이사회에 있었고, 구글의 두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잡스를 멘토처럼 대했다.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안드로이드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갈수록 애플이 만든 기능들, 이를테면 멀티터치나 손가락으로 밀기, 격자 형태의 앱 아이콘 배치 방식 등을 채택하고 있었다.

(...)


애플은 자사의 특허 20개를 침해했다며 HTC를(나아가 안드로이드를) 고소했다. 다양한 멀티터치 제스처들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 두 번 맞드려 확대 및 축소하는 기능, 두 손가락으로 조이고 펼치는 기능, 기기가 귀에 닿았는지 결정하는 감지기 등에 대한 특허가 그것이었다. 소송이 제기된 그 주에 팰러앨토의 자택에서 본 그는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화가 나 있었다.


"우리 소송은 이렇게 말하는 셈입니다. "빌어먹을 구글, 당신들은 아이폰을 훔쳤어. 우리를 완전히 벗겨 먹었다고." 엄청난 도둑질이지요. 필요하다면 죽는 순간까지 남아 있는 내 인생과 은행에 있는 애플의 자금 400억 달러를 모조리 바쳐서라도 상황을 바로잡을 생각이에요. 난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릴 겁니다.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니까요. 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핵전쟁도 불사할 수 있어요. 그들은 겁에 질려 있지요.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구글 서치를 제외한 구글의 제품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와 구글 닥스는 개똥입니다."


윌터 아이작슨. 2011. 『스티브 잡스』. 803-804쪽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구글이 자사의 운영체제를 베끼고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것에 노발대발했다.

애플과 구글 직원들의 깜짝 이벤트로;;;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는 즉석만남까지 가졌지만, 이사회 자리를 공유했던 애플과 구글은 갈라지고 만다. 그 후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특허침해소송을 시작한다.



<*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의 만남

  출처 : http://gizmodo.com/5503004/steve-jobs-and-eric-schmidt-spotted-together-again-photos >



물론, 단순히 구글에 대한 배신감으로 소송을 시작한 것은 아닌데. 2007년 iPhone 출시 이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애플로서는 (그나마) 비슷한 성능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등장을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https://www.idc.com/getdoc.jsp?containerId=prUS23638712 >


도표와 그래프에서 쉽게 알 수 있다시피, 2012년 2분기 안드로이드 진영의 점유율은 68.1%에 달한다. 반면 애플은 18.8%에서 16.6%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개방정책과 Low-End 전략을 택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특성상 점유율은 높고 이익은 낮은 형태를 띄지만, 애플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점이 애플이 소송전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또 다시 말하자면, 이번 소송전쟁은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격인 삼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데...

사실.. 누가봐도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는 비슷하다. 갤럭시S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삼성 이새끼들 애플 베겼네".



애플의 스티브 잡스옹은 친히 고소를 해주신다;;;







그런데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모방은 나쁜 것일까?"인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삼성의 모방과 애플의 소송제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저번에 말했듯이 모방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물론, 애플은 훌룡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역사에 남을정도로 훌룡한 제품을. 아이폰 출시를 발표했던 2007 Macworld Keynote는 정말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혁신은 사회 전체의 후생과 연관되어야 한다. 안드로이드 진영-특히나 삼성-의 모방이 없었더라면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했을까? 애플은 심플한 제품 라인업으로 High-End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출시하는 모델이 별로 없는데다가 제품 가격이 비싸다. (전세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낮지만 이익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은 정말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것을 만들어냈지만, 애플을 모방하는 기업이 없었더라면 혁신의 후생은 돈 많은 사람에게만 돌아갔을 것이다. 


중국의 Huawei는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여 "80달러 밖에 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출시하였는데, 덕분에 제3세계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러한 스마트폰을 "the People's Smartphone" 이라 부른다. 삼성, LG 또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품종의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였는데 덕분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또 다시 말하자면, 모방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했다.



미국 배심원단의 이번 평결을 여러사람들이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the New York Times>는

(배심원단의 10억 달러 배상 평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회사 중 하나인 삼성에 큰 재정적 타격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평결은 삼성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들의 제품을 애플과 유사하지 않게 또는 법정공방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새로이 디자인 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는 걸 볼 수도 있다. 혹은 제조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피하기 위해 조잡하게 제조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That is not a big financial blow to Samsung, one of the world’s largest electronics companies. But the decision could essentially force it and other smartphone makers to redesign their products to be less Apple-like, or risk further legal defeats. Consumers could end up with some welcome diversity in phone and tablet design — or they may be stuck with devices that manufacturers have clumsily revamped to avoid crossing Apple.)


http://www.nytimes.com/2012/08/25/technology/jury-reaches-decision-in-apple-samsung-patent-trial.html?smid=tw-nytimes

"Jury Awards $1 Billion to Apple in Samsung Patent Case". <NYT>. 2012.08.25

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이번 소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미래는 불확실성에 갇히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제조사들은 소송에 취약해 보인다. William Power는 "이번 평결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근심을 주었어요. legal risks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들이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들거에요." 라고 말한다. (...)


소비자들이 아이폰의 대안으로 안드로이드 기기를 선호하는한,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량생산 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불러온 추가적인 법적비용, 라이센스비용은 통신사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The future of the Android ecosystem is now tinged with uncertainty, with other Android hardware and software designs seen to be vulnerable to lawsuits. "It has got to create some concern for that ecosystem," Baird analyst William Power said. "The legal risks are bound to make a manufacturer think twice." (...)


As long as consumers favor Android devices over other iPhone alternatives, expect some manufacturers, at least, to keep churning out Google phones. But many of the additional legal and licensing costs that stem from the smartphone patent wars may be passed on to wireless carriers and to consumers.)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0872396390444812704577610012314155098.html

"Apple's Victory Sends Fear Through Android Ecosystem". <WSJ>. 2012.08.25


이번 평결은 애플의 특허권과 주장을 대부분 유효하게 해주었고, IT업계의 거인-애플-은 대다수의 제조사들을 밖으로 쫓아낼 수 있을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평결은 또한 애플이 현재 제기하고 있는 소송-특히나 HTC, 모토로라와의-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And now that Apple’s day in court has validated most of its patents and claims, the technology giant is armed to the teeth with enough ammo to go after any and every OEM out there. It’s also fodder that could prove helpful in Apple’s existing ongoing litigation — specifically with HTC and Motorola. (That is, if the verdict stands; There’s still a lengthy appeals process to come, as promised almost immediately by Samsung.) )


http://allthingsd.com/20120824/apples-big-patent-win-a-shot-across-the-bow-of-all-android-device-manufacturers/?mod=tweet

Mike Issac. "Apple’s Big Patent Win: A Shot Across the Bow of All Android Device Manufacturers". <All Things Digital>. 2012.08.25



더 염려스러운 점은 이번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과점이 고착될 수 있다는 사실인데, 애플이 삼성에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모든 제조사들이 걸려들 수 있는 문제이다.

꼭 읽어봐야 하는 칼럼은 <the Guardian>의 Dan Gillmor가 쓴 이 칼럼인데, 이번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점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평결의 영향으로, 우리는 삼성과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스마트폰이 추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전례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획득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질 수 밖에 없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들은, 이미 가진 것에 더해 더 많은 파워를 획득한 애플과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


(삼성의 표절은 정말 싫지만) 최근 나는 애플에 대한 호감이 감소했다. 애플은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소란을 불러오는 기업이 되었다. (...)


만약 애플이 다른 소송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애플에게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애플은 라이센스 비용을 비싸게 책정하여 다른 제조사들이 아예 경쟁하지 못하도록 만들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발생한다면, 스마트폰 분야와 태블릿 분야에서 애플의 지배력은 넘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것을 걱정해야 한다.


(But we're likely to see a ban on many mobile devices from Samsung and other manufacturers in the wake of this case, as an emboldened Apple tries to create an unprecedented monopoly. If so, the ultimate loser will be competition in the technology marketplace, with even more power accruing to a company that already has too much. (...)


But in recent years, I have become even less a fan of Apple. It is now the uber-bully of the technology industry, and is using its surging authority – and vast amounts of cash – in ways that are designed to lock down our future computing and communications in the newest frontier of smart phones and tablets.


In the end, Apple will settle for nothing less than outright capitulation by Samsung – and, by extension, other Android device makers – in what Jobs called a "thermonuclear war", which he planned, before his death, to wage on Android. If Apple is successful, either all Android manufacturers will pay Apple a license fee, or Apple will simply make it too expensive, via lawsuits, for other phone makers to compete. And if that happens, Apple's financial dominance in smart phones (Android leads in overall numbers of units sold) and overwhelming dominance in the tablet market could be insurmountable. Users of technology should worry about that scenario, for many reasons.)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2/aug/25/apple-crushes-samsung-quest-global-tech-domination

Dan Gillmor. "Apple crushes Samsung in quest for global tech domination". <the Guardian>. 2012.08.25



이번 평결을 바탕으로, 애플은 삼성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까지 이끌어 내려고 한다. 그렇게되면 삼성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일례로 24일 한국법원은 아이폰3gs와 아이폰4의 폐기하라고 명령하였는데, 애플의 A/S가 리퍼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폰 구버전은 A/S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판결에서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 등 애플 제품들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 판결이 나오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 데 불편이 따르게 됐다. 

(...)


 법원이 애플에 대해 본점, 지점, 사업소, 영업소 및 창고에 보관 중인,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를 모두 폐기하라고 선고한 이상 미국 현지에서 애플이 리퍼 제품을 국내로 추가로 들여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이와 관련해 애플코리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영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조만간 애플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 애플 제품들은 판매 금지되고 폐기 처분 수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애플이 본국에서 들여오는 리퍼 제품의 수량도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A/S를 받는 데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0824000917&md=20120825003030_D

"국내 아이폰4·아이패드 사용자, 애플 A/S 어렵다". <헤럴드경제>. 2012.08.24





"아니 그럼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특허권 침해를 방치해야 하나?" 라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애플이 문제삼고 있는 디자인 특허권 침해 주장은 너무나도 과도하다는 게 문제다.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 "아이콘을 가로 4줄, 세로 4줄로 배치한 것", "둥근 모서리를 가진 아이콘 모양" 

??????????????????????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인데...

<the 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 Nick Bilton

삼성과 애플의 소송 싸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직사각형이야... 직사각형은 이제 애플꺼야.


https://twitter.com/nickbilton/status/239163644745748480


라며 배심원단의 평결을 조롱한다.

삼성이나 다른 제조사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특성상 "둥근 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 라고 주장해왔다.


더 웃긴것은, 삼성은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표준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에서 졌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법원에서) 이런 정반대 판단이 나온 것은 필수 표준(standards-essential) 특허에 관한 '프랜드(FRAND)'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에 대한 양국 법원의 입장이 달라서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가 제정한 특허기술 사용에 관한 조건에 이 문구가 포함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표준이 된 특허기술의 권리자가 이 특허 사용자 중 일부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단 누구나 표준 특허기술을 쓰되 특허 권리자와 협상해 합리적이고 평등한 수준의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나 차별적인 요구로 경쟁사의 제품 생산을 방해해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08/25/0302000000AKR20120825029252017.HTML

"<애플-삼성 韓·美 엇갈린 쟁점>②프랜드". <연합뉴스>. 2012.08.25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배심원단의 평결 이전부터 삼성의 패소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었다. 삼성이 애플에게 문제삼고 있는 표준특허기술 특허권에 대해, 애플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특허전쟁에 있어 애플과 동등한 무기-통신기술 특허 등-를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보유한 특허들은 법정에서 기각될 것이다.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대다수는 FRAND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기술을 무기로 쓰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리스크를 동반하는데, 삼성의 표준특허기술을 사용에 대해 애플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는 한, 삼성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FRAND) 조항에 따라 애플과 협상을 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쟁자가 특허를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특허에 대해 FRAND 조항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 


(Samsung may have an equally powerful arsenal of patents at its disposal -- including many covering the fundamental technologies of cellular telephony that Apple relies upon -- but those patents are not so easily deployed in a court of law.


Many of Samsung's telecommunications patents were submitted to the technical committees in charge of setting international standards under so-called FRAND terms, whereby a company is permitted to collect royalties for use of its proprietary technology, but must negotiate those royalties for rates that are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Samsung has tried to use those standards-essential patents against Apple, accusing the company in countersuits of exploiting them without permission, something Apple may well be doing.


But as a legal strategy this carries risks, because as long as Apple is willing to pay for the use of Samsung's patents, Samsung is required to negotiate terms that are fair and reasonable and don't try to unduly punish Apple.

Apple is under no such obligation with regard to its patents. If it doesn't want a competitor to use its proprietary technologies, it doesn't have to license them under any terms.)


http://tech.fortune.cnn.com/2012/05/21/why-samsung-must-negotiate-why-apple-wont-settle/

"Why Samsung must negotiate. Why Apple won't settle.". <CNN>. 2012.05.21


FRAND 조항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특허권은 FRAND 조항처럼, 먼저 사용권을 인정한 뒤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이것을 들어 삼성의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애초에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표준특허기술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법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특성상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건 상당히 애매하다. 애초에 삼성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내가 문제삼는 건, '디자인'이 특허권으로서 과도하게 인정되는 것 그 자체다. 특허권은 다른 기업들의 진출과 발전을 가로막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모든 기업들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휴대폰"이란게 없었으면 애플의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 

뉴턴이 말한 "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라는 이야기가 학문에만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IT전문가인 Jeff Jarvis과거 애플이 Xerox를 모방하여 매킨토시를 출시했던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특허권의 과도한 보호 비판한다. 특히 "They all stand on the shoulders they sue." 라고 말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존재 덕분에 지금의 애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 오.. 제록스가 애플을 고소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자
  2. 핵심은 혁신은 혁신을 불러오지만 특허시스템은 혁신을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특허시스템은 삐뚤어졌다.
  3. 더 중요한 점은 특허 시스템은 변호사들의 고용을 돕기만 한다는데에 있다. 애플/제록스 소송이든, 애플/삼성 소송이든
  4. 만약 제록스가 애플보고 꺼지라고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의 애플이 있었을까? 이게 내가 말하고픈 것이다.
  5. 나는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나에게 돈을 가져다 준다.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은 우리 모두를 상처낸다. 엿먹어라 특허!
  6. 삼성 :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을 독점하는 애플
  7. 트위터는 트위터를 발명할만큼 영리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이 모두는 그들이 소송을 제기한 어깨 위에 서있다. (They all stand on the shoulders they sue)
  8. 아~ 나는 특허 시스템이 불만이라는거야. 애플이 아니라. 적어도.

*트위터 특성상,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함.



앞서 이야기했던 Dan Gillmor 또한 이 점을 문제삼고 있다.


Crucially, the jury found none of Apple's patents invalid, despite substantial evidence that others anticipated many of the innovations that Apple put together when it released its first iPhone. This is a shame, because Apple's abuse of our out-of-control patent system has given Apple its chief ammunition in its global campaign to destroy Google's Android operating system, which Samsung (and many others) adopted for its smart phones.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2/aug/25/apple-crushes-samsung-quest-global-tech-domination

Dan Gillmor. "Apple crushes Samsung in quest for global tech domination". <the Guardian>. 2012.08.25




"한국"기업 삼성이 "미국"기업 애플과의 소송전쟁에서 패배할 위기에 쳐해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애국주의, 국가주의의 관점으로 삼성/애플의 소송을 바라보아서도 안된다.


국내에서 못된 짓-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정치권 로비, 노조탄압-만 일삼는 삼성이라는 이유로,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을 고소하게 바라보는 것도 어리석다. 


애플의 목적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생태계 파괴이고, 애플은 High-End 제품 라인업, 안드로이드 진영은 Low-End 제품 라인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애플의 승리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후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허권을 어떤식으로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혁신과 창조를 불러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허는, 오늘날 아이디어의 확산을 막고 신규 기업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몇몇 주류경제학자들조차 특허 및 지적재산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가>


같이 읽으면 좋은 기사들


http://blogs.hbr.org/cs/2012/08/who_cares_if_samsung_copied_ap.html

James Allworth. "Who Cares if Samsung Copied Apple?". <HBR>. 2012.08.20


http://www.nytimes.com/2012/08/27/technology/apple-samsung-case-muddies-future-of-innovation.html?_r=1&smid=tw-share

"Apple Case Muddies the Future of Innovations". <NYT>. 2012.08.26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0872396390443991704577577433289673596.html

"In Praise of Copycats". <WSJ>. 2012.08.20


http://www.cepr.net/index.php/blogs/beat-the-press/jury-in-apple-case-rules-for-big-government

Dean Baker. "Jury in Apple Case Rules for Big Government". <CEPR>. 2012.08.27


http://www.ft.com/cms/s/0/fa28dc5a-ef55-11e1-b1e5-00144feabdc0.html#axzz24kez7m3X

"Apple ruling redraws battle lines". <FT>. 2012.08.26


http://www.theatlantic.com/business/archive/2012/07/why-there-are-too-many-patents-in-america/259725/

"Why there are too many patents in America". <the Atlantic>. 2012.08.26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3570.html

"[인권OTL] 약이 있는데 왜 죽어야 합니까". <한겨레21>. 200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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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어떻게 세금을 회피하나?애플은 어떻게 세금을 회피하나?

Posted at 2012. 4. 29. 10:01 | Posted in 경제학/일반


오늘 아침 <NYT>에 아주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는데, 제목은 "How Apple Sidesteps Billions in Taxes"

현재 전세계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중이고, 2012년 1분기 실적이 116억 달러에 달하는 Apple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교묘하게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비판하는 기사. 이러한 문제제기 또한 "국경없는 세계화 자본주의와 영토 개념이 존재하는 국가 개념의 충돌"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합법적으료 교묘하게 세금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① 미국 내 다른 주에 자회사를 차려놓고 소득을 이전시키는 방법 ② 외국에 자회사를 차려놓고 소득을 이전시키는 방법 이 있다. 애플의 본사는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에 위치해 있는데, 캘리포니아주의 세율은 8.84%에 달한다. 그러나 네바다주에서는 법인세와 자본이득세에 관한 세율이 0%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네바다주에 자회사를 차려놓고 소득을 이전시켜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애플은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 네덜란드 · 카리브해에 위치해 있는 British Virgin Islands을 이용하여 세금을 줄인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애플의 자회사가, 실제로 애플과 관련이 있는지 나타내는 유일한 징표는 우편함 뿐이다. 유령회사,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다. (The only indication of the subsidiary’s presence outside is a letterbox with a lopsided slip of paper reading “ITUNES SARL".) 


아일랜드→ 네덜란드 → 카리브해의 영국령 섬-이곳에 있는 회사는 기술적으로는 구글 아일랜드 계열사-을 경유하여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로 불리는데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Google이 이 방법을 이용하여 세금 납부액을 줄여서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결국 문제는 "국경없는 세계화 자본주의와 영토 개념이 존재하는 국가 개념의 충돌" 이다. 또한, "유형의 생산품을 판매하지 않는 IT산업의 특성"이 조세회피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세금 전문가들은, 애플 제품의 생산과 조립이 외국에서 이루어지지만, 애플의 임원, 제품 디자이너, 마케터, 연구개발인력이 미국에 있는 만큼 애플의 이익은 미국의 세금으로 납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회사의 이윤은 제품이 팔리는 곳이 아니라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가의 세금징수는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The nation’s tax code is based on the concept that a company “earns” income where value is created, rather than where products are sold.)


그러나 "유형의 생산품을 판매하지 않는 IT산업의 특성"은 산업화시대에 만들어진 세금징수에 관한 전통적인 개념에 反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Apple serves as a window on how technology giants have taken advantage of tax codes written for an industrial age and ill suited to today’s digital economy.) Apple, Google, Amazon, HP, MS 같은 회사는 physical goods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royalties on intellectual property에서 수익을 만들어낸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라든지, 다운로드 가능한 노래라든지. 이러한 저작권 로열티와 디지털화된 제품은 자동차, 철강과 달리 국경 개념이 없이 이동할 수 있고, 따라서 거기서 발생된 이윤을 세율이 낮은 나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애플의 한 관계자는 "다운로드 방법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트랙터나 철강 판매와는 다르다. 당신이 그 제품을 실제로 만질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컴퓨터가 프랑스에 있느냐 영국에 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노래 등을 룩셈부르크에서 구매한다면, 거기서 발생한 이윤은 룩셈부르크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항변한다. 이러한 항변은, 무형의 디지털 판매품이 경제생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세금징수 시스템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준다. (Downloadable goods illustrate how modern tax systems have become increasingly ill equipped for an economy dominated by electronic commerce.)



결국 해법으로는 "전세계가 단일한 세율을 적용" 하는 것이 제시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실제로 적용가능한가 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전통적인 노동의 방법과는 다르게 가치를 창출해내는 IT산업의 특성-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physical goods가 아니라 royalities on intellectual property로 수익 창출-에 맞는 새로운 세금징수 시스템이 필요할텐데.. 이것을 하려면 "경제에 대한 관념"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하는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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