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Posted at 2019. 12. 15. 15:2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애플사(Apple Inc.)는 오늘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상징하는 기업 입니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애플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을때마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열광하며, 부품을 공급하는 전세계 IT 기업들은 실적향상과 주가상승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정치인 · 경제학자 · 정책담당자들은 애플에게 아쉬움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애플이 미국 내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얼마 안되기 때문입니다. 2011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는 말을 건넸으나,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습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아래의 기사를 살펴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11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저녁만찬에 참석했을 때, 참석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하려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물음을 던졌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what would it take to make iPhones in the United States?)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애플은 자사 제품을 주로 미국에서 생산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2011년에 판매된 아이폰 7천만대, 아이패드 3천만대, 기타 제품 6천만대 제품이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왜 이것들을 미국 내에서 만들 수 없나?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Those jobs aren’t coming back”)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


애플은 글로벌경영을 통해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2011년 애플의 근로자당 수익은 골드만삭스, 엑손모빌, 구글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경제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애플이 -그리고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다른 유명한 기업들만큼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미국 내에서 4만 3천명 해외에서 2만명을 고용 중인데, 이는 1950년대 GM이 고용한 미국 근로자 40만명과 1980년대 GE가 고용한 미국 근로자 수십만명에 한참 모자라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애플과 계약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70만명의 사람들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를 조립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그들은 아시아, 유럽 등에 위치한 해외 기업과 공장에서 일을 한다. 


2011년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던 자레드 번스타인은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Apple’s an example of why it’s so hard to create middle-class jobs in the U.S. now.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 기사에 나온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의 발언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는 애플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더 많은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중산층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미국 중산층 근로자 대부분은 주로 공장과 사무실에서 '반복적인 업무'(routine-task)를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IT 기술진보와 오프쇼어링은 반복업무를 없애거나 해외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결과 중산층 근로자의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었고 임금상승률은 둔화되었습니다. 


한국 · 대만에서 전자부품을 조달한 뒤 중국에서 조립되는 아이폰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로 인한 미국 중산층 일자리 위축' 현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위의 뉴욕타임스 기사 부제목이 '애플, 미국 그리고 위축된 중산층'(Apple, America, and a Squeezed Middle Class)인 이유입니다.


  • 2011년 2월, 테크기업 리더들과 만남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

  • 왼쪽 스티브 잡스, 오른쪽 마크 저커버그


미국 중산층 일자리 및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 모두 애플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끔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1년 잡스에게 직접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던 오바마는 2013년 연두교서[각주:1]에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을 위한 곳으로 만드는 겁니다. (...) 올해 애플은 맥을 다시 미국에서 생산할 겁니다."[각주:2] 라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출마선언과 취임연설에서 부터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각주:3]를 외쳐온 트럼프. 


트럼프행정부는 미국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하여, 해외유보 소득의 환류에 법인세율 보다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최소 5년간 자본 투자에 대해서 전액 비용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내놓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애플이 대중국 수입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상품을 만들어라!"[각주:4]는 의견을 표출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회답으로 애플은 맥 프로 차세대 버전을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든다고 발표[각주:5]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 Assembled in China'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맥 프로는 2013년부터 이미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왔기 때문에, 애플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귀환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애플은 각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해외생산을 고수하는 걸까요? 앞서 인용한 기사에 잠깐 나오듯이[각주:7], 해외의 값싼 인건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사를 좀 더 읽으면서 미국이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지 알아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07년 아이폰이 출시가 한달이 채 남지 않았을 때, 스티브 잡스가 부하들을 사무실로 호출했다. 잡스는 지난 몇주동안 아이폰 시험버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화가 난 잡스는 플라스틱 스크린에 찍힌 수많은 스크래치를 문제삼았다. 그는 청바지에서 차량 열쇠를 꺼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열쇠도 주머니에 있다. 잡스는 "이렇게 손상된 제품은 팔지 않을 겁니다" 라고 말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손상되지 않는 유리를 이용하는 거였다. "나는 유리 스크린을 원합니다. 그리고 6주 내에 완벽해지기를 원합니다"


미팅이 끝난 후 한 경영진은 중국 선전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만약 잡스가 완벽한 것을 원한다면, 중국 선전 말고는 가야할 곳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애플은 동일한 물음을 던지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어떻게 휴대폰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고품질로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수백만대를 빠르게 제조하고 수익성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해답은 거의 매번 미국 바깥에 있었다. 


모든 아이폰은 수백개의 부품을 담고 있는데, 이 중 90%가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차세대 반도체는 독일과 대만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에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회로는 한국과 대만에서, 칩셋은 유럽에서, 원자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조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었다.[각주:8] (...)


중숙련 근로자를 값싸게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애플을 아시아로 끌어들인 건 아니다. 기술기업에게 부품 · 공급망관리 등에 비해 노동비용은 매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 아시아 공장들은 규모를 빠르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 그 결과, 미국은 아시아 공장들과 경쟁할 수 없다. 


아시아 공장의 이러한 이점들은 2007년 잡스가 유리 스크린을 요구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거 수년간,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가공의 어려움 때문에 유리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애플은 강화유리 제조를 위해 미국 코닝사와 접촉해왔다. 그러나 이를 테스트 하기 위해서는 조립공장과 중숙련의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준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때 중국 공장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애플 직원이 방문했을 때, 중국 공장 오너는 이미 새로운 건물을 건설중 이었다. 그들은 "애플과 계약을 체결할 것을 대비해서 짓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수많은 산업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었고, 이 회사의 유리가공 공장도 수혜를 받고 있었다. 중국 공장은 결국 기회를 얻었다. 


전 애플 고위층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체 공급망은 중국에 있습니다. 수천개의 가죽 패킹이 필요하다고요?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개의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그 공장은 한 블럭 옆에 있습니다. 모양이 조금 다른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3시간 내에 얻을 수 있습니다."[각주:9]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공급망'(Supply Chain) 때문입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주요 전자부품은 중국에 인접한 한국 · 대만 · 일본 등에서 조달할 수 있으며, 중국 내에서는 수많은 부품을 빠른 시간에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노동자의 값싼 임금 · 24시간 근로체계 등 기업에 유리한 노동기준과 미국 내 숙련 제조업 근로자의 부족 등도 애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테지만, 핵심은 공급망에 있습니다. 


  • 2000년과 2017년, ICT 산업의 전통적인 교역 · 단순 GVC 교역 · 복잡 GVC 교역 네트워크

  • 17년 사이 중국 ·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커졌다

  • 출처 : WTO. 2019.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Ch.01 Recent patterns of global production and GVC participation


위의 이미지는 2007년과 2017년 사이 정보통신산업(ICT) 내 글로벌 밸류체인 네트워크(Global Value Chain) 혹은 글로벌 공급망 교역(Global Supply Chain)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국 내 소비를 목적으로 외국산 최종재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를 전통적인 교역(Traditional Trade)[각주:10]이라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재 상품 다르게 말해 완성품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소비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전달됩니다.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하는 경우를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GVC Trade)[각주:11]이라 하는데, 생산과정에서 부품이 국경을 한번 넘느냐 두번 넘느냐에 따라 단순 GVC 교역(Simple GVC)과 복잡 GVC 교역(Complex GVC)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면 단순 GVC 교역이며,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제3국으로 수출한다면 복잡 GVC 교역입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0여년 사이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 · 일본 · 대만 등으로부터 중간재 부품을 조달한 후 아이폰과 같은 최종재를 만들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는 GVC 구조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중 세번째 그림에서 중국이 제3국 수출을 목적으로 한국(KOR) · 일본(JPN) · 대만(TAP)으로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복잡 GVC 교역 모습, 그리고 첫번째 그림에서 완성된 최종재인 아이폰을 미국(USA)으로 수출하는 전통적인 교역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간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살펴봤듯이,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힘이 작용하여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역할 분담을 이끌어냈고, 오늘날 세계경제 및 교역 구조를 이전과는 다르게 만들어낸 것일까요?




※ 상품운송비용 및 의사소통비용의 감소로 인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


우선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다루었던 '과거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복습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가 지난글의 그것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내용을 숙지하고 계신 분은 다음 파트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으로의 생산 집중



서로 멀리 떨어진 국가간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은 마을에서 농식물을 재배 · 수확하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습니다. 5일장 등 시장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교환하고 보따리상이 먼 지역의 농식물을 가져와 팔기도 하였으나, 상거래의 지역적 범위는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즉, 국가간 교역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에는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bundling)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세기 중반 컨테이너선 발명은 국가간 교역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이 만든 자동차 · 전자제품 등 제조업 상품과 중동이 채굴한 석유 및 중남미가 생산한 농산품 · 원자재 등 1차상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소비되었습니다. 


이처럼 상품 운송비용이 하락함(goods trade costs↓)에 따라 국가간 교역은 활성화 되었고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1st unbundling)


이제 개별 국가들은 자국이 생산한 상품을 전부 다 소비하지 않으며, 자국이 소비하는 상품 모두를 스스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제조업 상품은 북반부(North)에 위치한 미국 · 서유럽에서 집중 생산되며, 원자재는 남반구(South)에 위치한 중동 ·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서로 간 상품을 교환한 뒤 소비하는 'made-here-sold-there' 경제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족 : 여러번 강조[각주:12]했듯이,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서로 다른 가격이 국내에서 초과공급(=수출) 및 초과수요(=수입)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무역을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


  • 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생산하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을 만들어 냄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한국어 번역본 『그레이트 컨버전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경제 구조와 교역방식이 또 다시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과거 철도 · 컨테이너선이 물적상품의 운송비용을 낮췄다(goods trade costs ↓), 정보통신기술은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비용을 절감시켰습니다(communication costs ↓). 이제 선진국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서로 간 지식과 아이디어(knowledge & ideas)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선진국 기업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역할을 배분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위치했던 제조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창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도 여러 국가가 참여합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 자본재 부품을 여러 국가가 만든 뒤 조립을 담당하는 국가로 수출하고, 마지막 제조공정을 맡은 국가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원활한 중간재 교역을 위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여러 국가가 생산에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공유'(global production sharing) ·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등과 각자 역할을 맡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선진국(North)에 위치했던 제조업은 동아시아 등 후발산업국가(South, Factory Asia)로 이동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간재 부품 교역을 통해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제구조는 이렇게 여러 국가가 함께 만든 상품을 전세계가 소비하는 '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이와 같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보고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선진국으로 제조업 생산을 집중시켰고, 이와 정반대로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개발도상국 특히 동아시아로 제조업 생산을 이동시켰을까?" 입니다.  


이는 앞서 던졌던 물음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과 동일한 겁니다.


그리고 과거 선진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집중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력 격차 이른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를 만들어냈고, 오늘날 개발도상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이전은 격차를 축소시키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대분기'를 초래하였고(goods trade cost ↓ → the Great Divergence),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대수렴'을 이끌어내고 있는가?(communication cost ↓ → the Great Convergence)" 라는 물음도 던질 수 있습니다.


  • 리차드 발드윈의 단행본 <The Great Convergence>(2016) / 한국어 출판명 <그레이트 컨버전스>(2019)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00년 논문 <핵심-주변부 모형과 내생적 성장>(<the Core-Periphery Model and Endogenous Growth>) · 2001년 논문 <글로벌 소득 대분기, 무역 그리고 산업화 - 성장 출발의 지리학>(<Global Income Divergence, Trade and Industrialization - the Geography of Growth Take-Offs>) · 2006년 논문 <세계화 - 대분리>(<Globalization - the Great Unbundlings>) 등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설명해왔습니다. 


그리고 리차드 발드윈은 2013년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13](<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학문적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했습니다.


리처드 발드윈은 폴 크루그먼의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각주:14]과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각주:15]에 기반을 두고 '대분기'와 '대수렴'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앞선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살펴봅시다.


▶ 신경제지리학, "운송비용이 하락하면서 대분기 → 대수렴이 발생한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1995년 논문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Globalization and the Inequality of Nations>)을 통해,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으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루그먼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만들어낸 신무역이론(1979)과 신경제지리학(1991)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신무역이론[각주:16] -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가 적은 소국도 인구대국 만큼 상품다양성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 기업이 서로 다른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집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 합니다. 왜냐하면 상품 생산에 고정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기업의 생산량은 줄어들고 이에따라 부담하는 생산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시장크기 하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에 사는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 이익을 대국 소비자들에 비해 누리지 못합니다.


이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국제무역 입니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으로써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즉, 국제무역은 국내 인구 증가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시장크기가 작은 소국 국민도 대국만큼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신경제지리학[각주:17] -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진다


: 국제무역은 소국 국민도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리게 해주지만, 높은 수준의 운송비용이 존재한다면 소국 국민이 이용하는 상품의 종류는 대국에 비해 적을 겁니다. 


결국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초기에 인구가 더 많았던 대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 집니다. 


아래의 사고실험을 통해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1지역과 2지역은 모두 농업과 제조업을 가지고 있으며,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상품이 두 지역을 오가려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말인즉슨 1지역 사람들은 2지역에 생산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고, 반대로 2지역 사람들은 1지역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이유에서건 초기에 1지역의 인구가 2지역 보다 더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1지역의 시장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1지역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지역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임금도 더 많이 받습니다. 


이를 알게 된 2지역 제조업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1지역으로 이동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1지역 시장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선순환이 작용하여 사람들은 1지역으로 더더욱 몰려들게 됩니다. 


제조업 근로자(소비자) 뿐 아니라 제조업 기업들도 1지역으로 몰려듭니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합니다(backward linkage).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듭니다(forward linkage). 결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1지역으로의 집중은 심화 됩니다.



하지만 모든 제조기업이 1지역으로 쏠리지 않고 주변부인 2지역에도 여전히 제조기업은 존재하게 됩니다.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제조업 기업이 1지역에 몰릴수록 내부경쟁은 심화되기 때문에 2지역으로 이탈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2지역에 위치한 제조업 기업은 1지역 상품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인구가 적은 2지역에 머무르며 조그마한 수요라도 독차지 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가 되고, 주변부인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됩니다.


●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 -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 · 신경제지리학을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North-South)에 적용하여 국가간 불균등을 설명합니다. 


산업화된 핵심부인 1지역은 선진국 · 농업위주의 주변부인 2지역은 개발도상국 이라 한다면, 국가간 핵심-주변부 패턴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제조업은 계속해서 핵심부인 선진국으로 집중되고 개발도상국은 농업 위주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은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 왼쪽 : G7 선진국의 제조업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오른쪽 : 중국의 제조업 비중 증가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이때 운송비용이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시장크기가 작은 개발도상국 국민도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제조업 상품을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을 지불하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다양성을 이유로 이주할 유인은 없어집니다. 


그리고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은 제조업 기업들의 위치선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제조업 기업은 굳이 시장규모가 크고 제조업 수요가 많은 선진국에 위치하지 않아도 됩니다게다가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의 낮은 임금수준은 제조업 기업들에게 선진국 시장과 멀리 떨어지는 불리함을 상쇄시켜 줍니다. 


이제 운송비용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는 제조업 기업은 핵심부인 선진국에서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기게 되고,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여 선진국과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됩니다(convergence).


▶ 신성장이론, "선진국 지식이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되면서 대수렴이 일어난다"


임계점 밑으로 하락한 운송비용에 더하여 '아이디어(idea)와 지식(knowledge)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하락(communication cost ↓)'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 수렴을 가속화 시킵니다.


'지식' · '아이디어'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각주:18]한지, 그리고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어떻게 추격성장을 할 수 있는지[각주:19]는 본 블로그의 지난글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를 만들어내 끝없는 경제성장을 이끈다"(variety-based growth)고 말하며 신성장이론을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폴 로머는 1993년 두 개의 논문 <경제발전에서 아이디어 격차와 물적 격차>(Idea Gaps and Object Gaps in Economic Development), <경제발전의 두 가지 전략: 아이디어 이용하기와 생산하기>(Two Strategies for Economic Development: Using Ideas and Producing Ideas)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보유한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강조했습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은 특정한 공간에 매여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미 사용중 이라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즉, 물적자본은 '경합적'(rival)이며 '배제가능성'(excludable)을 띈 사유재(private good) 입니다.


반면,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롭고 다른 종류의 생산방식 등은 한 공장에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유한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사용됩니다. '비경합성'을 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와 유사합니다. 즉,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가진채 '공공재'(public goods) 특징을 일부 띄는 독특한 재화입니다.


따라서, 연구부문의 R&D를 통해 창출된 아이디어는 시대가 지나도 끝없이 축적되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된 지식과 아이디어는 두 그룹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왼쪽 : 미국 · 일본 · 독일 등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수출 추이

  • 오른쪽 : 중국 · 한국 · 대만 · 멕시코 등 제조업 신흥국의 지적재산권 수입 추이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1990년대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과 아이디어가 전파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s)은 지식과 아아디어 전파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선진국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 근로자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제품을 제조해 나갔습니다.


지식을 전파하는 다국적기업의 중요성은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각주:20]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선진국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이후 중국 수출입에서 외자기업이 행하는 비중은 최대 60%까지 증가하였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만약 선진 외국기업들이 제품 설계 · 품질 기준 등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파하지 않았다면, 중국 제조업 기업이 맨땅에서 현재 수준까지 발전하기에는 더욱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게 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 및 아이디어가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며, 두 그룹 간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되었습니다(convergence).


▶ 왜 제조업은 동아시아에 집중되었나


아이디어와 지식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되었으나, 모든 개발도상국이 혜택을 본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의 제조업 공장은 대부분 동아시아로 이동했고,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여전히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16년 출판한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21](<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제조업 기적이 몇몇의 개발도상국에서만 발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발드윈은 "상품 운송비용 및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크게 하락했으나,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cost of moving people ↑)"는 점에 주목합니다.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본사 관리직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령을 내려면 이에 합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겠죠. 연봉도 기존보다 더 많이 주어야하고, 체류비, 가족교육 지원비 등도 주어야 합니다. 만약 현지 영업판매망을 구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수많은 본사 직원을 파견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수천~수만명의 제조 근로자들을 감독·관리 하려면 큰 규모의 인력이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이미 어느정도 제조업 기반이 갖추어진 개발도상국' · '직원 이동비용을 상쇄할만큼 편익을 제공해주는 개발도상국' 등을 특정하여 오프쇼어링을 단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흥국은 '과거 수입대체산업화로 인해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중남미 등'[각주:22]이 아니라 '대외지향적 무역정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을 조성한 한국 · 대만 등'[각주:23] 혹은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잠재력 있는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각주:24] 등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결과, 동아시아 지역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Factory Asia)이 되었습니다.




※ 신흥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 대수렴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


한국 · 중국 ·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제조업 공장의 발전은 원자재 수요를 폭증시켜 브라질 · 호주 · 칠레 · 러시아 · 중동 등 자원 수출국의 경제도 성장시켰습니다. 20세기 경제성장과 산업화에서 소외되었던 국가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큰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시대를 지나서 선진국-신흥국 간 경제력 격차가 줄어드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세계경제 및 대수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는 '글로벌 밸류체인'(GVC) · '동아시아 제조업'(Factory Asia) · '글로벌 상품 호황'(Global Commodity Boom) · '신흥국'(Emerging Market) 그리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BRICS) 입니다.


이러한 대수렴 시대에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불균등의 양상 변화'(Global Inequality) 입니다. 


전세계 70억 인구를 소득수준별로 줄을 세워봅시다. 


20세기에는 '국적'이 소득 상위층과 중하위층을 갈라놓는 주요 변수였습니다. 미국 · 서유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내부에서는 중하위층일지라도 전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상위층에 속했습니다. 국가별 소득수준 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가 글로벌 소득순위에서 중요했습니다. 다르게 말해, 20세기 글로벌 불균등 분포를 결정지었던 것은 '국가간 불균등'(Between Inequality) 였습니다.


  • 1998년~2008년 사이 전세계 계층별 소득증가율

  • 전세계 소득분포 중 90분위~80분위에 위치한 미국 중하위 계층은 1%~6%의 소득증가율만 기록한 반면, 전세계 소득분포에서 70분위~40분위에 위치한 신흥국 중상위 계층은 60%가 넘는 소득증가율을 기록

  • 출처 : Two-Track Future Imperils Global Growth'. <WSJ>. 2014.01.21


반면, 21세기에는 '국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 보다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은 전세계적 관점에서 여전히 중상위층에 속하긴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이들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증가율은 높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뿐 아니라 '국가 내 소득분포에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도 중요해졌습니다. 즉, 21세기 대수렴의 시대에 '국가간 불균등'은 줄어들었고(Between Inequality ↓), '국가내 불균등'의 중요성(Within Inequality ↑)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가간 불균등이 얼마나 감소하였는지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다음글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선진국 제조업의 몰락과 서비스화 → 선진국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


미국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미국의 아이폰' 뿐 아니라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선진국에서 증가한 일자리는 'R&D · 디자인 · 설계 · 마케팅' 등 서비스 관련 직무입니다.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변화 입니다.


  • 공정단계별 부가가치 창출 크기 - 일명, 스마일 커브(Smile Curve)

  • 1990년대 이후로는 R&D · 설계 · 디자인 등 제조 이전 서비스(Pre-fab services)와 마케팅 · 판매 등 제조 이후 서비스(Post-fab services)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제조(Fabrication) 단계 부가가치 창출액 보다 크다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선진국의 서비스화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 부품을 단순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직무보다는 제품을 초기부터 디자인 · 설계하고 완성품을 마케팅하여 판매하는 서비스 직무의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이폰 제조 일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에 종사해왔던 선진국 근로자'에 있습니다. ICT 기술진보로 인해 세계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이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제조업 근로자를 재교육시켜 서비스 직무로 이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혁신의 패배자'가 된 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다


에릭 사라고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 제조공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 그는 엔지니어링 원더랜드에 입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995년 그 공장은 1,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했었다. 엔지니어인 사라고사는 빠르게 승진했고 그의 연봉은 5만 달러로 올랐다. (...)


하지만 전자산업은 변화하고 있었고, 애플은 변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애플의 초점은 제조공정은 개선시키는 것이었다. 사라고사가 입사한 지 몇년 후, 그의 보스는 캘리포니아 공장이 해외 공장에 비해 얼마나 뒤쳐지는지 설명했다. 1,500 달러 컴퓨터를 만드는 데에 캘리포니아 공장에서는 22달러가 들었지만 싱가포르는 6달러 대만은 4.85 달러에 불과했다. 임금은 주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재고비용 및 근로자가 업무를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이 차이가 났다. (...)


지난 20년간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었다. 중임금 일자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Midwage jobs started disappearing). 특히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오늘날 신규 일자리는 중산층에게 적은 기회만을 제공하는 서비스 직무에 쏠려있다.


대학 학위를 가진 사라고사 조차도 이러한 변화에 취약했다. 우선 캘리포니아 공장의 반복적인 업무가 해외로 이전되었다(routine tasks were sent overseas). 사라고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 후 로봇이 나왔고 경영진은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였다(replace workers with machines). 진단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는 몇몇이 싱가포르로 보내졌다. 컴퓨터와 함께 소수의 사람만 필요해졌기 때문에, 공장의 재고를 감독하는 중간 관리자는 갑자기 해고되었다.


비숙련 업무를 하기에는 사라고사의 몸값은 너무 비쌌다. 또한 그는 상위 관리직을 맡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 2002년 밤늦게 호출된 그는 해고되었고 공장을 떠났다. 그는 잠깐동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술분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애플은 캘리포니아 공장을 콜센터로 바꾸어 놓았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는 시간당 12달러만 받는다.


구인활동을 시작한 지 몇개월 후, 사라고사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에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검수한 후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는 임시직을 맡았다. 매일매일 사라고사는 한때 엔지니어로 일했던 건물로 출근하였는데, 이제는 시간당 10달러 임금과 함께 수천개의 유리 스크린을 닦고 오디오 포트를 테스트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미국내 공장의 반복직무는 해외로 이전하였고 중간관리자와 근로자는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한때 엔지니어로 높은 몸값을 받았던 사라고사는 이제 임시직을 맡으며 시간당 10달러의 임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내에서 반복직무를 맡는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고, '콜센터 · 장비검수 등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저숙련 직무'와 '설계 · 디자인 · 마케팅 등 고숙련 직무'로 양극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 내 임금불균등의 증가(Within Wage Inequality ↑)가 경제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신흥국으로의 오프쇼어링 및 기술진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화가 난 미국인'(Angry American)이 되었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의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기에 이들의 분노가 커졌던 것일까요? 앞으로 다음글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제조업 중산층 일자리를 없앤 건 '기술변화'일까? '무역'일까? 


이번글에서 살펴본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이 애플 아이폰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주요 원인으로 '중국으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에서 확인했다시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변화가 중산층 일자리를 없앴다" 라고 생각합니다. 비숙련 근로자를 대체하고 숙련 근로자의 몸값을 높이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로 인해 임금 불균등이 커졌다는 논리 입니다.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를 문제로 지적하는 경제학자와 중국의 부상 및 오프쇼어링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대중들 간 감정적 격차는 계속해서 커져왔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대중국 무역전쟁을 요구하는 대중 · 정치인들의 요구에 대항하여, 경제학자들은 "비록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으나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반박했습니다.


(제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누차 지적[각주:25]해왔듯이) 경제학자들의 이런식의 대응은 대중과 정치권의 외면만 불러왔습니다. 다행히도 몇몇 경제학자들은 대중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의 원인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중산층 일자리 상실을 깊이 연구한 경제학자들은 '기술 vs 무역'(technology vs. trade)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technology ↔ trade)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기업의 아웃소싱 그 자체는 국제무역의 영향 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ICT revolution)으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communication cost ↓)한 덕분입니다. 


즉, 오프쇼어링을 통한 무역의 영향과 ICT 발전으로 인한 기술의 영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기술 vs 무역'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어떻게 상호연관적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볼 겁니다.




※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앞으로도 살펴봐야 할 주제들이 많은 가운데, 우선 바로 다음글을 통해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1. Remarks by the President in 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2013.02.12 [본문으로]
  2. Our first priority is making America a magnet for new jobs and manufacturing. After shedding jobs for more than 10 years, our manufacturers have added about 500,000 jobs over the past three. Caterpillar is bringing jobs back from Japan. Ford is bringing jobs back from Mexico. And this year, Apple will start making Macs in America again. (Applause.)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https://joohyeon.com/280 [본문으로]
  4. Apple will not be given Tariff waiver, or relief, for Mac Pro parts that are made in China. Make them in the USA, no Tariffs!. 2019.07.27 [본문으로]
  5. Apple’s new Mac Pro to be made in Texas. 2019.09.23 [본문으로]
  6.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7.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The president’s question touched upon a central conviction at Apple. It isn’t just that workers are cheaper abroad. Rather, Apple’s executives believe the vast scale of overseas factories as well as the flexibility, diligence and industrial skills of foreign workers have so outpaced their American counterparts that “Made in the U.S.A.” is no longer a viable option for most Apple products." [본문으로]
  8. The answers, almost every time, were found outside the United States. Though components differ between versions, all iPhones contain hundreds of parts, an estimated 90 percent of which are manufactured abroad. Advanced semiconductors have come from Germany and Taiwan, memory from Korea and Japan, display panels and circuitry from Korea and Taiwan, chipsets from Europe and rare metals from Africa and Asia. And all of it is put together in China. [본문으로]
  9. “The entire supply chain is in China now,” said another former high-ranking Apple executive. “You need a thousand rubber gaskets? That’s the factory next door. You need a million screws? That factory is a block away. You need that screw made a little bit different? It will take three hours.”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13.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14.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5.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8.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9.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https://joohyeon.com/260 [본문으로]
  2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1.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2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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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Posted at 2015. 7. 3. 13:4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출처 : 페이스북 지리사랑방 그룹 >


이 그림은 한국의 지역별 인구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다수의 한국인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대전 · 대구 · 광주 · 부산 · 울산 등 지방 광역시에 퍼져있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 살지 않고 일반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대도시(metropolitan)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세계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인류의 2/3이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측고 있다. 또한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증가[각주:1]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현상은 눈에 띄는 지리적패턴을 만들어냈다. 바로, '핵심부'(core)와 '주변부'(periphery) 패턴이다. 위에 첨부한 그림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한국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들은 핵심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핵심부를 중심으로 소도시 및 농촌이 분포되어 주변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농촌이 아니라 도시, 그 중에서도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것일까? 그리고 거대 '핵심부'를 중심으로 작은 '주변부'들이 분포하는 지리적패턴이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의 이전글을 보신 분이라면 "집적의 이익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를 통해,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똑같은 산업에 속하는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를 소개하였고, 이를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오늘날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전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똑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체 '어느곳'에 모여야할까? 이는 역사적경로(historical path)와 우연적사건(accidental event)이 결정짓는다고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말한다. 단지 예전부터 똑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특정한 지역에 모여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집중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의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다. 집중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을 우연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특정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특정지역에 집중해 있으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그곳에서 이탈하여 주변부에 머무르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이론을 알기에 앞서,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시장크기(인구수)가 제한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없다. 이때 국제무역을 하게 된다면 시장크기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즉, 국제무역 효과는 시장크기 확대(인구증가) 효과와 동일하다." 라고 말한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를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국제무역은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상품다양성이 인구수에 의존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제무역 효과와 인구증가 효과는 동일하다. 즉,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주 :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 분은 이전글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해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만약 한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조금이나마 많다고 생각해보자. 인구수가 아주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삶의 질이 더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삶의 수준 향상을 위해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주하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인구는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제 두 지역간의 인구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은 '거대 핵심부'가 되어버린다. 규모가 조금이나마 컸던 도시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대도시(핵심부)로 발전하고, 소도시나 농촌은 여전히 주변부로 머무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소개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당시 논문에서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이렇게 남겼다. 그 후 12년 뒤, Paul Krugman은 1991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and Economic Geography>을 통해,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세상에 소개한다.   





※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제조업 근로자들


Paul Krugman이 주목하는 오늘날의 지리적패턴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화된 핵심부와 농업 위주인 주변부'(industrialized 'core' and agricultural 'periphery') 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핵심부는 제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주변부는 농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서울과 경기외곽의 소도시' 혹은 '지방광역시와 근방의 소도시'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리적패턴을 보고 2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가?""제조업 기업들은 왜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되어 있는가?" 이다. Paul Krugman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 이유


Paul Krugman이 만든 간단한 모델은 두 지역이 등장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각각 똑같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농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5:5로 동등하다. 이때, 1지역(2지역) 사람들이 2지역(1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지역의 농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 하지만, 제조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지만 제조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이때,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가 1지역으로 이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어떠한 이익도 거두지 못한다면, 그것을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굳이 1지역으로의 이주를 생각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이를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똑같이 1지역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여기서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금상승을 뜻한다. 즉,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 때 임금이 상승한다면, 2지역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지역의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 1지역 인구증가에 따른 1지역 제조업 상품다양성 증가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다

: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함에 따라, 이제 2지역의 인구보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다따라서, (신무역이론에 의해) 1지역내 제조업 기업 숫자는 증가하게 되고 상품다양성 또한 증가한다. 이제 2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 보다 1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가 많아졌다. 


이에따라 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제조업 근로자+농업 종사자)이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때 1지역 제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이제 상품종류가 다양한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것이다. 상품판매 증가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 기술발전으로 인해 낮아지는 운송비용 → 2지역 제조업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 가능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다 

: 2지역에서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는 이제 본래 있던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1지역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비용이 낮다면 2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크기를 줄일 수 있고,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보다 더 늘릴 수 있다. 1지역 제조업 상품 판매증가는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    


1지역 인구 증가에 따른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 → 1지역 제조업 상품가격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높아지다

: 1지역의 인구증가는 내뷰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켜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도 가져온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크기(시장크기)이다. 만약 인구가 적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반대로 인구가 많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비용의 감소는 상품가격의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1지역 근로자들은 보다 낮은 가격에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3가지 요인으로 인해,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이것을 본 다른 2지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 혜택을 얻기 위해 먼저 이주한 사람을 따라서 1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 결과, 양지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모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 상승을 유발하는 3가지 요인'은 결국 '1지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1지역의 인구가 많은 이유는 2지역의 근로자 1명이 1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즉, 조그마한 인구증가가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1지역으로의 제조업 근로자 집중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는 제조업 기업들 


◆ 제조업 기업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하는 이유


앞서 살펴봤듯이,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이제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었다. 


렇다면 제조업 기업들은 1지역 · 2지역 둘 중에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할까? 제조업 기업 또한 인구수가 많은 지역 근처에 위치할 때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운송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1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Paul Krugman은 신무역이론을 도입한 1979년 논문에서는 '제조업 기업이 부담하는 운송비용'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1980년 논문 <Scale Economies, Product Differentiation, and the Pattern of Trade>에서 '운송비용'(transport costs)을 신무역이론에 추가하였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다이를 'Home Market Effect' 라고 한다.


Paul Krugman은 '운송비용'과 '제조업 기업의 최적 생산위치' 개념, 즉 'Home Market Effect'를 신경제지리학에도 도입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이제 제조업 상품의 수요는 1지역에서 더 많이 있다. '운송비용 최소화'를 바라는 제조업 기업들은 수요가 더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하고, 1지역은 제조업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 또한 집중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한다(backward linkage). 여기서 제조업 상품 수요 크기는 제조업 상품 생산 크기가 결정한다.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들기 때문이다(forward linkage)


따라서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 제조업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핵심부를 벗어나 주변부로 이탈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 운송비용 최소화를 노리는 제조업 기업들은 모두 1지역에 모여있다.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가 되었고,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가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주변부 지역은 농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주변부 지역에도 여전히 제조업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다. 만약 제조업 기업 한 곳이 주변부로 이동한다면, 그 기업은 주변부의 제조업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핵심부에 모여있는 제조업 기업들 중 일부는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얼마만큼의 제조업 기업이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까?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해주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그리고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을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면 근로자들은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이득이다. 제조업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한 핵심부의 상품은 주변부의 상품에 비해 많이 팔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면 할수록 핵심부의 상품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증가한다. 이에따라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 또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가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 또한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이다.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지출을 적게 하고 농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늘릴수록, 기업들은 주변부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또 다른 요인은 '임금 지불능력'이다.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변부로 유인하려면 제조업 기업은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즉, 더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재이동할 수 있다.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운송비용이다. 운송비용이 낮다면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은 싼 가격에 핵심부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은 주변부의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 하기위해 핵심부를 이탈한 것인데, 정작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이 핵심부의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주변부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비용이 높을수록 주변부로 재이동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적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규모의 경제이다. 만약 제조업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제조업 기업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유리하다. 그렇지만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기업들이 인구가 적은 주변부로 이탈하여도 비교적 괜찮다.   


이를 정리한다면, 제조업 근로자들이 핵심부(1지역)로 모이게 만든 3가지 요인은 반대로 제조업 기업들이 주변부(2지역)로 이탈하게끔 만들 수 있다.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운송비용 크기

→ 운송비용이 적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할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운송비용 크기'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이러한 3가지 요인이 각각 어느정도 크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핵심부에 남아있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와 주변부로 이탈하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가 결정된다.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막을수록 핵심부의 크기는 커지게되고(divergence), 반대로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유발할수록 핵심부와 주변부의 크기는 비슷해진다(convergence). 



그리고 이제 핵심부는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 모습을 띄게되고 주변부는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된다. 현대사회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고 · 기술발전으로 인해 운송비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metropolitan)'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핵심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 신경제지리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 이제 우리는 왜 사람들이 도시, 그것도 대도시(metropolitan)에 몰려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구가 몰려있는 대도시는 다양한 상품종류와 높은 임금을 제공해준다. 기업들 또한 대도시 근처에 위치해야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운송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 Edward Glaeser는 단행본 『도시의 승리』(원제 : 『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도시의 이점을 이야기한다.


■ 지역균형발전

: 한국의 정부는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채택해왔다. 공기업 등을 여러 지방으로 강제로 분산이전시켜서 지방소도시의 발전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글을 읽었다면 인위적인 분산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지리학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즉,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도시에 위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들은 큰 도시로 이동하게 되고,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따라서 공기업 등을 소규모로 쪼개서 지방으로 이전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주변의 큰 핵심부에 사람과 자본을 뺏길 것이다. 차라리 공기업 등을 한꺼번에 특정 지방 광역시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지역균형발전에 효과적일 것이다.                    


■ 세계화와 '슈퍼스타'의 등장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이러한 논리를 지리학이 아닌 '소득격차 심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과 운송비용의 감소는 세계적인 스타와 기업이 다른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손쉽게 미국의 연예스타들을 접할 수 있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 메이저리그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만들어낸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 ·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한국내 1위'(주변부)라는 지위는 힘을 잃고 '세계 1위'(핵심부)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K리그가 아니라 유럽축구를 시청한다. 그 결과, 세계적인 스타 · 기업(핵심부)들은 더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오바마행정부 경제자문회의장을 맡았던 경제학자 Alan Krueger는 "세계화와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은 '슈퍼스타'의 영향력을 증대시켰고, 상위 0.1% 계층의 소득은 더더욱 증가하였다."[각주:2] 라고 설명한다.  


■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에 흡수될까?

: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는 논리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바로 한국 옆에 존재하는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상품다양성과 내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국시장보다 우월하다. 그렇다면 일종의 주변부인 한국시장은 핵심부인 중국시장에 흡수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축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중국리그로 대거 이적하고 있으며, 최용수 감독은 연봉 20억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1. 'A new global order of cities'. Financial Times. 2015.05.26 http://www.ft.com/intl/cms/s/2/a5230756-0395-11e5-a70f-00144feabdc0.html#axzz3e81c3Sn0 [본문으로]
  2.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2013.06.12 https://www.whitehouse.gov/sites/default/files/docs/hope_and_dreams_-_final.pd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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