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Posted at 2013.12.31 12: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 민영화의 목적 -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민영화로 인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는 바로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국영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면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첨부한 그래프는 1988년-1999년 사이 국영기업 매각으로 여러나라 정부가 얻은 수입총액을 나타낸다. 



William Megginson과 Jeffry Netter가 쓴 <From State to Market: A Survey of Empirical Studies on Privatization>(2000)에 따르면, "민영화는 정부 재정상태의 개선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달성하게 해준다(Privatization can impact efficiency through its effect on government fiscal conditions.)(11) 정부는 국영기업(SOEs, State-Owned Enterprises)을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러한 매각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문제는 결국 '재정'과 '세금'의 문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2월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줄이겠다"[각주:1]고 했다. 그리고 12월 24일 "민간기업은 위기가 닥치면 값을 따지지 않고 알짜 자산부터 팔아치운다고 한다. 지금은 핵심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각주:2] 라고 발언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왜 갑자기 공공기관 부채 이야기가 나올까? 그 배경을 살펴보면, 2012년 4월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와 공기업의 신용을 분리평가' 하겠다고 나선[각주:3]데에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국가와 공기업의 신용을 분리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국가 신용 등급과 개별 기업의 등급이 과거에는 연동됐지만 이제 자동 연동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도 이같은 맥락, 즉 '재정'과 '세금'에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2012년 4월 이전부터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계획이 추진되긴 하였지만, 큰 맥락은 결국 '재정'과 '세금'의 문제이다.




※ 철도산업의 사회적 한계편익 감소


경제개발 단계에서 철도의 건설과 확장은 사회적 한계편익이 매우 크다. 문제는 경제가 성숙해져 갈수록, 철도건설과 운영에 따른 사회적 한계편익이 체감한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철도는 ‘70년대까지 국가 중추교통수단으로 핵심역할 수행.
경부고속도로 개통(’70) 등 자동차 시대로 재편되면서 교통시장내에서 분담율이 감소하고, ‘76년 이후 적자경영 고착화"


국토교통부 <철도산업 발전방안>. 2013.06.26


라고 나오는데, 철도의 여객분담률은 1961년 51% 수준에서 2010년 8.2%로 감소하였다. 게다가 철도건설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는 가운데, 한계편익이 감소함에 따라 비효율이 유발됐다. "(철도건설) 운영부실로 투자확대가 부채누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 또한 경제성숙에 따른 철도산업의 사회적 한계편익 감소 문제를 이야기한다. 


"국산 열차가 달리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KTX 승객도 늘고 있다. 시멘트 같은 상품의 물류 라인도 철도망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50년, 100년 단위로 보면 철도가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전성기는 끝났다." (...)


"진짜 피해자는 코레일이 넘어지지 않도록 세금을 보태주면서도 제시간에 기차를 타지 못하는 국민이다. 납세자들이 앞으로 50년, 100년 철도 적자를 메워줘야 할 팔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과연 언제까지 꼬박꼬박 세금을 내줄지 알 수 없다."


송희영. '철도 파업의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조선일보>. 2013.12.28




※ 민영화, 그 자체가 문제일까?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진보진영은 항상 영국철도 · 볼리비아 물산업을 민영화가 가져다준 폐해의 사례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Megginson, Nash, Netter, Poulsen의 논문 <The Choice of Private versus Public Capital Markets : Evidence from Privatizations>(2004)에 따르면, 1977년-2000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2,457건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37쪽)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이루어진 케이스도 많긴 하지만, 서유럽에서도 많은 수의 민영화가 발생했다. 그런데 민영화 반대론자들이 들먹이는 케이스는 매번 영국철도, 볼리비아 물 뿐이다. 민영화 그 자체가 문제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거기다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민영화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경제성장은 정체되고 증세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논점을 바꿔야한다. "민영화는 나쁘다" 라는 것을 절대명제로 삼는다면 논의가 불가능하다. 왜 민영화가 발생할까? 왜 공기업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누차 반복하지만, 결국은 '재정과 세금' 문제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건을 '민영화'로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결국 요금인상은 발생할 것이다. 요금인상은 민영화 때문이 아니라, '재정과 세금'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기업 부채비율(부채/자본) 200% 이내 유지' 이다. 공기업은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서비스요금을 받는데다가 부채에 대응되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의 부채관리 방법은 사기업과 유사하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에서 제시된 '부채비율(부채/자본) 200%'는 외환위기 이후 사기업에 부과된 부채규모의 threshold.


공기업의 부채는 본래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①에서 언급했듯이 부채에 대응되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야하는 순간이 오지 않는 이상, 공기업의 부채는 국가가 부담을 지는 것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미확정' 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0%대. 다른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에 근접해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국가부채 관리는 양호하다. 그런데 왜 공기업 부채를 관리하려고 하는 것일까?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데다가,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는 양호한 수준인데?


일단 경제가 예전처럼 성장하지 않는다거기다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현상이 진행됨에 따라 '사회보장성 지출'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쉽게 말하면 향후 세입은 계속 줄어들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지출의 필요성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 등의 '사회보장성 기금'이 현재처럼 흑자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가가 부담해야할 '미확정채무'가 '확정채무'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상승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GDP 증가가 제한될 경우에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상승한다)


보통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 증가된 정부지출(경기역행적인 정부지출)의 승수는 1~1.5 사이이고, 경기호황 시기 발생하는 정부지출(경기순응적인 정부지출)의 승수는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로 인해서 0에 가깝다.[각주:4]


그런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는 일종의 '비가역적irreversible' 지출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정부가 쉽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지출이 아니다. 거기다가 고령화 현상에 따른 정부지출이 총생산량에 미치는 승수는 얼마나 될까? 1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다재정수지도 악화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상승할텐데, 정부지출은 비가역적 인데다가 승수는 0에 가깝다.


게다가 공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야 할 경우, 공기업의 부채는 일종의 '우발채무'가 현실화 됨으로서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게 된다


또한, 현재 코레일 등 공기업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한계편익'이 얼마나 될까? 얼마전 언급했듯이, 철도의 여객분담률은 1961년 51% 수준에서 2010년 8.2%로 감소했다. 경제가 성숙해져감에 따라, 철도건설 투자와 운영이 가져다주는 한계편익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공공성'을 이유로 정부지출을 늘릴 수 있을까?


결국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 물음은 "안녕들 하십니까?"가 아니라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이다.


  1. '현오석 "공공기관, 심각한 상태인데도 저항만 한다"(종합)'. 연합뉴스. 2013.12.11 [본문으로]
  2. "공공기관 핵심우량자산부터 팔아야". 연합인포맥스. 2013.12.24 [본문으로]
  3. "무디스, 국가-공기업 신용등급 분리 평가". 뉴시스. 2012.04.30 [본문으로]
  4. Alan Auerbach, Yuriy Gorodnichenko. 2010.. 'Measuring the Output Responses to Fiscal Policy'. http://emlab.berkeley.edu/~ygorodni/AG_fiscal_multiplier.pd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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