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Posted at 2015.07.30 20:26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누차 말했듯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각주:1]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하였다. "일단 유로존이 출범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믿었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Endogeneity of OCA)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유로존 출범 이후 누적되어온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 즉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2]은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위배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이거나 상품가격·임금 신축성 등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한다. 유로존은 유로화 환율 변동을 통해 대외균형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상품가격·임금 신축성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경상수지 균형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하면, 유로존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경기변동이 동조화' ·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 보유' 등의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켰어야 했다.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교정되지 않고 지속되어왔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은 경제위기 진행와중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중앙은행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면 적극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을테지만, 유로존 일부지역에서만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 몰라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위기 발생 지역에는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인플레이션만 불러오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각주:3].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여기에더해, 나머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또한 유럽경제위기가 커지는데 일조를 했다. 


유럽경제위기는 '경상수지 불균'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유럽은행이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자산손실을 입은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주변부 국가들은 구제금융을 금융부문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유럽 주변부 국가들에서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였다. 유럽의 은행위기(Banking Crisis)가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가 된 것[각주:4]이다.


만약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을 유로존이 충족시켰더라면, 유럽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글에서는 이러한 2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original flawed design of the euro)인 '재정동맹(fiscal union)  은행동맹(banking union) ·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없이 출범한 유로존'을 살펴볼 것이다.



  

※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재정동맹 · 은행동맹의 중요성

-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


'재정동맹'(fiscal union)이란 간단히 말해 '같은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에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상태는 다시 여러 층위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을때 다른 국가들이 단순히 '채무공동보증'(joint guarantee)을 서주는 경우 · 여러 국가들이 안정화기금 등을 평소에 공동으로 적립하고 위기가 발생했을때 이를 사용하는 경우(stabilization fund) · 한 국가에서 세입이 부족한 다른 국가로 직접적인 재정이전을 해주는 경우(fiscal equalization) · 아예 연방정부를 만들어 연방재정을 운용하는 경우(fiscal federalism) 등이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 쉽게 생각하자. '재정동맹'(fiscal union)은 현재 미국을 생각하면 된다. 여러 주들로 구성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유로존은 연방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각 국가들이 재정을 관리한다.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더 알아보자. 


미국은 여러 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각 주들의 GDP는 중소국가의 GDP에 맞먹고 독자적인 주 헌법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주들은 '달러화'를 같이 공유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을 '독립적인 각 주들이 통화동맹을 구성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점에서 미국과 유로존은 유사하다. 유로존의 독일 ·  프랑스 · 그리스 · 스페인 등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 텍사스쿠 · 펜실베니아주 · 마이애미주로 대응해서 생각하면 된다.  


미국과 유로존 간에는 이러한 유사점과 함께 차이점도 존재한다. 


첫번째 차이점은 '미국은 각 주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유로존은 소속 국가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인은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뉴욕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을 거두고 이를 각 주에 배분한다. 하지만 유로존 소속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정치구조, 문화 등이 완전히 다른나라로 이민을 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미국은 연방재정이 존재하고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재정을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라는 것이다. 미국은 각 주들이 독자적인 재정도 운용하지만, 연방정부가 각 주에서 세금을 거두고 배분한다. 미국의 주들은 같은 나라 국민들끼리 재정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이에반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통화를 공유하지만 재정만큼은 국가단위에서 운용하고 있다. 세금의 수입·지출 관리는 국가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안정을 담당하지만, 유로존은 개별국가가 은행을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 주에 위치한 은행이 파산위험에 처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개별국가에 위치한 은행감독 책임을 해당국가에 물리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 위치한 은행 감독은 유로존 차원에서 담당하는게 아니라 그리스정부가 맡고있다. 또한, 개별국가 은행이 파산할 경우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은 금지되고 있다.(no bail-out clause)  


정리하면, 미국은 통화동맹을 이룸과 동시에 재정동맹 · 은행동맹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이동도 자유롭다. 하지만 유로존은 통화동맹은 이루었으나 재정동맹 · 은행동맹이 없고 노동이동이 비교적 어렵다.   


미국과 유로존의 이러한 차이점은 경제위기 발생 이후 대응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 


첫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노동이동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경기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 주로 이동하여 실업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로존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유로존내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해당국가 국민은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나라로 쉽사리 이동하지 못한다. 말그대로 다른나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둘째, 미국의 한 주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여 위기를 조기에 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내 은행들의 거래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위기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내 한 국가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 부재는 은행위기를 예방하지도 못한다. 유로존 성립 이후 금융통합이 심화되어 유럽은행들은 유로존내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cross-border transaction)를 많이 하고있지만,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은 부재하고 개별국가의 감독책임만 있다. 결국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자신들 나라에 위치한 은행이 다른나라 은행과 어떠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은행위기를 예방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만약 경기침체가 발생한 주의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연방정부의 재정이 집행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이 용이하게 실시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은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그 국가가 재정정책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해당국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면, 경기침체에 대응한 재정지출 증가는 재정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더욱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각주:5]하자.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쓸 수 있는 안정화정책은 재정정책 뿐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전부터 재정정책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가 재정지출 증가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 +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만이 남은 상황'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지나간 후 남은건 '재정적자 심화'와 '국가부채 증가'이다.           


미국은 '성공한 통화동맹' 이다. 특정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노동이동'과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연방 차원의 은행감독'을 통해 은행위기를 예방할 수도 있다.


반면 유로존은 (현재로서는) '실패한 통화동맹'이다. 특정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때 '노동이동의 경직성'은 실업문제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개별국가가 재정정책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이후 남은건 급증한 국가부채이다. 또한, '은행감독 책임이 개별국가에' 있기 때문에, 은행위기 예방도 불가능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예상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예상했다. 



   

※ '노동이동 경직성'이 존재하고 '재정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통화동맹을 구성한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지적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다. 이번글에서 Paul Krugman의 논문을 통해 '노동이동' · '재정이전'의 중요성을 알아보자.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ssachusetts for EMU>(<유럽통화동맹을 위한 매사추세츠 주의 교훈>)을 통해, "유로존이 통화동맹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연방재정(Federal Budget)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Paul Krugman의 논리를 따라가보자.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그리스에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은 그리스에 위치해야 했다. 상품의 운송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간 무역거래비용은 감소(reduction of transaction cost)되고, 이제 기업은 그리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운송을 해도 이윤이 남는다. 


이제 기업들의 입지결정이 달라졌다. 굳이 여러 국가에 생산공장을 둘 필요가 없다. 유로존 도입 이후 기업들은 '외부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위해 특정국가 한 곳에 모여서 제품을 생산[각주:6]하기 시작했다. 어떤 국가에는 A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또 다른 국가에는 B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몰려든다. 그 결과,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별 특화(regional specialization)가 심화되고 유로존 소속 국가내 산업다양화는 줄어들것이다(being less diversified).     


국가별특화 심화와 산업다양화 감소는 경제위기 발생시 비대칭적 충격을 심화시킨다. 만약 A산업 공장이 여러 국가에 골고루 위치해 있을때 A산업 수요가 줄어든다면 여러 국가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A산업 공장이 한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을때 수요가 감소한다면 그 한 국가에만 경기침체가 발생한다. 즉, 유로존 결성 이후에는 '특정국가에 집중된 위기가 발생할 위험'(a greater risk of severe region-specific recessions.)이 높아진다.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각주:7]임을 기억하자. 결국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다른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만족된다면 경제위기는 해결될 수도 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국민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 실업은 해결된다. 


문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과 '국민이 다른국가로 이동하면, 경제위기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후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면 실업은 단시간에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not instantaneous)때문에, 경제위기 발생 이후 몇년간 실업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경우 해당국가가 재정정책을 집행하여 실업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집행할 유인이 없다. 왜일까? 


실업상황에 빠진 국민들은 느리게나마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나간 후 해당국가의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자. 경기침체가 해결된 이후 생산량의 침체갭(recessionary gap)은 없어질테지만 잠재성장(potential growth) 자체는 하락하고 만다. 어차피 잠재성장이 줄어들텐데 재정지출을 늘려서 실업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지출 증가는 단지 국가부채 증가만을 초래할텐데 말이다.


Paul Krugman은 '자유로운 노동이동은 생산량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쳐서 재정정책 사용을 방해한다."(in an environment of high factor mobility such shocks will tend to have permanent effects on output, which will tend to immobilize fiscal policy as well.) 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그는 "이처럼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쓸 유인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연방차원에서 재정정책을 구사해주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역할을 해주고 있고, 유로존에도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a highly federalized fiscal system)가 필요할 것이다. 


(주 : 한 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old-Keynesian) 라는 점이다. 그는 "실업과 경기침체는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느리게 이루어질 동안 연방정부가 재정정책을 구사해야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재빠른 경기침체 감소'를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경제학자라면 이러한 주장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자 John Cochrane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들이 펼치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각주:8].)


유로존이 결성되기 한참 이전인 1993년에 이러한 논문이 나왔으나, 모두 알다시피 2015년 현재에도 유로존은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이 부재하다. 


유럽재정위기로 시끄러웠던 2012년, Paul Krugman은 새로운 논문을 통해 '1993년에 했던 이야기'를 되짚는다. 2012년 논문 제목은 <Revenge of the Optimum Currency Area>(<최적통화지역의 역습>).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 플로리다 주와 연방정부 간의 관계

  • Revenue paid to DC : 플로리다 주가 워싱턴DC, 즉 연방정부에 낸 세금

  • Special unemployment benefit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실업보험 액수

  • Food stamp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액수


Paul Krugman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사례를 통해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플로리다 주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로리다 주는 미국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자동안정화장치가 작동하였고, 플로리다 주는 연방정부에 세금을 덜 바쳤다. 2007년 연방정부에 납부한 플로디다 주의 세금은 136 Billion(약 136조원)이었으나, 2010년 액수는 111 Billion(약 111조원)에 불과했다. 무려 25 Billion(약 25조원)이나 감소하였고, 감소분만큼 플로리다 주에 쓰일 수 있었다.


플로리다 주가 받은 더 큰 도움은 연방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을 받은 것이다. 실업보험 · 푸드스탬프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차원에서,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 발생 이후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액수는 무려 7.9 Billion(약 8조원)에 달했다. 이는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6.6 Billion(약 6.6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실증사례를 통해, Paul Krugman은 '통합재정'(fiscal integration)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통화동맹이 '최적통화지역'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통합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처음부터 '재정동맹'을 성립조건 중 하나로 요구해왔고, 이를 무시한채 출범한 유로존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적통화지역에 관해 말해왔던 모든 것을 무시한채 유로존이 만들어졌습니다. 단일통화 사용 그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를 약하게 말한 것만 빼면, 불행하게도 최적통화지역은 절대적으로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The creation of the euro involved, in effect, a decision to ignore everything economists had said about optimum currency areas. Unfortunately, it turned out that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was essentially right, erring only in understating the problems with a shared currency. And now that theory is taking its revenge.)


Paul Krugman. 2012. <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447  



  

※ 위험감소냐, 위험분담이냐

-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 · 구제금융 방지 조항


그렇다면 유로존 출범 당시, 왜 유럽 정치인과 관료들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말해온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것일까? 유럽 관계자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유로존을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다만, 경제학자들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을 뿐이다.


Paul Krugman을 포함하여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때'를 상정해놓고 '재정통합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발생할시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관계자, 특히 독일은 위험분담 보다는 애초에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평상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한다면 위기발생 가능성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유로존은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속 국가들에게 일정한 기준(convergence criteria)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나 강조되는 기준은 안정성장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으로 체결된, '재정적자 3% 이내' ·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 미만' 등의 '엄격한 재정규율준수'(fiscal discipline) '경기침체 발생 국가에 대한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이다.


이러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는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발생 욕구 억제이다. 만약 유로존 소속 한 국가가 재정적자를 운용한 결과 경제위기에 처할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위기발생 국가 채권을 매입해줄 압력을 받게된다(inflationary debt bail-out). 이럴 경우 유로존 전체의 인플레이션 안정이 깨지게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유지가 중요하다.  


둘째, 유로존 국가간 채권금리 인상 파급효과(cross-border interest rate spillover) 방지이다. 만약 한 국가가 재정을 방탕하게 운용하여 채권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 국가의 채권금리 인상은 여러 파급경로를 통해 다른 국가의 채권금리도 상승시키게 된다. 그 결과, 유로존 전체의 채권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여 다른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유로존 국가간 정책 공동화(policy coordination) 추구이다.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단일한 통화정책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재정정책은 각기 다른방향으로 유지될 경우 통화정책과의 공조가 깨지게된다. 또한, 유로존 소속 국가들간의 공조도 흐트러진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위해 개별국가에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를 요구하였다. 


넷째, 정을 방탕하게 운영하는 국가의 무임승차(free-ride)와 도덕적해이(moral hazard) 방지이다. 만약 재정적자를 기록해서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유로존이 도와줄 경우, 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해온 국가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구제금융을 상설화할 경우 굳이 재정규칙을 엄격하게 지킬 유인이 사라진다.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를 막기위해서는 구제금융 금지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위험감소 정책은 평상시 유로존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유로존은 경제위기 대응책 보다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역사적경험으로 인해 '재정적자' ·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일[각주:9]은 이러한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운다는 점이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말했다시피, (애초부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였던 그리스를 제외하고) 유럽경제위기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부터 시작되었다. '구제금융 금지'로 인해 유로존 주변 국가들은 자국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증가하였는데 '재정규율'을 지키기 위해서 긴축정책(austerity)을 시행하라는 요구[각주:10]가 들어왔다.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승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각주:11], 재정규율을 준수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위기를 심화시켰다.


분명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방지'(no bail-out clause)는 경제위기 발생 위험을 줄이기(risk reduction) 위해 꼭 필요한 조항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유로존 차원에서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것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만약 미국처럼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federalized fiscal system)이 존재했더라면 위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차원에서 각국 은행들의 대외거래(cross-border transactions)를 감독할 수 있었더라면 은행위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이동이 자유로웠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실업문제는 비교적 빨리 해결됐을 수도 있다. 



  

※ 유로존 -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


유로존은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유로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는다. 


비교적 손쉽게 이루어지는 개혁은 '은행동맹 결성'(banking union) 이었다.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개별국가에 맡기는게 아니라, 유로존 차원의 감독을 통해 금융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재정동맹'(fiscal union)과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이다. 이제 경제위기를 겪고 난 뒤의 교훈으로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을 만들어야 할까? 그리고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를 다른 국가들이 도와줘야 할까? 마지막으로,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이주해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까?


최적통화지역 이론상으로는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미국과는 달리 유로존은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럽'을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유로존은 역설적으로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통합' 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친 세금을 다른나라 국민을 위해서 쓴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바친 세금을 일본이나 중국을 위해 쓴다? 이것을 받아들일 한국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재정은 나라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된 사항이다. 노동이동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정치 · 문화 · 생활방식을 가진 다른나라 국민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이민(immigration)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 중 하나였다. 


이러한 갈등은 2015년 현재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독일인들은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그리스인을 비난[각주:12]한다. 반대로 그리스인들은 구제금융 조건으로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독일인들을 비난[각주:13]한다.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 국가가 옳으냐, 부채탕감과 재정이전을 요구하는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가 옳으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는 위기를 심화시키지만, 그것이 없다면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침체기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훼손시키지만,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 


단지 "유럽인들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서로 다른 나라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라는 해석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2015.07.30 http://joohyeon.com/218 [본문으로]
  7.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30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8. 'Mankiw and Conventional Wisdom on Europe'. 2015.07.28 http://johnhcochrane.blogspot.kr/2015/07/mankiw-and-conventional-wisdom-on-europe.html [본문으로]
  9.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5.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0.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11.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12. 'Germany’s Destructive Anger'. NYT. 2015.07.15 [본문으로]
  13. 'Greece’s Alexis Tsipras faces Syriza rebellion over ‘humiliation’. FT. 2015.07.14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궁금합니다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배운게 너무 많아서 좋네요!!!
    근데 하나 이해가 잘 안가는게, 재정지출을 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크루그먼의 주장에서요
    개별정부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 재정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내용인데요
    실업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아 노동이동이 증가하면 잠재성장이 악화되겠지만,
    만약 조기에 재정지출을 통해서 실업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면 잠재성장이 감소량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글에서는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노동이동은 어자피 이루어지기 때문에 잠재성장이 감소하고 부채만 증가할 뿐이다'라고 나와있어서요...
    정부가 조기에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노동이동을 막을 수 없는 건가요??
    • 2017.02.27 07:23 신고 [Edit/Del]
      크루그먼의 논문은 1993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당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의 잠재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즉 '이력현상'(hysteresis effect)에 대해 학자들 간의 의견이 부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즉.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잠재성장은 변화시킬 수 없다"가 일종의 합의였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생산성의 증가'에 달린 것인데, 재정지출 증가는 일시적인 경기변동 완화책일 뿐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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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Posted at 2015.07.27 15:22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이루어서 물리적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게된다.(제가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더 자세한 내용은...유럽내 경제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생각에서 먼저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 이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 등을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수준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EMU)이 1999년에 만들어졌고,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되어 유로존(Eurozone)이 탄생하였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 사이에는 관세가 면제되었고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졌다.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함에 따라 환율리스크가 제거되어 상품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개의 시장이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을 것[각주:1]이다. 


1990년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One Market, One Money>(<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장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래. 여러 국가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니 좋을수도 있지. 그런데 여러 국가가 하나의 통화(common currency)를 사용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단일통화가 환율리스크를 제거해준다면, 왜 전세계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쓰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처럼, 단일통화가 이점을 가져다준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것일까? 단일통화의 이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서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단일통화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면 '세계 경제공동체'가 탄생할텐데 말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일통화 사용시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

③'과연 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인지'를 살펴보자.




※ 최적통화지역 이론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자의 통화'를 쓰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원화, 일본은 엔화, 미국은 달러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가들은 '서로 똑같은 통화'(단일통화)를 쓰거나 '각자의 통화 + 고정환율제'를 쓰지 않고, 왜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단위의 생각에서 벗어나보자. 통화사용 area를 national이 아니라 region[각주:2]으로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국가단위에서 생각했을때는 당연했던 것이 region 단위로 생각하니 찜찜함이 나타났다. 이처럼 경상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region인 한국과 일본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 Robert Mundell은 1961년 논문 <Theory of Optimum Currency Areas>(<최적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 그리고 '어떠한 지역들이 통화를 같이 써도 좋은지' 등을 잘 설명해주었다. 그 유명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 우선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부터 알아보자.  


▷ 세계 여러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따라서 상품판매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은 다시 균형(balance)지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한국은 적자에서 탈피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일본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 일본의 교역조건은 악화되지 않고 판매량 또한 증가된 수준에서 유지된다. 이 경우, 한국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실업은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자,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특정국가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어떤 국가는 흑자를 또 어떤 국가는 적자를 기록했을 때,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흑자국이든 적자국이든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일본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또한,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지 않을때 한국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상품가격과 임금의 하락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을 낳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하락시킨다. 반대로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을때 일본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인위적인 가격통제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을 교란시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국과 일본 양 국가가 균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한 국가가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데, 이 상황은 '최적상태'(optimum)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

: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모든 국가들의 통화 사이에서 가치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통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를 수 없다. 즉, 든 국가의 통화가 고정환율로 묶여 있다면, 이는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리를 하면,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해도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최적상황(optimum)이 아니다.  


▷ 균형조정 과정에서 '변동환율제'의 역할

: 그 결과,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남은 선택권은 '전세계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지만 '서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변동환율제(flexible exchange rate)는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상황'(optimum)을 만들어준다.     


자, 앞선 예시처럼 일본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일본은 흑자를 한국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일본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한국에서는 실업이 발생한다. 이때, '환율이 조정'된다면 최적상태(optimum)에서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를 상승시켜서 일본내 상품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국제시장에는 비싸게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1엔=1원 이라고 가정하자. 일본은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 100원에 팔고 있다. 이때 통화가치가 1엔=2원으로 상승한다면,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서는 200원에 팔게된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일본 상품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악화를 가져오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감소한다. 일본은 흑자에서 균형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일본내 상품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다른나라 시장에서의 가격만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제 일본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아도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은 상품판매 감소로 인해 적자와 실업이 발생하였다. 이 경우 한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내 상품가격과 임금이 감소하지 않아도 된다.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상품판매량을 증가시키고 균형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느냐에 상관없이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을때 만들어지는 균형은 최적상태(optimum)이다. 양 국가 모두 어떠한 피해도 없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어떠한 지역들이 서로 같은 통화를 써도 괜찮을까


자, 그러면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적상태(optimum)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간단치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국가내 region'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국가단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했을때 발생하는 문제가 똑같이 나타난다.


만약 경기도 상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경기도는 흑자와 물가상승 압력이 충청도는 적자와 실업이 나타난다.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면 충청도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충청도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처럼 충청도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충청도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특정 region은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최적상태(optimum) 도달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내 여러 도(道)들은 서로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일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한다면, 도쿄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오사카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한다. 오사카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일본의 서로 다른 도시들은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기도와 일본의 도쿄, 한국의 충청도와 일본의 오사카가 서로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앞선 논리에 따르면 경기도·충청도, 도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하기보다 경기도·도쿄, 충청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해야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즉,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져서 경제위기 충격이 대칭적(symmetric shock)으로 발생하는 region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할때 달성가능하다. 바로 아랫그림처럼.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로 통화지역을 구성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쨌든 같은 통화를 쓰는 통화지역을 국가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단위의 통화지역이 최적상태(optimum)가 되게끔'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서로 다른 국가끼리는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optimum)상태 달성하다. 변동환율이 조정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국가내 region끼리는 환율조정을 통한 최적(optimum) 상태 도달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변동환율'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Robert Mundell이 제시하는 대안은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이다. 


자,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자. 경기도는 상품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충청도는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충청도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경기도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충청도는 실업문제가 해결되었다. 경기도는 노동공급 증가로 인해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된다. 


즉, 여러 region이 뭉쳐서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을때 region간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보지 않고도 균형달성이 가능하다. 그 결과,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여러 region들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이 된다. 


▶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


또 다른 대안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price·wage flexibility)이다. 우리는 앞선 예를 통해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봤었다.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적자와 실업이 발생했을때 상품가격 · 임금 하락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이라 부른다. 물론, 이 방법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낮출 수 있다.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은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지만, 어쨌든 적자지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변하는 region들끼리 뭉친다면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통합재정의 존재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도는 지자체의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gion-specific fiscal policy). 그렇지만 지자체 재정지출의 증가는 미래 세금인상을 기대케하여 오히려 소비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리카도의 동등성정리, Ricardian Equivalence). 


실업이 발생한 region이 재정지출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되려 악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같은 통화를 쓰는 또 다른 region이 재정이전을 통해 충격이 발생한 region을 도울 수 있다. 이럴경우, 미래 세금인상 부담을 두 region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현시점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


이처럼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끼리는 통합재정(fiscal union)을 운영하여 세입·지출을 공유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대칭적충격 


경기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도쿄는 흑자, 오사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을 똑같은 겪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간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 확장정책은 적자와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도울 수 있지만,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심화시킨다. 긴축정책은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더더욱 나락으로 빠뜨린다. 


이와달리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확장정책은 모든 region의 실업을 감소시킨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축정책은 모든 region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킨다. 


이처럼 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사이에서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symmetric shocks)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인가?


앞선 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①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

: 서로 다른 region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봐야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만약 비슷한 특징을 가진 region들끼리 뭉쳐서 통화지역을 구성한다면 문제를 피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하다.


②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를 피하려면, 노동이동이 자유로운 region ·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인 region · 재정을 공유하는 region ·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region들기리 통화지역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경우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충청도가 같은 통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재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도쿄와 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쓸 수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을 공유하지 않는데다가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의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공유한다면 최적통화지역 달성이 불가능하다. 


  • 왼쪽 : Martin Fedlstein
  • 가운데 : Barry Eichengreen
  • 오른쪽 : Paul Krugman


그렇다면 유로존내 독일  프랑스 ·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같은 통화를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들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이고, 통합재정을 운용하고, 경기변동의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경직적인 상품가격과 임금을 가졌다. 또한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을 달성할 수 없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을 이룰 수 없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 논의를 이끌었고, 이들은 주로 '유럽내 노동이동 장벽 · 재정통합의 부재'를 지적해왔다.


Martin Feldstein은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 "유럽통합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라고 말한다. 


Barry Eichengreen은 1991년 논문 <Is Europe an Optimum Currency Area?>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판단하는 지수(index)를 제시한다. 그는 이를 통해 "유럽은 이상적인 최적통화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라고 말한다.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assachuesttes for EMU>을 통해, "유럽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 최적통화지역 내생성


  • 왼쪽 : Jeffrey Frankel
  • 오른쪽 : Andrew Rose


그러나 "일단 유럽통합이 진행되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 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경제학자 Jeffrey FrankelAndrew Rose'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를 주장하였다.


기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시 region간 대칭적 충격이 외생적(exogeneous)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단일통화를 써야만 최적상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은 일단 단일통화를 쓴다면 무역거래가 증가하고 경기변동 동조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내생적(endogeneous)으로 충족된다 라고 말한다.


Andrew Rose는 1999년 논문 <One Money, One Market- Estimating the Effect of Common Currencies on Trade>을 통해, 유로존 도입 이후 유로존내 무역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Jeffery Frankel은 Andrew Rose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후 무역거래량 증가는 경기변동 동조화를 낳는다." 라고 말한다. 무역거래로 여러 국가가 연결된다면 경기변동 충격이 서로에게 전이되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들끼리 비슷한 경기변동을 겪는다는 논리이다. 이럴 경우,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들의 공동연구, 1997년 논문 <Is EMU more justifiable ex post than ex ante?>, 1999년 논문 <The 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은 '1990년대 당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써도 괜찮다'는 이론적근거를 제공해주었다. 논문제목처럼 유럽통화동맹(EMU)은 사후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That is, a country is more likely to satisfy the criteria for entry into a currency union ex post than ex ante.)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한 기획된 유로존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2가지 사항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은 '유럽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첫째,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둘째,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는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유로존의 본래 목적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목적 이었다. 그리고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20세기 최고 경제학자 중 한명인 Milton Friedman은 유로존이 본격 출범하기 전인 2000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학문적 관점에서 유로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기적입니다. 매우 놀라운 기적이죠. 저는 유로화가 계속해서 성공해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만 유로화가 어떻게 작동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겠죠."


(“From the scientific point of view, the euro is the most interesting thing. I think it will be a miracle -well a miracle is a little strong. I think it's highly unlikely that it's going to be a great success. … But it's going to be very interesting to see how it works”.)

: Milton Friedman in an interview in May 2000.


"An interview with Milton Friedman. Interviewed by John B. Taylor, May 2000", chapter 6 in P. Samuelson and W. Barnett, eds., Inside the Economist's Mind. Conversations with Eminent Economists, Blackwell, Oxford.


유럽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은 일부 우려와는 달리 잘 작동해 나가고 있었다. 


유럽위원회는 2009년 보고서 <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적이익이 아닌)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점과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을 발판으로 설립된 것이 아닙니다.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우는 학자들은 유럽통합의 정치적, 역사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The OCA paradigm gave a negative bias to the evaluations of the single currency by stressing a number of costs of unification, while ignoring dynamic, political and institutional aspects of monetary integration.)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워서 유로존을 비판하는 시각은 통화동맹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을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보죠. 일단 유로존이 설립되면, 유로존은 궁극적으로 정상상태로 갈텐데 말이죠."

(The OCA paradigm inspired a static view, overlooking the time-consuming nature of the process of monetary unification. ,,, In short, by adopting the OCA-theory as their main engine of analysis, US academic economists became biased against the euro. ... Perhaps we should take this as a positive sign for the future of the euro: once established, it eventually will turn into the normal state of monetary affairs?)


European Commission.2009.<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의기양양하던 유럽. 그러나 이후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유로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region을 '지역'으로 표기시 최적통화'지역'(area)와 혼동될 여지가 있어서, 영어표현 region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1. 학부생
    최적통화지역이론을 알기쉽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2. 과거 금본위제도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적이 있나요? 그 시절도 사실상 금에 묶여있는 고정환율제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3. 최적통화지역 이론에서는 변동환율제가 최적상태라고 보는데 실제로는 글로벌불균형이 일어나고있잖아요.. 물론 미국은 중국이 비정상적인 환율통제를 한다고 보지만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의 국내 저축율이 낮고 생산성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들었어요.. 최적통화지역이론은 중국입장에서보면 현실을 설명못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2015.07.31 11:29 신고 [Edit/Del]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통화를 공유하는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미국-중국'간의 글로벌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이론과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은 달러화를 쓰고, 중국은 위안화를 쓰기 때문이죠.
    • 2015.08.01 00:36 신고 [Edit/Del]
      제가 궁금한것은.. 최적통화지역이론을 전개해나갈때 다른통화+변동환율제가 단일통화를 쓰는 것보다 우월한, 최적상태라고 보던데요. 현실에서는 변동환율제이고 다른 통화를 쓰고 있는데도 글로벌 불균형은 통화가치변화로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이런 모습은 변동환율제가 최적상태라고 주장한것이랑 맞지않는게 아닐까요?
    • 2015.08.01 01:29 신고 [Edit/Del]
      아 제가 궁금했던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전제로 깔았었던 거군요ㅎㅎ 프리드먼이 쓴 논문 내용인것도 알게되고.. 많이 배워갑니다 시간 내주셔서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5.08.01 13:55 신고 [Edit/Del]
      아 그 점은 최적통화지역 자체보다는 '변동환율제'에 관한 논의네요.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국제수지 조정에 변동환율제가 우월하다'는 Milton Friedman의 연구를 전제로 깔고나서,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가진 지역들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해야 하느냐" 혹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집단들이 최적상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를 이야기하는 이론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생산구조'가 같은 지역들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이동', '재정통합', '가격신축성' 등의 조건이 필요하죠.

      질문자 분께서 궁금해 하시는건 "왜 변동환율 하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가"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국내경제구조를 왜곡시킨다면, 변동환율 하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에 관한 논의는 중국의 소비억제 정책 혹은 미국의 과잉소비 등 해당국가의 '국내경제구조 왜곡' (domestic distortion)에 맞춰져 있습니다.
  4. 이싱싱
    읽어내려가다가요,"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입장에서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면 교역조건은 개선 아닌가요? Px/Pm이 교역조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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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Posted at 2012.10.19 21:30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왜 한국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1개월 사이에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을 나흘째 경신한 결과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104.30원에 교환됐다. 개장 환율은 0.50원 내린 1,105.00원을 기록하고서 1,103.80원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간격을 좁혔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9일 1,077.30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 기준으로는 작년 10월31일의 1,100.00원을 뚫지는 못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8/0200000000AKR20121018162900002.HTML?did=1179m

"`환율 1,000선 붕괴 임박' 13개월 만에 최저점". <연합뉴스>. 2012.10.18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는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자동차 업체는 원화가치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업체나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쌓아둔 기업은 원화가치 상승에 미소를 짓고 있다. 


◇ 항공·여행·면세 '好好' = 환율이 하락하자 항공업계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고전한 항공사들은 최근 환율이 떨어져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 하락이 재무평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73억5천만달러로,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원 변동할 때마다 외화부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항공유 구입비용, 항공기 리스비용이 줄어 87억원 상당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도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정기윤 팀장은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여행사들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면세점도 관광객들의 구매액이 늘며 자연스레 혜택을 볼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경절 특수 기간이 끝난 이 시점에 매출 증가 요인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말 여행 시즌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나 전자업체는 환율 하락을 다른 업종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7/0200000000AKR20121017100700003.HTML?did=1179m

"'환율 급락'에 업종별 명암 엇갈려". <연합뉴스>. 2012.10.17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경제가 환율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무역거래대금 결제와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원화가 아니라 외환-달러, 유로, 엔화 등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통화·금융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Barry Eichengreen, 개발도상국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부담을 일종의 원죄Or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으로 해외차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차대조표 상에서 통화불일치Currency Dismatch가 발생하게 되는데, 환율변동이 부채 규모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자국통화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줄어들지만, 반대로 자국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통화불일치 때문에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항상 신경쓸 수 밖에 없다.


Barry Eichengreen은 "(자국통화가 아닌) 외국통화로 표기된 해외부채는 경제의 안정성, 자본흐름의 불안정성, 환율 관리, 국가의 신용등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다.


If a country is  unable to borrow abroad in its own currency - if it suffers from the  problem that we refer to as "original sin" - then when it accumulates a net debt, as developing countries are expected to do, it will have an aggregate currency mismatch on its balance sheet.


(...)


Alternatively, the government can accumulate foreign reserves to match its foreign obligations.  In this case the country eliminates its currency mismatch by eliminating its net debt (matching its foreign currency borrowing with foreign currency reserves).  But this too is costly: the yield on reserves is generally significantly below the opportunity cost of funds.


(...)


In particular, we show that the composition of external debt - and specifically the extent to which that debt i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 is a key determinant of the stability of output, the volatility of capital flows, the management of exchange rates, and the level of country credit ratings. We present empirical analysis demonstrating that this "original sin" problem has statistically significant and economically important implications, even after controlling for other conventional determinants of macroeconomic outcomes. We show that the macroeconomic policies on which growth and cyclical stability depend, according to the conventional wisdom, are themselves importantly shaped by the denomination of countries' external debt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8

  •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가 자국통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는 전체부채 중 2.7%에 불과하다.
  • 반면,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68.3%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The Pain of Original Sin


이러한 원죄Original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떠한 고통Pain을 안겨줄까?


  1. 환율변동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상환능력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2.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이 제한되게 된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외채부담이 커진다. 채무국은 통화확장정책으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3.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4. 다른 국가의 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도 제한하게 된다.
  5. 이 모든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신용등급을 낮추는 영향을 끼친다.

4. The Pain

Original sin has important consequences. Countries with original sin that have net foreign debt will have a currency mismatch on their national balance sheets.  Movements in the real exchange rate will then have aggregate wealth effects. This makes the real exchange rate a relevant price in determining the capacity to pay. Since the real exchange rate is quite volatile and it tends to depreciate in bad times, original sin  significantly lowers the creditworthiness of a country. Moreover, the wealth effects limit the effectiveness of monetary policy, as expansionary policies may weaken the exchange rate, cause a reduction in net worth and will thus be either less expansionary or even contractionary. This renders central banks less willing to let the exchange rate move, and they respond by holding more reserves and aggressively intervening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 or adjusting short-term interest rates. The existence of dollar liabilities also limits the ability of central banks to avert liquidity crises in their role as lenders of last resort. And, dollar-denominated debts and the associated volatility of domestic interest rates heighten the uncertainty associated with public debt service, thus lowering credit rating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15-16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원죄Original Pain은 채무국의 상환능력Solvency의 불확실성도 키운다.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자국통화가 아닌 다른 나라의 통화로 표기된) 단기외채 때문이었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부족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의 위기가 국내적 금융위기로 끝나지 않고 외환위기가 된 것은 단기 외채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본시장 개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본 시장 개방에 있어서 매우 점진적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은행에게 무역관련 금융과 해외지사 단기차입을 허용하자 재벌이 그것을 이용하여 금리가 낮은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하였다(함준호, 2007; Wang, 2001). 이 과정에서 차입자인 재벌과 은행의 위험관리에 대한 개념이 미약하였고, 정부의 금융 감독 시스템도 미비 상태였다.


(...)


이 대목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많은 문헌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가 1997년  8월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급 보증을 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갖는 의미다. 국내 구조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한 후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난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왜 민간부문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제능력(solvency)과 유동성(liquidity)의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불건전성이 아니라 지급보증을 한 민간의 단기외채에 비해 정부(한국은행)가 가진 외화준비금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표2>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의 사정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의 문제는 결제능력부족(insolvency)이 아니라 유동성부족(inliquidity)이었다.


이제민. 2007.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 해결과정과 결과". 『경제발전연구 제13권 제2호』. 7-8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치솟았고 정리해고가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여졌다. IMF 체제를 겪은 국민들은 IMF라면 진저리를 첬고, 따라서 또 다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 주요목표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은 유동성부족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평상시에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아놓으면 된다. 외환보유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수출 증가이다. 원죄Original Sin를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이고 이를 미국 채권 형태로 보유해 외환보유를 늘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재투자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Martin Feldstein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조치가 개발도상국이 생산적인 재투자 대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The desire to keep out of the IMF'S hands will also cause emerging-market economies to accumulate large foreign currency reserves. A clear lesson of 1997 was that countries with large reserves could not be successfully attacked by financial markets. Hong Kong, Singapore, Taiwan, and China all have very large reserves, and all emerged relatively unscathed. A country can accumulate such reserves by running a trade surplus and saving the resulting foreign exchange. It would be unfortunate if developing countries that should be using their export earnings to finance imports of new plants and equipment use their scarce foreign exchange instead to accumulate financial assets.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March/April.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낳은 글로벌 불균형


개발도상국이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선택한 수출 주도 전략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을 심화시켰다. 


<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1. "Slowing Growth, Rising Risk". 『World Economic Outlook』 Sep. page 25 >

  • 중동의 산유국·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독일·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무역흑자를 달성한 국가들은 미국 채권 구입의 형태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
  • 막대한 자본유입을 받은 미국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린다.
  • (경제는 소비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경제 시스템 내에서 미국은 최종소비국가로서 역할을 하게된다.
  • 즉, 세계경제가 미국의 소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現 FRB 의장인 Ben Bernanke는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불러온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각주:1]이 글로벌 불균형과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각주:2]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수출주도 전략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신흥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출국가international lenders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신흥국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향하게 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미국 부동산가격은 어느순간 하락을 하게 되고, 부동산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Sub Prime Mortgage 사태가 발생한다.    

In response to these crises, emerging-market nations either chose or were forced into new strategies for managing international capital flows. In general, these strategies involved shifting from being net importers of financial capital to being net exporters, in some cases very large net exporters. 

(...)

According to the story I have sketched thus far, events outside U.S. borders--such as the financial crises that induced emerging-market countries to switch from being international borrowers to international lenders--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evolution of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with transmission occurring primarily through endogenous changes in equity values, house prices, real interest rates, and the exchange value of the dollar.



Raghuram Rajan 또한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위기를 일으킨 폴트라인Fault Line[각주:3]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수출 지향적 성장국들-는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닌 무역 흑자를 목표로 수출 전략을 강화했다. 무역 흑자를 통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무역 흑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과감하게 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삭감으로 과거에 투자와 관련해 직면하곤 했던 투자 붐과 붕괴 사이클을 피해갈 수 있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이와 같은 안전 위주 전략은 세계 나머지 국가의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국가가 수출 지향적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나서자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이들 수출국 상품에 대한 수요 부담 압력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앞장에서 이미 설명했던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문제점, 즉 수출과 내수 사이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의 수출 강화 노력으로 이들 국가의 외환 보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 외환은 투자처를 찾아 세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 채권국으로 변신한 수출국 자금이 가장 이상적인 후보로 생각한 국가는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이었다.


(...)


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기에 접어들면,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 지향적 성장국은 특히 타격을 받는다. 2001년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이들 수출국은 내수 부양책 도입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이들 수출 지향국이 믿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경기 후퇴가 도래하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인 부양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계의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의 엔진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미국에 묻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이 끌고 가야 할 부담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여러 면에서 지치고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라구람 G. 라잔. 2011. 『폴트라인』. 168-205




※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

이에 대한 Paul Krugman의 비판


그럼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개발도상국의 원죄도 사라지고, 외환 보유고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글로벌 불균형도 없어질 수 있다. Robert Mundell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을 주창했었다. 국가들이 서로 인접해있고, 상호간에 무역거래가 많고, 각국 간에 노동이동이 활발한다면 이들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 이라는 것이다. 단일통화 도입으로 환율 급등락의 비용을 줄인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으로 유로화가 탄생하였다. Robert Mundell은 '유로화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에 노벨경제학상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는 불가능하다. 단일 통화 체제가 낳은 결과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이다. 단일통화체제를 선택한다면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 현재 그리스·스페인 등의 남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이냐 변동하는 환율이냐에서 선택한 건 변동하는 환율이었다.


Paul Krugman은 쉬운 설명을 통해 단일통화체제가 왜 불가능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제통화체제는 왜 확립되지 않았을까?


옛날 옛적에 세계는 단일통화를 갖고 있었다. 이 통화의 이름은 '글로보'였다. 관리 체계도 매우 훌룡했다. 앨런 글로브스펀 의장이 지휘하는 글로벌준비은행(줄여서 '글로브'라고 햇다)은 세계가 경기후퇴 국면으로 들어설 위험이 보이면 글로벌 통화의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이면 공급을 줄이는 등 멋지게 직무를 수행했다. 훗날 글로브의 시대를 황금기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기업인들이 이 체제를 좋아했는데, 세계 어디서든 별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원에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글로보를 신중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큰 틀의 세계에서는 경기의 파도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통화정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불황의 먹구름이 끼자 글로브는 돈의 양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북미에서는 엄청난 투기 붐이 일기도 했다. 또 북미의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줄이자 남미의 불경기가 악화되었다. 대륙별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정부들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이 체제가 깨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고, 각 나라는 글로보 대신에 독자적인 통화를 도입했다. 그리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는 쪽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널뛰기하는 환율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어떤 환율, 예를 들어 라티노와 유로의 환율은 무역상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유럽의 상품을 사려는 남미 사람은 라티노를 유로로 바꾸어야 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외환시장은 주로 투자자들,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통화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쥐락펴락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투자 수요는 투기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통화가치 역시 불안해졌다. 더 나아가 이들은 통화 자체의 가치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환율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기업환경은 불확실해졌으며,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과 부채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없었다.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투기꾼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즉 자본이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제 각 대륙은 세 가지 통화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런데 이 셋은 저마다 심각한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독자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환율변동을 감수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을 택하면 경기후퇴와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신에 기업 활동 환경에 불확실성이 조성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니면 환율을 고정시킨 후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면 기업활동은 더 편하고 안전해지겠지만 억지춘향식 단일통화정책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질 게 뻔했다. (...)


지금까지 살펴본 가상의 역사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각 국가들이 직면한 '3각 딜레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거시경제 관리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그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재량권을 원한다. 경기후퇴를 막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그들은 안정된 환율을 원한다. 그래야 기업이 너무 큰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유로운 국제 비즈니스를 원한다. 민간 부문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원하는 외환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글로보와 그 소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룰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잘해야 두 가지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자유롭게 변동하는 환율제도만이 남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변동환율제를 그래도 세 가지 악 가운데 최선으로 여기게 되었다.


폴 크루그먼. 2009. "부적절한 정책". 『불황의 경제학』. 133-139


그리고 Paul Krugman은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유럽 국가들은 무역의 60%를 상호간에 하고 있었고 유럽통합을 위해 동질성을 키웠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지역처럼 보일 수 있다. Paul Krugman은 그러나 유럽 국가내에 노동 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재정통합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불황에 빠진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를 이용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노동이동이 자유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화량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임금의 실질가치를 낮춰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Internal Devaluation 이라 한다.) 그런데 노동이동이 자유롭지 않은데 인플레이션 유발을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마저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유럽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어 있었다면 독일의 재정으로 그리스 등의 남유럽을 도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경제위기에 처했을때, 플로리다 주·워싱턴 주 등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그러나 유럽은 국가 간의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 그 부작용을 지금 겪고 있다.


On this score, Europe looked good: European nations do about 60 percent of their trade with one another, and they do a lot of trade. On two other important criteria, however-labor mobility and fiscal integration-Europe didn't look nearly as well suited for a single currency.


Labor mobility took center stage in the paper that started the whole optimum currency area field, written by the Canadian-born economist Robert Mundell in 1961. A rough synopsis of Mundell's argument would be that the problems of adjusting to a simultaneous boom in Saskatchewan and slump in British Columbia, or vice versa, are substantially less if workers move freely to wherever the jobs are. And labor does in fact move freely among Canadian provinces, Quebec excepted; it moves freely among U.S. states. It does not, however, move freely among European nations. Even though Europeans have since 1992 had the legal right to take work anywhere in the European Union, linguistic and cultural divisions are large enough that even large differences in unemployment lead to only modest amounts of migration.


The importance of fiscal integration was highlighted by Princeton's Peter Kenen a few years after Mundell's paper. To illustrate Kenen's point, consider a comparison between two economies that, scenery aside, look quite similar at the moment: Ireland and Nevada. Both had huge housing bubbles that have burst; both were plunged into deep recessions that sent unemployment soaring; in both there have been many defaults on home mortgages.


But in the case of Nevada, these shocks are buffered, to an important extent, by the federal government. Nevada is paying a lot less in taxes to Washington these days, but the state's older residents are still getting their Social Security checks, and Medicare is still paying their medical bills-so in effect the state is receiving a great deal of aid. Meanwhile, deposits in Nevada's banks are guaranteed by a federal agency, the FDIC, and some of the losses from mortgage defaults are falling on Fannie and Freddie, which are backed by the federal government.


Ireland, by contrast, is mostly on its own, having to bail out its own banks, having to pay for retirement and health care out of its own greatly diminished revenue. So although times are tough in both places, Ireland is in crisis in a way that Nevada isn't.


And none of this comes as a surprise. Twenty years ago, as the idea of a common European currency began moving toward reality, the problematic case for creating that currency was widely understood. There was, in fact, an extensive academic discussion of the issue(in which I was a participant), and the American economists involved were, in general, skeptical of the case for the euro-mainly because the United States seemed to offer a good model of what it takes to make an economy suitable for a single currency, and Europe fell far short of that model. Labor mobility, we thought, was just too weak, and the lack of a central government and the automatic buffering such a government would provide added to the doubts.


Paul Krugman. 2012. "Eurodammerung". 『End This Depression Now!. 171-173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 연설 원문. [본문으로]
  3. 폴트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Raghuram Rajan은 여러 요인이 폴트라인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본문으로]
  1. 학생
    폴트라인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내국의 수요를 포기하고 해외의 수요를 바탕으로 수출 중심의 성장을 하며, 그에 따라 세계 경제 침체에 있어 최종 소비국 역할을 하는 미국이 세계의 총수요 부진에 종합적인 부담을 지고 있다. 이렇게 적혀 있는거 같은데, 여기서 미국이 져야할 부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문득 경제의 불안정성과 보다 큰폭의 거품 형성의 위험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손 안대고 코 푸는 소비 생활로 큰 이득을 취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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