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Posted at 2013.04.19 23:44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4월 15일, 논문 한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 논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을까? 그리고 논문의 제목에 나오는 Reinhart와 Rogoff는 또 누구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유럽 재정위기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 그리스 · 아일랜드 · 포르투갈 ·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


  •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 데이터 출처 : Eurostat 
  • 그래픽 출처 : Wikipedia - "European sovereign-debt crisis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초래하는 경로는 크게 세가지이다. 

  1.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2. 국가경제의 신용이 훼손되어 발생하는 채권금리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이자 부담 증가
  3. 과도한 정부부채를 본 경제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그 결과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과도한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 경제침체,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해답은 정부부채 축소다. 

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가 2010년에 발표한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와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Reinhart(이하 R-R)는 이 논문을 통해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는 일종의 Tipping Point이다"


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주요목표가 된다.  



<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25p >


R-R의 논문에 나온 이 표를 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Debt/GDP-이 90% 이상인 Advanced economies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재정긴축Austerity 정책을 시행하는 유럽


유럽의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은 R-R의 주장에 따라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한다. 모든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R-R의 주장에 따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가 바로 R-R의 논문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부위원장인 Olli Rehn은 "중요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부채가 90% 수준에 달하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수년간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라고 말했다. Olli Rehn 뿐 아니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지명자인 Paul Ryan 등 재정긴축 정책 옹호론자들은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축소가 필요하다" 라고 주장해왔다.


It is widely acknowledged, based on serious research, that when public debt levels rise about 90% they tend to have a negative economic dynamism, which translates into low growth for many years. 

Olli Rehn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에서 재인용



< 그래픽 출처 : 강유덕. "최근 유로존 내 경상수지 격차 축소의 배경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3.01.10. 11쪽>


위 그래프를 보면 2009년-2010년을 기점으로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정부지출 액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지출 삭감 등의 재정긴축을 시행했으니 정부부채가 줄어들고,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대심리confidence가 상승했을까? 아니다. 




※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긴축정책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재정긴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의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 데이터 출처인 Eurostat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그리스는 -6.4%, 스페인은 -1.4%, 포르투갈은 -3.2%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 원 데이터 출처 : Eurostat, 데이터 가공 출처 : Google Public Data >


반면, 실업률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012년 10월 기준, 그리스의 실업률은 26.8%, 스페인은 26.6%, 포르투갈은 16.3%의 실업률을 기록한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긴축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출처 : Anti-Austerity Strike in Greece 2011.10.19 >


<출처 : Strikes Against Austerity in Europe 2012.11.14>



무엇이 문제일까?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라서 재정긴축을 시행했는데, 왜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도한 정부부채는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불러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거꾸로 생각하면, 긴축정책은 인플레이션 · 채권금리 상승 ·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일 뿐이다. 긴축정책의 효과에 실업문제 해소는 없다. 아니,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정부지출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데, 정부지출을 축소시켰으니 말이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실업률이 문제! 부채에 신경쓰기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 신경써야 한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이 아니라 정부지출 증가, 통화량 공급 확대 등의 확장정책Expansionary Policy을 써야한다.


much of the discussion in Washington had shifted from a focus on unemployment to a focus on debt and deficits.


The strange thing is that there was and is no evidence to support the shift in focus away from jobs and toward deficits. Where the harm done by lack of jobs is real and terrible, the harm done by deficits to a nation like America in its current situation is, for the most part, hypothetical. The quantifiable burden of debt is much smaller than you would imagine from the rhetoric, and warnings about some kind of debt crisis are based on nothing much at all. In fact, the predictions of deficit hawks have been repeatedly falsified by events, while those who argued that deficits are not a problem in a depressed economy have been consistently right.


Paul Krugman. 2012. "But What about the Budget Deficit?". 『End This Depression Now!』. 130-131


경제학자들은 유럽경제위기의 처방으로 긴축정책이 옳으냐, 확장정책이 옳으냐. 

즉, 과도한 정부부채, 채권금리 상승,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vs 높은 실업률과 디레버리징에 의한 수요부족이 문제다 로 나뉘어서 논쟁을 벌여왔다. 




※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논문이 데이터 조작이라면?


그런데 이게 웬걸. 2013년 4월 15일, 한 논문이 발표되자 경제학계가 술렁거렸다. 맨 처음에 언급했던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하 HAP)의 "과다한 정부부채가 항상 경제성장을 가로막을까? -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에 대한 비판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이라는 논문 때문이다.


HAP는 논문을 통해 "R-R의 2010년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 라고 주장했다. 

R-R의 논문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크게 3가지.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가 넘으면서 양(+)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던 네 국가들의 연도별 데이터 일부가 제외되어 있다.

- 네 국가의 누락된 연도별 데이터를 포함하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 이상이던 시절) 네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6% 에서 2.58%로 상승


잘못된 가중치 반영

- 영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를 기록하면서 19년을 보냈고, 이 시기 평균 경제성장률은 2.4%

- 뉴질랜드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1년을 보내면서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7.6%

- 그렇다면 {(19*2.4)+(1*-7.6)}/20 으로 연도를 가중평균하여 평균 경제성장률을 구하는 게 정상.

- 그런데 R-R은 그냥 {2.4+(-7.6)}/2 으로 계산함


엑셀 계산 오류

- 엑셀의 30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합쳐 평균을 내야하는데, 45열~49열에 위치한 국가들을 엑셀 계산에서 누락

- 그런데 하필이면, 45~49열에 위치한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6% 이다.


<출처 :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이 이러한 오류들을 시정하여 계산해본 결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90% 이상을 기록했던 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로 드러났다.



<출처 :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




※ R-R의 반론과 HAP의 재반박


세계 경제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재정긴축 정책을 뒷받침하던 강력한 논거가 데이터 조작이라고? 

HAP의 주장에 대해 R-R은 다음날(4월 16일)에 즉각 반박글을 올렸다. R-R은 이렇게 반박한다.


  • (어쨌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지 않느냐? 불과 1%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를 기록했던 국가들은 평균 20년 동안 그 상황을 지속했다. 20년 동안의 연도별 경제성장률 1% 차이는 매우 크다.
  •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 과도한 정부부채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다른 논문들에서도 입증되었다.
Note that because the historical public debt overhang episodes last an average of over 20 years, the cumulative effects of small growth differences are potentially quite large. It is utterly misleading to speak of a 1% growth differential that lasts 10-25 years as small.

(...)

By the way, we are very careful in all our papers to speak of “association” and not “causality” since of course our 2009 book THIS TIME IS DIFFERENT showed that debt explodes in the immediate aftermath of financial crises.

(...)

Lastly, our 2012 JEP paper cites papers from the BIS, IMF and OECD (among others) which virtually all find very similar conclusions to original findings, albeit with slight differences in threshold, and many nuances of alternative interpretation.. 

Carmen Reinhart, Kenneth Rogoff.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2013.04.16

  


4월 17일, HAP는 R-R의 주장을 다시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HAP는 이렇게 말한다


  • 우리의 논문은 낮은 경제성장률이 과도한 정부부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물음을 던져야 할 필요성을 드러내준다.
  •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의 여파로 개인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소비가 줄어든 때에,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은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금융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 정부의 적자지출은 대규모 실업과 싸울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Our evidence shows that one needs to ask these and similar questions, including whether slow growth was the cause or consequence of higher public debt, before we can draw meaningful conclusions.


(...)


Of course, one could say that these were special circumstances due to the 2007-9 financial collapse and Great Recession. Yet that is exactly the point. When the US and Europe were hit by the financial crisis and subsequent collapse of private wealth and spending, deficit-financed government spending was the most effective tool for injecting demand back into the economy. The increases in government deficits and debt were indeed historically large in these years. But this was a consequence of the crisis and a policy tool for moving economies out of the deep recession. The high levels of public debt were certainly not the cause of the growth collapse. 


(...) 


We are not suggesting that governments should be free to borrow and spend profligately. But government deficit spending, pursued judiciously, remains the single most effective tool we have to fight against mass unemployment caused by severe recessions.


Robert Pollin, Michael Ash.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그 사이, Arindrajit Dube는 R-R의 논문 오류에 쐐기를 박는 자료를 내놓는다. 


<출처 :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위에서 언급했듯이, R-R은 반박문을 통해 "우리는 2010년 논문을 통해 과도한 정부부채와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association만 이야기 했지 인과관계causality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관계association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일까?"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것일까?"


Arindrajit Dube는 로고프-라인하트의 논문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을 했다. 그 결과가 위에 나온 그래프이다. 


GDP 대비 부채비율과 다음Next 3년간의 경제성장률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간의 경제성장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다시피 GDP 대비 부채비율과 지난Last 3년 간의 경제성장률이 더 유의미한 관계association을 띄었는데, 이는 낮은 경제성장률 → 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Arindrajit Dube는 "GDP가 하락하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다. 게다가 실업보험 등 자동안정화 기능을 하는 정부지출은 경제위기시 증가한다." 라고 지적한다.


RR state that they were careful to distinguish between association and causality in their original research. Of course, we would only really care about this association if it likely reflects causality flowing from debt to growth (i.e. higher debt leading to lower growth, the lesson many take from RR's paper).


While it is difficult to ascertain causality from plots like this, we can leverage the time pattern of changes to gain some insight. Here is a simple question: does a high debt-to-GDP ratio better predict future growth rates, or past ones?  If the former is true, i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argument that higher debt levels cause growth to fall. On the other hand, if higher debt "predicts" past growth, that is a signature of reverse causality.


(...)


As is evident, current period debt-to-GDP is a pretty poor predictor of future GDP growth at debt-to-GDP ratios of 30 or greater—the range where one might expect to find a tipping point dynamic. But it does a great job predicting past growth.

 

This pattern is a telltale sign of reverse causality.  Why would this happen? Why would a fall in growth increase the debt-to-GDP ratio? One reason is just algebraic. The ratio has a numerator (debt) and denominator (GDP): any fall in GDP will mechanically boost the ratio.  Even if GDP growth doesn’t become negative, continuous growth in debt coupled with a GDP growth slowdown will also lead to a rise in the debt-to-GDP ratio.


Besides, there is also a less mechanical story. A recession leads to increased spending through automatic stabilizers such as unemployment insurance. And governments usually finance these using greater borrowing, as undergraduate macro-economics textbooks tell us governments should do. This is what happened in the U.S. during the past recession. For all of these reasons, we should expect reverse causality to be a problem here, and these bivariate plots are consistent with such a story.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이러한 사실은 최근 유럽경제위기에서도 드러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안정적이었다. 앞에서 봤던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시프러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앞에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강조를 해야하는 건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급상승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한다." 였다.


2008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고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각주:1] 문제가 대두되면서 남유럽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급증한다.


Arindrajit Dube가 언급했듯, 낮은 경제성장률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높이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


  1. "GDP 대비" 부채비율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2.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정부지출이 급증한다.

여기에 더해, 유럽경제의 경우 무너질 위기에 처한 금융기업을 구제하느라 공적자금을 끌어다 쓴 것도 포함하면, 2008년을 기점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급증한 것은 당연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채에 대한 관점 자체가 문제다.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재정긴축 정책을 옹호해왔던 정책결정권자, 정치인, 학자들은 사회보장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경제위기와 긴축이론을 이용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한다. 




※ 경제학자의 역할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어느 학자의 경제이론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실제로 집행된다.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래퍼 곡선Laffer Curve 이론[각주:2]에 의해 소득 상위계층에 대한 세금 인하가 실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때, 우리나라에 많은 변화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의 근본이 문제여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서구 국가들은 "아시아 자체가 문제" 라는 논리로 문제에 접근했고, 경제위기 와중에 고금리 · 재정긴축 · 구조조정 등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물론, 그 당시 한국 금융권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기업은 회계조작이 만연하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개혁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더라면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고, 대량해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현재의 유럽경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어렵긴 하지만,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잘못된 논문에 기반해서 재정긴축을 쓴 결과 경제위기 해소는 커녕 실업률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번 양보해서 R-R의 주장처럼 그들이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 간의 인과관계causality가 아니라 단순한 관계association을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2011년 미국의 부채천장Debt Ceiling 논쟁 당시, 과도한 정부부채는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니 부채감축에 나서야한다 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학은 학문의 특성상 경제이론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면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참고자료>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0. "GROWTH IN A TIME OF DEBT"

- 케네스 로고프와 카메론 라인하트의 2010년 논문


Thomas Herndon,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5 "Does High Public Debt Consistently Stifle Economic Growth? A Critique of Reinhart and Rogoff"

- 윗 논문을 비판하는 Herndon, Ash, Pollin의 논문


Carmen M. Reinhart, Kenneth S. Rogoff. 2013.04.16. "Reinhart-Rogoff Initial Response". <Financial Times>

- HAP의 비판을 반박하는 R-R


Michael Ash, Robert Pollin. 2013.04.17. "Austerity after Reinhart and Rogoff". <Financial Times>

- R-R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Ash와 Pollin


Mike Konczal. "Researchers Finally Replicated Reinhart-Rogoff, and There Are Serious Problems". 2013.04.16

- HAP의 논문을 요약해놓은 글. 


Arindrajit Dube. "Reinhart/Rogoff and Growth in a Time Before Debt". 2013.04.17

- 과도한 정부부채와 낮은 경제성장률의 뒤바뀐 선후관계를 지적하는 글. R-R의 논문제목을 비꼬아서 "부채 이전 시대의 성장"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Reinhart and Rogoff: your essential reading list". <Financial Times>. 2013.04.17

- R-R 논쟁과 관련 읽을만한 글들을 모아놓은 <Financial Times>


Tim Fernholz. "How influential was the Rogoff-Reinhart study warning that high debt kills growth?". 2013.04.16

- 정치인들에게 긴축을 주문했던 R-R, R-R의 논문을 인용하여 긴축정책을 옹호했던 정치인들


Dean Baker. "How Much Unemployment Was Caused by Reinhart and Rogoff's Arithmetic Mistake?". 2013.04.16

- R-R의 논문에 근거한 긴축정책이 끼친 악영향을 비판하는 Dean Baker


Jared Bernstein. "Not to Pile On, But…Correcting Reinhart and Rogoff". 2013.04.16


"The 90% question". <The Economist>. 2013.04.17

- 경제학자들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The Economist>


Paul Krugman. "The Excel Depression". 2013.04.18

- 칼럼을 통해 R-R의 논문을 비판하는 Paul Krugman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 2012년 10월, IMF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가 1 이상" 이라고 말하며 긴축정책을 비판했다. 이를 요약해 놓은 블로그 포스트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 부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드러내주는 글. Paul Krugman의 주장을 요약했다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2012.10.19

- 1997년 외환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였다고 지적하고, 그 당시 IMF의 조치가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화 시켰다는 글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했던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비판하는 글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2012.11.03

-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



  1. 단일통화의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남유럽 국가들은 수출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독일은 유로화 도입 이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는데, 독일의 자본은 남유럽 국가로 유입되면서 남유럽 국가의 부동산가격은 급격히 상승한다. 또한, 단일통화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의 채권금리가 독일 등과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남유럽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자, 단일통화로 생긴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본문으로]
  2. 가장 어이없는 경제이론. 경제학자들은 래퍼 곡선을 개소리로 취급한다. http:/joohyeon.com/70 [본문으로]
  1. 개굴
    잘봤습니다. 꾸벅
  2. 하..
    하..너무 정리 잘해놓으셨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3. 경제학도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이지만 지나치지 않은 설명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워갑니다.

    북마크에 추가해서 짬짬히 볼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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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

Posted at 2012.08.28 16:01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www.seri.org/db/dbReptV.html?g_menu=02&s_menu=0203&pubkey=db20120821001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포커스]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2012.08.21 


재정절벽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 등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의미


- 현행 법령에 의하면 2013년부터 각종 감세 조치들이 종료되고, 실업금여 프로그램 등 재정지출도 축소될 예정


  • 세수 부문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2001년 감세 조치, 오바마 행정부의 급여세 감면 조치, 투자세액 공제 조치 등의 시한이 2012년 말로 종료
  • 지출 부문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확대 조치가 종료되고, 2012년 예산 통제법에 따른 강제 지출삭감 조치도 시행될 예정

- 모든 긴축 조치가 현행 법령대로 시행될 경우 2013년 중 세금인상 및 재정지출 축소 규모는 총 7,700억 달러로 GDP의 5.1%에 이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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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등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긴축은 취약한 미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으로 작용


-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전망


  • 의회예산국은 재정긴축 조치를 모두 시행할 경우 201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3%로 급락하고 연간으로는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으며, 무디스는 2013년 경제성장률을 0.2%로 더 낮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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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 여부가 대표적인 쟁점


-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의 핵심 이슈로 '세금 형평성(tax fairness)'을 강조하면서 부유층을 제외한 소득계층에 대해서만 감세 연장을 추진


  • 부유층에 대한 감세 폐지로 인한 약 4조 달러 규모의 세수증가분을 교육, 친환경 에너지 등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
  •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소득세 감세 조치를 고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에 대해 연장하면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소득세 감세 조치를 재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

-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임시 소득세 감면 조치를 조건 없이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

  • 부유층을 감세 연장 대상에서 제외하면 소기업 소유주 등 일자리 생산계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게 되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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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 삭감 규모 및 방안에 대해서도 양당의 의견이 대립


- 공화당은 예산통제법에 따른 강제적 지출 삭감 규모 이상의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동시에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


  • 예산통제법의 지출 삭감 규모는 하한선을 정한 것이라는 입장
  • 예산통제법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7.5% 감축해야 하지만, 인건비 등은 감축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그 외 분야에서는 15%까지 감축할 필요
- 민주당은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에서 합의된 수준을 초과하는 감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8월의 지출 감축 합의를 수정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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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An Update to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Fiscal Years 2012 to 2022" 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종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정부 부채규모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CBO's Baseline Projection은 감세조치 종료, 재정지출 강제 삭감이 2013년에 예정되로 실시될 경우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Alternative Fiscal Scenario는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출처 : http://www.cbo.gov/publication/43539 >



긴축정책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했던대로, "Your spending is my income, my spending is your income." 이기 때문.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긴축재정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미 의회예산국은 긴축조치를 유예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장기적인 성장률"일텐데, 긴축조치를 시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8페이지 >





여기서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과연 보수주의자들은 긴축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진정 원하는가?" 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부부채가 적은 작은 정부"를 원한다. 시장에 간섭하는 큰 정부를 원하지 않을 뿐더러, 정부부채가 커진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채권이자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자산손실을 입게되고, 채권이자율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로 전세계의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 "균형재정"을 목놓아 외치는데...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세금 인하"를 요구한다. 


"낮은 세금은 정부간섭이 적은 것을 의미하지 않나?" 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지만, 영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균형재정'을 위해 세금인상을 추진했었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보수주의자들은 단지 사회안전망 축소를 원할 뿐" 이라고 말하며, 보수주의자들의 이중행태를 비판한다.


CBO는 Bush tax cuts-조지 W.부시 대통령이 시행했던 세금 감면 조치-의 만기가 도래하도록 놔둔다면 내년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현재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부채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케인지언 경제학의 관점인데, 이러한 이유로 지난 몇년간 反긴축주의자들은 긴축반대를 외쳐왔다. 만약 보수주의자들이 일관성이 있다면, 적은 정부부채가 가져오는 이점을 이야기하지 않는 CBO의 리포트를 비난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재정적자는 그들에게 큰 이슈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재정적자란 그저 사회안전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What the CBO says is that allowing the Bush tax cuts to expire and the sequester to kick in would hit the economy hard next year — because it would lead to a sharp fall in the deficit while the economy is still depressed. It’s pure Keynesianism, the same point that all of us anti-austerians have been making for years. If the right was at all consistent, it would be denouncing the CBO report for failing to take into account the impact of a lower deficit in deterring the invisible bond vigilantes and encouraging the confidence fairy.


But whaddya know: suddenly the deficit is not an issue.


Of course, it has been obvious all along that the whole deficit-hawk pose was insincere, that it was all about using the deficit as a club with which to smash the social safety net. But now we have a graphic demonstration.)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2/08/23/nobody-cares-about-the-deficit/

Paul Krugman. "Nobody Cares About the Deficit". 2012.08.23


그리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정부부채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채권이자율의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축통화 달러의 힘을 믿고서, 정치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세금인하"주로 주장한다. 기가 막힌건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건 재정건전성과 균형재정이 아니라 "복지지출 감소"와 "사회안전망 축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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