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Posted at 2013. 11. 30. 21:27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를 통해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을 다루었다.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은 자본유입의 갑작스런 중단(Sudden Stops)에 이은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s)이 금융위기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때, 고정환율제도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금융위기를 심화시킨다. 고정환율제도는 통화가치 하락을 노리는 투기적공격을 초래하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이 자본유출에 대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 뿐더러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 수행을 제한시킨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 그런데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이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Paul Krugman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라는 제목의 발표자료에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 




※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몇몇 경제학자들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를 '재정위기'로 부르고 있다. 유로존 내 몇몇 국가들, 특히나 그리스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인해 유럽경제가 침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부채지급능력 신뢰부족에 대한 공포'(fear of triggering a Greek-style crisis of confidence in government solvency)를 없애기 위해서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단기간의 긴축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Expansionary Austerity'의 논리이다[각주:1].     


그러나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이고, 위기타개를 위해서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 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각주:2].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국가부채위기(a sovereign debt crisis)가 아니라 (국제수지표상 자본계정의 갑작스런 증감이 초래하는)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s crisis) 이고,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갑작스런 신뢰상실(sudden loss of confidence)로 인해 발생했다. 이러한 신뢰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겪었던 급작스런 자본유입의 중단(sudden stop)과 유사[각주:3]하다." 라고 말한다.


First, the crisis in the European periphery – which remains the sole locus of current debt crises – is arguably best viewed largely as a balance of payments crisis rather than a sovereign debt crisis. (...)


Second, whatever the source of sudden loss of confidence in the European periphery, this speculative

attack drove up private as well as public borrowing costs. (...)


These two observations, taken together, suggest that we can, albeit with some caution, apply the insights from the currency crisis literature to recent crises in Europe and the potential for similar crises elsewhere, by at least provisionally thinking of the confidence problem as involving the risk of an Asian-style sudden stop. (...) the mother of all sudden stop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11-12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의 주장처럼 현재 유럽은 1997년 동아시아[각주:4]와 상황이 유사하다. 1997년 당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었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과다하게 지고 있었다. 2013년 유럽 또한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로 인해 고정환율제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유로존의 특성상, 유럽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화폐를 발권할 수 없다.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이 가진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에 속한 국가, 특히나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을 향한 자본유입이 갑작스레 중단된다면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내 불안정성이 커지게된다. 거기다가 채권금리를 치솟고 부채상환에 대한 요구는 커지게 되는데,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지고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해서 채권자들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지급능력에 대해 신뢰를 거두었다(a loss of confidence)는 점이다.  




※ 통화체제(Currency Regimes)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의 상관관계


Paul Krugman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통계 1 :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각주:5]


<통계1>을 살펴보면 대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채권금리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 수 있다[각주:6]. 만약 이게 옳다면,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로 인해 유럽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라는 주장이 옳은 것 아닐까? 그런데 밑에 있는 <통계2>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각주:7]


<통계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Suddenly the picture looks quite different. There is indeed a strong relationship between debt and borrowing costs – but only for countries on the euro, with little sign of any such relationship for advanced nations that have retained their own currenci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 (pdf 파일 기준)




※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통화체제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이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에서도 살펴봤듯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니고 있다면 자본유출에 대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금리를 상승시키면 경제활동에 타격을 주고 이는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대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자본유출을 방치하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가치가 커져서 은행과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키고 이 또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나라의 중앙은행은 다른나라의 화폐를 찍어낼 수 없다. 금융시스템 마비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임무수행 그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설 수 없다 라는 사실은 유동성위기 발생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을 채권자들 사이에서 불러오고 만다. 


이러한 최종대부자 역할의 중요성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의 2012년 선언[각주:8]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고 선언하였다. 



<통계 3 : 스페인 · 이탈리아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Spreads)>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통계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First, evidence of the importance of the lender of last resort issue comes from the dramatic effect on spreads every time the ECB has signaled increased willingness to take on at least some of that role.


Figure 3 shows Italian and Spanish spreads against German 10-year bonds – useful indicators of the overall state of the euro crisis – since 2010. You can clearly see the two episodes of widespread speculation against peripheral nations, indeed near panic, in late 2011 and again in the summer of 2012. You can also see the dramatic reduction in spreads following ECB action. (...)


The second near-meltdown was contained when Mario Draghi declared that the ECB was willing to do “whatever it takes” to save the eurofollowed by an official declaration that the central bank would be willing, if necessary, to engage in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 i.e., direct purchases of sovereign debt.


The point here is that neither of these ECB interventions should have had a large impact if the

problem of peripheral European debtors was one of solvency pure and simple. The fact that they did

have so much impact is prima facie evidence that a substantial part of the interest premium in debtor

nations reflected fear of 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 (pdf 파일 기준)


<통계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들이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What might cause this divergence? A natural answer, again, is to suggest that times of stress were times when investors feared liquidity crises due to the absence of euro lenders of last resort, and that Denmark benefited even though it was pegged to the euro because, unlike euro nations, it retained a central bank able to print money if necessary.


To sum up, then, evidence on interest rates – both from cross-section comparisons and from behavior over time – strongly suggests that the currency regime matters a great deal in determining the likelihood that nations will face crises of confidence over their deb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9 (pdf 파일 기준)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발표자료의 제목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처럼 어떠한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Paul Krugman은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린(borrows in its own currency) 국가의 경우, 자본유입이 급작스레 중단되더라도 정부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재차 강조한다.  


The question we need to ask here is why, exactly, we should believe that a sudden stop leads to a banking crisis.


The argument seems to be that banks would take large losses on their holdings of government bonds. But why, exactly? A country that borrows in its own currency can’t be forced into default, and we’ve just seen that it can’t even be forced to raise interest rates. So there is no reason the domestic-currency value of the country’s bonds should plunge.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25 (pdf 파일 기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가 '재정위기'가 아니라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 crisis) 라면 정책의 대응방향은 달라진다.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 내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채권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각주:9]해왔던 '확장적 재정 · 통화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1. 유럽에서 시행된 긴축정책을 뒷받침한 대표적인 논문이 바로 Kenneth Rogoff, Carmen Reinhart의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그런데 2013년 4월 15일, 유럽긴축정책의 논거를 제공한 이 논문이 오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http://joohyeon.com/145 참고 [본문으로]
  2. 그동안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확장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이에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참고 [본문으로]
  3. '유사하다' 라는 번역은 의역이다;; 실제 원문을 보시면 의미파악을 더 자세히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이에 대해서는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http://joohyeon.com/170 ②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http://joohyeon.com/172 ③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http://joohyeon.com/173 ④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http://joohyeon.com/174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참고 [본문으로]
  5.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5-6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6. <통계1>을 살펴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낮은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이다. Paul Krugman은 일본을 일종의 아웃라이어(an outlier)로 본다. [본문으로]
  7.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7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8. Mario Draghi - "More Europe". http://joohyeon.com/85 2012.07.31. [본문으로]
  9.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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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Posted at 2012. 7. 25. 01:02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news.donga.com/Economy_List/3/01/20120724/48022761/1

"수백억 주문 받고도 30억 대출 못받아 부도날 뻔". <동아일보>. 2012.07.25


"최근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져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끊어지다시피 한 중소기업의 돈줄은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2010년에 비해 30.3%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0.6%포인트 높았다.

주식과 채권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6월 주식 및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대기업이 29조524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6%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3389억 원으로 79.7% 급감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감소 폭이 대기업의 약 4배에 이른 것이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지난해까지 수출 호황으로 충분한 사내유보금을 확보한 대기업은 올 들어 경기악화로 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감소한 것이어서 중소기업과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극심한 소비 감소로 운전자금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어제 이야기했던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차입금으로 자산을 늘려왔던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은행들은 차입금 상환과 리스크 관리에 힘쓰게 되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 또는 중소기업"의 차입금 상환을 독촉하거나 대출을 자제하게 되는데, 

이는 더 큰 경제불황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



PS


자산 대비 부채 비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산상승 시기에는 부채비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산상승 속도에 비해 차입금 증가 속도가 느리기 때문. 

그러나 자산하락 시기에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중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권의 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되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자산가격 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만다.


현재 유럽재정위기를 두고,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문제는 경제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규모는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눈더미처럼 불어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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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Posted at 2012. 6. 14. 20:34 | Posted in 경제학/일반



현재 유럽에서는 부실채권을 지닌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구제금융이 행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Hans-Werner Sinn과 Paul Krugman은 이러한 구제금융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논리는 완전히 다른데..

(Paul Krugman은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알테고, Hans-Werner Sinn은 유럽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경제학자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도서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http://www.nytimes.com/2012/06/13/opinion/germany-cant-fix-the-euro-crisis.html
Hans-Werner Sinn. "Why Berilin Is Balking On Bailout?" - Germany can't fix the Euro crisis. <NYT>. 2012.06.12

Hans-Werner Sinn은 구제금융이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손실을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지키지 않고 채권자의 손실을 "사회화" 한다면, 미래에도 자신의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 줄 것이라고 채권자는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주니깐) 투자를 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하지 않게 되고,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된다.

(Moreover, a bailout doesn’t make economic sense, and would likely make the situation worse. Such schemes violate the liability principle, one of the constituting principles of a market economy, which holds that it is the creditors’ responsibility to choose their debtors. If debtors cannot repay, creditors should bear the losses.

If we give up the liability principle, the European market economy will lose its most important allocative virtue: the careful selection of investment opportunities by creditors. We would then waste part of the capital generated by the arduous savings of earlier generations. I am surprised that the president of the world’s most successful capitalist nation would overlook this.)


(Even a European nation, however, should not socialize debt, a lesson demonstrated by the United States in the 19th century.

When Secretary of the Treasury Alexander Hamilton socialized the states’ war debt after the Revolutionary War, he raised the expectation of further debt socialization in the future, which induced the states to over-borrow. This resulted in political tensions in the early 19th century that severely threatened the stability of the young nation.

It took the experience of eight states and territories going bankrupt in the 1830s and 1840sfor the United States to shed socialization. Today no one suggests bailing out California, which is nearly bankrupt but is expected to find its own solutions.)



또한, Hans-Werner Sinn은 미국 등 여러나라가 유럽경제위기 해결에 있어 독일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도움을 기억하고 따라서 그것을 되갚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그리스가 받았던 구제금융 혜택과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혜택을 비교하면, 그리스는 이미 과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독일은 더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Hans-Werner Sinn이 독일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Some critics have argued that Germany, having benefited from the Marshall Plan, now owes it to Europe to undertake a similar rescue. Those critics should look at the numbers.

Greece has received or been promised $575 billion through assistance efforts, including Target credit, E.C.B. bond purchases and a haircut after a debt moratorium. Compare this with the Marshall Plan, for which Germany is very grateful. It received 0.5 percent of its G.D.P. for four years, or 2 percent in total. Applied to the Greek G.D.P., this would be about $5 billion today.

In other words, Greece has received a staggering 115 Marshall plans, 29 from Germany alone, and yet the situation has not improved. Why, Mr. Obama, is that not enough?)



http://www.nytimes.com/2012/06/11/opinion/krugman-another-bank-bailout.html?_r=1&smid=tw-NytimesKrugman&seid=auto
Paul Krugman. "Another Bank Bailout". <NYT>. 2012.06.10

Paul Krugman은 좀 다른 맥락에서 구제금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은행을 살리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Paul Krugman은 왜 "은행만"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경제는 침체상태고, 실업률은 치솟고, 은행은 위기에 빠져있는데, 정부는 "실업자"가 아니라 오로지 "은행만" 구제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In fact, the whole story is starting to feel like a comedy routine: yet again the economy slides, unemployment soars, banks get into trouble, governments rush to the rescue — but somehow it’s only the banks that get rescued, not the unemployed.)

(What’s striking, however, is that even as European leaders were putting together this rescue, they were signaling strongly that they have no intention of changing the policies that have left almost a quarter of Spain’s workers — and more than half its young people — jobless.)

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한국인들도 이러한 비판을 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실업상태에 빠졌는데 왜 "은행"과 "기업"만 국가의 도움을 받느냐는 것이다. 국가의 도움으로 은행과 기업이 살아날지는 몰라도, 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aul Krugman은 (늘 그래왔듯이) 긴축정책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을 하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률은 낮은 상태이고, 기대 인플레이션마저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확장정책을 써야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다. EU의 고위관료들은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임금삭감"을 의미한다. 


긴축정책이 위기 해결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가정경제와 한 국가의 경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계에 빚이 많을 경우, 소비를 줄여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국가 차원에서는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너의 지출이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이 너의 소득"이라는 것이다. 
-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부채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지출을 줄일 경우, 모두의 소득이 나빠지고 부채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The answer is that an economy is not like an indebted family. Our debt is mostly money we owe to each other; even more important, our income mostly comes from selling things to each other.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So what happens if everyone simultaneously slashes spending in an attempt to pay down debt? The answer is that everyone’s income falls — my income falls because you’re spending less, and your income falls because I’m spending less. And, as our incomes plunge, our debt problem gets worse, not better.)


그리고 일요일에 있을 그리스 총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와중에 총선 승리가 유력한 급진좌파연합 Syriza당의 대표 Alexis Tsipras가 <Financial Times>에 기고를 했다.

http://www.ft.com/intl/cms/s/0/4c44a296-b3b3-11e1-a3db-00144feabdc0.html#axzz1xl8YEw7N
Alexis Tsipras. "I will keep greece in the Euro zone". <Financial Times>. 2012.06.12


Tsipras는 Syriza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긴축정책이 아니라 "성장과 재건설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he people of Greece want to replace the failed old memorandum of understanding -as signed in March with the EU and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ith a “national plan for reconstruction and growth”. This is necessary both to avert Greece’s humanitarian crisis and to save the common currency.)



뭐... 언젠가는 유럽경제위기가 해결되겠지만... (언젠가는!) 
현재 세계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왜 독보적인 기업의 성공이 국내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가? 

-"Why the success of prominent companies has not translated into a large numbers of domestic jobs?"- 라는 문제.

왜 사람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는가 라는 문제.

이것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한명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Joseph Stiglitz는 최근 『The Price of Inequality: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라는 책을 내면서 "불평등"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 <Project Syndicate>에 기고를 했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번역하여 보도했다.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price-of-inequality
Joseph Stiglitz. "The Price of Inequaility". <Project Syndicate>. 2012.06.05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8/2012060801419.html
"소득 불균등<inequality> 늪에 빠진 미국…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조선일보>. 2012.06.08

중요 부분만 발췌한다면



초고소득층의 행위는 지대 추구(rent-seeking) 행위의 부적절성을 보여준다. 어떤 CEO는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부를 획득했고, 일부는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악용했다. (...)

'고소득층을 더욱 부자로 만들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본다'는 '낙수 경제'(trickle-down economics)의 효과가 티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 측면에서 1997년보다 가난해졌다. 성장의 이익이 모두 초고소득층에 돌아간 것이다.


미국의 불균등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중산층과 빈곤층이 불평할 근거가 별로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산층과 빈곤층이 가져가는 파이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 맞지만, 부유층과 초부유층의 공헌 덕분에 파이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미국은 부유층·중산층·빈곤층의 소득이 함께 증가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 동안의 성장률이, 각 계층의 소득이 다르게 움직인 1980년 이후보다 훨씬 높다. (...)

불균등의 원천을 이해한다면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대 추구는 경제를 왜곡한다. 물론 시장의 힘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장은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 선거 자금 모금 캠페인이나 정부와 기업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가 횡행하는 상황에선, 정치는 결국 돈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에 대한 책임은 면책해 주는 반면 학자금 대출 탕감을 허용하지 않는 파산법은 은행가(家)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빈곤층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돈이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국가에서 이런 법률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불균등 증가가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시장경제 국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어떤 국가는 불균등성까지 줄이고 있다.

불균등 개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국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불균등은 성장률 저하와 효율성 저해로 이어진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인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에 속하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확대를 원하지 않으며 강한 정부가 소득을 재분배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부유층은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이려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사회기반시설, 교육, 기술에 대한 저투자를 초래해 성장 엔진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은 기본적인 사회적 지출 감축과 높은 실업에 따른 임금 하락 압박을 초래해 불균등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연합(UN)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불균등성이 경제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균등성이 국가의 가치와 정체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 부유층만 정의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가 됐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주택 압류 위기 때 명백하게 드러났다. 미국은 이제 기회의 땅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불균등이 지속돼선 안 되며, 지금이라도 '아메리칸 드림' 회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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