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Posted at 2015. 7. 8. 14: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1세대 · 2세대 국제무역이론 복습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이론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 '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지난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글을 통해 소개할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하게된 맥락을 알기 위해서 1세대 · 2세대 이론을 복습해보자.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1세대 국제무역이론인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살펴보았다. 리카도는 각 국가가 '서로 다른 기술수준(노동생산성)'을 가졌기 때문에 국제무역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기술수준을 가진 국가들은 잘하는 산업도 서로 다르다(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다르다). 각 국가들은 자신들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와의 상품교환을 통해 비교열위 상품을 간접생산한다. 결과적으로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 덕분에 각 국가는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만 가지고 국제무역을 설명하기에는 현실은 복잡하다. 리카도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로만 무역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이외의 또 다른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자본'이다. 여기서 자본을 철광석·석유 같은 천연자원으로 생각해도 좋고, 기계 등의 설비장치로 생각해도 좋다. 노동 뿐 아니라 자본을 고려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를 수출하고 호주는 철광석을 수출한다. 최첨단 기술력을 가진 독일은 첨단 의료기기 등을 수출한다.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섬유 · 신발 등을 수출한다. 즉.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을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수출하고 있다. '노동'만을 유일한 생산요소로 바라보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보완해주는 국제무역이론 '헥셔-올린 모형'을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살펴보았다. 스웨덴 출신의 두 경제학자 헥셔(Eli Heckscher)와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린(Bertil Ohlin)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하여 국제무역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리카도는 임의의 두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으나, 헥셔와 올린은 한 국가안에 '노동집약적 산업'과 '자본집약적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자원(resource)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는 자본에 비해 노동이 풍부하고, 또 다른 국가는 노동에 비해 자본이 풍부하다. 노동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이 부족할테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이 부족하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무역을 통해 부족한 상품을 수입함으로써 가지지 못한 자원을 보충할 수 있다. 

(주 : 그리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말하지 않지만, '헥셔-올린 모형'은 무역개방 이후 소득분배의 변화도 설명한다.)  

(주 :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설명은 생략)


이러한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국제무역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설명력이 점점 떨어져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설명하는 세상은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과 '동질적인 재화'(homogeneous products)가 지배하는 곳이다. '비교우위론'과 '헥셔-올린 모형'에서 국가들은 자신이 잘하는 산업에만 집중한 뒤, 무역을 통해 다른 산업의 상품을 얻는다. 서로 다른 산업간에 무역이 발생한다. 그리고 특정 산업내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모두 동일하다. 가령, 자동차 산업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상품종류는 소나타 하나뿐이다. 아반떼, 그랜저 등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무역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과 '차별적인 재화'(Differentiated Product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모두 스마트폰을 생산한 뒤에 각자의 스마트폰을 교환한다. 똑같은 산업내에서 무역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미국과 한국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똑같은 상품이 아니라 아이폰 · 갤럭시로 차별화된 모습을 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무역이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2세대 국제무역이론인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이 등장하였다. 우리는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Paul Krugman이 도입한 신무역이론을 알 수 있었다. 각 국가들이 서로 같은 산업내에 속한 상품을 교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들이 생산할 수 있는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굳이 무역을 통해 얻어야할까? 신무역이론은 그 이유를 '상품다양성 획득'(variety gain)에서 찾았다.


하나의 시장안에 여러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서로 '차별화' 되어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진다. 그런데 기업의 수가 무한히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무한대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내부 규모의 경제'를 유발하는 '고정비용'(fixed cost)이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야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한대의 기업이 각자 원하는 생산량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크기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하고,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그 결과, 평균생산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품다양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하고, 상품가격을 낮춤으로써 국민들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킨다.




※ 3세대 국제무역이론의 등장

- 거대 다국적기업의 활약

- 국제무역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렇게 1세대 · 2세대로 발전한 국제무역이론은 오늘날의 국제무역현상을 모두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세대 · 2세대 이론이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바로, 국제무역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역할이다.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기업'이 등장한다. 이들 기업은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기업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 뿐일까?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삼성은 갤럭시폰, LG는 G폰 등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또 다른 구분점이 존재한다. 바로, '생산성'(productivity) 이다. 


애플, 삼성, LG 사이에는 생산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어떤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우월한 생산성을 보이고 있고, 또 어떤 기업은 생산성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각주:1]. 즉, 기업이라고해서 모두 똑같은 기업(homogeneous firms)이 아니고, 생산성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성을 기준으로 이질적인 기업들'은 각각 판매량 · 수입 · 이윤 · 수출시장 진출 등이 서로 다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시장에 진출하여 높은 판매량 · 수입 · 이윤을 달성하지만,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수출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판매량 · 수입 · 이윤 등이 낮다. 


이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시장에서 얻은 이윤에 힘입어 규모가 더더욱 커지게 되고,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의 모습을 띄게된다.  


이러한 국제무역의 형태, 즉 시장안에 생산성이 다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이 존재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이 되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했다. 경제학자 Marc Melitz2003년 박사학위 논문(Job Market Paper)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를 통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도입하였다.(주 : 이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는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리고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1세대 · 2세대와는 다른 '국제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을 말해준다.1세대는 '비교열위 상품의 간접생산', 2세대는 '상품다양성 획득'을 국제무역의 이익으로 내세운다. 여기에더해 3세대는 "국제무역을 통해 '경제전체의 생산성 향상'(aggregate productivity gain)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자.   



  • 하버드대학교 Marc Melitz




※ 무역개방 확대 

-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의 이윤 증가

-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시장 퇴출


앞서 말했듯이,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생산성이 다른 이질적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이란 '제품 한 단위를 추가적으로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낮은 경우'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한계비용'(marginal costs)이 낮을수록 생산성이 좋다고 말한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생산비용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더 많이 생산(larger output)할 수 있고 수입과 이윤도 더 많이 거둘 수 있다(higher revenue and profit). 반대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이윤이 적다. 즉, 기업의 이윤은 생산성에 비례한다. 


기업의 이윤은 생산성에 비례하므로, '양(+)의 이윤과 음(-)의 이윤을 구분하는 생산성 레벨(cutoff level)'이 존재하게 된다. 이 생산성 레벨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은 양(+)의 이윤을 기록하고, 낮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은 음(-)의 이윤을 기록한다.    


이때 이윤이 적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을까? 수입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음(-)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서 나갈 것이다. 따라서, 음(-)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 즉 생산성이 cutoff level에 미달하는 기업은 시장에 잔류하지 못하고 퇴출(exit)된다. 


반대로 생산성이 cutoff level보다 높아서 시장에서 양(+)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은 시장에 잔류하게 되고, 시장에 진입했을때 양(+)의 이윤을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entry)한다. 그 결과, 무역개방 이전 자급자족(autarky) 상태에서 국내시장에는 생산성이 cutoff level을 통과한 기업들만 존재하고 있다. 


이때 국제무역(trade)이 이루어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직관적으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기업들은 수출을 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이 수출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내기업들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바로 수출시장 진입비용'(export market entry costs)과 '무역비용'(trade costs)이다. 


기업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시장을 조사해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해외의 규제환경과 품질기준은 어떤지를 조사해야 한다(learn about foreign market). 그리고 해외에 제품을 팔아줄 바이어도 만나야하며(inform foreign buyers), 생산품을 해외에 판매하기위해 물류시스템도 설치해야 한다(set up new distribution channels). 생산품을 해외로 전달할 때 운송비용(transport costs)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고,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만 수출에 나서게 된다. 즉, 국내시장 잔류와 퇴출을 가르는 cutoff level이 있는 것처럼, 수출시장 진입과 비진입을 가르는 cutoff level이 존재한다. 그리고 수출시장 cutoff level은 국내시장 cutoff level보다 높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유한 기업들만 수출에 나서게되고, 넓어진 시장(larger market)을 이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이 등장하게 된것이다. 


그렇다면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들의 이윤은 어떻게 변화할까?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의 이윤은 감소한다. 그 이유는 2가지 이다. 


첫째로, 시장개방은 외국기업과의 경쟁증대(competition)를 가져와 국내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킨다. 둘째로, 수출시장에 진출하여 높은 이윤을 거둔 기업들로 인해 노동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임금을 상승시킨다. 국내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출로 거두는 추가적인 이윤이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을 맞게 되고, 이는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이윤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때 국내시장 내에서 cutoff level이 상승하게 된다. 만약 시장개방 이후에도 cutoff level에 변화가 없었다면 국내시장에 존재했던 기업들 모두는 여전히 시장에 잔류했을 테지만, cutoff level이 상승했기 때문에 무역확대 이후 생산성이 낮은 몇몇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 그래프 출처 : Marc Melitz. 2003.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 1715쪽 

◆ 무역개방 이후 생산성 정도에 따른 기업들의 이윤변화


① 시장이 개방되어 국제무역이 발생했을때 수출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② 무역개방 이후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 중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운송비용'때문에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이윤이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에 나서지 않고 국내시장에만 남아있는 것보다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수출시장에 진입한다.)    


③ 생산성이 낮아 수출에 나서지 못하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은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④ 그리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 중 생산성이 낮은 일부는 국내시장에서 퇴출된다. 





※ 3세대 국제무역이론의 실증결과 · 국제무역의 이익

- 시장개방 확대를 통해 경제전체 생산성 증가 (aggregate productivity gain)


앞서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무역개방 이후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에 나서게되고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한채 국내시장에 잔류하게 되고,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국내시장에 잔류한 기업들 중 생산성이 더 낮은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퇴출(exit)된다.


그렇다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실증적으로 타당한 이론일까? 이론으로는 그럴싸하더라도 현실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Marc Melitz는 Daniel Trefler와 같이 쓴 2012년 논문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를 통해, 3세대 이론이 실증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각주:2]


  • 출처 : Melitz, Trefler. 2012.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
  • X축 좌표 : 기업들의 노동생산정 정도. (노동생산성을 Log 값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좌표 1 단위 차이는 노동생산성 3배 차이를 나타낸다.)
  • Y축 좌표 : 기업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생산성이 높더라도 애초에 채용규모가 작은 기업은 전체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용규모를 가중평균하였다.)

위 그래프는 "국제무역이 증가한 이후, 경제전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자급자족에서 시장개방으로 전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장개방 정도를 늘리는 '무역자유화'(Trade Liberalization) 또한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 캐나다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증가시켰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첫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캐나다내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무역자유화 이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거두게됨에 따라, 시장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두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새롭게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관세철폐 등의 무역자유화는 수출시장 진입 cutoff level을 낮추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수출시장에 진입하게 만들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시장개방 증가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되었고, 수출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높은 이윤을 거두게 되었다. 그 결과, 시장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세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비수출 기업과 수출 기업을 비교하였다. 이는 '시장개방 이후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 된 기업'과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을 비교한 것이다. 3세대 이론이 말하는 바와 같이,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된 기업의 비중은 감소하였고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의 비중은 증가하였다. 


이제 우리는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론이 실증에 부합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는 무엇일까?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게 더 많은 이윤을 제공하여 거대 다국적기업을 만들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그래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 이외의 경제주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란 말일까? 


3세대 국제무역이론 하에서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증대'로 인한 '후생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 and welfare gain)이다.


1세대 · 2세대 이론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기술발전이 외생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오직 '국제무역만으로 경제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급자족(autarky) 혹은 무역으로부터의 보호(protection from trade)는 비효율적인 기업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낮은 경쟁수준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 잔류케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국제무역은 더 넓은 시장(larger market)과 높은 경쟁수준(higher competition)을 제공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게 보상이 집중된다. 노동 · 자본 등의 생산요소도 효율적인 기업에게 집중되고(reallocation),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근무하게된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게된다.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케하는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domestic market selection)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수출시장에 진입시켜 더 높은 이윤을 거두게한다.(export market selection)

▶ 그 결과, 생산이 효율적인 기업에 집중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한다.(reallocation effect and aggregate productivity gain)


즉, 국제무역은 생산자원을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realloc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시킨다.

   




※ 시장개방 확대, R&D 부문 투자를 증가시켜 '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다


Marc Melitz가 발전시킨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Marc Melitz는 '생산성이 다른 이질적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에 주목했다. 기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기업이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기업도 있고 낮은 기업도 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한계비용이 낮기 때문에 더 적은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한계비용이 높아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간의 생산성 차이'(heterogeneity in initial productivity)는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때 '수출시장에 진입하느냐, 진입하지 못하느냐'의 차이를 낳았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하고, 넓어진 시장 속에서 더 많은 이윤을 거두어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이 된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국내시장에만 잔류하게 되고,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그리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 된 기업들 중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퇴출(exit)된다.


그 결과, 시장개방 이후 비효율적 기업은 퇴출되었고, 생산은 효율적인 기업에 집중된다. 국제무역은 생산자원을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realloc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시킨다. 


여기에더해 국제무역은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시킬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Marc Melitz의 논문에서 국제무역은 기업들의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보상을 집중시켜,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늘릴 뿐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 Alla LileevaDaniel Trefler2010년 논문 <Improved Access to Foreign Markets Raises Plant-Level Productivity... for Some Plants>를 통해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overall productivity)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성'(firm productivity)을 향상시키는 경로'를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시장개방 이후 R&D 투자 증가' 이다.  


기업이 그들 자신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R&D 투자이다. 기업은 R&D 부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더 낮은 한계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제한된 시장크기가 R&D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사실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투자는 초기 고정비용을 요구한다. 연구원들 채용, 연구설비에 대한 투자 등등 너무나 당연하게도 R&D 투자를 위해서는 초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R&D 투자비용 만큼 편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R&D 부문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R&D 투자의 편익은 생산성 향상, 즉 한계비용 감소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R&D 부문에 투자했을때 한계비용이 1만큼 감소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R&D 부문 초기 투자비용은 100이다. 따라서, 이 기업이 R&D 투자로 이익을 얻으려면 제품을 최소한 100개 이상 팔아야 한다. 만약 국내시장 크기가 작아서 제품을 100개 이상 팔 수 없다면, 이 기업은 R&D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업은 자신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국제무역은 기업들이 R&D 부문에 투자를 할 유인을 제공해준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시장이 넓어진 결과, 출시장에 진입하게된 기업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제 R&D 부문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기업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the larger the market, the more profitable it is for firms to invest in productivity-enhancing activities.)


Alla Lileeva와 Daniel Trefeler는 연구를 통해 "무역자유화는 기업들의 수출을 증가시켰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a) 자신들의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켰고 (b) 제품혁신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었으며 (c) 선진 제조기술을 더 많이 받아들였다."는 실증결과를 제시하였다.



'국제무역이 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또 다른 통찰을 제시한다. Marc Melitz의 모델에서는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을 하지 않았다. 수출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export market enry costs)과 무역비용(trade costs)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수출시장 진입을 통해 제품 판매량을 늘려서 R&D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도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들은 현재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생각하며 동태적으로 움직인다(forward-looking behavior).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R&D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입 이후 R&D 투자를 늘림으로써 자신들의 한계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한계비용 감소로 인한 편익이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보다 크다면, 이 기업은 미래이익을 보고 수출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생산성 수준은 낮지만 R&D 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미래 이익극대화를 보고 수출시장에 진입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업들이 '서로 다른 R&D 투자 수익률을 기록'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들의 R&D 투자 수익률이 모두 똑같다면,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보다 높은 기업들만 수출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역으로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수출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로부터 '저 기업의 R&D 투자 수익률은 다른 기업들보다 높구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업들 사이의 2가지 이질성'을 알게되었다. 


Marc Melitz 모형에서 이질성은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할때 한계비용이 서로 다르다'(heterogeneity in initial productivity)는 것 뿐이었다. Allan Lileeva와 Daniel Trefler는 '기업들 사이에 R&D 투자 수익률이 다르다'는 이질성(heterogeneity in the returns to investing in productivity)을 모형에 추가하여, 


"현재 생산성 수준은 낮지만 R&D 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국제무역을 통한 '경제전체 생산성 증가'와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 



위의 도표는 '무역개방 확대 이후 기업들의 R&D 부문 투자 증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무역개방 확대로 새롭게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New exporters)은 비수출기업(Non exporters)에 비해 R&D 부문 투자를 증가시켰다. 국제무역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한 것이다.  




이 도표는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selection/reallocation between plants)과 '국제무역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within-plant growth)을 보여준다. 


시장개방 확대 이후 '생산성이 높은 수출기업들의 성장'은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에 4.1%,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시장퇴출'은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에 4.3% 기여하였다.


그리고 시장개방 확대 이후 '새롭게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R&D 투자 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3.5%, '기존 수출기업들의 R&D 투자 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1.4%, '(품질이 더 좋은) 미국 중간재부품 구입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0.5% 기여하였다.    


종합하자면, 국제무역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2가지 경로-Marc Melitz가 말하는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과 Alla Lileeva와 Daniel Trefler가 말하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를 통해, 시장개방 확대 이후 캐나다 경제의 생산성은 증가하였다.




※ 더 생각해보기


▶ 자유무역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

: 1세대 ·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기술발전이 외생적으로 발생해야 했다. 그러나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국제무역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시장개방 확대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무역은 경제성장을 촉진할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다음글을 통해 '자유무역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알아보자.


▶ 시장개방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

: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시장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무역확대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그렇다면 "무역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혹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업을 유발하지 않을까?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 경제전체의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다음글을 통해, '무역확대가 경제전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개방 이후 비교열위 산업 · 생산성 낮은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알아보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역할      

: Marc Melitz의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거대 다국적기업의 이윤이 증가하는 원인'을 알게 해준다. 수출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기업만 수출에 나서게되고, 이들은 넓어진 시장(larger market)을 활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세계경제에서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의 역할이 커지는 오늘날의 모습을 3세대 이론은 잘 설명해준다.


여기에더해, 오늘날 거대 다국적기업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행동방식은 '(다른나라로의) 아웃소싱 증가'(outsourcing) 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본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나라로 생산설비 · 고객센터 등을 이전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아웃소싱 증가'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론은 없을까?   



           

  • 왼쪽 : 하버드대학교 Pol Antras

  • 오른쪽 : 예일대학교 Samuel Kortum


하버드대학교 Pol Antras와 예일대학교 Samuel Kortum은 '다국적 기업들의 아웃소싱' 혹은 '국제무역에서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Marc Melitz와 함께 3세대 국제무역이론 발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다음글을 통해, '아웃소싱'과 '국제무역에서 기업의 역할'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어떤 기업이 생산성이 높고, 어떤 기업이 낮은지는...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꺼 같네요. [본문으로]
  2. 물론,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실증결과를 제시한건 아닙니다. 이전 논문 등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실증결과는 드러나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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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Posted at 2015. 5. 26. 21:0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2세대 국제무역이론의 등장


국제무역이론의 주요 관심사는 '무역을 왜 하는가?' · '무역의 이익은 무엇인가?' · '무역은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우리는 1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았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헥셔-올린의 무역이론 등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카도는 '노동생산성의 차이'(기술수준의 차이)에 주목하고, 헥셔-올린은 '보유자원의 차이'를 말한다. 이들 이론에서는 국가들의 기술수준 · 보유자원 등이 같거나 유사할때 무역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한 국가에서 특화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상품은 수입만 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이 교환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에서는 '비교우위 산업의 상품을 수출하고, 비교열위 산업의 상품은 수입한다'.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은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산업 간에 무역이 발생하게 된다(Inter-Industry Trade).


따라서,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는 '무역의 이익'은 '해당 국가가 가지지 못한-혹은 비교적 덜 가지고 있는- 상품을 간접생산' 하는 것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무역을 통해 비교열위 상품을 간접생산하고,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희소한 자원(scarce resource)이 집약된 상품을 간접생산 한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과거 20세기 초반의 무역패턴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20세기 초반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힘을 썼다. 가령, 유럽 국가들이 인도에만 있는 향료를 수입하려 했던 식이다. 굳이 자신들과 비슷한 국가들과 무역을 할 유인은 없었다


위의 그래프는 이러한 과거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1910년대 영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비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입했다. 특화된 제조업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비제조업상품은 수입만 되는 양상이다. 제조업상품의 수입 혹은 비제조업 상품의 수출도 조금은 보이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서로 다른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무역패턴은 과거와는 다르다. 위 그래프는 1990년대 영국의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한 눈에 보이듯이 우선 제조업 상품의 무역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상품의 수출 · 수입이 비슷한 비중으로 동시에 발생하면서 똑같은 산업 내부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고(Intra-Industry Trade) 있다. 이는 제조업 상품(특화상품)이 주로 수출만 되었고, 비제조업상품(비특화상품)은 수입만 되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또한, 1910년대 영국은 주로 비유럽 국가들과 무역을 했으나, 오늘날 영국의 무역비중에서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오늘날 세계의 무역패턴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미국 · 유럽 · 일본 · 중국과 주로 무역을 한다. 또한 전자산업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기도 한다. 갤럭시폰을 수출하지만 아이폰을 수입하는 꼴이다. 같은 산업내에서 무역이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Intra-Industry Trade). 이때 갤럭시폰과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무역패턴의 특징은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무역'(similarity) · 

 '서로 같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 ·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 


등이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지 않는 이러한 무역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1]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무역이론 개발을 이끈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바로 Paul Krugman(폴 크루그먼) 이다. 그는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주 :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과 '신경제지리학'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Elha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 · Gene Grossman(진 그로스먼)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2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만들었다. 이번글에서는 폴 크루그먼의 1979년 논문을 중심으로 '신무역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 차별화된 재화를 생산


우선 오늘날 무역패턴 중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을 주목해보자.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자본(노동)집약적 상품'들은 그저 똑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은 모두 자본집약적 이지만 서로 다른 상품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내에서도 갤럭시와 아이폰은 서로 차별화된 재화이다. 이처럼 오늘날 상품은 서로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시장'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제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on market)은 동질한 재화를 생산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시장모델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이다. 

(주 : 경제학자 Edward Chamberlin은 1962년 출판한 <The Theory of Monopolistic Competition: A Reorientation of the Theory of Value>를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경제학자 Avinash DixitJoseph Stiglitz 또한 1977년 논문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Optimum Product Diversity>을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을 이야기했다.)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은 다수의 생산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이를 왜 '독점적' 이라고 하는 것일까? 바로 '차별화된 상품'(differentiated products)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을 다른 상품보다 높게 올리더라도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여러 생산자가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인한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옴니아폰만 쓰는 게 아니라 아이폰도 쓸 수 있으니 우리의 효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과 '국제무역'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 내부 규모의 경제 (Internal economies of scale, Increasing return)

- 내부 규모의 경제와 상품다양성 욕구의 충돌  


하나의 시장안에 여러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서로 '차별화' 되어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진다. 그런데 기업의 수가 무한히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무한대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고정비용'(fixed cos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이란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 혹은 쉽게 말해 초기투자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소프트웨어 윈도우즈는 상품을 판매할 때 드는 비용이 매우 적다. CD를 찍어내는 비용 혹은 인터넷 다운로드가 유발하는 비용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윈도우즈 투자비용이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이전까지 들어가는 개발비용 등은 매우 많다. 


이러한 '고정비용' 혹은 '초기투자비용'이 만들어내은 특징은 '많은 양을 판매해야만 평균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윈도우즈를 만들어놓고 하나만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초기투자비용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많은 양을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비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주 :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우리는 이전글에서 본적이 있다.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에서는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이를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이라 했다.


하지만 이번글에서 다루는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은 이와는 다르다. (여러 기업이 한 곳에뭉치지 않아도) '하나의 기업에서만 생산량이 증가해도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상정한다. 바로,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 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야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한대의 기업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무한대의 기업이 각자 원하는 생산량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크기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평균생산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품다양성은 줄어든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윗 그래프는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에서의 균형을 보여준다.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이때,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그리고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앞서 말한것처럼,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와 규모의 경제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균형 기업의 수는 n2에서 결정된다. n2보다 더 많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낮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높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나갈 것이다. 반대로 n2보다 적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높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낮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여 결국 균형기업의 수는 n2가 된다. 




※ '상품다양성 이익'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져오는 국제무역


다시 반복하자면,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다. 이것 때문에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는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서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에 발표한 논문 <내부 규모의 경제, 독점적 경쟁 그리고 국제무역>(<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다양성을 늘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국내 전체 인구증가'(Labor Force Growth), 두번째는 국제무역'(International Trade)이다. 


국내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인구가 증가했다는 말은 제한되어 있던 시장크기가 커졌다는 말과 같다. 각 기업은 이전보다 더욱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은 감소한다. 평균 생산비용이 이전에 비해 감소함에 따라 (이전에는 평균생산비용이 높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따라서, 인구증가는 상품다양성 증가를 가져온


그렇지만 국내인구를 인위적으로 갑자기 증가시킬 수는 없다. 인구증가로 상품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무의미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제무역'이다.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국제무역은 '시장확대'(extending the market)를 가져온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했다.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증대됨에 따라 국제무역 이후 상품가격은 하락하고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증가한다. 국제무역 덕택에 국민들은 '상품가격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이제 그래프를 통해, '인구증가의 효과'와 '무역의 효과'를 이해해보자.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과 '상품가격 하락 효과'(scale effect)가 나타남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다.




※ 신무역이론의 특징


이러한 사실 등을 통해 신무역이론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첫째로, 국제무역을 하는 이유는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1세대에서의 국제무역 목적은 내가 가지지 못한 상품을 얻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1세대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노동생산성이 다르거나(기술수준이 다르거나) 다른 자원을 가졌었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나와 동일한 특징을 지닌 국가여도 괜찮다. 국제무역을 통해 싼 가격에 여러 상품을 소비하는게 중요할 뿐이다. 즉,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제무역은 발생(similarity)한다.


둘째로, 신무역이론에서는 비슷한 산업끼리도 무역을 통해 상품을 교환한다. 1세대에서의 무역은 내가 가지지 못한 혹은 부족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행해졌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은 똑같은 산업에 속해있는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다하더라도 서로 '차별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상품다양성의 이익' 얻는 것이 신무역이론의 목적이다. 따라서, 1세대 무역은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만을 이야기하지만, 신무역이론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셋째로, 국제무역을 유발케하는 것은 '고정비용'(fixed costs)과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s)이다. 만약 이것들이 없었더라면 국내 소비자는 다양성의 이익을 무한대로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시장내 상품 다양성의 제약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제무역을 해야할 유인을 제공해준다. 


넷째로, 국제무역의 효과는 국내인구 증가의 효과와 동일하다. 인구가 적은 소국도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대국 만큼의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향유하고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 할 수 있다. 신무역이론은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라고 말한다.

  

다섯째로,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앞서,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무역을 통한 상품의 이동은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신무역이론에서도 이러한 효과는 나타난다.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한 인구증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 어떤 국가가 특정상품을 더 많이 수출할까?


이처럼 2세대 국제무역이론 혹은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즉,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과거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은 비교열위(우위) 산업 혹은 희소한(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수입(수출)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설명한건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 이었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은 같은 산업내에 속해있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상품 다양성의 이익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 내부에서 수출· 수입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신무역이론은 오늘날 주된 무역패턴인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이루어질때, 같은 산업 내에서 각 국가가 수출하는 상품량이 똑같을까? 예를 들어, A국과 B국 사이에 자동차 산업내 무역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양 국가는 차별화된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자국의 자동차 상품을 수출한다. 이때 A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과 B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이 똑같을까? 앞서 살펴본,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은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때, 경제학자 Elhan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1981년 논문 <International trade in the presence of product differentiation, economies of scale and monopolistic competition : A Chamberlin-Heckscher-Ohlin approach>은 '어느 국가가 어떤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엘하난 헬프먼은 '신무역이론'에 전통적인 무역이론인 '헥셔-올린 모형'을 결합하였다. '헥셔-올린 모형'은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한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무역이론'은 "각 국가는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교환한다." 라고 말한다. 이들을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바로, "자본(노동)풍부국은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지만,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한다. 즉, 자본(노동)풍부국은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순수출(net export) 한다."       

    




※ 신무역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


이번글을 통해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계속 반복하지만, 신무역이론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이때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하에서 무역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의 고용을 축소시킨다. 또한 '헥셔-올린 모형' 하에서 무역개방은 희소한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의 임금을 하락시킨다. 무역개방이 경제 전체의 총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각주:2],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가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이는 무역개방이 '우리와는 특성이 다른 국가와 산업간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는 무역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이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역개방이 '산업구조가 비슷한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산업내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무역자유화의 이점은 극대화된다. 국제무역은 전세계 국가에 win-win을 안겨다 줄 수 있다..    


폴 크루그먼은 1981년 논문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and the Gains from Trade>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작거나 보유자원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 국제무역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하지만 산업내 무역의 효과가 크다면 모든 사람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각주:3]" 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 :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더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신무역이론 이용하여 사회현상 바라보기


이론을 배우기만 하고 현실에 적용할 줄 모른다면 이론공부를 한 의미가 없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신무역이론' 지식을 이용하여 사회현상을 바라보도록 하자. 


2014년 8월, 영화계의 화제는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였다. "영화 <명량>을 제작한 CJ가 영화흥행을 위하여 자사극장 CJ CGV 스크린을 독점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본인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글을 통해 몇가지 반론을 제기했었다. 


반론의 핵심은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은 단순히 대기업 CJ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이는 '고정비용'이 존재하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영화산업의 특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었다.


본인은 그것보다는 <명량>의 제작비에 관심이 간다. <명량>의 제작비는 180억원인데 한국영화시장에서 '제작비 18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550만이나 된다. 다르게 말해, <명량>은 엄청난 '고정비용'이 투자된 상품이고, 관객수가 늘면 늘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이 증가하여 평균비용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약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으로 인해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국제무역' 이다. 각 나라와 산업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넓힘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독점적 경쟁시장'과 '시장크기'에 관한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하고 지리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명량>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나? 한국의 영웅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미국 사람이 볼까? 제작비 500억이 투입된 <설국열차>의 경우 세계각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시장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명량>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 대작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그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상영관수가 줄어들겠지만...) 이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배급사와 상영사의 독점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2015년 현재에는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한 상태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구 신국제무역이론'(Old New Trade Theory)'라 불리운다. [본문으로]
  2. '무역개방이 경제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자세히 다룰 게획이다. [본문으로]
  3. In the southeastern part of the square-labeled "conflict of interest"-either scale economies are unimportant or countries are very different in factor endowments, and scarce factors lose from trade. In other region-"mutual benefit"-the gains from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outweigh the conventional distributional effects, and everyone gains from trad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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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Posted at 2015. 5. 21. 00:3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을때 특정 산업을 한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하면, 전세계가 모두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을 통해, 1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았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세계 각국이 무역을 하는 이유를 2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국가들 사이에서 무역이 발생하는 첫째 이유는 각국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리카도가 주목하는 것은 '노동생산성 차이'(달리 말해 기술수준의 차이)이다. 헥셔와 올린이 주목하는 것은 '보유자원의 차이'이다. 


둘째 이유는 무역이전 각국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무역 이전 어떤 국가는 A상품 가격이 낮고 B상품 가격이 높은 상태이고, 또 어떤 국가는 A상품 가격이 높고 B상품 가격이 낮은 상태이다. 이때 무역이 발생하게 되면 국가들 사이에서 상품가격은 하나로 수렴(무역이전 A국과 B국 상품가격의 가중평균 수준)되고, 무역이전 가격이 낮았던 상품은 가격상승을 맞게된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무역이전 가격이 낮았던 상품을 세계시장에 비싸게 팔 수 있다. 만약 무역이전 각국의 상품가격이 서로 같다면 굳이 무역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글에서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국가'와 '무역이전 서로 다른 상품가격'이 어떻게 무역을 탄생시키는지 알아볼 것인데, 이번에 소개하는 이론은 1세대 무역이론-리카도, 헥셔올린-과는 조금 다르다. 1세대 무역이론은 생산량이 증가할때 생산에 소요되는 평균비용이 일정했다. 많은 양을 생산한다고 해서 평균비용이 감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경제에서 우리는 '생산량이 증가할때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라고 말한다. 


만약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면, 특정 산업을 한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다른 산업은 또 다른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한 뒤, 무역을 통해 상품을 교환하면 좋지 않을까?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A국과 B국 모두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양국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을 절반씩 책임지게 된다. 이때 B국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A국만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면, A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배로 증가하게 될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을때, 생산량이 2배로 증가하면 평균 생산비용도 감소한다.따라서 자동차 가격도 낮아질 것이고, A국과 B국의 국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을때 특정 산업을 한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하면 양 국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번글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외부 규모의 경제'란 무엇인가? 


  • 첫번째 열 - 생산량(Output), 두번째 열 - 총 노동투입량(Total Labor Input), 세번째 열 - 평균 노동투입량(AVerage Labor Input)
  • 생산량이 5단위 증가할때마다 총 노동투입량도 똑같이 5단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노동투입량은 감소하고 있다.
  • 즉,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더 많이 생산할수록 생산비용이 감소한다는 말이다. 


위에 첨부한 도표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황을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열은 생산량(Output), 두번째 열은 총 노동투입량(Total Labor Input), 세번째 열은 평균 노동투입량(Average Labor Input)을 나타낸다. 이때 생산량이 5단위 증가할때마다 총 노동투입량도 똑같이 5단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 노동투입량은 감소하고 있다. 즉,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외부 규모의 경제'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는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와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로 나눌 수 있다. 


하나의 기업이 있다고 생각하자. 이 기업은 생산량을 증가시키더라도 평균비용이 감소하지 않는다. 즉,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때, 이 기업이 위치한 곳에 같은 산업에 속해있는 기업들이 이주해왔다. 일종의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것이다. 


같은 산업에 속해있는 이들 기업들은 서로의 노하우도 공유하고(knowledge spillover), 특정 하청업체로부터 공동으로 부품을 구매한다(specialized suppliers).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된 것을 보고, 이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구직자도 몰려온다.(labor market pooling). 같은 산업에 속해 있는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 여러가지 이점을 누리게 되었다.


이처럼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집적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외부 규모의 경제'라 부른다. 이들은 노하우공유, 부품 공동구매, 근로자 채용의 용이함 등 덕분에,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하나의 기업 자체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이를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한다' 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살펴볼 것이다.)         


  •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 덕분에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이 감소하고 상품가격 또한 감소한다.
  • 따라서, 이 산업의 공급곡선(AC)은 우하향하게 된다.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였기 때문에 '외부 규모의 경제'가 생겨났다. 따라서 이 산업은 생산량을 증가시킬때 평균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상품 공급량이 증가할때마다 상품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공급곡선(AC)은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국가에 생산을 집중

→ 세계 소비자들은 낮아진 상품가격의 혜택을 누림


특정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다면, 생산량을 증가시킬때마다 평균 생산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고 상품 또한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를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 산업을 한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다른 산업은 또 다른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한 뒤, 무역을 통해 상품을 교환하면 좋지 않을까?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A국과 B국 모두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양국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을 절반씩 책임지게 된다. 이때 B국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A국만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면, A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배로 증가하게 될것이다.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을때, 생산량이 2배로 증가하면 평균 생산비용도 감소한다.따라서 자동차 가격도 낮아질 것이고, A국과 B국의 국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이때 문제는 '자동차 산업을 어떤 국가가 집중적으로 생산해야 할까?' 이다. 예시에서는 인위적으로 A국이 자동차를 집중적으로 생산한다고 하였으나, 현실에서는 인위적으로 생산을 배분할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시장이 자동적으로 해결해준다. 만약 상품의 질이 동일하고 가격만 다르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낮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할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더 낮은 가격에서 생산할 수 있는 국가만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이 국가에서만 자동차 산업이 생산될 것이다. 이를 그래프를 통해 쉽게 알아보자.


  • 무역 이전, 중국과 미국의 국내공급(AC China or US)-수요 곡선(D China or US).
  • 양 국가 모두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용이 하락하고 가격 또한 하락하는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 이때, 중국의 공급곡선은(왼쪽 그래프, AC China) 미국의 공급곡선(오른쪽 그래프, AC US)에 비해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을 생산할때 중국 상품의 가격이 더 낮음을 의미한다.

위 그래프는 무역 이전 중국과 미국의 국내공급-수요 곡선을 보여준다. 양 국가 모두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용이 하락하고 가격 또한 하락하는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이때, 중국의 공급곡선은(왼쪽 그래프, AC China) 미국의 공급곡선(오른쪽 그래프, AC US)에 비해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같은 양을 생산할때 중국 상품의 가격이 더 낮음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것처럼, 상품의 품질이 동일한 상황에서 중국의 상품가격이 더 낮기 때문에, 세계의 소비자들은 모두 중국 상품을 구입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서 미국 상품은 퇴출되고, 이 상품은 오직 중국만이 생산하게 된다.


  • 무역 이후, 중국의 상품 공급곡선(AC China)과 세계 수요곡선(D World).
  • 세계시장에서 이 상품을 중국만이 생산함에 따라, 중국의 생산량은 증가했다.(Q1에서 Q2로)
  •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에 따라 상품가격은 더 낮아졌고, 세계 소비자들은 더욱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윗 그래프는 무역 이후, 중국의 상품 공급곡선(AC China)과 세계 수요곡선(D World)을 나타낸다. 세계시장에서 이 상품을 중국만이 생산함에 따라, 중국의 생산량은 증가했다(Q1에서 Q2로).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생산량 증가에 따라 상품가격은 더 낮아졌고, 세계 소비자들은 더욱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 생산에 학습효과 (Learning by Doing)

→ 특정 산업에 대해 현재까지 많은 경험을 쌓은 국가가 그 산업에 속한 상품을 생산


바로 앞서는 '특정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덕분에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황을 살펴봤다.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면 생산량 증가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원인으로 인해 '생산량 증가에 따라 평균생산비용이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일은 없을까? 바로,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때에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생산에 학습효과'란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게되고, 이런 노하우 덕분에 효율성이 개선되어 평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생산에 학습효과'는 한 기업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다. 한 기업이 얻은 노하우가 전파되어(knowledge spillover) 다른 기업 또한 생산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하나'에서는 생산에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기업이 속한 '산업 전체'에 생산에 학습효과가 있다면 그 기업 또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특정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수록' 생산에 학습효과는 더욱 더 커지게된다


  • '생산에 학습효과'는 '누적 생산량'(Cumulative output)에 의해 결정된다. 
  • 윗 그래프는 '누적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임으로, '생산에 학습효과'는 '누적 생산량'(Cumulative output)에 의해 결정된다. 윗 그래프는 '누적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비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살펴봤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 · 상품가격이 하락'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러한 '생산에 학습효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이익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간단하다. 특정 산업에 대해 현재까지 많은 경험을 쌓은 국가가 그 산업에 속한 상품을 생산하면 된다. 그렇게되면 세계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


이번글에서 설명하는 '무역을 하는 이유'는 앞서의 글과 유사하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 리카도 '비교우위론'헥셔-올린 이론이 말하는 무역을 하는 이유는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리카도는 각국의 '노동생산성'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하고, 헥셔-올린은 '보유자원'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한다. '외부 규모의 경제'로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이론 또한 각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러 산업 중 어떤 산업을 생산했을때 생산비용이 제일 낮아지는지는 국가마다 서로 다르다.


(사족 : 하지만 '외부 규모의 경제'로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이론과 리카도 · 헥셔올린 이론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 리카도 · 헥셔-올린에서는 무역 이후 세계 상품가격이 하나로 수렴한다. 이때의 세계 상품가격은 무역 이전 각국 상품가격의 중간수준이다. 하지만 '외부 규모의 경제'와 '생산에 학습효과'가 존재할때, 무역 이후 세계 상품가격은 반드시 하락한다. 특정 산업을 한 국가만 몰아서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 증가에 따라 상품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역을 할때의 이익은 무엇일까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와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이 존재하는 상황일 때, 정 산업을 한 국가만 몰아서 생산한다면 세계 소비자들은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무역의 이익을 볼 수 있다. 




※ '외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할 때, 국제무역은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우리는 앞서 '특정 산업을 어느 국가가 생산하느냐는 시장이 자동적으로 해결해준다.' 라고 알았다. 상품가격이 높은 국가는 시장에서 자동퇴출되고, 상품가격이 낮은 국가만이 그 상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똑같은 양을 생산할때 특정 국가에서의 상품가격이 더 낮은것일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떠올려서, 그 국가의 노동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왜 그 국가의 노동생산성이 더 높은 것일까? 그 답은 찾기 어렵다. 결국 '역사적 경로'(historical path)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어떤 국가에서 예전부터 특정 상품을 생산해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누적된 결과 생산성이 높다는 식이다. '어떤 국가에서 예전부터 특정 상품을 생산해왔다'는 것도 그저 '우연적 사건'(accidental event) 이다.  


이것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양을 생산할때 중국에 비해 베트남은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만이 그 상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게 세계 전체적으로 이익일 것이다. 하지만 그 상품을 베트남이 아니라 중국이 몰아서 생산하는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다. 바로 '이전부터 중국이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듣고 갸우뚱 할 것이다. "이전부터 중국이 생산해왔더라도, 베트남이 생산량을 늘리면 가격이 더 낮은데 무슨 상관이지?" 그런데 베트남은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 자,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자. 외부 규모의 경제란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집적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하나의 기업 그 자체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지만,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이 모이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따라서, '하나의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평균 생산비용과 상품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하나의 기업'만이 생산을 시작한다면 중국에 비해 상품가격이 높을 것이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기업'은 생산을 시작하지 않는다베트남 기업 모두가 같이 시장에 진입하면 '외부 규모의 경제'를 향유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이 진입할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내가 먼저 진입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 똑같은 양을 생산할때(Q1 생산),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낮은 상품가격을 만들어 낼 수 있다(중국 상품 가격은 점1, 베트남 상품가격은 점2)
  •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기업 하나'의 생산비용은 중국의 상품가격보다 높다.(C0는 P1보다 높은 점에 위치) 


이 모습이 위에 첨부한 그래프에 나온다. 똑같은 양을 생산할때(Q1 생산),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낮은 상품가격을 만들어 낼 수 있다(중국 상품 가격은 점1, 베트남 상품가격은 점2). 하지만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기업 하나'의 생산비용은 중국의 상품가격보다 높다(C0는 P1보다 높은 점에 위치). 결국 베트남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하지 않게 되고, 중국 기업들만이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점1에서 세계시장 균형이 결정)  


이러한 결과는 세계 각국 모두에게 손해를 안겨준다. 잠재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 소비자들은 결국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상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무역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베트남 기업은 시장에 진입했을 것이다. 세계간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싼 비용에 상품을 생산하는 중국'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베트남 기업은 중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시장진입을 포기한다. 이처럼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국제무역은 세계 소비자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외부 규모의 경제'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에게 이익(initial advantage)을 안겨주는데, 초기진입여부는 역사적경로와 우연적 사건이 결정짓는다. 결국, 올바르지 않은 국가가 먼저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세계 소비자들의 후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 유치산업보호론의 필요성???


'외부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의 존재도 세계 소비자들의 후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앞서 설명했던 '생산에 학습효과'의 정의를 다시 가져와보자. 


'생산에 학습효과'란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쌓이게되고, 이런 노하우 덕분에 효율성이 개선되어 평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생산에 학습효과'는 한 기업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다. 한 기업이 얻은 노하우가 전파되어(knowledge spillover) 다른 기업 또한 생산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하나'에서는 생산에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기업이 속한 '산업 전체'에 생산에 학습효과가 있다면 그 기업 또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특정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수록' 생산에 학습효과는 더욱 더 커지게된다. 



만약 '생산에 학습효과'가 하나의 기업에서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 혼자서라도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량을 늘려가면 평균 생산비용 ·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에 학습효과'의 영향이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시장에 존재할 때에만' 커진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같은 산업의 기업 모두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면 '생산의 학습효과'를 향유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이 진입할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내가 먼저 진입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진입은 발생하지 않고 잠재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익은 실현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을 먼저 시작한 선진국이 그동안 쌓아둔 경험이 많을 것이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쌓아둔 경험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생산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진입하지 않아 잠재이익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게된다.


세계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 상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의 이러한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여러 기업들이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 경제지리학 (Economic Geography)

- 국가내 지역간 거래 (inter-regional trade within countries)


올바른 국가가 시장에 먼저 진입했느냐 혹은 잠재적으로 상품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국가가 시장에 진입했느냐에 따라 세계소비자들의 후생은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한 곳에 위치'해 있을 때 외부 규모의 경제로 인한 이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리학이 강조하는 '집적의 이익'(agglomeration)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경제분야에 지리의 중요성을 도입한 것을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라 한다.


만약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한다면,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서로 모임으로써 집적의 이익을 향유하려 할 것이다. 대한민국 울산 · 포항 · 여수 등에 중화학 산업의 기업들이 모여있는 것도 '외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한 국가내 지역에 따라 특정산업끼리 모이게되고, 지역간 거래(Inter-regional trade)를 통해 국민 전체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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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Posted at 2015. 5. 20. 01:2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이 글은 2015년 5월 20일에 작성되었던 것을 2019년 7월 21일에 부분 개정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는 무역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여 부족한 설명을 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글의 서문만 부분 개정했으며, 향후 추가 개정할 계획에 있습니다.


※ 데이비드 리카도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헥셔 · 올린 · 새뮤얼슨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천이 무엇이며, 데이비드 리카도는 무엇에 주목했는지를 알아보았다.


▶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 

-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 것일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는 절반만 맞는 답이다.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무역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수출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태인 국가들끼리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② 무역 이후 세계시장 가격과 개별 국가들의 자급자족 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different relative price)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autarky vs. world relative price)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그리고 세계시장 상대가격(world price)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별 무역패턴(trade pattern)이 결정된다. 자급자족 상대가격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높은 상품은 특화하여 수출하고 더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 자급자족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와 해외 판매가 무차별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나 해외에서 조달하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① 국가간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② 자연스레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각국 자급자족 상대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③ 무역을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가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을 만들어낸다


이때,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과 외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로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를 꼽았다. 


양국의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투입량이 다르고 기회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각국의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비교우위 혹은 비교열위를 가지는 상품이 생겨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한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만 가지고 국제무역을 설명하기에는 현실은 복잡하다. 리카도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로만 무역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이외의 또 다른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자본'이다


여기서 자본을 철광석·석유 같은 천연자원으로 생각해도 좋고, 기계 등의 설비장치로 생각해도 좋다. 노동 뿐 아니라 자본을 고려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 헥셔 · 올린 · 새뮤얼슨의 비교우위론 

- '부존자원의 차이'(resource endowment)가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을 만들어낸다


  • 왼쪽 : 엘 헥셔(Eli Heckscher). (1879-1952)
  • 가운데 : 베르틸 올린(Bertil Ohlin) (1899-1979)
  • 오른쪽 :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1915-2009)


스웨덴 출신의 두 경제학자 헥셔(Eli Heckscher)와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1]올린(Bertil Ohlin)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하여 국제무역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리카도는 (이전글에서 예시로 든 쌀 · 자동차와 같이) 임의의 두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으나, 헥셔와 올린은 한 국가안에 '노동집약적 산업'과 '자본집약적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간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는 '부존자원에 따른 상대적 생산량의 차이'(resource endowment) 때문이다. 


어떤 국가는 자본에 비해 노동이 풍부하고, 또 다른 국가는 노동에 비해 자본이 풍부하다.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될테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된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상대공급이 많은 상품은 상대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동풍부국은 노동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한다


리카도 및 헥셔-올린 모형은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리카도는 '각 국가들이 노동생산성(혹은 기술)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나, 헥셔-올린은 '각 국가들의 보유자원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리카도는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가 비교우위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있으며, 헥셔와 올린은 국가간 부존자원 차이가 비교우위를 결정짓는다고 본다. 


따라서, 헥셔-올린 모형이 알려주는 사실은 간단하다. 


'자본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본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고, 노동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너무나도 당연해보이는 이 논리가 어떻게 도출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 무역 개방 이후 달라진 상품가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한 헥셔-올린 모형은 리카도가 알려주지 못하는 또 다른 정보를 알려준다. 바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 이다. 


리카도는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봤기 때문에 무역이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소득'분배'를 논하려면 당연히 노동 이외의 다른 무언가도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이외의 자본도 고려하는 헥셔-올린 모형은 소득'분배'를 논할 수 있다. 무역이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자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소득분배는 달라진다.


렇다면 어떻게해야 무역 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까? 기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개별 국가들은 상품의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다. ② 무역 실시 이후, 세계시장 상대가격(=교역조건)이 개별 국가들의 상대가격 사이에서 결정된다. ③ 각 국가들은 자급자족 상대가격 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싼 상품은 수입해오며, 더 비싼 상품은 수출한다. 


즉, 무역 개방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것은 ‘상품의 상대가격’ 이다. 수입 상품은 자급자족에서 보다 무역 실시 이후 더 싸졌으며, 수출상품은 더 비싸졌다. 따라서, “달라진 상품 상대가격이 생산요소의 실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를 살펴봄으로써, 무역개방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다.


이때,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알 수 있게끔 기반을 제공해준 경제학자가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다. 


폴 새뮤얼슨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내려)갈수록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락)하고,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내려)갈수록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상승(하락)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전세계에서 무역이 이루어진다면 세계상품가격은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역을 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각국의 노동자 실질임금은 서로 같아진다각국의 자본가 실질소득 또한 서로 같아진다


이 사실을 지금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헥셔-올린 모형과 폴 새뮤얼슨의 논리를 자세히 이해해보자.          




※ 상품가격 ↔ 생산요소 가격  집약도의 차이


헥셔-올린 모형에서 생산자는 '노동'과 '자본' 두 생산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생산자는 노동비용(임금)과 자본비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노동과 자본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노동비용이 비싸다면 노동보다는 자본을 많이 사용하고, 자본비용이 비싸다면 자본보다는 노동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가 노동 · 자본 집약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노동비용이 비싸지면 노동집약도가 하락하고, 자본비용이 비싸지면 자본집약도가 하락한다


이때 주의할점은 노동(자본)비용이 비싸다고해서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노동을 더 많이 쓰고, 자본집약적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자본을 많이 쓴다. 노동(자본)비용이 증가하면 두 산업 모두에서 노동(자본)의 비중이 감소하지만,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은 자본(노동)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노동(자본)을 더 많이 쓴다. 즉, 노동(자본)비용이 증가하면 노동(자본)집약도가 하락할 뿐이지,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그렇다면 노동비용과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과 자본집약적 상품의 가격이다. 노동집약적 상품가격 · 노동비용,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 자본비용은 일대일 관계에 있다. 


쉽게 생각하자.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자본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해 자본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따라서, '노동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고,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이라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하는 논리이다!!!)


  • 출처 : Paul Krugman, Maurice Obsfeld, Marc Melitz. 『International Economics』.
  • 왼쪽 그래프의 X축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 변화, Y축은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이다.
  • 즉, 왼쪽 그래프는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할때마다 임금이 올라감을 보여준다.
  • 오른쪽 그래프의 X축은 노동집약도의 변화, Y축은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이다.
  • 즉, 오른쪽 그래프는 임금이 상승할때마다 노동집약도가 감소함을 보여준다.
  • 이때, 빨간선(CC)은 노동집약적 산업, 파란선(FF)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따라서, 빨간선(CC)은 파란선(FF)에 비해 항상 오른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상품가격 ↔ 생산요소 가격 ↔ 각 산업의 집약도'는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친다.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락)하면 노동비용이 증가(감소)하고 노동집약도는 하락(상승)한다.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락)하면 자본비용이 상승(감소)하고 자본집약도는 하락(상승)한다.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요소 비용'은 변하지 않고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풍부한 보유자원의 증가 → 편향적 발전을 초래하다

 

그럼 이제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직관적으로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이 발달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학자 립진스키(Tadeusz Rybczynski)는 이러한 직관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설명을 제공한다.   


노동 · 자본 자원 보유비율이 동일한 두 국가 A,B를 떠올려보자. 이때 A국가에서 노동이라는 자원이 증가했다. A국이 노동풍부국이 된 것이다. 

(● 이때 주의할 점은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을 결정하는 건, 절대량이 아니라 비율이라는 점이다. 가령 미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그렇지만 노동/자본 비율은 한국이 더 높기 때문에, 한국은 노동풍부국이 되고 미국은 자본풍부국이 된다.)


이렇게 증가한 노동 자원은 각 산업에 배분된다. 직관적으로 '증가한 노동 자원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더 많이 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증가한 노동자원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더 많이 배분된다. 


그런데 우리는 앞서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요소 비용'은 변하지 않고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A국의 노동 자원이 증가하였으나 상품가격은 변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아야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노동이 더 많이 배분된 가운데 집약도는 이전과 같아야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쓰는 자본량은 이전과 같은데 노동량만 증가한다면 노동집약도는 상승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집약도 유지를 위해) 노동집약적 산업의 노동뿐 아니라 자본 또한 이전에 비해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A국에서 노동이라는 자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노동집약도 산업이 쓰는 노동 · 자본의 양도 증가했다. 생산요소량 증가에 따라 노동집약도 산업이 만들어내는 노동집약적 상품양도 많아진다


즉, 노동풍부국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이 편향적으로 발전되게 된다. (disproportionate, biased and unbalanced growth.) 노동풍부국인 A국은 B국에 비해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노동을 자본으로 바꾼다면, 자본풍부국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이 편향적으로 발전한다는 것과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립진스키 정리'(Rybczynski Theorem) 이라 한다.     




※ 헥셔-올린 정리 (Heckscher–Ohlin theorem)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수요에 따라 생산량 균형이 이루어진다.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이때 무역이 이루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무역은 각 나라별로 다른 상품의 가격을 하나로 수렴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무역이 없다면 국내수요와 국내공급에 따라 상품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른 상품가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역을 한다는 것은 '각 나라가 똑같은 가격에 상품을 거래 · 교환한다'는걸 의미한다. 


따라서, 무역 이후 세계 각국의 상품가격은 똑같아진다. 이때 무역 이후 하나로 결정된 국제가격은 무역 이전 두 국가 상품가격의 가중평균이다. 이제 노동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그리고 자본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노동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이러한 논리는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에서도 살펴보았다.)


무역이후 상품가격이 하나로 동일해진 결과, 각국에서 초과공급이 만들어진다. 쉽게 생각하자. 본래 노동(자본)풍부국 국민들은 낮은 가격에 노동(자본)집약적 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역개방 이후 새로운 국제가격이 결정되면서, 노동(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상승은 수요감소를 불러오고, 노동(자본)풍부국에서 노동(자본)집약적 상품은 초과공급 상태에 놓이게 된다.


만약 무역이 없다면 초과공급 상태에 놓인 상품은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시장균형을 찾는다. 하지만 무역개방 이후 상품가격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국제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존재하는 초과공급이 '국제가격'을 변동시킬 수 없다.    


즉,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 국내수요보다 더 많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역개방 이후 자본풍부국(RS*)은 자본집약적 상품 국내수요보다 더 많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초과공급을 해결하기 위해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해외로 수출한다. 이것이 바로 헥셔-올린 모형의 결론이다. 


[헥셔-올린 정리(Heckscher–Ohlin theorem)]       


'초과공급'의 관점이 아니라 '상품가격'의 관점에서 무역현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 무역 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반대로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이때 무역을 하게 된다면 상품가격은 세계시장에서 결정되는데, 노동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또한 상승한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무역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요상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를 보다 쉽게 살펴보기 위해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자. 윗 그래프의 RS*는 자본풍부국의 공급곡선, RS는 노동풍부국의 공급곡선을 나타낸다. X축 좌표는 노동집약적 상품의 생산량을 의미[각주:2]하기 때문에, 노동풍부국의 공급곡선 RS가 더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소비자취향은 같기[각주:3] 때문에 각국은 같은 수요곡선을 가진다. 점 1과 점 3는 무역이 발생하기 이전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국내균형을 나타낸다. 


앞서 말한것처럼,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Y축)이 낮다(점 1).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덜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이 높다(점 3). 


이제 무역이 발생하면 각국의 상품가격은 하나로 수렴한다. 그 가격이 바로 점 2이고, 점 2에서 국내수요 또한 결정된다. 각국의 국내수요가 점 1과 점 3에서 점 2로 변한 것이다. 점 2의 가격에서 선을 그어 RS 곡선에 연결시키자. 공급량이 수요량에 비해 많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생긴 초과공급은 해외수출을 통해 해결된다.




※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

-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소득이 증가한다

- 무역은 생산요소 이동과 같은 효과


그럼 이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앞서 간단히 말하고 넘어갔지만,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앞서 ''노동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고,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라는 말을 했다. 이를 연결시켜 생각해보자.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 또한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기 때문에 자본가의 소득 또한 낮게 형성된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국은 사람이 많으니 인건비가 싸다. 호주는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가 비싸다."라는 말이 바로 이 논리이다.        


'보유자원 상대비율 → 자원집약 산업의 생산량 → 자원집약 상품가격 → 노동자와 자본가의 소득'의 경로를 요약하면, 결국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낮고 자본풍부국은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낮다.' 반대로 '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높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자의 실질소득이 높다.


그렇다면 '무역개방 이후 각국에서 상품가격이 하나로 같아진다'는 사실에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무역개방 이후 상품가격은 각국 상품가격의 중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에서는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에서는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한다. 


그 결과,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자본풍부국 자본가의 실질소득도 상승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 자본가의 실질소득은 하락하고, 자본풍부국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하락한다. 


즉, 무역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부족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은 하락하게 된 것이다. 


[상품가격 변화에 따라 노동자 ·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달라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oram)이다.]    


이것은 '무역이 국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무역이 세계적 차원의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무역개방 이후 각국에서 상품가격이 하나로 같아'지기 때문에, 무역에 참여한 국가의 노동자 ·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각국에서 모두 똑같아진다. 


즉, 무역을 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각국의 노동자 실질임금은 서로 같아지고, 각국의 자본가 실질소득 또한 서로 같아진다


[이를 '요소가격 균등화 정리'(Factor Price Equalization Theorem)라 한다.]


'요소가격 균등화 정리'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생산요소 가격이 변하려면 생산요소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해야 한다. 가령, 임금이 변하려면 노동자들의 수가 변동해야 한다. 노동자의 수가 많아지면 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자 수가 적어지면 임금이 상승하는 원리이다. 그런데 무역은 단지 상품만 이동시킬 뿐,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지 않았다. 무역 이후 달라진 건 상품가격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역을 통한 상품의 이동은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도출해낼 수 있다. 노동풍부국이 수출하는 노동집약적 상품에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가 들어가있고(embodied), 자본풍부국이 수출하는 자본집약적 상품에는 '자본'이라는 생산요소가 들어가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자본을 수입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맞게 되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노동을 수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헥셔-올린-바넥 정리'(Heckscher-Ohlin-Vanek Theorem) 이라 한다.]




※ 헥셔-올린 모형은 현실에 부합하는가?


이 글에서 살펴봤듯이, 헥셔-올린 모형은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한다." 라고 말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헥셔-올린 모형의 결론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직관과는 달리, 노동풍부국이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거나 자본풍부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는 실증결과가 발견되었다. 경제학자 레온티에프(Wassily Leontief)는 1953년 논문 <Domestic Production and Foreign Trade: The American Capital Position Re-Examined>을 통해, "자본풍부국인 미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를 '레온티에프 역설'-Leontief's Paradox-라 한다.) 


레온티에프의 연구는 미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또 다른 경제학자 해리 보웬(Harry Bowen), 에드워드 리머(Edward Leamer), 스베이코스카스(Leo Sveikauskas) 등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27개국 나라를 조사한다. 이들은 '풍부한 자원이 수출로 이어지는지'를 조사하였고, 1987년에 논문 <Multicountry, Multifactor Tests of the Factor Abundance Theroy>을 발표했다. 이들은 실증분석을 통해 "헥셔-올린 모형이 예측하는대로 풍부자원이 수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70% 미만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헥셔-올린 모형은 국제무역 패턴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연구는 다니엘 트레플러(Daniel Trefler)1995년 논문 <The Case of the Missing Trade and Other Mysteries> 이다. 그는 '효율노동'(effective labor) 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풍부국인 미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자,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국은 자본풍부국이고 중국은 노동풍부국이다. 하지만 미국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생산성은 중국 근로자들을 훨씬 능가[각주:4]한다. 따라서, '노동자원'에 '숙련 근로자'(skilled-labor) 개념을 도입한다면, 미국은 중국에 비해 노동풍부국이 될 수도 있다. 자본풍부국으로 보이는 미국에서 노동집약적 상품이 수출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숙련 근로자'(skilled labor)와 '비숙련 근로자'(unskilled labor)

- 국제무역과 세계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 헥셔-올린 모형을 통하여 이해하기


노동자원을 '숙련 근로자'(skilled labor)와 '비숙련 근로자'(unskilled labor)로 구분하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중요하다. 헥셔-올린 모형은 생산요소를 '노동과 자본'으로 분리하고 있지만,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생산요소를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로 구분해보자. 


선진국은 '숙련근로자 풍부국'이고 개발도상국은 '비숙련 근로자 풍부국'이다. 이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각 국가내에서 소득분배는 어떻게 변화할까?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무역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부족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은 하락한다.


따라서, 국제무역은 선진국내에서 '숙련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고 '비숙련 근로자 임금을 하락'하게 만든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비숙련 근로자 임금은 상승'하고 '숙련근로자 임금은 하락'할 것이다. 이때 개발도상국내 '숙련근로자 임금 하락'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제무역의 힘으로 개발도상국 경제가 성장할 경우, 경제성장의 힘으로 소득 자체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목해야하는 건 '선진국 내 소득분포의 변화' 이다. 

   


윗 그래프를 보면, 주요 선진국(Mainly Developed World)내에서 '중간계층(80th~90th)의 소득증가가 더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선진국내 상위계층의 소득증가 정도는 매우 높고, 최하위계층(75th) 또한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1990년대 이래, 선진국의 골칫거리는 '중간층 일자리 감소 현상'이다. 


이때, 중간층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것은 '기술발전'과 '국제무역'이다. "기술발전은 상하층 일자리와 보완관계에 있지만, 중간층 일자리와는 대체관계에 있다"[각주:5]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헥셔-올린 이론은 국제무역이 선진국내 중간층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원인을 설명해낼 수 있다. 선진국내 상층 일자리를 '숙련 일자리'로 보고 중간층 일자리를 '비숙련 일자리'로 본다면, 개발도상국과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는 선진국 내에서 중간층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드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글에서 헥셔-올린 모형을 응용하여, '국제무역'과 '세계화'가 선진국내 소득양극화 ·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알아보자.


 

  1. 헥셔는 1955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에 만들어졌다. [본문으로]
  2.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생산량'이지만... [본문으로]
  3. '소비자취향이 같다'고 보는 것이 1세대 국제무역이론의 특징이다. 2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소비자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조건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자. [본문으로]
  4. 이 논문이 1995년에 나왔음을 주목하면 양국 근로자 간의 '숙련도 차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불균등. 그리고 무역의 영향(?)'. 2014.08.27 http://joohyeon.com/19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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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Posted at 2015. 5. 19. 00:0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이 글은 2015년 5월 19일에 작성되었던 것을 2018년 11월 29일에 전면 개정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는 무역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여 부족한 설명을 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 서로 다른 상대가격 (different relative price)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서로 다른 국가들간에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신라는 아라이바 상인들과 물건을 교환하였고,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남미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금은보화와 향신료를 얻어내었다. 현대 국가들도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수출하고 다른 상품을 수입하는 교역행위를 수행한다. 


과거와 현대의 국제무역 행위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예전과 지금의 무역에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둘째,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셋째,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가?


첫째,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사상의 변화 : 중상주의 사상 → 자유무역 사상

 

  •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을 지배했던 사상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다. 중상주의는 “무역을 통해 금과 은 등 재화를 축적(accumulation)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의 교역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과거 사람들이 바라본 무역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1776년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 출판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애덤 스미스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외국이 우리가 제조하는 것보다 값싸게 공급하는 상품을 수입”(import for low price of commodity)하는 것이 무역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보았다. 재화의 단순한 축적은 의미가 없으며, ‘값싸게 수입해온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의미있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무역장벽을 높여 수입을 막고 식민지를 개척하여 수출만을 증대시키는 정책 대신, 무역장벽을 낮춰 서로간에 값싼 상품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자유무역'(free trade) 정책과 사상이 발현되었다.

 

둘째, 국제무역의 이익 :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을 수입 

 

  •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
  • 1817년 작품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따르면,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은 가격이 싼 수입품의 이용 그 자체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 하에서 무역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수입품의 절대가격(absolute price)이 국내 제조품보다 낮아야 한다[절대우위론(Absolute Advantage)]. 만약 모든 상품을 가장 값싸게 스스로 제조하는 국가는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한 단계 더 높여준 인물이 바로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상대가격(relative price)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절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이 아닌 “스스로 제조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을 수입해오는 것이 무역의 이익”이라고 말하였고[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 이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무역으로 상호이익(mutual gain)을 얻을 수 있다.

(주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스스로 제조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다'라는 말은 '자급자족 대신 무역을 함으로써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번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셋째,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 :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 것일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는 절반만 맞는 답이다.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무역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주장을 통해 우리는 보다 정확한 답을 알 수 있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수출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태인 국가들끼리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② 무역 이후 세계시장 가격과 개별 국가들의 자급자족 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different relative price)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autarky vs. world relative price)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이제 이번글에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와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아보도록 하자.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특화를 해도 될까?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라는 말이 아직 와닿지 않을테다. 우선 두 가지 개념을 익히고 가자.

 



위의 표는 자국과 외국에서 자동차 ·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투입량(necessary labor input)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체 총 노동량은 100명으로 동일하다. 


자국은 자동차 1대 · 의류 1벌 생산에 동일하게 노동자 1명씩 필요하며, 외국은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표를 통해 '노동생산성'과 '생산의 기회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


● 노동생산성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4대를 생산'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의류 1/2벌을 생산'한다는 말과 같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와 의류 생산에 노동자 1명이 동일하게 필요하므로,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1대, 의류 1/1벌을 생산'한다.


이는 곧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을 뜻하며, 자동차와 의류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1/각 부문 필요노동량'을 통해 알 수 있다. 


● 기회비용

 

 

 

그리고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4명을 투입하면 (4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2벌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 2명을 투입하면 (2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2대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1벌을 포기하는 셈이고, 의류 1벌 생산하기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대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개별 상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s)을 뜻하며, 만들고자 하는 상품 대신 다른 상품이 생산되는 갯수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의류 4/2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자동차 2/4대)으로 구할 수 있다. 자국의 경우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1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1대가 된다.


● 특화

 

 

이제 자국과 외국 간 기회비용을 비교해보면, 서로 간에 낮은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자국은 자동차 생산의 기회비용(=1/1)이 외국의 것(=4/2)보다 낮으며, 외국은 의류 생산의 기회비용(=2/4)이 자국의 것(=1/1)보다 낮다. 비용이 낮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에 특화하고 외국은 의류에 특화하여 상품을 교환하면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한다'(specialization)는 논리가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한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라고 널리 알려져있다. 


그런데 !!!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이 낮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조건이 성립되어 있지 않으면 특화의 유인이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다. 


특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바로 '자급자족 상대가격 보다 높은 세계시장 상대가격(higher relative world price), 이른바 우호적인 교역조건'(favorable Terms of Trade) 이다. 




※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

-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특화 및 무역패턴 결정


우호적인 교역조건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해보자. 이를 통해,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는 자동차 혹은 의류를 생산하면서 '노동임금'을 받게되고, 개별 상품 생산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상품 판매가격 - 노동투입량*임금'을 '이윤'으로 가지게 된다.


● 자급자족 (Autarky)


 

만약 (외국이든 한국이든) 자동차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반대로 의류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모든 노동자들은 의류를 생산하고 싶어할테다. 어느 한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구직을 희망하는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그 결과 균형임금은 하락한다. 더 낮은 임금을 제시하면 노동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균형임금은 상승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국가 내 산업간 임금은 동일해진다.   



 

생산자시장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만약 자동차(의류) 생산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면 모든 생산자들은 자동차(의류)을 생산할테고 자동차(의류) 노동자 수요가 증가한다. 노동수요 증가는 임금상승을 유발하여 생산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각 부문의 이윤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부문의 이윤은 0이 되고, 이윤이 0이 되는 수준에서 상품가격이 결정된다.



생산자 입장에서 자동차와 의류 무엇을 생산하든 동일한 이윤을 획득하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한 국가내에서 두 상품이 모두 생산된다. 그리고 두 상품의 상대가격은 기회비용과 동일해진다.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2'가 된다. 역으로 자동차로 표시한 의류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1/2'이 된다. 

 

이처럼 자급자족 상황(Autarky)에서 자국(Home)과 외국(Foreign) 간에 상대가격은 다른 값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양국간 노동생산성의 차이로 인해 기회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자국과 외국의 필요 노동투입량이 동일하고 이에따라 노동생산성도 똑같다면, 기회비용이 같아지게 되어 상대가격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높다. 외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높다. 


● 시장개방 (Opening)


이제 한국과 외국 두 나라가 시장개방을 통해 상품교역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왜 (멀리 떨어져있는)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가?"


이 물음은 아주 중요하다. 만약 자국 내에서 특정한 상품을 생산할 수 없고 외국에서 조달해야만 하면,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상품은 모든 나라에서 생산될 수 있다. 한국과 외국은 쌀과 자동차를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데, 왜 서로 무역을 해야하는가.


그 이유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가에 더 비싼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판매 할수 있기 때문이며, 자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자급자족 상황에서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에서는 1(=1/1) 외국에서는 2(=4/2) 라고 말하였다(autarky price). 국제무역이 시작되면 자동차(A)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은 1과 2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고(world relative price)[각주:1]. 3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5인 경우 (1과 2 사이)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 수출,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해오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수입)


2)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수출하더라도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내수판매와 무차별하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으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자동차 특화하나 안하나 무차별,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하여 더 비싼 값에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을 지불하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자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더 싼 가격에 수입)


3)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이 2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비싼 값을 받게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수출하는 것과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하여 수출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출 무차별)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1/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해오면 싼 가격을 지불해도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무차별하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자동차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이러한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양국에서 모두 다르다면, 각 국가들은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특화하여 수출하고 높은 품목은 수입한다. 개별 국가 내에서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가 이루어진다.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한 국가에서는 다르고 한 국가에서는 동일하다면, 가격이 다른 국가는 완전특화를 하고 가격이 동일한 국가는 (무역개방 이전 자급자족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 전자의 국가는 무역을 이익을 누리고 후자의 국가는 무역의 이익이 없다. 


이처럼 세계시장 상대가격(world price)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별 무역패턴(trade pattern)이 결정된다. 자급자족 상대가격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높은 상품은 특화하여 수출하고 더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 자급자족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와 해외 판매가 무차별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나 해외에서 조달하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즉, ① 국가간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② 자연스레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각국 자급자족 상대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③ 무역을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과 외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로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를 꼽았다. 


양국의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투입량이 다르고 기회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각국의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비교우위 혹은 비교열위를 가지는 상품이 생겨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한다.


(주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는, '국가간 요소 부존자원(factor endowment) 차이'로 인해 상대가격이 달라진다는 헥셔와 올린의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국제무역을 통한 '이익'이란 무엇인가? (gains from trade)

-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국내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수입한다는 논리는 매우 직관적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무역으로부터 얻는 이익을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벌고, 싸게 구매해서 돈을 아꼈다” 라는 중상주의적 관점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한 수출상품 덕분에 더 많은 양의 수입상품을 값싸게 들여올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자급자족에 비해 확대'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무역의 ‘이익’이다. 


이번 파트를 통해 국제무역을 통해 양국이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어떻게 확대시키는지, 그리고 무역의 이익을 보다 더 증대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앞서의 예시를 다시 생각해보자. 


자국은 자동차에 비교우위를, 외국은 의류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자급자족일 때,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의류 상대가격 또한 1이다. 외국은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자동차 상대가격은 2였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외국의 경우,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가격이 1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무역의 이익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 간의 차이'이고, 자급자족 상대가격은 국내 상황에 의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얼마냐'가 중요해진다.


여기서 세계시장 상대가격은 '교역조건'(Terms of Trade)를 의미한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을 겉으로만 살펴보면 단순한 '수출상품 가격 / 수입상품 가격' 이지만, 사실 교역조건은 '수출상품 1단위와 교환할 수 있는 수입상품 단위 수'를 의미한다.

▶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이러한 교역조건이 국제무역을 통해 소비가능한 상품을 어떻게 늘리는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자국은 자동차 1대를 수출하여 의류 1벌을 수입해오지만, 1.5면 의류 1.5벌 수입, 2이면 의류 2벌을 수입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이면 의류 1벌을 수출하여 자동차 1/2대를 수입해오지만, 2/3이면 자동차 2/3대, 1이면 자동차 1대를 수입할 수 있다.  

따라서, 교역조건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비교우위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하여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다르게 생각하면, 무역은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 상황에서 자국은 비교열위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을 투입해야 한다. 이제 무역을 한다. 교역조건이 1.5(=3/2)이면 노동자 2/3명을 자동차 2/3대 생산에 투입한 뒤 의류 1벌을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2라면 노동자 1/2명으로 자동차 1/2대를 생산하고 의류 1벌을 수입해온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외국은 비교열위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4명을 투입해야 한다. 무역을 하게 되고, 교역조건이 2/3이면 노동자 3명으로 의류 3/2벌을 생산하여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1이면 노동자 2명으로 의류 1벌을 생산한 뒤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온다.


따라서, 국제무역을 통한 비교열위 상품 수입은 더 적은 노동으로 '상품을 간접생산'(indirect production) 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간접생산 효과는 증폭된다.


▶ 국제무역이 만들어주는 효율성 이익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각 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일치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이 글에서는 자동차 상대가격 3/2 혹은 의류 상대가격 2/3), 각 국은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를 통해 비교우위 상품만 생산하게 되고,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특화와 교환을 통해, 같은 노동으로 더 많은 양을 소비케하거나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을 소비할 수 있게끔 만들어, '효율성의 이익'(efficiency gain)을 안겨다준다.


▶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상호이득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할 경우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 덕분이다. 


여기에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노동생산성이 절대우위냐 열위냐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서 국제무역에 참여할 경우 더 비싼 값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것일 뿐이다.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 후진국의 저임금을 불평하는 선진국

-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두려워하는 후진국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여러 이익을 가져다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1817년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제일 큰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내부에서 비교우위론에 대한 불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불평은 “후진국의 낮은 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고, 후진국의 불평은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교우위론과 생산성&임금 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예시로 든 자국과 외국의 경우를 이용하여 임금수준을 알아보자.


 

‘자동차(A)와 의류(T)의 세계시장 가격‘ 범위는 ‘자국(H)과 외국(F)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에 의해 결정됐다. 이때,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A)에 비교우위가 있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외국은 의류(T)에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에 의해서 결정되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에 의해서 결정된다. (2) 수식을 (1)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두 국가의 임금수준은 양국의 생산성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그에 맞추어 임금수준도 높고,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임금수준이 낮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의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되고, 저임금 국가의 우위는 저생산성 때문에 상쇄된다. 따라서, 선진국은 높은 생산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후진국은 낮은 임금을 통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다. 


두 국가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상황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내에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선진국이 후진국의 낮은 임금을 걱정하거나, 후진국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걱정하는 건 비교우위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 자유무역 균형을 이탈하는 저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서 이탈할 한 가지 가능성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에 있을 경우'이다.


자국(H)의 임금이 1일 때, 외국(F)의 임금수준이 1/5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본래라면 외국의 임금수준은 최소 1/4, 최대 1/2이어야 하는데, 무역경쟁력을 더 획득하기 위해 이보다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5(=5/2)로 설정되어, 자동차 생산에 비교우위를 가진 자국에 더 우호적인 교역조건(이전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은 2)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 2.5는 외국 자동차 부문에도 우호적인 교역조건이다. 왜냐하면 자급자족일 때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데, 시장개방을 하면 상대국가에 2.5를 받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은 본래 비교우위를 가졌던 의류 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수출을 한다.


더군다나 노동투입량*임금 으로 표현되는 생산비용이 외국(4/5)이 자국(1)보다 더 낮기 때문에, 외국과 자국의 자동차 생산자가 똑같은 가격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면 외국 생산자는 더 많은 이윤(profit)을 얻게 될것이고, 자국 생산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자국(H)은 본래 비교열위 였던 의류 뿐만 아니라 비교우위를 가졌던 자동차도 생산을 멈추게 되고, 오직 외국(F)만이 상품을 생산하며 양국의 시장을 전부 차지한다.


여기에서 "아니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절대우위 · 절대열위에 상관없이, 각 국가가 최소 하나 이상의 상품은 특화하여 생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맞다. 비교우위론은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다르면 비교우위 상품에 완전특화가 이루어지고,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같다면 자급자족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 위의 예시는 외국(F)의 임금수준이 '비교우위론을 따르는 생산성 수준 범위 밖'에서 인위적으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원리가 올바로 작동한다면. 초과이윤을 목격한 외국(F) 의류 생산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노동수요 증가에 따라 자동차 노동자 임금이 상승하여 임금수준이 본래 생산성 수준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이지만, 인위적인 힘으로 임금을 계속 통제할 경우 세계시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 '인위적인 저임금'으로 알아보는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저임금이 국제무역에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유럽경제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벤 버냉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비판[각주:2]하였다.(이에 대한 해설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참고.


본 블로그는 여러 글[각주:3]을 통해, "특정국가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국제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그의 주장을 다루었다. 최근의 주장도 평소 그의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본인은 다른 부분을 강조하려 한다.


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렇게나 클까요? 물론, 독일은 외국인들이 사고 싶어할만큼의 좋은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적성공 으로도 볼 수 있죠. 하지만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다른 국가들이 전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Why is Germany’s trade surplus so large? Undoubtedly, Germany makes good products that foreigners want to buy. For that reason, many point to the trade surplus as a sign of economic success. But other countries make good products without running such large surpluses. There are two more important reasons for Germany’s trade surplus.)


첫째는 '유로화' 입니다.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국가들이 가졌던 통화가치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적정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일의 입장에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너무 낮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없습니다. 2014년 7월, IMF는 독일의 통화가치가 5%~15% 정도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 이후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달러에 비해 20%나 더 하락했죠.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로화는 독일에게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안겨줍니다. 만약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의 마르크화를 썼다면, 아마 독일의 통화가치는 현재 유로화의 가치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이는 현재 독일이 누리고 있는 무역의 이점을 줄이겠죠.  

(First, although the euro—the currency that Germany shares with 18 other countries—may (or may not) be at the right level for all 19 euro-zone countries as a group, it is too weak (given German wages and production costs) to be consistent with balanced German trade. In July 2014, the IMF estimated that Germany’s inflation-adjusted exchange rate was undervalued by 5-15 percent (see IMF, p. 20). Since then, the euro has fallen by an additional 20 percent relative to the dollar. The comparatively weak euro is an underappreciated benefit to Germany of its participation in the currency union. If Germany were still using the deutschemark, presumably the DM would be much stronger than the euro is today, reducing the cost advantage of German exports substantially.) (...)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다른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주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킨다.) 독일은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만 합니다. 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Ben Bernanke는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유로존 내 불균형'을[각주:4] 염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거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따라서, Ben Bernanke는 '독일 근로자의 임금상승' 혹은 '다른 유로존 근로자들의 임금하락' 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 살펴봤듯이, 생산성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임금은 시장퇴출을 불러와 무역을 불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유로 독일은 낮은 통화가치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가지게 되었을까? 또,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어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갖게 되었을까? 이를 알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글을 통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알아보도록 하자.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소개한 배경은 무엇일까


"자유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제 절대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절대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리카도는 어떻게 '비교우위론'을 고안하여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1817년 당시 리카도가 살았던 영국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법'(Corn Law)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곡물법이란 국내산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도달할 때까지 곡물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곡물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이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곡물법 유지를 옹호한 건 지주계급(Landlord)이었다. 곡물 가격이 비싸면 곡물 재배를 위한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지주의 이익, 즉 지대(rent)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맬서스(Thomas Malthus)와 같은 학자들은 '지주들의 소득 증가가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로 곡물법 유지를 찬성했다. 


그러나 리카도가 보기엔 곡물법은 해악만 가득한 법안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farmer) 및 산업자본가(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이 증가해야 한다. 이때 곡물법으로 인해 초래된 높은 곡물가격은 생계비 부담을 키워 노동자 임금(wage)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임금과 역의 관계인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하게 된다. 


즉, 리카도에게 있어 곡물법은 자본가의 이윤율을 저하시켜 자본축적 동기를 멈추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따라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외국에서 곡물을 싸게 수입해와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은 '곡물법 폐지'를 의미했으며, 지주와 노동자의 분배몫을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이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비교우위론이 가져다주는 무역의 이익'은 ① 소비가능한 상품조합 확대 ②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의 상품 소비 가능 ③ 효율성 증대 등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이야기 했지만,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목적은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경제성장 달성' 이라는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소개하는 것이다.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 저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와 비교우위론이 등장한 배경을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비교우위론을 비판하는 장하준의 주장은 타당한가?


한국내 많은 독자들은 '비교우위론'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장하준의 주장 때문이다. 장하준은 그동안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은 크나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전개해왔다.


장하준이 지적하는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은 이것이다. 만약 선진국이 자동차산업에 비교우위가 있고, 개발도상국은 가발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하자. 비교우위론은 "선진국은 자동차, 개발도상국은 가발을 생산해야 이익을 가져다준다." 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토록 가발만 생산해야 하나? 경제성장을 원하는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보다는 높은 산업을 육성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무역정책을 짠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만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장하준은 '보호무역'(protectionism)과 '유치산업보호'(Infant Industry Argument)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토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리카도가 개발한 '비교우위론'은 장하준이 이해한 것처럼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을 평생토록 운영해야 한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 대신 미래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안다면, 시장참가자들은 이미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우위론은 이것을 막지 않는다.


이처럼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 속 쟁점사항 이었다. 제조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바라는 개발도상국은 비교우위론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핵심논점 이다. 이러한 논쟁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 '비교우위론'을 보완해줄 이론의 필요성


이번글을 통해 '비교우위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이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알아보았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각 나라의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개념을 도입하며, "무역을 탄생시킨건 각 국가별로 서로 다른 노동생산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교우위를 설명하면서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사용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뿐만 아니라 '자본'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른 이유를 '노동생산성의 차이'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다. 중동 · 호주 · 브라질 등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풍부한 국가들의 무역행태를 '비교우위론'이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보완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바로 다음글에서 '국가들이 보유한 자원(resource)의 차이'를 이용하여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헥셔-올린 이론'(Heckscher-Ohlin)을 알아보자.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1.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과 상대수요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세계시장 가격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2.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http://www.brookings.edu/blogs/ben-bernanke/posts/2015/04/03-germany-trade-surplus-problem [본문으로]
  3.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4. JooHyeon's Economics 페이스북 페이지 - 2014.09.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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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Posted at 2014. 8. 11. 18:59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2014년 7월 30일에 개봉한 영화 <명량>은 12일만에 1,000만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대상은 관심 못지 않게 비판도 있기 마련. 영화 <명량>에 대한 비판은 주로 '스크린 독점'에 맞춰져있다. "<명량>의 배급사인 CJ가 흥행을 위하여 자사극장 CJ CGV 스크린을 독점했다" 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량>을 봐야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영화산업내 문화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라는 식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한 이와 같은 지적은 타당한 것일까? 이번글에서는 이와 같은 비판이 지닌 문제점과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경제학적 시각을 이용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합의사항이 필요하다. 과연 대기업의 영화산업투자가 영화시장을 교란시켰을까?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대기업으로 인해 문화다양성이 훼손됐다" 라는 손쉬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명량>의 경우에도 "제작-배급-상영을 담당하는 CJ로 인해 다른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다."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애시당초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투자하기 이전, 그리고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에 문화다양성 이란건 존재하지 않았다. 한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던 시절, 게다가 극장 자체도 적었던 시절에 문화다양성 이란 게 있었을까? 아예 영화산업 · 영화시장 이란게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이러한 점을 인지해야 뒤이은 논의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 · 산업의 형성]     

자 이제, '하나의 영화가 멀티플렉스 내 스크린을 독점하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살펴자.



※ 이윤추구행위를 하는 기업의 동태적 의사결정


Q : 상영관을 <명량>이 독점하면서 억지로 <명량>을 봐야한다. <명량>의 1,000만 관객수 돌파는 스크린 독점 때문이다.


-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원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현재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60%~80%를 기록중이다. 이러한 수치는 평소에 영화관에 자주 오지 않던 사람들까지 영화관에 불러모을때 달성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명량>의 흥행을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관객의 선택권이 제약된 상황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작품성 떨어지는 영화가 순전히 스크린을 독점하는 배급사의 힘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명량>의 관객수를 단순히 스크린 독점 덕분이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 



Q :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라니,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있나


이 말이 함축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라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쟁시장 안에서 기업은 이윤획득을 위하여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상품을 내놓는 노력을 한다. 만일 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알아서 그 상품을 퇴출시킨다.


마찬가지로 많은 관객이 <명량> 관람을 선택하니까 영화관에서 스크린수를 늘리는 것이다. 관객에게 선택받지 못한 영화는 자동적으로 스크린수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가령, 영화 <군도>의 경우 관객이 늘지 않자 개봉 일주일만에 스크린수가 급속히 축소되었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시장퇴출] 



Q :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영화는 자동적으로 상영관수가 줄어든다'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 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일까? 로운 경쟁시장에서 기은 '이윤획득'을 위해 '장기적'이고 '동태적(dynamic)'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원리이기 때문에 기업행위를 고려할때 이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아무리 배급사에서 영화를 밀어준다 하더라도,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고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으면 극장은 영화를 걸지 않을 것이다반대로 말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영화-가령 <26년>, <변호인>-라 하더라도, 많은 관객이 찾아오고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으면 극장측은 스크린을 확대해서 개봉한다.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의 차별철폐]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Q : '제작-배급-상영'의 독점체계가 강화된다면 소비자들은 그저그런 영화만 보게 되지 않을까?

-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아무리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상품만 시장에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되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 기업은 '장기적'이고 '동태적(dynamic)'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계속해서 그저그런 영화만 상영된다면 영화산업 관객수는 줄어들 것이고, 그렇다면 CJ 등의 영화산업 내 기업들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행위를 바꿔나갈 것이 분명하다. 또는 좋은 영화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인지한 신생 투자자와 감독이 영화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돈을 벌어야 하니깐.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그리고 시장진입]


Q : '제작-배급-상영'의 독점체계에서 기업의 동태적인 행위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냐?

-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독점체계에 안주해서 계속해서 그저그런 영화만 내놓는다면?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저그런 영화가 가장 좋은 것인줄 알고, 수준낮은 영화를 계속해서 받아들인다면? 그 결과, 기업의 동태적 의사결정이 발생하지 않게 되어 산업 전체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언론산업이다. 한국 언론사의 홈페이지는 클릭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게다가 지금이 2014년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링크 기능을 통한 관련기사 링크 대신 '~~면 참조' 라는 종이신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언론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외부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WSJ> <The Economist> 같은 수준높은 외국언론사들은 한국시장에 맞추어 수많은 기사를 재빨리 번역해서 내놓기 힘들다. (물론, <WSJ> 한국어판이 있긴 하지만 기사의 수 자체가 적다.) 따라서 한국 내 소비자들은 한국언론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외부와의 경쟁에서 보호받고 있는 한국언론사들은 발전을 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산업은 이와는 다르다. 언론사 기사는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고, 시간에 맞추어 재빨리 번역해서 내놓아야 하지만, 영화산업은 이와는 달리 시간을 두고 자막을 붙여 상영할 수 있다. 다시말해, '외부의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영화산업에서 좋은영화가 계속해서 수입해 들어오는한, 한국 영화기업들은 관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동태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외부 진입장벽과 시장경쟁]


Q :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의 영향은?

- 게다가 한국에 위치한 소비자는 세계각국에서 제작된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서비스 하지 않지만) 대다수 한국 소비자들은 합법적인 혹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영화, 미국드라마, 다른 외국드라마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그런 영화만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다? 그럼 소비자들은 그냥 집에서 퀄리티 높은 영상콘텐츠를 관람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에 대한 '외부의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한국 영화산업 기업들이 독점에 안주하는 행위를 보일까? [대체재 존재와 시장경쟁]


Q : 헐리우드 영화, 미국 드라마가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냐! 독립영화는? 대작영화의 상영관 독점으로 인해 독립영화는 멀티플렉스에 걸리지도 못한다!

- 대기업의 영화산업 투자와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에도 독립영화는 대중극장에 많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독립/예술 영화를 많이 찾지를 않는다.

대중상업영화랑 독립/예술영화는 목표로 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CJ CGV, 롯데시네마 등이 대중상업영화 시장을 담당한다면 KT&G 상상마당, 이대 아트하우스모모, 씨네코드 선재 등이 독립/예술영화를 담당한다. 

그리고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지역적으로 소규모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에 위치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이윤을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홍대, 이대, 광화문 등에 위치한 몇몇 극장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이들 지역에 모이는 것이 집적의 이익이다. [분리된 시장] [집적의 이익]



※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 그리고 상품다양성

위의 논의에서 살펴봤다시피, 영화 <명량>의 스크린수는 소비자선택의 결과이다. 그런데 영화 <명량> 스크린 수를 비판하는 사람은 대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상영관 축소와 비교를 한다. "개봉 9일 밖에 안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상영시간이 조조 아니면 심야 뿐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

<명량>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같은 날 개봉을 하였는데, 일단 개봉 당시 스크린 수부터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명량>이 인기가 없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흥행하였더라면, 이윤을 추구하는 극장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크린 수를 늘리는 동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까?

영화진흥위원회 좌석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영화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60% 이상을 줄곧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좌석점유율은 대개 40% 수준이다기본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흥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봉 당시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상영관 수가 너무나도 적었다는 점과 (<명량>에 비해 낮다고 하더라도) 40% 라는 좌석점유율을 기록중이었는데 현재 상영관수가 너무나도 줄었다는 점을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명량>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위에서 논의했다시피 이것을 단순히 "배급-상영 독점체계를 가진 CJ가 문제다. 영화 <명량> 배급을 담당한 CJ가 이익을 위하여 자사가 가지고 있는 CJ CGV의 스크린을 독점했다." 라고 비판하는건 몇가지 허점이 있다.

  1. <명량>의 좌석점유율이 높다. 즉, 소비자들이 <명량>을 선택했다.
  2. <명량>이 흥행하지 않았더라면, CJ는 당연히 <명량>의 스크린 수를 축소하고 다른 영화의 스크린 수를 늘렸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흥행하는 모든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지는 않는다. 영화 <변호인> 흥행 당시, 비록 상영관수가 많기는 하였지만 <명량>만큼 많은건 아니었다. "영화가 흥행한다 → 이윤추구를 위해 극장이 상영관수를 대폭 늘린다 → 상영관 독점이 발생한다" 라는 논리구조가 항상 통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CJ의 배급-상영 독점체계가 문제인 것일까?

본인은 그것보다는 <명량>의 제작비에 관심이 간다. <명량>의 제작비는 180억원인데 한국영화시장에서 '제작비 18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550만이나 된다. 다르게 말해, <명량>은 엄청난 '고정비용'이 투자된 상품이고, 관객수가 늘면 늘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이 증가하여 평균비용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약되어 판매량이 분산되는 곳이라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국제무역' 이다. 각 나라와 산업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넓힘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독점적 경쟁시장'과 '시장크기'에 관한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하고 지리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명량>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나? 한국의 영웅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미국 사람이 볼까? 제작비 500억이 투입된 <설국열차>의 경우 세계각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시장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명량>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 대작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그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상영관수가 줄어들겠지만...) 이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배급사와 상영사의 독점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영화 <명량>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학의 논점들


이번글에서는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경제학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얼핏보면 그저 경제학 용어를 사용한 단순한 글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경제학의 논점들이 담겨져 있다. 


[시장 · 산업의 형성] ·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 ·  [기업의 이윤추구와 시장퇴출] ·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의 차별철폐] ·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그리고 시장진입] ·  [외부 진입장벽과 시장경쟁] · [대체재 존재와 시장경쟁] · [분리된 시장] · [집적의 이익] ·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 그리고 상품다양성. 이를 해결해주는 국제무역]


이것들 중에서 이 글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경제학 논점은 3가지이다.


  •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행위가 가져오는 동태적 최적화 (Dynamic Optimization)
  •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불러오는 차별의 감소와 소비자후생 증가
  • 시장크기가 제약된 곳에서 규모의 경제와 상품다양성 간의 충돌발생. 이를 해결해주는 국제무역

① 
만약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따르지 않는다면 경제시스템 내 균형은 일시적(one-period)이고 정태적(stable)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혹은 편익을 추구하는 경제주체는 동태적으로 행위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제현상을 바라볼때는 다기간 모형(multi-period model)과 동태적 최적화(dynamic optimization)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경제주체의 1차 목표는 시장에서의 생존이다. 따라서 영화시장 내에서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은 영화'를 상영하려고 한다. 여기서 정치적 성향 · 인종 · 성별 등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은'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위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26년>, <변호인>-라도 극장은 상영관 수를 확대했다는 예시를 들었다.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발생한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기업이 생존을 하려면 정치적 성향 · 인종 · 성별 등을 차별하기보다 능력 위주로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경제학자 Gary Becker는 "차별을 감소시키는건 ('선한 의지'가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이다." 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유로운 시장경쟁은 차별을 감소시킬 뿐더러 소비자후생도 증대시킨다.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여 시장경쟁이 성립하지 않는 곳에서는 기업의 동태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었을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과 상품 다양성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시장크기 제약으로 인해 충돌하는 현상은 국제무역이 일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각 국가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확대하였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다음글들에서는 '동태적 최적화· '자유로운 경쟁의 이점들· '국제무역이론 - 1세대, 2세대, 3세대' 등에 대하여 자세하고 깊게 살펴볼 것이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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