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Posted at 2018. 9. 30. 14:3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무엇이 대한민국과 주요 중남미 국가들 간에 큰 격차를 초래했을까


  • 1953~2014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 측정단위 : 2011년 미국 달러 PPP 기준, 실질 GDP
  • 출처 : Penn World Table version 9.0


1950~60년대 한국은 주요 중남미 국가들보다 가난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멈춘 1953년 한국의 GDP(2011년 미국 달러 PPP 기준)는 21억 달러 였고, 아르헨티나 · 칠레 · 베네수엘라는 각각 49억 · 29억 · 39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규모는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보다 월등히 큽니다. 2014년 한국의 GDP는 1조 7500억 달러인 반면, 아르헨티나 · 칠레 · 베네수엘라는 각각 8,600억 · 3,800억 · 4,70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대한민국과 주요 중남미 국가들 간에 큰 격차(divergence)를 초래한 것일까요? 


우선, 한국과 중남미 국가들이 어느 시점부터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 살펴봅시다.


  • 왼쪽 : 1953~69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 오른쪽 : 1970~90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왼쪽 그래프를 살펴보면, ▷한국과 중남미는 1960년대 초반까지는 비슷한 추세를 보이다가, 한국이 196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오른쪽 그래프에 나오듯이, 한국은 1970년대에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갑니다. 1979년 이후 잠깐 주춤하다 1986년부터는 중남미 국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길을 걷게 되죠. 


한국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십니다. 


1961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정권이 기존 경제개발 계획을 수정한 이후, 한국은 수출진흥형 산업화 전략(export-oriented industrialization)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갔습니다. 박정희정권은 수출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해주며 수출을 독려하였습니다. 또한 기업이 특혜를 악용하여 국내시장에서 독점자로서만 행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규율도 부과했습니다[각주:1]


1970년대부터는 중화학 공업화를 추진하였고, 제조업 설비투자에서 중화학 공업 비중이 76%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수출액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3년 15%에서 1995년 92%로 커졌죠. 


이러한 수출진흥형 산업화 및 중화학 공업화 전략이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중화학 공장들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당시 한국은 시장의 자연발생이 아닌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던지라, 비효율 및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1979년 미 연준 의장이 된 폴 볼커가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국제적 고금리 환경이 조성된 결과, 중화학 공업화를 위해 많은 외채를 끌어왔던 한국은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속적으로 수출증가 및 대외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덕분에 위기에서 신속히 탈출할 수 있었고, 1986년 3저호황에 힘입어 또 다시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결과, 중남미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수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요 중남미 국가들 내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요?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한국과는 정반대의 산업화 전략을 선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참담한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이번글에서는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산업화 전략이 무엇이며 ·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란 무엇인가

(Import-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식민지 해방 이후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산업화 전략은 '수입대체'(Import Substitution) 였습니다. 입대체란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던 재화 및 서비스, 특히 제조업 수입상품을 국내에서 만든 생산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무역을 통해 외국에서 수입해오던 상품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대신 국내에서 직접 만든다는 말입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전략이 한국의 수출진흥 전략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수출은 해외에 판매하여 돈을 벌고, 수입대체는 해외로부터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니 돈을 아낀다는 점이 다른 걸까요? 그런 식으로 무역과 성장을 바라보면 안됩니다. 덤 스미스가 중상주의를 비판했던 논리[각주:2]를 소개할 때 말했듯이, 화폐와 금은 등의 재화를 축적하는 것은 현대자본주의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각주:3].


수출을 증가시킨다는 말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부문에 더 집중한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자원을 생산성이 높은 곳에 집중하여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allocation & efficiency]. 수출을 통해 산업화를 달성한다는 말은 해외시장에 물건을 팔아서 얻게 된 외화로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설비 · 기계 등 자본재를 수입해와 물적자본을 축적한다는 의미입니다[dynamic gain]. 


또한, 무역을 통해 시장크기가 확대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도 달성할 수 있으며[scale effect], 해외기업과의 접촉 및 경쟁증대로 국내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습니다[technology diffusion & competition effect].       


이렇게 많은 사항들을 관통하는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의 핵심은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교역량을 늘려나갔다(수출+수입↑)'는 점에 있습니다. 


만약 비교우위에 집중하여 수출을 늘려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와 교환할 상품도 없으니 수입도 줄어들 뿐더러 아예 교역 자체가 어렵습니다. 다른나라와 무역을 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뿐더러 생산자들도 외국 자본재를 싸게 들여와 사용할 수 있을텐데, 무역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정태적 이익(static gain)을 누리지 못합니다. 


즉, 한국은 앞선 글들[각주:4]을 통해 살펴보았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각주:5]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경제발전 전략을 선택했던 겁니다.


반면,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비교우위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자급자족 경제를 운용하는 것(수출+수입↓)'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온다면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이용하게 되고, 국내의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인 곳(비교우위를 가진 수출부문)에 쓸 수 있는데, 수입대체 전략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입과 수출 모두 위축되고 맙니다.


왜 중남미 국가들은 이렇게 미련해 보이는 결정을 했을까요?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호주가 보호무역으로 이득을 취한 경우를 보면,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거부한 중남미 국가들의 선택을 무조건 미련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1920~30년대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자유무역을 거부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였습니다. 


호주가 우려했던 것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수확체감 산업만 발전하여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 교역조건이 하락하여 생활수준이 감소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이때, 수입상품에 관세(import tariff)를 부과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보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선택으로 느껴지죠.


그러나 '단순히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것(import tariff) 혹은 일시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temporary protection)'과 '아예 무역체제를 대내지향적으로 만드는 것(inward-looking trade regime)'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행한 수입대체 전략은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중단하여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전통적인 anti export bias of protectionism' 이었습니다. 이는 호주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대외교역에 보였던 태도가 얼마나 페쇄적이었는지는 한국과 비교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수출진흥형 전략을 택했다고는 하나, 100% 자유무역을 실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역개방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보호했으며, 미래를 위해 발전시켜야겠다고 판단한 산업은 전략적으로 선별하여 키워나갔습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밀어부친 중화학 공업화가 그 예시입니다. 


이렇게 한국은 부분적인 수입대체를 시행했음에도, 중남미와는 달리 대외적으로 개방된 무역체제를 항상 추구하면서 교역량을 증가해 나갔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왜 해방 이후 아예 문을 꽁꽁 잠그는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모든 선택에는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논리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나

- ① 산업화를 위해서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

- [유치산업보호론], 제조업 육성을 위한 국가개입을 정당화 하는데 이용되다


호주가 영국과는 다른 길을 간 배경이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남미 국가들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경제구조를 살펴보고 향후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이후에 결정을 내렸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자유무역체제를 멀리한 논리와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개발도상국이 꿈꾸었던 발전된 경제의 모습은 허허벌판이었던 지역에 공장이 들어서고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울산에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이 건설되고 선박과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이제 한국경제도 발전했다" 라고 우리 윗세대분들이 느꼈던 그 감정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산업화 = 제조업 발전'으로 인식했습니다.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구조와 비교우위는 제조업이 아니라 농업 · 원자재 등과 같은 1차 상품 생산에 있습니다. 이들은 제조상품을 생산해낼 능력이 없었고, 더 나아가서 생활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1차 상품 생산에 치중된 경제구조'를 꼽았습니다. (developing economies' production structures were heavily oriented toward primary commodity production)


이런 상황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을 실시하면 "우리 중남미 국가들은 평생 1차 상품 생산에만 특화하는 것 아니냐"(developing countries would forever specialize in primary commodities)는 우려를 하게 되었습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독특한 경제구조에서 탈피하여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1차 상품 생산에 더욱 특화해야 하며, 더욱이 공산품은 평생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게 이익이다" 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는 비교우위론. 당시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할 수 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 왼쪽 : 알렉산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 1755 or 1757~1804

  • 오른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 (Friedrich List), 1789~1846


▶ 유치산업보호론 (Infant-Industry Argument)

- 정부의 일시적인 개입으로 비교우위를 인위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때, [유치산업보호론]은 중남미 국가들의 불만을 정당화 시켜주는 이론으로 보였습니다. 


19세기 초,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 등은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에서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유무역이론에 반하는 논리를 개발해 냅니다. 여기서 정부의 시장개입수단은 외국 제조업 상품 수입제한 · 국내 제조업 기업 보조금 지원 · 국영기업 육성 등입니다.


유치산업보호론(Infant-Industry Argument)은 말그대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의 상태에 놓여있는 산업을 발전과정 초기에 외국과의 경쟁에서 보호함으로써 육성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초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경쟁에서 패배하고 말겁니다. 이때 정부가 외국 제조업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제조업 기업에게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국영기업을 육성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수입대체 전략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정부의 일시적인 개입(temporary intervention)'으로 '비교우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creation)는 것이 핵심이지, 수입대체 전략처럼 무역의존도를 줄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수입대체 전략을 옹호하는 측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정책의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치산업보호론의 논리를 차용했습니다.(appeal for import substitution to yield a justification for protection of newly established manufacturing industries in developing countries.)


(주 : 유치산업보호론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더 깊이 다룰 계획입니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나

- ② 1차 상품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궁핍화성장]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또 다른 이유는 '1차 상품 생산 확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the terms of trade had inexorably deteriorated against primary commodities and would continue to do so)에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글에서 살펴본 호주가 우려했던 사항[각주:6]과 동일합니다.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분의 1차 상품은 수출국가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의 공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게다가 '1차 상품 수요에 대한 세계 소득 탄력성은 낮기 때문에 1차 상품에 특화하면 수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the global income elasticities of demand for primary commodities were low. export earnings would not grow very rapidly)이라고 중남미 국가들은 판단하였고 이는 수출비관주의(export pessimism)로 이어졌습니다 


이말인즉슨,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1차 상품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개인을 예시로 들면,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했을 때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전자제품 · 자동차 등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지, 식료품 등 원자재에 대한 지출은 먹는 양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변동이 적을 겁니다. 따라서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수출로 인해 얻게되는 이익이 느리게 증가하고 맙니다.


  • 왼쪽 : 해리 G. 존슨(Harry G. Johnson), 1923~1977

  • 오른쪽 :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1934~


▶ 궁핍화 성장 (Immiserizing Growth)

-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후생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오히려 후생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는 다시 생각해보면 매우 독특합니다. 특화로 인해 비교우위 산업이 더 발달하는 경제성장(biased-growth)이 이루어졌는데, 소득 및 후생수준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러한 맥락에서 '궁핍화 성장'(Immiserizing Growth)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궁핍화 성장 논의의 발전에는 2명의 경제학자가 기여를 했습니다.


경제학자 해리 G. 존슨(Harry G. Johnson)은 1955년 논문 <경제확장과 국제무역>(<Economic Expans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서, (우리가 지난글 교역조건 논의에서 살펴봤던[각주:7]특정부문 성장에 따른 교역조건 변화를 설명했습니다(the impact of the expansion on the terms of trade). 수출편향 성장은 교역조건이 감소하고, 수입편향 성장은 교역조건이 증가합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1958년에 두 개의 논문 <궁핍화성장: 기하적 관점>(<Immiserizing Growth: A Geometrical Note>)과 <국제무역과 경제확장>(<International Trade and Economic Expansion>)을 통해서, 교역조건 변화가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the resultant change in the welfare of the trading nations). 이때, 제성장이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해 후생손을 불러오는 '궁핍화성장'(Immiserizing Growth) 가능성을 제기하여 경제학계에 이름을 남겼죠.


즉, 해리 G. 존슨의 1955년 논문은 어느 부문이 더 성장하느냐에 따라 교역조건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direction)를 설명했다면, 자그디쉬 바그와티의 1958년 논문은 이러한 교역조건 변화가 후생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extent)를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를 띄는 산업(=1차 산업)이 확장하여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국민들의 후생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차 상품 특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고,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대신할 무역체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했나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은 수입대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앞서 살펴본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이유'는 그저 '왜 이들이 자유무역을 꺼리는지에 대한 합당한 논리(?)'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자유무역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의 사례처럼) 적절한 보호무역정책을 구사하면서도 대외지향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차츰차츰 교역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외의존도를 확 줄여버리는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것일까요?


이제 '자유무역을 멀리할 수 밖에 없었던 소극적 이유'에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적극적 이유'를 알아봅시다.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중요한 건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각주:8] 입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product)을 늘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 · 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축적이 생산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저개발국 모두가 그러하듯이) 당시 중남미는 이렇다할 물적자본이 없었습니다. 대신 수많은 잉여 근로자(surplus labor)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자본은 희귀한 요소(scarce factor)이고 근로자는 자유재(free good) 입니다. 그렇다면 기계 대신 수많은 근로자를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생산량을 늘려가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투입량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적자본에 비해 근로자의 한계생산성은 낮기 때문에, 노동투입량을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적자본 없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기술 · 교육 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당시 중남미 여건에서는 오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 물적자본을 어떻게 축적해야 할까"의 문제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저개발국이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물적자본을 축적하는 좋은 방법은 '외국으로부터 자본재를 수입해 오는 것'(capital goods imports)[각주:9] 입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 일본의 배상금 · 베트남 파병 ·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의 방법으로 달러화를 들여왔습니다. 외국에게서 받은 달러화를 사용하여, 기계· 설비 등 외국에서 생산된 자본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증가시켰죠.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자본축적을 대외의존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이들은 "1차 상품 생산국인 우리는 수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본재를 수입해오기 위해 필요한 외환소득(foreign exchange earnings)이 언젠가는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자본재 생산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결국 남은 선택은 '자본재를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growth could follow only if domestic production of import-competing goods could expand rapidly)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국내 제조업 기업을 육성하여 기계 · 설비 등의 물적자본을 직접 만드는 방법이 당시 중남미로에게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 중남미가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한 사상 및 정치경제학적 배

- 대공황과 2차대전 이후, 새롭게 부상한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

-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들

라울 프레비쉬,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논하며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다


앞서 이야기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이유 및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적극적인 이유는 경제학의 논리를 이용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중남미의 경제발전 과정을 돌아볼 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상 및 정치경제학적 배경' 입니다. 


● 대공황과 2차대전 이후, 새롭게 부상한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


중남미 국가들은 원래 1차상품을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대외지향적 노선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유럽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아온 중남미에서 농장 및 광산의 경영주들은 식민 모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며 이득을 챙겨왔습니다. 19세기 독립 이후에도 경영주들은 여전히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유럽 및 미국으로 1차상품을 수출하는 발전전략이 이들의 이해관계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1929년 대공황과 2차대전은 중남미 국가들에게 대외지향적 노선이 옳은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수출에 의존하고 있던 중남미 경제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으로 인해 외국자본과 관련된 세력들이 크게 약화되어 있는 기간 동안에 형성된 중남미의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1940년대 이후 여러 지역들에서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지배계급으로 등장하게 된 바, 이들은 자기이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관행으로 되어 온 국제분업의 조건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각주:10]이었습니다. 


1차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농장 및 광산의 경영주에게만 이익이 되었지, 일반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과거부터 농장과 광산을 지배해온 경영주들은 식민 모국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고, 외국자본이 직접 소유한 곳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부상한 중남미의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이전과는 다른 경제발전 전략을 필요로 하였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중남미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설명하고 또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며, 내부지향적 발전노선을 강조하는 결집력 있는 이데올로기와 경제계획이 마련되기 시작"[각주:11] 했습니다.


그 경제계획이 바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Import-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이었습니다.


●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들


외국무역에의 종속으로부터 저발전국들을 구제해 주고 자율적으로 규제되는 경제를 탄생시키게 될 것이다.


외국무역을 위한 생산에 전념해 온 전통적인 과두지배자들(지주, 광산주, 수출업자 등)이 약화될 것이고, 권력의 재분배는 중간계급 및 하층계급의 참여를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민주화과정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③  민주화는 … 보다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공업화는 농촌대중들을 생산자로서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 현대 자본주의적 생산체계에 통합시키게 될 것이다


④ 경제가 '내부지향적'으로 바뀜에 따라 국가적 정책규정의 중심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 과두지배자들의 몰락, 중간계급의 강화, 빈곤한 계층들의 대량소비사회로의 경제적 통합 등은 독립적인 국가사회 및 독립적인 정부기구의 형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⑤ 마지막으로 의식수준에서 산업발전은 독립적인 사회의 기반을 만듦으로써 과학적 기술적 그리고 문화적 후진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Dos Santos. 1976. 『Contemporary Crisis of Capitalism』. 65쪽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7쪽에서 재인용


중남미의 새로운 지배계급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는 간단히 말해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 '민족의 이익 극대화' 입니다. 


1차 상품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은 외국의 수요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초래합니다. 민족을 우선하는 계급은 이를 '중심국에의 종속'(Dependence)[각주:12]으로 보았습니다. 중심부(core)인 외국에서 1차상품 수요가 늘면 주변부(periphery)에 위치한 중남미 국가 경제도 발전하지만, 반대로 중심부에서 수요가 줄면 주변부의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이처럼 "종속은 특정한 국가집단이 다른 경제의 발전과 확산에 의해 제약받는 경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각주:13]을 의미합니다. 제조업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한 "지배국가는 팽창하고 스스로의 발전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반면, 1차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종속국가는 이러한 팽창의 반사로써밖에 발전할 수 없을 때 종속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각주:14]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이를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으로 보았고,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해 대내적으로 완결성을 가진 자립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본질적으로 민족자본가 계층 이데올로기의 발로 입니다.


● 라울 프레비쉬,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논하며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다

  

  • 라울 프레비쉬(Raul Prebisch), 1901-86년

  • 1950-63년 기간동안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 사무총장 역임


중심부에로의 종속에서 벗어나 민족의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고 무작정 수입대체 전략을 구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전의 대외지향적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이론이 뒷받침 되어야 하죠. 그 이론을 제공해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경제학자 라울 프레비쉬(Raul Prebisch) 입니다.


라울 프레비쉬는 비판하는 것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15][각주:16] 입니다.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비교우위론은 '각국이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한 이후 상품을 교환하면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에 따르면 유럽 · 미국 등 선진 산업국은 제조업 상품 생산에 특화하고, 산업화를 달성하지 못한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제조업 이외의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비교열위 상품의 소비가능량 증가)을 안겨다 줍니다.


그러나 프레비쉬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면, 기술진보의 혜택은 중심부-주변부 간에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① 1차상품 수요의 낮은 소득탄력성 ② 1차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입니다. 이 요인은 앞서 '▶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에서 소개한 것과 동일하지만, 논리는 약간 다릅니다. 



위의 표는 시기별 중남미 국가의 교역조건 지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76-80년에는 주어진 1차상품의 양으로 100개의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1946-47년에는 고작 68.7개 밖에 얻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교역조건이 중남미에게 불리하게 변하는 것일까요? 앞에서는 "대부분의 1차 상품은 수출국가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의 공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라고 설명했는데, 프레비쉬가 주목한 것은 '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상품가격 간의 관계'(price relations) 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1차상품 부문 보다는 제조업 부문에서 이루어 집니다. 그럼 1차상품보다 제조업에 집중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교역조건[각주:17]을 기억하십시오. 


기술진보는 똑같은 생산요소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대개 상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제조업 상품 가격 하락은 교역조건이 1차 상품 생산국에게 유리하게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전세계에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만들어줍니다[각주:18]. 중남미는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여 굳이 제조업을 키우는 산업화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각주:19].


프레비쉬는 비교우위론의 이와 같은 설명이 현실과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지적합니다. 위의 표를 통해서도 이론과는 다른 상황을 볼 수 있었죠.


그는 "기술진보가 발생하더라도 제조업 상품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산성 향상에 맞추어 제조업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합니다. 선진국 제조업 근로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잘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에 맞는 임금상승을 얻게 되고, 상품 가격도 올라가게 됩니다. 


반면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대량의 유휴 노동력의 존재로 인해 임금 상승 압력이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역을 통해 선진국 생산성 향상의 영향이 흘러오더라도, 1차 상품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은 상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조업 상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1차상품 가격은 오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조건은 중남미에게 불리해집니다. 그 결과, 제조업을 가진 선발 산업국가는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얻게 되고, 중남미와 같은 후발 산업국가는 이를 공유하지 못합니다[각주:20].


프레비쉬는 이러한 현상을 가치중립적인 경제학논리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미 제조업을 보유한 중심부(core)와 1차상품 특화에 의존하는 주변부(periphery)라는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특성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합니다. 중심부-주변부 간 불평등을 시정하고 저개발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구조적 특성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나 

-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 무역체제에 따른 수출소득 및 실질GDP 증가율

  • 출처 : Anne O. Krueger. 1983. The Effects of Trade Strategies on Growth 


이처럼 중남미의 독특한 경제구조 · 역사적 배경 · 정치사상적 뒷받침 · 국제경제구조 등을 고려하여 나름 합리적인 이유로 선택되었던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제조업 상품 및 자본재 수입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여 대외의존을 줄이려고 했던 이 전략은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는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오늘날 동아시아와 중남미 간의 격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수입대체 정책을 펼치다 수출진흥으로 돌아선 국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출진흥으로 돌아서면서 수출소득 및 실질GDP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또한 1963~65년을 기점으로 수출진흥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했습니다.


도대체 수입대체 정책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길래 경제발전 실패로 이어졌을까요? 이번 파트에서 수입대체 전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봅시다.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둘째,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생각치 못한 것 입니다.


●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explicit gain)

- 수출을 통해 획득한 외환소득으로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

- 수입대체는 외환소득도 얻지 못하고, 상품을 비싸게 구입하는 꼴이 된다


'수출'(export)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외화를 벌어들인다'(foreign earnings) 입니다. 중상주의자들은 여기에서 사고가 멈추지만, 국제무역이론을 공부한 사람들은 벌어들인 외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각주:21]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22]이 공통적으로 말한 무역의 이익인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relative lower price)를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즉,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은 '수출을 통해 외환소득을 획득하고 +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 입니다. 


그러나 중남미 민족 자본가 계급 및 수입대체 전략을 옹호한 사람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 대외의존'으로 보았습니다. 선진 산업국가로부터 제조업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대외의존을 유발하고 종속에 이른다는 논리 입니다.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하는 건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라고 생각치 않았습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외국에서 수입해오던 제조 상품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수입을 감소시켜 대외의존성을 줄이고 종속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 대외의존성을 줄여주었을까요?


기존에 수입해오던 상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때에 '어떤 종류의 수입상품을 먼저 대체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방 · 주방도구 등 간단한 최종소비재(consumer goods)와 설비기계와 같은 중간재 및 자본재(intermediate or capital goods)를 수입해오던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이것들을 동시에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입대체 전략을 추구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간단한 최종소비재를 먼저 대체하기로 결정했는데... 간단해보이는 최종소비재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간재, 자본재 및 원재료(raw material)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들 전부를 한 국가가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와야 합니다.


수입의 필요성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소비재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이 자본재 의존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대외의존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Dependence' upon imports for final consumption goods was replaced by 'dependence' upon imports for capital goods.) 더군다나 비교열위 상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아예 중간재 및 자본재 등에 대해 수입대체를 시행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막연히 설비기계나 제철소를 떠올리더라도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그만큼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윤을 얻지 못합니다.   


자, 여기서 추가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보유한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가 인위적으로 비교열위 부문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수출은 감소하였는데 수입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필요한 상품을 수입해 올까요?


한 가지 방법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것(appreciation)입니다. 고정환율을 통해 통화가치를 높게 설정하면, 필요한 수입품은 더 싸게 들여올 수 있으며 수출 유인도 줄기 때문에, 비교열위에 집중하는 수입대체 전략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와 동시에 존재하는 '높은 통화가치'는 언제나 외환위기(currency crisis)를 초래[각주:23]합니다. 중남미가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 중남미와 동아시아 모두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본재 수입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누적해왔다.

  • 이들의 차이점은 '수출액 대비 부채비율' 이었다. 

  • 대내지향적 무역체제를 지향한 중남미는 수출소득이 얼마 되지 않았으나, 대외지향적 무역체제를 추구한 동아시아는 수출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었다.

  • 이러한 차이는 1980년대 초반 외채위기(Foreign Debt Crisis)에서 탈출하느냐 못하느냐 여부를 결정지었다.

  • 출처 : Jeffrey Sachs. 1985. External Debt and Macroeconomic Performance in Latin American and East Asia


대내지향적 무역체제로 인해 수출은 줄고 수입은 여전하니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발생합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을 시작할 때 부족한 국내저축을 해외저축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초래[각주:24]됩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70-80년 시기 중남미와 동아시아 가릴 것 없이, 경제발전을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누적나갔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는데 고정환율로 인해 통화가치는 계속 높게 유지된다? 인위적으로 고평가된 통화가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염려한 투자자들의 자본이탈(Capital Flight)이 발생하게 되고, 중남미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맞게 됩니다.


글의 서두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폴 볼커 연준의장의 고금리 정책 또한 1980년대 초반 중남미 외채위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글의 서두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수출증가 및 대외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덕분에 위기에서 신속히 탈출'했다고 지나가듯이 언급했는데, 바로 이 점이 한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차이를 낳았습니다.


똑같이 외채위기를 맞이한 한국과 중남미.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GDP 대비 부채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출액 대비 부채 비율'(debt-export ratio) 였습니다. 수출지향적 전략을 채택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보통 75%~100% 수준을 기록하였는데, 수입대체 전략을 채택한 중남미 국가들은 보통 250%~340%에 달합니다. 


외채(foreign debt)는 말그대로 외화로 빌린 채무이기 때문에 상환할때도 자국통화가 아니라 외화가 필요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을 통해 외환소득(foreign earnings)를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하에서 비교우위 부문이 위축되어 수출이 급감하였기 때문에 외환소득이 적었고, 채무상환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1980년대 초반의 외채위기에서 신속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이후로도 몇번의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implicit gain)

-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은 경쟁증대 및 효율성을 불러온다


무역은 '수출상품을 판매해서 돈을 번다' +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를 넘어서서 다른 많은 이익들도 가져다줍니다. 국제무역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① 수출진흥이 초래하는 비용이 수입대체가 초래하는 비용보다 더 명확하게 보인다


현재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하여 수출을 하는 것은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여 수출을 촉진할 때에는 수출보조금 등의 비용이 유발됩니다. 한국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수출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각종 지원을 했던 걸 떠올리면 됩니다. 


반면 수입대체 정책은 눈에 보이는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출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비용'(visible costs)은 쉽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산으로 수출보조금을 남발한다면 그 비용은 즉각 파악되고, 비용을 축소하라는 각종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계량방법론을 사용하여 경제학적인 비용분석을 하지 않는 이상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수입대체로 인해 유발되는 '상품을 비싸게 이용'이라는 단점도 자유무역을 했을 때에 비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수출진흥 정책이 초래하는 비용이 수입대체가 초래하는 비용보다 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② 수출진흥 책이 일반적으로 더 간접적인 개입이다


수출진흥 산업화 정책은 비교열위 부문 중 특정 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한 뒤 수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발생합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 또한 수입을 대체할 특정 산업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수출진흥 정책은 부분적인 수입대체 정책도 포함하고 있으며, 차이점이라곤 '대외지향적인 무역체제로서 수출을 촉진하느냐'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작은 차이처럼 보이는 이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 정부는 수출을 촉진한 이후에는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수출 기업이 경쟁하는 무대는 세계시장이고 이곳은 오로지 가격과 품질만이 중요합니다.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의 규칙을 바꿀 수도 없으며, 다른 나라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없습니다.


반면에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정부는 갖가지 사항을 두고 시장에 개입하게 됩니다.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국내산보다 우수한 수입상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가격통제(price control) 등을 활용하여 국내시장을 통제합니다.


③ 수출기업은 해외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느냐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느냐는 매우 다릅니다. 전자는 오직 가격과 품질만이 중요하지만, 후자에서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선정한 뒤 수출보조금을 지원하여 밖으로 내보내더라도, 결국 세계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부패한 관료와 기업가가 결탁한 뒤 수출보조금에 힘입어 해외로 나가더라도, 근본적인 실력이 없다면 세계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금은 다시 회수될 겁니다. 


반면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정부와 결탁한 기업가는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팽하지 않는 이상 지위는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될 뿐입니다. 


즉,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는 정부와 기업가 간의 결탁이 발생할 여지가 비교적 적지만(어디까지나 비교적),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는 지대추구 행위(rent-seeking behavior)가 빈번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④ 수출진흥 정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분업화를 촉진한다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더 넓은 시장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앞서,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자본재 대체가 실패한 이유로 '좁은 국내시장'을 들었었는데, 수출진흥 정책은 시장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중남미는 자본재 대체, 중화학 공업화 등에 실패하였으나, 동아시아 특히 한국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입니다.




※ 중남미 실패의 교훈 : 개방적인 무역체제의 중요성

-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다

- 수입대체 산업화 :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수출+수입↓)

- 수출진흥 산업화 : 대외지향적 무역체제 (수출+수입↑)


과거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서로 다른 선택이 오늘날 큰 차이를 만들어 낸 모습을 보면 '개방적인 무역체제'(trade openness regime)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와 동아시아가 선택한 수출진흥 산업화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역의 이점을 살리는 방향을 지향했느냐 아니냐' 입니다.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및 산업화 전략은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중남미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또한 ① 기존의 비교우위 산업(농업, 경공업)에서 탈피하여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했고 ② 이를 위해 정부주도의 산업·무역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국제무역이 안겨다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무역체제냐 아니냐' 여부 입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는 전체 교역량(수출+수입)을 위축시켜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멀리하는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였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의 수출진흥 산업화는 전체 교역량(수출+수입)을 증가시켜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최대한 활용하는 대외지향적 무역체제 였습니다.


앞서 서술한 내용을 반복하면, 수출진흥 산업화 정책은 비교열위 부문 중 특정 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한 뒤 수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발생합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 또한 수입을 대체할 특정 산업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수출진흥 정책은 부분적인 수입대체 정책도 포함하고 있으며, 차이점이라곤 '대외지향적인 무역체제로서 수출을 촉진하느냐'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작은 차이처럼 보이는 이것이 큰 격차를 만들어 냈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증가할수록 '비교열위 상품을 값싸게 사용' · '경쟁증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 · '자원의 효율적 사용' · '시장크기 확대의 이점' · '상호이득'을 가져다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물론 어느 부문에 특화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이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각주:25]처럼 수입관세 등을 이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어떤 경우에는 옹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를 향한 문을 닫아서 외국과의 교역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는 정책이 옹호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또한, 수입장벽은 결국 수출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호무역을 통한 이익이 장기간 유지될 수 없습니다. 보호무역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일시적(temporary) 입니다.


  • 1967~2017년 한국의 수출입 증감율 (통관 기준)

  • 수출과 수입 증감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시기이든 개별 국가들은 자국의 수입장벽을 높게 세우고 수출은 촉진하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산 상품 수입은 줄이고 자국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돈을 벌면, 국가경제에 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 기반해서이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수출과 수입은 동떨어진 움직임을 가질 수 없습니다. 수출이 늘면 수입도 늘고 수출이 줄면 수입도 줍니다. 반대로 수입이 늘면 수출도 늘고 수입이 줄면 수출도 줍니다.


위의 그래프는 1967~2017년 한국의 수출입 증감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출과 수입 증감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물론 둘 중 하나가 더 크게 변동하여 무역수지 흑자나 적자가 발생하지만, 큰 움직임은 동일한 방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한 방향을 보이는 것일까요? 서로 다른 여러 국가가 교역을 하는 이유인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하여 수출을 하고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해와서, 소비가능한 상품의 수량을 증가시킨다'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무역은 국가간에 교환(exchange) 입니다. 상품을 수출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수입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경제발전 단계에서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얻은 외화를 이용하여 자본재 등을 수입해왔고, 오늘날에도 자본재와 소비재 등을 외국으로부터 가지고 옵니다. 상품 수출로 얻게 된 돈은 수입품 구매에 사용하거나 해외자산 구매에 이용해야지[각주:26], 굳이 축적을 해놓을 이유가 없습니다[각주:27]. 따라서, 수출 증감에 따라 수입도 동일한 방향으로 변동하게 됩니다.


역으로 수입을 하는 이유는 수출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소비재 등의 수입은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경제주체가 효용을 누리게끔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중간재 및 자본재의 수입은 국내 완성품 제조에 이용됨으로써 수출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국내에는 없는 외국의 값싸고 품질 좋은 자본재를 들여와 완성품 제조에 사용하면, 국내 완성품은 무역을 통해 경쟁력을 얻게 되고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 증감에 따라 수출도 동일한 방향으로 변동하게 됩니다.


  • 왼쪽 :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

  • 오른쪽 :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

  •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한다

  • 한국-중국-미국 간에 서로 연결되는 경제구조를 수출입 증감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출과 수입은 한 국가 내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예시로서, 한국-중국-미국 간 서로 연결되는 경제구조를 통해 수출과 수입의 관계를 살펴봅시다.


왼쪽 그래프는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 오른쪽 그래프는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중국-미국 간의 큰 경제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수입해온 중간재를 이용하여 완성품을 제조합니다. 그리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고 미국인들은 made in china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국 전자부품기업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내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서 이를 수입하여 iPhone을 만듭니다. 그리고 iPhone은 미국에 보내집니다.


그러므로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도 동조화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중국의 대한국 수입 그리고 중국의 대미국 수출과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동일한 방향을 가지는 건 당연할테지만, 각 국가 간에 총수출과 총수입마저 동조화 되는 모습을 보면서 '수출과 수입 간의 관계'를 현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입은 줄인채 수출만 늘리고자 하는 보호무역 정책은 해로운 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수입은 줄인채 수출만 증가시킬 수는 없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무역장벽을 높인다면 완성품 제조가 어려워져 대미국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도 대중국 수입장벽을 쌓으면 중국에서 값싸게 제조된 소비재를 이용할 수 없어서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합니다.  


한국이 개방적인 무역체제를 추구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한 것처럼, 오늘날 세계경제는 서로 간의 교역을 확대하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미국 총수입과 중국 총수출 관계를 보면 2002년 이전에는 비동조화된 모습이 나타나는데, 중국이 2002년에야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무역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 2002년 이후 세계화에 들어선 중국은 미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맺으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립경제를 꿈꾸는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보다는 상호의존을 추구하는 대외지향적 무역체제가 일반적으로 경제발전과 성장을 가져다 줍니다.




※ 과거 중남미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비난했던 이유를 확인

-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자립경제를 꿈꾸다


이번글을 통해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원했던 건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를 통해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달성하는 것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식민지시기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경제적독립을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상품을 선진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폐쇄적인 무역체제와 대내지향적인 경제체제로 이어졌죠.


"특화해야할 산업은 평생동안 1차산업에 고착되느냐", "1차상품 수출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면 어떻게하나", "제조업을 육성하여 비교우위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면 안되나" 라고 말하며, 비교우위의 경제학적 논리를 비판하면서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긴 하였으나, 그 근간에는 민족주의 사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설파한 '자유무역사상'은 민족주의 · 국가주의와 거리가 먼 '자유주의'(liberalism)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밑에는 '사해동포주의 혹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가 있습니다. 자유무역사상은 전인류(mankind)의 관점에서 세계경제를 바라보았습니다(doctrine of universal economy).


자유무역 사상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전세계 인류가 소비가능한 상품 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좋다"고만 생각하였지,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즉, 자유무역사상은 '무역의 이익이 전세계 국가간에 얼마나 공평하게 배분되는지'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슷하게도, 오늘날 선진국에서 자유무역 사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게 된 근간에도 자유주의 및 세계시민주의와 배치되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을 소개한 글[각주:28]에서 다룬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 중 하나가 바로 '③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하는가' 였습니다.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미국인들은 오늘날 미국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중국정부는 치밀하게 세워진 경제전략 하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고 부러워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유무역 옹호자와 반대자의 주장이 경제학이론에 부합하냐 아니냐' 뿐만 아니라 '어떤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나' 입니다.




한국이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선택하였던 배경은 무엇일까


중남미의 경제발전 실패 사례는 아찔함을 안겨줍니다.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했던 중남미와는 달리 한국은 수출진흥 산업화를 추구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는데, 1950-60년대 초반 한국도 중남미처럼 수입대체 정책 추구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시의 한국이 선택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한국인들은 어떤 삶을 살게되었을까요?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한국이 경제발전 전략을 바꾸어서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입니다. 당시에는 수입대체 정책이 초래할 참담한 결과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는 미지의 상태에서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한국은 무엇을 믿고 수출증대에 전력을 다했을까요.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에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1. 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http://joohyeon.com/158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http://joohyeon.com/233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9.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10.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6쪽 [본문으로]
  11.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6쪽 [본문으로]
  12. 엄밀한 학술적 구분으로, Dependence를 의존, Dependncy를 종속으로 말하는 학자들도 많으나, 그냥 여기서는 Dependence로 사용 [본문으로]
  13. By dependence we mean a situation in which the economy of certain countries is conditioned by the development and expansion of another economy to which the former is subjected. - Dos Santos. 1970. 'The Structure of Dependence' -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14-15쪽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4. other countries -the dependent ones- can do this only as a reflection of that expansion. -Dos Santos. 1970. 'The Structure of Dependence' -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14-15쪽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18. The countries of the periphery would have benefited from the fall in price of finished industrial products to the same extent as the countries of the centre. The benefits of technical progress would thus have been distributed alike throughout the world. - Prebisch. 1950. 8쪽 [본문으로]
  19. in accordance with the implicit premise of the schema of the international division of labour, and Latin America would have had no economic advantage in industrializing. - Prebisch. 1950. 8쪽 [본문으로]
  20. while the centres kept the whole benefit of the technical development of their industries, the peripheral countries transferred to them a share of the fruits of their own technical progress. - Prebisch. 1950. 10쪽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외환위기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24.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26. 경상수지 흑자 = 자본유출, 경상수지 적자 = 자본유입이 발생하는 이유. 참고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http://joohyeon.com/194 [본문으로]
  27. 좀 더 깊게 들어가면, 개발도상국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외환보유고 축적(foreign reserves)이 중요하긴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과다한 외환보유가 좋은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경제학 개념상 '축적' 그 자체는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참고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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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Posted at 2018. 8. 27. 01:2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본격적 시작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첫번째 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오늘날에는 주로 선진국 내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입니다. 따라서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경제발전은 고민거리가 아닌)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시장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 특히 중국이 뒤쫓아오고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이 직면한 문제와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어찌됐든 모두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이로운 것인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의 어떤 논리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경제발전은 가로막는 이론일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선진국의 소득분배를 방치하는 이론일까요?


지금까지 4편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글을 통해, ① '18세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자유무역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각주:1] · ②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각주:2] ·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작동하는 원리'[각주:3] · ④ '무역의 이익을 결정하는 교역조건의 중요성'[각주:4]을 살펴보았고, 개별 글들의 마지막에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다룰 겁니다. 앞서 보았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과거와 오늘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벌어져온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개발도상국이 잘못 이해했던(하고있는) 비교우위 논리


왜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앞서 경제발전이 시급했던 이들이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는데, 비교우위론이 무엇을 말하는 경제이론이기에 그런 것일까요?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①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를 이해 못함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에게도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작동 원리]


: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국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싸거나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 생산자들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비교우위론은 '국가의 절대적 생산성이 아니라 상대적인 생산성이 우위를 결정한다'고 말하며, '생산의 절대비용이 아닌 상대적 비용, 즉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입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자본 · 노동 등 생산요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약소국에 비해 생산의 기회비용이 큰 상품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절대적인 생산비용이 낮다고 할지라도, 기회비용 관점에서는 개도국의 상품을 수입해 오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약소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적인 생산비용은 높더라도 기회비용이 작은 상품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개발도상국 상품도 선진국에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 기회비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상대가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또한,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입니다. 생산의 기회비용이 다르면 상대가격도 달라지고, 이로 인해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도 무역이 이루어 집니다. 여기에 국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은 '자급자족시 국내 가격과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합니다. 세계시장에 수출했을 때 받는 가격이 국내에 판매할때의 가격 보다 높을수록, 세계시장으로부터 수입했을 때 지불하는 가격이 국내에서 구매할때의 가격보다 낮을수록,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여기에서도 국력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여러 나라 상품 가격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는) 세계시장 가격은 개발도상국 가격과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역의 이익은 선진국 보다는 개발도상국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이 무역을 하는 이유와 무역의 이익을 결정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도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생산성의 열위를 보완해주는 낮은 임금'(low wage) 입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개도국은 낮은 임금을 유지함으로써 저생산성 열위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선진국은 개도국의 저임금으로 인해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개도국의 저임금은 저생산성의 결과물입니다. 개도국의 낮은 임금은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유지될 뿐입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입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개도국 저임금 & 선진국 고임금 이지만, 양쪽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 '19세기 영국'에 살던 리카도가 만든 비교우위론이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단순히 '국력이 강한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것은 비교우위론을 잘못 이해한 결과물 입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에 부정적이었던 그들의 태도는 모두 무지에서 나온 것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글부터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무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등장한 비교우위론.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나

-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통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국제무역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계 내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리카도가 살고 있던 상황과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① 19세기 영국 - 수확체감 산업인 농업이 비교열위 · 수확체증 산업인 제조업이 비교우위


② 자유무역의 이점 - 수확체감 산업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하여 경제성장 달성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각주:5]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듯이, 19세기 영국에 살았던 리카도가 우려했던 것은 '토지 경작 확대에 따른 이윤율 저하' 였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열등한 토지도 개간해야 했는데, 경작지가 확대될수록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주(landlord)의 이익만 증가하고 자본가(farmer & 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은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의 동기가 저하되어 경제성장이 멈추게 될 가능성을 리카도는 우려하였습니다.[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이런 상황 속에서, 19세기 영국이 이윤율의 영구적 저하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곡물법 폐지를 통한 자유무역'[From Corn Law to Free Trade] 이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자유롭게 수입해온다면 경작지를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율도 하락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 동기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주장한 배경에는 19세기 영국의 비교열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 · 비교우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 자유무역을 통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에 특화함으로써 경제성장 달성 가능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만약 19세기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라면,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게끔 만들어 경제성장을 방해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20~30년대 호주 사례를 살펴보며,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경우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경제이론은 합리적추론의 기반이지만 일반적인 지침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엄밀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시간 및 공간의 상황에 달려있다. 고전 국제무역이론은 영국의 상황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각주:7] (...)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계속 반복해서 말하자면,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일반론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되고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무역을 하느냐 자유무역을 하느냐를 결정할 때는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인구증가 · 토지의 수확체감성 · 국제수요에 미치는 영향[각주:8]. (...)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From this point of view it appears that protection has been as beneficial to Australia as free trade has been to Great Britain.)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호주 경제학자 James Bristock Brigden은 1925년 논문 <호주 관세와 생활수준>을 통해,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후에 그는 호주 정부의 무역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호무역 기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는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Brigden은 왜 당시 호주에게 보호무역정책, 정확히 말하면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부문에 대한 특화를 줄이고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비교열위를 가진 제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을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영국과 호주의 상황(circumstance)이 달랐다는 점에 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영국과는 달리,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 이라는 점이 무역정책 결정에 있어 왜 중요한가?" Brigden이 보호무역정책을 옹호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생활수준은 감소하고 만다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이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나갈수록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일은 예전과 똑같이 하는데 돌아오는 건 갈수록 줄어드니, 무언가 좋지 않다는 걸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도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을 주장했습니다. 투입되는 노동량은 동일한데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수록 생산량은 줄어드니, 곡물 한 단위당 투하노동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격은 비싸지고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서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수확체감 → 투하노동 증가 → 곡물가격 상승 & 임금 증가' 논리는 19세기 가치 · 임금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카도는 가치의 투하노동설 · 임금의 생계비설을 믿었습니다. 이는 현대 경제이론과는 다릅니다. (리카도 이론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현대 경제이론에서는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감소하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1인당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금도 하락합니다. 어찌됐든 수확체감성이 좋지 않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호주 경제학자 Brigden이 우려한 것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소득분배가 악화되고(deteriorated income distribution) · 생활수준이 감소(lower standard of living)'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생활수준 감소를 불러오는 첫번째 경로는 1차 산업의 수확체감성 그 자체입니다. 무역의 결과 높은 가격을 받게 되어 소수 지주들의 이익은 증가하지만(raise the return to a few landowners), 1인당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합니다(shrink the wages of laborers)


두번째 경로는 비교열위[제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 문제 입니다. 자유무역의 결과 시장이 개방되면 비교열위 부문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제조업 근로자들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1차 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을 흡수할 능력이 떨어집니다(difference in capacity to absorb labour). 결국 무역의 결과 제조업 근로자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는 자유무역 이후 지주와 근로자 간 소득분배가 악화됩니다. 또한 동일한 생활수준(=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더 적어져야 하며, 만약 인구수준을 유지한다면 생활수준 하락은 불가피 합니다. (the evidence availabl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Australia could have maintained its present population at a higher standard of living under free trade.)




※ 1차산업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Birdgen이 걱정했던 또 다른 사항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additional output would further aggravate the situation by adversely affecting Australia's terms of trade) '될 가능성 입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을 통해 배운 이론처럼.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는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지만, 자국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 내의 공급이 좌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국 내 상품 공급 증가에 따라 세계시장 공급도 크게 증가하여 세계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1920~21년 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상품 부문 세계공급물량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호주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특화상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하여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맙니다(an increase in our supplies might have reduced the value received per unit of reduced volume per head, still further reducing income per head.) 




※ 영국의 자유무역과 호주의 보호무역은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줌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영국, 미국과 호주가 처한 상황은 꽤나 다르다[각주:9]


영국이 자유무역을 채택하였을 때 (...) 수확체증이윤을 가져다주는 제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확장시킬 능력이 됐었다. 영국이 실제로 포기한 보호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 이었다. 농업은 소득을 감소시키고 제조업 자본가에게 해를 끼쳤었다. 자유무역은 수확체증산업 쪽으로 생산을 변화시켰다[각주:10]


제조업 성장을 고려하면, 호주에게 자유무역은 영국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끼친다[각주:11].  


영국의 보호무역정책은 농업을 보호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의 확장을 방해하였다. 호주의 보호무역정책은 수확체감을 초래하는 농업 확장을 막아줄 것이다.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 높은 생활수준을 가능케 했다면, 호주의 보호무역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다[각주:12]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 호주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관세 및 무역정책 시행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각주:13].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호주에게 '소득분배 악화 · 생활수준 저하 · 교역조건 하락'을 가져다줍니다. 호주 출신 경제학자 Brigden은 당연히 "호주에게 필요한 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 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rigden은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의 확장을 막았다면, 호주의 보호무역이 같은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믿으며 실제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인 제조업 부문 보호를 위해 수입관세(tariff)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이 어떻게 호주에게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을까요?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보호무역의 첫번째 효과는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입니다(the primary purpose of the tariff was to redistribute income)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수확체감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가진 1차산업에 특화를 해나갈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합니다. 이익을 얻는 것은 오직 소수의 지주들 뿐입니다. 


따라서 1차산업에 특화를 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열위인 제조업 생산을 늘린다면, 정반대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소수 지주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됩니다.   


보호무역정책이 근로자, 특히 제조업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경로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본 블로그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프강 스톨퍼(Wolfgang Stolper)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은 1941년 논문 <보호주의와 실질임금>(<Protection and Real Wages>)를 통해, 국제무역이 자본 · 노동 등 요소가격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absolute factor price)을 탐구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technology)으로 인해 상대적 생산성이 높은 상품은 수출하고[비교우위]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비교열위]'고 말한다면, 헥셔-올린의 무역이론은 '국가들마다 다른 부존자원(endowment factor)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출하고[abundant factor intensity] 희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입한다[scarce factor intensity]'고 말합니다.


시장개방은 수출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수입상품 가격을 더 싸게 만들기 때문에[각주:14], 제무역의 결과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자급자족은 수출상품 가격을 다시 하락시키고 수입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보호무역은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입니다. 


호주의 경우 토지(land)가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이고 노동(labor)이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토지의 가격(지대)이 상승하고 보호무역을 실시하면 노동의 가격(임금)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지대가 하락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되어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앞서 살펴본 보호무역 효과가 '소득 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보호무역은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the improved terms of trade induced by the tariff would increase aggregate income).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점은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import tariff)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수입관세가 어떻게 교역조건 및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는지 살펴봅시다.


  • 호주와 외국의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만들어낸 모습

  • 녹색선 및 글자는 수입관세 부과 이후 달라진 무역 양상


외국은 제조상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며, 호주는 제조상품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수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은 두 국가 가격의 중간수준에서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때 호주가 수입관세를 t만큼 부과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생산자는 "호주에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우리나라에 파는 것보다 t만큼 비싸지 않는 한 수출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 결과, 호주 내에서 수입상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할 겁니다.

(참고 : 무역이 이루어지는 원리인 '서로 다른 가격'과 '초과 생산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따라서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외국이 초과 생산량을 줄이고 수출 가격을 하락시킨 결과, 호주는 더 싼 가격에 제조상품을 일단 수입(=교역조건 개선)해오고, 호주 소비자들은 관세를 더하여 더 비싸진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 호주가 제조상품에 수입관세를 부과한 결과, 외국이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가격은 하락하고, 호주 내 제조상품 가격은 상승

  • 그 결과, 소비자 · 생산자 · 정부의 후생 손실 및 이득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

  • 이때 교역조건 개선 이득도 고려해야 함


그렇다면 수입관세 부과 이후, 호주 국민들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호주 국민들을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로 구분해야 합니다.

수입관세로 인해 호주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므로 후생 손실 -(a+b+c+d)을 봅니다. 반면, 호주 제조업 생산자들은 국내에서 판매할 때 받게 되는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후생 이득(a) 얻습니다. 정부는 관세를 통해 세금 수입을 늘리므로 역시 이득(c+e)을 얻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를 모두 고려한 후생변화는 -(b+d)+e 이고, 이를 후생손실로 표현하면 b+d-e 입니다. 만약 관세로 인한 가격 왜곡 손실을 나타내는 b+d의 크기가 e 보다 더 클 경우, 보호무역 정책은 호주 국민들의 후생을 감소시킵니다.

그렇다면 e가 무엇일까요? e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을 나타냅니다. 수입관세 부과 덕분에, 이전에 수입상품을 들여오던 금액(P무역)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수입(P수출국가 관세 이후)해 올 수 있으므로, 가격하락분*수입량 즉 e만큼 후생을 증가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만큼, 다르게 말해 수입 관세가 가격을 왜곡시켜 손실을 안겨다주는 크기(b+d)보다 교역조건 개선의 이득(e)이 더 크다면, 보호무역 정책은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수입 관세는 가격을 왜곡시키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다

  •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


이처럼 수입 관세(import tariff)는 가격을 왜곡시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후생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윗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수입 관세율은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교역조건 개선의 이익이 더 커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키고 최적 수준에서 국민 후생은 극대화 됩니다

그러나 최적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왜곡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국민 후생은 감소합니다. 게다가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하기 때문에, 관세율이 게속해서 높아지면 언젠가는 무역이 없어지고 맙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최적관세율이 얼마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어찌됐든 '수입관세를 활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이 국제무역이론과 논의에 미친 영향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인 경제학자 J. B. Brigden의 주장은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라 불리우며 국제무역이론 발전과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과는 다른 호주의 상황에 주목한 그의 주장은 "비교우위론은 모든 국가에게 적용가능하며, 자유무역은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켜준다"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던 사람들에게 생각할꺼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① 수확체감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19세기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곡물법 폐지와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1920년대 호주인 J. B. Brigden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 역시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카도와 Brigden 모두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낯설지가 않습니다.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다시피,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 모두 '제조업'(manufacturing)을 육성하거나 지키기 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각주:15]는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상주의자들'을 비판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수확체증산업'은 모든 나라들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국제무역논쟁]에서 '자유무역 혹은 보호무역 등 어떠한 무역정책이 수확체증산업에 이롭거나 해로운가'는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수확체증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주장들이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②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일부 사람들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은 소득분배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소득분배 문제에 무관심해 보이는 이유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라고 생각하며 '시장개방으로 발생한 이득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면 된다' 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누리게 될 지주(landowner)들이 손해를 볼 근로자(laborers)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사고방식 입니다.


반면, Brigden은 소득분배 문제에 적극적으로 다가섰습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켜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사고방식 입니다. 


Brigden의 이러한 생각은 1925년에 나왔는데, 당시에는 "보호무역이 호주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승케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무역이 요소소득(factor's absolute incom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경제학계 내에서 합의된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Birgden이 촉발시킨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이후에야 시장개방이 요소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위에서 짤막하게 소개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가 1941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수입관세 부과가 비교열위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보호무역이 소득분배를 개선시킬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족 : 하지만 볼프강 스톨퍼와 폴 새뮤얼슨은 그럼에도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에,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우려" 했습니다.)


이처럼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사례는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경제학계 내에서 다시금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편을 통해, 특히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과 소득분배'를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③ 국제무역협정의 필요성이 대두됨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주는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적절한 관세를 부과하면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관세'가 얼마인지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론적으로나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깨달은 모든 국가들이 너도나도 최적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수입관세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량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도 초래합니다.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한다"는 문장을 앞서 제가 괜히 적은 것이 아닙니다.


개별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지켜주는 가운데 나 혼자서만 최적관세를 부과한다면 최고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모든 개별 국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너도나도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세계교역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 기조를 개별 국가들만 믿고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번글에서 '보호무역이 후생을 증가시켜줄 가능성'을 보긴 하였으나, 어찌됐든 일반론으로나마 자유무역은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게 함'으로써 후생을 극대화 시켜주는 정책[각주:16]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개별 국가들에게 무역정책을 믿고 맡기는 양자 무역협정(unilateral free trade) 보다는 GATT · WTO 등 범세계적인 무역협정(Multilateral Trade Agre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GATT · WTO의 등장배경과 역할, 그리고 오늘날 다시금 양자 무역협정인 FTA 등이 대두된 이유를 살펴보면 좋겠네요.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들


이번글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대해 오해했던 이유 한 가지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한 가지를 각각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을 멀리하게 만들었던 다른 이유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정책이 오히려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1960~70년대 중남미 수입대체산업화]


: 비교우위에 특화할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은 1920~30년대 호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비교우위론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국가가 1960~70년대 중남미 국가들 입니다. 이들은 호주 보다도 더 무역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호주는 수입관세를 부과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대외지향적인 정책(outward-looking)을 유지하며 시장개방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내지향적인 정책(inward-looking)으로 돌아서며 무역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동시기 한국 ·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보호무역 정책을 쓰면서도 무역개방을 늘려나간 결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중남미 국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저개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글이 '자유무역 보다 좋은 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보호무역'을 보여주었다면, 다음글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보호무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 비교우위는 창출해낼 수 없는가

- [유치산업보호론]


: 19세기 영국은 제조업 부문이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으나, 호주와 같이 제조업을 키우고 싶으나 비교우위가 다른 산업에 있는 국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비교우위 산업이 제조업이 아닌가"


이로 인해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고 장기적으로 이득을 안겨줄 비교열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과거에 비교우위를 가졌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정책 지원과 보호무역 정책이 시행됐었습니다. 이를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 라고 합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마치 "평생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와 열위를 바꾸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유치산업보호론을 따르며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강력합니다.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나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을 달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유치산업보호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참고문헌)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본 블로그 포스트 작성에는 J. B. Brigden의 1925년 논문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과 Wolfgang Stolper & Paul Samuelson의 1941년 논문 <Protection and Real Wages>이 큰 도움을 주었으나, 역시나 가장 큰 도움을 준 참고문헌은 국제무역이론 경제학자 Douglas Irwin이 1998년에 집필한 단행본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임을 밝힙니다(단행본 아마존 링크).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ANU, 2006, GIBLIN'S PLATOON - The Trials and Triumphs of the Economist in Australian Public Life [본문으로]
  7. (The fundamental propositions of economic theory are the foundation of reasoning, but they can be only a general guide, while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본문으로]
  8. The economy of regulation or of no regulation, it must be repeated, is never determined by generalisations, but is relative to particular circumstances. The economy of protection or free trade is relative to three very important circumstance to the growth of population, to diminishing returns, especially from land, and to the effects upon the equation of international demand. [본문으로]
  9. These circumstances are probably quite different in Great Britain, in the U.S.A. and in Australia, and very brief comparisons may be made to demonstrate the fact that differences do actually exist. [본문으로]
  10. When Great Britain adopted free trade, after the Napoleonic wars had completely established the predominance of British commerce abroad, and the estraordinary developments in its technique had placed British industry in 3 position of absolute supremacy, there were three main reasons which made the change overwhelmingly economic. Great Britain abandoned a complexity of taxes which had grown through war exigencies without any coherent trade policy at all. In the condition of foreign competition there was a vast field for expansion in manufactures, giving increasing returns and increasing profit. The only real protection that was abandoned was that to agriculture, which was a protection given to diminishing returns, reducing income and hampering manufactures. Free trade transferred production to a form giving increasing returns.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international equation, the expansion of manufactures was met by the abnormal expansions of primary production in new countries. It is only recently that any check has been made to the rate of these expansions. [본문으로]
  11. Free trade in Australia would have had the contrary effect, so far as it checked the growth of manufactures. [본문으로]
  12. Protection to agriculture in England would have prevented the advantage of manufacturing expansion, with its increasing return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prevented the disadvantages of agriculture expansion under conditions leading to diminishing returns. Free trade in England made for a higher standard of living; it relieved the pressure on English land and found work elsewhere for a growing population at a steadily rising standard of living.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achieved a similar result. [본문으로]
  13. This difference in the effect of regulation in the two countries is of prime importance in any consideration of their respective tariff policies, and of the merits of regulation. [본문으로]
  14. 이 원리가 이해 안되시는 분들은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ttp://joohyeon.com/266)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http://joohyeon.com/267)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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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Posted at 2018. 8. 23. 18:0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수출 :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 받음

- 수입 :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 지불

- 교역조건(Terms of Trade)에 따라 후생 증가 혹은 손실 가능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국제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던지는 물음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trade pattern). 둘째,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gains from trade).


왜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 것일까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외국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기술수준(technology)이 다르거나 가지고 있는 자원(resource)이 다른 외국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15년(학부 4학년)에 작성한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 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각주:1]를 말했고, 헥셔와 올린은 '국가간 부존자원의 차이'[각주:2]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도가 지금보다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을 전달하지 못한 불완전한 설명을 했습니다. 


▶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 (trade pattern)


서로 다른 국가들이 왜 교역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논리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다'(different relative price)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했던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로 인해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며, 헥셔와 올린이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로 인해서도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집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비교열위(dis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헥셔-올린의 이론은 "국내에서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국가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의 차이는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어떤 상품을 수출할지와 수입할지 즉 무역패턴을 결정짓습니다. 


▶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 (gains from trade)


국가 간에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함의를 전달해줍니다. 바로,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autarky price vs. world price)' 입니다.


국가간 상품 교환에 사용되는 가격, 즉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똑같다면 우리나라가 얻게 될 무역의 이익은 없으며 무역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무역의 이익은 외국이 다 가져가게 됩니다.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의 이익은 오직 우리나라만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외국가격의 중간에서 결정될 때, 양 국가가 무역의 이익을 나누어 가지며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게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의 중요성 (importance of terms of trade)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교역조건이란 수출상품 1단위로 얼마만큼의 수입상품을 가지고 오느냐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 비율로 나타내집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높게 설정되거나 수입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면,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상품 1단위 수출로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해올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상품의 양이 많아짐을 의미하고, 그 결과 국제무역을 통해 후생증가(welfare gain)를 얻게 됩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소비하는 상품의 약이 적어져서 후생손실(welfare loss)을 입습니다.


교역조건의 개선 및 악화가 후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물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지금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가지 물음을 머릿속에 계속해서 생각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우선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과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교역조건을 둘러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논쟁'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이 자유무역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이유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앞서 상품의 상대가격이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설명이 아직 와닿지 않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가격 결정


윗 그래프는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 가격 결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저 상품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 입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사족 : 국내 가격과 외국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할 겁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수출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공급이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공급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출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 더 많은 상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국내 수출 공급곡선(XS)'에 나타나 있습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수입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합니다. 


앞서와 반대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수요가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수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입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요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외국 수입 수요곡선(MD)'에 나타나 있습니다.


  • 국제무역시 수출 공급곡선과 수입 수요곡선에 의해 세계시장에서 상품 가격(P무역) 결정

  • 세계시장 상품 가격은 국내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높으며, 외국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낮다


국내는 상품을 수출하고 외국은 상품을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으며, ②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상품의 가격(P무역)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높고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낮기 때문입니다.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 높기 때문에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상품을 수출하게 되고,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 낮기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상품을 수입하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만약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높다면 국내는 상품을 수입하게 되고 외국은 수출할 겁니다.


어느 경우든지,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입니다. 만약 나라들마다 상품가격이 똑같다면 세계시장 가격도 자급자족 균형 가격과 같기 때문에,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직관적인 그래프를 통해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앞선 예시에서는 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및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모두 달랐습니다. 그럼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와 외국 둘 중 한 곳의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하면 어떨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국내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다시 말해,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으로 나타내지는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소비가능선(CPC, Counsumption Possibility Curve)을 통해 '세계시장 가격 및 교역조건에 따른 무역의 이익 변화'(gains from trade)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설명에 앞서, 리카도가 비교우위를 설명할 때 예시로 들었던 경우를 다시 살펴봅시다. 위의 표와 수식은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설명했었습니다. 


맨 위의 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나온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 이며, 아래 두 수식은 잉글랜드(옷)와 포르투갈(포도주)의 자급자족과 국제무역시 특화상품 가격을 보여줍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주 : 왜 잉글랜드가 무역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90/80인지, 왜 포르투갈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120/100인지,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지난글[각주:3]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제무역을 시행하였을 때 나타나는 소비선택의 증가를 살펴봅시다.


① 국제무역 없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자급자족 하는 상황

 


  •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자급자족 상황일 때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에서 옷(Cloth)과 포도주(Wine) 생산에 투입되는 각각의 노동량은 위의 표에 나와 있습니다. 양국의 총 노동량이 1,200명이라고 가정하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consumption bundle)은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2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0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포르투갈은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3.3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5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양국이 기술수준이 변화하여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자급자족 상황을 유지한다면 소비가능선 이외의 조합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②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세계시장 가격은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가격(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이 90/8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80/90)으로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러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잉글랜드가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90/80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도주 1병을 통해 옷 80/90벌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포도주 1병과 옷 80/90벌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3.5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병의 갯수인 90/8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포도주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에 참여하여 포도주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 옷과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3.3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80/9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는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③ 국제무역 시행 이후, 포르투갈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럼 이제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된 경우를 알아봅시다.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은 100/12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은 120/100 입니다.


이러한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한 이유는, 포르투갈이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20/100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옷 1벌을 통해 포도주 100/120 병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옷 1벌과 포도주 100/120병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포르투갈은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8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120/10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에 참여하여 옷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 포도주와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0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인 100/12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포르투갈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④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주는 교역조건





  •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안겨다주는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렇다면 잉글랜드에게만 혹은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경우를 벗어나서, 국제무역이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주려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요?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합니다.


만약 포도주 대비 옷 가격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1 이라면, 잉글랜드 특화 상품(=옷)의 자급자족 가격(=100/120)과 포르투갈 특화 상품(=포도주)의 자급자족 가격(=80/90) 보다 높기 때문에, 양국 모두 무역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세계시장 가격이 1 이어야만 양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계시장 가격이 어느 나라의 특화상품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으냐에 따라서, 무역의 이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달라질테지만, 어찌됐든 양국 모두 자급자족 보다는 소비 선택 폭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1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2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포도주 새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도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5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상호에게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 덕분에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⑤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 크기가 달라짐


이번 파트에서는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 혹은 포르투갈 한쪽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될 경우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었고, 교역조건이 상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도 있었습니다.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이 극대화 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교역조건이 우호적이다는 말은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다는 의미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소비가능선 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잉글랜드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옷 생산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과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포도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잉글랜드가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2병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90/80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3.5병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포도주 생산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와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옷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포르투갈이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5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120/100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8벌 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① '수입관세'(import tariff)

-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 개선하기


지금까지 이번글을 통해 두 가지 논리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수출과 수입, 다르게 말해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이었습니다.


둘째,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을수록, 즉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입니다. 교역조건이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면, 이를 인위적으로 개선시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는 바로 '수입관세'(import tariff) 입니다. 수입국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부담이 수출국가에 일부 전가되기 때문에 상품의 수출 가격이 하락, 다르게 말해 수입국가 입장에서는 상품의 수입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교역조건이 개선되게 됩니다. 


향후 다른글을 통해 구체적인 이론 및 사례를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후생증가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일단 지금은 '교역조건 개선은 소비의 선택폭을 넓혀 후생 증가를 가져오며',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만 머릿속에 담아두면 됩니다.




※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가

- 편향성장(biased-growth)에 따른 상대공급(RS) 차이


수입관세 이외에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성장'(growth) 입니다. 자국 및 외국의 경제성장은 상품의 공급을 변화시켜 세계시장 상품가격(=교역조건)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경제성장이 어떻게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만약 세계 각국에서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면 무역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어떠한 요인이 무역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을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은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목한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technology)이며, 둘째는 헥셔와 올린인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factor endowment) 입니다.


▶ 참고자료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헥셔와 올린의 무역이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에도 그래프를 이용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두 가지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지의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생산가능곡선 기울기와 등가치선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이 이윤극대화 생산 조합


앞서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파트에서는 한 가지 상품을 대상으로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높은 국내는 수출만 ·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낮은 외국은 수입만 하는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부분균형 분석]


하지만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도주를 수입 ·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고 옷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국제무역은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일반균형 분석 필요]


그럼 우선은 국가경제 내에서 두 가지 상품의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 모습이 윗 그래프에 나타나 있습니다.


X축은 옷 생산량, Y축은 포도주 생산량을 나타냅니다. 파란색 곡선은 (소비가능선 개념과 유사한) 생산가능곡선(PPC, Production Possibility Curve)으로 생산자가 선택가능한 생산 조합을 보여줍니다. 이때 생산자는 아무 조합이나 선택하지 않습니다.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따라서 최대한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생산 조합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등가치선(Isovalue Line) 입니다. 두 상품의 '가격 * 생산량'을 더한 것으로 생산자가 얻게 되는 이윤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비싸거나 생산량이 많으면 이윤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등가치선이 바깥쪽에 놓여있을수록 생산자가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생산자는 A · B · C 중 어느 조합을 선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C점이 위치한 등가치선이 가장 바깥쪽에 있으므로 가장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줄겁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생산가능곡선과 등가치선의 기울기(slope)는 두 상품 간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나타내줍니다.


(주 : 왜 접점을 선택하느냐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② 상품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상대공급량 결정


  • 옷 상품의 상대가격 증가에 따라 옷의 상대공급량이 증가하는 모습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하며, 기울기가 두 상품의 상대가격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울기 즉 상대가격이 변화하면 생산자가 선택해야 하는 조합도 바뀝니다.


윗 그래프가 교역조건에 따른 최적 생산 조합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가격 1 일때에 비해 상대가격 2인 경우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공급이 더 많아집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당연한 사실입니다. 상대가격 1에 비해 상대가격 2가 더 가파른 모양인데, 이는 곧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으로 나타내진 상대가격이 상승했음을 뜻하며, 옷의 상대가격이 더 비싸졌기 때문에 당연히 옷의 상대생산량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 오른쪽 그래프 모양처럼, 상대가격에 따른 상대공급곡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할수록 옷의 상대공급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상대가격을 옷 대비 포도주 가격으로 표현한다면, 포도주의 상대생산량이 더 많아지는 모양으로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의 분자와 분모만 거꾸로 바꾸면 됩니다.)


③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다른 국가들, 상대공급곡선이 달라지다


  • 서로 다른 기술수준 및 보유자원을 가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 옷 생산에 편향적인 잉글랜드, 포도주 생산에 편향적인 포르투갈

  • 옷의 상대가격이 동일할 때, 잉글랜드가 포도주 대비 옷을 더 많이 생산

  • 포르투갈은 옷 대비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


그럼 이제 두 나라의 상대공급곡선을 비교해 봅시다. 두 나라는 동일한 상대공급곡선을 가지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는 곧 잉글랜드는 옷을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해내며,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함을 의미합니다. 나라들마다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상품이 서로 다른 이유는 (리카도가 강조한) '기술수준'(technology)와 (헥셔와 올린이 강조한) '부존자원'(endowment factor)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윗 그래프 왼쪽과 오른쪽처럼 서로 다른 모양의 생산가능곡선에서 나타납니다. 잉글랜드는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덕분에 옷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cloth-biased)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wine-biased) 이죠. 


이로 인하여, 똑같은 상대가격 일지라도 두 국가의 상대생산량이 다릅니다. 동일한 상대가격을 기준으로, 잉글랜드는 옷을 더 많이 생산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합니다. 그 결과, 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포르투갈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 : 만약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을 옷 대비 포도주로 나타낼 경우,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잉글랜드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 


④ 국가들마다 서로 다른 상대공급곡선이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내다


  •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

  •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 더 싸다

  •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 더 싸다


그럼 이제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지를 본격적으로 알아봅시다. 그 이유는 위에서 다 찾았습니다. 바로,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차이로 인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서로 다르게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국민의 선호(preference)가 동일하여 수요곡선이 똑같다면, 결국 가격은 공급곡선의 위치가 결정합니다. 


잉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서 더 쌉니다. 반대로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왼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서 더 쌉니다.


이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잉글랜드 및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과 상대수요곡선이 만나서 교역조건이 결정됩니다. 


이때의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보다 비싸고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 보다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옷을 수입해 옵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보다 싸고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 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번글의 앞에서 살펴본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② '편향성장(biased growth)'의 영향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은 교역조건 악화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은 교역조건 개선


국가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게 된 원인을 파악하였고 세계시장에서 교역조건이 결정되는 원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으로 인해 동일한 가격수준일 때 생산해내는 수량이 달랐기 때문(biased)입니다. 개별 국가들은 각자에게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급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서로 다른 모양을 띈 생산가능곡선'과 '다른 위치에 놓인 상대공급곡선' 그래프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은 여러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였고, 나라들마다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이끌어내는 원리도 그래프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제성장이란 생산가능곡선(PPC)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국가들이 가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달라자셔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고, 그 결과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면 교역조건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후생 손실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immiserizing growth)는 주장의 핵심 논거가 됩니다. 


그럼 이제 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후생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국제무역 시행 이후 교역조건은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기 때문에,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이 움직이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변합니다. 


라서,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여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를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가능곡선은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변화하면 이전과 다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때 생산가능곡선은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더 편향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전자는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으로써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후자는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이고 '비교열위를 가졌던 수입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내용 이해를 위해, 여기서는 잉글랜드가 자국(Home), 포르투갈이 외국(Foreign) 이라고 가정합시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 외국의 수출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입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출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상승시키다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입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어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 즉 교역조건은 개선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줄어들어 상대가격(=교역조건)이 상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출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교역조건을 개선시킵니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출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입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하락시키다


앞서와 반대로,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하락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출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증가하여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 즉 교역조건은 하락하고 맙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늘어나 상대가격(=교역조건)이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입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늘어나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분명,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후생증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였는데, 비교우위 상품에 특화를 강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어찌된건지 교역조건은 악화되고 맙니다.


물론,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는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바로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국이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특정 국가의 생산 변화가 세계시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 입니다. 1차 상품은 특정 국가에서 생산량이 변동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곧바로 가격변화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중동 특정 국가의 정치분쟁은 석유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고, 중남미 기후 변화는 세계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선진국은 교역조건 악화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요? 


선진국이 두려워하는 점은 신흥국의 경제성장 입니다. 과거 선진국과 신흥국은 기술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우위 상품 또한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을 쫓아 기술개발을 하게 되자, 과거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을 스스로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즉, 신흥국이 수입편향성장을 하게 된겁니다. 


이로 인하여 선진국 입장에서는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을 맞이하게 되었고,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의 상대공급량이 늘어나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로 칭했던 폴 새뮤얼슨[각주:4] 조차 2004년 논문을 통해 자유무역 논리가 미국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최근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교역조건 개선을 근거로 한 보호무역 옹호와 자유무역 비판의 논쟁들 


이번글에서 알게된 지식을 정리해 봅시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different relative price) 때문이며.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후생증가를 달성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오게 되었고,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 및 비판들은 과거 개도국 및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수입관세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먼저 알아봅시다.



  1.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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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Posted at 2018. 8. 5. 22: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

-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 (both True and Non-Trivial)

- 리카도의 어려운 아이디어 (Ricardo's Difficult Idea)


(저명한 수학자인 동료) Ulam은 과거에 종종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놀리곤 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를 하나 말해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적절한 답이 떠올랐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이 이론은 '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든 낮든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비교우위론은 논리적으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수학자 앞에서 논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하찮지 않다는 점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않는 수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증명된다.[각주:1]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무역이 양 국가의 실질소득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비교우위론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사고방식(simple and compelling concept)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이외의 부류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재빨리 깨닫게 될 거다. 아 (일반사람에게) 비교우위론은 매우 어려운 사고방식이구나. (...)


나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중함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비판자들이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우위가 현실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주의를 끄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리카도모형이 현실에서 무역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듣게 된다. (...)


공공토론에서 경제학자의 무용성은 잘못된 가정에서 오는 거 같다. 우리는 무역에 관해 글을 쓰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각주:2]


- 폴 크루그먼, 1998, Ricardo's Difficult Idea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말했듯이, 경제학자에게 있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 이며, 경제학에서 제일 중요한 이론으로 꼽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높게 평가되는 이론은,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아이디어'(difficult idea)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틀린 아이디어 라는 비판도 듣습니다.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3]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라고 말하며 답답함을 표시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론'은 과거와 오늘날 벌어진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들고,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거스르려는 행동'을 보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세상에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무엇이길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수백년간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학자들과 비전공자들이 바라보는 비교우위론이 얼마나 다르길래 서로 답답해 하는 것일까요?


이제 이번글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이해하는 비교우위론을 알아본 뒤, 이론의 어떠한 점이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지를 살펴봅시다.




※ (복습) 리카도가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배경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에서 설명하였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뜬금없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영국인으로서 리카도가 우려하던 것은 '토지의 수확체감이 초래하는 임금 상승과 이윤율 하락' 이었습니다.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고 수확량은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어 곡물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 또한 오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영농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여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 저해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국제무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리카도를 떠올리는 이유는?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절대우위론을 보완한 비교우위론

-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 (Mutual Gain)


리카도가 전개한 '무역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리카도보다 앞서 애덤 스미스 또한[각주:4]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로 무역의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말하였습니다


스미스는 '무역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각주:5]. 우리가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싸다면, 그것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라고 말하며, 무역의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설명했습니다.


리고 국가의 무역통제를 금지하고 수입제한을 없애자는 자유무역 논리도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이 또한 애덤 스미스[각주:6]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며, "자유무역은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중상주의적 규제는 소비자를 희생하고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분명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국제무역 혹은 자유무역에 관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은 애덤 스미스가 아니라 '데이비드 리카도' 입니다. 왜 일까요? 바로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때문입니다.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중상주의보다 자유무역이 좋구나' 라는 사고를 넘어서서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구나(mutual gain)'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중상주의 비판 및 자유무역론도 사람들의 사고를 완전히 뒤바뀌게끔 공헌을 하였으나, 리카도는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자유무역이 필요하다는 점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강대국과 무역을 하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유무역의 확산에 기여하였습니다.


우선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Absolute Advantage)을 살펴본 이후,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 (Absolute Advantage)


: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로 여러 논거(경제성장, 자유주의적 사고, 중상주의 폐해 등)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입니다. 지난글[각주:7]에서 보았던 『국부론』 일부를 다시 읽어봅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수요되는 같은 양의 상품을 얻기 위해서 외국으로부터 살 때 필요한 것보다 30배나 많은 자국의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이 얼빠진 짓이라면, 1/30 또는 심지어 1/300 정도 더 많은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 역시 앞에서처럼 뚜렷하지는 않아도 얼빠진 짓이란 점에서는 완전히 똑같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산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6쪽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이 무역을 하는 국가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반복하자면,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 합니다.


(주 : 국내에서 번역된 『국부론』은 '비교우위'로 번역 하였으나, 원문은 'some advantage' 입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와 혼동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국제무역을 '서로 다른 국가 간의 전쟁터'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는 반대로, 오히려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낮은 약소국에게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강대국이 만들어낸 값싼 상품을 수입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강대국은 왜 절대열위인 약소국과 무역을 해야 하나요? 


스미스의 논리에 따르면, 절대우위에 놓인 국가는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제일 싸기 때문에, 어느 국가와의 무역에서도 더 값싼 상품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무역을 전쟁터로 바라보는 일반인의 통념을 깨뜨리는 데 공헌하긴 하였으나, 절대우위를 가진 국가가 무역을 통해 어떠한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무역이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였고, 강대국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설득시키지 못했습니다.




※ 마법의 네 숫자 (Four Magic Numbers)

- 옷(cloth)에 비교우위를 가진 영국

- 포도주(wine)에 비교우위를 가진 포르투갈

- 영국, 포도주 수입을 위해 옷을 생산하자 (Cloth for Wine)


  • 2017년 12월, 리카도 비교우위론 등장 200주년 기념
  • Cloth에 비교우위를 가진 영국과 Wine에 비교우위를 가진 포르투갈
  • 영국은 Wine을 얻기 위해서 Cloth 생산에만 전념해도 된다! (Cloth for Wine!)

  •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 출판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에는 애덤 스미스가 41년 전 말했던 절대우위론을 보완하는 무역이론,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담겨져 있습니다. 


    리카도는 마치 사소한(trivial) 논리를 설명하듯이 가볍게 이야기 했으나,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이후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원리』에 나온 그 부분을 한번 읽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0쪽 


    짧은 문단 속에 등장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그리고 '옷(직물)'과 '포도주', 마지막으로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각주:8]라 불리우는 네 가지 숫자가 국제무역이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두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구한 뒤 비교우위 및 열위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리카도가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교과서 버전(textbook edition)의 비교우위론이 아니라 리카도의 가치 이론(Ricardian Value Theory)에 따른 비교우위론을 생각해봅시다.


    (주 :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내용을 좀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표를 봅시다.



    잉글랜드는 옷을 생산하려면 100명의 노동, 포도주는 120명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포르투갈은 옷 생산에 90명, 포도주에 80명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카도는 갑자기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 라고 단언합니다. 즉, 표에 색칠한 품목이 양 국가가 비교우위를 가진 채 수출하는 상품입니다.


    리카도가 왜 이렇게 단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치 이론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을 통해, 리카도는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있다"고 믿었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이른바 '투하노동설' 입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노동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상품의 가치는 100이고, 120명이 투입된 상품의 가치는 120 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로 교환될 일이 없습니다. 100명이 투입된 상품과 120명이 투입된 상품이 똑같은 가치로 교환, 예를 들어 100의 가치로 교환된다면 120 짜리 상품은 손해를 보는 셈이기 때문이죠. 또는 120 가치로 교환된다면 100짜리 상품은 앉아서 이득일 보게 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습니다. 만약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 보다 높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옷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보다 작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포도주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조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상대 가치로 교환됩니다. 즉, 잉글랜드가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 상태로 살아간다면, 두 상품의 상대 가치는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값을 계속 가질 겁니다. 리카도의 숫자를 예시로 쓴다면,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 가치는 상대 투하노동량과 동일한 100/120을 띄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 상품 교환을 할 때는 국내 교환과는 다른 법칙이 작동합니다.

     

    한 나라에서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는 것과 동일한 규칙이 둘 또는 그 이상의 나라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7쪽 

     

    이 말이 무슨 말이냐하면,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가 최소한 어느 한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는 다른 값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무역거래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만약 옷의 상대 가치가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옷 생산에 투입하는 상대 노동량보다 높다면 양 국가 모두 옷을 생산할 겁니다. 반대로 옷의 상대 가치가 적다면 양 국가 모두 포도주를 생산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두 국가는 똑같은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무역교환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됩니다


    아래를 통해 표와 수식을 다시 살펴봅시다.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이른바 '교역조건'의 중요성 (Terms of Trade)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하는데, 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앞서 살펴본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깊게 생각해봅시다.


    바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는 말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과 한 가지 차이가 나타나는데,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 가격의 기준이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결정하는) 절대 가격이 아니라 (생산성의 상대 수준이 결정하는) 상대 가격(relative price) 이라는 점입니다.  


    절대 가격을 보면 포르투갈은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잉글랜드에 비해 높기 때문에, 옷이든 포도주든 수입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게 훨씬 더 값이 쌉니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비교적 싼 지를 혹은 둘 중 어느 제품을 외국에 판매해야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열위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열위 국가로부터 수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열위여서 국내 상품 가격이 높은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우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상대 가격을 받고 절대우위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절대우위와 절대열위 국가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습니다.


    리카도가 책을 집필하던 시기에는 경제주체가 선택을 할 때 '기회비용'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고가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않았으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인식을 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주 :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원리』에 나타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는 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포르투갈이 수입하는 상품이 잉글랜드에서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적은 노동으로 생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환은 일어날 것이다. 비록 포르투갈은 직물을 90명의 노동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데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나라로부터 그것을 수입할 것이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은, 그 자본의 일부를 포도 재배에서 직물 제조로 전환시켜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직물을, 잉글랜드에서 획득하게 해주는 포도주 생산에 그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잉글랜드는 8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해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한 교환은 동일 국가의 개인들 사이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이 잉글랜드인 80명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질 수는 없지만,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은 포르투갈인 80명, 러시아인 60명, 또는 동인도인 12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한 대가로는 주어질 수 있다. (...)


    그리하여 직물이 포르투갈에 수입되려면,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치르는 값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금을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도주가 [포르투갈에서] 잉글랜드로 수입되려면, 그것이 포르투갈에서 치르는 값보다 잉글랜드에서 더 많이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무역이 순전히 물물 교환이라면,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잉글랜드가 일정한 노동량으로 포도 재배 대신에 직물 제조로 더 많은 양의 포도주를 획득할 수 있을 만큼 직물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동안뿐일 것이며, 또 포르투갈의 산업에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날 동안뿐일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1쪽 


    이처럼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나 비교우위 원리는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크루그먼이 말한 것처럼) 간단하고 흥미롭습니다(simple and compelling).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 주는가

    - 개도국 : 생산성이 높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비교우위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무역을 하는 국가들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mutual gain)는 것입니다. 절대열위인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우위인 국가도 비교열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해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역이 상호이득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개도국이 선진국 대기업을 어떻게 이겨?" 여기에 더해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설명을 해주면 "그럼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해서 상품을 싸게 만들면 우리 선진국은 어떻게 수출하나?" 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개발도상국 : 생산성 높은 선진국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즉,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가 말하는 상호이득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내비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이들의 우려가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 알아봅시다.

     

    리카도는 투하노동량이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으나, 오늘날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한계)생산성'과 '임금' 입니다.

     

    상품 한 단위 생산에 a명의 투입된다는 말은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이 1/a 단위라는 말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한 대 생산에 4명이 투입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은 스마트폰 1/4대이죠. 즉, 리카도가 사용한 투하노동량에 역수를 취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가격은 '임금/생산성'이 결정짓기 때문에, 임금이 높을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낮을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임금이 낮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가격은 하락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을 앞에서 구해놓은 '양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상품의 상대 가치의 관계'에 대입하면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이 어디에서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관계가 말해주는 바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선진국은 개도국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기록하는데(wage disadvantage), 선진국이 누리는 최저 생산성 우위(lowest productivity advantage, 좌변) 보다는 높고 최고 생산성 우위(highest productivity advantage, 우변) 보다는 낮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거나 '개도국의 저임금 우위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 두 국가 모두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무역의 상호이득은 사라질 수 있으나, 임금은 전체 노동시장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오직 무역을 위해서 임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힘듭니다. 

     

    (주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주 :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게 유지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


    지난글[각주:9]과 이번글의 앞에서 복습했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유무역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였습니다.


    리카도가 바라보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었습니다. 곡물 생산을 늘려나가면 영농자본가의 수익이 늘지 않고 지주만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확체감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 상승은 산업자본가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바람직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영국과는 달리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는 자유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시 영국이 제조업이 아닌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었다면, 자유무역의 결과 농업부문 특화가 더 진행되어 (리카도의 가치 · 지대 · 임금 · 이윤 이론에 따라서) 경제성장에 악영향만 끼쳤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할 수 있느냐', 다르게 말해 '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울 수 있느냐' 여부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논점이 되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③

    - 특화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에 대한 의문은 결국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느냐가 무역의 이익을 누리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해 줍니다. 그리고 이는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를 한 결과, 특화품목의 생산량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자유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발전됩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비교우위론은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고 설명합니다. 


    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그러므로 무역의 이익 크기(gains from trade)는 '국내 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짓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판매해야 하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수출시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수출로 얻게 된 돈으로 더 많은 수입품을 수입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내 판매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똑같다면, 굳이 무역을 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수입도 줄어들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개별 국가가 생산성을 증가시켜서 특화품 가격을 낮게 만들게 되더라도,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수출시장 가격은 변동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수출시장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그러나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 상품(raw material)은 특정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가격이 크게 변동합니다. 가령, OPEC 등 산유국이 원유채굴량을 늘리면 석유가격이 크게 하락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결국 '비교우위에 입각해서 특화를 한 뒤 생산량을 증가시켰더니,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무역의 이익이 사라졌다'는 현상을 초래하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유사하게,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선진국에만 유리하고, 1차 상품에 비교우위를 가진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④

    - 어떤 산업이 비교우위를 가지는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가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③은 결국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는가',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리카도는 '비교우위가 상대적인 생산성(relative productivity)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 우위를 가진 산업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느냐도 다릅니다.


    그럼 보다 근본적으로 국가마다 다른 상대적인 생산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 영국 등 선진국은 제조업 부문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고, 왜 남미 등 개도국은 1차 산업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또한 현재는 비교열위에 놓여져있는 수확체증산업 및 제조업을 성장시켜서 미래를 도모하고 싶은데,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헌번 결정된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인가요?


    이러한 물음들은 결국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현재 영유아(Infant) 상태인 산업을 자유무역에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정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입니다. 주로 산업화 후발주자인 국가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쓰는 산업정책 입니다.


    만약 한 국가가 가지는 비교우위가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으로 그저 빨리 진입(early entry) 했기 때문에 가진 것'이라면, 늦게나마 진입하려는 국가가 미래에 더 나은 우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비교우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지금은 자유무역을 따르기보다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우위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그저 "미래는 생각치 말고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 특화해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영원히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개의 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과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⑤

    -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 무역개방 이후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근로자와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은 작동하는가 


    앞서 소개한 논쟁들이 '비교우위의 원리 그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둘러싼 것이라면, 이번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한 이후의 대책'에 관한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 및 데이비드 리카도 등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비교우위 및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후 비싼 값에 수출하고, 나머지 상품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이른바 '수입품의 간접생산'(indirect product) 논리 입니다.


    무역개방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인 생산성이 낮아서 생산을 중단하게 된 산업이 생길 겁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요? 그리고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선호하는) 제조업이 비교열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요?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와 '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 선진국에서 특히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


    이번글에서 짧게나마 소개한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들은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를 통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본격적인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서로 다른 상대가격'과 '교역조건'이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1. He used to tease me by saying, 'Name me one proposition in all of the social sciences which is both true and non-trivial.' This was a test that I always failed. But now, some thirty years later, on the staircase so to speak, an appropriate answer occurs to me: 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the demonstration that trade is mutually profitable even when one country is absolutely more - or less - productive in terms of every commodity. That it is logically true need not be argued before a mathematician; that it is not trivial is attested by the thousands of important and intelligent men who have never been able to grasp the doctrine for themselves or to believe it after it was explained to them. [본문으로]
    2. I believe that much of the ineffectiveness of economists in public debate comes from their false supposition that intelligent people who read and even write about world trade must grasp the idea of comparative advantage. With very few exceptions, they don't -- and they don't even want to hear about it. Why?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8.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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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Posted at 2018. 7. 18. 23:2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자유무역을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머리말>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사나운 표정의 사진을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책에서 우리는 절름거리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 기쁨보다 분노와 불만을 담은 표정을 찍은 사진을 쓰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즐거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장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제 제조기업들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최선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제조공정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들이 툭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홈팀이며, 우리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호적인' 교역 파트너들과 더 나은 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 멕시코 같은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만든 세계 최고의 시장을 너무 많은 방식으로 그냥 내주고 있다. (...)


    이제 나는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의지와 과거처럼 '미국산' 배지를 명예롭게 만들겠다는 헌신뿐이다.


    - 도널드 트럼프, 2015,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




    ※ 자유무역을 둘러싼 트럼프와 경제학자들 간의 대립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 · 힐러리에 대한 비토 · 백인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요인은 '자유무역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 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현재의 무역체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벌어졌던 Brexit에 이어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되자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보호무역 흐름이 도래하는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말해온 공약을 하나둘 시행해 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으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당황해하며 또한 분개했습니다. Gregory Mankiw[각주:1]부터 Paul Krugman[각주:2]까지 정치적이념과 전공에 상관없이[각주:3]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자유무역이 생산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부여하며, 무역의 장기적인 이익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물음에 대해, 약 95%의 설문 응답자(경제학자)가 동의(Agree)를 표했다.

    • IGM Economic Experts Panel - Free trade, 2016.03.22


    경제학자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옳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지는 "무역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손해를 보상해주면 된다." 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승리를 초래하지 않았을 지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경제학자들이 세계화의 치어리더(globalization's cheerleaders)가 되지 않고 학계에서 훈련받은 태도를 견지했다면, 대중논쟁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여년 전, 나는 『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를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결연한 대응이 없다면, 너무 심한 세계화(too much globalization)는 사회분열을 심화시키고, 분배 문제를 초래하며, 국내 사회적합의를 악화시킬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후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고, 나의 책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내 책의 주장을 세계화를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경제학자 동료 중 한명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당신의 주장이 선동정치가 등에게 남용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나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주장에) 내포된 전제는 무역논쟁에 있어 야만인들이 한쪽편에 있다는 것이다. WTO체제나 무역협상에 불평하는 자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고, 지지하는 쪽은 항상 천사의 편이라는 말이다. (...)


    학자들이 공공논쟁에 참여할 때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왔다. 학자들은 무역의 이점을 말해야하며 세세한 사항은 깊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상황을 초래한다. 학자들이 작업하는 무역의 정통모형은 분배효과를 말한다. 무역의 이점 반대편에는 특정 생산자나 근로자의 손실도 존재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가 무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오랜기간 알아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경이로운 비교우위나 자유무역'(wonders of comparative advantage and free trade)을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NAFTA나 중국의 WTO 가입 등이 분배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해 졌음에도, 경제학자들은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minimized distributional concerns)하고 총 무역 이익만을 강조했다(overstated the magnitude of aggregate gains from trade deals). (...) 국제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면서 경제학자들은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따라 국제무역 반대자의 목소리만 더 강화되었다. (서문) (...)


    경제학자들이 좁은 이념에 빠진 이유는 경제학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초래된 노파심으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학계 내에서 이야기되는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기 보다, 특정 이념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표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자가 경제학과 교수에게 전화해서 "X국가와 Y국가의 자유무역이 좋은 생각일까요?"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응답을 할거다. 그런데 대학원 국제무역 수업에서 학생이 "자유무역은 좋은가요?" 라는 물음을 던지면 어떨까. 아마 앞선 사례와는 달리 자유무역이 좋다는 응답이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교수들은 이런 물음을 학생에게 다시 던질거다. "학생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 좋은건가요?" "만약 여러 조건이 만족되고 있으며, 무역의 혜택을 받는 자에게 세금을 징수해서 손해를 보는 자에게 전달된다면 자유무역은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거다. 그리고 수업이 더 진행되면 경제학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으며 다른 조건들에 달려있다는 말을 덧붙일 거다. (...)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118-123)


    - Dani Rodrik, 2018, 『Straight Talk On Trade』


    하버드대학교 소속 경제학자 Dani Rodrik은 2018년에 출간된 저서 『Straight Talk On Trade』를 통해, 대중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이 보인 태도가 되려 자유무역 체제에 독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무역개방이 가져다주는 피해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계 내에서는 '무역이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 '무역과 불균등의 관계'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앞으로 어떤 무역체제를 가져야할지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논쟁장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자유무역이나 FTA협상 등이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면, 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역이 초래하는 실제적인 피해 때문에 고민하는데, 학자들은 앵무새처럼 원론적으로 좋은 말만 반복할 뿐이죠.


    왜 학자들은 학계와 대중논쟁장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Rodrik이 지적하듯이 '자유무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 입니다. 


    자유무역은 분명 특정계층에게 피해를 안겨다 줍니다. 그리고 경제학원론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피해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유무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호무역주의자들은 학자들의 논리를 비약시켜 "자유무역의 폐해는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장벽을 쌓아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다. 이건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약입니다.


    •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책.....


    "대중논쟁장에서 자유무역을 비판한다고 해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우려는 기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서점에 가 보면 자유무역 논리를 설명하는 서적보다는 비난하는 책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류의 책들은 부제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나 '자유무역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숨겨진 역사' 등을 달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나는 자유무역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타당해 보이는데, 왜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를 싫어하나?" 일겁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분명 자유무역의 한계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맥락과 초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흐름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국제무역의 모습'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주로 선진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불평하는 것은 같은 선진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자유무역을 비난해온 국가들은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논리이다", "자유무역 혹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정책은 경제발전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1960~70년대 중남미국가는 종속이론을 말하며 선진국을 비난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WTO나 G7 같은 세계적 회담이 열리는 장소에서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보 및 개도국 시민단체가 대규모로 모여서 반대집회를 가지곤 했습니다. 


    도대체 최근 자유무역 혹은 세계화 진행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건 경제발전 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경제가 발전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은 정책으로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①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한 국가가 선진국과 교역을 하면 경쟁에서 패배하여 시장을 내주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도국은 주로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수출하는데, 수출을 증가시킬수록 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이 하락하니 교역증대는 오히려 손해 아닌가?  

    → 특화 : 비교우위 논리는 특화를 이야기 하는데, 그럼 개도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만 생산해야 하나? 


    ②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개도국은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남반구(South)에 주로 위치한 개발도상국은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들은 산업화를 위해 제조업(Manufacturing)을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제조업 육성을 하지말고 (현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1차상품에 특화해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원자재 수출 국가가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개방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몇몇 개발도상국은 아예 비교우위론을 배척하였고 개방정책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몇몇 국가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 논리를 따르되 처한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두 부류의 개발도상국 간 경제발전 정도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었고,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습니다.   


    ▶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이 되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주된 이유는 바로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의 등장' 입니다. 특히 '중국의 부상'(China Shock)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선진국의 주된 무역패턴은 '선진국 간 교역'(North-North)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야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게 중요할테지만, 선진국 입장에서 개도국과의 교역량은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교역'(North-South)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이 뒤쫓아오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었습니다. 


    ①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적자 :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나날히 커져가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나? 


    ②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저임금 국가와 교역을 하면 값싼 상품에 밀려 시장경쟁에서 패배하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수출해오던 상품을 생산·수출하기 시작하면 무역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을까?

    → 무역의 이익 배분 :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 및 근로자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 : 신생 기업과 산업이 퇴출 기업과 산업을 재빨리 대체할 수 있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다른 일자리를 재빨리 구할 수 있나?


    ③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보호의 필요성 &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보호의 필요성

    →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 : 신흥국 제조업 부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보유한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방치해야 하나?

    → 지적재산권 준수 요구 : 중국이 지적재산권 협약 및 국제무역협정을 위반한 채 불공정무역을 하게끔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



    과거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고민했다면, 이미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고민은 '무역의 충격이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현실'(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비교열위 상황이 된 산업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신흥국 신생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생긴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복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주된 고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중국과의 경쟁때문에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 벨트에서의 득표'를 꼽는 이유와 '2018년 현재 중국과 무역마찰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주요 논점들 정리


    다시 한번 말하자면, 과거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오늘날 선진국은 무역의 이익 분배(Income Distribution)를, 즉 서로 다른 초점을 가진채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무역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논점을 머릿속에 정리해봅시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옳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4월 4일자 트윗
    •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치고 있지 않다. 그 전쟁은 멍청하고 무능력한 전임 대통령 때문에 수년전에 패배했다. 우리는 지금 매년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가지게 되었으며, 3천억 달러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물이 무역수지 적자'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무역수지 혹은 경상수지에 관해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한지 250년 가까이 되었으나 중상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 및 내재된 문제점

    → 데이비드 리카도가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를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비교우위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아야

    → 비교우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아마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경제이론 일겁니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을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으로 꼽고 있으나, 수많은 비전공자들에게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주장일 뿐입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의 상당수가 '비교우위'를 중심으로 벌어져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함의를 알아보고, 비교우위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겁니다.


    제조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을 동일시한 개발도상국의 관점

    → 제조업 일자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관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이 보여주는 패턴과 선진국 제조업 감소의 원인을 이해해야


    • 왼쪽 : 1993~2016년, 전세계 제조업 수출액 중 중국 제조업 수출액 비중. 1993년 3%에 불과했으나 2016년 18%에 달한다. (출처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 오른쪽 : 1993~2016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와 고용비중. (출처 : BLS Employment Situation)


    : 과거와 오늘날의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결국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목적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을 '산업화'와 동일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제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제발전 전략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채택하면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 제조업 감소 요인 중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더 나아가서, 거시경제와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바라보는 제조업을 알아본 뒤, [further issue]로 '제조업' 그 자체에 대해 깊게 공부해봅시다.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소개


    자,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읽어나갈 겁니다. 시리즈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사상적 배경과 이론의 발달과정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을 통해,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 생각 그리고 비교우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을 통해, 달라진 세계화 모습과 신흥국의 부상이 선진국 산업 · 일자리 · 임금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 과거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보완

    - 자유무역 사상 및 비교우위 이론의 등장배경과 발전과정


    2015년에 6편의 글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 새로 작성될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①'『국부론』에 나타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 ②③'『원리』에 등장한 리카도의 곡물법 논쟁과 비교우위론', ④'호주 보호무역 사례가 촉발시킨 비교우위 문제점 및 무역의 이익 배분 문제'를 다룰 겁니다. 


    여기서는 2015년 시리즈처럼 단순히 무역이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유무역 사상과 비교우위 이론이 나왔는지", "스미스와 리카도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것이 오늘날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 게 목적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  

    - 교역조건의 중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는 영원히 고착화되나

    -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했던 개도국의 상반된 결과물


    : [개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에서는 이번글에서 짧게 소개했던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가졌던 오해'를 다룰 겁니다. 이 과정에서 왜 주류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옹호하는지, 주류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비교우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왜 비교우위를 비판하며 무작정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일부 집필가들의 서적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

    - China Shock

    - 무역으로 피해를 본 산업, 기업, 근로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 [선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슈를 다룹니다. '중국의 부상이 선진국에 미친 영향',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과 영향'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1. 'Why Economists Are Worried About International Trade'. NYT. 2018.02.16 [본문으로]
    2. 'Oh, What a Stupid Trade War (Very Slightly Wonkish)'. NYT. 2018.05.31 [본문으로]
    3. Mankiw는 공화당 지지자, Krugman은 민주당 지지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또한 Mankiw는 거시경제, Krugman은 국제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합니다. (맨큐의 경제학의 그 맨큐입니다.)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Posted at 2015. 5. 19. 00:0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이 글은 2015년 5월 19일에 작성되었던 것을 2018년 11월 29일에 전면 개정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는 무역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여 부족한 설명을 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 서로 다른 상대가격 (different relative price)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서로 다른 국가들간에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신라는 아라이바 상인들과 물건을 교환하였고,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남미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금은보화와 향신료를 얻어내었다. 현대 국가들도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수출하고 다른 상품을 수입하는 교역행위를 수행한다. 


    과거와 현대의 국제무역 행위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예전과 지금의 무역에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둘째,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셋째,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가?


    첫째,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사상의 변화 : 중상주의 사상 → 자유무역 사상

     

    •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을 지배했던 사상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다. 중상주의는 “무역을 통해 금과 은 등 재화를 축적(accumulation)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의 교역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과거 사람들이 바라본 무역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1776년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 출판된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달라졌다. 애덤 스미스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외국이 우리가 제조하는 것보다 값싸게 공급하는 상품을 수입”(import for low price of commodity)하는 것이 무역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보았다. 재화의 단순한 축적은 의미가 없으며, ‘값싸게 수입해온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의미있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무역장벽을 높여 수입을 막고 식민지를 개척하여 수출만을 증대시키는 정책 대신, 무역장벽을 낮춰 서로간에 값싼 상품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자유무역'(free trade) 정책과 사상이 발현되었다.

     

    둘째, 국제무역의 이익 :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을 수입 

     

    •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
    • 1817년 작품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따르면,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은 가격이 싼 수입품의 이용 그 자체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애덤 스미스의 이론 하에서 무역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수입품의 절대가격(absolute price)이 국내 제조품보다 낮아야 한다[절대우위론(Absolute Advantage)]. 만약 모든 상품을 가장 값싸게 스스로 제조하는 국가는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한 단계 더 높여준 인물이 바로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상대가격(relative price)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절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이 아닌 “스스로 제조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을 수입해오는 것이 무역의 이익”이라고 말하였고[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 이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무역으로 상호이익(mutual gain)을 얻을 수 있다.

    (주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스스로 제조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다'라는 말은 '자급자족 대신 무역을 함으로써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번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셋째,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 :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 것일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는 절반만 맞는 답이다.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무역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주장을 통해 우리는 보다 정확한 답을 알 수 있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수출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태인 국가들끼리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② 무역 이후 세계시장 가격과 개별 국가들의 자급자족 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different relative price)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autarky vs. world relative price)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이제 이번글에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와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아보도록 하자.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특화를 해도 될까?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라는 말이 아직 와닿지 않을테다. 우선 두 가지 개념을 익히고 가자.

     



    위의 표는 자국과 외국에서 자동차 ·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투입량(necessary labor input)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체 총 노동량은 100명으로 동일하다. 


    자국은 자동차 1대 · 의류 1벌 생산에 동일하게 노동자 1명씩 필요하며, 외국은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표를 통해 '노동생산성'과 '생산의 기회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


    ● 노동생산성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4대를 생산'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의류 1/2벌을 생산'한다는 말과 같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와 의류 생산에 노동자 1명이 동일하게 필요하므로,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1대, 의류 1/1벌을 생산'한다.


    이는 곧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을 뜻하며, 자동차와 의류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1/각 부문 필요노동량'을 통해 알 수 있다. 


    ● 기회비용

     

     

     

    그리고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4명을 투입하면 (4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2벌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 2명을 투입하면 (2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2대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1벌을 포기하는 셈이고, 의류 1벌 생산하기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대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개별 상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s)을 뜻하며, 만들고자 하는 상품 대신 다른 상품이 생산되는 갯수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의류 4/2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자동차 2/4대)으로 구할 수 있다. 자국의 경우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1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1대가 된다.


    ● 특화

     

     

    이제 자국과 외국 간 기회비용을 비교해보면, 서로 간에 낮은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자국은 자동차 생산의 기회비용(=1/1)이 외국의 것(=4/2)보다 낮으며, 외국은 의류 생산의 기회비용(=2/4)이 자국의 것(=1/1)보다 낮다. 비용이 낮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에 특화하고 외국은 의류에 특화하여 상품을 교환하면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한다'(specialization)는 논리가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한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라고 널리 알려져있다. 


    그런데 !!!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이 낮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조건이 성립되어 있지 않으면 특화의 유인이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다. 


    특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바로 '자급자족 상대가격 보다 높은 세계시장 상대가격(higher relative world price), 이른바 우호적인 교역조건'(favorable Terms of Trade) 이다. 




    ※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

    -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특화 및 무역패턴 결정


    우호적인 교역조건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해보자. 이를 통해,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는 자동차 혹은 의류를 생산하면서 '노동임금'을 받게되고, 개별 상품 생산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상품 판매가격 - 노동투입량*임금'을 '이윤'으로 가지게 된다.


    ● 자급자족 (Autarky)


     

    만약 (외국이든 한국이든) 자동차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반대로 의류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모든 노동자들은 의류를 생산하고 싶어할테다. 어느 한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구직을 희망하는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그 결과 균형임금은 하락한다. 더 낮은 임금을 제시하면 노동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균형임금은 상승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국가 내 산업간 임금은 동일해진다.   



     

    생산자시장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만약 자동차(의류) 생산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면 모든 생산자들은 자동차(의류)을 생산할테고 자동차(의류) 노동자 수요가 증가한다. 노동수요 증가는 임금상승을 유발하여 생산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각 부문의 이윤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부문의 이윤은 0이 되고, 이윤이 0이 되는 수준에서 상품가격이 결정된다.



    생산자 입장에서 자동차와 의류 무엇을 생산하든 동일한 이윤을 획득하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한 국가내에서 두 상품이 모두 생산된다. 그리고 두 상품의 상대가격은 기회비용과 동일해진다.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2'가 된다. 역으로 자동차로 표시한 의류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1/2'이 된다. 

     

    이처럼 자급자족 상황(Autarky)에서 자국(Home)과 외국(Foreign) 간에 상대가격은 다른 값을 가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양국간 노동생산성의 차이로 인해 기회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자국과 외국의 필요 노동투입량이 동일하고 이에따라 노동생산성도 똑같다면, 기회비용이 같아지게 되어 상대가격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높다. 외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높다. 


    ● 시장개방 (Opening)


    이제 한국과 외국 두 나라가 시장개방을 통해 상품교역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왜 (멀리 떨어져있는)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가?"


    이 물음은 아주 중요하다. 만약 자국 내에서 특정한 상품을 생산할 수 없고 외국에서 조달해야만 하면,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상품은 모든 나라에서 생산될 수 있다. 한국과 외국은 쌀과 자동차를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데, 왜 서로 무역을 해야하는가.


    그 이유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가에 더 비싼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판매 할수 있기 때문이며, 자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자급자족 상황에서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에서는 1(=1/1) 외국에서는 2(=4/2) 라고 말하였다(autarky price). 국제무역이 시작되면 자동차(A)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은 1과 2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고(world relative price)[각주:1]. 3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5인 경우 (1과 2 사이)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 수출,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해오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수입)


    2)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수출하더라도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내수판매와 무차별하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으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자동차 특화하나 안하나 무차별,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하여 더 비싼 값에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을 지불하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자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더 싼 가격에 수입)


    3)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이 2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비싼 값을 받게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수출하는 것과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하여 수출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출 무차별)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1/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해오면 싼 가격을 지불해도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무차별하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자동차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이러한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양국에서 모두 다르다면, 각 국가들은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특화하여 수출하고 높은 품목은 수입한다. 개별 국가 내에서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가 이루어진다.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한 국가에서는 다르고 한 국가에서는 동일하다면, 가격이 다른 국가는 완전특화를 하고 가격이 동일한 국가는 (무역개방 이전 자급자족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 전자의 국가는 무역을 이익을 누리고 후자의 국가는 무역의 이익이 없다. 


    이처럼 세계시장 상대가격(world price)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별 무역패턴(trade pattern)이 결정된다. 자급자족 상대가격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높은 상품은 특화하여 수출하고 더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 자급자족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와 해외 판매가 무차별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나 해외에서 조달하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즉, ① 국가간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② 자연스레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각국 자급자족 상대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③ 무역을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과 외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로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를 꼽았다. 


    양국의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투입량이 다르고 기회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각국의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비교우위 혹은 비교열위를 가지는 상품이 생겨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한다.


    (주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는, '국가간 요소 부존자원(factor endowment) 차이'로 인해 상대가격이 달라진다는 헥셔와 올린의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국제무역을 통한 '이익'이란 무엇인가? (gains from trade)

    -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국내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수입한다는 논리는 매우 직관적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무역으로부터 얻는 이익을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벌고, 싸게 구매해서 돈을 아꼈다” 라는 중상주의적 관점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한 수출상품 덕분에 더 많은 양의 수입상품을 값싸게 들여올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자급자족에 비해 확대'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무역의 ‘이익’이다. 


    이번 파트를 통해 국제무역을 통해 양국이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어떻게 확대시키는지, 그리고 무역의 이익을 보다 더 증대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앞서의 예시를 다시 생각해보자. 


    자국은 자동차에 비교우위를, 외국은 의류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자급자족일 때,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의류 상대가격 또한 1이다. 외국은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자동차 상대가격은 2였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외국의 경우,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가격이 1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무역의 이익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 간의 차이'이고, 자급자족 상대가격은 국내 상황에 의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얼마냐'가 중요해진다.


    여기서 세계시장 상대가격은 '교역조건'(Terms of Trade)를 의미한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을 겉으로만 살펴보면 단순한 '수출상품 가격 / 수입상품 가격' 이지만, 사실 교역조건은 '수출상품 1단위와 교환할 수 있는 수입상품 단위 수'를 의미한다.

    ▶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이러한 교역조건이 국제무역을 통해 소비가능한 상품을 어떻게 늘리는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자국은 자동차 1대를 수출하여 의류 1벌을 수입해오지만, 1.5면 의류 1.5벌 수입, 2이면 의류 2벌을 수입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이면 의류 1벌을 수출하여 자동차 1/2대를 수입해오지만, 2/3이면 자동차 2/3대, 1이면 자동차 1대를 수입할 수 있다.  

    따라서, 교역조건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비교우위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하여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다르게 생각하면, 무역은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 상황에서 자국은 비교열위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을 투입해야 한다. 이제 무역을 한다. 교역조건이 1.5(=3/2)이면 노동자 2/3명을 자동차 2/3대 생산에 투입한 뒤 의류 1벌을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2라면 노동자 1/2명으로 자동차 1/2대를 생산하고 의류 1벌을 수입해온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외국은 비교열위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4명을 투입해야 한다. 무역을 하게 되고, 교역조건이 2/3이면 노동자 3명으로 의류 3/2벌을 생산하여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1이면 노동자 2명으로 의류 1벌을 생산한 뒤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온다.


    따라서, 국제무역을 통한 비교열위 상품 수입은 더 적은 노동으로 '상품을 간접생산'(indirect production) 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간접생산 효과는 증폭된다.


    ▶ 국제무역이 만들어주는 효율성 이익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각 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일치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이 글에서는 자동차 상대가격 3/2 혹은 의류 상대가격 2/3), 각 국은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를 통해 비교우위 상품만 생산하게 되고,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특화와 교환을 통해, 같은 노동으로 더 많은 양을 소비케하거나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을 소비할 수 있게끔 만들어, '효율성의 이익'(efficiency gain)을 안겨다준다.


    ▶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상호이득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할 경우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 덕분이다. 


    여기에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노동생산성이 절대우위냐 열위냐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서 국제무역에 참여할 경우 더 비싼 값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것일 뿐이다.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 후진국의 저임금을 불평하는 선진국

    -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두려워하는 후진국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여러 이익을 가져다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1817년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제일 큰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내부에서 비교우위론에 대한 불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불평은 “후진국의 낮은 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고, 후진국의 불평은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교우위론과 생산성&임금 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예시로 든 자국과 외국의 경우를 이용하여 임금수준을 알아보자.


     

    ‘자동차(A)와 의류(T)의 세계시장 가격‘ 범위는 ‘자국(H)과 외국(F)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에 의해 결정됐다. 이때,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A)에 비교우위가 있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외국은 의류(T)에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에 의해서 결정되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에 의해서 결정된다. (2) 수식을 (1)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두 국가의 임금수준은 양국의 생산성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그에 맞추어 임금수준도 높고,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임금수준이 낮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의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되고, 저임금 국가의 우위는 저생산성 때문에 상쇄된다. 따라서, 선진국은 높은 생산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후진국은 낮은 임금을 통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다. 


    두 국가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상황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내에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선진국이 후진국의 낮은 임금을 걱정하거나, 후진국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걱정하는 건 비교우위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 자유무역 균형을 이탈하는 저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서 이탈할 한 가지 가능성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에 있을 경우'이다.


    자국(H)의 임금이 1일 때, 외국(F)의 임금수준이 1/5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본래라면 외국의 임금수준은 최소 1/4, 최대 1/2이어야 하는데, 무역경쟁력을 더 획득하기 위해 이보다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5(=5/2)로 설정되어, 자동차 생산에 비교우위를 가진 자국에 더 우호적인 교역조건(이전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은 2)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 2.5는 외국 자동차 부문에도 우호적인 교역조건이다. 왜냐하면 자급자족일 때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데, 시장개방을 하면 상대국가에 2.5를 받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은 본래 비교우위를 가졌던 의류 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수출을 한다.


    더군다나 노동투입량*임금 으로 표현되는 생산비용이 외국(4/5)이 자국(1)보다 더 낮기 때문에, 외국과 자국의 자동차 생산자가 똑같은 가격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면 외국 생산자는 더 많은 이윤(profit)을 얻게 될것이고, 자국 생산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자국(H)은 본래 비교열위 였던 의류 뿐만 아니라 비교우위를 가졌던 자동차도 생산을 멈추게 되고, 오직 외국(F)만이 상품을 생산하며 양국의 시장을 전부 차지한다.


    여기에서 "아니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절대우위 · 절대열위에 상관없이, 각 국가가 최소 하나 이상의 상품은 특화하여 생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맞다. 비교우위론은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다르면 비교우위 상품에 완전특화가 이루어지고,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같다면 자급자족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 위의 예시는 외국(F)의 임금수준이 '비교우위론을 따르는 생산성 수준 범위 밖'에서 인위적으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원리가 올바로 작동한다면. 초과이윤을 목격한 외국(F) 의류 생산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노동수요 증가에 따라 자동차 노동자 임금이 상승하여 임금수준이 본래 생산성 수준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이지만, 인위적인 힘으로 임금을 계속 통제할 경우 세계시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 '인위적인 저임금'으로 알아보는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저임금이 국제무역에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유럽경제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벤 버냉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비판[각주:2]하였다.(이에 대한 해설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참고.


    본 블로그는 여러 글[각주:3]을 통해, "특정국가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국제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그의 주장을 다루었다. 최근의 주장도 평소 그의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본인은 다른 부분을 강조하려 한다.


    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렇게나 클까요? 물론, 독일은 외국인들이 사고 싶어할만큼의 좋은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적성공 으로도 볼 수 있죠. 하지만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다른 국가들이 전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Why is Germany’s trade surplus so large? Undoubtedly, Germany makes good products that foreigners want to buy. For that reason, many point to the trade surplus as a sign of economic success. But other countries make good products without running such large surpluses. There are two more important reasons for Germany’s trade surplus.)


    첫째는 '유로화' 입니다.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국가들이 가졌던 통화가치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적정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일의 입장에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너무 낮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없습니다. 2014년 7월, IMF는 독일의 통화가치가 5%~15% 정도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 이후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달러에 비해 20%나 더 하락했죠.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로화는 독일에게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안겨줍니다. 만약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의 마르크화를 썼다면, 아마 독일의 통화가치는 현재 유로화의 가치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이는 현재 독일이 누리고 있는 무역의 이점을 줄이겠죠.  

    (First, although the euro—the currency that Germany shares with 18 other countries—may (or may not) be at the right level for all 19 euro-zone countries as a group, it is too weak (given German wages and production costs) to be consistent with balanced German trade. In July 2014, the IMF estimated that Germany’s inflation-adjusted exchange rate was undervalued by 5-15 percent (see IMF, p. 20). Since then, the euro has fallen by an additional 20 percent relative to the dollar. The comparatively weak euro is an underappreciated benefit to Germany of its participation in the currency union. If Germany were still using the deutschemark, presumably the DM would be much stronger than the euro is today, reducing the cost advantage of German exports substantially.) (...)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다른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주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킨다.) 독일은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만 합니다. 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Ben Bernanke는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유로존 내 불균형'을[각주:4] 염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거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따라서, Ben Bernanke는 '독일 근로자의 임금상승' 혹은 '다른 유로존 근로자들의 임금하락' 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 살펴봤듯이, 생산성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임금은 시장퇴출을 불러와 무역을 불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유로 독일은 낮은 통화가치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가지게 되었을까? 또,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어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갖게 되었을까? 이를 알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글을 통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알아보도록 하자.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소개한 배경은 무엇일까


    "자유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제 절대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절대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리카도는 어떻게 '비교우위론'을 고안하여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1817년 당시 리카도가 살았던 영국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법'(Corn Law)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곡물법이란 국내산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도달할 때까지 곡물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곡물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이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곡물법 유지를 옹호한 건 지주계급(Landlord)이었다. 곡물 가격이 비싸면 곡물 재배를 위한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지주의 이익, 즉 지대(rent)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맬서스(Thomas Malthus)와 같은 학자들은 '지주들의 소득 증가가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로 곡물법 유지를 찬성했다. 


    그러나 리카도가 보기엔 곡물법은 해악만 가득한 법안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farmer) 및 산업자본가(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이 증가해야 한다. 이때 곡물법으로 인해 초래된 높은 곡물가격은 생계비 부담을 키워 노동자 임금(wage)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임금과 역의 관계인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하게 된다. 


    즉, 리카도에게 있어 곡물법은 자본가의 이윤율을 저하시켜 자본축적 동기를 멈추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따라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외국에서 곡물을 싸게 수입해와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은 '곡물법 폐지'를 의미했으며, 지주와 노동자의 분배몫을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이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비교우위론이 가져다주는 무역의 이익'은 ① 소비가능한 상품조합 확대 ②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의 상품 소비 가능 ③ 효율성 증대 등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이야기 했지만,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목적은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경제성장 달성' 이라는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소개하는 것이다.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 저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와 비교우위론이 등장한 배경을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비교우위론을 비판하는 장하준의 주장은 타당한가?


    한국내 많은 독자들은 '비교우위론'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장하준의 주장 때문이다. 장하준은 그동안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은 크나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전개해왔다.


    장하준이 지적하는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은 이것이다. 만약 선진국이 자동차산업에 비교우위가 있고, 개발도상국은 가발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하자. 비교우위론은 "선진국은 자동차, 개발도상국은 가발을 생산해야 이익을 가져다준다." 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토록 가발만 생산해야 하나? 경제성장을 원하는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보다는 높은 산업을 육성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무역정책을 짠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만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장하준은 '보호무역'(protectionism)과 '유치산업보호'(Infant Industry Argument)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토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리카도가 개발한 '비교우위론'은 장하준이 이해한 것처럼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을 평생토록 운영해야 한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 대신 미래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안다면, 시장참가자들은 이미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우위론은 이것을 막지 않는다.


    이처럼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 속 쟁점사항 이었다. 제조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바라는 개발도상국은 비교우위론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핵심논점 이다. 이러한 논쟁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 '비교우위론'을 보완해줄 이론의 필요성


    이번글을 통해 '비교우위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이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알아보았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각 나라의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개념을 도입하며, "무역을 탄생시킨건 각 국가별로 서로 다른 노동생산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교우위를 설명하면서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사용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뿐만 아니라 '자본'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른 이유를 '노동생산성의 차이'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다. 중동 · 호주 · 브라질 등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풍부한 국가들의 무역행태를 '비교우위론'이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보완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바로 다음글에서 '국가들이 보유한 자원(resource)의 차이'를 이용하여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헥셔-올린 이론'(Heckscher-Ohlin)을 알아보자.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1.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과 상대수요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세계시장 가격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2.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http://www.brookings.edu/blogs/ben-bernanke/posts/2015/04/03-germany-trade-surplus-problem [본문으로]
    3.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4. JooHyeon's Economics 페이스북 페이지 - 2014.09.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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