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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종횡무진 한국경제』

Posted at 2012. 4. 19. 14: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원론 공부를 다시금 해보려고 3월부터 버냉키 책을 펼쳤었는데...
이거 원 진도가 안나간다... 어렵기도 하고 ─.─ 시험 같은 게 없으니.. 마음은 늘어지고...

사실 학부 다니면서 중요한 건, 
실제 경제 현안에 관해서 논하는 책을 읽기 보다는

경제원론, 미시, 거시, 금융 같은 기본 이론과 회계에 대한 공부. 그리고
애덤스미스, 리카도, 마샬, 슘페터, 마르크스, 케인즈, 폴라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등 여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원론부터 막혀서.... 쩝...

기분 전환도 할 겸, 실제 한국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을 샀는데.
『종횡무진 한국경제』란 책. 지은이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100분 토론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주간지 등에도 많이 등장하는 경제학자이다. 다들 한번쯤은 언론을 통해 김상조 소장을 봤을 거 같은데, 주로 '재벌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홍기빈 씨가 쓴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http://peopleeco.com/33 http://peopleeco.com/34 http://peopleeco.com/35를 위하여는 1장부터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와 달리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서문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내가 방법론에 대한 고민으로 경도된 이유는 이렇다. 역시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

제도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런 의문이 나를 점점 더 강하게 사로잡았다. (...) 즉,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

이 책 전체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경로의존성''제도적 상호보완성' 개념이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 

현 상황을 변경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냥 어제 하던 대로 오늘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혁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극심한 저항을 불러오기도 한다. (...)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 미국식의 이사회 제도 적용에 문제가 있으니 독일식의 이중 이사회 제도나 공동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스웨덴 모델이나 덴마크 모델은 어떨까? 

거기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이름하에 새로 도입된 제도가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제도의 경로의존성 및 상호보완성과 관련된 논의는 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 그렇기 때문에 30년 후에 도달할 최종 목표지점을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그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14~17쪽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홍기빈씨와는 달리, 실제로 재벌개혁 운동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김상조 소장은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는 내가 평소에 고민했던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상조 소장이 실제 개혁활동을 했던 경험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여러 통계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실제로 시장활동을 해본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산업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경제활동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업-국가-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학부생에게 그야말로 '현실경제'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103쪽부터 시작되는, "3장 낙수효과는 유효한가 -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둘러싼 논쟁"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산업별 국내산출액 구성비 추이, 중간투입의 구성 추이, 산업별 부가가치율 추이, 부가가치의 구성 추이,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추이, 취업고용 유발계수 추이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내산출액 구성비 비중에서 제조업은 약 50%, 서비스업은 약 30%를 차지하는데, 일본의 30%, 60% 비중과 비교하면, 한국은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 

김상조 소장은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실질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때 제조업의 비중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서 제조업이 너무 빨리 쇠퇴하고 있다는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 또는 '제조업 조로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산출액 내지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산업 간 또는 대중소기업간 연관관계의 약화에 그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 105쪽

"(90년대 이후 중간투입의 국산화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소재 부품 분야 중소기업의 발전,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08쪽

"기초소재업종과 조립가공업종의 부가가치율 하락이 확연히 드러난다. (...) 만약 이들 업종에 속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수출경쟁력과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비용 부담을 소재 부품 중소기업 및 여기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 110쪽

"부가가치율과 함께 노동소득분배율이 모두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이를 나타낸다. 거칠게 표혀하면, 아직까지는 평균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비해 품질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의 격차를 가져오고, 결국 생활수준의 격차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 111쪽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서비스 투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는 있으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물류, 기술, 디자인 개발, 법률 회계 조세 경영컨설팅 등 광범위한 영역의 서비스 투입의 양과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108쪽

"서비스업의 발전은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이 저숙련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되지 않도록 서비스업의 발전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110쪽

"어떤 산업의 후방연쇄효과(영향력계수)가 크다는 것은, 그 산업이 성장하면 여기에 중간투입물을 구성하는 앞 단계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어떤 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감응도계수)가 크다는 것은, 뒤 단계의 산업 활동을 위해 이 산업의 제품이 중간투입물로 사용되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 120쪽

"서비스업은 의외로 감응도계수가 크다. (...) (서비스업이)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는 영역도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제조업의 경쟁력제고를 원한다면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
- 122쪽


또한 서비스업 내 범주별 고용 비중 및 생산성 추이 통계를 제시하면서,

유통, 소비자 서비스가 많은 고용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생산성은 생산자, 사회 서비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를 제시하면서 '경제관료들의 사고'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비중이 낮아 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서비스의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재정지출의 확대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생산자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전문인력의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공급 확대 및 개방화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127쪽


KDI에 근무하는 경제관료가 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러한 경제관료들의 사고의식에 대해


"서비스업의 구조개편은 단순히 산업정책적 차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서비스업 내에는 구조조정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영세기업 및 영세자영업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나아가 사회서비스 영역은 경제정책 차원을 넘어 사회정책 차원에서도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은 총합으로서의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경제관료들이 비록 정책의 수단으로서 경쟁과 개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일지 모르나, 그들의 사고방식은 총합으로서의 부국강병을 원했던 17세기 중상주의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 128쪽


이 부분뿐 아니라, 뒤에서는 재벌, 중소기업, 노동, 금융에 대해 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도급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논하고 있다.

아직 "현실경제"를 모르는 경제학부생이 이 책을 읽으면, 학교 밖의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원론, 미시, 거시 이론을 완벽히 익혀야 겠지만....

경제원론 공부하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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