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Posted at 2015.09.21 19:47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저번글에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다면 생필품생산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본재 생산을 위해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투자량에 비해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필요한 투자량이 100일때 국내의 저축이 50에 불과하다면, 투자는 50만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때 국내의 저축뿐 아니라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면 투자량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글에서는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지식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가지는 의미도 살펴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게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지난 내용 복습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 · 쌀 등 재화를 많이 축적한 나라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입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생산량의 증가와 경제성장을 달성할 때 '물적자본 증가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은 큰 역할을 합니다. 한 사람의 근로자가 더 많은 기계 · 더 좋은 기계를 가지게 된다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경제학용어로 '자본재'(capital good)라고 하는데, 경제성장은 많은 자본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를 통해 저축과 투자에 대해 알아봤었죠. 


여기서 투자는 주식 ·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재테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시경제학에서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투자를 통해 자본재를 축적해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켜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국민계정식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요? "국민계정식으로 저축과 투자 공식을 도출하면 S=I로 나오지 않느냐?" 라고 말하는건 경제학적이지 않은 설명입니다. 경제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는건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뿐, 수식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늘릴 때 왜 저축이 중요한지'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돈의 축적’이 아니라 ‘한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이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이전되면, 노동력 · 천연자원 등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저축으로 인해 개인과 정부가 구매력을 행사하지 않아 소비지출이 감소하면, 생필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필품을 생산 할 필요가 적어집니다. 기업은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넘겨받은 구매력을 자본재 투자에 사용합니다. 이제 한 국가의 근로자들은 생필품 생산이 아니라 자본재 생산을 위해 일을 하게 됩니다. 석유 · 철광석 등 천연자원도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이 쓰이게 되죠.


그 결과, 개인과 정부가 지출을 줄여 기업의 투자를 늘린 국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본재 축적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거시경제내 국민저축 크기가 클수록 투자의 크기도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됩니다. 




※ 투자를 위해 필요한 국민저축이 모자르다면?

-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를 생산하는 투자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막 시작한 국가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도 경제성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3년 이후로 투자의 비중(총고정자본형성의 크기)은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저축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령, 필요한 투자량은 100인데 국내의 국민저축량이 50에 불과하다면 어쩔 수 없이 투자량은 50에 머무를 겁니다. 경제를 빨리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죠.



이때 개발도상국에게 한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증가시키는 방법입니다. 폐쇄경제에서는 오직 국내의 저축으로만 투자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릴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순자본유입은 국내의 저축인 국민저축과 함께 투자량을 결정짓습니다. 위에 첨부된 수식 S+NCI(KI)=I 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 일본의 배상금 · 베트남 파병 ·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의 방법으로 달러화를 들여왔습니다. 외국에게서 받은 달러화를 사용하여 기계 · 석유 · 철광석 등 외국에서 생산된 자본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증가시켰죠. 한국경제사를 공부하거나 어르신들을 만나면 '외화'(foreign money)를 중요시했던 과거의 한국을 생각해볼 수 있을겁니다.      


이런 이유로 외화를 구매하거나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과 국내의 저축량 · 투자량을 결정짓는 대부자금시장(Loanable Fund Market)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에 첨부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죠.




※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


그런데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에서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보았던 분들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Y=C+G+I+NX)을 통해 식을 도출하면 결론으로 '국민저축+순수입=투자(S+NI=I)'가 나옵니다. 그런데 앞서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린다는 설명을 할때는 '국민저축+순자본유입=투자(S+NCI=I)' 였습니다. 그렇다면 순수입(NI)과 순자본유입(NCI)은 같은 것일까요?



게다가 순자본유입(NCI)을 우변으로 넘겨서 음수(-)가 붙으면, 순자본유입의 반대인 순자본유출(NCO, Net Capital Outflow)가 됩니다. '국민저축=투자+순자본유출(S=I+NCO)' 라는 식이 만들어지죠. 그런데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이용하면 '국민저축=투자+순수출(S=I+NX)' 입니다. 그럼 순수출(NX)과 순자본유출(NCO)은 같은 것일까요? 


"순수입이나 순자본유입이나 '입'자가 붙으니 비슷한거 아닌가? 무언가 들어온다는 의미인데? 순수출하고 순자본유출도 '출'가 붙으니 무언가 나간다는 의미에서 비슷한거 같고.." 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순자본유입=순수입'과 '순자본유출=순수출'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순수입(Net Import)는 상품 및 서비스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했음을 뜻합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애플 아이폰, 독일에서 만들어진 벤츠 자동차 등을 무역을 통해 들여온 것이죠. 반대로 순수출(Net Export)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상품 및 서비스를 외국으로 수출했음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등이 무역을 통해 나가는 것이죠.


순자본유입(Net Capital Inflow)은 외국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었음을 뜻합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외국의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되죠. 반대로 순자본유출(Net Capital Outflow)은 국내의 자금이 외국으로 유출됨을 의미합니다. 국내인이 외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을 구매하면 국내의 자금이 외국으로 나가게되죠.


많은 사람들은 "수출을 많이 하면 우리나라로 돈이 들어와서 부유해지고, 수입을 많이 하면 외국으로 돈이 나가니 가난해진다." 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순수출=순자본유입', '순수입=순자본유출'이 되어야하죠. 


그런데 개방경제 국민계정식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 입니다.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지녔던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줍니다.


● '순수출=순자본유출'과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하는 논리적이유


우선 왜 '순수출=순자본유출'이 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죠. 


한국에서 무역을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뿐 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미국에 팔아서 1달러를 벌었고 한국의 순수출은 1달러가 됐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수출을 통해 얻은 1달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한국은 달러화를 쓰지 않고 원화를 씁니다. 수출을 통해 1달러를 획득했으나 한국내에서는 쓰지 못합니다결국 삼성전자는 수출을 통해 얻은 1달러를 가지고 미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순자본유출이 발생한 것이죠. 이렇게 순수출 1달러는 순자본유출 1달러로 전환됩니다.    


이제 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애플은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 1원을 벌었고 한국의 순수입은 1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애플이 얻은 1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미국은 원화를 쓰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서 1원을 획득했으나 미국내에서는 쓰지 못합니다. 결국 애플은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얻은 1원을 가지고 한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합니다. 애플의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이죠. 한국 입장에서는 순자본유입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순수입 1원은 순자본유입 1원으로 전환됩니다.


이런 논리에 의해 '순수출=순자본유출' ·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적 관계


"그래.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거 같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대칭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언론기사를 통해 '경상수지'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조선 ·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여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났다."는 식의 문장이 익숙할 겁니다. 


'경상수지'(Current Account)란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의 상품이 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순수출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흑자,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순수입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적자라고 표현하죠.


이에 대응되는 것으로 '자본·금융수지'(Capital & Financial Account)가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구매로 인해 코스피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혹은 "한국 부유층들이 미국 부동산을 많이들 구매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언론을 통해 많이들 보셨을겁니다. 


이처럼 '자본·금융수지'는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자금이 국내와 외국을 오가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자본유출이 자본유입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출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적자, 자본유입이 자본유출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입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흑자라고 표합니다.


'순수출=순자본유출' · '순수입=순자본유입'이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는 적자입니다. 그리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는 흑자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위에 첨부된 그래프를 통해서도 '경상수지 흑자 = 자본·금융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간선인 경상수지와 녹색선인 금융수지가 대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2000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대부분 흑자를 기록해 왔는데, 이에 대칭적으로 자본·금융수지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수지를 합쳐서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라고 합니다. 본래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만 구분하였으나, 2010년 IMF의 국제수지 편제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경상수지 · 자본수지 · 금융수지로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란선인 자본수지의 거래량은 미미하기 때문에, 경상수지와 금융수지의 관계에서 대칭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 벗어나기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 = 자본· 금융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대칭적 관계를 이루고 있구나. 신기하긴 하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실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을 왜 배워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국제수지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운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웹서핑을 하다보면, 대통령 재임시기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놓고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OOO정부는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알려졌는데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경제를 망쳤다고 알려진 ㅁㅁㅁ정부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흑자이다." 이런식입니다. 


게다가 언론은 한국과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비교하며 경제력을 평가[각주:1]하는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일본을 경상수지 흑자규모에서 제쳤다.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말이죠.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기업경제와 동일시하며 중상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서 시장을 차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국가경제를 바라봤습니다. 중상주의는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고, 금과 은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축적해놓은 국가가 부유하다고 생각했죠. 금과 은은 인간이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금과 은을 많이 축적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가 보유한 것을 뺏어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중상주의 시대에 국가의 경제력을 키우는 방법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다른 나라의 금과 은을 뺏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본국이 가진 물건을 식민지에 비싸게 팔아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했습니다. 과거 스페인은 남미를 침략하여 금을 싹쓸이했죠. 영국 또한 인도 등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강제로 물건을 비싸게 팔아서 금과 은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돈을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날 '돈의 축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건 재화를 많이 생산하고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이죠.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말은 내가 사용할 제품을 외국인이 대신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나는 그저 생산만 할 뿐이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효용을 느끼는 주체는 외국인입니다. 나는 왜 열심히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든 것일까요?   


지난글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을 통해 수차례 강조한 내용입니다. 


'경상수지'를 올바르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 왜냐하면 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고 적자는 돈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 라는 중상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아랫글들을 통해, 경상수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경상수지 적자(순자본유입)를 통해 경제성장 달성하기

-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이유

- 경상수지 흑자 · 적자 여부로 정부의 경제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아니 그래도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계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글 앞부분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바로, '순자본유입을 통한 국내투자 증가' 입니다.



필요한 투자량은 100인데 국내의 국민저축량이 50 밖에 되지 않을때,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폐쇄경제에서는 오직 국내의 저축으로만 투자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것이죠.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순자본유입은 국내의 저축인 국민저축과 함께 투자량을 결정짓습니다. 위에 첨부된 수식 '국민저축+순자본유입=투자(S+NCI(KI)=I)'가 이를 보여줍니다.


이때, 순자본유입(NCI)은 순수입(NI, Net Import)과 같기 때문에,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기록됩니다. 


다시말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은 순자본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발생시켜 자본재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는 나쁘고, 경상수지 흑자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반박해주는 사실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80년-1997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과거 한국의 국제수지를 살펴보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해가 더 많았습니다. 윗 그래프는 1980년-1997년 동안의 통계인데, 빨간선인 경상수지가 대부분 음(-)의 값을 기록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한국은 자본재를 축적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경상수지와 금융수지의 대칭성'을 이야기했을때 첨부했던 그림은 2000년대 이후의 국제수지 통계인데, 2000년대 이후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해서 기록했습니다. 이는 경제성장을 달성한 이후에는 외국저축(순자본유입)을 이용한 국내투자 확대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줍니다. 


다르게 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이전에는 순자본유입을 받아들여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말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OOO정부는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알려졌는데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경제를 망쳤다고 알려진 ㅁㅁㅁ정부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흑자이다." 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경상수지의 흑자 · 적자 여부로 정부의 경제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1

-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일까?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앞에서는 "개발도상국은 순자본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발생시켜 자본재 투자를 늘릴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투자를 증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자본재를 축적할 수 있었죠.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게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경상수지 적자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상수지 적자가 거시경제에 해악을 끼치면 또 나쁜 것이 되구요? 


이번 파트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일 수도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우선, 국민계정식을 통해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봅시다. 


'경상수지'(Current Account)란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의 상품이 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순수출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흑자,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순수입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적자라고 표현하죠.


'자본·금융수지'(Capital & Financial Account)는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자금이 국내와 외국을 오가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자본유출이 자본유입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출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적자, 자본유입이 자본유출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입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흑자라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흑자고, 수출을 못하면 경상수지 적자겠지. 그리고 돈이 많이 들어오면 자본수지 흑자고, 돈이 외국으로 나가면 자본수지 적자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며, 서로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 경상수지 크기 결정방식



경상수지의 크기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짓습니다. 국민계정식을 통해 '국민저축(S)-투자(I)=순수출(NX)'라는 식을 도출해낼 수 있죠. 


만약 국민저축이 100이고 투자가 50이라면 경상수지는 50의 흑자(순수출 50)를 기록합니다. 반대로 국민저축이 50이고 투자가 100이라면 경상수지는 50의 적자(순수입 50)를 기록합니다. 


경상수지는 무역을 통한 상품의 거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수출을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삼성전자가 수출을 많이하면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 많이 팔리면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식이죠. 


그런데 국민계정식을 살펴보니 경상수지 크기를 결정짓는 건 무역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국민저축(S)과 투자(I)' 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관계 



앞서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많은 국가는 양(+)의 순수출 값을 가지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국민저축(S)이 투자(I) 보다 많다는 것은 여분의 저축이 국내에 남아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필요한 투자에 비해 더 많은 저축을 해놓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분의 저축을 다른나라에게 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국가(S>I)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하게되고, 여분의 저축이 해외로 빠져나감에 따라 순자본유출(자본·금융수지 적자)이 발생합니다. 


순자본유출은 순수출과 같고 자본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같다는 원리로 인해, 민저축이 투자보다 많은(S>I)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죠.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적은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적다는 것은 투자에 필요한 저축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저축을 다른나라로부터 빌려올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은 국가(S<I)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게되고, 부족한 저축이 해외에서 들어옴에 따라 순자본유입(자본·금융수지 흑자)이 발생합니다.


순자본유입은 순수입과 같고 자본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같다는 원리로 인해,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은(S<I)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죠.


● 보다 쉬운 설명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경상수지를 결정짓는 원리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의 주식 · 부동산 등을 구매하면 수요증가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덕분에 부유해집니다. 이들은 증가한 부를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외국제품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것을 국민계정식으로 표현하면 '소비증가로 인해 국민저축 감소 → 국민저축 < 투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순자본유입 발생 → 자산가격 상승 → 외국산 제품 소비증가 → 국민저축 감소 → 국민저축 < 투자 → 경상수지 적자의 경로입니다.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의 주식 · 부동산 등을 구매하면 국내시장은 수요감소로 인해 가격 하락이 발생합니다. 자산가격 하락을 겪은 한국인은 소비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외국제품의 수입 또한 줄어들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것을 국민계정식으로 표현하면 '소비감소로 인해 국민저축 증가 → 국민저축 > 투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순자본유출 → 자산가격 하락 → 외국산 제품 소비감소 → 국민저축 증가 → 국민저축 > 투자 → 경상수지 흑자의 경로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2

-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일까?

-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 → 돈을 빌려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경상수지 크기(NX)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짓습니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S>I) 여분의 저축을 다른나라에 빌려주게 되고(순자본유출), 자본·금융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죠. 반대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다면(S<I) 부족한 저축을 다른나라로부터 빌리게 되고(순자본유입),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해외로 자금을 계속해서 빌려주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해외로부터 자금을 빌려왔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금을 계속해서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이 좋은 것일까요?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는 역할(net borrower)이 좋은 것일까요? net lender는 채권자 입니다. net borrower는 채무자이죠. "빚을 지는 채무자보다는 채권자가 낫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실겁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돈을 빌릴 수 있고, 빌린 돈으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net borrower가 좋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된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느끼는 것입니다. net lender(경상수지 흑자)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줄 뿐입니다. 그러나 net borrower(경상수지 적자)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빌려준 돈으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산 · 소비 · 효용'을 중요시하는 현대자본주의 시대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여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던 중상주의 시대와는 큰 차이가 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3

무역은 경상수지 흑자를 바라고 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스마트폰 · 자동차 등을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나라에 많이 팔고 있죠.


그러나 '국제무역이 중요하다 =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가 아닙니다. 국제무역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무역을 하는 주된 이유는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달러화를 획득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고 국제무역을 통해 달러화를 벌었습니다. 그런데 달러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또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날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닙니다. 물건을 외국에 팔아 돈을 벌어서 축적해 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건을 팔아 받은 달러화로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고, 그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크기 만큼의 외국상품을 다시 수입해와 경상수지가 균형상태를 이루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소비와 효용'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것은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우리가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외국인들이 만든 상품을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있을까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열심히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써보지도 못하고 외국인이 사용하면서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일을 하지않아 제품을 많이 만들지 못했으나, 외국인이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든 상품을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킨다.'는 말과 같죠.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근본원인은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니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중요한건 '생산 · 소비 · 효용'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순자본유입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부족한 국내저축을 보충하여 자본재축적을 도와줍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에서 수입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며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경상수지 흑자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흑자는 기록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뿐입니다. 


국제무역에서 수출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든 상품을 쓰는건 외국 사람입니다. 


앞의 글만 보면 "오... 경상수지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쁜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좋고 흑자가 나쁘구나."라고 생각이 들겁니다.


그런데 많은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흑자를 모두 우려'하며 경상수지 균형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국 · 일본 · 서유럽 이외에 한국 같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왜 이런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앞의 글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는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는 식의 중상주의적 사고를 깨뜨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중상주의적 사고를 머리에서 꺼내놓고 이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할 때입니다.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Net Borrow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서 빌린 자금으로 손쉽게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빌려준 자금의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국가가 지금껏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까요? 

  

순자본유입의 결과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대외부채'(External Debt) 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빌려주던 국가가 상환을 요구하면 대외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미국 · 일본 · 서유럽을 제외한 국가들의 대외부채는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 아닙니다. 달러화 · 엔화 · 유로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만, 한국의 원화 등은 쓰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 · 일본 · 서유럽을 제외한 한국 같은 국가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통화는 자국의 중앙은행이 찍어낼 수 없죠. 


그리고 순자본유입은 외국인들이 국내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행위입니다. 외국에서 유입된 자금에 힘입어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인들은 자산가치 증가를 누릴 수 있었죠. 그런데 로 유입된 자본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간다면(Sudden Reversal),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불가능(unsustainable) 하며, 거시경제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라고 해서, 반대에 위치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도 거시경제에 문제를 유발합니다.


경상수지는 '저축'(S)과 '투자'(I)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저축이 투자에 비해 많으면(S>I)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죠. 그런데 저축이 많다(S↑)는 것은 소비가 적다(C↓)는 말과 같습니다. 저축은 총생산량에서 소비와 정부지출을 제외한 것(S=Y-C-G)이기 때문이죠. 소비가 적지 않아 저축이 일반적인 수준에 있더라도 투자가 적을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기록됩니다.


결국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너무 적은 소비 · 너무 적은 투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느끼는 게 중요한 시대에 생산만 많이하고 소비는 적습니다. 투자를 통해 자본재를 축적해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투자가 적습니다. 즉,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의 합은 0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라면 또 다른 국가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일 겁니다. 한 국가가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아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결과, 또 다른 국가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맡습니다. Net Lender의 역할을 맡는 국가가 어느 순간 Net Borrower 국가에게 대외부채 상환을 요구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Net Borrower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국제수지의 불균형(imbalance)을 일으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 경상수지 균형의 중요성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모두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경제학자들은 전세계 각국이 '경상수지의 균형'(balance)을 유지할 것을 주문합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인 이유는 '적자'라서가 아닙니다. 이는 지속불가능(unsustainable) 하며, 거시경제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흑자'라고 항상 좋은게 아닙니다. 이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국제수지의 불균형(imbalance)을 일으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중상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학적 사고를 갖춘채로 경상수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 1997년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급격한자본유출입, 그리고 1997 외환위기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 중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2008 금융위기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2010 유럽 재정위기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인가?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 시대에는 많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금과 은을 착취해야 했습니다. 식민지가 될 국가의 수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다른나라보다 더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국가가 경제력이 강했습니다. 즉, 중상주의 시대의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다른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다른나라는 경상수지 적자이기 때문에, 전세계 경상수지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만약 경상수지 규모가 국가의 경제력을 대표한다면, 제로섬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위하여 다른나라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글을 통해 알았다시피,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의 경제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라고 항상 좋은 것이고, 경상수지 '적자'라고 항상 나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나라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하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의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입니다. 생산의 증가는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나라와의 경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나라 안에서 고용률이 높아지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또한 다른나라의 경제성장은 우리나라에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외국의 경제가 성장하여 더 좋은 제품이 생산되면, 우리는 이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더 높은 효용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했을때 외국도 더 높은 효용을 누릴 수 있죠. 이처럼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다른 국가에도 큰 이득을 안겨다줍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오늘날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이 아닙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해야한다' · '외국의 경제성장률 저하를 보면 기분이 후련하다'와 같은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 왜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가?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찬양하는 이유는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돈이든 외국 돈이든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니 '흑자'에 집착하게 되죠. 그러나 계속 반복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의 양이 아니라 '재화를 생산 한 뒤 소비를 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 입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1.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1. 학부생
    글 읽다가 의문점이 들어서 질문남김니다. 본문에서

    ----------------------------------------------------------------------------------------------------------------

    '애플은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 1원을 벌었고 한국의 순수입은 1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애플이 얻은 1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미국은 원화를 쓰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서 1원을 획득했으나 미국내에서는 쓰지 못합니다. 결국 애플은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얻은 1원을 가지고 한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합니다. 애플의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이죠. 한국 입장에서는 순자본유입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순수입 1원은 순자본유입 1원으로 전환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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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에서 현재 국제 거래는 대부분 미국달러를 이용하고 있는데 애플은 한국에 아이폰을 팔아서 1원을 버는 것이 아니라 1원의 가치에 해당하는 달러를 벌게 되므로 현실과 맞지 않아서 헷갈리네요. 혹시 1원을 번다는게 한국에서 1원의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되나요? 아니라면 아이폰을 한국에서 팔아 달러를 벌면 꼭 한국의 금융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 2015.12.25 22:59 신고 [Edit/Del]
      현재 국제 거래는 대부분 미국달러를 이용하고 있는데
      /// 말씀해주신대로 무역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미국 달러화 입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 '달러화로 표기된' 아이폰을 사는건 아닙니다.
      애플은 한국시장에 '원화로 표기된' 아이폰을 내놓고, 원화를 번 뒤에, 이를 달러화로 환전하죠.

      원화가치가 하락할때 애플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입니다.
    • 학부생
      2015.12.26 17:30 신고 [Edit/Del]
      감사합니다. 이해되었습니다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3. 경제따라하기
    위에 설명하신 (맨큐와 같은 설명이죠) 외화를 국내에 사용할 수 없기에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반비례이다 라는 논리로 봤을 때,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유로연합국들의 경우에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같은 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로 번 돈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자본유입이 된다고 본다면 틀리나요? 아마도 틀린 말이 될 것 같은데...논리적 설명 부탁드립니다.
  4. 투자제왕
    링크 주신 ecos에 들어가서 보니 님이 보여준 경상수지와 금융계정의 대칭적 그래프가 아니라 두 곡선이 거의 일치하는 그래프가 나오네요. 데이터 범주 설정을 어떻게 하신 건가요?
    • 2017.01.12 14:16 신고 [Edit/Del]
      이 글이 2015년 9월에 작성했는데,
      2015년 12월부로 '국제수지' 표기방식이 바꼈습니다.

      해외자산증가(=자본유출)이 음(-)으로 표기되던 방식이 혼동을 준다고 하여서, 양(+)으로 표기하도록 변경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5년 12월 이후 ECOS를 보면, 경상수지와 자본금융계정의 두 곡선이 일치하도록 나옵니다.

      업데이트를 해야하는데;; 방치하고 있었네요
  5. 굉장히 잘 읽었습니다. 결국은 재화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하다는 말 잘봤습니다.
    그런데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독일 일본 한국 등등 제조업 중심의 국가들의 경우 하나같이 경상수지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외수출을 많이하는 이런 국가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국내저축을 줄이거나(소비를 더 증가),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가능한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소비를 늘리는 방식을 지향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늘리는 방식인데 이는 다시금 수출경쟁력을 높여 대외수출이 더 늘어날 유인이 높은 방식이 아닌가요? 물론 투자를 늘린다고 기술혁신이나 생산성이 정비례하여 경쟁력이 높아지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라면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는 달성하기 어려운 결과인건가요? 제가 잘못 이해하고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경상수지적자와 흑자보다 균형이 중요하다는건 이해했습니다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개도국과 같은 대외차입을 통해 투자를 늘려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국제수지균형을 이루는 선택지와 경상수지흑자를 유지하는 선택지 중에 무엇이 바람직한건지 궁금합니다.
    짧게라도 답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강감찬
      2017.10.11 01:53 신고 [Edit/Del]
      본문 내용은 이론상의 것이란 한계 때문에 지적한 부분의 정합성은 의문이고요, 현실은 학생님이 알고 계신 그대로가 맞습니다. 이론은 이론으로만 여기고 분리해서 생각하세요
    • 2017.10.11 09:11 신고 [Edit/Del]
      이론은 이론으로만 여기라는 위의 댓글은 완전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바는 "거시경제에서 흑자(surplus)나 적자(deficit)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자" 입니다.
      한국 같은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흑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론적 근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왜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게 되는지를 잘못 받아들이게 됩니다
    • 2017.10.11 09:16 신고 [Edit/Del]
      그럼 이제 맨처음 질문을 던지신 '글로벌 불균형'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글로벌 불균형 원인을 둘러싸고 강조하는 바가 다른 두 부류가 있습니다.
      첫번째 부류는 (말씀하신 것처럼)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를 강조하며, 두번째 부류는 과도한 소비를 행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강조합니다.

      상이한 원인 진단에 따라 처방도 각기 다르게 내려집니다. 첫번째 부류는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소비증가를 통한 rebalanceing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두번째 부류는 미국이 소비를 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처방이 타당한 것인지는 또 다른 이야기 입니다. rebalancing은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산업구조를 바꾸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세계경제는 미국의 소비 덕분에 돌아가는데, 미국이 소비를 줄일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 2017.10.11 09:24 신고 [Edit/Del]
      그럼 글로벌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 '근본원인'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첫번째 부류는 신흥국의 '왜곡된 경제구조'에 주목하며, 두번째 부류는 '달러화'에 주목합니다.

      특히 두번째 부류의 접근법은 "왜 신흥 제조업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는가?"를 설명해줍니다.

      본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경상수지 적자는 'Net Borrower'를 의미하며, 국내로 유입된 자본이 급작스럽게 빠져나간다면(sudden reversal)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만약 신흥국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own currency)를 지고 있다면, 화폐발행을 통해 부채상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및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요.)

      그러나 신흥국은 달러화 등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own currency)를 지기 때문에, 급작스런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불가능 합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게 최선의 방안입니다.

      결국 신흥국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대외부채를 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불균형은 해결 불가능한 미션이 됩니다.
    • 2017.10.11 09:30 신고 [Edit/Del]
      또 다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왜 본글에서는 '경상수지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으면서,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론'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한 이유는 '흑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통화로 표기된 대외부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하다는 말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으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경상수지 흑자 그 자체는 본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일반대중이나 언론이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흑자'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강조하듯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할때 해야할 올바른 말은 "급격한 자본유출이 거시경제에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 입니다.
    • 학생
      2017.10.13 22:24 신고 [Edit/Del]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 들으니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한편으로는 IMF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만일 IMF가 단기적인 국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해주는 핵심적 기능을 잘 수행했다면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그 이후 발생한 신흥국들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려는 기조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아직 동아시아 금융위기 부분을 안읽어봐서 핵심원인에 대해 잘 못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 근본원인에 대해 '신흥국의 왜곡된 경제구조'에 주목하는 관점도 말씀해주셨는데, 여기서의 왜곡된 경제구조라는 것을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두번째 부류의 접근법에 대해서는 글 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금방 이해를 했습니다만, 왜곡된 경제구조를 주장하는 부류에 대해서는 무얼 뜻하는지 알기 힘들어서요.
      그리고 혹시 거시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학생인데 주현님이 경제 공부하면서 읽고 공부했던 좋은 책이나 논문들을 추천하는 글도 한번 써주셨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2017.10.16 23:26 신고 [Edit/Del]
      1.
      왜곡된 경제구조란 소비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거나, 임금을 낮춰서 경쟁우위를 유지시켜나가는 구조를 뜻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로는 중국, 독일을 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출처: http://joohyeon.com/225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출처: http://joohyeon.com/216
    • 2017.10.16 23:28 신고 [Edit/Del]
      2.
      '거시경제'에 관심이 많은건지,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은건지 잘 구분하셔야 합니다.

      물론, 거시경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기초가 필요하지만, 학문을 공부한다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많이 아는건 아니거든요.

      세계경제나 한국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에 관심이 많다면, <The Economist>나 <WSJ>의 'Real Time Economics' 블로그 그리고 <FT>의 'FT Alphaville'블로그 등을 많이 읽으세요.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다면, Stephen Williamson이 쓴 교과서를 공부하시기를 바랍니다.
    • 학생
      2017.10.19 00:11 신고 [Edit/Del]
      답변 정말 도움 많이 됬습니다. 항상 잘 읽고 공부하고 있어요. 좋은 하루되세요~!!
  6. 학과후배
    선배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ㅠㅠ 부러워요
  7. 지나가는사람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도움됐습니다. 자주 들러 반복해서 읽어봐야겠네요.
  8. 경제학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많이 배워 갑니다.

    위의 글에는 나와있지 않은데, 혹시 '순자본유출=순해외투자'인가요??
    맞다면, '순수출=순자본유출=순해외투자'가 성립해야 하는데, 어떤 글을 보니 '실질환율 하락에 따른 순수출 감소와 순해외투자 증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개념이 헷갈리네요.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 ㅇㅇ
    공부하다 교재에 '무역흑자→순자본유출>0'이라고 된 부분히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혹시 오타인가 머리 쥐어짜다가...인터넷 검색을 왔는데 너무 명쾌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몇일전에도 아마 헥셔ㅡ오린 부분이었나 이 블로그에서 큰 도움 얻었는데 이번에 읽고보니 여기가 그 블로그더라구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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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Posted at 2015.07.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를 통해 유로화 도입 이전의 경제학적 논의를 알아보았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내세워 유로화를 도입하였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럽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견고한 성장률을 이어나갔고 인플레이션율 하락과 재정적자 감소를 기록하였다


2008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통화연맹(EMU)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며 <EMU@10-Successes and challenges after ten years of EMU>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들은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성공과 문제점을 이야기 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견고한 성장률 · 낮은 인플레이션율 · 경기변동 동조화 증가'를 논하며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자, 이러한 보고서가 '2008년'[각주:1]에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자[각주:2]. 2008년 이후 2015년 현재까지 유로존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이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국가(core)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국가(periphery) 간의 '경상수지 격차 확대'(current account imbalance)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고, 반대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난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번글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




※ 경상수지 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앞서 보았다시피,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등 유럽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해서 기록해왔다. 이러한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왜 문제일까? 이번 파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각주: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각주:4]에서 살펴보았다시피, '경상수지 흑자 =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 = 무조건 나쁜 것' 또한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곤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수지는 '국가들간의 무역전쟁'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주: 정확히 말하면 '자본수지'라는 표현보다는 '금융수지'라는 표현을 써야하지만....)


자, 이러한 지식을 안다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유럽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던 주변부 국가들이 유로존 결성 이후 투자를 늘려나간 것 아닐까?"


'자본수지 흑자 = 경상수지 적자 = 저축보다 투자가 많은 상태' 이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었다. 이런 와중에 유로존 결성으로 금융거래 장벽이 없어지는 금융통합(financial integration)이 진행되었다면, 금융자본은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성장 여력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자본의 한계수익률'(marginal return of capital)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심부 국가의 자본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겨다주는 주변부 국가로 이동(자본수지 흑자)하고,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경상수지 적자)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논리를 생각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나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Francesco Giavazzi2002년 논문 <Current Account Deficits in the Euro Area: The End of the Feldstein-Horioka Puzzle?>을 통해, "유럽 핵심부 국가의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쫓아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였고,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나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productive investment)에 쓰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건설부문 · 서비스업 등 생산적이지 않은 비교역부문(non-tradable sector)에 쓰인다면 경제성장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품(bubble)만 발생할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① 유로존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선 '유로존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CEPR과 IMF 소속의 Ruo Chen, Milesi-Feretti, Thierry Tressel2013년 논문 <External imbalances in the eurozone>를 통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의 시작을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프랑스로의 자본유입'에서 찾는다. 


유로존은 이제 하나의 통화를 쓰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세계 투자자들은 '유로존'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심 가진 것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였다. 유로존 도입 이전부터 세계 강대국이었던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만나서 더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윗 그래프는 유로존 바깥의 국가가 보유한 각종 채권잔액을 유로존내 국가별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 · 프랑스 · 네덜란드 등 핵심부 국가의 채권잔액 중 약 30% 가량을 유로존 외부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잔액은 유로존 외부국가가 보유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유로존 외부국가들이 유로존 주변부 국가가 아닌 핵심부 국가의 채권을 비교적 많이 매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가로 자본유입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유로존 외부에서 상당량의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각주:5]으로 이어졌다. 


위의 그래프는 유로화 실질실효환율의 변화를 명목실효환율 효과와 단위노동비용상승 효과로 구분한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질실효환율 상승의 상당부분을 명목실효환율 상승이 이끌었다.   


그 결과, 로화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각주:6]했고, 대외차입(external financing)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맞춰나갔다.



그렇다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어디서 자본을 들여와서 국제수지 균형을 맞췄을까? 바로, 유럽 중심부 국가이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서 자본을 끌여들여와 균형을 맞춰나갔다.  


Figure6은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이들의 순외화자산은 음(-)의 값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본유입으로 인한 부채를 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이들 부채의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를 뜻한다. 핵심부 국가의 자본이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여 그들의 채권을 구매했으니, 주변부 국가들은 일종의 부채를 핵심부 국가에 지고 있다.  


Figure7은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Figure6과는 정반대로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은 양(+)의 값을 지고 있다. 그리고 자산 중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 즉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의 자산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순자산'을,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순부채'를 기록하게 되었다. 위의 Figure1은 1999년-2010년 사이 유로존 국가별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주는데,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부터 최근까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순부채 크기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을 알려준다. 


쉽게 말해,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이 이동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본수지는 역으로 경상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음도 알려준다.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파트는 '유로존 바깥'에서 그 원인을 주로 찾았다.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로 자본이 유입' → '유로화 통화가치 상승' →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들의 자본을 차입하여 국제수지 균형 달성하려함(그러나 과다차입으로 균형달성 못함)'의 경로이다.


그렇다면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이 외부자본을 많이 차입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과다한 자본차입을 하게 된 원인'을 '유로존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② 유로존 결성 이후 발생한 채권금리 수렴현상, 주변부 국가들의 차입을 증가시키다



유로존 결성이 가져다준 현상은 '유로존내 국가별 채권금리 수렴'(yield convergence)이다. 


경제학자 Philip Lane2006년 논문 <The Real Effects of EMU>, 2012년 논문 <Current Account Imbalances in Europe>, 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 2014년 논문 <Domestic credit growth and international capital flows> 등을 통해, '채권금리 수렴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을 초래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경제학자 Jay Shambaugh 또한 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유로존 결성 이전에는 국가별 디폴트 위험에 따라 채권금리가 매겨졌었기 때문에, 경제력이 좋지 않은 주변부 국가들은 높은 채권금리를, 경제력이 좋은 핵심부 국가들은 낮은 채권금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개별 국가의 리스크를 채권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유로존에 소속된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더 자세히)


윗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이 결성되기 이전에는 국가별로 채권금리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기록했고, 채권금리 수렴 현상은 유럽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2009년까지 지속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결성 이후 낮아진 채권금리를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cheap money). 앞서 말했다시피, 주변부 국가들은 주로 핵심부 국가로부터 자본을 차입하였다. 자본유입 증가는 신용증가와 양(+)의 관계를 띄기 때문에, 아일랜드 · 스페인 등에서는 국내신용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렇게 증가된 신용은 주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유입된 자본으로 건설부문에 투자하여 부동산시장 활황을 만들었다.  




'자본유입'에 이은 '건설부문 투자 증가'는 2가지 경로를 통해 가계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켰다. 


첫째, 낮아진 채권금리 덕택에 자본유입을 겪은 주변부 국가의 국민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투자가 증가할테니 경제가 크게 성장하겠지? 그러면 나의 미래 소득도 오를테고!"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변부 국가의 가계는 미래기대소득 상승을 생각하여 현재의 소비를 늘려나갔다.

(주 : 앞선 파트에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핵심부 국가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라는 내용을 다루었음을 기억하자.) 


둘째, 부동산가격 상승을 본 주변부 국가 국민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집 구매에 나섰다. 이들 가계가 부채를 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도표는 그리스 · 아일랜드 · 이탈리아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주변부 국가의 가계 재무상태 변화를 보여준다. 2001년과 비교하여 2009년 주변부 국가 가계의 순자산이 대폭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변부 국가 '건설부문 투자증가'와 '가계의 소비증가'는 국민계정식에 의해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을 초래하였다.


간단히 정리하면, '유로존 결성 이후 채권금리 수렴' → '주변부 국가들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자본차입 증가' → '유입된 자본은 건설부문에 주로 투자됨' & '자본유입 증가로 미래 기대소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가계의 소비 증가' → '소비와 투자증가로 경상수지 적자 발생'의 논리이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③ 주변부 국가내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 →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누적되는 악순환에 직면했다. 


주변부 국가로의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건설부문 등에 자본유입이 집중된 결과 비교역부문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였다. 비교역부문의 임금상승은 교역부문 임금인상으로 이어졌고[각주:7], 주변부 국가의 교역부문은 생산성 향상없이 임금만 크게 증가하였다. 생산량당 임금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s)이 상승한 것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물가상승 추이와 단위노동비용 추이를 보여준다. 


첫번째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이탈리아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평균에 비해 훨씬 큰 폭의 물가상승을 겪었다. 또한, 두번째 그래프를 통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단위노동비용이 독일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실질실효환율을 상승시킨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직면하는 통화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우리는 이전파트에서 '유로존 외부에서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명목실효환율 상승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개별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일은 단위노동비용 하락(ULC change ↓)으로 명목실효환율 상승을 상쇄하였다. 그러나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명목실효환율 상승에 더해 물가수준과 단위노동비용마저 올라갔고, 실질실효환율은 더더욱 상승하였다.  



윗 그래프는 독일과 비교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loss of competitiveness).  


본 블로그의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이 무역에 초래하는 문제점'을 다룬바 있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는 임금이 움직이면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을 경쟁우위로 만드는데, 임금이 적정수준(노동생산성을 반영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각국의 비교우위 산업은 경쟁우위를 잃게되어 국제무역시장에서 퇴출된다. 


국제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된 주변부 국가들은 당연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이렇게 유로존 결성 이후에 누적되어온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은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첫번째, 경상수지 불균형은 그 자체로 '국내의 왜곡된 경제구조'(domestic distortion)를 반영하고 있다. 
: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임금상승 억제'와 '소비감소'이다. 유로존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독일이 소비를 해주지 않고있다. 이와는 반대로,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거품에 힘입은 '과잉투자', 포르투갈은 '미래소득증가 기대에 따른 과잉소비', 그리스는 '과도한 재정지출' 이었다. 이처럼 경상수지 불균형은 각 국가들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다.    

두번째, 자본유입의 결과로 만들어진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이동이 급격히 반전될 경우(reversal) 경제위기를 불러온다.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에서 이동해온 자본유입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유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있는 상태이다. 이때, 자본유입이 갑자기 멈추고(sudden stop) 자본이동 흐름이 갑작스레 반전되어 자본유출이 발생한다면, 자산시장 가격이 급락하여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초래된다. 

(주 :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발생한 '2008 금융위기'[각주:8] 당시에도 나타났다. 중국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인해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각주:9]였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금융시장이 붕괴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각주:10]라 부른다. 유로존 내부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글로벌 불균형의 축소판이다.)

세번째, 변동환율을 통한 대외균형 조정을 수행할 수 없고, 개별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지 못한 유로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고정환율제 영향 아래 놓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다.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각주:11]

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주 :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놓여있으며 독자적인 중앙은행이 없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달러화와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대응할 수 없는 현상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12]와 유사하다. 1997년 당시 한국은 고정환율제와 함께, 1994년-1996년간 누적되어온 자본유입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갑작스레 자본유출이 발생하자 한국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에 대한 발권력만 가졌고, '(달러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각주:13]이다. 유로존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더 자세히)



이 도표는 위기 이전 경상수지 크기(CA/GDP) · 신용증가 크기(Change in priv.credit/GDP) 등이 2008 금융위기 이후 생산량 감소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경상수지 크기와 생산량은 양(+)의 관계를 가진다. 우려했던 것처럼 경상수지 적자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 감소폭이 증가하여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용증가 크기와 생산량도 양(+)의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위기 이전 자본이 많이 유입된 국가에서 생산량 감소폭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번째, 유로존 국가들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 최적통화지역 성립 조건 중 하나는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symmetric shocks)이다[각주:14].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똑같은 경기변동을 겪는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운용폭은 넓어진다. 개별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유로존 전체를 위해 단일한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된 경상수지 적자는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 그리스 등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살펴볼 것이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경상수지 적자를 조정할 수 없었을까?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이 글을 읽고난 뒤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문제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 보통 경상수지 불균형에 처한 국가는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국은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균형을 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사실상 고정환율제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쓸 수 없었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에 맞추어 유로화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까? 유로존은 여러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로화는 여러 국가들의 경제수준이 반영된 통화이다.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로화 미치는 영향도 작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이 유로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유로화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반복하지만 유로존은 여러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전체를 신경쓴다. 특정국가만을 위하여 통화가치를 조정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나 (유로존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독일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국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보통의 국가들은 대외균형에 맞추어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되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조정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이러한 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


'변동환율'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대외균형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로존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주변부 국가의 상품을 소비해주어야 한다. 독일이 소비증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주어야, 주변부 국가들은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 :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문제"[각주:15] 라고 지적하면서, 독일의 임금인상을 요구[각주:16]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다. 유로존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을 독일이 전부 소비해 줄 수는 없다[각주:17]. 독일이 소비를 일정정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품을 모두 받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이외의 국가로의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 또한 힘들다.


또 다른 방법은 주변부 국가에서 '물가하락'과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실질실효환율을 낮추고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안[각주:18]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국민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례를 살펴봐도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 


결국 '유로존 내 불균형'(imbalance)이 시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아니기 때문'[각주:19]이다. 유로존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다(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유로존 국가들이 독자적인 통화를 사용했더라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을 것인데, 독자적인 통화를 포기하고 '하나의 통화'를 쓰기 때문에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된 유럽통합 프로젝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국통화를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대가이다(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1.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2. 물론, 유럽위원회가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만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이전부터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과 '남유럽 국가들의 경쟁력 상실'(loss of competitiveness)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2014.07.10 http://joohyeon.com/194 [본문으로]
  4.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2015.09.21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5. 실질실효환율 상승 = 통화가치 상승 [본문으로]
  6. 이에 반해, 독일은 명목실효환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노동비용 하락'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바탕으로 실질실효환율 하락을 만들어냈다. 이는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7. 경제내 한 부문의 임금인상은 노동이동을 통하여 다른 부문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102552429758343 참고 [본문으로]
  8.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9.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http://joohyeon.com/190 [본문으로]
  10.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11.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2.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카테고리 [본문으로]
  1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1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5. '독일 경상수지 흑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2015.04.03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04963169171708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본문으로]
  17. 'The euro crisis - Not everyone can be Germany'. The Economist. 2013.01.15 [본문으로]
  18.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9.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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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Posted at 2014.07.1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이전글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를 통해,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을 옹호하는 前 Fed 의장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 수 있었다. Ben Bernanke는 당시 기준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낮지 않았음을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급등은 Fed의 낮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과잉저축이 무엇이길래 미국 부동산가격, 아니 당시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것일까? 다른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 혹은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올린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주장일까? 만약 Ben Bernanke의 주장이 옳다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을까? 다음글에서는 "신흥국의 과잉저축이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다." 라는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이에 앞서,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일까?

 

경제학 비전공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Current Account)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각주:1]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는 모습[각주:2]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사족) <<< 경제학 전공자들이 경제원론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다. 여기서 공급은 '생산', 수요는 '소비'를 뜻한다. 즉, 현대 자본주의 핵심이 '생산'과 '소비'이기 때문에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다. 


또한, 미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효용'이고, 거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GDP'이다. GDP는 말그대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을 뜻한다. GDP의 정의는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 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부는 얼마만큼 생산하느냐 이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한다. (따라서 "GDP는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주장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경제주체가 얼마만큼 '효용'을 누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미시경제 · 거시경제 파트에서 효용과 GDP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족 끝)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여기서 또 많은 사람들은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경상수지가 결정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가령, 한국기업인 삼성이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일본기업인 도요타가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라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많은 수출을 한다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중상주의식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국가의 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각주:4]. 경상수지는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각주: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각주:6]



< 출처 :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조선일보. 2013.11.12 >



(사족) <<< 이 블로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관련 포스트를 통해,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이 대기업들의 과잉투자[각주:7]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해 한국경제는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1994년-1996년간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각주:8]로 이어지게 되었다. >>> (사족 끝)    




※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각주:9]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





아직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가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하자면, 한 경제내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수출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오직 이 한 사람만이 1달러 어치의 수출을 발생시킨다. 그 경제는 원화를 쓰지만 수출결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달러를 어떻게 써야할까? 


1달러를 소비자금으로 쓸 수 있을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경제는 원화를 쓴다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그 경제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출을 통해 1달러를 벌어들인 사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1달러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적자,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역할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에 나오는 간단한 식대로 실제 경제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상반된 관계를 보일까? 1993년-2002년 사이, 한국경제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그래프를 보면 데칼코마니 같은 모양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족) <<< 1994년-1996년 당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각주:10]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다시말해 자본수지 흑자 국가,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각주:11]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다시 반복하자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의 이런 이점이 지속가능할까? 


한 경제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고 있음(자본수지 흑자)을 의미한다. 어느날 갑자기, 빌리고 있는 자금에 대해 상환요구가 들어온다면 그 자금을 갚아야 한다. 그것을 갚지 못하면? 외환위기에 빠지게된다[각주:12] [각주:13]즉,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라는 말은 아니다. >>> (사족 끝)



     

※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이번글을 통해,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제 다음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에서는 Ben Bernanke의 주장과 2008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 모 블로그 포스팅에서, 대통령임기별 경상수지 흑자액수를 가지고 "박정희정권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건 틀렸다." 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굳이 링크는 걸지 않겠다. [본문으로]
  2.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3. 물론, 그렇다고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는 이것이 '지속불가능' 하다는데에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는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4. '경상수지'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력' 또한 단순히 기업간 경쟁, 국가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Paul Krugman의 '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 참조.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본문으로]
  5. GDP는 '한 국가내'에서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이다. 따라서 총생산 Y 크기를 계산할 때는 수입품을 이용한 소비 · 투자 · 정부지출은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총수출이 아니라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을 이용한다 [본문으로]
  6. 조선일보의 이 기사가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2013.11.1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2/2013111202692.html [본문으로]
  7.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http://joohyeon.com/172 [본문으로]
  8.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9. 정확히 말하면 '대부자금시장'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금융시장' 이라하자. [본문으로]
  10.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11.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http://joohyeon.com/174 [본문으로]
  12. 특히나 한국과 같이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에게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가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외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상환요구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본문으로]
  13.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에 대해서는,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http://joohyeon.com/113 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파트와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의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파트 참조 [본문으로]
  1. 쿠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라고 하셨는데, 마치 국가 전체의 효용을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representative agent 모형을 사용한다면 어떤 국가의 일인당 효용이 높다/낮다라고 말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사회적 효용을 어떻게 측정할까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2014.07.13 08:23 신고 [Edit/Del]
      지적 감사합니다.
      '국가 전체의 효용 측정가능' 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걸 미쳐 고려하지 못했네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요.

      음..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지 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 독자
    joohyeon 님, 글 재밌게 읽었는데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될 수 없다>와 다음편에서 언급되는 <세계의 경상수지 총합은 0이다>는 양립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지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에 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겠는데, 동시에 경상수지라는 건 결국 세계 전체로 보면 흑자를 보는 국가가 있고 적자를 보는 국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잖습니까? 그렇다면 "지속될 수 없는 적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세계의 경제는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요?

    • 2015.03.04 09:36 신고 [Edit/Del]
      "지속될 수 없는 적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세계의 경제는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요?
      → 가장 좋은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국가도 언젠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도 언젠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의 구성이 변하게 됩니다. '세계 전체로 보면 흑자를 보는 국가가 있고 적자를 보는 국가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흑자국과 적자국을 구성하는 국가가 그때그때 변하게 되죠.

      그렇지만 특정국가가 계속해서 경상수지 적자만을 기록하고, 또 다른 특정국가는 계속해서 경상수지 흑자만을 기록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세계경제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문제를 초래하게 되죠. 이러한 현상을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라 하고 2008 금융위기와 유럽경제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음..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일수도 있으니 답변내용이 불만족스러우시면 다시 질문해주시면 됩니다.

  3. reshrose
    글로벌과잉저축읽다가 모르는얘기나와서 여기로 왔네요 ㅋㅋㅋㅋㅋ 중독성있는 블로그네요 좋은글감사합니다.
  4. Read
    왜 경상수지가 자본수지랑 반대인지 몰라서 들어왔는데, 설명 잘 읽었습니다.
  5. 독자
    질문입니다.

    Y-C-G-I=S-I=(N-X)
    이 식에서
    S>I => 자본수지 적자 => 경상수지 흑자
    이렇게 설명해주셨는데요.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경상수지 흑자가
    왜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이가 되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혹시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드려요 될지요..?
    • 2016.02.15 21:35 신고 [Edit/Del]
      단순하게 설명하면,
      한 국가가 상품을 수입(import)을 하는 이유는 그 상품을 소비하거나 투자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따라서, 수입(impoort)이 늘어나면 소비(C)와 투자(I)가 증가하게 되고, 저축(S)이 감소합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S<I 를 만들어내죠.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라는 것은 수입(import)을 덜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소비(C)와 투자(I)가 감소하게 되고, S>I가 만들어집니다.
  6. 망아지
    경제랑은 담쌓은 공대생이지만 정말 쉽게 잘 풀어 주셔서 재미있게 이해하고 갑니다.감사합니다
  7. 밍아지
    좋은글감사합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경상흑자면 자본적자고 경상적자면 자본흑자라는건 항등식으로 성립하는건가요 아니면 균형에서 그렇다는건가요? 그리고 동시에 이뤄지는건가요 아니면 사후적으로 그렇게 청산된다는 건가요??
    한쪽(경상)에서 적자나는게 다른쪽(자본)에서 채워진다면 외환보유고 증감은 왜일어나는 것이고 극단적인경우에 외환 고갈은 왜일어나나요? 어차피 다른쪽에서 채워지는거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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