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Posted at 2013.10.18 15:5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금융자원 동원 control over finance 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한 한국경제


이전 포스팅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을 통해 한국경제 성장과정을 다루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한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금융자원 동원 control over finance 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정권은 "1961년 재벌소유 시중은행 주식이 정부로 귀속되고, 민간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함으로써 "일반상업은행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각주:1] 그리고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소수의 기업들에 금융자원을 몰아주었다. 이러한 정책금융 policy loans 의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세계시장에 진출했고, 그 결과 한국경제는 수출주도형 성장 export-led growth 을 달성[각주:2]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가 금융자원을 동원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바로, "자본투입의 증가 growth in the supply of capital" 이다. 국가경제의 장기총생산 the long-run aggregate production 을 증가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노동투입의 증가 · 자본투입의 증가 · 노동생산성 향상 · 자본생산성 향상" 이다. 



< 출처 :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조장옥 교수, 거시경제학 수업자료 >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경제 내의 장기총생산이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에서도 다루었다.)


1번 그래프는 노동시장 Labor Market 에서 노동공급자 (P*MRS=물가수준*한계대체율)와 노동수요자 (P*MPL=물가수준*한계노동생산)가 만나 균형노동량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기업의 인력수요와 노동자의 구직의사가 만나 일정한 수의 노동자가 취직에 성공하는 모습을 뜻한다.


2번 그래프는 경제체제 내의 생산성 Productivity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함수 Production Function 이다. 노동 · 자본 생산성이 증가할수록 생산함수이 상향이동 하고, 1번 그래프의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균형노동량가 장기 총생산량를 이끌어낸다. 이러한를 45도 직선 그래프에 대응하면, 4번 그래프 모양인 장기 총생산량를 가진 장기 총공급곡선 Long-run Aggregate Supply Curve 이 도출된다. 


(1번 그래프 노동시장을 자본시장 Capital Market 으로 바꾸고, 2번 그래프 생산함수를 자본를 변수로 하게 바꾸어도 된다.)  


즉, 이 그래프는 1번에서의 노동투입의 증가 혹은 자본투입의 증가 · 2번에서의 노동생산성 향상 혹은 자본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도시화를 통해 노동투입을 증가시켰고, 금융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자본투입 증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은 이러한 경제학적 원리를 글로 쉽게 풀어냈다. 


성장의 두 가지 원인이 합쳐져서 경제확대가 이룩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투입의 증가 increases in inputs 다. 고용의 증가, 노동자들의 교육수준 향상, 그리고 물리적인 자본축적의 증가(기계·건물·도로 등)가 그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원인은 투입단위당 생산의 증가 increases in the output per unit of input 다. 관리 개선이나 경제정책의 개선으로 이런 증가가 이룩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주로 지식의 향상으로 이루어진다.


성장회계의 기본 개념은 이 두가지의 크기를 명백하게 계산함으로써 이 공식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 회계는 그래서 각 투입요소별(예컨대 노동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자본의) 성장 기여도를 산정하고, 또 효율증가에 따른 성장이 어느 정도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


노동 생산성을 이야기할 경우 우리는 사실 그 때마다 원시적인 형태의 성장회계를 셈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은연중에 우리는 전반적인 국가 성장 가운데 노동공급의 증가에 기인한 부분 the growth in the supply of labor 과 일반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의 가치 증가에 기인한 부분 an increase in the value of goods produced by the average worker 을 구분한다. 그러나 노동 생산성의 증가가 항상 노동자의 효율향상 때문에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 개선이 있었거나 더 많은 기술지식을 지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더 좋은 기계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 더 빨리 도랑을 팔 수 있지만, 효율성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더 많은 자본을 갖고 일할 따름 more capital to work with 이다. 성장회계의 목적은 측정 가능한 모든 투입요소를 종합하는 지표를 산출하고, 그 지표의 비율로 국민소득 성장률을 측정하는 것이다. 즉 '총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추산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7-229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 요소투입량 증대를 통해 성장한 한국경제


그렇다면 노동투입의 증가 · 자본투입의 증가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 향상 · 자본생산성 향상은 한국경제 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했을까?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Paul Krugman 은 이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생산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레적인 투입 증가 덕분" 이라고 주장[각주:3]한다.


성장회계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의 과정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은 투입단위당 생산이 증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입 생산요소의 이용효율은 높이지 않고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기계와 사회간접자본의 증가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었다. 즉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은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최근 몇 년 간의 (joohyeon: 이 글이 1994년에 쓰였다는 것을 주의하자) 아시아 국가 성공사레와 30년 전의 소련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사실 싱가포르를 방문한 여행객이 그 도시의 화려한 호텔에 투숙해서 바퀴벌레가 들끓는 모스크바의 호텔과 어떤 유사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멋진 활기가 넘치는 아시아의 호경기와 소련의 무시무시한 산업화 운동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있다. 1950년대의 소련처럼 아시아의 신흥 산업국들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주로 놀랄만한 자원의 동원 덕분이었다. 이들 국가의 성장에서, 급증한 투입이 발휘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높은 성장기에 보여준 소련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성장도 효율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례적인 투입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


동아시아 성장이 주로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고, 그 곳의 축적된 자본이 벌써 수익체감의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이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 최근 몇 년 간의 속도로 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 2010년의 시각에서 보면, 최근의 추세를 그대로 연장해서 아시아가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되리라는 지금의 전망은 브레즈네프 시대의 시각에서 소련의 산업지배를 내다본 1950년대 식 전망만큼이나 어리석게 보일 것이 틀림없다. (joohyeon: 2013년의 시각에서 돌아봤을때, 폴 크루그먼의 주장은 옳았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성장의 실체는 우리에게 통속적인 교훈 중 몇 가지는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우리 경제정책의 전통적인 자유방임 방법이 잘못됐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들 경제권의 성공은 복잡한 산업정책과 선별적인 보호주의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일반화되어 있다.(joohyeon: 가령, 장하준 등등) (...)


그러나 어쨌든 만일 아시아의 성공이 전략적인 무역 및 산업정책의 결과 때문이라면, 그 결과는 이례적이고 감동적인 경제 효율성의 증가로 확실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이례적인 효율성의 증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환태평양권의 신흥 산업국들은 그들의 이례적인 자원동원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며, 이런 대가는 아주 진부한 통속적 경제이론에 기초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아시아 성장에 어떤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행복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즉 미래의 이득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9-244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실제로 한국은행 보고서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우리나라의 실질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 했다. 이 보고서는 1980년 이후를 다루고 있지만, 1960년~1980년 사이의 경제개발 시기에도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실질총소득은 연평균 6.2% 증가하였는데 이는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것이며 우리경제가 급속히 성장 하였다는 점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요소투입의 변화는 실질총소득을 5.2%p 증가시켰으며 소득증가의 83.0%를 설명하였다. 요소투입 중에서 자본투입의 기여도는 3.3%p로 전체 총소득증가의 52.3%를, 노동투입은 1.9%p로 30.6%를 설명 하였다. 생산성 증가는 실질총소득을 1.4%p를 증가시켰으며 22.9%의 기여율을 기록하였다.  (...)


실증분석 결과, 지난 30년 동안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우리나라의 실질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생산성 증가가 중요한 요소였다.[각주:4]


조태형, 김정훈, Paul Schrever.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한국은행 이슈노트>. 2012.06.30. 4-7




※ 요소투입증가, 즉 과잉투자가 초래하는 경제적 문제들


그런데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의 주장 중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어있다" 라는 부분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 국가 내의 인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투입의 증가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투입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본투입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자원을 동원하여 기계설비 · 인프라 등의 자본량을 늘리는 투자 investment 를 뜻한다. 이른바 투자중심 성장 investment-driven growth 이다. 


이러한 투자중심 성장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① 입량의 과도한 증가에 따른 비효율성이 유발된다 라는 점과 ② 기업이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금융자원은 부채 는 점이다.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 Michael Pettis는 저서 The Great Rebalancing』을 통해 투자중심 성장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변변찮은 도로가 없었던 경제개발 초기에는 도로를 하나 건설하는 것만으로 큰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근로자의 이동이 수월해지고, 물류를 운반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그러나 도로가 이미 많이 깔려진 뒤에 점점 더 많은 도로가 생겨날수록, 신규 도로건설에 따른 부가가치는 줄어든다. 거기다가 (국가의 금융지원을 통해 손쉽게 돈을 빌린) 기업들은 투자비용 대비 창출해낸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저 투자를 위한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가가 기업들에 지원해준 금융자원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된다. 


as the history of every investment-driven growth miracle, including that of Brazil, shows, high levels of state-directed subsidized investment run an increasing risk of being misallocated, and the longer this goes on the more wealth is likely to be destroyed even as the economy posts high GDP growth rates. The difference between posted GDP growth rates and real increases in wealth shows up as excess debt. Eventually the imbalances this misallocation creates have to be resolved, and the wealth destruction has to be recognized as debt levels are paid down. 


With such heavy distortions imposed and maintained by the central government, there was no easy way for the economy to adjust on its own. Growth was not capable of being sustained except by rising debt. (...)


every other case of an investment-driven growth miracle, suggests that the model cannot be sustained because there are at least two constraints. The first has to do with the constraint on debt-financed investment and the second with the constraint on the external account, and one or both constraints have always eventually derailed the growth model.


To address the first constraint, in the early stages for most countries that have followed the investment-driven growth model, when investment is low, the diversion of household wealth into investment in capacity and infrastructure is likely to be economically productive. After all, when capital stock per person is almost nonexistent, almost any increase in capital stock is likely to drive worker productivity higher. When you have no roads, even a simple dirt road will sharply increase the value of local labor.


The longer heavily subsidized investment continues, however, the more likely that cheap capital and socialized credit risk will fund economically wasteful projects. Dirt roads quickly become paved roads. Paved roads become highways. And highways become superhighways with eight lanes in either direction. The decision to upgrade is politically easy to make because each new venture generates local employment, rapid economic growth in the short term, and opportunities for fraud and what economists politely call rent-seeking behavior, while the costs are spread through the entire country through the banking system and over the many years during which the debt is repaid (and most debt is rolled over continuously). (...)


Of course because risk is socialized— that is, all borrowing is implicitly or explicitly guaranteed by the state— no one needs to ask whether or not the locals can use the highway and whether the economic wealth created is enough to repay the cost. The system creates an acute form of what is sometimes called the “commonwealth” problem. The benefits of investment accrue over the immediate future and within the jurisdiction of the local leader who makes the investment decision. (...)


The problem of over-investment is not just an infrastructure problem. It occurs just as easily in manufacturing. When manufacturers can borrow money at such a low rate that they effectively force most of the borrowing cost onto household depositors, they don’t need to create economic value equal to or greater than the cost of the investment. Even factories that systematically destroy value can show high profits, and there is substantial evidence to suggest that the state-owned sector in the aggregate has probably been a massive value destroyer for most if not all the past decade, but is nonetheless profitable thanks to household subsidies.


Michael Pettis. 2013. 『The Great Rebalancing』.  80-91

 

한국도 경제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경험했을까? 『대통령의 경제학』의 저자인 이장규는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라고 말한다. 이전 포스팅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에서도, "국가의 금융억압 정책이 기업의 규모늘리기를 유도했고, 자산대비 높은 부채비율을 초래했다" 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책금융, 관치금융의 대표선수가 수출금융이었다. 수출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대출도 자동적으로 얻어 쓸 수 있고, 시중 금리가 30%인데 수출 금리는 3분의 1 수준으로 해줬다. 은행들은 수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운영됐고, 그 이면에서는 금융제도의 심각한 왜곡 현상을 빚어냈었다. 한국의 은행들은 수출 지원을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폐단도 많았다. 출금융의 싼 금리를 악용해서 실제 수출은 뒷전이고, 그 돈을 빼돌려서 돈놀이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수출은 한국경제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돌파구였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집값 폭등 등 심각한 부작용들의 생산 공장이기도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1960년대의 기업지원은 결국 탈이 나게 돼 있었다. 차관은 많을수록 좋다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였고, 수출을 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정부가 지원해줬으며 기업들은 저마다 확장투자에 경쟁적이었다. 앞서의 언급처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부실 차관업체를 무더기로 정리했음에도 기업들은 연리 40~50%의 고리사채에 목이 졸려가고 있었다.


이장규. 2012. "수출 지상주의, 8·3 사채동결조치". 『대통령의 경제학』. 162-164




※ 과잉투자 문제해결 위해,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에서 내수주도형 성장모델로 전환?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투입의 증가는 비효율성 · 과도한 부채 · 수익률 감소 ·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부터 알아야한다. 한국정부가 금융자원을 소수의 기업들에 몰아준 것은, 투자를 통해 생산기반을 닦은 뒤 세계시장에 나가 수출을 하라는 의도[각주:5]였다. 그렇다면 왜 한국경제는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을 채택했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거기에 한 가지 또 다른 요소가 더 필요하다. 바로 조직자본 Organizational Capital 이다. 조직자본이란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후발 산업국가들은 특정 소수의 기업에 자원을 몰아줌으로써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규모를 키운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미숙한 국가는 내수시장이 발전되어 있지 않고 기업간 경쟁이 없는 상태이다. 국가의 전략적 지원을 받는 기업을 이런 상태에 놔둔다면, 경쟁을 통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비효율성 제거를 위해 국내 대기업에게 수출을 장려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추가적인 조직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 Raghuram Rajan[각주:6]은 저서 『폴트라인』을 통해 조직자본 개념과 후발 산업국가가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을 채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도국의 경우, 성장 초기에 투입되는 대규모 물적 자본을 효율적으로 분배 · 활용하는데 필요한 조직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고속 최첨단 기계를 구입한 후, 똑똑한 직원을 뽑아 그것을 작동하도록 하면 그것으로 다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기계를 정말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계 작동 전문 근로자 등을 위시해 그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기계를 구입했다면, 그 기계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의 원료를 대줄 확실한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고, 그 기계로 생산된 제품의 판매처도 확보해야 하며, 그 기계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 종류도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기계 관리와 수리에 필요한 하자 보수팀, 공급 업체를 관리하는 구매팀, 바이어를 상대하는 마케팅팀, 야간에 시설을 감시할 경비팀 등 기계를 구입해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도요타 자동차와 소규모 정비 업체와의 조직적 차이 또는 변두리에 위치한 개인 병원과 대규모 메이요 클리닉과의 조직적 차이는 말 그대로 엄청나다. 그런데 바로 그 조직적 차이가 대규모 첨단 기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결정한다. (...)


문제는 조직 자본이었다. 후발 경제 개발국들은 중소기업 수준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신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들 후발 경제 개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이들 국가에는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국영 기업체를 설립해 경제 활동을 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든가, 아니면 시장 경제를 조성하되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수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방법으로 산업 경쟁력을 살리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후발 경제 개발국이 어떠한 선택을 했던 간에 국가 전체의 저축은 정부의 입김대로 움직이는 대형 금융기관을 통해 소수 대기업으로 들어갔다.  (...)


국영 기업체를 통한 경제 성장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 국가의 정부는 조직 자본을 민간 분야에서 형성하되 국내 최고 기업을 선정해 이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부 특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는 신규 업체의 시장 진출 억제, 기업체에 대한 세제 햬택 등 다양한 특혜를 제공해 소수 민간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고, 그렇게 창출한 수익을 산업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금융권과 소수 특혜 기업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은행 자금이 집중적으로 (그리고 저렴하게) 이 특혜 기업으로 가도록 만든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국가는 일부 부담을 정부가 지면서까지 민간 업체에 저가로 원료를 공급하고, 외국 기업들로부터 국내 업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고관세를 부과한다. 이처럼 정부로부터 물질적 보조와 법적 보호를 받은 극소수 특혜 대기업은 급속한 성장을 하며 수익을 증대시키고 기술, 부, 조직 자본 그리고 안정성 모두를 확보하게 된다. (...)


그러나 정부가 소수 기업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는 성장 전략은 상당한 문제를 유발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부패한 정부 하에서는 기업의 능력에 따라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 관계자의 친척이나 친구의 회사에 특혜를 부여하기 쉽다는 것이다. (...) 두번째 문제는 가계 소비를 정부가 별로 중시하지 않고, 그 결과 내수 소비 수준이 극도로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비효율적인 국내 기업을 길들이면서 동시에 상품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대기업에게 수출을 장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국내 기업은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서 좋고, 동시에 더 넓은 세계 시장에서 활동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 (...) 이러한 직간접적인 각종 혜택을 통해 개도국 기업의 효율성은 마침내 향상된다.


라구람 라잔. 2011. "경제성장을 위한 수출". 『폴트라인』. 106-123    


조직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이 부작용을 초래하니, 단순히 내수주도형 성장모델로 전환하자고 말할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봤듯이, 투자중심 성장을 비판한 마이클 페티스 Michael Pettis 교수의 저서 제목은 『The Great Rebalancing』 이다. 말그대로 "(수출지향적인) 투자중심 성장에서 (내수지향적인) 소비중심 성장 Consumption-driven Growth로 균형을 재조정 Rebalancing 해야한다"는 것이다.[각주:7] [각주:8] [각주:9]  


그렇지만 라구람 라잔 Raghuram Rajan은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을 채택했던 국가가 내수주도형 경제모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라고 말한다.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수출 지향적 성장 전략을 통해 부국이 된 국가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국내 시장 성장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결국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수출에 매달리는 동안 국내 최종 소비 증진에 필요한 물길이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은행은 국내 시장을 외국 경쟁 업체로부터 보호하고, 소수 특혜 수출 업체들만 지원하는 관행에 익숙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정부가 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대출 과정을 자유화하는 조처를 취해도 은행은 현실에 적응을 제대로 못했고, 정부 기대에도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


소비자도 변화에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지출에 신중을 기해왔다. 그런 만큼 소매 금융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미국의 가계와 달리 일본 가계는 무엇인가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는다. 특히 노인 세대는 전쟁 후 굶주리고 불안했던 기억과 저축이야말로 애국의 길이라고 배웠던 과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라구람 라잔. 2011. "경제성장을 위한 수출". 『폴트라인』. 132-134




※ 8·3 사채동결조치를 통해 과잉투자의 문제를 해결한 한국경제


라구람 라잔 Raghuram Rajan 의 주장처럼,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에서 내수주도형 경제모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자본투입의 증가-다르게 말해 과도한 투자 over-investment-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개선했을까? 1972년 한국정부는 '기업들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바로, 1972년 8·3 사채동결조치 이다. 8·3 사채동결조치는 '부채상환 동결 또는 탕감 · 대출 이자율 인하 · 만기구조 재조정' 을 담은 정책이었다. 


명색이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나라에서 기업 부채를 동결 또는 탕감 해준다는 것은 생각조차 어려운 극약처방이었다. 전경련 김용완 회장은 여러 차례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기업들의 빚더미 현실을 토로하고 특단의 구제조치를 요청했다. 자금 지원이나 부채상환 연기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빚더미에 깔려 있는 기업들의 사채를 아예 동결시켜달라는 것이었다. (...)


대통령은 고심 끝에 사채동결로 결심했다. 재계 총수 김용완의 요청으로 비롯된 것이었고, 여러 의견을 청취한 끝에 내린 박정희의 최종 결정이었다. 1971년 9월 김용환(외자관리비서관)을 팀장으로 하는 실무반이 편성됐고, 이듬해 8월 3일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사채동결조치를 발표하게 된다. 통화개혁 못지않은 철통 보안 속에 꼬박 1년 동안 사전준비 작업을 거쳤다. 


1주일 동안 신고받은 사채규모는 3천5백억 원 수준이었다. 이것을 금리 월 1.35%에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하는 것이 8·3조치의 기본골간이다.


이장규. 2012. "8·3 사채동결조치". 『대통령의 경제학』. 164-165


당시 경제상황을 드러내주는 구체적인 자료는 조윤제, 김준경의 보고서 <Credit Policies and the Industrialization of Korea>에서 찾을 수 있다. (Table B)의 대출이자율 Nominal interest rates on general loan 을 살펴보면, 1960년대 동안 20%가 넘는 높은 이자율이 지속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시 기업들은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과 국가의 금융자원 동원 으로 인해) 자산대비 부채비율 Debt/equity ratio 이 높았던 상황이다. (Table C)를 통해서 1960년대 동안 기업의 부채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도한 부채를 지니고 있는데 이자율마저 높다? 당연히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지게 된다. (Table C)를 살펴보면 이 기간동안 기업들의 매출대비 이익비율 Net profit/net sales ratio 이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부채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수익성마저 악화되는 상황이다. 은행이 (국가의 지시를 받아) 기업에게 해준 대출은 고스란히 부실채권 NPL, Non-Performing Loans 이 된다. 1972년, 보다못한 정부가 8·3 사채동결조치를 통해 대출이자율을 낮추고 기업들의 부채를 탕감해준다. 


위에 첨부된 (Table B)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1972년을 기점으로 대출이자율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Table C)에 나오듯이, 1972년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수익성도 개선되었다. 그 결과, 부실채권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Table D)를 보면, 1972년을 기점으로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의 비율 Share of NPLs 이 급속도로 줄어들어든 모습이 보인다.    



high interest rates during the second half of the 1960s squeezed corporate profitability and retained earnings. (...) Continuing high domestic interest rates, devaluation, and tight credit control hit domestic firms hard, especially those that borrowed from abroad. The world economic recession made things worse. The net profit ratio of the manufacturing sector as a whole fell sharply (Table C). Nonperforming loans in the bank started to pile up. (...)


By 1971, the number of bankrupt enterprises that had received foreign loans climbed to 200; Korea faced the first debt crisis. (...) After consultation with leading businessmen, the government concluded that some extraordinary measures were necessary to cushion the financial burden of the debt-ridden firms, and started to prepare the measure in complete secrecy.


The government issued its Economic Emergency Decree in August 1972 to bail out the debt-ridden corporate sector. It included an immediate moratorium on the payment of all corporate debt to the curb lenders and extensive rescheduling of bank loans at a reduced interest rate.  (...)


These measures had considerable repercussions throughout the economy, shifting the crushing burden of the corporate sector's foreign debt service payment to domestic curb lenders and bank depositors. The interest burden on business firms was lightened significantly. The ratio of interest expenses to sales volume for manufacturing firms dropped sharply from 9.9 percent in 1971 to 7.1 percent in 1972, and then to 4.6 percent in 1973 (Table C).


As the financial situation of the corporate sector improved, so did the nonperforming loan problem of the banks. The share of nonperforming loans in commercial banks fell from 2.5 percent in 1971 to 0.92 percent in 1973, and to 0.6 percent in 1974 (Table D). 


조윤제, 김준경. 1997. "Credit Policies and the Industrialization of Korea". 108-113 (PDF 파일 기준)




※ 8·3 사채동결조치가 낳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 1997 외환위기의 원인


8·3 사채동결조치는 기업들의 부담을 대출자와 예금자에게 떠넘긴 정책이었다. 게다가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 Moral Hazard 를 유발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사채동결조치를 경험한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를 지더라도 정부가 빚을 탕감해줄 것" 이라고 생각해 또다시 과잉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은행들도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서 부실채권이 되더라도 정부가 해결해 줄 것" 이라고 생각해, 대출과정에서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다.  


These measures had considerable repercussions throughout the economy, shifting the crushing burden of the corporate sector's foreign debt service payment to domestic curb lenders and bank depositors. (...)


this drastic measure aggravated the moral hazard issue for corporate firms and banks. The government's risk partnership with highly leveraged firms that motivated the 1972 measure encouraged firms to depend on the government for support, without paying sufficient attention to their project selection. The efficiency of the banking system was also hampered, because once rescued by the government, it had little incentive for serious credit evaluation and monitoring.

 

조윤제, 김준경. 1997. "Credit Policies and the Industrialization of Korea". 113 (PDF 파일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8·3 사채동결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했다.  이장규는 "경제원칙은 크게 훼손시켰으나 비싼 대가로 경제위기를 넘긴 셈" 이라고 말한다.


1주일 동안 신고받은 사채규모는 3천5백억 원 수준이었다. 이것을 금리 월 1.35%에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하는 것이 8·3조치의 기본골간이다. 해당기업에는 엄청난 혜택이요, 반면에 사채를 빌려준 쪽에서는 청천벽력이었다. 그 결과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71년 394%에서 1972년 288.8%로 크게 떨어졌다. 성장률은 1972년의 6.5%에서 1973년은 14.8%로 껑충 뛰었다. 경제원칙은 크게 훼손시켰으나 비싼 대가로 경제는 위기를 넘긴 셈이었다.


이장규. 2012. "8·3 사채동결조치". 『대통령의 경제학』. 165


그러나 8·3 사채동결조치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했을 뿐이었다.  8·3 사채동결조치가 낳은 은행과 기업들의 도덕적해이 Moral Hazard 로 인해 한국경제는 1997년에 큰 문제를 겪게 된다.


안그래도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과 국가의 금융자원 동원 으로 인해 은행들은 단지 한국주식회사의 재무파트일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부실채권마저 없애줬다. 이제 은행들은 "은행 자산과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 보다 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게 경영평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행 본연의 임무인 신용평가 · 리스크 관리는 중요치 않다. 은행의 느슨한 대출로 인해 부실채권은 또다시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하는 은행들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용금고·단자회사 등 비은행금융권이 커지고 만다. 비은행금융권은 만기구조가 짧고 금리가 높기 때문에 경제전체의 불안정성을 키우게 된다.   


Korea relied on credit interventions too heavily and for too long as an industrial policy instrument. The banking system bore the brunt of this strategy. The government used the banking system as a treasury unit to finance development projects and to manage risk sharing in the economy.


Bankers were treated as civil servants. Their performance was evaluated according to whether they complied with government guidance, rather than whether they managed their assets and liabilities efficiently. Commercial banks in Korea were involved so heavily in directed credit progrmas that they almost functioned as development banks. In the process, they incurred large nonperforming loans (NPLs) (Table 19), which again had to be covered with government support. 


Consequently, banks lagged behind the development of the real sector and could not effectively meet its demand for financial servies; the banks thus lost market share to other financial institutions, such as Non-Banking Financial Instutions(NBFIs), which could operate more feely and thus prolifereatd. (Box 3).  (...)


But their expansion also ecreated problems. Because they are relatively small institutions and provide mostly short-term financing, their growth shortened the average maturities of loans, and the thwarted banks from assuming a "corporate governance" role - which many recognize is the strength of relationship banking, such as the Japanese "main banking systme."


조윤제, 김준경. 1997. "Credit Policies and the Industrialization of Korea". 115-119 (PDF 파일 기준)


  • 1971~75년 동안 부실채권 비중은 1.3%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경제에서 은행부문은 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비은행부문이 한국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종합하자면, 한국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를 한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 · 국가의 금융자원 동원 · 8·3 사채동결조치는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 저해 · 제2금융권 팽창 · 은행과 기업의 도덕적해이 Moral Hazard 조장 · 잠재적 부실채권 증가 · 재벌에 경제력 집중 · 재벌의 과다차입 이라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 이 문제는 1997 외환위기의 원인과도 이어진다. 1997년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과 재정경제원 차관 강만수는 "8·3 사채동결조치는 도덕적 해이를 낳았고, 이는 1997 외환위기의 원인" 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빚을 겁내지 않게 만든 정책이 72년의 이른바 '8·3조치'로 불린 대통령 긴급명령이었다.


60년대 후반에 경쟁적으로 무분별하게 도입한 차관 자금으로 건설한 공장들이 70년대 초의 세계적인 불경기로 일시에 부실기업 덩어리로 변하게 되어, 당시 경제가 좌초 위기에 몰려 있었다. 당시 기업들은 사채를 많이 얻어쓰고 있었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72년 8월 3일 대통령 긴급명령을 통해서 기업에 대한 사채 금리를 낮추고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국가가 개인간의 대차 관계를 획일적으로 조정해서 기업의 부담을 경감해준 것이다.


빚에 짓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기업들로서는 절망의 나락에서 일거에 벗어날 수 있었다. 더욱이 8·3조치 직후 1차 석유파동으로 석유값을 비롯해서 모든 물가가 뛰어 전세계적인 인플레로 엄청난 이익을 내게 되었을 뿐 아니라, 앉은자리에서 빚 부담은 가벼워지고 설비 가치는 올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빚이 많을수록 혜택 또한 컸기 때문에, 빚을 겁내지 않는 풍조가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8·3조치는 '대마불사의 신화'라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게 한 결정적인 정책이 되었던 것이다.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180-181


1972년 '8·3사채동결조치'에 의하여 기업의 이자부담이 대폭 줄어듦으로써 경쟁력은 급속히 회복되어 경상수지 적자는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8·3사채동결조치'에 의하여 우리기업은 부채를 겁낼 줄 모르고 몸집을 불리는 '차입경영'과 '그룹경영'으로 치달았고 자본을 충실히 하고 자기 사업에만 집중하던 우량기업들이 오히려 시장경쟁에서 밀려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에 의하여 대외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사채동결이라는 편법에 의존함으로써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강만수. 2005.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387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해서 이러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1997 외환위기로 이어졌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참고자료>


박병영. 2003. 1980년대 한국의 개발국가의 변화와 지속 - 산업정책 전략과 조직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부패corruption"와 "금전정치money politics" 덕분?. 2013.08.18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2013.08.20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조장옥 교수, 거시경제학 수업자료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2013.06.07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조태형, 김정훈, Paul Schrever.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한국은행 이슈노트>. 2012.06.30


Michael Pettis. 2013. 『The Great Rebalancing』


Paul Krugman. "Hitting China's Wall". <New York Times> . 2013.07.18 


이종화. "Asia's Rebalancing Act". <Project Syndicate>. 2013.09.23


이장규. 2012. 『대통령의 경제학』


라구람 라잔. 2011.『폴트라인』.


조윤제, 김준경. 1997. "Credit Policies and the Industrialization of Korea"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강만수. 2005.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1. 박병영.2003."1980년대 한국의 개발국가의 변화와 지속 - 산업정책 전략과 조직을 중심으로" [본문으로]
  2. '특정 기업에 금융자원을 몰아주고, 그 기업은 세계시장에 진출해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마치 '국가 간 경쟁'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신흥국이 '수출주도형 성장'을 경제발전전략으로 채택하는 이유는 경제운용에 필요한 조직자본Oraganizational Capital을 획득하기 위해서이지, '다른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본문으로]
  3. 폴 크루그먼은 1994년 에 기고한 "The Myth of Asia's Miracle" 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성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혹자는 이에 대해 "크루그먼이 3년 뒤에 있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것" 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크루그먼은 단지 '경제성장의 방법적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성장방식을 비판하는 것일뿐, 외환위기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크루그먼 본인 또한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라고 밝히고 있다. 크루그먼은 1998년에 쓴 "What Happened to Asia"에서 "we expected the longer-term slowdown in growth to emrge only gradually" 라고 말했다. [본문으로]
  4. 보고서는 최근 5년 동안에는 생산성 향상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고 덧붙인다. "요소투입과 생산성 간의 상대적 중요성의 역전이 발생하여 최근 5년-2006년~2010년-동안에는 생산성 증가가 소득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경제가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생산성주도형 성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7쪽-10쪽) [본문으로]
  5. '저축-투자=순수출' 이라는 개념을 아는 분들은 "수출을 해야하는데 왜 투자를 장려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위해 금융자원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은행저축 이외의 다른 금융서비스 이용도 규제한다. 게다가 무역수지 흑자달성이 아니더라도, 무역규모가 증가하는 것 자체가 경제성장을 드러내준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무역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이 아니다. 따라서 '무역수지 흑자' 자체를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 라고 생각해 무역수지 흑자 그 자체에 연연하면 안된다. [본문으로]
  6. 前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 [본문으로]
  7. 마이클 페티스 Michael Pettis 교수는 "현재 중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소비중심 성장으로의 재조정 Rebalancing" 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과 이종화 또한 중국경제의 Rebalncing을 주장하고 있다. [본문으로]
  8. Paul Krugman. "Hitting China's Wall". . 2013.07.18 http://www.nytimes.com/2013/07/19/opinion/krugman-hitting-chinas-wall.html [본문으로]
  9. 이종화. "Asia's Rebalancing Act". . 2013.09.23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risks-for-asian-growth-from-china-s-slowdown-by-lee-jong-wha [본문으로]
  1. 고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관심가는 주제였는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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