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

Posted at 2013. 10. 4. 19:3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미국 Fed는 Tapering의 기준으로 "실업률 7%"를 제시[각주:1]했으나 "과연 실업률 지표가 현재의 노동시장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 이유는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 때문이다. 고령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하는 사람이 증가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중단한 자, full-time 일자리를 원하지만 part-time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 등등을 실업률에 반영한 것이 U-6 Unemployment Rate 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의 U-6 실업률은 공식실업률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2012년 사이 미국(US)의 U-6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런데 최근 2년간 U-6 실업률을 살펴보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드러낸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원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The big question is whether such workers will start looking for work again in time. The signs are worrying. If you look at U-6 unemployment over just the past two years, rather than the past five, it has fallen faster than official unemployment. That suggests many of the people on the periphery of the labour force have now left it entirely.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이유가 무엇일까? <The Economist>는 그 이유로 "상해보험제도 disability insurance (DI)"를 든다. 일반적인 실업보험은 "노동자가 구직활동을 계속할 때"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상해보험은 이와 정반대로 "노동자가 자신이 일을 할 수 없음을 증명해야" 혜택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실업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구직활동을 하는 모습"을 정부에 보여야만 하지만, 상해보험 혜택을 받고 싶으면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년간 상해보험 혜택을 받으려는 미국의 노동자는 약 260만명 증가했다. <The Economist>는 이러한 현상이 "하락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을 설명한다고 이야기한다. 복지제도의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것이다. 과거에는 "일을 하게끔"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했다면, 지금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하는" 유인이 크게 작용한다.


More generous unemployment benefits tend to elevate participation rates since workers must be looking for work to qualify. With disability insurance (DI), however, the opposite applies: to qualify applicants must generally demonstrate that they cannot work. (...)


Between 2007 and 2012 the number of applicants for DI shot up from 11.2 per 1,000 working-age people to 14. Unpublished research by Mary Daly of the San Francisco Fed, Richard Burkhauser of Cornell University and Brian Lucking, a graduate student, estimates that this rise in applications equates to 2.6m people. Depending on how many of those applicants are eventually awarded benefits, this could explain between 31% and 59% of the decline in participation among 16-to-64-year-olds.


"The missing millions". <The Economist>. 2013.09.28




한국에서도 복지제도 방식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왜곡시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0~5세 아이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무상보육 제도" 이다. 무상보육제도 도입 이후,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던" 가구들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했지만, 국가가 보육비를 지원해주기 시작하자 가구들의 "비용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굳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이유가 없어졌다.


즉, 아이를 키우는 가구들의 유인이 변한 것이다.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유인에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유인으로. 유인변화는 "수요폭발"을 불러왔다. <중앙일보>는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폭발로 인해, 어린이집 지원예산이 증가했고,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던 엄마들이 어린이집으로 애를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7만 명 이상의 영아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그해만 5600억원이 낭비됐다. 또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어린이집이 폭증하면서 보육예산을 빼먹는 어린이집도 크게 증가했다.


"복지예산 새고 있다 <상> 낭비 부르는 무차별 무상보육". <중앙일보>. 2013.09.25




자, 두 사례를 통해 "복지제도 방식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을 불러와서 역효과가 생겨났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복지병"을 부르는 무상보육 제도를 없애야할까? 그렇지 않다. 무상보육제도의 의의와 긍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전세계 경제학계의 화두 중 하나가 "여성일자리[각주:2]" 이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때에 여성일자리 증가를 통해서라도 노동투입인구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 A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여성 B가 여러 장벽으로 인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전체에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여성일자리 증가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바로, "여자 어린이들이 (장벽없이)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보고서를 통해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여자 어린이에 대한 교육투자가 증가하고, 여자 어린이들이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선순환이 발생한다" 라고 말한다.


Better opportunities for women to earn and control income could contribute to broader economic development in developing economies, for instance through higher levels of school enrollment for girls. (...) 


Accordingly, higher Female Labor Force Participation and greater earnings by women could result in higher expenditure on school enrollment for children, including girls, potentially triggering a virtuous cycle, when educated women become female role models. (5)


IMF. <Women, Work, and the Economy: Macroeconomic Gains from Gender Equity> 2013.09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사회학 수업을 들었을때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고학력 전업주부를 엄마로 둔 딸들은 자신들의 꿈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능력을 키워봤자 전업주부가 될 것' 이라고 엄마를 보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여자사람친구는 이 말에 격한 동감을 표했다. IMF 보고서의 주장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여성일자리 증가와 유리천장 제거를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증가할수록, 여자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지 않고 꿈을 펼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일자리 지원정책을 통해 여자 어린이들의 "유인"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제한하려는 유인에서 능력을 발휘케하는 유인으로. 


무상보육제도는 직장맘들의 부담을 덜게하는 정책이다. 그럼으로써 직장에서 능력을 펼칠 기회를 증가시키고, (IMF가 주장하는) 선순환이 세대를 이어 발생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건 무상보육제도를 "어떻게 설계" 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의 상해보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업자들을 돕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상해보험과 한국 무상보육제도의 부작용을 본 뒤, 단순히 "복지제도는 나태와 도덕적해이를 불러온다. 복지병을 유발할 뿐이다" 라고 진단한다면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3가지 사례를 통해, "유인변화"가 경제주체에 끼치는 긍적적 & 부정적 효과를 알 수 있었다. 복지제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건 "어떤 방향의 유인변화를 일으킬 것이냐" 이다. 경제주체들의 유인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1.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2013.06.26 [본문으로]
  2.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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