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노동소득분배율" 기사의 문제점<경향신문> "노동소득분배율" 기사의 문제점

Posted at 2013. 9. 9. 18:4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2013년 9월 9일 오늘, <경향신문>이 "노동소득분배율"을 주제로 기획기사를 발행했다. <경향신문>은 1면, 3면-4면에 걸쳐 기사를 실었다. 





1면 20대 기업 ‘노동소득분배율’ 50% 못 미쳐 


2면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노동자의 몫’ 기업 규모 클수록 적어… MB 정부 때 ‘노동 홀대’ 심화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30대그룹 중 노동소득분배율 평균 이상은 9곳 불과 


3면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100대 기업 중 9곳만 성장·분배 ‘균형’… 기업·노동자 동반성장 ‘먼 길’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1인당 영업이익 1위 고려아연, 인건비 지출은 ‘가장 인색’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백화점·대형할인점 노동 의존 높아도 분배율 낮아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영업이익률 4.8%·노동소득분배율 59.7%’ 기준 삼아 




<경향신문>은 기사를 통해 ①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② 게다가 "상위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한국 전체의 노동소득 분배율 보다 낮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결론으로 ③ "500대 기업에서 절반 수준인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건비를 더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뜻" 라고 말한다.


<경향신문>의 이 기사, 무엇이 문제일까?


① (한국은행이 집계한)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소득" 때문이다. 자영업자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간주[각주:1]기 때문에, 노동소득/(자본소득+노동소득) 으로 집계되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자영업자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간주할 경우,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OECD 평균과 유사[각주:2]하다.


② 그리고 "상위 500대 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으므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건비를 더 부담할 여력이 있다" 라는 결론이 제일 큰 문제이다. 이러한 결론은 마치 대기업이 부당하게 초과이익을 차지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지 않는다 라는 것처럼 들린다. 


내가 <경향>의 결론을 곡해해서 받아들인 걸까? 결정적으로, <경향>은 기사 내에서 "기업이 번 돈 중에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게 절반이 안되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기사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포털에서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히 "대기업을 비난"하는 걸로 나타난다.[각주:3]



그런데 정말 <경향신문> 기사에서 나타나는 늬앙스처럼 대기업이 부당하게 초과이익을 차지했기 때문에, "기업이 번 돈 중에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게 절반이 안되는 것" 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1. 

<경향신문>은 기사내에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이 가져간 이익이 총부가가치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삼성전자의 이익을 책임지는 건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이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스마트폰 라인업 중에서도 High-End 제품이다. 안드로이드 OS 라인업에서 High-End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 뿐이다. 그 덕분에 삼성은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그 결과 높은 이윤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High-End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건 "대량의 저숙련 인력 Low-Skilled Workers"이 아니다. OS,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래밍 작업 등등을 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 High-Skilled Workers"이 필요하고, Low-End 제품에 비해 많은 수의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세계화 Globalization"의 영향으로 세계 여러나라 인력들과 협업을 하면서 제품이 만들어 지게 된다.


삼성전자가 "나빠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2. 

그리고 <경향신문>은 ". S-OIL(23.3%), 한국가스공사(17.3%), LG화학(32.7%) 같은 업종별 대표 기업들도 10~30%대의 낮은 노동소득분배율을 기록했다." 라고 말한다. 장난하나?  이런 산업은 애초에 "장치산업" 으로서 대량의 근로자가 필요하지 않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당연히 낮을 수 밖에 없다.




경제학계가 "증가하는 경제적 불균등 Economic Inequality" 을 다루면서 주목하는 원인은 "기술발전 Technological Changes" 과 "세계화 Globalization" 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증가했고 일자리 수는 늘어났다. 문제는 일자리 내부의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숙련 일자리 High-Skilled Jobs 와 저숙련 일자리 Low-Skilled Jobs 로 나뉘게 되었다.


게다가 "숙련편향적 기술발전 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s"가 아닌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각주:4]"가 일어나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과거의 기술발전은 "교육"을 통해 "고숙련 근로자"를 배출하면서 대처가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발전은 단순한 "숙련정도"로 대처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사람이 생산라인에 투입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기계 Robots 가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생산수단 Capital" 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제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화 Globalization"은 불균등현상을 악화시킨다. 저숙련 일자리 Low-Skilled Jobs는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선진국에 남는건 고숙련 High-Skilled Jobs 일자리 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저숙련 노동자가 해외이민을 쉽게 가지는 못하지 않는가?




<출처 : Yukon Huang. "Understanding China’s unbalanced growth". <Financial Times>. 2013.09.04 >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은 이유는 근로자를 착취해서가 아니라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 또는 세계화 때문" 이라는 주장이 실제로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인포그래픽을 통해 살펴보자.


왼쪽 Farmer와 오른쪽 Factory Worker 를 비교하면, 농부는 10,000 가치의 쌀을 생산하고 그 중 9,000을 자기소득으로 가진다. 다들 알다시피, 전자산업에 비해 농업은 고도로 발전된 생산수단 Capital 과 기술 Technology 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농부가 가져가는 소득비중이 크다. 따라서, 농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90% 이다.


Apple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60,000 가치의 제품을 생산한다. 그 중,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은 30,000 이다.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 Capital 과 기술 Technology 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0% 이다.


농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90%,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50%. 농업=중소기업, 공장 근로자=대기업 으로 나타내보자. 중소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더 높다는 것만 보고서, "대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9,000 이고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30,000 인데?


<경향신문>이 비판한 삼성전자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경향신문>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이 가져간 이익이 총부가가치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앞서 말했던대로


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상당수는 High-End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유일한 High-End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 근로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클 뿐더러


② 스마트폰은 대량의 저숙련 근로자 Low-Skilled Workers가 아니라 고숙련 근로자 High-Skilled Workers가 필요하다.  투입되는 근로자의 비중이 작다.


③ 따라서, 당연히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④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농부와 공장 근로자의 사례- 공장 근로자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지만, 임금은 더 높다-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성전자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대한민국 상위 수준이다.


단순히 노동소득 분배율 하나만 가지고,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한다는 식의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편향적 기술발전 Capital-Biased Technological Changes은 대기업을 닥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진영에 아쉬운건, 어떤 문제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고, "책임자"를 찾아 "비난"만 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때 중요한건 "왜 그런 일이 생겨났을까?"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다른나라에 비해 낮은 것을 봤다면 그 뒤에 해야하는건,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큰 수고를 우리나라의 기업별 노동소득 분배율 데이터를 구했다. 무려 7개의 관련기사를 작성해서 세 면을 꽉 채웠다. 하지만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경향신문>의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을 구해보니까 다른나라에 비해 낮네? → 대기업 이놈들 영업이익도 많으면서 근로자에게는 임금도 많이 안주네? → 영업이익을 임금으로 지불하면 몇십만명을 더 고용할 수 있을텐데 !!!"


7개 기사가 전부 이런식이다. 그저 "대기업을 비판하는 게 목적"인 기사들이다.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을까?" 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경향t신문>이 기사를 발행한 날과 정확히 같은 날 !!! <New York Times>가 운영하는 경제블로그 <Economix>에 같은 주제를 논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제학자 Jared Bernstein은 "Why Labor’s Share of Income Is Falling"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경향신문>과 달리, <Economix>에서는 "왜"를 다룬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이야기한다. Jared Bernstein은 다른 사람이 쓴 기사, 블로그 포스팅, 보고서 등을 인용하면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원인"을 탐구한다.


① Robert Samuelson은 금융업의 발달로 인해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네?


② 그러나 Timothy Taylor의 주장을 살펴보면,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은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자본집약적 Capital-Intensiveness 이지 않은 국가들도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네? 그렇다면 금융업의 발전을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


③ 그러고보니 Lawrence Mishel의 보고서가 생각난다. Mishel의 보고서는 생산성 성장에 비해 임금의 인상 크기가 적다고 지적한다. Mishel은 그 이유로 임금노동자 간의 경제적 불균등 확대라고 말하는데..


④ 그러나 Mishel의 보고서에서 중요한건,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을 달성했던 1990년대 후반에는 노동소득 분배율 상승폭이 생산성 향상 크기를 따라갔다는 사실이다.


⑤ 그러니까 중요한건 "완전고용 달성" 아닐까? 현재 노동시장이 침체상태이기 때문에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는 것이고?


⑥ 경기적 실업률 (현재 실업률-자연 실업률) 상승이 노동소득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보자. 데이터를 구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경기적 실업률이 상승하면 노동소득 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⑦ 그러니까 노동소득 분배율 회복에 중요한건 완전고용 달성 (자연 실업률 수준의 실업률) 이다!!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을 쓰겠다 !!




<경향신문>과 <Economix>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향신문>은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대기업 비판 용도로 사용했다. "왜" 하락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대기업을 비판하면 끝이다. 그러나 <Economix>는 "왜" 하락하는지를 탐구했다. 물론, Jared Bernstein의 가정과 결론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문제의 원인"을 연구했다는 그 자체이다.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진보진영. 다 좋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고치고 세상을 바꿀 것 아닌가. 어떤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물론,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래도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한다.


"왜 가계소득은 계속해서 둔화될가?"

"왜 경제성장률은 높은데 삶은 힘들어지는 것일까?"

"왜 무역수지는 흑자인데 삶의 질은 하락하는 것일까?" 등등.


단순히 대기업을 비난하고 신자유주의 운운한다면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각주:5].



  1.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프레시안>. 2010.09.14 [본문으로]
  2.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본문으로]
  3. 물론, 포털 댓글의 수준이란게 애초에 낮긴 하지만. [본문으로]
  4. Paul Krugman. "Rise of Robots". 2012.12.08 [본문으로]
  5. "가계소득 둔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013.0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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