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

Posted at 2012. 11. 4. 10:58 | Posted in 경제학/일반


이런 주장. 

"고환율 정책은 대기업들 배만 불려준다. 현재 환율 하락은 물가가 내려 서민들에게 좋은 거다.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는 대기업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거다."

"예전에 환율이 1달러당 800원대 였던 시절에도 경제는 잘 돌아갔다."


환율이 800원대를 유지했던 시기는 1997년 이전. 이때는 지금과 같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아니라 시장평균환율제도 였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경제는 1994-1997년동안 매분기 40억~6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자본유입이 발생했었다. 


당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조악했는데, 개발시대의 한국금융은 단순히 "대기업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 기업평가, 신용평가, 대출건전성 감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대기업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기외채를 빌려 과잉투자를 했다. 환율이 800원대였음에도 경제가 "좋았던 것"처럼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들은 단기외채의 유동성위기에 빠졌고.. 그 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였고 환율은 1,600원대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이 됐으니 수출대기업에게 유리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외화로 표기된 부채 부담이 급등"하면서 경영의 어려움만 커졌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집권 후,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채택했고 환율은 9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당시 경제 자체가 건전했었기 때문에, "수입 물가가 상승"만 초래하여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만 증가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난 받은 이유이다.


그럼 "지금의 환율 하락"은 괜찮을까? 수입 물가 부담이 줄어드니? 아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 자체가 얼어붙었고 한국도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곂치면서 "민간 소비가 하락" 했다. 이런 와중에 환율 하락은 수출경쟁력마저 떨어뜨려 경제의 큰 타격을 준다. 


거기다가 미국 유럽 등의 초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자본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 한국도 금리를 내려 급격한 자본유입을 막아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금리를 내리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 세계경제 침체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곂치면서 민간 소비는 얼어붙었는데 이는 단순히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정책은, 향후 5년간 매년 20조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면서 재정정책을 쓰기가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결국 환율 하락을 막아 수출경쟁력 만이라도 유지해야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고환율" "저환율"에만 주목할 경우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 불가능하다. 경제 지수의 변화는 상반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지 생각해야 하고, "경기변동의 폭을 키우는 정책인지 아닌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